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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긴급회의
작성일 : 22-03-16 21:38     조회 : 115     추천 : 0     분량 : 7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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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럴 시간이 없어.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 달구로 들어가야 해.”

 

 쿵! 쿵!

 

 하지만 현실은 지하 3층 가장 구석 실험실이었다. 문 밖으로 단 한 발짝도 내밀 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어떻게 만들었길래 꿈쩍도 안 해?”

 

 카쟝은 어깨에 발바닥만 한 멍이 들고 나서야 탈출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는 백민관이 누워있던 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유리창 밖을 바라봤다.

 

 “이 장소를 아는 사람 중에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강일호 뿐이야. 근데 강일호도 지금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상황이고.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야.”

 

 카쟝 입장에서는 한시가 바쁜 상황이었지만 돌파구는 바늘구멍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백민관과 몸이 바뀌는 걸까.”

 

 카쟝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백민관과 몸을 바꾼 뒤에는 풀어주려나?”

 

 카쟝은 1초도 낭비하기 싫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곳을 탈출해서 흑사단의 거점으로 들어가야 했다.

 

 “후우...”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면서 숨을 고른 카쟝은 다시 자세를 잡았다.

 

 쿵! 쿵! 쿵!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는 했다. 하지만 강화유리는 카쟝의 몸통 박치기를 수백 번을 넘도록 완강히 견디고 있었다.

 

 그렇게 1시간을 더 도전하고서야 카쟝은 바닥에 드러누웠다.

 

 “하아... 하아... 무리야.”

 

 그쯤 되니 백민관이나 우 박사에게 화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속은 자신에게 화가 났다.

 

 “백민관이 정신을 차렸다는 걸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숨은 턱밑까지 찼고 온몸은 멍투성이었다. 그때 카쟝의 귀가 쫑긋 섰다.

 

 쿠궁. 쿠궁.

 

 실험실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지? 백민관인가?"

 

 카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쿠궁. 쿠궁.

 

 “이건, 엘리베이터 소리가 아닌데?”

 

 둔탁한 물건으로 금속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텅!

 

 곧이어 지하 3층 중앙 환기구가 열렸다. 카쟝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환기구를 바라봤다. 열린 환기구로 얼굴 하나가 등장했다.

 

 “저 사람은...?”

 

 카쟝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강일호의 비서인 성민석이었다. 민석은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바닥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하얀 와이셔츠에는 먼지가 들러붙어 새까매져 있었다. 카쟝은 곧바로 주먹으로 유리창을 두드렸다.

 

 쿵. 쿵. 쿵.

 

 민석은 그 소리에 반응했다.

 

 “거기 누구 있어요?”

 

 민석은 주위를 경계하며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의 앞에 나타난 익숙한 얼굴.

 

 “사장님?”

 “어?”

 “사장님 아니에요?”

 

 카쟝은 그 순간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분장이 벗겨져 일호와 유사한 외모가 되어있었다. 게다가 조명도 어두웠던 탓에 일호와 더욱 비슷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카쟝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어, 성 비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왜 여기 갇혀계신 거예요?”

 “누군가 날 가뒀어.”

 “밖에서는 흑사단이 사장님 납치했다고 난리인데 이렇게 여기 계실 줄은 몰랐어요.”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지?”

 “그게... 설명하기 조금 복잡해서요.”

 

 사장과 우 박사를 의심하다가 여기까지 들어왔다는 사실을 사장에게 직접 말하기가 민망했다.

 

 “그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성 비서의 난처한 표정을 읽은 카쟝은 일단 그를 이용하기로 했다.

 

 ‘보아하니 백민관과 우 박사 편은 아닌 것 같아.’

 

 “그래도 여긴 비밀공간인데 용케 찾아왔네.”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아니지. 성 비서도 내 측근인데 내가 안 알려준 거니. 그건 그렇고 성 비서, 나 좀 여기서 꺼내줘.”

 

 카쟝의 단도직입에 민석도 유리창 앞까지 다가왔다. 민석은 출입문을 관찰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카쟝을 바라봤다.

 

 “제가,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지금 경찰서나 소방서에 신고해서 구출해 달라고 할까요?”

 “아냐, 아냐. 그렇게 일 벌일 거 없어. 그 정도로 큰 일도 아니고.”

 “지금 바깥에서는 사장님 찾으려고 난리예요. 다들 사장님이 흑사단한테 죽은 줄 알고 있어요.”

 “그건 나도 짐작하고 있었어. 다만 지금 상황에서 바깥사람들에게 나의 상황을 말할 수가 없어.”

 

 민석은 그 이유를 듣고 싶었지만 상대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고개만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따로 외부인을 부르진 않겠습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죠?”

 “일단 아성호텔로 가서 내 사무실로 들어가. 사무실 책상 가장 마지막 서랍이 잠겨있을 텐데 그 서랍을 부수든 자르든 해서 열어야 해.”

 “알겠습니다.”

 “그 서랍 속을 뒤지면 열쇠랑 카드 같은 것들이 들어있을 텐데, 전부 가져와.”

 “지금 당장 다녀오겠습니다. 근데,”

 

 성 비서가 카쟝을 유심히 쳐다봤다. 카쟝은 민석의 눈빛을 보고 살짝 당황했다.

 

 “뭐가 문제지?”

 “여기 들어오는 건 환기구를 타고 들어온 건데 다른 출입구는 없나요? 다시 천장으로 올라가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카쟝은 수갑 찬 팔을 들어 승강기를 가리켰다.

 

 “저기 보이는 엘리베이터 있지? 저걸 타고 30층 버튼을 누르면 돼. 그리고 밖에 나가서 나를 봤다는 사실을 절대로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돼. 우 박사에게도 말이야.”

 

 카쟝은 우 박사를 말할 때 더욱 강조했다.

 

 “알겠습니다.”

 

 민석은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이거 왠지 불안한데....”

 

 카쟝은 뜬금없는 민석의 등장이 의심스러웠다.

 

 “여길 어떻게 들어온 거지?”

 

 일호가 민석에게 이곳의 존재를 알려줬을 리도 없었다.

 

 “알려줬다면 환기구로 들어오지도 않았겠지. 아무튼 지금으로서는 믿을 구석이 저 사람밖에 없어.”

 

 카쟝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리창에 또다시 몸통을 부딪쳤다.

 

 쿵!

 

 “으윽.”

 

 하지만 멍든 부위만 아파질 뿐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카쟝은 몇 번 더 시도해보고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람의 힘으로 나갈 방법이 없었다.

 

 “이런 데서 백민관의 꼼꼼함이 드러나는구나.”

 

 그렇게 카쟝은 실험실 구석에서 숨을 돌렸다.

 

 30분 후, 환기구에서 소리가 들렸다.

 

 쿠궁. 쿠궁.

 

 텅!

 

 민석이 환기구에서 내려왔다. 이번에도 하수구를 탐방하던 생쥐 꼴이었다. 그는 이번엔 배낭을 매고 왔다.

 

 “뭘 가져와야 할지 몰라서 다 가져왔습니다! 엣취!”

 

 먼지를 너무 들이마셨는지 문장 문장마다 재채기를 뱉었다.

 

 “그냥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오지 그랬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엣취, 여기로 어떻게 오는지 몰라서요.”

 

 카쟝은 그 정보를 안 알려줬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어찌 됐든 수고했어. 그 가방에 들은 것들 좀 꺼내서 바닥에 놓아주겠나?”

 “네!”

 

 민석은 곧바로 가방을 열고 뒤집었다. 가방 안에서는 각종 카드와 열쇠, 그리고 필기구가 쏟아졌다.

 

 “필기구는 왜 가져온 거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나도 안 빠뜨리고 모두 챙겨왔습니다.”

 

 카쟝도 도움 받는 입장이기에 쓴소리는 할 수 없었다.

 

 “그래. 저기 저 카드 있지? 저 파란 카드. 그거를 이 문 옆에 센서에 대봐.”

 

 민석은 바닥에서 카드 한 장을 들어 출입문 오른편에 설치된 센서가 가져갔다.

 

 삑-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비밀번호도 눌러 달라고 하는 대요?”

 “000731.”

 

 백민관이 설정해 놓은 비밀번호였다. Re-Born 프로젝트를 착수한 날짜이기도 했다.

 

 띡. 띡. 띡. 띡. 띡. 띡.

 

 [잠금장치가 해제되었습니다.]

 

 드디어 해방이었다. 카쟝은 열린 문으로 성큼성큼 나왔다.

 

 “1초가 아쉬운 상황이야.”

 

 카쟝은 서둘러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옆에 있던 민석도 부랴부랴 그의 뒤를 따라갔다.

 

 “이제 어디로 가시려고요? 지금 바깥에서 사장님 찾으려고 난리인데.”

 

 카쟝은 민석와 함께 승강기에 오르자마자 30층을 눌렀다.

 

 “나의 존재를 말하진 않았겠지?”

 “당연히 안 말했죠. 사장님이 부탁하신 건데.”

 

 엘리베이터는 빠른 속도로 30층에 도달했다. 카쟝은 30층 로비에 섰다.

 

 “다행히 버리진 않았군.”

 

 카쟝은 소파에 놓여 있는 자신의 외투를 주웠다. 그는 외투에서 철사 같은 것을 꺼내 수갑 자물쇠에 넣었다. 몇 번 꼼지락대더니 수갑이 풀렸다.

 

 "우선 여기서 벗어나야겠어."

 

 카쟝은 외투를 입고 승강기로 걸어갔다. 이번에도 민석은 꼬리처럼 따라 들어왔다. 카쟝은 승강기에 타자마자 지하 1층 버튼을 눌렀다.

 

 “사장님. 외람되지만 이제 어떻게 하실 건지 알려주셔야 저도 마음 편히 도와드릴 수가 있습니다.”

 “저기, 성 비서.”

 “네.”

 “선글라스 있나?”

 “네? 네.”

 “빌려주게.”

 

 민석은 속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냈다. 카쟝은 그 선글라스를 받자마자 얼굴에 썼다. 승강기가 지하 1층에 닿자 카쟝이 민석을 바라봤다.

 

 “저기, 성 비서. 부탁 하나만 해도 되나?”

 

 지금까지 계속 부탁의 연속이었음에도 카쟝은 태연하게 부탁했다.

 

 “네. 당연하죠.”

 “그럼 나 자동차 좀 태워주게.”

 “아... 네!”

 

 성 비서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은 그때였다. 민석은 사장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자동차를 끌고 나올 생각이었다. 지하 주차장에 오면 사장의 차를 대기 시켜 놓는 일이 그의 임무였기에 그 부탁 자체가 어색했다.

 

 ‘사장님이 조금 이상하신 것 같기도 하고?’

 

 평소엔 눈치가 빠른 민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장을 미행하다가 지하 3층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속 사장의 비위만 맞추고 있었다. 민석은 사장의 부탁에 따라 임직원 전용 주차장에서 자동차를 꺼내 카쟝 앞에 세웠다. 카쟝은 그 자동차에 탔다.

 

 “어디로 갈까요?”

 “일단 학목강 근처로 가줘.”

 “학목강...이요?”

 “그래. 학목강.”

 

 민석은 자동차를 몰고 학목강으로 달렸다.

 

 “성 비서.”

 “네.”

 “혹시나 우 박사가 나를 찾거든, 성 비서는 나를 못 봤다고 하면 돼.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어느새 그들이 탄 자동차는 학목강 진입로에 다다랐다.

 

 “됐어. 여기서 세워줘.”

 

 카쟝은 차에서 내렸다. 그가 내린 곳은 한 여관 앞이었다.

 

 “이제 명장제약으로 돌아가서 원래 하던 대로 행동하면 돼. 오늘 나와 만났던 일은 모두 없었던 일로 하고.”

 “모르는 척하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그렇지.”

 “그런데 지금 경찰도 그렇고 다들 사장님 찾으려고 난리가 난 상황이에요. 사장님이 죽었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아요.”

 “나도 그건 알지만, 지금은 내가 나서면 오히려 더 위험해져.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기회에 해줄 테니 날 믿고 행동해줘. 오늘 일은 절대 발설하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조심히 들어가게.”

 

 카쟝은 앞에 있던 여관으로 걸어갔다. 민석은 그 여관을 쓰윽 훑어보고는 운전대를 돌렸다.

 

 

 ***

 

 

 “다들 모였나?”

 

 대통령은 중앙에 앉아 좌우를 쳐다봤다. 익숙한 얼굴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렇게 모이니 더 반갑네."

 

 각 부의 장관들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나란히 앉아있었다. 대통령의 관저인 적벽관에 장관들이 모인 모습은 근 1년 만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기도 했다. 그만큼 그들에게 중대한 사안이 기다리고 있었다.

 

 "추가로 초대했던 사람들도 전부 와줬군."

 

 오늘은 경찰서장 오성한과 마루 시장 임현규도 참석했다. 대통령이 오늘 회의를 위해 초대한 것이었다. 다만 달구 시장은 초대 받지 않았기에 참석하지 않았다.

 

 “빠진 사람은 없는 것 같으니 바로 회의를 시작하겠네. 우선 다들 일정이 바쁠 텐데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고. 갑자기 만든 자리인 만큼 최대한 빨리 끝내겠네.”

 

 정기 회의는 아니었다. 어젯밤 긴급하게 연락하여 만든 자리였다.

 

 “거추장스러운 건 치우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지금 달구에서 발생한 도적단이 마루에 더욱 더 큰 피해를 입히고 있어. 예전에는 돈만을 목표로 하던 도적놈들이 이제는 돈과 상관없는 일까지 벌이고 있네. 아주 고약한 짓들 말이야.”

 

 흑사단에 의해 집에 불이 난 장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법무부 장관 조평환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 도적놈들이 이제는 아예 우리 목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조평환을 필두로 장관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도둑놈들이 더 설치기 전에 말살시켜야 합니다.”

 “이대로 놔두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기껏해야 도둑 주제에 감히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10분 동안 불평이 회의실에 가득히 쏟아졌다. 불만이 발목까지 차올랐을 쯤, 대통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문제는 그거야. 여러분을 이 자리에 모은 이유이기도 하고. 자, 어떻게 달구 도적단들을 처단할 수 있을까?”

 

 외교부 장관 심은섭이 자신 있게 답했다.

 

 “꼭 도적단만 골라 죽일 필요가 있습니까? 달구시 전체를 폐허로 만들면 되는 거 아닙니까?”

 

 은섭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곧 팔 하나가 올라왔다. 환경부 장관 강희철이었다.

 

 “심 장관님. 방금 그 발언은 말이 안 됩니다. 바퀴벌레 잡으려고 집을 다 태우자는 말입니까?”

 

 회의실은 또 한 번 침묵했다. 아까의 침묵이 동의의 침묵이었다면 지금의 침묵은 희철의 발언을 묵살하는 침묵이었다. 평환은 곁눈질로 강희철을 힐끔 봤다.

 

 “강 장관님. 혹시 할머니가 아직 달구에 계셔서 그러는 겁니까?”

 “조 장관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조평환은 아무 말도 안 한 척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는 희철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며 혼잣말을 뱉었다.

 

 “그러게 백민관 그 작자는 왜 쓸데없는 짓을 한 거야? 학목 바이러스를 그냥 놔뒀으면 달구 사람들이 다 죽었을 텐데 갑자기 치료제를 왜 배포한 거냐고.”

 “조 장관님!”

 

 희철은 분노 섞인 목소리로 평환을 불렀다. 하지만 이 회의실에 희철의 편은 없었다. 대통령도 평환의 편이었다.

 

 “일단 달구시의 도적단을 제대로 소탕할 방법을 강구해야 하네.”

 

 그때 회의실 뒤편에서 한 명이 나섰다.

 

 “여러분 저만 믿어주세요.”

 

 경찰청장 오성한이었다.

 

 “제가 책임지고 흑사단을 끝장내겠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

 

 “그런가? 그러면 지금까지 흑사단이 마루에 일으킨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을 질 건가?”

 

 반응은 냉랭했다. 성한을 쳐다보는 장관들의 눈빛도 차가웠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경찰들이 막지 못한 흑사단의 횡포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그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시면,”

 “이미 오 청장이 사용할 기회는 모두 소진했네. 여기 모인들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오 청장에게 기회를 넘칠 만큼 제공했었지.”

 

 대통령은 단호했다. 하지만 오 청장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그래도 최근 몇 건의 흑사단 사건은 잘 막았습니다. 그러니 이번 한 번만,”

 “이제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대통령과 오성한 사이에서 들린 목소리였다. 한 사내가 일어났다.

 

 “지금까지 계속 지켜보기만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저희가 나설 차례인 것 같습니다.”

 “김달성 장관.”

 

 국방부 장관 김달성이었다. 오성한은 그의 기립에 놀랐지만 대통령은 무덤덤했다. 이미 그의 등장을 예상했다는 눈치였다. 아니, 회의장 전체가 그랬다. 모두들 태연한 눈빛으로 김달성을 올려다봤다.

 

 “드디어 김 장관이 나서는군.”

 

 성한은 갑자기 훈훈해진 분위기에 당황했다.

 

 “하지만 저희 경찰들도 충분히,”

 

 그때 김달성이 성한을 바라봤다.

 

 “경찰서도 불태운 주제에 말이 기시네.”

 “그, 그건.”

 

 달성의 한 마디가 성한의 목구멍을 코르크 마개처럼 막았다. 이어서 달성이 회의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미 흑사단의 규모는 경찰들이 통제할 수 있는 규모를 한참 넘었습니다.”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래서 이제 군대가 나설 수밖에 없어. 오 청장도 너무 상심하진 말게. 이게 다 마루 시민들을 위한 길이니.”

 

 대통령의 태도를 확인한 오성한은 어쩔 수 없이 뒤로 한 발 빠졌다.

 

 “그래. 표정을 보아하니 김 장관도 의지가 결연해 보이네. 그래서 김 장관은 따로 세워 놓은 계획이 있나?”

 

 달성은 이전보다 큰 목소리로 답했다.

 

 “오늘부로 마루 시민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마루에서 달구로 이동하는 것을 전면 금지해야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달구에서 마루로 들어오는 건 안 막고?”

 “혹시나 달구에 있을 마루 시민들을 위해 당분간 막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들어오는 사람마다 엄격한 절차를 받고 나서, 신원이 확인되어야만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얻는 목표가 뭐지?”

 “간단합니다. 달구에 달구 사람만 남게 하는 겁니다.”

 “달구 사람만 남게 하면 뭐가 달라지지?”

 “대통령님,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물어보게.”

 “대통령님은 시민들의 안전이 먼저입니까, 아니면 흑사단을 말살시키는 것이 먼저입니까?”

 “둘 다 중요하지. 근데 그 두 개가 무슨 차이지?”

 “간단합니다. 달구 시민들의 희생이 있다면 흑사단을 쉽게 말살시킬 수 있습니다.”

 “달구 시민들의 희생?”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죠.”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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