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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리브와 미네민
작성일 : 22-03-05 14:19     조회 : 60     추천 : 0     분량 : 7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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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로 다른 도적단 입장에서 흑사단과 등을 돌린다는 것은, 언제 달려들지 모르는 맹수가 득실대는 정글에서 무방비로 생활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흑사단과 적대적인 관계가 되기 싫었던 도적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흑사단에 입단할 수밖에 없었다.

 

 "학목 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됐다는 소문이 거기까지 귀에 들어갔나 보군. 좋아."

 

 현재 많은 도적단이 흑사단으로 들어오는 까닭에는 학목 바이러스가 한몫했다. 다른 도적단들에겐 달구시를 휩쓸고 있는 학목 바이러스가 뼈아픈 골칫거리였다. 그들에겐 치료제가 없어 하루하루 죽어가는 단원들이 끊임없이 증가했다. 이대로 가다간 단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도적단이 소멸될 위기였다. 상황이 이 지경이니, 어느 면으로 보나 흑사단 밑으로라도 들어가는 쪽이 신상에 좋았다.

 

 "그러면 청사 자네가 새로 온 단원들에게 정식으로 입단하기 위한 조건과 절차를 알려주게."

 "알겠습니다."

 

 오늘도 청사의 옆에는 그의 직속부하인 미네민이 서있었다. 미네민은 흑사와 눈을 마주치자 꾸벅 인사했다. 이제 흑사도 미네민의 얼굴은 익숙했다. 하지만 미네민이 느끼기엔 흑사는 아직도 그녀를 향한 의심의 씨앗을 거두지 않았다. 미네민은 미소 띤 얼굴로 흑사를 바라봤다.

 

 '흑사와의 거리 4m. 아직 멀다.'

 

 흑사와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지금의 거리로는 흑사에게 기습적으로 공격한다 하더라도 가망이 없었다.

 

 '칼을 꺼내 팔을 뻗으면 1m, 나머지 3m를 단숨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미네민이 3m 거리를 좁히는 동안 흑사는 그 공격을 너끈히 방어할 수 있었다.

 

 '거리를 더 좁혀야 해.'

 

 미네민이 못 다가가는 것도 있었지만 흑사도 일부러 그녀와 거리를 두는 듯했다. 미네민의 짐작처럼, 흑사는 아직까지 미네민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은 듯했다. 그래도 청사 덕분에 흑사와 마주칠 기회는 점점 잦아졌다.

 

 "저희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청사와 미네민은 흑사에게 허리를 숙이고 밖으로 나섰다. 두 사람은 복도를 걸었다. 이제 곧 식사 시간이었기에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식당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 둘의 시야로 숙소가 보일 즈음 청사가 물었다.

 

 "리브 쪽에서 특별한 점은 발견 못했어?"

 

 미네민은 청사의 직속부하 외에도 맡은 역할이 하나 더 있었다. 그녀는 청사의 명령을 받아 리브를 관찰하는 감시자로도 활동했다. 범행에 참여하지 않는 날에는 리브의 방을 자주 드나들며 그의 행태를 파악하는 것이 그녀의 임무였다. 혹시라도 도망칠 기미가 보이거나 치료제의 부작용이 보이면 곧장 보고를 올려야 했다.

 

 "이사한 뒤부터는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몸도 완전히 회복했고요."

 

 리브는 이전과 다른 상태였다. 리브는 흑사의 시험을 통과한 후 이전에 갇혀있던 독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예전 방은 책상은커녕 침대 하나 없었지만 이제 그는 사람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으로 옮겨졌다. 새로운 방은 침대와 책상, 그리고 노트북까지 있을 정도로 안락했다.

 

 그러나 새로운 방도 감옥 아닌 감옥이었다. 그 방은 밖으로 자물쇠가 걸려있어 안에서 열 수 없었다. 따라서 리브 스스로 출입할 수가 없었다. 리브는 무조건 흑사의 허락이 있어야만 그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그 방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는 리브의 감시를 교대로 담당하고 있는 두 사람만 가지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미네민이었다. 미네민은 리브의 방을 수시로 지나다니며 문에 뚫린 감시구멍으로 그를 감시해왔다.

 

 "그 외의 특이점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미네민은 특별한 점을 발견 못했다며 보고를 마쳤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엔 며칠 전 리브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틀 전, 그녀가 새벽에 몰래 리브의 방을 찾아갔을 때의 일이었다. 발소리를 죽이고 문 앞을 지나는데 방 안에서 리브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미네민은 리브의 울음소리에 조심스럽게 감시구멍을 열었다. 리브는 분명히 침대에 누워 자는 중이었다.

 

 "카쟝... 카쟝...."

 

 리브는 잠꼬대로 카쟝을 찾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미네민은 온몸이 굳었다. 그가 카쟝의 동료였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왔다.

 

 '뉴스에서 카쟝은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

 

 죽은 동료를 꿈속에서 찾아 헤매는 그의 잠꼬대는 미네민의 심장을 멎게 만들었다. 그녀 역시도 리브와 비슷한 아픔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날 미네민은 다리에 마비가 올 때까지 리브의 모습을 응시하다가 돌처럼 굳은 다리를 뗐다.

 

 "좋아. 그럼 오늘도 잘 감시해. 특이사항이 보이면 바로 알려줘."

 "네. 알겠습니다."

 

 미네민은 저녁식사를 마치고는 재빨리 리브의 방으로 향했다. 리브의 방은 숙소에서 가장 꼭대기 층에 있었다. 미네민은 계단을 올라가서 복도를 걸어 그의 방 앞에 섰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조심스레 감시구멍을 열어 내부를 들여다봤다.

 

 '저녁은 이미 먹었나 보네.'

 

 리브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마시고 있었다. 지난주까지 리브에게는 삼시 세끼 외에는 다른 음식이 제공되지 않았다. 야식도, 간식도 일절 없었다. 포로에게 정해진 식사 외에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식량을 낭비하는 행위로 여겨졌다.

 

 최근에 흑사가 그를 흑사단으로 포섭하면서 다과 정도는 제공하고 있었다. 이곳 달구에선 리브가 즐겨먹던 우유는 없었지만 차는 넘쳐났다. 그런 연유로 리브에게는 차를 마시는 습관이 생겼다.

 

 미네민은 복도에서 1분 정도 망설이다가 그의 문을 노크했다.

 

 똑. 똑. 똑.

 

 리브는 깜짝 놀랐다. 누군가 노크를 하고 들어온 적은 처음이었다. 항상 불청객이 벌컥벌컥 들어와 강제로 흑사 앞으로 끌고 가는 게 보통이었다. 그랬던 자신의 방으로 누군가 매너라는 것을 갖추고 들어왔다.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오세요."

 

 리브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미네민을 맞이했다. 미네민은 들어가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냈다.

 

 "이거 드세요."

 

 달구시에서는 구하기 힘든 고급 초콜릿이었다. 리브는 바라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간식이었다. 그가 초콜릿을 받는 동안 미네민은 리브의 얼굴을 봤다. 이제 얼굴에 있던 상처들도 많이 아물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선 단 한 점의 행복도 남아있지 않았다. 리브는 영문도 모른 채 미네민을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미네민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리브 씨. 여기서 탈출하고 싶죠?"

 

 리브는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이 자신을 놀리나 싶었다. 미네민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리브에게 몇 마디 더 던졌다.

 

 "문 밖으로 나가는 것도 조력자가 없으면 안 되고, 여기서 나간다고 하더라도 경비원이 사방을 순찰하고 있고. 혼자서 이곳을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전 도와드릴 수 있어요."

 

 리브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도대체 제게서 뭘 원하시는 거죠?"

 "흑사는 당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습니다. 당신이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당신을 붙잡고 있는 겁니다. 당신이 소모될 때까지 계속 쓰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그때 버릴 겁니다. 어떤 방식으로 버릴 지는 아무도 모르죠. 그때까지 당신은 흑사단을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절 시험에 들게 하지 마세요."

 "걱정 마세요. 이건 시험하는 것도 아니고, 전 당신에게 도움을 주려고 온 거니까."

 

 미네민은 저번 회의실에서 리브가 자신의 신상정보를 발견했지만 일부러 밝히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미네민은 리브와 눈을 마주쳤다.

 

 "당신이 절 도와줬듯이."

 

 미네민의 마지막 말에 리브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제가 당신을 어떻게 믿죠?"

 "적어도 탈출할 수 있는 쪽에 희망을 거는 건 어떠세요?"

 

 미네민이 리브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그러나 리브는 의자와 함께 몸을 뒤로 뺐다. 미네민은 다시 한 발짝 물러났다.

 

 "아직 시간이 필요하신가보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미네민은 발길을 돌려 문으로 걸어갔다. 그 동안에도 리브는 경계를 풀지 않고 그녀를 주시했다. 미네민은 문을 열고는 뒤돌아서 리브를 쳐다봤다.

 

 "한 가지 조언을 해드리자면, 흑사가 무슨 제안을 하든지 간에 절대 거절하지 마세요. 그러면 최소한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미네민은 복도로 나간 뒤 다시 리브의 방문을 잠갔다.

 

 

 ***

 

 

 카쟝은 눈을 떴다. 잠시 수면을 취하고 일어났더니 노을빛이 그의 얼굴을 검붉게 물들였다. 그는 열린 문틈으로 밖을 봤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어둡네.’

 

 바깥에서는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바닥에서 느껴지는 규칙적인 진동이 카쟝의 몸을 울렸다. 카쟝은 자신이 기차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그가 탄 기차는 숲으로 난 길을 쉬지 않고 달리는 중이었다. 문틈으로 보이는 숲은 온통 눈으로 덮여있었다. 카쟝은 자신이 지금 어느 도시에 있는 지 직감했다.

 

 "알케일인가?"

 

 카쟝은 다시 알케일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교도소에 있던 게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하지만 카쟝은 며칠 전의 일처럼 멀게 느껴졌다.

 

 "맞아요. 알케일이에요."

 

 카쟝은 목소리를 따라 뒤돌아보려다가 벌러덩 뒹굴었다. 그제야 자신의 손발이 묶여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하는 수없이 꿈틀거리며 몸을 돌렸다. 앳된 얼굴의 사나이가 보였다. 눈을 돌려보니 나머지 사람들은 누워서 자고 있었다.

 

 "불침번인가보네요."

 "다들 오늘 일로 피곤했을 테니까요. 그나마 덜 피곤한 제가 보초를 서는 게 맞죠."

 

 앳된 사나이는 다른 이들과 달리 카쟝에게 살가웠다. 카쟝은 미꾸라지처럼 꿈틀거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여기 계신 분들과는 친구인가요?"

 "그 전에."

 "네?"

 

 카쟝은 그의 얼굴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피부도 티끌 하나 없고 매끄러운 것이 도저히 성인 같지 않았다. 영락없는 학생이었다.

 

 "대구치 형과는 무슨 관계에요?"

 "대구치 형이요?"

 

 앳된 사나이는 손가락을 들어 짐칸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덩치 큰 사내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대구치가 '91312'의 이름이구나.'

 

 "교도소 동료죠."

 "아까는 친구라고 하던데요?"

 "친구라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싫어하는 사이는 아니었어요."

 

 카쟝은 그에게 '91312'와 있었던 일들을 전보다 상세하게 설명했다. 게적그룹이 '91312'를 얼마나 싫어했으며 어떤 짓까지 저질렀는지를 낱낱이 묘사했다. 앳된 사나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쟝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좋은 분이셨네요. 우리 형을 도와줘서 고마워요."

 

 그는 카쟝을 지그시 바라봤다.

 

 "이름이 강일호라고 하셨죠?"

 "네."

 "제 이름은 측절치입니다."

 

 탈옥 후 그들과 함께 있는 동안 처음 하는 통성명이었다. 측절치는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포박되어있는 카쟝의 손을 보고는 손을 도로 넣었다. 카쟝도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다들 이름이 '치'로 끝나네요? 돌림자인가 봐요."

 "뭐, 그렇죠. 저기 누워있는 바위만 한 사람이 제일 큰 형인 대구치, 실질적으로 우리들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둘째 형이 저기 누운 중절치예요."

 

 중절치는 카쟝과 비슷한 체격에 미소년의 얼굴을 지녔던 사내였다.

 

 "측절치, 대구치, 중절치... 그럼 아까 행글라이더를 탔던 두 분은요?"

 "저기 근육질이 넷째 소구치고, 마르고 키 큰 애가 막내 견치예요."

 

 첫 만남에서 카쟝의 목에 칼을 들이댄 두 남자였다.

 

 "신기하네요. 이름을 일부러 맞춘 것처럼."

 "일부러 맞춘 거니까 그렇지."

 

 견치는 기척도 없이 일어나 카쟝을 노려보고 있었다.

 

 "테이프가 모자라서 입을 못 막은 게 아쉽네."

 

 카쟝은 '일부러 맞춘 것 치고는 이름이 허접스럽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일부러 마주치지 않아도 견치의 눈빛은 겨울바람보다 차가웠다.

 

 "측절치 형은 얘한테 별 쓸 데 없는 얘기까지 합니까?"

 "얘기를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네. 근데 이 분이 대구치 형을 많이 도와주기도 했고 내가 봤을 때도 나쁜 사람은 아니야."

 "그래봤자 우리한텐 불청객이라고. 괜히 정 붙이지 마."

 

 견치는 톡 쏘는 말을 뱉고는 바람을 쐬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카쟝은 그 뒤로 쥐 죽은 듯 조용히 있었다. 침묵의 시간 동안 기차는 알케일을 지나 예술의 도시 '호아티'에 닿고 있었다. 눈도 어느새 그쳤다. 잠을 자던 다른 이들도 하나둘 기지개를 켰다.

 

 "다들 일어나. 곧 호아티 역이야."

 

 기차는 속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카쟝의 눈으로 호아티가 들어왔다. 마루처럼 높은 건물은 없었지만 특이하고 세련된 건물들이 곳곳에 서있었다. 별 모양의 건물, 눈코입이 튀어나온 건물, 그리고 꽈배기처럼 빙빙 꼬여있는 건물까지.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요상한 건물들의 향연이었다.

 

 "여기가 호아티구나."

 

 기차는 곧 멈췄고 여섯 남자는 짐칸에서 몰래 내렸다. 해가 져버린 덕분에 경비원들은 어둠 속에 숨은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들 이쪽으로."

 

 그들은 중절치의 뒤를 따라 호아티역 구석으로 난 샛길로 빠져나왔다. 카쟝의 앞으로는 소구치, 뒤에선 견치가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카쟝은 무릎과 무릎이 닿도록 테이프가 묶여있어 종아리만 교차하며 분주하게 걸었다.

 

 "더 빨리 못 걸어?"

 

 뒤에서는 견치가 재촉했고, 앞에서는 소구치가 카쟝의 팔을 잡고 끌고 가다시피 했다. 호아티 역 옆에는 공사 중인 건물이 하나 있었다. 그들은 그 건물로 들어갔다. 카쟝은 왜 그곳으로 들어가나 긴장했지만 곧 그의 시야로 작은 승합차가 나타났다. 그들이 그 건물에 미리 주차시켜놨던 이동수단이었다.

 

 "다들 빨리 탑승해."

 

 중절치는 운전석에 착석했다. 조수석에는 측절치가, 그리고 둘째 줄에는 소구치와 견치가 중간에 카쟝을 끼고 앉았다. 뒷좌석에는 대구치 혼자 자리를 잡았다. 중절치는 다들 착석했는지 확인했다.

 

 "다들 탔으면 출발하겠습니다."

 

 그들이 탄 승합차는 호아티역을 벗어나 도심을 향해 달렸다. 카쟝은 그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했지만 양옆에서 느껴지는 살기로 인해 입도 뻥긋 못했다.

 

 그렇게 자동차는 30분을 달렸고, 휘황찬란한 건물들을 지나며 호아티 한가운데를 가로질렀다. 카쟝은 호아티 시내를 달리는 차안에서 힐끔힐끔 바깥을 구경했다. 호아티에는 건물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개성이 강했다. 불빛이 나는 옷을 입은 여자와 거울로 된 옷을 입어 빛을 반사하는 남자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옷차림 만으로 “저요! 저요!” 팔을 뻗고 있는 듯했다.

 

 시내를 지나치고 나서부터는 건물도 별로 없고 인적도 점차 줄어들었다. 카쟝은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음을 직감했다.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은 큰 공원이 보일 때부터였다.

 

 "다들 준비해. 이제 코두 공원이야."

 

 코두 공원은 안에 호수가 있을 정도로 큰 호아티의 공원이었다. 승합차에 탄 사람들은 각자 뭔가를 주섬주섬 준비했다. 카쟝만 가만히 앉아있었다.

 

 "저도 뭐 준비할 게 있을까요?"

 

 대답은 카쟝의 왼편에서 들렸다.

 

 "이제 일 시작해야 하니까 조용히 해. 헛소리 한 마디만 더하면 억지로 조용하게 만들어 줄 거야."

 

 카쟝이 타의적 묵언수행을 하는 동안 자동차는 공원 끝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접근했다. 자동차는 미술관 주차장 가장 구석진 곳에 멈췄다.

 

 "자, 속사키 미술관 도착. 다들 준비 마쳤겠지?"

 "응. 이제 측절치 형만 캐리어에 들어가면 돼."

 

 대구치는 자신의 옆에 놓인 트렁크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 카쟝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도 승합차에서 내렸다.

 

 "측절치. 이제 네 차례야. 어서 들어가."

 

 중학생 정도의 키에 깡마른 몸매를 가진 측절치였다. 그가 온몸을 구긴 뒤 대구치의 도움을 좀 받으니 트렁크에 무리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대구치는 측절치가 들어간 트렁크를 견치에게 넘겼다. 견치와 측절치를 빼고는 다들 승합차에 다시 탑승했다.

 

 "그럼 잘 부탁한다. 견치야."

 

 견치는 트렁크를 끌고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형제들은 그가 들어간 미술관을 관찰하며 가만히 기다렸다. 늦은 시간이다 보니 미술관에서 관객들이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었다.

 

 5분도 되지 않아 견치도 미술관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는 빈손이었다. 카쟝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카쟝은 나름대로 그들의 계획을 예상해보았다.

 

 '미술관에 뭔가 훔칠 것이 있나 보네. 측절치 씨는 캐리어에 숨어 있다가 미술관 문이 닫히면 활동을 개시할 거야. 견치 씨는 화장실 청소도구함 칸 정도에 측절치 씨를 두고 온 것 같고.'

 

 견치가 자동차에 타자 중절치가 뒤돌아보았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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