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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준비 끝, 시선을 모아 쥐다
작성일 : 17-07-23 00:13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7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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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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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밤 내내 뒤척였다.

 

 빨리 잠 들어야 되는데- 그래야 내일 더 나아 보일텐데 라는 걱정을 끊임없이 계속 반복하면서-

 

 

 

 

 그의 눈이 떠올라서- 그의 눈을 떠올리고 나면 세진이의 갈빛 눈동자가 또 떠올라서

 

 잠이 들지 못했다.

 

 

  관리랄 것도없었지만 내 최고의 관리라 할수 있는 마스크 팩을 붙이고-

 

 그저 뒤척이기만 했다. 얼굴은 그저 내내 축축했다. 이런게 효과가 있단 말이야?

 

 

 

 내 눈은 그저 천장만을 응시했지만 - 보여지는 건 전혀 달랐다.

 

 너무나 다른 두 눈동자가 자꾸만 마음을 괴롭혔다.

 

 세진이의 말 대로라면.... 이제 옳은 선택을 해야 할 때였다면........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은 현명한 일이 아니겠지-

 

 

 

 

 

 잠깐 선 잠이 들었었을까?...

 

 

 

 

 

 

 해가 눈을 찔러서 깨어 났을때 즈음 작약이 전활 걸어왔다. 그는 별 다른 말 없이 '차로 오지' , 그 말을 건냈을 뿐이다

 

 내가 그의 말 대로 가볍게 입고 내려가자 그는 짙디 짙은 선그라스를 끼고 있었다. 본적 없는- 그러나 밤새 내가 고민하게 만든

 

 

 그 눈은 적어도 가려져 있었다. 오늘도 티끌 하나 없는 하얀 차이나 칼라의 셔츠- 그 위로 쭉 뻗은 긴 목-

 

 

 그리고 발목까지 닿는 까만 바지-

 

 

 

 

 

 "편하게 입고 왔네- 잘했어-"

 

 

 

 

 그의 눈은 보이지 않았으나 목소리는 좀 웃고 있는거 같았다. 나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차에 탔다.

 

 

 그는 말 없이 자신도 올라타고선- 긴 손가락으로 주소를 찍었다.

 

 주소는..... **호텔이었다-..?

 

 

 

 

 

 "에?......"

 

 

 

 "여기로 가면 돼- 702호라 그랬던가...."

 

 

 

 

 

 그는 별스럽지 않다는 듯한 말투였다... 그러나 나는 상황 설명이 좀 필요했다...

 

 

 

 

 "호텔엔 왜 가는데요?"

 

 

 

 

 내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렸다. 그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들더니 웃음을 참는듯이 피식 웃었다.

 

 

 

 

 

 "왜 , 안돼?"

 

 

 나는 이 사람이 정신이 있나 없나 싶어서 또 되물었다.

 

 

 

 

 

 

 

 

 "아니... 왜 가는데요?"

 

 

 

 

 

 그는 참던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소리는 평소 목소리와 달리 너무 앳되서 난 어리둥절해 졌다.

 

 그 소린 정말 듣기 좋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한참만에 웃음을 거둔 그는 목소리가 약간 밝아져 있었다.

 

 

 

 

 

 

 

 "긴장 하지마- 안 잡아먹어-.... 헤어랑 옷 갖추러 거기로 가는거야-.... 내가..."

 

 

 

 그는 여기서 말을 잠시 멈추었고 웃음기도 같이 사라졌다.

 

 

 

 " 사람들하고 마주치면 안되니까- 따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더군- "

 

 

 

 

 

 

 

 

 나는 그까지 이야기를 듣고야 얼굴이 빨개졌다.

 

 

 

 

 "대체 뭘 생각한거야?"

 

 

 

 

 

 그는 은근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잠잠히 주소대로 차를 출발시켰다.

 

 그는 대답하지 않는 나를 재밌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재밌는 면이 있군-"

 

 

 

 

 그 말에 난 입을 열지 않을수 없었다.

 

 

 

 

 

 

 "누.구.나. 호텔까지 가서 메이크업 받진 않는단 말에요.... 그냥 이상해서 물은 걸수도 있지 뭘 사람을

 

 그렇게 몰아요-"

 

 

 

 

 

 그는 내 말에 선그라스 사이로 나를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당신의 벌름거리는 콧구멍이랑 바짝 마른 입술은 다른걸 이야기 하고 있는것 같길래.."

 

 

 

 

 내 손이 절로 코로 향하자 그는 또 피식 웃었다.

 

 

 

 

 나는 최대한 정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해에요 오해-"

 

 

 

 

 

 

 "그래 알았어 오해야 오해-"

 

 

 

 

 

 그는 한 발 물러났다. 살짝 웃으면서-

 

 

 

 

 호텔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로비에 들어서자 나는 옷을 대충입고 온게 후회되었다. 가벼운 차림과는

 

 별로 어울리지않는 분위기 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그는 너무나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분명- 그도 가벼운 차림인데 말이다.

 

 

 

 

 그는 말 없이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 같이 서 있던 적이 처음이라 나는 좀 떨어져서 섰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단 걸 ,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수 있었다.

 

 

 

 

 짙은 선글라스를 낀 백색같이 하얀 얼굴- 그는 어디서나 눈에 띈다- 단지 외모 때문만은 아닌 거 같다-

 

 언제 어디서든 그는, 확실하디 확실한 존재감을 가진 사람이다.

 

 

 

 

 색이 너무나 분명해서- 금방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사람.

 

 

 

 

 

 

 그는 시선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시선을 모아 쥐는 데도 아주 익숙했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그게 그런 척인지 아니면 진짜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는 알수 없었지만 말이다.

 

 

 

 

 

 

 7층에서 내리자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곳으로 향했다. 앞에는 초조해 보이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우릴 기다렸던 것 처럼 보였다. 문을 손도 안 댔는데 먼저 , 열어 주었다.

 

 

 

 

 

 "나중에 봐-"

 

 

 

 

 그는 그 말과 함께- 생각보다 넓은 방의 다른 쪽으로 사라졌다- 내가 대답할 찰나도 없이

 

 

 나도 그때의 여자들에게 휩싸였다. 포니테일에 말과 표정이 없는.... 미인들에게-...

 

 

 

 

 그때처럼 나는 정말- 익숙해 지지가 않았다.

 

 

 

 

 

 나는 또 질질 끌려가서 몇초 되지도 않았건만 옷을 다 벗고 있었다- "아.. 잠시만요 "따위의 말은 이번에도

 

 그들의 귀를 그져 스쳐 지났을 뿐- 이 사람들의 손엔 감정이 없었다-

 

 

 

 부끄러워 움츠리자 그녀들은 자기들 끼리 뭐라뭐라 이야길 하더니 그제야 나한테 말을 걸었다-

 

 그 중의 단 한명만 말이다.

 

 

 

 "속옷, 갈아입으셔야 겠는데요?"

 

 

 난 귀를 의심했다.

 

 

 

 

 "...ㄴ... 네?"

 

 

 

 

 "위에 옷이 비칠지도 모르니까- 스킨톤이랑 맞춰야 되거든요-... 그리고 볼륨도 좀..."

 

 그녀는 그런 말을 하는데 마치 내게 위염 진단을 내리는 의사같은 표정이었다...

 

 

 

 어떻게 그러고 사냐 , 라는 분위기였다...

 

 

 

 차라리 비웃기라도 하면 그러려니 할텐데

 

 

 

 속으로만 궁시렁 거릴 수 밖에 - 누구나 빵빵한 가슴을 타고나진 않거든요...

 

 

 

 

 "주..주세요- 입고 나올게요-"

 

 나는 거의 낚아채듯 그녀의 손에서 속옷을 받아들었다.

 

 

 

 "예 여기-"

 

 

 

 

 

 

 

 나는 갈아입고 나서야 내 다리에 맞게 줄여진 옷을 입을수 있었다. 옷은 여전히 조금 타이트했다. 물론 걷기 쉽게 조정이 되어 있었지만

 

 이런 옷을 입어 버릇을 했어야지 뭐.... 그녀들은 내 옷 매무새를 다듬고 나서는 말도 안되게 번쩍거리는 그때 그 구두를 신겨 주었다.

 

 

 

 확실히 전 보단 편했다. 전보다 낫다는 거지- 그래도 편한 신발은 아니었다- 그녀들은 옷을 다 입히자 마자 나를 안에 준비 된-화장대에 앉혔다. 그러고는 곧 사라졌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나 같질 않았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거울 속의 나도 어색하게 날 보며 웃었다. 잠시 뒤-

 

 

 

 

 

 

 그가 들어간 반대쪽 방에서 그가 나왔다. 그는 전과 또 달라져 있었다. 그토록 깡마른 그가- 옷을 입자 별로 말라보이지 않았다.

 

 그게 만약 그가 말한 '수선' 의 기술이라면 정말 놀라웠다. 그의 놀랍도로 마른 체형에 비해- 그는 꽤나 잘 지낸것 처럼 보였으니까-

 

 

 

 하얀 혈색만 빼고-그건 달라지지 않았다.

 

 

 

 

 

 "잘 어울리네-..."

 

 

 

 

 

 묘한 표정으로 전한 그의 말은 솔직하게 들렸으나 난 거짓말일 거라 생각했다. 부스스 자란 머리와 옷은 따로 놀고 있었으니까-

 

 

 

 "조금 있음 헤어 팀 올거야-... 화장 해 줄 사람도-... "

 

 

 

 

 내 표정이 그에게 조금 불편해 보였는지

 

 그는 내 얼굴을 보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갑옷 입는다고 생각해-

 

 

 

 

 

 갑옷이라- 웃으려 했는데, 그는 대답을 듣기 전- 들어 왔던 곳으로 빠져나갔다.

 

 

 

 

 

 그때 낯모르는 남자들이 들어왔다 머리가 솜사탕 빛깔처럼 알록달록한 남자들이었다-

 

 

 마치 아이돌처럼- 그들은 그들 자신도 솜씨좋게 화장을 하고 있었다. 아주 티가 안날만큼 정교하게-

 

 

 

 둘은 나를 보자마자 생긋 웃으며 다가왔고- 돌아보자 작약은 이미 너머로 사라져 있었다

 

 

 

 "안녕-"

 

 

 

 남자중 핑크 머리를 한 남자가 말을 건냈다- 목소리가 아기처럼 발랄했다.

 

 나는 우물쭈물,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을 꺼냈다.

 

 

 

 "아.. 안녕하세요-"

 

 

 

 

 

 옆에서 진한 청록색 머리의 다른 남자가 피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예민해 보이는데... 괜찮으려나?"

 

 

 

 

 핑크 머리를 한 남자가 대답했다. " 괜찮을 거야- 완전히 인상을 바꾸라고 했으니.. 메이크업 안 할순 없어-"

 

 

 

 그 말에 그는 그제야 납득한듯 고갤 끄덕였다.

 

 

 

 "그래. 그렇다- 빨리 시작하자구-"

 

 

 

 

 

 

 둘은 내게 별다른 말을 건내지 않았다. 손놀림은 확실히 프로였다. 내가 했으면 두껍다 못해 그 사람 말처럼 갑옷이 될 화장을

 

 가볍지만 확 달라지는 손길로 꼼꼼히 매꾸었다. 눈에 속눈썹까지 붙였다 내가 눈이 가려워 작게 찡그리자 핑크색 머리를 한 남자가

 

 

 웃었다.

 

 

 

 "그럼 곤란해 다시 해야 하니까"

 

 

 

 

 

 

 

 

 작약때문에 정말 색다른 경험 해 보네- 그들은 머리를 업스타일로 올리고는 끝을 드레스와 같은 색깔의 짧은 페더로 마무리했다.

 

 맙소사.. 왠 깃털? 내가 공작새라는 거냐.... 짧아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난 왠지 낯이 뜨거웠다.

 

 

 

 그들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날 보며 씩 웃었다. 거울속의 나는 정말 내가 아닌것 같았다. 아까와는 달리- 내가 꽤

 

 예뻐 보였다. 난생 처음 가장 짙은 화장을 한 내 모습이었다.

 

 

 

 이러니 다들 돈을 들일 만도 하군- 나는 짧게 헛기침을 했다.

 

 

 

 

 그들은 말 없이 귀걸이와 반지를 끼워주었다. 다들 번쩍거리고 컸다. 부담스러웠다. 설마 가짜겠지

 

 나는 이런게 진짜라면 얼마나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내 속내를 안다는 듯한 얼굴이었으나

 

 내색하진 않았다. 내 신발과 같은 장식이 달린 조그만한 백을 쥐여줬을 뿐이다-

 

 

 

 "꼭 필요한 것만 넣어요- 팩트랑 립스틱은 넣어뒀어요- "

 

 

 

 나는 백을 열어보고 한숨을 쉬었다. 겨우겨우 핸드폰 들어갈 자리가 다 였다.

 

 이게 무슨 가방인가- 주머니지... 이런걸 왜 드는거지? 들어가는 것도 없는데-

 

 

 

 

 

 

 그때- 뒤에서 똑똑 소리가 들렸다.

 

 

 

 

 

 

 

 머리를 말끔히 한 작약이 서 있었다. 얼굴에도 뭘 한걸까? 볼에 아까보다 혈색이 있어 보였다.

 

 

 

 

 두 남자는 작약을 보고는 깍듯이 고갤 숙였다.

 

 

 

 

 쾌활한 표정은 다 감추진 않았지만 말이다-

 

 

 

 

 "인사 전하시더군요- 오늘 바쁘셔서 못 오게 되어 죄송하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남자들은 청아한 목소리로 작약에게 말을 전했다.

 

 

 

 "괘념치 않으셔도 된다고- 전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작약의 목소리는 몹시 단정했다. 그들은 그를 보며 씩 웃었다. 그들은 한번 더 고갤 숙인 뒤 사라졌다-

 

 작약은 거울 속의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런 그를 보면서 내가 물었다.

 

 

 

 

 "당신도 화장했어요?"

 

 

 

 그는 놀란 듯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되 물었다.

 

 "아.. 아니? 화장한 것 처럼 보여?"

 

 그는 약간 긴장한 것 처럼 보였다.

 

 

 

 

 

 

 나는 그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대답했다.

 

 

 

 

 "아니.. 밀가루 같이 허옇기만 한 얼굴이 왠지 , 좀 혈색이 돌아 ...보여서요?"

 

 그는 그 밀가루란 말에 몹시 예민하게 반응했다. 꿈틀대는 눈썹-

 

 

 

 

 " 밀가루?"

 

 

 

 말 실수했군- 속에서 하는 말이 너무 많아서- 한 마디가 슬쩍- 빠져나갔다.

 

 

 

 

 

 

 ".... 그게 ,... 어? 보타이 색깔이 ...."

 

 

 

 아까랑 보우타이 색깔이 달라져 있었다. 블랙과 블루 사이의 , 아주 미묘한 블루, 아무래도 내 옷과 색을 맞춘것 같았다.

 

 

 

 

 그는 민망하다는 듯 살짝- 웃었다. 미간을 살짝 찡그리면서

 

 

 

 

 "난 블랙이 좋은데- 맞추라고 그래서"

 

 

 

 

 "그랬어요?"

 

 

 

 

 

 "응 그랬어... 자 그럼 갈까?"

 

 

 

 

 "그러죠-"

 

 

 

 

 

 

 난 일어섰다- 오늘 내내 혹사당할 내 발이 몹시 걱정되었다.. 그는 문 앞에서 아무 말도 없이 손을 내 밀었다-

 

 나는 깊은 숨을 내 쉬고 그 손을 잡았다. 손은 생각과 달리 눈물겹도록 따뜻했다.

 

 

 

 

 

 

 

 

 -

 

 

 

 

 

 

 

 파티장 안에 사람들이 점점 채워지고 있었다.

 

 지혁의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지혁의 아버지 곁에 섰다. 이 집안의 안주인의 소임을 다 하기 위해-

 

 "어서오세요-"

 

 

 반갑지만 무의미한 인사들을 나눈다- 강비서는 초조하게 기둥뒤에 숨어서 지혁을 기다리고 있다.

 

 

 "아...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거야..."

 

 

 

 

 

 

 

 

 

 그날, 회장님이 찾아서 급하게 향한 회장실에는- 예상 밖의 인물이 앉아 있었다. 정말- 예상 밖의

 

 인물- 바로 사모님이셨다. 나는 분명히 사모님께 말씀 드린 바가 있었음에도... 사모님의 얼굴을 보고 얼었다.

 

 

 

 사모님은 정말 인자하게 웃으셨지만 회장님은 불편하단 표정을 감추고 계셨다. 이게 어찌된 상황인지 내 머릿 속은

 

 복잡했지만 사모님이 먼저 말을 건내셨다.

 

 

 

 "앉죠? 회장님이 부르셨다면서요- 제가 대충 이야기 했어요-"

 

 

 

 

 회장님의 눈빛이 나와 맞부딫혔다. 회장님은 내가 전활 했나 아니면 이것이 기막힌 우연의 일치인지 가늠하고 계신듯 했다.

 

 그러나 난 땀을 뻘뻘뻘 흘리고 있었다. 계획한 일이었다면 그렇게 홍수 터질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회장님은 어쩜 이런 일이 있나 싶으신 눈으로 사모님을 예리하게 훑으셨다.

 

 

 

 

 

 "그래도 그렇지- 또 강비서를 부르셨네요? 오늘쯤 일거라곤 생각했지만요-"

 

 

 사모님의 눈길은 더 매서웠다. 이 분이 전에 그 인자함의 대명사로 불리시던 분이 맞나? 싶었다.

 

 그 눈빛은 내가 너무나 익숙한 눈빛과 닮아 있었다. 바로.... 작가님의 눈빛- 힐난이 담겨있는 차라리 욕을 듣고 싶은

 

 싸늘하디 싸늘한 그 눈빛- 회장님은 그저 헛기침만 연발하실 뿐이었다.

 

 

 

 

 "다른 이야길 하려고 불렀어- 흠"

 

 

 

 

 

 내가 들어도 너무 허언인 회장님의 대답에 사모님은 생긋 웃으셨다. 내 등줄기에 흐르는 땀이 느껴졌다-

 

 

 

 

 "그럼 저도 같이 들어 볼 까요? 무슨 말씀을 하실지 저도 궁금하네요-"

 

 흐르는 정적... 결국 먼저 입을 떼 신건 회장님이셨다.

 

 

 

 

 

 "... 무안하군, 그래- 나오는지 궁금해서 불렀어- 그 전에 본가에 들르라고 했건만 들르지도 않고-

 

 나온다는 얘기는 무성한데- 애비된 자로써 모른 채 나갈수도 없지않나-"

 

 

 

 

 그 말에 사모님은 생긋 웃으셨다. 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었다.

 

 

 

 "저한테 물어보시지 그러셨어요-"

 

 

 

 "아무렴 강비서가 편해서 그랬지...."

 

 

 

 

 

 회장님의 이런 모습이라니... 우아한 백조에게 고삐를 잡힌 호랑이의 모습이라... 나는 거기서도 벌벌 떠는 토끼였다.

 

 

 

 

 동물의 왕국이군-

 

 

 

 

 사모님은 나를 흘긋 보시고는- "강비서는 나가 봐요- 내가 설명 드리죠-"

 

 란 말을 남기셨고 나는 뒷걸음 질 쳐서 살금살금..... 그곳을 나왔다.

 

 

 

 

 

 

 뒷일은 잠시 묻어두고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면서 쌩하고 도망쳤고- 그 이후 회장님이 날 다시 부르실 꺼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회장님은 날 호출하시지 않으셨다. 전혀- 아무런 언질도 없으셨다.

 

 

 

 

 

 그래도 참 프로는 프로들이다. 난 그런일이 있었으면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인사할 순 없다-

 

 

 

 

 생긋 웃는 사모님과 호탕하게 웃으시는 회장님- 그리고 다른 회장의 딸의 손을 잡고 예의바른척 하는 이사님까지-

 

 

 정말 이젠 무서울 지경이었다. 이런게 대체 왜 필요하단 말인가....

 

 

 

 

 

 

 그때였다.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렸고- 그곳엔 작가님이 있었다. 너무나 멀쩡해 보이는 모습으로- 그리고 그 옆엔 , 한번도.. 맑고 당찬 여자라고 생각은 했어도

 

 저렇게 아름답다곤 생각치 않았던 하임씨가 있었다. 작가님의 손을 가볍게 잡고-

 

 너무나 우아하게 말이다. 어색한 표정- 하임씨가 늘 짓던 그 어색한 순간에 짓던 표정따윈 없었다.

 

 

 

 

 

 단단히 마음 먹은듯 그녀의 얼굴은... 왠지 작가님을 닮아 있었다. 나는 왠지 가슴께가 시큰거렸다.

 

 

 

 

 

 

 작가님은 나를 발견하고 나에게 살짝 다가와서 스치며 말을 걸었다.

 

 

 "걱정 마, 준비됐어-"

 

 

 

 

 그 짧은 지나침에 하임씨도 나에게 속삭였다-

 

 

 "괜찮아요- 저도 준비, 됐어요-"

 

 

 

 두 사람은 그 말을 끝으로 중앙까지 나아갔고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나는 일찍이 파티장 끝에가서 숨죽이고 계셨던 하민씨의 어머니의 얼굴을 보았다.

 

 

 

 그분의 얼굴엔, 묘한 안도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슬픔과, 그리고 안도감....

 

 

 

 

 

 나는 또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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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희미한 불안과 볼에 피어나는 빨간 꽃 2017 / 7 / 25 17 0 16301   
155 조심 조심, 조심 조심 가까워 지도록 2017 / 7 / 25 16 0 13885   
154 행복한 질문 ,서로를 좀 더 알게 된다면 2017 / 7 / 24 18 0 15273   
153 새로운 인연, 이제 시작되는 연인 2017 / 7 / 24 16 0 12184   
152 확신, 아니라면 내가 확신할수 있도록 2017 / 7 / 24 18 0 14591   
151 복숭아 향기와 눈물 난 두 볼의 마주닿음 2017 / 7 / 24 15 0 10276   
150 숨어들다 , 그리고 묻다 2017 / 7 / 23 19 0 17010   
149 가면파티 (3) 그리고.... 2017 / 7 / 23 12 0 13974   
148 가면파티(2) 2017 / 7 / 23 15 0 12418   
147 가면파티 (1) 2017 / 7 / 23 19 0 12132   
146 준비 끝, 시선을 모아 쥐다 2017 / 7 / 23 22 0 7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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