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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탈옥과 도주
작성일 : 22-03-05 22:00     조회 : 67     추천 : 0     분량 : 7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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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치 못한 대답에 카쟝의 오른쪽 눈썹이 올라갔다. 호기심의 표현이었다.

 

 “잘 모르신다고요?”

 “잘은 모르지만 한 가지는 정확해요. 그 사람은 선수를 화나게 만드는 선수라는 거.”

 “선수요?”

 

 측절치는 견치와는 달리 부드러운 어조로 카쟝의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네. 선수요. 저희 막실라 팀의 라이벌이기도 해요.”

 

 카쟝은 그들의 팀명을 처음으로 들었다.

 

 ‘팀 이름이 막실라구나.’

 

 “근데 무슨 경기를 하길래, 선수가 있고 라이벌이 있는 거예요?”

 “아까 전에 미술관에서 우리가 했던 일 보셨죠?”

 “그럼요. 두 눈으로 아주 잘 봤죠.”

 “일호 씨 눈에는 우리가 도둑질을 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실은 경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아까 그게... 경기라고요?”

 

 도둑질을 경기라고 표현하는 측절치 앞에서 전문도둑 카쟝도 눈을 끔뻑거렸다. 이어지는 측절치의 설명은 카쟝의 눈과 귀를 활짝 열리게 만들었다.

 

 측절치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Speed-T1'이라는 비밀리에 열리는 경기에 참가한 상태였다. 속사키 미술관에서 했던 범행도 경기의 일부였다. 경기의 방법은 이러했다. 'Speed-T1'을 주관하는 협회에서 분기마다 특정 물품들을 선정하고 리스트를 만들었다. 리스트에 올라온 물품들은 각각 점수가 매겨져 있었다. 그 물품들을 많이 찾아내어 가져올수록(결국 훔쳐오는 거지만 측절치는 줄곧 가져온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점수가 쌓였다.

 

 “어디로 가져가야 하는데요?”

 “그 협회가 지정한 장소로 가져가서 제출해야 해요. 그 장소는 해마다 바뀌고요.”

 “굳이 제출해서 점수를 따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아까 그 그림만 하더라도 값비싸 보이던데 직접 팔아도 되잖아요?”

 “일호 씨가 말한 ‘순백의 여인’을 예로 들어보죠. 그 그림은 미술관에서 나온 순간부터 장물인 거잖아요? 이 나라엔 그런 장물을 사는 사람도 얼마 없을 뿐더러 그 사람들과 접촉해서 직접 파는 것도 여러모로 위험해요. 장물을 사는 사람치고 법을 준수하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자칫하면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려들 가능성도 있고요. 잘못 걸리면 평생 교도소에서 썩는 거죠. 하지만 협회에서는 그 그림의 가치를 두둑이 쳐주는 편이에요. 결과적으로 우리가 가져온 물품을 안전하고 확실하게 받아주는 곳이 그곳 뿐인 거죠.”

 “그럼 그 'Speed-T1'의 주최자가 누구예요?”

 “주최자도 똑같아요. 알 수가 없어요.”

 

 측절치는 라이벌의 정체도 모르고 주최자의 정체도 몰랐다.

 

 “모르는 것투성이네요.”

 “그동안의 경험으로 비춰봤을 땐, 돈 많고 예술품을 모으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주최자를 모르는 건, 그들의 정체를 알아내려는 시도 자체가 참가 자격을 박탈 당하는 조건이거든요.”

 “자격 박탈이라. 이제야 좀 이해가 가네요. 그럼 일단 많이 훔쳐야겠네요.”

 “아니에요. 단순히 많이 가져간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 방금 말했던 것처럼 물품마다 점수가 다 달라요. 그래서 같은 개수의 물품을 훔쳐도 점수가 높은 쪽이 이기는 거죠. 낮은 점수를 갖는 물품 3개를 가져가는 것보다 높은 점수를 갖는 1개를 가져가는 게 나을 때가 더러 있거든요.”

 “예술품에 점수를 매겨서 그걸 훔쳐오는 대로 점수를 매긴다... 그 주최자는 장물아비의 할애비쯤 되나 봐요?”

 “아, 그리고 한 가지를 말 안 했는데요. 각각의 예술품 값을 어느 정도 치러주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점수의 총합이 많을수록 높은 등수를 차지하게 되고, 등수에 따라 상금이 따로 있어요.”

 “오, 상금이라. 상금은 얼마나 하죠?”

 “작년엔 1등한테 1조 환을 줬어요.”

 “와!”

 

 카쟝은 예상보다 큰 액수에 깜짝 놀랐다. 손만 묶여있지 않았다면 박수도 쳤을 기세였다.

 

 “근데 1등만 그 정도고 2등부터는 거기에 반의반도 안 줘요. 1등에게 모든 걸 몰아주는 꼴이죠.”

 “그렇구나. 막실라 팀은 지금 몇 등이에요?”

 “3등이에요.”

 “2등은요?”

 “게적그룹.”

 

 이젠 카쟝도 익숙히 알고 있는 도적단이었다.

 

 “그러면 1등은요?”

 “제이.”

 

 또 한 번 듣게 된 그 이름.

 

 “제이....”

 

 그때였다. 천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뚜걱. 뚜걱.

 

 누군가 짐칸 위를 조심스럽게 걷고 있었다. 측절치는 고개를 올려 천장을 쳐다봤다.

 

 “형이 온 건가?”

 

 카쟝이 조용히 속삭였다.

 

 “아니에요. 두 명씩 모여서 나갔는데 지금 들리는 소리는 한 명의 발소리에요. 발소리도 굉장히 가볍고. 그리고 막실라 팀이면 굳이 천장을 타고 들어올 이유도 없잖아요.”

 

 즉, 막실라 팀의 발소리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측절치와 카쟝은 오른편에 쌓여있는 짐 뒤로 숨었다.

 

 뚜걱. 뚜걱.

 

 잠시 후 천장에서 누군가 내려왔다. 그는 짐칸의 뒷문을 열고 도둑고양이처럼 발을 들였다. 그 고양이는 안으로 사뿐사뿐 걸어 들어왔다.

 

 “손들어.”

 

 측절치가 권총을 들고 불청객의 앞에 나섰다. 측절치의 눈동자로 그 불청객의 모습이 드러났다.

 

 “역시 당신이군. 제이.”

 

 제이는 전혀 긴장하지 않은 얼굴로 측절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혼자인가."

 

 오히려 긴장한 쪽은 측절치였다.

 

 “어, 얼른 손들라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제이는 뱀처럼 민첩하게 측절치에게 파고들어 그의 손을 쳐냈다. 측절치는 방아쇠를 당기지도 못하고 총을 놓쳤다.

 

 “이런!”

 

 측절치는 정신을 차리고 제이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제이는 그의 공격을 부드럽게 피한 뒤 측절치의 가슴팍을 발로 밀었다.

 

 쿠당탕-

 

 측절치는 종잇장처럼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제이는 측절치가 떨어뜨린 총으로 다가갔다.

 

 “이런 위험한 걸 나한테 쓸라고 했어?”

 

 제이가 그 총을 주우려 했다.

 

 휙-

 

 카쟝이 난데없이 몸을 던져 제이를 쓰러뜨렸다. 제이는 예상치 못한 타격을 받고 바닥에 엎어졌다.

 

 “으으....”

 

 제이는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오토바이에서 떨어지면서 얻은 부상이 아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때 카쟝의 눈으로 제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의 등에는 플라스틱으로 된 기다란 가방이 있었다. 화구통이었다.

 

 ‘아까 그 그림은 분명히 저 가방에 있어!’

 

 카쟝은 제이에게 달라붙었다.

 

 “넌 또 뭐야!”

 

 제이는 카쟝을 밀어냈다. 하지만 카쟝의 손은 제이가 매고 있던 가방을 꽉 쥐고 있었다. 제이는 또 한 번 휘청거렸고 이내 가방은 카쟝의 손으로 넘어갔다. 제이는 쓰러진 채 카쟝의 얼굴을 유심히 노려봤다.

 

 “처음 보는 녀석이네.”

 “예. 처음 뵙겠습니다.”

 

 제이는 벽을 짚고 천천히 일어났다. 카쟝은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몸도 안 좋으신 거 같은데 오늘 일찍 들어가시는 게,”

 

 휘익-

 

 제이는 벽을 타고 높게 뛰어 카쟝을 덮쳤다. 카쟝은 제이와 함께 바닥에 넘어졌다. 손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던 카쟝은 등으로 그 충격을 모조리 받았다.

 

 “헉.”

 

 카쟝의 숨이 잠시 멈췄고 그 동안 제이는 카쟝의 손에 들린 가방을 빼앗으려고 했다. 하지만 카쟝의 손가락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제이는 무릎으로 카쟝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흐읍!”

 

 카쟝은 구두에 밟힌 굼벵이처럼 꿈틀거렸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은 단단히 굳은 것처럼 가방을 놓지 않았다.

 

 “뭐하는 놈인진 모르겠지만 정말 끈질기네.”

 

 제이는 카쟝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찼다. 카쟝의 옆구리가 너덜너덜해질 쯤 카쟝의 손에서 힘이 풀렸다. 제이는 카쟝이 놓친 가방을 집으려했다.

 

 탕-!

 

 가방 바로 옆 바닥에 구멍이 뚫렸다.

 

 “거기 손대지마! 손대면 그 손부터 날아갈 줄 알아.”

 

 제이는 조각상처럼 멈췄다. 짐칸으로 화약연기가 퍼지고 있었다. 측절치는 다음 총알을 장전했다.

 

 “우리가 먼저 가져온 거야. 우리 껄 도둑질할 생각은 하지도 마.”

 “착각하지 마. 너희야 말로 내가 훔치려고 한 걸 새치기한 거야.”

 

 이때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측절치의 총성을 듣고 누군가 뛰어오던 것이었다.

 

 “에잇!”

 

 제이는 재빨리 가방을 집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카쟝의 손이 조금 더 빨랐다. 카쟝은 잽싸게 가방을 측절치에게 던졌다.

 

 그 때 짐칸의 앞문이 열렸다.

 

 “무슨 일이야!”

 

 짐칸으로 등장한 사람은 대구치와 견치였다.

 

 “젠장!”

 

 제이는 그들의 모습이 보이기 무섭게 뒷문으로 뛰어나갔다.

 

 “오냐. 너 잘 만났다. 이 족제비 같은 새끼!”

 

 견치는 그를 쫓으려 했다.

 

 “견치야, 그만둬! 그림은 여기 있어.”

 

 측절치는 가방에서 그림을 꺼냈다.

 

 “되찾았어. 그러니까 굳이 쫓을 필요 없어. 열차 밖에서 싸우는 건 위험해.”

 “그래도 이 녀석의 버릇을 확실히 고쳐놔야 해.”

 

 견치는 분을 못 참고 뒷문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제이는 온데간데없었다.

 

 “이 족제비 녀석 또 어디로 도망친 거야?”

 

 견치는 사다리를 타고 천장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달이 구름에 가려진 탓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보이는 것은 저 멀리서 다가오는 다음 기차역이었다.

 

 

 ***

 

 

 [새던 교도소 탈옥 발생]

 

 수프를 먹던 금정은 화들짝 놀랐다. 자신의 얼굴이 뉴스에 큼지막하게 나온 것이었다. 앵커는 오늘 오후에 있었던 사건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새던 교도소에서 폭동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교도관들이 진압하던 도중 수감자 2명이 탈옥을 감행했으며...]

 

 “탈옥을 했다고?”

 

 TV에선 그날의 상황을 자료화면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화면영상은 교도소에서 제공한 CCTV 영상이었다. 운동장에서는 교도관과 수감자가 뒤엉켜있고 질서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때 금정에게 익숙했던 장소에서, 금정에게 낯익은 사람들끼리 엎치락뒤치락 싸우고 있었다.

 

 금정은 입에 넣었던 수저를 식탁에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 곧이어 뉴스에선 금정의 얼굴을 보여주며 키와 체형에 대한 부가적인 묘사까지 세세하게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정의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갈 리가 없었다.

 

 “이게....”

 

 금정 못지않게 당황한 사람은 그의 옆에서 식사하던 루베였다.

 

 “어떻게 된 일이야. 오늘의 운세에서 뜻밖의 소식이 들려온다고 하더니 이걸 두고 한 소리였나?”

 “하필 그 작자가 탈옥을 할 줄이야.”

 

 금정의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일차적으로는 자신의 자유를 다시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이차적으로는 루베에 대한 걱정이었다.

 

 금정은 루베를 바라봤다. 루베와 금정은 각별한 친분이 있었다. 루베의 지인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금정이 탈옥을 했으면 루베부터 찾아갈 거라고 추측하는 것이 당연했다. 루베의 지인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었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경찰이 루베의 연구소로 찾아오는 건 시간문제였다. 루베는 식탁만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리 꽂았다.

 

 “경찰이 조만간 여기로 찾아올 거야.”

 

 금정도 그렇게 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금정은 루베와 눈을 마주쳤다.

 

 “난 경찰은 무섭지 않아. 하지만 탈옥했다는 그 작자가 루베 씨를 해코지할까봐. 난 그게 걱정돼.”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본인보다 루베를 먼저 생각하는 금정을 보며 그녀는 가슴 한 켠이 뭉클해졌다.

 

 “금정 씨 고마워. 나도 금정 씨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각오가 되어있어.”

 “고마워, 루베 씨.”

 “금정 씨한테 경호원이라도 붙여줄까?”

 

 금정은 잠시 대화를 멈췄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고민에 잠겼다. 숙고를 마친 금정은 입술을 열었다.

 

 “아니야.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루베 씨, 이젠 내가 떠나는 게 맞는 것 같아.”

 

 떠난다는 그의 말에 루베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런 말은 하지 마. 다시 함께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아니면 시내에 집을 하나 구해줄게. 거기에 숨어있어. 경찰들도 여기에 한두 번 찾아오고 금방 돌아갈 거야.”

 “루베 씨가 날 숨겨줬다가 들통 나버리면 루베 씨도 큰 벌을 받게 될 거야. 그렇게 된다면 정말 난 말이지. 그 자리에서 죽어버릴 지도 몰라. 어쩌면 지금 당장 저 문을 열고 경찰이 들어올 수도 있어.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미안해. 루베 씨. 이게 다 루베 씨를 위한 길이야.”

 

 금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정 씨. 제발 가지 말아줘.”

 

 루베가 긴 팔로 금정의 팔목을 잡았다. 금정은 루베를 내려다봤다. 루베도 금정을 올려다봤다. 금정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볼을 타고 턱으로 흘렀다.

 

 “정말 미안해, 루베 씨. 더 이상 루베 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

 “그런 말 하지 마. 금정 씨는 단 한 번도 나한테 폐를 끼친 적 없어.”

 

 금정은 두 손으로 루베의 손을 감쌌다. 수족냉증이 있는 루베라 손이 싸늘했지만 지금 금정에게만큼은 핫팩보다 따스했다.

 

 “금정 씨... 언제 떠날 건데? 저녁이라도 다 먹고 가.”

 “미안해 루베 씨. 조금이라도 지체할 순 없어. 경찰이 곧 찾아올 거야. 지금 바로 짐 싸서 나가야 해.”

 

 금정은 잠시라도 이곳에 머물렀다간 떠나기가 더 힘들어질 거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당장 움직여야 했다.

 

 “흐윽.”

 

 루베도 결국 눈물샘이 터졌다. 그녀는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금정은 그녀를 따라가지 않았다. 따라갈 수 없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한동안 가만히 서있었다. 그 사이 수프도 싸늘하게 식었다.

 

 “후우....”

 

 금정은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움직여가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떠나기 위해선 간단하게라도 짐을 싸야 했다. 어차피 빈손으로 온 루베의 집이었기에 챙길 게 많지도 않았다.

 

 “꼭 필요한 것만 가져가자.”

 

 금정은 지금 당장 들고 나갈 수 있으면서 생존에 필요한 것들로만 짐을 꾸렸다. 그렇게 모으니 대략 가방 하나에 들어갈 정도의 짐이 생겼다. 금정은 배낭을 하나 꺼내 그것들을 꾸역꾸역 넣었다. 금정이 배낭을 매고 방에서 나왔을 때 루베는 식탁 앞에 서있었다.

 

 “루베 씨, 언제 나왔어?”

 “금정 씨, 이거 받아.”

 

 루베는 손잡이가 달린 여행용 가방을 건넸다. 그 여행용 가방은 속이 꽉 찬 만두처럼 빵빵했다.

 

 “루베 씨, 이게 뭐야?”

 “일단 받아.”

 

 금정이 가방을 넘겨 받는 순간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금정은 가방을 열어보았다. 그 속엔 돈다발이 수북이 담겨있었다.

 

 “루베 씨... 이건....”

 “금정 씨,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당분간은 어딜 가든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

 “고마워, 루베 씨.”

 

 루베는 고개를 숙인 채 차마 금정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코를 훌쩍 들이키더니 다음 말을 힘겹게 꺼냈다.

 

 “어디로... 갈 거야?”

 “생각을 해봤는데, 솔코라인에 머물러 있으면 언젠간 경찰이 날 찾아올 것 같아서. 아예 다른 나라로 떠나려고.”

 “다른 나라 어디로?”

 

 지금 금정에겐 루베 외에는 믿고 신세를 질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다른 나라로 간다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온드리안.”

 “온드리안? 거기로 가도 경찰은 있을 거야.”

 “루베 씨, 난 경찰이 날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갈 거야.”

 “그런 곳이 있어?”

 “달구.”

 

 달구는 솔코라인에서도 유명한 도시였다.

 

 "경찰도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는 온드리안의 무법도시니까, 괜찮을 거야."

 

 금정은 달구로 가면 경찰들이 더 이상 자신을 쫓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루베는 걱정이 앞섰다.

 

 “금정 씨, 거기는 도적들의 소굴이라는데 경찰보다 위험하지 않을까?”

 

 여차하면 오늘 루베에게 받은 돈을 한 번에 강탈 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금정에겐 경찰을 피하는 게 급선무였다.

 

 “걱정 마. 거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니까. 별 일 없을 거야.”

 “언제... 돌아올 생각이야?”

 “나중에 나에 대한 추적이 잠잠해졌을 때, 그때 돌아올게, 루베 씨.”

 “달구로 갈 방법은 알아봤어?”

 “내가 몰래 배 타는 건 선수잖아? 달구로 직접 가는 배는 없을 테니 우선 밀항으로 마루에 들어가려고. 그 다음 마루에서 달구로 들어갈 거야.”

 “금정 씨, 이미 구체적인 계획까지 짰구나.”

 

 루베의 얼굴로 다행스러움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그래. 금정 씨. 어서 달구로 가. 가능하면 가끔씩 연락도 하고.”

 “루베 씨, 미안해. 그리고 진심으로 고마워. 꼭 다시 돌아올게. 조금만 기다려줘.”

 

 금정은 눈물을 머금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그는 자신이 출구로 걸어가는 동안 숨죽여 울고 있을 루베의 모습이 그려졌다. 금정은 출구 앞에서 잠깐 멈춰 섰다.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굳게 결심하고 손잡이를 잡았다.

 

 멍!

 

 별안간 금정의 강아지인 간댕이가 튀어나와 금정의 꽁무니를 쫓아왔다. 간댕이도 금정이 떠난다는 사실을 감지한 것만 같았다. 금정은 그런 간댕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너도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렇게 또 헤어지는구나.”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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