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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흑사단과 경찰
작성일 : 22-03-05 11:42     조회 : 55     추천 : 0     분량 : 7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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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보자... 점착 폭탄을 어디다 뒀더라?”

 

 청사는 뒤에 서있던 미네민을 불렀다. 미네민이 부름에 응하자 청사는 준비한 장갑을 끼며 그녀를 바라봤다.

 

 “이 금고는 측면에 열감지 센서가 있어서 갑작스런 열 변화에 아주 민감해. 인간의 피부가 닿아도 그렇고. 새가 부딪혀도 인식할 정도니까.”

 

 청사는 오 교수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야기를 미네민에게 전했다. 미네민도 허리춤에서 점착폭탄을 꺼내들었다. 청사는 주위를 한 바퀴 빙 둘러봤다.

 

 “동쪽 벽에 통로가 있다고 들었는데... 동쪽 벽이 어디지?”

 

 미네민이 한 곳을 가리켰다.

 

 “저쪽입니다.”

 

 외부에서 금고로 들어가는 출입구는 단 한 곳, 환풍구뿐이었다. 청사는 고개를 뻗어 동쪽 벽을 내려다봤다. 환풍구가 5m정도 밑에 있었다. 그는 오른손에 들린 점착폭탄을 만지작거렸다.

 

 "내가 가야 할 곳이 저곳이네."

 

 고고빌딩 금고의 외벽은 강철로 만들어져있었다. 따라서 점착폭탄을 금고 측면에 붙여 터뜨린다고 하더라도 끄덕도 없었다. 점착폭탄이 먹힐 곳은 단 한 곳이었다.

 

 "환풍기만 멈추면 그대로 입구가 될 거야."

 

 2m 직경의 환풍구는 사람이 침입하기에 넉넉한 크기였다. 다만 유의할 점은, 그 환풍 통로로 사람 키만 한 프로펠러가 세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사람이 멋모르고 들어갔다가는 팔다리 중 어느 하나를, 어쩌면 둘 다 포기해야 했다.

 

 청사가 고안한 방법은 일단 줄을 타고 환풍구 입구로 접근한 뒤, 점착폭탄을 환풍기에 던지는 것이었다. 폭탄으로 인해 환풍기가 고장 나면 그대로 금고로 입장할 수 있는 입구가 생겼다. 도둑에게 있어서 입구가 만들어진 금고는 자신의 금고나 마찬가지였다.

 

 청사는 자신의 몸에 걸린 밧줄을 난간에 단단히 매듭지었다. 그에겐 망설일 시간도 필요도 없었다. 청사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난간 밖으로 뛰어내렸다. 거리 계산까지 철저했기에 그는 정확히 환풍구 오른편에 안착했다. 청사는 허리춤에서 점착폭탄을 꺼내들었다. 그는 폭탄을 환풍구 깊숙이 던졌다.

 

 착!

 

 역시나 프로펠러가 빠르게 회전하며 그 폭탄을 가로챘다. 맨몸으로 들어갔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뻔했다.

 

 "좋았어."

 

 프로펠러는 청사가 바라던 대로 움직였다. 그는 다시 환풍구 오른편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에 생길 폭발로 인한 충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5, 4, 3, 2, 1."

 

 파앙!

 

 프로펠러의 날개 하나가 환풍구 밖으로 날아갔다. 프로펠러 소리가 들리지 않자 청사는 다시 환풍구로 고개를 내밀었다. 프로펠러는 완전히 박살이 나있었다. 청사는 그 속으로 연막탄 3개를 동시에 던져 넣었다.

 

 "침입한 흔적을 만드는 것까지 성공."

 

 청사는 갑자기 장갑을 벗고 건물의 외벽을 만졌다. 마치 벽의 단단함을 측정해보듯 맨손으로 이곳저곳 더듬었다. 곧 사람의 체온을 감지한 센서로 인해 건물 전체에 사이렌이 울렸다.

 

 웨앵-

 

 청사는 고개를 올렸다.

 

 "미네민, 이제 올려줘!"

 

 미네민은 청사가 매달린 밧줄을 힘껏 당겼다. 청사가 난간을 넘어 옥상으로 올라오자 멀리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고고 빌딩이라 그런지 마루 경찰들이 한 무더기로 몰려오는군."

 

 청사가 난간에 기대어 경찰차 무리를 내려다보는 사이, 미네민은 그에게 두꺼운 가방을 매주었다. 환풍구에서는 연막탄이 한꺼번에 터져서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나갔다. 금고에 불이 난 듯한 모습에 경찰차 행렬은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제 내려가시죠."

 

 두 사람은 서로의 가방이 잘 장착되어있는지 확인했다.

 

 "오케이. 낙하산은 잘 있고."

 

 그 둘은 낙하산을 매고 도망을 갈 심산이었다. 보통의 경우, 귀중품을 훔쳐 달아날 땐 낙하산을 이용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귀금속 등으로 인해 몸이 2배 이상 무거워졌기에 낙하산을 타고 도주하는 방법은 상당히 무모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맨몸이니 이상할 것이 없는 적절한 도주 방식이었다.

 

 그렇다면 왜 아무 것도 훔치지 않고 도망가는가? 애초에 훔칠 생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진짜 작전은 마루시의 중심부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루시 중심부에선 오 교수가 짤막하게 보고했다.

 

 "경찰들 중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현장으로 나갔습니다."

 

 마루시의 동쪽과 서쪽에 위치한 대형 금고에서 동시에 경보가 울린 상태였다. 마루시 경찰의 대부분이 출동할 수밖에 없었다.

 

 "오 청장은 어디서 뭘 하고 있지?"

 "리브 씨의 말처럼 가족들과 뮤지컬 관람 중입니다."

 "리브의 정보가 정확했군."

 

 흑사는 그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경찰서 인근에 위치한 건물 옥상이었다. 오 교수가 흑사에게 덧붙여 설명했다.

 

 "분명히 오성한도 연락을 받았을 텐데 아직까지 그가 공연장에서 나왔다는 연락은 없습니다. 아마 자기 부하들이 알아서 해결할 거라고 여기나 봅니다."

 "자기 부하를 믿는 자세는 본받고 싶군.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지. 이제 우리가 움직일 때야."

 

 흑사단의 목표는, 그 많던 도적단들이 한 번도 공략하지 않았던,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곳이었다. 도둑에게 망설임은 사치였다. 흑사는 경찰서의 빈틈이 보이자마자 공격 명령을 내렸다.

 

 "가자."

 

 경찰서 주변에 흩어져있던 흑사단원들이 죄다 경찰서로 달려든 것은 그때였다. 근처 공원을 서성이던 단원, 건물 안에서 기회를 엿보던 단원, 그리고 자동차를 타며 경찰서를 배회하던 단원까지 전부 튀어나와 경찰서로 들이닥쳤다.

 

 우르르-

 

 그들은 수풀 속에 숨어있던 벌레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르듯 경찰서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무려 흑사단의 다섯 대대가 동시에 경찰서를 공격하고 있었다. 남아있던 경찰들로는 흑사단의 압도적인 숫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

 

 "야! 유치장 열쇠 어디 있어?"

 

 흑사단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서슴지 않고 칼을 꺼내는 집단이었다. 목숨을 부지하고 싶었던 경찰들은 유치장의 열쇠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쪽이 유치장 입구다! 모두 이리 와서 부셔버리자!"

 

 경찰의 지난번 기습 공격으로 수많은 흑사단원들이 마루 경찰서의 유치장에 갇혀있었다. 유치장에 구금되어있던 흑사단원들은 내일이면 구치소에 수감되기로 예정되어있었다. 그들을 구하기에는 오늘이 적기였다.

 

 흑사는 경찰서 전체를 좌에서 우로 훑었다. 간간이 들리던 총소리도 이제 잦아들었다. 경찰서 몇몇 곳에서는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콰앙-!

 

 "이래야 흑사단이지."

 

 흑사의 명령에 따라 흑사단원들은 자신의 동료들을 차례차례 해방시켰다. 이제 경찰서로 들어간 흑사단의 숫자보다 경찰서에서 나온 흑사단의 숫자가 훨씬 많아졌다.

 

 "지금쯤이면 경찰들도 자기들이 허탕 친 사실을 깨닫고 돌아오고 있을 겁니다."

 

 오 교수와 흑사는 경찰서의 정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때 경찰서 내부에서 흑사단의 4번대 대장 영해성이 걸어나왔다. 그는 경찰과의 총격전에서 부상을 입은 흑사단원 2명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다. 흑사는 자신에게 걸어오는 영해성에게 물었다.

 

 "유치장을 전부 개방한 건가?"

 "네. 그렇습니다. 갇혀있던 모든 단원들을 탈출시켰습니다."

 "좋아. 목적은 달성했으니 이만 돌아가자."

 

 흑사는 단원들에게 후퇴를 지시했다. 현재 경찰서에는 흑사단에게 저항할 병력이 없었다. 흑사단은 경찰서를 강탈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 귀중품을 훔치는 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장사였다. 돌아올 경찰들까지 계산하면 어서 돌아가는 편이 나았다.

 

 곧이어 스포츠카 100여 대와 개조 차량 200여 대, 그리고 대형 트럭 100여 대가 경찰서 앞으로 줄을 지어 등장했다. 1번 대대가 흑사단의 후퇴를 돕기 위해 이동수단을 몰고 온 것이었다. 먼저 나간 이들부터 차례로 차량에 탑승했고, 흑사단은 일사불란의 움직임으로 사라졌다.

 

 20분 뒤 경찰들이 돌아왔을 땐 경찰서엔 쓰러진 경찰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유치장은 텅 비어있었다. 불타는 경찰서뿐이었다.

 

 

 ***

 

 

 데일. 한 번도 본 적 없는, 소문만 들려오는 인물. 그 데일이란 자의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았다.

 

 오늘은 데일이 게적그룹을 해방시켜 주기로 한 바로 그날이었다. 카쟝은 눈을 뜨자마자 교도소 내에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음을 느꼈다. 냉기가 흐르던 교도소 내부에 후끈한 열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 기운의 근원은 수감자들의 달아오른 얼굴 뿐만이 아니었다. 교도관들의 움직임도 더욱 분주해졌다. 하룻밤 사이에 교도관의 숫자도 3배 가까이 늘었다. 게적그룹의 두목이 온다는 소문이 전해지자 다른 교도소에서 지원을 온 것이었다. 수용실에 갇힌 수감자들보다 복도를 순찰하는 교도관들의 숫자가 많아 보일 정도였다. 카쟝은 교도관들의 얼굴을 힐끗힐끗 훔쳐보았다.

 

 "전부 처음 보는 얼굴이네."

 

 교도관끼리도 데면데면한 태도를 보아하니 그들도 서로 초면인 듯했다. 카쟝은 교도관들의 눈을 피해 준비물을 하나둘 챙겼다. 그는 침대 구석으로 손을 뻗어 실리콘 지문을 꺼냈다.

 

 "어디 보자."

 

 카쟝은 품속에서 옷 하나를 꺼냈다. 파란색의 옷, 교도관 제복이었다. 우 박사가 준 옷감을 이용해 일과 시간과 쉬는 시간에 얼추 제작한 옷이었다. 다른 분장은 필요 없었다. 이 옷을 입고 금정의 마스크를 벗기만 하면 모든 게 수월해졌다.

 

 현재 교도관 대부분이 이 교도소에 처음 발을 들인 사람이었다. 그들이 교도관 복장을 입은 카쟝을 마주치더라도 이상하게 느낄 가능성은 만무했다. 원래 있던 교도관들도 새로 온 교도관으로 여길 것이 분명했다. 카쟝은 그들에게 대충 인사만 하고 지나치면 오케이였다.

 

 “호오....”

 

 1층 침대에 앉아있던 하언도 낯선 교도소 분위기에 이리저리 눈치를 봤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에선 두려움보다 설렘이 가득했다.

 

 "드디어... 오늘이야!"

 

 하언은 누구보다 오늘을 가장 고대한 사람이었다.

 

 "오늘이 내 교도소 마지막 날이라고!"

 

 하언은 벌써 자기가 데일의 간택을 받은 것마냥 들떠있었다. 카쟝은 고개를 내밀어 하언을 내려다봤다.

 

 "오늘은 듣고 싶은 음악을 틀어도 되겠네요."

 "당연하지. 이제 교도관들 눈치 볼 필요도 없으니까."

 "그럼 제 소원 한 가지만 들어주세요."

 "형씨 소원? 이 마당에 무슨 소원이야? 형씨도 나처럼 이거 그리라니까?"

 

 하언은 소매를 걷어 자신의 왼쪽 어깨를 드러냈다. 예전보다 더욱 선명한 송곳니가 그려져 있었다.

 

 "언제 또 덧칠하셨어요?"

 "어때? 진짜 문신 같지? 형씨도 그려줘?"

 "문신은 됐고 소원 딱 하나만 들어주세요."

 "참나. 그래. 그 소원이 뭔데? 들어보고 결정하지."

 "이따가 수감자들 운동시간이 되면 하언 씨가 노래 선곡하실 거잖아요?"

 "그렇지. 그것도 이제 마지막이 되겠지만. 훗."

 "운동시간이 절반 정도 지났을 때 신나는 노래 하나만 틀어주세요. 이왕이면 하언 씨가 좋아하는 ‘록 스피릿’ 가득한 음악으로요."

 

 막상 카쟝이 록 음악을 들려 달라고 부탁하자 하언은 머뭇거렸다.

 

 "흐음... 록이라... 교도관들이 안 좋아할 텐데."

 "어차피 교도관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잖아요."

 "그래, 그건 그렇지. 알았어. 긍정적으로 검토해볼게."

 "감사합니다."

 

 카쟝은 침대에서 내려와 하언에게 배꼽 인사를 했다.

 

 "뭐야 부담스럽게. 이렇게까지 안 해도 돼."

 “우리 두 사람 모두 오늘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는데 미리 인사해둬야죠.”

 “그런가? 하긴, 룸메이트였는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긴 했지.”

 

 이쯤 되면 한 가지 사실을 밝혀야 하는데, 사실 데일이 게적그룹을 구원해준다는 소문은 허황된 이야기였다. 그 소문을 낸 사람은 다름 아닌 카쟝이었다. 그는 일과시간과 운동시간, 그리고 식사시간에 소문을 은근슬쩍 흘리고 다녔다. 게적그룹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이용한다면 그 소문으로 교도소에 소용돌이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그리고 카쟝의 예상은 적중했다.

 

 현재 교도소에는 상당한 흥분감이 조성되어있었다. 교도관들은 그 흥분을 제어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고, 새 얼굴의 교도관들도 혹시 모를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들이 이리저리 쏘다니던 사이에 카쟝은 탈옥을 위한 모든 준비를 갖췄다. 이제 행동을 개시할 타이밍만 잡으면 됐다.

 

 “마침 운동시간이네.”

 

 교도관들은 그 어떤 소문도 두렵지 않다는 얼굴로 수감자들을 불렀다.

 

 "운동시간이다. 다들 수용실에서 나와!"

 

 데일의 소문이 두려웠다면 운동을 진행하지 않고 수감자들을 수용실에 꽁꽁 묶어놓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교도관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흥분의 도가니인 교도소로 인해 정해진 일정을 진행하지 않는다? 이건 한낱 소문 때문에 교도관들이 겁먹은 꼴이 되므로 용납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카쟝을 비롯한 다른 수감자들은 오늘도 무사히 햇빛을 맞을 수 있었다.

 

 "날씨 좋네."

 "딱 탈옥하기 좋은 날씨다~."

 

 운동장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보니 확실히 예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운동장을 이용하던 수감자들은 전망대보다 높다란 기대감으로 얼굴이 딸기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톡 건드리면 펑 터져버릴 것 같은 모습들이었다.

 

 ‘다들 운동하는 척하지만 데일의 등장을 기대하는 표정이야.’

 

 카쟝은 눈을 돌려 담장 위를 올려다봤다. 인간 감시카메라는 오늘도 전망대에서 운동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카쟝은 몰래몰래 그를 주시했다. 혹여나 긴장 때문에 그의 흡연시간이 앞당겨지진 않을까 우려했다. 카쟝의 오른손은 무의식적으로 상의 안에 숨겨놓은 교도관 제복을 만지작거렸다.

 

 운동시간의 절반이 지나갈 무렵, 인간 카메라는 고개를 교도소 밖으로 돌렸다. 카쟝은 알아차렸다. 이제부터 그가 담배를 태우는 시간이었다.

 

 ‘시작이다.’

 

 카쟝은 재빨리 운동장 정면을 바라보는 벽으로 달려갔다. 그는 벽에 접근하기 무섭게 구석에 버려진 콘크리트 조각을 집었다. 그 콘크리트 조각은 그대로 카쟝의 팔을 타고 추진력을 얻어 벽 한구석으로 날아갔다.

 

 휙-

 

 그의 손을 떠난 콘크리트는 정확히 감시카메라 렌즈에 맞았다. 운동장 중앙을 감시하던 바로 그 카메라였다.

 

 '고치러 오는데 8분. 빨라야 5분.'

 

 앞으로 5분. 카쟝은 그 5분 동안 모든 감시에서 자유로워졌다. 이제 운동장 중앙을 감시하는 눈은 어디에도 없었다. 카쟝은 운동장 한 가운데로 유유히 걸어갔다. 그는 품에서 파란 제복을 꺼냈다.

 

 '이제 하언 씨만 약속대로 해주신다면.'

 

 촉발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카쟝은 방송실 쪽을 바라봤다. 하언은 보이지 않았지만 하언이 있을 만한 방향으로 혼잣말을 했다.

 

 "제발 5분 내로만 약속을 지켜주세요."

 

 카쟝은 이제 감시 사각지대가 된 운동장 중앙에 섰다. 그 순간이었다.

 

 콰과과광-!

 

 그와 하언의 약속이 스피커를 통해 성사되었다. 운동장 전체에 강렬한 록 음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스피커는 파워풀하게 진동했다. 소리가 어찌나 큰 지 운동장까지 요동치는 듯했다.

 

 쿠광콰광-!

 

 분위기는 순식간에 전환되었다. 교도관들도 이곳에서 처음 듣는 강력한 울림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반면에 게적그룹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와아아-!

 

 미칠 듯한 굉음과 함께 죄수들은 난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드디어 게적그룹의 광분이 터져버린 것이었다. 그들은 보이는 대로 달려들었고, 닥치는 대로 때려 부쉈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모든 속박을 던져버렸다. 다른 수감자를 폭행하는 건 물론이고, 그들을 진정시키려는 교도관까지 때려눕혔다.

 

 “이것들이!”

 

 교도관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서둘러 수감자들을 진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감자들과 교도관 간의 싸움이 벌어졌다.

 

 “저 새끼들 다 조져버리자!”

 “이 녀석들이 자기 주제도 모르고!”

 

 패싸움을 하기엔 게적그룹원이 워낙 많았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교도관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았다. 건물에서 신입 교도관들까지 뛰어나왔다. 산불이 번지듯 싸움은 점차 커져갔다. 카쟝은 그 혼란을 틈타 재빨리 교도관 제복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마스크만 벗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교도관으로서 교도소를 탈출할 수 있었다.

 

 콰과광콰광-!

 

 록은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카쟝은 광란의 도가니 속에서 건물을 향해 유유히 걸어갔다. 그 순간, 카쟝의 머리 위로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지나갔다. 카쟝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뭐야?"

 

 사각형의 물체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턱.

 

 가로 1m, 세로 1m의 납작한 물체였다. 그 사각 물체는 카쟝이 지나온 길목에 내려앉았다. 카쟝이 조금만 천천히 걸었으면 그의 정수리를 강타했을 위치였다.

 

 “어디서 온 거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졌다고 생각하기에 이상할 정도로 커다란 판자였다. 예상치 못한 출현이었지만 수감자도 교도관도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들은 서로를 향해 주먹을 던지는 중이었다. 오직 카쟝만이 그 물체를 발견한 듯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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