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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의심을 따라서
작성일 : 22-03-13 14:26     조회 : 77     추천 : 0     분량 : 7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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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그렇게 까불거리더니 꼴좋네!”

 

 뒤에 달려오던 게적그룹원들도 낄낄거리며 제이에게 다가갔다. 제이는 억지로 다리를 세웠지만 곧장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모습을 본 게적그룹원들은 크게 비웃었다.

 

 “그렇게 날라댕기던 제이도 별 거 없네. 이번 기회에 아주 아작을 내주겠어. 더는 Speed-T1에 얼씬도 못 하게 만들어주지.”

 

 푸쉬익-

 

 갑자기 제이의 주위로 연기가 올라왔다.

 

 “뭐야? 갑자기 무슨 연기야?”

 

 연기는 사방에서 퍼져 나왔고, 몇 초 만에 커다란 뭉게구름을 만들었다.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이 땅으로 가라앉은 것만큼 거대하고 진한 연기였다. 그 연기는 순식간에 제이를 감쌌다. 당황한 게적그룹원들을 서둘러 연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빨리 이 새끼 찾아!”

 

 하지만 연기를 아무리 휘저어도 제이는 잡히지 않았다.

 

 “도망치기 전에 얼른 찾아!”

 “재촉하지 마. 안 그래도 찾고 있어!”

 

 탁 트인 공간이었기에 연기는 빠르게 걷혔고 다시 길이 나타났다. 하지만 제이의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게적그룹원들은 성난 얼굴로 주위를 둘러봤다.

 

 “이런 제길!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

 

 

 제이는 눈을 떴다. 연두색 천장이 시야로 들어왔다. 피부를 스치는 가벼운 바람, 오래된 벽지 냄새, 그 위를 덮는 인위적인 꽃 향기. 처음 느껴보는 어색한 환경이었다. 제이는 조용히 눈동자만 굴려 주변을 탐색했다.

 

 “죄송해요. 제가 이 앞에서 기차를 타야 하느라 멀리는 못 왔네요.”

 "흐잇?"

 

 낯선 목소리에 제이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가 누워있던 침대의 푹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 침대 옆에는 웬 사내 하나가 앉아있었다.

 

 “너...는 그때 그... 막실라 팀네 포로?”

 “눈썰미는 좋으시네요. 어... 포로는 아니고 동료였어요. 그때 당시의 행색으로는 포로로 밖에 안 보였겠지만요....”

 “그래서 날 여기에 가둔 이유가 뭐야?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게 만들려고 그래?”

 “무슨 소리에요? 가두다뇨? 저 문만 열면 바로 나갈 수 있어요. 그리고 저는 이제 경기 관뒀어요. 뭐 애초에 제가 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것도 아니고요.”

 "거짓말!"

 

 제이는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으나 그 즉시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온몸으로 통증이 찾아왔다. 제이는 쓰라린 신음을 뱉었다.

 

 “흐읍!”

 “조심하세요. 아까 교통사고를 당하셨으니 원칙대로라면 병원에 가야 해요. 일단 지금은 여기에서 휴식을 취하세요. 근데 조만간 검사 한 번 받아 보셔야 해요. 상태가 좋지 않아요. 꼭 받아보세요.”

 “저것 좀...”

 “네?”

 “저것 좀 쳐줘.”

 

 제이는 손가락을 들어 커튼을 가리켰다. 카쟝은 속으로 ‘별 걸 다 시키네.’라고 생각하며 커튼을 내렸다. 곧 그들의 방으로 어둠이 찾아왔고 카쟝은 불을 켰다. 그 사이 제이는 힘겹게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런 제이와 카쟝의 모습은 환자와 간병인을 연상시켰다.

 

 “근데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나는 왜 여기 있고?”

 “아무 기억도 안 나시나 보네요.”

 

 제이는 그제야 자신의 마지막 기억을 떠올려보려 시도했다.

 

 “도로를 달리던 것까진 기억나는데, 그 이후로는 아무 기억도 안 나.”

 “자동차에 치이셨어요. 게적그룹의 차요. 얼마나 세게 부딪혔는지 몇 미터를 날아갔는질 몰라요. 그대로 쓰러지셔서 정신을 잃으셨고요. 게적그룹이 사로잡으려고 한 거 제가 선수 쳐서 여기에 데리다 드린 거예요. 병원으로 못 데려간 건 죄송하지만 복장이 너무 눈에 띄어서 차마 입원은 못 시키겠더라고요. 어차피 병원에 계셨으면 지금쯤 제가 아닌 경찰들이랑 대화하고 있었겠죠.”

 

 제이는 카쟝의 말을 듣고 나서야 지금의 상황이 파악되었다.

 

 “게적그룹 때문에 내가 여기에 있는 거구나.”

 

 카쟝은 구석에 놓아둔 자신의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그럼 전 이만 기차를 타러 가볼게요.”

 “어디로 가는 거야?”

 

 제이의 질문에 카쟝은 뒤돌아섰다.

 

 "제 고향으로 돌아가죠. "

 "경기를 그만뒀다는 말은 거짓이 아닌가 보네. 거짓말하는 기색이 아니야."

 "제가 굳이 제이 씨한테 거짓말 할 이유가 있나요? 흠, 그나저나 당황했어요."

 

 카쟝은 제이와 눈을 마주쳤다.

 

 “제이 씨를 보면서 여자가 아닐까 하고 의심은 했는데 그게 사실일 줄이야.”

 “뭐?”

 

 제이는 순간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복면이 벗겨졌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복면이 그대로 덮여있자 이내 그녀는 온몸을 더듬었다.

 

 “걱정 마요. 옷엔 손도 안 댔으니까. 굳이 벗겨야 보이는 게 아니에요. 움직임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서 눈동자를 보고 목소리를 듣고 나서 확신을 한 거죠.”

 

 제이는 자리에서 일어서려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움직일 때마다 팔다리 곳곳이 송곳으로 쑤신 듯이 따끔거렸다.

 

 “일단 앉아 계세요. 가능하면 누워 계시고요. 몸이 성하지 않으니까 함부로 행동하면 안 돼요.”

 “하나만 물어볼게. 날 왜 구해준 거지?”

 “그러게요. 사실 이유는 있어요.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지난번에 제가 제이 씨에게 신세를 진 적이 한 번 있어서요.”

 “배에서 마주쳤던 날을 말하는가 보군.”

 

 온드리안에서 솔코라인으로 가는 배 ‘SL-J’에서 일어났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 기억하시네요! 역시 보통 눈썰미가 아니시네.”

 “당신이 기억하는데 내가 기억 못 할 리 없지.”

 “그럼 이번 일로 은혜를 보답한 걸로 여기고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카쟝은 방문을 열고 문지방을 넘었다. 그 순간 제이의 눈동자가 두 배로 커졌다.

 

 “열두 색 노을!”

 

 제이는 벌떡 일어나 카쟝에게 몸을 날렸다. 그녀는 그대로 카쟝의 멱살을 잡았다.

 

 “내 ‘열두 색 노을’ 어디 있어!”

 

 ‘열두 색 노을’은 권성환 화백의 작품이었다. 이번 경기 목록에 올라와 있었으며 아직 아무도 손에 넣지 못한 최후의 네 작품 중 하나이기도 했다.

 

 “역시. 꿍꿍이가 있을 줄 알았어. 어서 내놔! 열두 색 노을.”

 

 제이가 멱살을 너무 세게 잡은 나머지 카쟝의 얼굴은 점점 빨개졌다.

 

 "아니이...."

 

 그녀의 악력이 상당한 탓에 카쟝은 숨을 뱉기도 힘들었다.

 

 “켁, 저기, 저기 있잖아요.”

 

 카쟝은 손가락으로 창가를 가리켰다. 제이가 창가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엔 그녀가 매고 있던 가방이 다소곳이 놓여있었다. 제이는 카쟝의 멱살을 놓고 아픈 다리를 이끈 채 창가로 걸어갔다. 그녀는 가방을 홱 낚아채고 그 안을 살펴봤다.

 

 그 가방에서는 그림 한 장이 나왔다. 제이가 그토록 찾던 ‘열두 색 노을’이었다. 그녀는 양손으로 그 그림을 들고 이리저리 관찰했다. 제이는 곧 그것이 진품임을 확인했다. 카쟝은 문에 기대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안해진 제이는 조용히 그림만 가방에 집어넣었다. 카쟝은 그녀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더니 생트집이나 잡고. 정말 어이가 없네요.”

 “괜한 의심이었네. 미안하게 됐어.”

 “미안하면 제 지갑이랑 기차표나 돌려주세요.”

 

 제이는 주머니에서 카쟝의 지갑과 기차표를 꺼냈다. 그녀가 카쟝의 멱살을 잡는 순간 재빠르게 슬쩍한 물건들이었다. 제이는 지갑을 건네며 억지스런 미소를 지었다.

 

 “당신 명장제약 직원이야? 거기 유명한 회사잖아.”

 “그건 또 언제 열어봤어요. 됐고. 더 이상 할 얘기도 없고, 이제 기차 시간도 얼마 안 남았어요. 이만 나가볼게요.”

 

 카쟝은 지갑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제이 씨. 지금 밖에서 게적그룹이 이 근방을 수색하고 있을 거예요. 나가자마자 잡히기 싫으면 문밖으로 나설 때부터 조심하세요.”

 

 제이는 다시금 다리에 통증이 찾아왔는지 침대 위에 앉았다.

 

 “저기.”

 “네?”

 “혹시 선글라스 있어?”

 “없는데요?”

 “모자는?”

 “야구 모자가 하나 있긴 한데.”

 “빌려줘.”

 “돌려줄 생각은 있어요?”

 

 제이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그 사이 카쟝은 가방에서 야구 모자를 꺼냈다. 그는 제이에게 그 모자를 던졌다.

 

 “얼마 없는 제 재산이긴 한데. 안 돌려줘도 돼요.”

 

 카쟝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문 밖으로 나갔다. 그는 문을 굳게 닫고 복도를 걸었다. 카쟝은 주위를 살피며 계단을 타고 1층으로 내려와 여관 출입문을 나섰다. 10분 후면 기차의 출발 시각이었다. 그는 기차역을 향해 걷다가 불현듯 여관 쪽으로 뒤돌아봤다.

 

 “그러고 보니 이 여자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안 하네.”

 

 카쟝은 시간을 확인했다.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어휴, 뭘 바라겠어.”

 

 그는 기차역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

 

 

 일호는 당당한 자세로 명장제약회사 강당에 들어갔다. 언제나 그렇듯 그는 명장제약의 사장 백민관으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때 성 비서가 일호에게 접근했다.

 

 “사장님, 저기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모두 준비해 놓았습니다.”

 

 성 비서의 말대로 그곳엔 이미 그를 위한 단상이 세워져 있었다. 일호는 그 위로 올라섰다. 그의 앞에는 수많은 카메라와 기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초점은 모두 일호에게로 맞춰져 있었다. 일호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허리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입니다.”

 

 찰칵 찰칵

 

 일호의 인사와 함께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플래시를 받은 일호의 얼굴은 이목구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밝아졌다. 일호는 플래시 세례가 뜸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얼마 전부터 저희 명장제약에서 오리너구리를 전 세계 각지로부터 데려오고 있습니다. 그런 사실과 관련하여 동물보호협회에서는 저희 회사에 대해 큰 오해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나 학대에 민감하신 분들이라서 그러시는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그 점은 저도 충분히 이해하고 저 역시도 그런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여깁니다. 그리고 어제는 동물보호협회에서 저희 명장제약에게 오리너구리에 대한 성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이렇게 여러분들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 강당에는 기자 외에도 명장제약의 초대로 들어온 동물보호협회의 회원들이 다수 있었다. 그런 탓에 강당은 시장처럼 인산인해였다. 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은 일호를 송곳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일호는 그들의 시선을 애써 모른 척하며 발표를 이어갔다.

 

 “일단 명장제약에서 오리너구리가 어떻게 대접을 받고 있는 지부터 밝혀야겠네요. 저희가 데려온 오리너구리들은 학목 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생물입니다. 저희에게는 한 마리 한 마리가 큰 자산이기도 하죠. 한 마리라도 잃는다면 그 자체로 저희 회사는 타격을 입습니다. 저희 회사를 위해서도, 오리너구리를 위해서도, 저희는 오리너구리가 건강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협회에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정도로 오리너구리들은 아주 적절한 환경 속에서 키워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오리너구리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명장제약은 학목 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들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었다. 명장제약의 사장은 그 사실을 숨기지도 않았고 신문이나 TV에 광고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학목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나 학목 바이러스가 두려운 사람들은 명장제약의 결정을 쉽게 이해하는 편이었다.

 

 명장제약을 응원하는 마루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동물보호협회에게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들은 일호가 단상에서 한 마디 한 마디 꺼낼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다.

 

 “우~!”

 

 그들의 비판은 예상보다 거셌다. 그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일호를 잡아 처형이라도 시킬 정도로 분노했다.

 

 “증거를 보여라!”

 "어서 자연으로 돌려보내라!"

 

 강당에 경호원과 카메라가 있었기 망정이지, 없었다면 당장 단상으로 뛰어 올라갈 기세였다. 그들은 인간들의 욕심으로 오리너구리가 피해 입는 상황을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일호도 그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점을 자각했다.

 

 “알겠습니다. 동물보호협회 회원님들이 저희 회사에 불만이 많으신 것 같으니 여러분께 최대한 투명하게 설명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러면 오리너구리를 사용하는 이유부터 차근차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결국 일호는 어떤 연유로 오리너구리를 데려왔고, 어떤 방법과 경로로 오리너구리를 데려왔으며, 어떻게 오리너구리를 치료제 개발에 이용하고 있는지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끼익-

 

 그 시각 성 비서는 강당 문을 열고 조용히 나왔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사장에게 붙어있을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성 비서는 취재진과 동물보호협회 회원들에 의해 바깥쪽으로 밀려난 상태였다.

 

 “강당에 경호원만 10명이 넘으니 상관없겠지.”

 

 민석은 잠시 자리를 비우는 척하며 로비로 향했다. 민석이 이렇게 단독 행동을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가 스스로 내린 결론 때문이었다.

 

 “비밀은 엘리베이터에 있어.”

 

 성민석은 어젯밤 보안실에 남아 감시 카메라를 연달아 돌려봤다. 사장이 평상시에 자신을 놔두고 어디로 가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사장실에 화재가 있기 전에도, 화재 후에도 사장과 우 박사의 이동 경로는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민석은 어젯밤 잠을 거르며 거의 한 달 치의 영상을 돌려봤다.

 

 “그래, 역시 의심스러웠어.”

 

 민석은 그 둘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은 포착할 수 있었지만 내리는 모습은 어느 층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민석을 30층에 두고 1층에 내려간다고 하던 두 사람은 1층 카메라에 나타나지 않았고, 민석을 1층에 두고 30층에 올라간다고 하던 두 사람은 30층 카메라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30분 동안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처럼 종적을 감췄다. 그리고 30분 후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디로 갔는 지를 알 수가 있어야지.”

 

 엘리베이터가 두 사람을 미지의 공간으로 데려갔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부턴 발로 뛰는 거야."

 

 민석은 강당에서 멀어져 혼자 건물 로비로 돌아왔다. 그의 눈앞으로 승강기들이 보였다. 그 중 중앙에 있는 승강기로 걸어갔다. 백민관과 우 박사가 사라질 때마다 탔던 그 라인의 승강기였다.

 

 “이걸 타고 어디로 가셨던 거지?”

 

 민석은 승강기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며 승강기 내부를 관찰했다.

 

 "이 내부에 비밀이 있나?"

 

 민석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으로 환기구가 보였다. 승강기 천장에 달린 환기구였다. 민석은 손잡이를 밟고 올라가 환기구를 열어보려 했다. 하지만 환기구는 나사로 단단히 잠겨있었다. 민석은 그 나사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 나사들 왜 반짝거리는 거지?”

 

 완전히 새 나사였다. 환기구를 잠가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누군가 최근에 일부러 나사를 조인 듯한 외형에 민석은 의심이 더 증폭되었다.

 

 “풀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겠어.”

 

 민석은 즉시 승강기에서 내려 회사 창고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는 오른손에 드라이버를 들고 로비로 나타났다. 민석은 이제 아예 승강기 앞에 ‘공사 중’이라는 팻말을 세워 놓고 다른 이의 접근을 막았다. 그는 본격적으로 탐색을 시작했다.

 

 “사장님과 우 박사가 숨기고 있는 게 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뭔가 있어.”

 

 의심은 확신으로 물들고 있었다. 승강기로 들어온 민석은 가장 먼저 환기구의 나사를 풀었다. 각 모서리를 지탱하던 나사들은 바닥으로 투둑투둑 떨어졌다. 민석은 천천히 환기구를 열었고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다. 하지만 밖은 깜깜할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꿀꺽.

 

 민석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는 아예 환기구 밖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양복에 먼지가 묻고 온몸이 삐걱거렸지만 가까스로 환기구 위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곳엔 어둠과 공허함이 전부였다. 홀로 동굴에 갇힌 조난자가 된 기분이었다. 민석은 휴대폰을 꺼내 주변을 비추었다.

 

 “쓰읍, 특별한 건 없어 보이네.”

 

 정수리 위로는 30층까지 이어지는 통로가 뚫려있었고, 측면에는 사고 발생 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된 사다리가 뻗어있었다. 민석은 사다리로 다가갔다. 하지만 사다리에는 먼지만 쌓여있었다. 민석은 별 소득도 없이 다시 승강기로 들어가기 위해 시선을 내렸다.

 

 "이게 뭐야?"

 

 민석은 자신의 발 옆에 발자국들이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의외에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발자국이었다.

 

 “내 발자국이랑 달라.”

 

 먼지가 쌓여있는 것으로 보아 생긴 지 시간이 조금 지난 듯했다. 하지만 누군가 이곳에 왔던 흔적임에는 틀림 없었다. 민석은 자신의 발을 그 발자국 옆으로 가져갔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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