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동물보호협회
작성일 : 22-03-12 12:45     조회 : 59     추천 : 0     분량 : 773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견치와 소구치만 아무 말도 없이 앉아있었다. 잠시 후 중절치가 방에서 나왔다. 그의 손에는 배낭 하나가 들려있었다. 중절치는 거실에 있는 카쟝에게 그 가방을 건넸다. 카쟝의 팔로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이게 뭐예요?”

 “궁금하면 열어봐.”

 

 카쟝이 지퍼를 열고 가방 속을 살펴보니 돈다발이 가득히 들어있었다.

 

 “그동안 막실라팀의 일원으로서 수고 많았어, 한때 형제였는데 빈손으로 보낼 수는 없지. 그 돈이면 한동안은 먹고 자는데 넉넉할 거야.”

 “가...감사합니다.”

 

 카쟝은 심장이 따스한 물로 젖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응. 그래서. 아무것도 발견 못 한 거야?”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루베의 목소리는 당당했다.

 

 “그렇다니까? 경찰들이 조심하라고 조언까지 해주고 갔다니까?”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알겠어. 그럼 내가 다음에 연락할게.”

 “벌써 끊으려고? 난 아직 할 말 다 못 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없어. 또 연락할게."

 "또 언제 할 건데?”

 “아직 모르겠어. 조금만 기다려줘.”

 

 금정은 돈을 더 보내달라고 할까 고민했으나 역시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돈의 입출 경로를 경찰이 비밀리에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존심. 그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 행위였다.

 

 “조심해. 오늘 금정 씨 운수를 보니까,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이 문을 노크하는 날이랬어.”

 "초대 받지 않은 손님?"

 "응. 내가 매일 금정 씨 운세까지 확인하고 있거든. 그래도 걱정하지 마. 이번 주만 지나면 다음 주부터 금정 씨에게 화창한 날씨만 찾아올 거야."

 “그래. 조심할게. 루베 씨도 너무 속 태우지 마. 연구에 열중하면 조금 기분이 풀릴 거야. 그리고 나도 시간이 되는 대로 전화할게.”

 “...알겠어. 나 기다리느라 너무 힘들어.”

 “조금만 참아줘. 나도 루베 씨 얼마나 보고 싶은데. 잠잠해지면 조만간 찾아갈 거니까 일단 연구에만 집중해.”

 

 금정은 수화기를 내려놨다. 동시에 반장이 그를 불렀다.

 

 “어이, 김 씨! 휴식 시간 끝났어. 얼른 복귀해.”

 “네! 갑니다, 가요!”

 

 금정은 건설현장으로 뛰어갔다. 금정은 현재 건설 현장에서 막일을 하고 있었다. 그가 일하던 곳은 달구시에 있는 명장제약 연구소 제 1 부지였다. 공사는 휴일도 없이 계속 진행되었다. 연구소를 최대한 빨리 완공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명장제약회사에 화재가 발생한 날에 공사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화재가 진압되자 공사도 곧 재개되었다.

 

 "웃샤!"

 

 쉬는 날이 없다 보니 일이 조금 고되긴 했지만 식사도 숙소도 모두 제공되니 금정에게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게다가 경찰들도 달구까지 들어오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금정 입장에서는 몸을 숨기기에도 적절한 직장이었다. 보수도 짭짤했다.

 

 “곧 사장님이 오신다고 하니까 다들 없는 일이라도 만들어서 하고 있어!”

 “네?”

 

 금정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는 반장에게 다가갔다.

 

 “사장님이 오신다고요? 왜 오신대요?”

 “김 씨가 온 지 얼마 안 돼서 모르는 모양이네? 원래 사장님이 현장에 간간이 방문하셔. 여기 와서 그냥 한 바퀴 둘러보고 가는 거지. 우리한테 돈 주고 맡겼는데 잘 하고 있는지 검사할 겸 보는 거야. 그러니까 딴짓하지 말고 어서 가서 땀 흘리는 척이라도 해.”

 

 반장은 금정의 등을 떠밀며 얼른 현장으로 복귀하도록 지시했다. 금정은 하는 수 없이 벽돌을 이고 현장으로 돌아갔다.

 

 "잠시 쉬겠습니다."

 

 1시간이 훌쩍 지난 뒤, 잠깐의 휴식 시간이 찾아왔다. 하지만 반장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곧 백민관 사장님이 도착한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서 쉬지 말고 계속 일해. 이따가 따로 휴식 시간 줄게!”

 

 건설 현장의 노동자들은 탄식하면서도 반장의 다급한 외침에 작업을 곧바로 재개했다. 다만 단 한 사람, 금정만이 건물 뒤편으로 슬금슬금 걸음을 옮겼다. 백민관과의 만남이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백민관이 내 얼굴을 알지 않을까?”

 

 백민관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대리인을 교도소에 보냈으니 금정을 좋게 볼 리가 없었다.

 

 “지금은 몸을 숨기는 게 좋겠어.”

 “어이! 김 씨! 또 요령 피우네? 내가 일 계속하라고 했지?”

 

 반장이 호통을 치며 금정에게 뛰어왔다. 금정의 고막이 세차게 요동쳤다.

 

 “김 씨! 돈 받기 싫어? 내 말이 말 같지가 않아?”

 

 반장은 공사판에서만 10년 넘게 일한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그의 눈은 인부들의 잔머리보다 빠르게 굴렀다. 반장은 노동자들의 모든 움직임을 포착하고 있었다. 금정도 예외는 아니었다.

 

 “죄송해요. 화장실이 급해서요.”

 “김 씨, 아까 화장실 갔다 온 거 내가 다 봤어. 헛소리하지 말고 얼른 일이나 해. 돈 제때 받고 싶으면.”

 “네. 알았어요.”

 

 금정은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삽을 들었다. 금정이 흙을 담는 동안 반장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사장님 입구에 도착하셨다! 각자 자리를 지켜!”

 

 금정은 타이밍을 봐서 뒤쪽으로 빠지고 싶었지만 반장의 감독은 더욱 예리해졌다.

 

 “지금부터 딱 10분! 10분만 농땡이 부리지 말고 똑바로 일해! 휴식 시간은 따로 챙겨줄 테니까!”

 

 금정이 뒷걸음질 치려고 하면 반장의 시선이 바로 따라붙었다. 그러면 금정은 다시 작업에 몰두하는 척했다. 그렇게 금정이 갈팡질팡하는 동안 백민관이 건설 현장에 얼굴을 비쳤다. 민관은 그의 비서, 그리고 우 박사와 함께였다. 백민관은 공사판으로 들어와 인부들과 인사를 나눈 뒤 소장과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결국 왔구나.”

 

 잠시 반장의 감독이 소홀해진 틈을 타 금정은 최대한 건물 구석으로 들어갔다. 그는 민관과 그 일행을 훔쳐봤다. 민관은 손가락으로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었다. 어디를 어떻게 짓고 싶은 지를 꼼꼼하게 따지며 설명하는 듯했다.

 

 “우 박사다.”

 

 백민관에 곁에 붙어있는 비서와는 달리 우 박사는 홀로 자유롭게 연구소 부지를 거닐었다. 아무래도 우 박사가 가장 많이 사용할 연구소였기에 그녀의 관심도 넘치는 것이 당연했다.

 

 "이쪽으로 온다."

 

 우 박사는 금정이 있는 방향으로 빨빨 걸어왔다. 그녀는 아직 금정을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건설 현장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그런 통에 금정은 자동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더욱 구석으로 숨었다.

 

 “빨리 좀 지나가라.”

 

 백민관은 몰라도 우 박사는 금정의 얼굴을 본 경험이 있었다. 금정의 입장에서는 그녀의 존재가 가장 위협이 되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우 박사가 빨리 지나가길 빌었다.

 

 “갔나?”

 

 금정이 고개를 들었을 때 다행히 우 박사는 금정이 있던 건물을 지나간 뒤였다. 금정은 그녀의 위치를 확인한 뒤 다시 고개를 내밀어 백민관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는 소장과 함께 현장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다행히 이쪽에는 관심이 없군.”

 

 그때 누군가 금정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어이!”

 

 금정은 깜짝 놀라 돌아봤다.

 

 “빈둥대지 말고 일하랬지?”

 

 반장이었다.

 

 “몸이 조금 안 좋아서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아니, 몸이 안 좋으면 현장에 나오지를 말든가. 왜 굳이 나와서 서로 귀찮게 만드나?”

 “아침엔 좋았는데... 점심이 소화가 안 돼서 그런가 봐요.”

 “속이 안 좋으면 일을 빨리 끝내고 쉴 생각을 해. 사장님이 곧 이쪽으로 오실 거니까 일하는 시늉이라도 하고 있어. 아 얼른!”

 

 금정은 반장의 눈총을 이기지 못하고 옆에 있던 목재를 들고 지게차로 걸어갔다. 사람은 자신이 뱉은 말을 따라가는지, 금정은 몸이 조금 버거워진 것 같았다. 어제까지도 번쩍번쩍 들리던 목재가 오늘은 바위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얼른 올려. 출발하게.”

 

 지게차 운전사는 금정을 재촉했지만 금정은 어깨에 인 목재를 힘겹게 지게차에 올렸다. 운전사는 그새를 못 참고 지게차를 출발시켰다. 그 바람에 금정은 차를 피하려다가 옆으로 넘어졌다.

 

 “어쿠!”

 

 금정은 엉덩방아를 찍으며 꼬리뼈로 강한 고통이 몰려왔다.

 

 “괜찮으세요?”

 

 금정의 앞으로 도움의 손길이 보였다. 금정은 그 팔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유, 고맙습니다."

 

 시선을 올리니 백민관이 금정을 빤히 보고 있었다. 금정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젠장!’

 

 금정은 얼른 손을 놓고 꾸벅 인사한 뒤 연구소 부지 안으로 빠져나왔다. 반면에 백민관은 아무렇지 않게 다음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이 상황에서 당황한 사람은 금정 혼자 뿐이었다.

 

 “내 얼굴을 봤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어?”

 

 금정은 그저 멍하니 백민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김 씨 괜찮아?”

 

 반장이 다가와 금정을 불렀다.

 

 “네. 괜찮아요.”

 “그럼 됐고. 자빠져도 하필 사장님 앞에서 자빠져가지고. 이따 소장님한테 꾸중 들을 준비나 해.”

 

 옆으로 누군가 또 다가왔다.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처음 듣는 목소리에 금정은 눈길을 돌렸다. 웬 젊은 남자가 서있었다. 대학생이나 될 법한 생김새였다.

 

 “다친 곳은 없습니다만, 누구세요?”

 “아, 저는 백민관 사장님의 비서입니다. 혹시 다치신 곳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선생님이 사장님 눈앞에서 부상을 입으셔서 사장님도 신경이 쓰이시나 봐요. 병원에 가야 할 정도면 얼른 보내드리라고 사장님이 지시하셨습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저는 일하러 가야 해서 이만.”

 

 금정은 황급히 말을 돌렸다. 그는 비서를 지나쳐서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시선을 옮기니 저 멀리에서 우 박사가 걸어오는 모습도 보였다. 어쩌면 방금 전의 상황을 봤을 수도 있었다. 금정은 서둘러 발길을 돌려 다시 비서를 지나쳤다.

 

 이제 그는 목적지도 없었다. 무조건 그 장소에서 멀어지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그 사정을 알 리 없는 반장은 뒤에서 “김 씨! 어디 가?”라며 금정을 불렀다. 비서도 의아한 표정으로 금정을 쳐다봤다. 하지만 금정은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 자리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졌다.

 

 “역시 저번에 교도소로 왔던 그 사람과 동일 인물이 아니었던 건가? 탈옥하고 명장제약으로 돌아오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는데 나를 못 알아봤어. 아무래도 그때 교도소에 왔던 사람은 가짜고, 방금 만난 사람이 진짜 백민관인가 보군.”

 

 그러나 금정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갑자기 백민관이 경찰들과 돌아와 그를 체포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설마. 다른 사람들 앞이라서 모르는 척하는 건 아니겠지? 이러다가 나중에 기습적으로 덮치는 거 아니야?”

 

 백민관과 그가 얼굴을 마주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금정은 오늘의 일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 혹시 몰라.”

 

 금정은 곧장 연구소 부지 옆에 있는 숙소로 들어갔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했다.

 

 “불안해서 안 되겠어. 계속 끙끙거리느니 여기서 얼른 떠나야겠어.”

 

 그는 누가 볼 새라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짐을 쌌다. 금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른 인부들의 옷에서 지갑을 꺼냈다.

 

 “어차피 다신 안 볼 사람들이야.”

 

 금정은 그들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 짐 가방에 넣고 도둑고양이처럼 공사장을 빠져나왔다.

 

 

 ***

 

 

 민석은 명장제약이 보이는 길목으로 자동차를 돌렸다. 그의 뒷좌석에는 사장과 우 박사가 타고 있었다. 보통은 그가 우 박사를 태울 일은 없었다. 하지만 백민관과 함께 멀리 출장을 다녀올 때는 우 박사의 이동수단이 따로 없었기에 백민관의 차를 빌려 탔다.

 

 오늘도 달구 연구소 부지에 들렀다가 명장제약으로 돌아오는 동선이 겹쳤기에 그의 차에 합석하게 된 것이었다. 세 사람이 오늘 명장제약으로 향하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사장실의 보수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명장제약은 진상을 밝혀라!”

 

 자동차를 타고 명장제약으로 돌아오던 일호는 50여 명의 사람들이 명장제약 정문에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화난 표정이었고 몇몇은 피켓을 들고 박자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일호는 창밖의 사람들을 가리키며 비서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지?”

 “저... 그게...”

 

 성민석은 조심스레 답했다.

 

 “명장제약에서 오리너구리를 각 나라에서 사들인다는 소문이 와전돼서요. 동물보호협회에서 오리너구리로 불법적인 실험을 진행하는 게 아니냐고 나왔답니다. 어제부터 저렇게 시위하고 있다고 하네요.”

 

 우 박사는 그들의 존재 이유를 듣고는 하얀 얼굴이 더 탈색되었다. 예전의 일들이 불현듯 떠오른 것이었다. 사장도 그들이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제 보고 받았던 내용이 저거였구만."

 "맞습니다. 동물보호협회가 생각보다 끈질겨서요."

 "오리너구리를 사들이는 건 사실이니까 감출래야 감출 수 없고. 대신에 우리의 사정을 전달하면 이해해줄 법도 한데."

 "사장님이 어제도 그렇게 말씀하셔서, 어제 오후에 사측 변호사가 협회장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 사람들에게 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나?”

 “네. 대표에게 그렇게 내용을 전달했는데도 믿질 않는다네요. 오늘 아침에는 연구실로 직접 들어가게 해 달라고 요구했답니다.”

 

 명장제약은 일반인에게 연구실을 개방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한동안 골치가 아프겠군.”

 “경찰들에게 연락할까요? 아니면 경호원이라도 부를까요?”

 “아니야. 됐어. 그렇게 해봤자 반발만 더 거세질 거야. 우리가 진짜로 불법동물실험을 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나설 필요가 없어.”

 “하지만 회사에서 나서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더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릅니다.”

 “그럴 지도 모르지. 일단은 그냥 지켜보도록 하지.”

 

 민석은 사장의 우유부단한 결정이 못내 아쉬웠다. 그 사이 그들이 탄 차는 정문과 점차 가까워졌다. 민석은 아까부터 궁금했던 점을 넌지시 물었다.

 

 “사장님. 혹시 아까 그분과 아는 사이십니까?”

 “그분? 누구를 말하는 거지?”

 “아까 달구시 건설현장에서 일으켜 세워주신 분이요.”

 “그 사람? 아니, 처음 보는 사람인데?”

 

 사장은 뭐 그런 걸 물어보냐는 표정이었다.

 

 “사장님을 뵐 때 그분 표정이 되게 이상했거든요.”

 “아, 그랬나?”

 “네. 당황을 넘어 난처한 수준의 얼굴이었어요.”

 "그래, 지금 생각해보니 어딘가 낯이 익긴 했어."

 

 민석은 차를 몰아 정문으로 들어갔다.

 

 “#$@#%/&$@!”

 

 시위대가 백민관의 차를 알아보고 자동차로 달라붙었다. 그들은 자동차 창문을 두드리며 알아듣지 못할 말로 소리쳤다. 우 박사는 그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몸을 움츠렸다. 처음 맞는 상황에 민석은 사장에게 물었다.

 

 “사장님. 어떻게 할까요?”

 

 민석은 거울을 통해 사장을 봤다. 하지만 사장도 적잖이 당황한 얼굴이었다.

 

 “이...일단, 사람들 다치지 않게 천천히 운전해서 들어가.”

 

 시위대 중 흥분한 사람이 팻말로 차창을 내려쳤다.

 

 쿵!

 

 방탄 유리로 된 창문이었기에 깨지진 않았다. 그러나 우 박사는 그 충격에 놀랐는지 온몸을 움찔거렸다.

 

 "성 비서, 조금 서둘러줘."

 

 시위대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자동차는 정문에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데까지만 5분이 넘게 걸렸다. 겨우 건물 주차장까지 들어온 세 사람은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얼른 승강기에 탔다. 그렇게 세 사람은 1층 로비로 올라왔다. 시위대는 건물로 들어올 수 없었기에 그들의 외침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제야 사장도 편한 목소리로 민석을 불렀다.

 

 “성 비서.”

 “네.”

 “우 박사랑 나는 사장실 보수공사가 잘 진행 중인지 둘러보고 올게. 30분 뒤에 다시 1층으로 오겠네. 1층에서 기다리고 있게.”

 “알겠습니다.”

 

 사장은 저번처럼 민석을 남겨둔 채 우 박사와 길을 나섰다. 그들은 승강기를 탔고 곧 승강기는 30층으로 올라갔다. 민석은 승강기 앞까지 따라와 그들을 배웅했다. 1층에 홀로 남겨진 민석은 로비로 돌아와 측면에 설치된 소파에 앉았다.

 

 “정말 이상해.”

 

 그동안은 무심코 지나쳤던 점들이 이제 하나하나가 전부 수상했다. 사장은 예전부터 그랬지만 일주일에 몇 번씩 우 박사와 함께 명장제약 내에서 어디론가로 떠났다. 그들이 사장실에 있을 때는 1층으로, 1층에 있을 때는 사장실로 사라졌다.

 

 “방금 전처럼 말이야.”

 

 성 비서는 갑자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는 로비를 지키던 경비원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혹시 지금 보안실 들어갈 수 있나요?”

 “성 비서님. 혹시 무슨 일 때문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CCTV로 확인해볼 게 있어서요.”

 “아. 네! 지하 1층으로 가셔서 오른쪽 복도로 쭉 걸어가면 보안실이 나옵니다. 거기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민석은 망설임 없이 지하 1층으로 내려가 보안실로 향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79 긴급회의 2022 / 3 / 16 116 0 7809   
78 임무 완수의 결과 2022 / 3 / 16 101 0 7844   
77 각자의 위치 2022 / 3 / 15 75 0 7758   
76 호텔 침입자 2022 / 3 / 15 66 0 7793   
75 제출 2022 / 3 / 14 60 0 7750   
74 귀환 2022 / 3 / 14 64 0 7945   
73 미네민의 임무 2022 / 3 / 13 70 0 7856   
72 의심을 따라서 2022 / 3 / 13 78 0 7775   
71 이별과 만남 2022 / 3 / 12 68 0 7941   
70 동물보호협회 2022 / 3 / 12 60 0 7739   
69 형제 2022 / 3 / 12 60 0 7737   
68 신입 흑사단원 2022 / 3 / 10 65 0 7943   
67 스파이 2022 / 3 / 10 56 0 7762   
66 한밤의 불청객 2022 / 3 / 10 65 0 7749   
65 병원 2022 / 3 / 9 63 0 7871   
64 사장과 여고생 2022 / 3 / 9 61 0 7846   
63 다시 찾아온 도시 2022 / 3 / 9 58 0 7860   
62 Speed-T1(2) 2022 / 3 / 9 58 0 7807   
61 Speed-T1 2022 / 3 / 8 63 0 7799   
60 리브의 선택 2022 / 3 / 8 63 0 7773   
59 카쟝의 소식 2022 / 3 / 7 63 0 7895   
58 막실라팀(2) 2022 / 3 / 6 63 0 7869   
57 막실라팀 2022 / 3 / 6 68 0 7968   
56 탈옥과 도주 2022 / 3 / 5 68 0 7762   
55 그들의 일 2022 / 3 / 5 63 0 7792   
54 리브와 미네민 2022 / 3 / 5 60 0 7781   
53 D-day 2022 / 3 / 5 65 0 7936   
52 흑사단과 경찰 2022 / 3 / 5 56 0 7852   
51 D-1 2022 / 3 / 5 58 0 7879   
50 흑사의 시험 2022 / 3 / 5 75 0 7820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