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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민들레 꽃이 피듯이
작성일 : 17-07-26 19:10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14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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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세진은 지혁이 나가고 나서 그제야 앞에 놓인 음료를 한모금 크게 삼켰다.

 

 

 목 속이 깔깔했다.

 

 

 

 

 내 목소리가 확신있게 들렸을까? 적어도 자신의 귀에는 확신 있게.... 아니 확신이 넘치게 들렸다.

 

 

 남자는 여전했다.

 

  혈색이 확 좋아졌을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여전히 몹시도 하얗고

 

 몹시도 아름답게 생긴 남자였다. 눈 밑의 짙은 그늘도, 기나긴 속눈썹 밑의 눈도

 

 여전히 시릴만큼 차가운 느낌이 묻어났다.

 

 

 

 분하지만 얼굴의 선이 가늘고 아름다웠다.

 

 얼굴에 절로 우수가 묻어나는 그런 남자였다.

 

 

 

 

 

 그리고 전엔 없었던 귓바퀴께에 꽃혀있는 빨간 피어스-

 

 

 

 

 세진은 헛기침이 나왔다.

 

 

 

 

  모르긴 몰라도 그 피어스는 하임의 귀에도 달려 있을것 같았다.

 

 핏방울처럼 빨간 루비였다.

 

 

 

 눈을 떼어내기가 쉽지 않은- 마치 그 자신처럼...

 

 

 

 

 한가지 많이 달라진건- 하임과 무슨 이야길 나누고 왔든 자신을 몹시 자제하고 있었고

 

 사나운 눈길을 감추려 진심으로 애 쓰고 있었단 거였다.

 

 

  세진은 혼자 그 모습을 돌이키면서 왠지 쓴웃음이 났다.

 

 하임이가 평생 누구를 회유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늘 그녀가 틀어박히거나 고집을 피울때

 

 

 회유하는건 내 일이었는데. 자신보다 어려우면 어려웠지 지독히도 자신 안의 주장이 강할것 같은 그 남자를

 

 

 회유한건... 달랜건... 의지를 준건 하임이라니....

 

 

 

 

 

 그래선 안됬지만 담배가 몹시도 당겼다. 어째서일까- 나는 남자에게 내 의지를 전했다.

 

 

 평생의 힘을 다해 여유가 넘치는 척 했고- 분명히 남자는 내 여유에 많이 흔들렸다.

 

 

 

 내가 던진 말들을 하나도 안 놓치고 다 응대한거 자체가 그거였다.

 

 그쪽이 오히려 여유가 없었다.

 

 말 하면 할수록 그랬다. 세진은 스스로에게 자문했다.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이 하임의 행복인지-

 

 

 

 그래, 욕심 안 난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행복을 많이.. 바라기도 했다. 정말 하임이 그 남자와 있지 않으면

 

 

 불행하다고 할 정도면.... 남자가 뭘 놓지 않던 , 그냥 곁에만 있어도 된다고 한다면......

 

 

 

 

 

 세진은 앞에 놓은 음료를 한 모금 더 머금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당장에 사랑을 바랄순 없다. 내 마음속의 사랑이 나무같다고 해서

 

 씨앗 던지자 마자 너도 나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짓이니까..

 

 

 

 그저 기회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녀가 나를 새롭게 바라 볼 기회-

 

 

 

 

 그래... 사랑은 이래선 안 됬다. 자신도 스스로 알고 있었다. 그런 마음이 일면 곧바로 고백을 하던지

 

 그래서 깨어지던지 혹은 이루어지던지 했어야 했다. 나는 혼자 사랑하는 상태로 너무 오래 있었다.

 

 

 

 그 마음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도 않고- 그 마음은 밖으로 가지를 뻗어나가진 못하면서

 

 내 안에 뿌리를 깊게 , 더 넓게 퍼져버렸다. 뿌리가 깊어서 뽑아낼수도 없고-

 

 

 가지가 보이지 않아 남들은 예상조차 쉽지 않은 그런 마음-

 

 

 

 

 

 

 애초에 처음부터 잘못되었다.

 

 

 세진은 일어서서 카페를 나섰다. 가을의 바람이 완연한 길에서 담배를 꺼내 문다.

 

 

 

 파스스하고 불이 담배의 종이를 태운다.

 

 

 

 자신이 피우고 있는데도 숨이 가득 섞인 자신의 숨조차

 

 

 역하게 느껴졌다. 쉽게 끌수도 없었다. 그의 눈을 떠올렸다.

 

 

 

 

 그 사람은 자신이 없어 보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이 없어도 매달릴 마음이 충분해 보였다.

 

 

 

 그렇다면 나는 , 그에게 말한데로

 

 

 

 할수 있을까? 만약 그가 하임이를 행복하게 해서..... 내 결심대로 하임이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니까

 

 산뜻하게 포기하고... 이탈리아로 돌아갈수 있을까? 혼자?....

 

 

 세진은 담배를 발로 비벼 껐다.

 

 입안이 참 쓰디 썼다.

 

 

 

 어쩌다 이까지 왔을까... 어쩌다 이렇게까지.... 와야만 했을까....

 

 세진은 돌아 섰다. 그리고

 

 인파에 섞여서 큰 길로 사라졌다.

 

 

 

 

 

 

 

 

 

 

 -

 

 

 

 

 

 하임은 집으로 돌아가서 제이미의 말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처음 작약은 말도 안될만큼

 

 제이미를 극히 경계했었다. 적어도 자신이 언뜻 언뜻 알아챈 바론 그랬다. 그랬는데

 

 

 어떠한 일 후 그를 잠시 집에까지 들였다. 그래서 자신도 좀 어리둥절 했었다.

 

 그게 그의 사정을 알고 나서의 일인줄을 잘 몰랐을 뿐이다.

 

 어쩌면... 혼란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임은 자신의 맘 속에서 애써 막고 있던 말을 그저 입으로

 

 살짝 내었다.

 

 

 

 

 "질투....려나.."

 

 

 

 

 그녀가 품고 있을 , 그 이전의 시간에 대한... 질투.....

 

 

 

 하임은 헛웃음이 났다. 왜 이제 주인공은 나여야 하는데... 아니 적어도 이렇게 되었으면 나같은 기분이 들어야 되는데

 

 왜 나는 자꾸만 조연같은 기분일까- 그와 그녀의 시간까지 탐낸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니 혹 탐낸다 해도

 

 두 사람의 사랑은 너무도 농밀하고 애틋하고 완벽해서.... 내가 끼어들 자리 따윈 없다.

 

 

 

 욕심 내서도 안되고, 욕심... 낼수도 없고.......

 

 

 

 

 하임은 습관 처럼 그가 끓여 내 주는 커피를 먹고싶다고 생각하곤 쓸쓸하게 웃었다.

 

 

 이 사람과는 끝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면서도 그러면서도

 

 내 하루에서 이 사람이 사라지면... 나는 버릇처럼 또 커필 찾고는 그 커필 그리워 하겠구나 싶어서

 

 

 

 하임은 미련한 사랑이라는 노랠 떠올렸다. 지금 함께 있다는 것 마저 잊은채

 

 미련하게 굴고 있는건 자신 뿐인것 같았다. 그 작은 미련들은 털어내고 싶어도

 

 날려버리고 싶어도

 

 

 마음속이 젖어서 얇은 먼지가 그 위에 묻은듯 쉽게 닦이지 않을 것만 같았다.

 

 

 

 

 

 

 

 -

 

 

 

 

 

 지혁은 거의 본능적으로 , 하민이에게 향해 있었다. 병실 앞- 그 모든 시간 사이사이에 잊지 않고 그랬듯

 

 가슴 가득 작약을 끌어 안고서-....

 

 

 

 

 정말 이상하게도- 그녀를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나- 그 사고후에 변함없이 힘든 일이었음에도

 

 그녀를 만나는 시간은 언제나 ... 힘들면서도 의지가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변함없는 그녀를 볼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것또한 두가지였다. 변함 없어서 절망적이고- 더 나빠지지 않았으니 안심이고....

 

 

 언제나..... 두가지였다.

 

 

 

 

 꽃이 시들었을리는 없었다. 당연히, 그럴리 없단거 알았지만

 

 

 

 

 지혁은 생각 할 틈도 없이 이곳으로 향했다.

 

 

 그 사고 , 그리고 그 모든 일 사이에도 그는 , 힘들어 질 때마다 그녀에게 향했다

 

 손을 잡고 그녀에게 물었다. 대답따윈 들릴리 없었지만 그렇게 있으면 해답이 떠오를 때도 있었다.

 

 

 하임에겐 어딜 다녀왔는지 결코 말을 못하겠지만...

 

 

 

 잠 못들때마다 들리는 것 같은... 한번도 들은 적 없었던

 

 그녀의 악에 받친 목소릴 생각하니... 그녀의 얼굴을 확인이라도 하고 싶었다.

 

 

 

 

 오는 내내 몇번이나 '돌아갈까' 생각했다.

 

 

 

 

 

 자신이 그와 헤어지고 가장 먼저 보고싶었던 얼굴은 당연히 하임이었다.

 

 

 

 

 

 그런데 그의 말을 곱씹고 나니... 한손을 놓을수 있을까 하는 생각, 전날 밤에 아주 낮게 스치던 그 마음이 떠올랐다.

 

 그래서 해답을 찾는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실 앞- 그는 이상할 정도로 떨렸다. 마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창은 살짝 열려 있었다. 아주머니는 하민 옆에 앉아서 책을 읽고 계셨다.

 

 지혁이 기척을 내자 아주머니는 고갤 들었다.

 

 

 

 

 

 "잘- 지내셨어요?"

 

 지혁이 인살 건내자 아주머니는 더 없이 인자하게 웃으신다.

 

 

 

 

 "어머, 꽃 아직도 싱싱한데-.."

 

 

 지혁은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꽃은게 아니라서..."

 

 아주머니는 웃으며 "자리 좀 비울게요- ...그럼... 그 사이에..."

 

 

 낮게 말하며 병실을 돌아 나갔다.

 

 

 

 

 

 지혁은 꽃을 비우고 제 손으로 꽃을 예쁘게 꽃는다. 어머니의 강요로 억지로 꽃꽃이를 배운적은 있었다.

 

 그걸 이렇게 쓸 줄은 상상도... 그 당시엔 상상도 못한 일이었지만-

 

 

 

 꽃는 내내... 하민이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으려 애 쓴다.

 

 다 꽃고 나자... 옆에 올려두고... 옆에 놓인 의자에 그는 쓰러지듯 앉았다.

 

 

 

 그리고 숨을 한움큼 머금고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였다.

 

 

 

 가을 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여전했다. 여전히 얼어버린듯 그 시간에 멈춰 있는 얼굴

 

 약하게 남은 그녀의 향기와- 한가득 꽃힌 기계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이고 날카로운 기계음...

 

 

 지혁은 손을 조심스레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아본다. 그 손을 얼굴에 가져다 대어본다.

 

 힘 하나 없는 그 손이 지혁의 손에 잡혀 그의 얼굴을 쓸어내린다.

 

 

 차마 소리는 내지 못하고 그녀에게 묻는다.

 

 

 

 '내가 너를 놓을수 있을까?'

 

 '너를 놓아야만 한다면... 그녀를 놓칠까 한손으로 안되서 한손이... 더 필요하여서

 

 너를 놓아야 하면?'

 

 

 

 

 '너는.......

 

 

 

 

 

 나를 많이 원망할까?... 내가 사라져 버렸으면 하고 소망할 만큼....내가 미울까?'

 

 

 

 

 

 

 

 

 

 마치 백일몽처럼 지난 날의 기억이 현실처럼 짙게 스친다.

 

 그날 우리는 가을 여행을 나선 참이었다.

 

 

 빛이 지금처럼 이랬었다.

 

 가을빛으로 물든 언덕과 앞에 보이는 호수- 그게 어디 쪽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민이는 카멜색 트렌치 코트를 입었었다. 얇은 코트- 거기에 머금어 져 있던 향기...

 

 우린 실없는 이야길 하면서 웃었고- 서로의 프레임앞에 서서 한없이 많이 사진들을 찍었다.

 

 떨어지는 낙엽- 그녀는 웃으며 내 얼굴을 보려 돌아섰다. 그녀를 살짝 살짝 스치며 떨어지던

 

 그 선명한 노란빛의 낙엽들 그녀의 머리칼에 들던 빛 ...

 

 

 "너는 내가 왜 좋아?"

 

 

 그 질문은 지혁 자신의 질문이었을 것이다- 하민이는 그 질문에 웃었다. 그녀답게 상큼하게

 

 "에... 그건 여자 전용 질문인줄 알았는데-"

 

 

 그때 자신은 퍽도 느끼했었나 보다 그녀의 턱을 손으로 잡고 또 물었다.

 

 "응? 대답해줘-"

 

 "사실은 처음엔 싫었어-"

 

 

 하민의 그 답에 자신이 예상했던 것 보다고 큰 충격을 먹었던 것도 스스로 기억난다.

 

 

 "알아... 아는데 뭘 말로 하고..."

 

 그때 그녀는 굳이 내가 얼굴을 붉게 만들지 않아도 아름답디 아름다운 홍조를 볼에 품고 있었다.

 

 

 

 "그런데 , 당신이 내 발을 치료해 줬던 날 알았지- 당신이 생각보다 슬픈 사람이라는 걸-

 

 어두운 면을 밝음으로 감추고 있구나... 알고 나니 더 이해가 되더라-

 

 나도 싫은 거 많아.

 

 

 참고 긍정적이어야 한다 , 너는 늘 그래야 한다 그래서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 버렸지... 그런데 당신처럼 솔직할수도 있었던 거였다 싶으니까

 

 이해가 쉬워졌어... 그러고 나니 당신 눈이 마음속에서 잊혀지지가 않는거야

 

 이상할 정도로-..."

 

 

 

 

 하민이는 거기서 말을 잠시 멈추었었다.

 

 

 "그 눈이 시작이었고- 그렇게 당신을 만나다 보니.... 당신이 너무 좋아져 버렸지 모든 습관도

 

 당신의 그 장난치는 성미도- 또 밝은데 진중한 것도... 자신의 것 외엔 탐내지 않는 욕심 없는 성격도...

 

 한가지로 압축할수는 없어- 왜 좋아하냐고 물어도 대답할수가 없어-

 

 

 내 안에 사랑은 하나고- 그 사랑은 분명 당신이라는 것이 확실한 사실일 뿐이지-

 

 당신을 사랑해.. 많이 ,"

 

 

 "사랑해-"

 

 

 "어제 보다도.. 오늘 더 "

 

 

 

 마지막 말은 아마 제 입으로 중얼거린 말이었을 것이다-

 

 

 

 

 

 

 

 

 지혁은 그제야 고갤 들었다. 그때 그녀의 볼에 돌던 생기도

 

 

 발그레 빛을 띄었던 입술도 지금 눈 앞에 누워있는 그녀에겐 전혀 없다.

 

 

 

 

 

 잊었다

 

 

 

 

 그녀의 그런 시간을 빼앗은건 나였는데

 

 그녀의 손에 힘이 하나도 없어

 

 내가 손을 놓치면 그녀의 손은 툭 떨어진다 하여......

 

 나는 선택이란걸 할수가 없는데.....

 

 아무런 말도 할수조차 없는데.............

 

 

 

 세진의 얼굴과 하임의 얼굴이 스치고 지혁은 손에 힘을 살짝 빼었다.

 

 그러자 자신이 생각한 대로 손에서 손은 툭 하고 떨어졌다.

 

 

 그 아픔을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정말로 떨어져 버리자

 

 지혁은 눈에서 투두둑 떨어지는 눈물에 더 놀랐다.

 

 

 

 

 

 황망히 얼굴을 쓸었다.

 

 

 

 얼굴에서 계속 눈물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상한건 슬퍼하고 있다고 스스로 자각도 못했다는 거였다

 

 

 

 스스로 깨닫지도 못하고 있었다는 것-

 

 

 

 

 지혁은 떨어져 있는 그녀의 손을 가지런히- 모아 주었다. 그러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굴에서 황망히 눈물이 떨어졌다. 제 눈물이라고 믿을수 없는 눈물이었다.

 

 그는 뒤를 돌아 나왔다.

 

 아무런 생각도 들질 않았다. 그저 도망치듯 그 자리에서 나왔다.

 

 넘어질것 같았다. 다리가 너무나 쓰려서

 

 

 경보처럼 , 아주 오랫만에 울려대는 경보처럼

 

 

 

 예리하고 잘 벼려진 나이프가 다리를 좍좍 긁는 것 같았다.

 

 

 

 

 

 

 나는 떠나고 있는데- 다리는 마치 떠나기 싫은 듯이 거기에 머무르겠다고

 

 

 통증으로 내게 경고했다.

 

 

 나는 힘겹게 다릴 옮겼다.

 

 

 

 

 

 

 

 

 

 -

 

 

 병원 앞에서 택시를 잡으려면 한참을 걸어야 했다.

 

 

 그 길이 아득할만큼 멀게 느껴졌다.

 

 

 

 

 그래도 돌아가려.. 한걸음씩 조심스레 걸어 나오는데........

 

 앞에 낯익은 차가 서 있었다.

 

 강비서였다.

 

 

 

 

 

 

 눈치도 빠르군-... 지혁은 한숨을 내 쉬었다. 눈물로 끈적이는 얼굴을 손수건을 꺼내서 정돈하였다.

 

 그래도 강비서는 알아 챌 테지만-

 

 

 차에 올라타자 강비서는 간단한 질문부터 먼저 했다.

 

 

 

 

 "집으로 가실 건가요?"

 

 나는 그 질문엔 대답하지 않고 나도 질문 먼저 했다.

 

 "여기 있는 줄은 어떻게 알았어-"

 

 

 

 "....... 전화 드렸는데 안 받으시고- 집에도 안 계시고.... 그럼 여기겠지 싶어서

 

 앞에 와서 기다렸어요-"

 

 

 "....."

 

 

 

 

 나는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강비서가 되 물었다.

 

 

 

 "우셨어요?"

 

  나는 예상한 거 보다 더 불쾌감을 느꼈다.

 

 "..........왜 물어-"

 

 

 

 강비서는 내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눈이 빨갛게 부으셨거든요-

 

 나는 이 모든 것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져 퉁명스레 되 물었다.

 

 

 

 "꼭 할말... 있었어?"

 

 

 

 

 내 말에 강비서는 차를 몰면서 망설이는 듯이 나를 흘긋흘긋 바라보았다.

 

 나는 강팍하게 말을 꺼냈다.

 

 

 

 

 "... 내 성질 알면서- 그냥 쏴 망설이지 말고- 어머니가 뭐라셔?"

 

 

 

 "....... 작가님... 저를 믿으세요?"

 

 

 한참만에 강비서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상한 말이었다. 자신을 믿냐고?

 

 

 

 ".... 때에 따라 좀 다르지만..."

 

 

 

 내 시큰둥한 대답에 그는 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웃음인데 전혀 웃음같이 들리지 않았다. 너무나 쓸쓸함을 머금고 있어서.

 

 

 

 차라리 한숨소리 같이 느껴졌다.

 

 

 "그럼 , 저 한 15분만... 친구 입장에서 잔소리... 좀 드려도 되나요?"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비서는 근래에 한번도 그러지 않았으면서 아주 예의 바르게 물었다.

 

 

 

 "........ 그래도.. 될까요 작가님?"

 

 

 강비서는 되 물었다. 늘 버벅대거나 징징대거나- 혹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서툴러서 '비서' 보단 다른게 어울리던 녀석이

 

 얼굴에 그야 말로 비서같은 마스크가 붙어 있었다. 나는 다르게 질문하려다, 그의 말을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

 

 

 

 "...... 그래......... 해봐-"

 

 

 ".... 장하임씨.... 좋아하세요?"

 

 

 그의 질문은 내 가슴에 크나큰 파동을 일으켰다.

 

 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감정을 서로가 아닌 남에게 증명하고 알리고 해야 하는걸까...

 

 

 

 

 "왜 물어?"

 

 

 

 "좋아하시죠-... 알고 있었어요"

 

 

 

 

 강비서는 마치 후회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때 이럴줄 알았으면 다른 충고를 드릴걸 그랬어요-"

 

 

 

 

 "........"

 

 

 

 

 

 "작가님.... 하임씨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겪어보니까 좋은 사람이기도 하더군요..... 작가님이 드디어 누군갈 좋아하시게 된건 저한테도 기쁜 일이고...

 

 작가님한테도.... 정말....... 좋은 일이지만......"

 

 

 

 

 그는 그까지 말하곤 입을 깨물었다. 말 해도 될까 망설이는 것 처럼

 

 

 

 "뭐야"

 

 나는 대답을 재촉했다.

 

 

 

 

 그 말이 어떤말인지 알것만 같아서 그게 더 두려워서-

 

 

 

 "..... 하임씨도 행복할까요?... 작가님은 일상적으로 일어나시는 일들이지만.... 제 눈에도 가족끼리 사진을 찍어서 안부를 묻는 건....

 

 이상한 일이에요- 이토록 건조하게 서로를 대하는 가족도... 또 욕심때문에 서로를 미워하는 형제도 그렇구요-"

 

 

 

 

 "..... 말 조심해-"

 

 

 

 

 내 목소리는 끝도 없이 낮아졌다.

 

 눈매도 그럴 것이었다. 눈이 뜨거워졌다.

 

 

 

 치욕스럽고 부끄러웠다. 그의 말 대로였다.

 

 그의 말에 틀린 점이 없었다. 그게 치욕스러운 포인트겠지.

 

 

 

 강비서는 마른 입술을 제 손으로 살짝 쓸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마 상관하지 않을 거에요-.... 적어도요 작가님이 움직이신게 아주 한참만이니까...

 

 저는... 작가님 사람이니까 오롯히 작가님을 위해 드리고 싶은데... 딱 15분만요... 저도 알아요 이게 주제넘은 짓인거

 

 그래도 말씀 드릴래요- ...

 

 

 하임씨가 먼저- 작가님에게 빠져 있는것 정돈 알고 있었어요.. 하임씨는 거짓말에 서투르신거 같더군요,

 

 저는 작가님이 달라지실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하임씨만 안됬다고 생각했었죠........

 

 

 그래도.. 작가님도...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어요... 상상도 못했어요........

 

 하임씨는..... 평범한 분이에요- 작가님.... 그런 분과 만약, 다른 일도 계획하고 계시다면요...."

 

 

 

 

 "...."

 

 

 

 

 난 내 무릎을 꽉 쥐었다. 그는 아마 봤을 것이다. 그래도 말을 이었다.

 

 강비서는 똑똑한 애였다. 적어도 내 곁에선 그는 머리를 굴리는 쪽이었다.

 

 

 그 아이를 내 사람으로 얻은건 물론 좋은 일이었지만....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눈치 빠른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난 장하임과의 사이를 단 한번도 ...아니.. 제대로 이야기 해 준적이 없다. 강비서에게-

 

 

 그래도 그는 이미 짐작을 넘어서 - 사정정돈 다 알고 있었다.

 

 

 

 

 

 "좀더- 좀 더 조심하세요- 좀 더... 신중하세요......

 

 신중하셔야 해요- 어쩌면 놓아야 할게 더 많아 질지도 몰라요-

 

 노력.. 하셔야 해요..."

 

 

 

 "..........."

 

 

 

 "....... 제가 드릴 말씀은 이게 끝이에요- 작가님도 하임씨도 괜시리 힘들지 않으셨으면 해서

 

 제가 주제넘게... 한 말씀 해 드리고 싶었어요-... 그 외에도

 

 어머님이 아직도 사람 안 떼셨어요 이사님 때문에 그러신거 같던데- 여전히 붙여는 두셨어요

 

 어찌되었든 두분 다- 작가님한테 좋아질 일은 아니니까요-

 

 그러니 조심 하세요- 무슨 일이든.. 신중하시고요-

 

 그리고... 이사님이 심기가 굉장히 불편하세요 무슨 일을 벌이실지 모르니까... 그것도 조심하시라고요-"

 

 

 

 

 

 

 나는 아주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경고하러, 온건가?"

 

 

 딱딱해진 내 말투에 강비서는 정말 슬프다는 듯이 웃었다.

 

 왜 자신까지 의심하는지는 알지만- 그럴것 없다는 듯한 목소리...

 

 

 

 "경고... 아니에요 작가님... 저는 작가님도 아시다 시피 작가님 사람이에요

 

 회장님 생각 처럼 , 회장님 사람도 아니고... 하물며 사모님 사람도 아닌 작가님의 사람이요....

 

 

 작가님이 다치지 않으셨으면 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작가님을 생각해서 드리는 말씀이요-

 

 제가 물론 막아 드릴수 있는 거라면 막아 드리겠지만...."

 

 

 

 

 

 

 나는 잠시 침묵하였다.

 

 

 그리곤 한 생각이 머릴 스쳐서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부탁하였다.

 

 

 

 

 

 "아버지, 어머니- 물론 형도 모르게 차 한대 부탁해- 눈에 안띄는 모델로- 눈에 안 띄는 색으로- 선팅 짙게 부탁할게-

 

 회사차나 그런건 안되- 번호봐도 누구 차 인지 몰라야 해- 명의는 상관 없는 사람이어야 해 -실력있는 사람이라면 명의자가

 

 누군지도 알아낼 테니까- ..... "

 

 

 

 

 "......"

 

 

 

 

 강비서는 고갤 돌려 나를 보았다. 그 차를 무슨일에 쓰려는 지 안다는 듯이-

 

 

 

 

 "넌 알고 있다며- ....

 

 한번도 너한테 말 못해준건 정말로 미안해...."

 

 

 

 "....."

 

 

 

 강비서는 생각에 잠겨 보였다.

 

 나는 별수 없이 말을 이었다.

 

 

 "한가지 분명한건.... 내가 대책없이 뛰어 든 것이 아니라는 거야...... 나도 간절하게 원했어

 

 원하면 안된단걸 아는데 ... 멈출수가 없었어-

 

 

 

 

 그런 내가... 너도 부도덕하다고 생각해?"

 

 

 

 그 말에 강비서가 고갤 들었다. 눈에는 충격이 서려 있었다.

 

 

 "말도 안됩니다 작가님... 작가님이 어떤 시간을 보내셨는지 뻔히 알고 있는데-

 

 저는 단지..... 그 시간을 하임씨가 감당하실수 있으실지.........."

 

 

 

 

 "나도..... 그게 걱정이야

 

 

 

 .........

 

 아니 감당하게 하는게 맞는 일인지도 사실 분간이 잘 안가-"

 

 

 

 

 

 내 쓴웃음에 그는 나를 쳐다보았다. 너무나 안타까워 하는 표정으로-

 

 

 

 

 "나 제대로 ....그 여잘 보호하려고 애 쓰고 있어- 온 힘 다 해보고 있어-

 

 그게 되길 ... 바랄 뿐인거고-"

 

 

 

 강비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내릴 때 나보다 앞서 준비해 두었던 목발을 건내고 내 차문을 열어 주었을 뿐이다.

 

 

 나는 내 문제를 알게 되는 사람은 모두 불행하다는 생각에 내 스스로가 몹시 불행하다고 느껴졌다.

 

 그는 내가 건물로 사라질때 까지 날 지켜보았다. 말 없이 - 그리고 내가 돌아볼 때 쯔음 그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

 

 

 

 

 조심스레 복도에서 한걸음씩 내 딛고 있는데 그녀의 집 문이 살짝 열리고 그 틈에서

 

 토끼같은 얼굴이 쏘옥 나왔다.

 

 그토록 보고싶었던 얼굴이었다.

 

 

 나도 모르게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에 쓰지 않던 근육들이 이상하게 간질거렸다.

 

 

 

 마주쳤을때 우리는 어느새 웃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핀 웃음이 가슴까지도 번져버리는 것 같았다.

 

 

 

 그녀의 웃음의 꼭 닮은 노란 민들레가 씨앗을 확 바람결에 날려 버리듯이

 

 

 마음에 자리를 잡은 씨앗들이 동시에 노랗게 피어 오르는 것 처럼-

 

 

 

 

 그녀는 활짝 꽃이 핀듯 웃다가 내 다리를 보곤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

 

 그러다가 다시 밝은 척- 발에는 슬리퍼를 끌고- 그녀의 얼굴은 아기처럼 앳띄어 보였다.

 

 

 

 

 "다리는 왜 아팠어요?"

 

 

 

 

 그녀가 모른척 묻고 나도 모른척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한손으로 목발을 지탱하면서 한 손으로는 그녀를 감싸 안을 뿐이다.

 

 심장이 터질만큼 많은 말들을 하고 싶지만- 내가 들은 이야기나 내가 생각하는 이야기들을... 해주고 싶지만

 

 

 그녀는 몰랐으면 한다. 차라리 모른다면 맘이 가벼울 테니까-

 

 무겁고 힘든건 나만 해도- 충분하니까... 지금 당장은-

 

 

 

 

 

 그녀는 내 가슴께에 코를 묻고서 내 향기를 들이 마시는 듯 숨을 쉬었다.

 

 그 숨에 내 맘이 더 안심이 되었다. 여지껏 대체- 이 숨 한줌없이 내가 어떻게 버텨온건지 알수 없을만큼

 

 

 마음이 안심이 되었다.

 

 

 

 

 그 남자의 불안한 말이 벌써 멀어진 것 처럼 맘이 안심이 된다.

 

 

 

 대책없이 부드럽고 행복하게 만드는 그녀는 나의 피난처다

 

 단 하나밖에 없는...

 

 

 

 내가 걸을때 그녀는 부러 날 부축하지 않는다.

 

 

 내가 걸을 만큼 천천히 시간을 들여 옆에서 걸어준다.

 

 

 문에서 신발을 벗는 것도 돕지 않는다

 

 

 

 

 참 이상한게- 도와야 된다고들 다들 생각하는데... 그게 날 더 약한 기분에 젖게끔 한다.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인 것처럼-

 

 

 

 

 그녀는 그런 점에선 나를 너무 잘 안다.

 

 

 

 단지 기다려 준다.

 

 

 

 내가 천천히라도 와서 걸을수 있도록.....

 

 

 

 그녀는 알았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묻지 않는다. 내가 하민이에게 가는지- 혹은 앞으로 갈건지 따위를 한번도 묻질 않았다.

 

 참 이상한게.. 나라면 궁금할 테고- 아마 그녀도 궁금할 텐데

 

 

 

 

 겉으론 전혀 내색하지않는다. 오히려 미안한 것처럼 보인다.

 

 마치 하민이에게서 나를 빼앗았다고 생각하는 것 처럼......

 

 

 "잘 다녀 왔어요?"

 

 

 그녀는 내가 앉기를 기다려 밝게 말을 건다.

 

 내 입을 타고 나오는 말은 말도 안되게 다정해서 내가 다 놀랄 정도다.

 

 

 

 "응 다녀왔어- 오래 기다렸어?... 내 발소리가 들리던가?"

 

 

 그녀는 그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문가에 귀 기울이고 있었거든요..."

 

 나는 그녀가 나를 그만큼이나 기다렸다는 것과- 그 사이에 하민이에게 다녀온 나에게 또 한번 환멸을 느꼈다.

 

 

 

 그러나 손은 마치 그런 적 없는 것 처럼 그녀의 이마께에 붙은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갈색눈은 오롯히 날 향해 있었다.

 

 

 

 내가 원했던 것 처럼-

 

 

 

 

 "산책갔다가 제이미를 만났어요-"

 

 

 그녀가 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잠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래... 제이미를 잊고 있었구나

 

 

 "제이미..? 아직 여기 있어?"

 

 "네- 저도 그것때문에 놀랐는데.. 제이미는 왜 그런걸로 놀라냐는 식이던데.."

 

 

 

 그녀는 개구지게 웃었다.

 

 

 "제이미는 참 재밌어요- 같이 있으면..."

 

 그녀가 편안해 보이게 웃었다. 나와 있을때는 조금 달라보이는 표정-

 

 나는 그녀의 볼에 손을 가져다 댄다- 그 웃음이 오래 갔으면 해서 -

 

 그러나 그녀는 내 손이 닿자- 내 손을 제 손으로 감싸쥔다. 미소는 여전하지만 약간은 조심스러워 지고

 

 

 나는 그 손에- 아까 꽉 쥐고 있지 않으면 툭 떨어지고 마는 손이 생각나고 목이 말라지는 기분이다.

 

 

 

 

 

 "여기서 한동안 살 생각인가봐요- 요 앞 동물병원에서 일 하고 있던데요?"

 

 

 "뭐?... 까망이 데리고 간 그 병원?"

 

 

 

 "앗.. 당신도 간적 있어요? 벌써 사람들이 다 제이미를 편하게 여기더라구요-

 

 왜 거기였는진 모르겠는데......"

 

 

 

 지혁은 말 없이 까망이를 데리고 건조하게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때를 찬찬히 떠올려본다.

 

 제이미와는 속 얘기 한것은 어느정도 선이 다라서 그가 왜 하필 거기를 택했는지 까지는 모르겠다.

 

 

 

 그녀는 웃었다.

 

 

 

  그리곤 내가 그제야 재킷을 벗자 내 가슴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파고 들었다.

 

 귀여운 아기토끼처럼- 코를 킁킁대면서- 나는 웃고 말았다.

 

 

 "간지러-"

 

 

 "간지러우라고 그랬어요- "

 

 

 

 

 그러면서 고갤 살짝 들면서 말한다.

 

 "마음이 안심되요 당신 향기를 이렇게 맡고 있으면-...."

 

 

 내가 머릴 쓰다듬자 그녀는 살짝 눈을 감는 듯 했다.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대화 하고 왔는지... 신경 안 쓰여?"

 

 그녀는 고갤 들었다.

 

 

 "신경 써야 할 대화를... 했어요?

 

 

 

 나는 말을 꺼내야 할지 말지를 조금 망설였다. 이 신호 자체가 나를 고민하게 하는 어떤 것이었다.

 

 사랑은 내게 늘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저지르고- 부딫히더라도 그것 자체로 행복해지는 거였다.

 

 

 적어도 내가 배워 온 내가 느껴 온 사랑이란건 그랬다.

 

 

 지난 사랑이 너무 고통이 컸기에 나는 지금 말하자면 몸을 사리고 있는것이었다.

 

 

 겁이 나니까

 

 

 이 사람까지 잃고 나면 더 이상 내가 잃을게 없다는 두려움-

 

 아니 잃을게 없으면 오히려 용감해야 되는데

 

 

 이 사람을 잃을수 없다는 게 날 겁나게 하고 있었다.

 

 

 

 이미 추락해서 바닥인데- 겨우 나를 끌어 올려준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아주 무서운 아득함-

 

 만약 추락하게 된다면 , 거리가 가늠이 안되리라는 걸 아는- .... 미지의 공포

 

 

 "그랬지.. 여유가 넘치더라- 내가 그 사람을 설득하러 나간 것 같은 기분이었어-"

 

 

 나는 비교적 솔직하게 말했다. 내 손에 얼굴을 맡기고 있던 그녀가 고갤 홱 하고 들더니 물었다

 

 "뭐라고 했는데요?"

 

 

 

 "..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내가 꼭 그렇게 할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단 그렇지 않을땐 자신에게 기회가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그녀가 조금 화가 나 보였기에 난 적장히 수위 조절을 했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곤 화가 사라졌는지

 

 내게 말했다.

 

 

 "그 아이 없이 보낸 시간도 분명 있는데... 그 아이한텐 왜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거 같을까요

 

 늘 그래요- 내 마음의 감춘 부분까지도 아이는 일정 알아버려요, 거짓말이 아니고 진정 그렇게 생각하지만

 

 몰랐으면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누구에게나.. 그런데 그것까지도 알아 버리니까요-

 

 여유는... 잘 아는 나로써 말해주자면-"

 

 

 그녀는 그러고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

 

 

 "이런 말 해주는게.... 조금 미안하지만.... 당신이 신경쓰여 하는거 같으니까 말 해줄게요

 

 아마... 마음의 결심이 섰고- 또 당신에게 더 없이 당당해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에요

 

 세진이는 화가 나거나 감정이 흔들리면 겉으론 더 예의가 바르고 더 침착해져요-"

 

 

 "그건 노력하지 않아도 알수 있었어.. 전에 나도 그랬었거든-"

 

 내 대답에 그녀가 고갤 갸웃하면서 물었다.

 

 

 

 "얼마나 전이요?"

 

 

 "당신을 만나기 조금 전-"

 

 

 

 "...."

 

 

 

 

 "형이 그랬었지 내가 하는 말은 예의가 바를 수록 더 싸가지 없게 들린다고 그러더군-

 

 그것도 한정된 사람만 그랬었어- 강비서한텐 다이렉트로 말 하곤 했었으니까-

 

 돌이켜봐도 강비서가 사표 안낸게 기적이군- "

 

 

 

 강비서가 했던 말이 귓가를 스친다- 포근한걸 몰랐더라면 상관 없을수도 있다. 탐이 이미 나 버린걸 놓을만큼 난 강인하지 않은데...

 

 왠지 모두- 좋은 사람들은 모두 나보다 장하임을 염려하는거 같다. 그녀가 너무 부드러워서

 

 내가 그녀를 안으면 그녀에게 생채기라도 잔뜩 날 것처럼......

 

 

 

 

 강비서는 염려하고 있었다.

 

 

 나도- 또 시작되는 사랑이 그저 행복한 핑크빛이 아닌 하임도...

 

 강비서에게 말을 거칠게 해 놓고서 나도 후회가 되었다. 그런 말을 한건 그도 아마도

 

 지켜보기엔 너무나 위태롭기 때문이었을 것이었다.

 

 

 

 

 우리는 이제- 시작인데.....

 

 

 

 그녀는 다정하게 내게 말을 이었다.

 

 

 "강비서님한테.. 잘 해드려요 그 분 말을 그렇게 안하셔도 당신 되게 챙기고 계세요- 언제나 건강부터 걱정하죠-

 

 보통 건강 걱정부터 나오는 사람들은 정말 그 사람을 아끼는 사람이 많거든요- 이익이나 그런 이야기 하지 않고

 

 건강부터 묻는 사람이요-"

 

 

 

 나는 그 이야기에 웃었다. 그녀다운 따뜻한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신 답군- 얘기까지 따뜻해-"

 

 

 

 "나 답다고요? 나보고 따뜻하다 따뜻하다 하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는것처럼 느껴져요-"

 

 나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며 그녀를 살짝 껴안았다. 그녀가 입은 짧은 반바지가 눈에 들어와서 옆에 걸쳐져 있던

 

 

 숄을 댕겨 다리를 덮어 주었다.

 

 

 

 

 "당신 , 나 때문에 행복한가?"

 

 

 내 질문에 그녀는 나를 다시 그 말간 눈으로 쳐다보았다.

 

 

 "행복해요-"

 

 

 

 더 말할 여지도 주지 않는 단호한 대답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 내가 그럴수 있으면 좋겠어-"

 

 

 

 

 "그렇게 할수.. 있을거에요 당신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언제나 강했으니까-"

 

 

 

 "내가?"

 

 

 

 "그럼요- 당신은 강인한 사람이에요....."

 

 

 

 

 그녀는 내 얼굴을 한손으로 감쌌다. 내 얼굴을 쳐다보는 그 얼굴에 난 그녀에게 차마 말은 못했지만 한손을 놓는다

 

 

 그리고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말해 줬더라면 더 좋았을까?

 

 하지만 말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내려 놓았다.

 

 아주 오래 그러기를 기다렸던 것 처럼-

 

 그녀의 팔이 내 목을 감싸길 기다렸던 것 처럼

 

 그녀는 키스가 끝나자 안타까울 정도로 행복하게 웃었다.

 

 

 

 나도 웃었다.

 

 

 민들레 꽃이 영원히 시들지 않길- 간절하게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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