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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바이러스 치료제
작성일 : 22-03-05 00:01     조회 : 75     추천 : 0     분량 : 7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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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 박사만 도와준다면 공무원증은 접견실에서 받아낼 수 있어.’

 

 이 시나리오도 탈옥을 걸리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였다. 교도관들은 수시로 수용실 복도를 순찰했다. 만약 수감자가 수용실에서 사라진 것을 발견하면 곧장 복도 끝의 비상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교도소 전체에 사이렌이 울리며 교도소 정문을 포함한 모든 출입문이 굳게 잠겼다. 다시 말해서, 교도관이 탈옥의 낌새를 느끼는 순간 카쟝의 탈옥시도는 물거품이 되었다. 그렇다면 카쟝이 교도소를 나온 뒤에 사이렌이 울리면 괜찮을까?

 

 ‘그것도 문제야.’

 

 교도소는 세 면이 강으로 둘러싸여있었다. 동쪽, 북쪽, 그리고 서쪽으로는 넓은 강이 회류하고 있었다. 물살이 빨랐기에 그 강을 헤엄쳐서 건넌다든가 하는 방법은 터무니없었다. 게다가 강 건너편은 절벽이었다. 그 절벽은 높이가 족히 200m는 넘었다. 따라서 물살을 거스르며 강을 가로지른 뒤 가파른 절벽을 타고 탈옥을 시도한다? 그건 그냥 자살행위였다.

 

 사지 멀쩡하게 탈옥하려면 교도소를 나와 남쪽으로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방향으로는 허허벌판이 수 킬로미터 이어져있었다. 중간에 숨어서 숨을 돌릴 곳도 마땅치 않았다.

 

 카쟝의 머리로 열이 슬슬 올라오고 있었다. 그의 두뇌가 회전에 박차를 가할 때쯤 복도 끝에서 교도관의 목소리가 울렸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찬바람을 맞을 수 있는 시간이 온 것이었다.

 

 “운동시간이다! 다들 수용실에서 나와서 질서 있게 줄을 서도록!”

 

 카쟝의 탈옥 설계는 운동시간에도 계속되었다. 평소라면 간단한 운동을 하면서 몸을 풀었겠지만 오늘은 운동장 둘레를 천천히 거닐었다.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카쟝의 눈동자는 수 백 번 움직였다. 경비의 사각지대를 탐색하는 것이었다. 카쟝은 잠시 멈춰서 고개를 들었다. 교도소와 바깥세상의 유일한 통로는 운동장과 하늘 사이의 공간뿐이었다.

 

 ‘문제는 이 교도소에도 레이더가 설치되어있단 거지.’

 

 레이더가 24시간 작동 중이었기에 교도소 주변에 비행물체를 띄우는 것도 불가능했다. 비행물체가 굉장히 작거나 교도소 위를 스치듯 지나갈 정도로 저공비행을 하지 않는 이상 레이더는 모든 걸 포착할 수 있었다.

 

 새던 교도소는 근방 2km 이내에 미확인 비행물체가 발견되면 그 즉시 비상감시체제로 바뀌었다. 비상체제에서는 모든 교도관이 총기를 소지하고 경계태세로 비행물체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비행물체가 허가 없이 교도소 위를 지난다면 교도관의 발포까지 허용되었다. 멋모르고 지나갔다가는 벌집이 되는 것이었다. 카쟝의 눈길은 여전히 하늘로 향했다. 그의 머리 위로 새 7마리가 무리를 지어 운동장 위를 날고 있었다.

 

 ‘독수리인가?’

 

 종은 알 수 없었으나 어린 아이만 한 크기의 새였다. 그들은 카쟝이 보란 듯이 자유롭게 날갯짓하며 점차 그와 멀어졌다. 카쟝은 문득 ‘저 새들을 잡아서 탄다면 아무도 모르게 하늘로 올라갈 수 있을 텐데.’라는 발칙한 상상을 했다. 하지만 그런 상상도 잠시뿐, 그가 시선을 내리자 더 까다로운 것들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운동장 군데군데 감시카메라가 깔려있어.’

 

 카쟝은 감시카메라를 의식하며 운동장을 한 바퀴 더 돌았다. 그는 카메라 렌즈가 향한 방향을 하나하나 외웠다.

 

 ‘운동장의 카메라는 총 9대. 대부분 운동장 구석을 감시하고 있어. 구석에서 무슨 일을 꾸밀까봐 그런 건가? 오히려 운동장 한가운데를 바라보는 카메라는 1대뿐이야.’

 

 운동장 가운데를 바라보는 카메라만 꺼진다면 운동장 중앙에서 무엇을 하든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 운동장 한복판에서 싸움이 일어나도 발견하지 못하는 셈이었다. 카쟝은 신발을 고쳐 신는 척하며 땅에 있던 돌멩이를 들었다. 그는 좌측으로 고개를 돌렸다. 벽 가장 윗부분에 카메라 한 대가 반대편 구석을 감시하고 있었다. 카쟝은 그 밑에서 준비운동을 하는 척하다가 팔을 휘둘러 돌멩이를 던졌다. 돌멩이는 정확히 카메라의 렌즈를 맞췄다.

 

 ‘됐다.’

 

 카쟝은 재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나 교도관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러자 10분도 안 되어 교도관 2명이 그 카메라로 달려왔다.

 

 ‘카메라가 가짜는 아닌가보군.’

 

 그들은 카메라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주변 수감자들을 째려보다가 수리를 시작했다.

 

 ‘카메라 고장부터 수리하러 올 때까지 걸린 시간은 8분 정도. 예상보다 신속하네.’

 

 즉, 감시카메라가 고장 나면 약 8분 동안 그 카메라의 담당 구역은 감시의 사각지대가 되었다. 겨우 찾아낸 빈틈이었다. 하지만 운동장을 바라보는 눈은 카메라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운동장을 에워싼 담장 모서리에는 담장보다 높은 전망대가 서있었다. 지금도 그 전망대 위에선 한 교도관이 운동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인간 감시카메라였다. 그 인간카메라의 두려운 점은 언제 어디를 쳐다볼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 인간 카메라에게도 빈틈이 아예 없진 않았다. 카쟝이 그 동안 그 전망대를 관찰한 결과, 그 인간 감시카메라는 3명의 교도관이 하루씩 번갈아 담당하고 있었다. 그 중 화요일과 목요일을 맡은 교도관은 운동시간이 40분 지날 즈음이 되면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불을 붙였다. 그가 담배를 피울 때는 교도소 내부가 아닌 교도소 바깥을 보면서 피웠다.

 

 ‘범죄자들 보면서 피우느니 강물을 바라보면서 피우는 게 개운하겠지.’

 

 그의 흡연시간은 대략 10분. 그 10분 동안엔 그 인간카메라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카쟝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 감시 교도관을 올려다봤다.

 

 ‘짐작이 맞다면 이제 곧 흡연 타임일 거야.’

 

 때마침 그 교도관은 알람을 맞춘 것처럼 담배를 주머니에서 꺼내고 있었다. 카쟝은 확신의 미소를 지었다.

 

 ‘서서히 길이 보인다.’

 

 그때 카쟝은 오른편에서 예리한 시선을 느꼈다. 그 시선을 따라 눈을 돌리자 그곳엔 덩치의 사내가 앉아있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91312'는 카쟝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카쟝의 마음을 읽는 듯했다. 카쟝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날 보고 있던 건가? 언제부터 본 거지?’

 

 카쟝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평소처럼 다가갔다.

 

 “오늘은 웬일로 하늘을 안 보고 계세요?”

 

 카쟝이 그의 코앞까지 접근하자 '91312'는 여느 때처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카쟝은 청개구리 같은 그의 행동에 기운이 빠졌다.

 

 “근데 하늘은 왜 보시는 거예요?”

 

 대답이 돌아올 리가 없었다. 그때 운동장 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형씨!”

 

 카쟝은 뒤돌아봤다. 하언이 오고 있었다.

 

 “어? 오늘은 DJ 안 해요?”

 “오늘은 나도 햇볕 좀 쐬고 싶어서 교도관한테 부탁드리고 나왔지.”

 “교도관님이 그런 것도 허락해줘요?”

 “이게 다 나의 능력이야. 내가 예전에 말했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여기서 나가는 건 일도 아니라고. 이 정도 요구는 껌이지.”

 “노래는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누가 대신하고 틀고 있는 거예요?”

 “저건 어제 내가 미리 선곡해놓은 곡들이야.”

 

 카쟝의 룸메이트는 잠시 눈을 돌려 덩치의 사내를 쳐다봤다. 이내 하언의 동공은 다시 카쟝에게로 돌아왔다. 하언은 입술을 최대한 고정시킨 채 복화술 하듯 속삭거렸다.

 

 “친하게 지내지 말라니까? 저기 뒤편에서 게적그룹 사람들이 쳐다보는 거 안 보여?”

 

 하언은 눈동자를 빠르게 굴려 눈치 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카쟝은 다시금 '91312'를 바라봤다. 그는 '91312'에게 하언을 소개했다.

 

 “이 친구는 저랑 같은 수용실 쓰는 룸메이트에요. 강도로 들어왔대요. 말은 많긴 한데 성품은 착해요. 인맥도 장난 아니게 넓고요.”

 

 하언은 한순간 얼굴이 뻘게졌다.

 

 “뭐... 뭐하는 거야... 도와주려고 왔더니!”

 

 하언은 길거리에서 강도를 만난 것마냥 그 자리에서 냅다 도망쳤다. 카쟝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덩치의 사내를 바라봤다.

 

 “들리긴 들리는 거죠? 어, 말은 못하더라도 글은 쓸 줄 알죠?”

 

 카쟝은 기다란 돌멩이를 들어 모래 바닥에 ‘안녕하세요.’라고 적었다. 그는 혹시 모를 답장을 기대하며 가만히 서있었다. 하지만 덩치의 사내는 여전히 하늘만 올려다봤다. 카쟝의 기다림이 무색하게 곧 운동종료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다. 카쟝은 그에게 인사했다.

 

 “오늘도 이만 헤어져야겠네요. 아쉽네요. 대화 좀 나눠보고 싶었는데.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카쟝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건물로 향했다. 카쟝이 멀어지자 '91312'는 턱을 내렸다. 그는 카쟝이 써놓은 ‘안녕하세요.’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

 

 

 미네민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집중을 하되 긴장한 티를 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모든 솜털이 곤두설 만큼 서늘한 공기가 그녀의 몸을 타고 돌았다. 미네민은 흑사단의 기지에서도 가장 심부에 위치한 회의실에 서있었다. 대장급의 인물들만 드나드는 공간이었기에 미네민에겐 첫 방문이었다.

 

 "실험은 끝났겠지?"

 "그렇습니다."

 

 그녀의 눈앞에는 닥터하, 청사, 그리고 흑사가 서있었다. 모두 흑사단의 주축들이었다. 넓이가 농구코트만 한 회의실이었지만 그 3명의 기운만으로 꽉 찬 느낌을 받았다.

 

 흑사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떤 동물이 살아남았지?”

 

 닥터하는 손에 든 보고서를 넘기더니 목을 가다듬었다.

 

 “5종의 동물 중에 살아남은 동물은 오리너구리 한 마리밖에 없습니다. 미어캣 몇 마리가 살아있긴 하지만 극소수고요. 항체와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러면 오리너구리에게서만 항체가 나온 건가?”

 “그렇습니다. 오리너구리 체내에서 학목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가 다량으로 생성되었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죽은 동물이랑 미어캣은 한꺼번에 모아서 불태워버려. 그리고 오리너구리에 있는 항체를 전부 빼내.”

 “그렇게 지시하실 줄 알고 이미 추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닥터하는 자신의 오른발 옆에 놓인 서류가방을 열었다. 그 가방에는 주사기와 앰플 3개가 들어있었다.

 

 "이건 오늘 추출한 항체 샘플입니다."

 

 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얻게 되는 항체로 얼마나 많은 단원을 구할 수 있지?”

 “현재 감염된 흑사단원들 전부에게 2번씩 주사하고도 남는 양입니다.”

 “좋군. 항체는 계속 만들 수 있는 건가?”

 “오리너구리들이 죽지 않고 계속 살아준다면야 가능합니다.”

 "오리너구리를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겠어."

 "맞습니다. 동물 전문가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흑사와 닥터하가 대화하는 동안 청사는 묵묵히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청사의 뒤에 서있던 미네민은 슬며시 흑사를 쳐다봤다. 그녀의 큰 눈동자로 흑사의 거대한 몸집이 들어왔다. 그녀는 오른손을 옆구리로 가져갔다.

 

 '흑사와의 거리 5m....'

 

 그녀의 오른손으로 단도의 감촉이 느껴졌다.

 

 '아냐. 너무 멀어.'

 

 미네민은 허리에서 손을 뗐다. 지금 흑사에게 달려드는 것은 너무나 무모한 짓이었다. 그녀가 손을 내려놓는 동안 청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러면 그 항체를 사람에게 사용해도 되는 지는 실험을 해봤습니까?”

 

 닥터하는 고개를 저었다.

 

 “샘플이 오늘 처음 나와서 인체에 실험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사람에게 주입할 목적으로 독성을 줄인다고 줄였는데 바로 사용해도 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어쩌면 좀 더 희석해야 할 필요도 있겠지만, 저의 이론상으로는 크게 문제없을 겁니다. 안 그래도 사람에게 사용해보고 싶긴 했는데 실험대상이 없어서 벼르고 있었습니다. 조만간 실험대상을 구해보겠습니다.”

 

 흑사는 손바닥을 좌우로 흔들었다.

 

 “아냐. 그럴 필요가 있나. 우리에게 이미 감염자가 있는데.”

 

 흑사는 걸음을 옮겨 회의실 앞쪽으로 걸어갔다.

 

 “지금 즉시 실험해볼 수도 있잖아? 질질 끌 거 없이.”

 

 흑사단이 바이러스로 고생하는 와중에 흑사에게는 지체하는 시간도 아까웠다. 그는 단상에 설치된 호출기를 들었다.

 

 “지금 당장 데려와.”

 

 그가 호출한 지 1분이 지나자 회의실 출입구로 세 사람이 입장했다. 세 사람은 전부 얼굴에 방독면을 쓰고 있었다. 그들 중 양측의 두 사람은 데일단원이었다. 그 둘 사이에 억지로 끌려오던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리브였다. 리브는 전보다 훨씬 더 수척해졌다. 불룩하던 배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쳐졌고 양팔은 눈에 띄게 앙상해졌다.

 

 콜록. 콜록.

 

 리브는 숨을 뱉을 때마다 기침을 토해냈다. 닥터하는 그런 리브를 보면서 오만상을 찡그렸다.

 

 '저 사람이 리브?'

 

 미네민도 카쟝의 동료가 흑사단에게 사로잡혔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방독면 너머로 보이는 리브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는 회의실이 추운지 두 다리를 덜덜 떨었다.

 

 '대체 무슨 짓을 당했던 거야?'

 

 리브는 걸어 다니는 시체 같았다. 아니, 지금 상태로는 스스로 걷지도 못할 것 같았다. 그런 리브를 끌고 오던 흑사단원들은 회의실 중앙에 다다르자마자 그를 가차 없이 던졌다.

 

 철퍼덕.

 

 리브는 씹다 뱉은 껌처럼 바닥에 달라붙었다. 그에게선 일어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밥만 축내더니 드디어 쓸모가 생겼군."

 

 흑사는 리브를 잠시 내려다보더니 청사를 불렀다.

 

 “청사. 네 부하 이름이 뭐라고 했지?”

 “미네민입니다.”

 

 흑사는 미네민을 바라봤다.

 

 “미네민.”

 “네.”

 “네가 할 일이 있다.”

 

 흑사는 닥터하의 가방에서 주사기와 앰플을 꺼냈다. 그는 차분하게 앰플을 주사기에 장착했다. 흑사는 마지막으로 바늘뚜껑을 열어 날카로운 주사바늘을 확인했다. 그가 청사에게 그 주사기를 건네자, 청사는 그것을 미네민 앞으로 가져갔다. 청사는 미네민에게 주사기를 건네며 속삭였다.

 

 “저기 엎어져있는 녀석한테 이걸 넣으면 돼.”

 

 청사는 그녀를 위해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이제 주사기는 미네민의 오른손에 들려있었다. 미네민은 리브를 다시 쳐다봤다. 리브는 아직도 기침을 멈추지 못하고 가쁜 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그는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에너지를 전부 쏟아내고 있었다. 미네민이 머뭇거리자 청사는 그녀를 다독였다.

 

 "걱정할 필요 없어. 저 남자는 우리 단원이 아니야. 죽어도 괜찮아."

 

 미네민은 침을 꿀꺽 삼키고 리브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접근하는 동안에도 리브는 온몸을 오들오들 떨었고 제 몸을 가누질 못했다. 맹수에게 목을 물려 죽기 직전인 사슴이 무기력하게 쓰러져있는 모습이었다.

 

 미네민은 잠시 멈춰 시선을 돌렸다. 청사, 닥터하, 그리고 흑사가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흑사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미네민은 주사기를 꽉 쥐었다. 그녀는 성큼성큼 리브에게 걸어갔다. 미네민은 주사기를 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넣겠습니다."

 

 미네민은 리브의 왼쪽 팔뚝에 주사바늘을 꽂았다. 바늘이 꽂히는 순간 리브의 몸이 움찔거렸으나 그의 저항은 거기까지였다. 그에게는 운명을 거역할 기운도 남아있지 않았다. 미네민은 엄지에 힘을 주었다.

 

 쭈우욱.

 

 주사기에 담긴 용액이 조용히 리브의 체내로 스며들었다. 미네민은 용액이 전부 주입된 것을 확인하고는 주사바늘을 단번에 빼냈다. 역시나 리브는 반항하지 않았다. 청사는 박수를 쳤다.

 

 "깔끔하게 잘 해냈어."

 

 미네민은 주사기를 들고 리브를 내려다봤다. 그녀의 눈에, 운명을 기다리는 사슴 한 마리가 보였다. 그 사슴은 다시 데일단원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갔다. 흑사는 그 단원들에게 큰 소리로 당부했다.

 

 "그 녀석의 상태를 계속 주시해. 녀석이 살아난다면 우리 흑사단의 감염자들에게도 주사를 놓을 거니까. 죽으면 어쩔 수 없고.“

 

 

 ***

 

 

 "밖은 어떻게 되어가는 거지?"

 

 우 박사와 연락이 끊어진 지도 엿새. 카쟝은 명장제약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궁금했지만 궁금증을 해소할 길이 막혀있었다. 새던 교도소에선 면회를 제외한 외부인과의 연락은 상당히 제한되었다. 외부인과 통화를 할 수 있긴 했지만 그것도 일정이 없는 주말, 그것도 특정 시간에만 허용되었다. 카쟝은 교도관에게 부탁하여 편지를 쓰기로 했다. 교도관은 짧고 뭉툭한 펜 한 자루와 종이 한 장을 주었다.

 

 "다 쓰면 나한테 제출해. 펜이랑 같이."

 "알겠습니다."

 

 카쟝은 종이를 벽에 댔다. 그의 오른손으로 오랜만에 펜의 감촉이 느껴졌다.

 

 [박사님 잘 지내고 계십니까?]

 

 우 박사에게 편지를 쓰는 게 영 어색했지만 카쟝은 글을 이어갔다.

 

 [...치료제는 잘 만들어지고 있겠죠? 이 곳 생활도 그렇게 거칠지만은 않아요...]

 

 카쟝은 편지에 쓰더라도 교도관들이 이해하지 못할 내용 위주로 적어 내려갔다. 현재 자신의 상황을 본격적으로 쓸 수는 없었다. 수감자가 외부인에게 편지를 쓰면 교도관들이 발송 전에 그 내용을 검토했다. 검토 후 내용에 문제가 없어야 우표를 붙이고 발송하는 과정이 이루어졌다. 카쟝이 자신의 정체와 현 상황을 적는다면 그대로 독방 전입신고를 해야 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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