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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다시 찾아온 도시
작성일 : 22-03-09 08:38     조회 : 58     추천 : 0     분량 : 7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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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소구치는 주먹으로 자동차 천장을 쳤다. 카쟝은 슬그머니 소구치의 얼굴을 봤다. 그의 얼굴엔 미안쩍은 표정이 가득했다.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고 있었다.

 

 "내가 견치처럼만 빨랐다면 그 그림을 뺏을 수 있었는데."

 

 카쟝은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이라도 차를 돌려서 '조화'를 빼앗으러 가는 건 어때요? 제이처럼 말이죠."

 

 카쟝의 의견을 듣고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역시나 견치였다.

 

 "미쳤어? 경찰이 붙은 도둑 걸 빼앗자고? 넌 어디 가서 절대 혼자 도둑질하지 마라."

 

 카쟝은 모처럼만에 열었던 입을 다시 잠갔다. 중절치는 카쟝을 다독였다.

 

 "지치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없어."

 

 카쟝은 아쉬운 마음에 자동차 뒤편을 힐끗 봤다. 그는 도로 한편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구경하다가 뭔가 떠오른 듯 질문을 꺼냈다.

 

 "그나저나 데일은 안 보이네요?"

 

 측절치가 뒤돌아봤다.

 

 "데일?"

 "게적그룹 수장이요."

 "아, 그 데일."

 "새던 교도소에서 듣기로는 엄청 포악한 사람 같더라고요. 게적그룹원들의 경외감도 상당했고요. 근데 막상 그 데일이란 사람의 얼굴은 본 사람은 없더라고요. 여기 계신 분들은 직접 본 적 있어요?"

 

 측절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에 대한 소문은 무성하더라고. 근데 우리 앞에는 단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어. 항상 게적그룹에게 임무를 부여하는 사람이라는데, 어디서 지내고 무슨 일을 하는지는 하나도 밝혀진 게 없어. 개인이 아니라 단체를 지칭한다는 소문도 있고."

 

 견치가 느닷없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데일은 없어."

 "없다고요?"

 "다 지어낸 거야. 우리도 소문은 많이 들었지. 뭐 눈에서 불이 나온다는 소문도 있으니까. 근데 우리 눈에는커녕 뉴스나 신문에서 한 번도 그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어. 그냥 게적그룹에서 자기들끼리 지어낸 거야. 일종의 신을 만들어낸 거지. 자기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게 사실이라면 게적그룹에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 누군데요?"

 "그 신을 만들어 낸 사람일 거야. 내 추리가 맞다면."

 

 견치는 자신이 게적그룹을 꿰뚫고 있다는 듯한 눈빛으로 고개를 혼자 끄덕였다. 그 사이 중절치는 추격전을 피하기 위해 운전대를 돌렸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괜히 피곤해지지 않게 여기서 벗어나야겠어."

 

 중절치는 샛길로 빠져나와 숙소를 향해 자동차를 몰았다.

 

 

 ***

 

 

 "아직도 흑사단의 동태는 없어?"

 "네. 일주일이 지나는 동안 흑사단과 관련한 사건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학목강 다리에서 몇 번 대치했던 경우를 빼면 아직까진 우리 경찰 쪽 피해도 전혀 없습니다."

 "이 녀석들 도대체 달구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오성한은 담배연기를 길게 뿜었다. 바깥 공기는 차가웠지만 폐는 뜨겁게 타들어가는 듯했다. 그는 10년 넘게 끊었던 담배를 일주일 전부터 다시 태우기 시작했다. 모두 흑사단 때문이었다.

 

 "그 녀석들 때문에 망신살이 제대로 뻗쳤어."

 

 일주일 전, 흑사단은 무장을 하고 경찰서로 쳐들어왔다. 그들은 경찰의 방어를 가볍게 뚫고 경찰서에 갇혀있던 자신의 단원들을 해방시켰다. 더 큰 문제는 그 과정에서 흑사단이 경찰서를 불태우기까지 했다는 점이었다. 경찰서는 안팎으로 활활 타올랐고 소방관들이 출동하고 나서야 진화할 수 있었다.

 

 그 다음날 신문 1면에는 불타는 경찰서의 사진으로 도배되었다. 뉴스에서는 화재로 송두리째 타버린 경찰서의 모습도 보여졌다. 피해도 피해였지만 경찰의 자존심이 무너진 사건이었다.

 

 흑사단의 '경찰서 습격 사건'으로 인해 경찰서는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문서는 문서대로 사라지고 책상과 의자 등은 부러지거나 불에 타서 성한 기구가 없었다. 도저히 그냥 놔둘 수 없어 경찰서는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오성한이 지금 일하는 장소도 '정성 국립 체육관'에 설치된 임시 경찰서였다.

 

 "여러모로 큰 실수를 했어. 하필 내 스케줄이 빌 때 그 사건을 저지르다니."

 "그래도 지금은 마루에 얼씬도 못하도록 잘 막고 계시지 않습니까?"

 

 길태석 형사는 오성한을 위로했다. 길 형사는 오 청장의 지휘 하에 흑사단 전담반을 맡고 있었다. 그런 길 형사를 보며 오성한은 거센 콧김을 내뿜었다.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것뿐이야."

 

 오성한은 태석에게 다가갔다.

 

 "길 형사, 혹시 그 소식 들었나?"

 "무슨 소식 말씀이십니까?"

 "대통령께서 이제 도적단을 상대로 국방부를 개입시킬 거라는 소식."

 

 태석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아침에 언뜻 듣기는 했습니다."

 "그래. 생각보다 소문이 빠르군."

 

 길태석은 오성한을 봤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성한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국방부를 투입한다는 건, 다시 말해서 우리를 믿지 못하신다는 얘기야."

 "그렇...죠."

 "근데 이대로라면 우리도 대통령께 할 말이 없게 돼. 흑사단을 향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지금까지 잘 막고 있는데 또 다른 조치가 필요합니까?"

 "잘 막고 있는 것뿐이지. 우리가 적극적으로 공격하진 못하고 있잖아."

 "그건 불필요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그런 거 아니었습니까?"

 "달리 말하면 우리의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

 "그래도 저는 우리 경찰이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은 달라. 우리가 너무 방심했어. 카쟝이 사라졌다고 한숨 돌렸는데 역시 흑사가 훨씬 위험한 존재였어. 흑사단이 조용한 지금, 흑사가 과연 쉬고만 있을까? 아니야. 흑사는 세력을 무지막지하게 키우고 있을 거야. 우리는 그 세력이 더 커지기 전에 압박을 가해야해."

 "그럼 흑사의 현상금을 올리는 게 어떻습니까? 그러면 흑사단을 노리는 사냥꾼들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것만으로 해결이 될 거라면 경찰이 필요 없을 거야. 하지만 다른 방법과 병행한다면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겠군."

 "청장님은 따로 생각하신 계획이 있으십니까?"

 "내가 왜 길 형사만 따로 불렀을 것 같나?"

 "네?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내 입장에서는 참 이상했어. 지난주에 유일하게 일정이 비었던 날이 수요일 저녁이었어. 그날 저녁에 난 가족들과 뮤지컬을 보러갔거든. 근데 하필 그 시간에 흑사단이 경찰서를 공격한 거야. 그 당시에 경찰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신고로 인해 죄다 범죄현장으로 출동한 상태였어. 그 탓에 경찰서엔 흑사단을 막을 병력이 없었고. 만약에 내가 경찰서에 있었으면 흑사의 계략임을 단숨에 눈치 챘을 거야. 눈에 뻔히 보이는 작전이었거든."

 

 하지만 오 청장은 그날따라 공석이었고, 그로 인해 경찰을 지휘할 사람이 없었다. 지휘체계가 무너지니 흑사단의 공격에 적절한 대응을 못한 것이었다.

 

 "내가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면 최소한 경찰서가 불타버리는 치욕은 당하지 않았을 거야. 하필 내가 없는 시간에 습격하다니!"

 

 오성한의 주먹으로 힘줄이 돋았다.

 

 "길 형사, 내가 없던 그 3시간 동안 흑사단이 엉뚱한 경보를 만들고 경찰서를 공격한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나?"

 "우연이 아니라면, 누군가 청장님의 스케줄을 알아냈다는 의미입니까?

 "그렇지. 근데 나의 일정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었을까?"

 

 길태석은 뜸을 들이다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청장님 말씀은, 경찰서에 흑사단의 스파이가 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그래. 역시 길 형사는 이해가 빨라. 내 말은 그렇다는 거지. 스파이."

 "곧장 색출해내겠습니다."

 "나도 한 번 알아보려고 자체적으로 조사해봤는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일정을 아는 이가 얼마 없어. 10명도 채 안 되지. 그들이 흑사단과 연루됐다고 하기엔 납득이 안 돼."

 "뭐가 납득이 안 된다는 말이십니까?"

 "그 얼마 안 되는 사람 중에서 내 전체일정을 아는 이는 오직 나뿐이야. 지난주에 내가 수요일 저녁에만 쉴 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나 한 명뿐이라는 거지."

 "음, 그러면 역시 우연이 아니었을까요?"

 "우연인지 아닌지 이제부터 알아보려고 해."

 "어떻게 말씀이시죠?"

 

 오성한은 길태석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태석은 갑작스런 성한의 행동에 움찔거렸다. 하지만 성한은 아무렇지 않게 태석과 시선을 맞췄다.

 

 "쓸 만한 청년 한 명만 구해줘."

 "그거야 뭐 어렵진 않습니다."

 "정말 주도면밀하고, 어떤 상황에도 적응이 빠르고, 직업정신도 투철한 사람이어야 해."

 "알겠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왜 인력을 구하시는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흑사단에 스파이를 심어놓을 거야."

 

 태석은 커진 눈동자로 성한을 쳐다봤다.

 

 "경찰을 적진 한가운데에 투입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성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불작전인 거지. 일차적으로는 흑사가 나의 일정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밝혀내야 해. 정말로 경찰 중에 스파이가 있다면 그 스파이를 색출해내야지. 더 나아가서는 그들의 계획을 우리 쪽으로 빼와야하는 역할이네. 엔간한 사람에게는 맡기기 어려운 임무지."

 "듣기만 해도 상당히 위험한 계획인 것 같습니다."

 "위험을 무릅써야하니 직업정신이 투철한 사람만이 할 수 있지. 그래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아달라는 거네. 무엇보다 흑사단에 이질감 없이 녹아들 수 있는 그런 사람."

 "...알겠습니다.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오성한은 담배를 주머니에 집어놓고 사무실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번 습격사건에서 경찰 인사 관련 문서가 없어졌다고 들었어. 흑사단이 챙겼을 가능성이 크지. 그러니깐 말이야, 아직 경찰로 등록되지 않은 신입 중 한 명이 낫겠어."

 "...예. 알겠습니다."

 

 오성한은 태석의 어깨를 탁탁 두드리고는 임시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이건 자네랑 나만 아는 일로 하겠네. 그래서 길 형사만 불렀던 거고.“

 

 

 ***

 

 

 "안 돼요. 거긴 안 가요."

 "그럼 그 근처까지만이라도 어떻게 안 될까요?"

 "아 글쎄 안 된다니까? 손 떼요. 차 나가야 하니까."

 

 부우웅-

 

 택시는 손님을 마다하고 서둘러 출발했다.

 

 "진짜 다들 너무 각박하네."

 

 벌써 5대를 눈앞에서 떠나보냈다. 금정은 서마루 항구에서 1시간째 정체되어있었다. 마루로 몰래 들어오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항구에서부터는 한 발짝도 못 떼는 신세였다. 남고 싶어서 남은 것이 아니었다. 잡히는 택시마다 그의 승차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다들 너무 각박하네."

 

 금정이 기사들에게 목적지를 말할 때마다 기사들은 벌레 씹은 표정으로 차창을 닫았다. 금정이 기사들에게 건넸던 말은 "달구로 가주세요." 이 한 마디뿐이었다.

 

 "쓰읍. 달구가 이 정도였어? 1시간째 제자리네. 화장실이나 다녀와야지."

 

 금정은 항구 매표소 오른편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는 볼일을 보며 뇌를 열심히 굴렸다.

 

 "달구로 가기가 영 쉽지 않네. 다들 왜 이리 두려워하는 거지? 루베라면 '가지 말라는 신의 계시'라고 했겠지?"

 

 그는 잠시 천장을 보며 고민하다가 고개를 내렸다.

 

 "그래, 나도 달구로 가봤자 아는 사람 하나 없긴 해. 택시기사들도 불안한 뭔가가 있으니까 함부로 못 들어가는 것이겠고. 막무가내로 들어가 봤자 괜히 도적단 눈에 띌 수도 있어."

 

 머릿속으로 루베가 걱정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나름대로 굳게 결심하고 여기까지 온 건데."

 

 택시기사들은 달구라는 단어에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냈다. 금정도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 한 구석부터 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는 볼일을 마치고 물을 내렸다.

 

 "어젯밤부터 쫄쫄 굶어서 배도 채워야 하는데. 되는 일은 하나도 없네."

 

 금정은 세면대로 다가갔다. 거울 속에는 검은 선글라스와 검은 야구 모자를 쓴 사람이 서있었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싶어 하는 복장 그 자체였다. 금정은 그때 깨달았다. 자신의 옷차림으로 달구를 가 달라고 요구하는 것부터가 수상한 인물의 표본이었다.

 

 "그래, 이렇게 입고 달구를 가자고 했으니 싫어할 만도 하지."

 

 금정은 다시 승차장으로 나갔다.

 

 꼬르륵-

 

 금정의 위장이 한 곡조 뽑기 시작했다. 금정은 당장 뭐라도 먹고 싶었다. 때마침 택시 한 대가 금정의 앞으로 다가왔다. 창문이 열리고 택시 기사의 얼굴이 보였다.

 

 "손님, 어디 가세요?"

 

 금정은 조금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도시 번화가로 가주세요."

 

 결국 배부터 채우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역시나 이번 택시기사는 흔쾌히 오케이를 했고 금정은 택시 조수석에 탈 수 있었다. 택시는 가벼운 주행으로 도심을 향해 달려갔다. 금정은 모자를 눌러쓴 채 눈을 꾹 감고 좌석에 등을 댔다.

 

 자는 것은 아니었다. 자는 척만 할 생각이었다. 혹여나 기사와 대화를 하다가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었기에 대화의 시작을 차단하는 자세였다. 다행히 택시기사도 금정 같은 손님을 많이 태워봤는지 그에게 일절 말을 걸지 않았다.

 

 '언제쯤 도착할라나? 한 1시간 걸리려나?'

 

 금정은 눈을 감은 채 마루에 도착하길 기다렸다. 1시간 동안 방황하다가 푹신한 좌석에 기대니 편안함이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햇볕도 그의 볼을 따스하게 감쌌다. 온몸이 서서히 풀어지며 자동차 소음마저 자장가로 들렸다. 금정은 자신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었다.

 

 "손님,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어디쯤에 세워드릴까요?"

 

 금정이 다시 눈을 떴을 땐 창밖으로 마천루가 즐비해있었다. 눈을 어디로 돌리든, 깔끔하고 밝은 색감의 건물들이 "저요! 저요!" 손을 들고 하늘로 힘차게 뻗어있었다. 마루의 도심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 주세요."

 

 택시는 곧 도심 한복판에 섰다. 금정은 택시에서 내렸다. 그는 내리자마자 기지개를 길게 펴고는 정신을 차렸다.

 

 "마루는 오랜만이네."

 

 10년 만에 재회한 마루는 몰라보게 성장해있었다. 건물들의 키는 쑥쑥 커있었고 자동차를 비롯한 온갖 기계들은 홀쭉해져 있었다. 금정은 문득 격언 하나가 떠올랐다.

 

 "알케일이 과학을 발전시키고, 마루가 과학을 상용화한다더니. 역시 틀린 말 하나 없네. 알케일 시설들은 아직도 구닥다리인데, 여기는 말 그대로 첨단 도시네."

 

 금정은 신기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식당에는 처음 보는 기계들이 음식을 만들고 있었고 사람들은 무슨 용도인지도 모르는 기계들을 온몸에 걸고 다녔다. 그런 금정의 눈에 들어온 한 건물이 있었다.

 

 "명장제약회사."

 

 눈길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이 근방에서 가장 널찍한 건물이었다. 그 명장제약의 건물은 금정이 보란 듯이 마루 한복판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었다. 한때 금정이 드나들었던 건물이기도 했다. 금정의 발끝은 자신도 모르게 명장제약으로 향했다.

 

 "지금 백민관이 있을까?"

 

 금정은 자신이 명장제약회사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곧 그의 앞으로 눈에 익은 거리가 나왔다. 금정이 명장제약을 다닐 때 밟았던 거리. 금정은 그제야 발을 멈췄다. 그는 주위를 슬쩍 둘러봤다. 명장제약회사의 앞으로는 식당가가 길게 뻗어있었다. 사방에서 풍기는 따스하고 달콤한 냄새가 그의 후각을 부드럽게 유혹했다.

 

 "이거,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겠네. 옛날 추억도 떠올려볼 겸 이 근처에서 점심을 먹는 게 좋겠어."

 

 금정은 명장제약 바로 앞에 위치한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그는 누가 알아볼까 두려워 모자를 한 번 더 푹 눌러썼다.

 

 "여기 오므라이스 하나 주세요."

 

 금정은 자연스럽게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창 너머로 명장제약의 정문이 보였다. 누구를 찾는 건 아니었지만 금정의 시선은 명장제약 건물을 이리저리 훑고 있었다. 명장제약회사의 정문으로 차가 5대 들어갈 즈음 그의 요리가 나왔다.

 

 "여기 오므라이스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호호."

 

 금정의 앞으로 하얀 접시가 놓였다. 흰 접시 위에 올린 샛노란 계란 옷이 맛있는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냈다. 달달한 향기만으로도 금정의 식욕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금정이 다시 정신을 차린 건 오므라이스를 반절 정도 입에 담았을 때였다. 금정은 무심코 창밖을 보다가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우 박사다."

 

 우 박사는 외출을 끝내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녀의 오른손에는 포장지도 안 뜯긴 책이 들려있었다.

 

 "웬 책이지? 서점에 갔다 온 건가?"

 

 우 박사는 책을 들고 명장제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금정의 눈동자도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별안간 우 박사는 정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오른손에 있던 책을 등 뒤로 감췄다. 금정은 자신이 들킨 것도 아닌데 괜히 긴장했다.

 

 "뭐하는 거지?"

 

 우 박사의 얼굴이 향한 곳을 쳐다보니 자동차 한 대가 정문으로 등장했다. 검은 색의 대형 세단이었다. 누군가 차를 끌고 회사 밖으로 나서고 있었다. 그 세단은 정문을 지나더니 우 박사 앞에서 정지했다. 곧이어 뒷좌석의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내렸다. 곧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고 금정의 몸은 굳었다.

 

 "백민관."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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