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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카쟝의 소식
작성일 : 22-03-07 00:13     조회 : 63     추천 : 0     분량 : 7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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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절치는 집을 쭉 둘러보더니 한 곳을 가리켰다.

 

 "이제부터 저기가 네 방이야."

 

 중절치가 가리킨 곳은 주방 옆에 붙은 방이었다. 지하 연구실의 출입구 바로 오른편이었다.

 

 "방 넓이는 충분할 거야. 다만 한 가지만 참으면 돼."

 

 그 '참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그 방에 들어가자마자 알게 되었다.

 

 "세탁기가 있네요?"

 

 그 방은 카쟝이 오기 전까지 세탁기를 돌리고 옷들을 건조시키던 방이었다.

 

 "어차피 세탁기를 매일 쓰는 것도 아니고 자는 시간엔 안 쓰니까 불편한 건 없을 거야."

 "네. 알겠습니다."

 

 방금 전까지 밉보인 전적이 있기에 카쟝은 수그릴 수밖에 없었다. 중절치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거실에는 또다시 카쟝과 측절치 뿐이었다.

 

 "조금만 지나면 익숙해질 거예요."

 

 지금 카쟝에겐 측절치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카쟝은 측절치가 누운 소파 옆으로 다가갔다. 소파 옆에는 신문 하나가 펼쳐져 있었다.

 

 [게적그룹, 어젯밤 칼릿 박물관 습격]

 

 기사와 함께 은행의 CCTV사진이 붙어있었다. 사진에는 온통 남색뿐이었다. 그 남색 점 하나하나가 모두 게적그룹원이었다. 다들 똑같은 복장이라서 누가 누구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막실라팀은 사적으로 예술품을 가져와서 팔거나 한 적은 없나요?"

 

 측절치는 고개를 저었다.

 

 "막실라팀이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우리는 Speed-T1의 선수일 뿐이에요. 우리 팀의 목적은 Speed-T1 1등과 그 상금이지, 다른 건 욕심 내지 않아요."

 "여기 신문 보니까 게적그룹은 그러고 있는 거 같은데요?"

 "맞아요. 그 도적단은 Speed-T1에 참가하기 전부터 도적단으로 활동했어요. 처음에는 해적으로 시작했다는 데 그건 너무 오래 전이기도 하고 게적그룹의 두목이 자취를 감추면서 해적단으로서의 게적그룹은 거의 소멸했어요. 아무튼 지금은 육지에 정착해서 Speed-T1을 주무대로 하지만 예전에는 선수가 아닌 단순한 도적단이었죠. 도적질은 도적질대로 하면서 별의별짓을 다했죠."

 "다른 일도 했었나요?"

 "네. 아주 악질적으로 활동했죠. 4년 전만 해도 게적그룹은 500명도 안 되는 도적단이었어요."

 "도적단 치고는 적은 숫자네요."

 "왜냐면 그때는 도적질로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다른 방법으로 수입을 더 벌었거든요."

 "다른 방법이요?"

 "크로운 화백의 '석양'이라는 작품이 있었어요. 4년 전에 게적그룹이 그 '석양'을 훔치는 데 성공했거든요. 그 당시에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라서 많은 재벌들이 어떻게 해서든 그 그림을 사려고 했죠. 부르는 게 값인 그림이었거든요. 게적그룹은 결국 가장 높은 값을 부른 재벌을 찾아 그 그림을 팔았죠."

 "전형적인 장물아비의 돈벌이네요."

 "문제는 따로 있었어요. 몇 년 뒤에 확인해보니까, 그 '석양'을 산 사람이 19명이나 나왔다는 거죠."

 "19명이요? 그림은 하나인데?"

 "게적그룹에서 전문화가를 고용해서 위작 18개를 만든 거예요. 웃긴 건 그 중 하나는 정말 진품을 팔았다는 사실이죠. 다들 장물을 산 거라서 신고도 못하고 그저 자기가 산 그림이 진품이겠거니 합리화하면서 살고 있죠. 근데 ‘석양’뿐만 아니라 수 십 개의 작품을 그런 식으로 팔았던 거예요. 그런 방법으로 게적그룹은 돈을 무수히 벌었지만 재벌들 사이에선 게적그룹의 신뢰도가 급락했죠. 그 이후엔 당연하게도 게적그룹의 그림을 찾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졌고요. 게적그룹은 그때부터 Speed-T1으로 시선을 돌린 거예요."

 "그럼 Speed-T1을 하면서 예전에 하던 활동은 계속 하고 있다는 거네요?"

 "네. 물론 지금도 경기 외의 활동을 하고 있죠. 하지만 쉽지 않을 걸요? 예전과 달리 진품만 팔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오기나 하겠어요?"

 

 게적그룹은 흑사단과는 다른 방식의 도적질을 하고 있었다.

 

 "그 게적그룹이 하필 Speed-T1에 참가해서 우리 입장에서도 꽤나 성가신 존재가 됐죠."

 

 측절치는 하품을 길게 뿜어냈다.

 

 

 ***

 

 

 [다음 소식입니다. 권성환 화백이 실종된 지 한 달여 만에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목격자의 신고를 받아 현장에 출동한 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시신의 소지품에서 권 화백의 소유물로 추정되는 물건들이 나왔다고 하는데요. 시신은 숭고동의 한 무너진 건물 잔해 근처에서 나왔습니다. 인근 주민에 따르면 이 건물은 1년 전부터 버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권성환 화백이 건물로 들어갔다가 건물이 무너지며 화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밝혀지는 즉시 전해드리겠습니다.]

 

 일호는 아침 뉴스를 보고 있었다. 뉴스가 중반으로 접어들 즈음 사장실 밖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나 들어간다."

 

 노크도 없이 문이 열렸고 우 박사가 입실했다. 성 비서는 그녀를 따라 들어오지 않았다. 일호는 우 박사가 사장실로 들어오는 경우에만 성 비서의 입장을 금했다. 덕분에 두 사람은 거침없이 대화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일호가 먼저 그녀를 반겼다.

 

 "안 그래도 제가 찾아뵈려고 했는데요. 오리너구리는 잘 받으셨죠?"

 "응. 방금 보고 왔어. 지하 3층에 아예 동물원을 차려 놨더만. 살다 살다 그렇게 많은 오리너구리는 또 처음이네. 무슨 쥐새끼마냥 바글바글 거리길래 보자마자 소리부터 질렀네. 오리너구리가 도착했으면 도착했다고 말을 하지."

 "죄송해요. 오늘 아침에 말씀드린다는 게 깜빡했네요. 그나마 박사님은 봐드린 거예요. 저랑 박사님 연구팀은 요 이틀 동안 엄청 고생했어요. 그저께는 지하 3층에 사육장 만드느라 밤을 샜고요. 어제는 새벽 2시부터 사육장에 오리너구리 300마리를 집어넣느라 얼마나 진땀을 뺐는데요."

 "어쩐지 다들 아침부터 눈이 퀭하더라니."

 "그래도 모두 열심히 도와주신 덕분에 오리너구리가 새 환경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많이 줄었을 거예요. 아무튼 놀라셨다면 죄송해요. 이제 오리너구리도 충분하고 앞으로 더 데려올 계획도 다 짜놨어요. 계획이 명료해지면 꼭 알려드리겠습니다. 박사님은 DTS 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드는 데만 집중하시면 돼요."

 

 일호는 혈청 추출 기계부터 오리너구리까지 모든 준비를 갖춰 놨다. 우 박사만 제 역할을 해주면 치료제 개발은 일사천리였다.

 

 "이제 우 박사님의 차례네요."

 

 우 박사 입장에서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 박사는 대답이 없었다.

 

 "우 박사님?"

 

 일호는 우 박사를 쳐다봤다. 우 박사는 한 곳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뭘 보고 계신 거예요?"

 

 일호도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 박사가 보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TV였다. 그녀는 TV에 나오는 뉴스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뉴스는 솔코라인에서 발생한 탈옥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새던 교도소를 탈출한 두 명의 탈옥수 사진이 커다랗게 떠있었다. 각 사진의 오른편에는 그들의 인적사항과 외형에 대한 묘사가 적혀있었다.

 

 [경찰은 아직 이들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지인들을 통한 탐문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강물에 휩쓸려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한편, 아직까지 살아있을 확률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청장은 수사범위를 솔코라인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우 박사는 시선은 고정시킨 채 입만 움직였다.

 

 "저 사람이야."

 "네?"

 "저 사람이 금정이라고."

 

 일호는 화면을 자세히 봤다. 화면 좌측에 나온 사진의 밑에는 '금정'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럼 저 사람이 탈옥했다는 건,"

 "카쟝이 교도소를 빠져나온 거야."

 

 일호는 그제야 우 박사가 놀란 이유를 깨달았다.

 

 "이럴 수가. 그러면 카쟝은 어디로 간 걸까요?"

 "나도 모르지. 연락도 전혀 없었는데."

 "살아는 있겠죠?"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은 아니야."

 "그건 그렇죠. 근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으니까 걱정되네요. 정말로 아무 연락도 없었어요?"

 "난 저번에 새던 교도소에서 만났던 게 마지막이야. 그때는 오리너구리를 모아서 치료제를 곧 개발한다고 전해줬을 뿐이고. 참, 그러고 보니 그때 공무원증이랑 파란 천이랑 실리콘 재료 조금 가져다주기는 했는데. 아마 그걸 이용해서 탈옥했을 거야."

 "카쟝이 그걸 받으면서 탈옥 계획이라든지 어디로 갈 거라든지 따로 얘기해준 건 전혀 없었어요?"

 "탈옥계획은 무슨. 그냥 그 물건들을 전해준 게 다야. 다른 얘기를 할 시간도 없었어."

 

 우 박사는 카쟝이 리브의 소식을 물어봤다는 말은 자체적으로 생략했다. 말해봤자 일호나 우 박사나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탈옥했으면 돈도 없고 맨몸일 터라 연락할 법도 한데."

 

 아나운서는 탈옥수의 사진을 띄운 채 특이사항을 반복해서 읽고는 다음 소식으로 넘어갔다. 새던 교도소의 소식이 끝나자 일호와 우 박사는 서로를 마주봤다.

 

 "일호, 너야말로 연락 받은 적 없어?"

 "저도 없어요. 연락이 왔으면 제가 가만히 있지 않았겠죠."

 "그럼 어쩔 수 없네. 지금 상황에서 경찰도 갈피를 못 잡는데 우리가 어떻게 카쟝을 찾겠어."

 "저도 동감이에요.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겠어요. 혹시라도 카쟝에게 연락이 오면 곧바로 알려주세요."

 "알겠어. 너도 카쟝한테 전화라도 오면 그 즉시 알려줘. 그러면 난 일단 치료제 만들러 간다?"

 "네. 알겠습니다. 카쟝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돌아왔을 때 우리가 당당히 맞이하려면 치료제가 충분히 만들어져 있어야 해요. 수고해주세요."

 

 우 박사가 사장실을 나가자마자 일호는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카쟝의 소재를 파악하려는 듯했다. 우 박사는 일호를 뒤로 하고 승강기로 걸어갔다.

 

 [30층입니다.]

 

 승강기의 문이 열리고 우 박사는 홀로 탑승했다. 문이 닫히고 그녀는 [비상]버튼과 3층을 눌렀다. 승강기는 신속하게 지하 3층으로 내려갔다.

 

 [문이 열립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텅 비어있던 실험실들이 이제는 오리너구리들로 북적거렸다. 모두 강일호와 우 박사 연구팀의 작품이었다. 그들은 서식환경을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 시냇물과 수생식물까지 구현해 놓았다.

 

 "만드는 데에 들어간 돈도 돈이지만, 들인 노력도 만만치 않았겠어. 가상하기 짝이 없군."

 

 우 박사는 실험실 하나하나 훑어보며 천천히 전진했다.

 

 "이 정도 개체수라면 하루 사료 값도 상당할 텐데. 하루라도 빨리 혈청을 추출할 이유가 생겼네."

 

 우 박사는 오늘 오후부터 오리너구리들을 이용한 치료제 제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오리너구리를 관리하는데 한두 푼이 드는 게 아니었기에 가능한 빨리 착수해야 했다.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오리너구리들은 인공시냇물에서 수영을 즐기며 온몸을 적셨다.

 

 또각. 또각.

 

 오리너구리를 관찰하며 걷던 우 박사는 가장 구석진 실험실까지 도달했다. 그녀는 고개를 좌측으로 돌렸다. 그곳엔 오리너구리가 없는 실험실이 하나 있었다. 우 박사는 그 실험실로 접근했다.

 

 "백 사장."

 

 내부에 있던 백민관이 우 박사를 쳐다봤다. 백민관은 그녀를 응시하더니 씨익 웃었다.

 

 "갇혀있는 신세가 되어보니 사람을 볼 때마다 반갑군."

 

 민관은 이전과 달리 똑바른 자세로 서서 우 박사를 바라봤다.

 

 "밖은 아침이겠지? 우 박사 머리가 단정한 걸 보니 아침이 분명하군. 원, 여기는 창문도 없으니 아침인지 저녁인지 알 수도 없어."

 

 백민관은 하품을 길게 내뿜고는 우 박사를 향해서 다가갔다. 백민관과 우 박사는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했다. 민관은 품에 숨겼던 책을 꺼냈다.

 

 "그리고 책 좀 새로운 걸로 가져다주겠어? 이번 책은 너무 짧더라고. 당신이 오기 전까지 3번을 돌려 봤어."

 

 민관은 배식구를 통해 책을 내보냈다. 우 박사는 그 책을 주웠다.

 

 "정신 차린 지 얼마나 됐다고. 휴식기간 좀 가져."

 "휴식은 필요 없...."

 

 백민관은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고 오른 손바닥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10초를 그 자세로 서 있다가 찬찬히 심호흡했다.

 

 "후우... 우 박사, 부탁이 하나 더 있어. 진통제도 조금만 더 가져다줘. 전보다 더 많이."

 "알겠어. 그나저나 당신 치료가 필요한 거 아니야?"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민관은 두통이 가라앉자 손을 내렸다. 우 박사는 그런 민관에게 새로운 소식을 전달했다.

 

 "백 사장, 당신이 당혹스러워할 소식이 있어."

 "내가 여기 갇혀있는 것보다 더 당혹스러운 일이 어디 있어?"

 "카쟝이 새던 교도소에서 탈옥했어."

 "탈옥? 잘됐네. 그래서, 그 녀석이 어디 숨어 있다고 말했나?"

 "나도 뉴스를 보고 알게 된 거야. 카쟝에게서는 전화 한 통도 없었어. 도망 다니느라 바쁜가 봐."

 

 민관의 얼굴에 급격히 먹구름이 꼈다.

 

 "제길. 어디 있는 지 모르는 거잖아. 그 자식이 돌아오면 확실히 잡아버리려고 했는데. 연락도 없으면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잖아?"

 "응. 답답하겠지만 지금은 다른 수가 없어."

 

 민관은 주먹 꽉 쥐더니 벽을 때렸다. 그의 아쉬움이 실험실을 크게 울렸다.

 

 "강일호는 나에 대해 눈치 챘나?"

 "전혀. 당신의 뇌가 손상되었고 영구적으로 회복을 못 할 거라 여기고 있어. 포기했다고 봐도 되지. 나조차도 당신이 제정신으로 돌아오리라고는 예상 못했으니까."

 "차라리 아무 정신도 없었던 예전이 나았지. 여기에 계속 갇혀 사니까 실험동물이라도 된 것 같아. 게다가 사방에 오리너구리까지 깔려있으니 자괴감까지 드는 중이야."

 "백 사장. 당신이 갑자기 세상으로 나와 버리면 RB 프로젝트의 성공은 물거품이 돼. 저번 수술 성공으로 명장제약에 들어왔던 막대한 투자금을 떠올려. 수술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투자자들이 전부 손을 뗄 거야. 누구보다 당신이 가장 잘 알잖아."

 "알지. 잘 알지. 그래서 고민을 해봤는데, 역시 결론은 하나야. 카쟝 녀석을 다시 사로잡아서 몸을 바꾸는 것. 그거면 모든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가. 내 몸도, RB 프로젝트도."

 

 그러나 카쟝의 행방은 묘연하고, 민관의 계획은 카쟝이 없으면 허황된 꿈이었다.

 

 "카쟝 녀석은 분명히 명장제약으로 돌아올 거야. 카쟝이 보이는 그 즉시 나에게 알려줘."

 "백 사장, 너무 서두르지 마."

 

 백민관은 또 오른손으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두통이 다시 한 번 찾아온 것이었다. 우 박사는 그런 민관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민관은 통증을 참으며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우 박사, 당신도 내 상황이라면 서두르지 않을 수 없을 거야. 여긴 감옥보다 더 감옥 같은 공간이라고.“

 

 

 ***

 

 

 노크와 함께 자물쇠를 여는 소리가 들렸다.

 

 "리브 님, 식사하실 시간입니다. 나오시죠."

 

 리브를 데려가기 위해 건장한 흑사단원 한 명이 찾아왔다. 평소라면 식판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겠지만, 오늘은 빈손으로 문 앞에서 리브를 기다렸다. 리브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가시죠. 흑사님이 식당에서 기다리십니다."

 

 흑사단원은 부드러운 말투로 리브에게 재촉했다. 리브는 살짝 소름이 돋았다. 예전에는 볼 수 없던 모습으로 자신을 대하니 기분이 이상야릇했다. 2주 전만 하더라도 리브의 방을 찾아오는 흑사단원은 최소 2명이었다. 그들에게 노크는 사치였다. 흑사단원들은 자물쇠를 열고 방을 들어오자마자 아무 말도 없이 리브를 양옆에서 포박했다. 목적지가 어디든 간에 그 상태로 목적지까지 강제로 연행했고 도착하면 리브를 패대기쳤다. 하지만 오늘은 리브를 데리러온 단원도 1명이고 그는 리브를 손톱만큼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식당으로 길 안내만 할 뿐이었다. 멀리서보면 경호원이라고 착각할 만한 행동이었다.

 

 "식당은 1층입니다. 내려가시죠."

 

 계단을 내려가자 1층을 연결하는 긴 복도가 나왔다. 그 복도를 따라 쭉 이동하면 식당에 도달했다. 리브는 단원의 안내를 받으며 그 복도를 걸었다. 그때 난데없는 발소리가 리브의 고막을 톡톡 건드렸다.

 

 또각. 또각.

 

 복도를 관통하는 듯한 강렬한 구두소리. 반대편에서 한 여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검은 구두, 검은 치마, 그리고 검은 상의. 흑사의 아내, 장미였다. 리브와 동행하던 단원은 그녀를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장미님."

 

 장미는 간단히 목례하고는 리브를 바라봤다. 리브는 그녀의 범상치 않은 모습에 괜히 주눅 들었다. 속으로는 장미가 자신을 그냥 지나치길 기도했다. 하지만 그의 기도는 하늘에 닿지 않았다.

 

 "식사, 가시나 보네요?"

 "네...."

 "저도 가는 길이었는데 잘 됐네요. 같이 가시죠."

 

 장미는 리브의 옆으로 붙었다. 그녀는 자신의 왼팔이 리브의 오른팔과 닿을 정도로 접근했다. 복도가 좁은 것도 아니었다. 리브는 그녀의 접촉이 당황스러웠지만 최대한 신경을 끄고 복도를 걸었다. 장미는 바로 옆에서 리브를 위아래로 관찰했다. 그녀는 이내 그의 발끝에서 시선을 멈췄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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