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루베의 연구소
작성일 : 22-02-27 10:00     조회 : 71     추천 : 0     분량 : 807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청사는 흑사단이 창단되었을 때부터 흑사의 곁을 지킨 인물이었다. 누구보다 흑사를 잘 알고, 누구보다 흑사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다. 개인적인 기량도 뛰어났기에 대장의 자리를 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사람이었다.

 

 청사는 투명한 유리잔을 들고 흑사 앞으로 나왔다. 청사는 허리를 숙이며 술잔을 들었다. 흑사는 청사의 술잔에 술병을 기울였다. 병에서는 푸르스름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잔이 절반 정도 채워지고 흑사는 다음 사람을 위해 병을 세웠다. 청사는 목례를 하고 흑사의 옆으로 섰다. 흑사는 다음 대장을 불렀다.

 

 "2번대 대장 알로."

 

 거구의 사내가 앞으로 나왔다. 그는 한 달 전까지 작귀단의 두목이었다. 작귀단은 흑사단에 못지않을 정도로 큰 도적단이었다. 하지만 흑사단의 공격을 끝까지 감당하지 못하고 흑사단에게 항복하게 된 경우였다.

 

 알로는 체격으로 보나 리더십으로 보나 청사에 뒤쳐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도적단 출신에게 1번대 대장을 줄 수 없었기에 2번대 대장으로 밀려난 것이었다.

 

 한때 '강철 괴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알로는 이제 흑사의 앞에 부하로서 서있었다. 흑사보다 10살이 어렸지만 풍기는 외모와 분위기는 흑사와 비슷한 또래로 느껴졌다.

 

 “환영한다.”

 

 알로는 흑사와 눈을 잠시 마주치고는 고개를 숙였다. 흑사는 알로의 어깨너머를 바라봤다. 그는 알로가 자신에게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작귀단이었던 단원들의 마음을 다잡고 싶었다. 흑사는 시선을 살짝 돌려 알로의 목을 봤다. 그의 목에는 선명한 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선 하나하나가 또렷했다. 흑사는 알로에게도 술병을 기울였다. 알로는 말없이 그 잔을 받고 목례했다.

 

 "3번대 대장 합보."

 

 살집이 있어 동글동글한 몸집의 사내가 다가왔다. 흑사단 출신이었으며 순박한 외모와는 다르게 머리가 비상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흑사단의 범죄 설계자 역할을 했지만 오 교수가 흑사단에 입단한 뒤부터는 그 역할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그의 지력과 리더십은 흑사도 익히 알고 있었기에 3번대 대장으로 임명하기로 마음먹었다.

 

 "4번대 대장 영해성."

 

 그 역시도 흑사단 출신이었다. 다른 대장들에 비해 키는 작았다. 하지만 운동을 통해 탄탄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근력도 세서 별명도 '작은 곰'이었다. 말수가 없었으나 운동을 하거나 힘을 쓰는 일에 있어서는 언제나 앞장섰다. 단점은 글을 읽지 못하는 까막눈이었다. 하지만 본인에게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해내는 스타일이었다.

 

 "5번대 대장 GAN."

 

 '건앤나이프 클럽'으로 불리던 도적단의 리더였다. 전에 소속되어있던 건앤나이프 클럽은 워낙 무자비하기로 소문난 도적단이었다. 그런 소문을 갖게 된 것은 GAN의 영향이 컸다. 그는 체력이나 지력은 다른 두목들보다 떨어졌지만 정신력 하나만큼은 월등했다.

 

 특히 끈기로는 그를 따라갈 재목이 없었다. 목표가 생기면 그 목표를 이룰 때까지 잠도 자지 않았다. 목표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쫓아갔다. 욕설도 서슴지 않고 지껄였다. 평소에도 비속어를 남발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 아닌 재주가 있었다.

 

 "6번대 대장 명정운."

 

 그는 마신단의 부두목이었다. 마신단도 흑사단이나 작귀단 못지않은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단원 숫자만 많았지 전투력에 있어서는 약체였다. 흑사단이 마신단에게 선전포고를 했을 때 마신단의 두목인 원길운은 전투를 강행하려 했다. 전투에 자신이 있던 건 아니었으나 자존심이 항복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당시 흑사단의 기세로 봤을 때 마신단에겐 숫자나 물자 면에서 패배가 훤히 보이는 싸움이었다. 명정운은 길운에게 항복하자고 거듭 설득했지만 길운은 기어코 전투를 시작했다. 정운은 결국 마신단의 병력과 전략, 그리고 숨겨진 금은보화가 있는 장소까지 모든 정보를 챙겨 흑사를 찾아갔다. 흑사는 정운 덕분에 그 전투를 최소한의 피해만 입고 수월하게 승리할 수 있었다. 그의 공을 높인 산 흑사는 그에게 대장의 칭호를 주었다.

 

 다음은 7번대 대장을 부를 차례였다. 하지만 흑사는 6번대 대장에서 호명을 마쳤다. 7번대 대장은 이 자리에 없었다. 공석은 아니었다. '협손'이라는 흑사단 출신 사내가 7번대 대장으로 내정되어있었으나 현재 학목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다. 협손은 현재 흑사단이 만든 시설에 격리된 상태였다. 흑사와 7번대대는 그가 회복해서 복귀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윽-

 

 여섯 대장들은 흑사의 좌우로 나란히 섰다. 그들은 모두 목에 뱀 문신이 있었다. 흑사가 잔을 들자, 그들 모두 잔을 높이 들었다.

 

 "건배."

 

 대장들은 그 자리에서 망설임 없이 잔을 들이켰다. 그들은 푸른 액체를 한 입에 마시는 것으로 흑사에 대한 맹세를 표했다.

 

 꼴깍꼴깍

 

 흑사는 입에 잔을 대지 않고 대장들의 잔이 비워지기를 기다렸다. 흑사는 상대가 먼저 음료를 마실 때까지 기다리는 습관이 있었다. 그는 모든 대장들이 잔을 비우고 나서야 음료를 마셨다. 흑사는 푸른 액체를 천천히 목으로 넘기고는 팔을 내렸다.

 

 "나는 방금 너희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하지만 이제 그 목숨을 다시 돌려주려 한다."

 

 흑사는 뒤편 테이블로 걸어가 검은 병을 내려놓고 빨간 병을 들었다. 그는 대장들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빨간 병에 담긴 투명한 액체를 잔에 따라주었다.

 

 "감사합니다."

 

 대장들은 흑사가 따라준 액체를 단숨에 마셨다. 일종의 의식이었다. 흑사가 두 차례 따라주는 음료를 마심으로서 단원은 흑사에게 복종을, 흑사는 단원에게 포용을 약속했다.

 

 그저 의식일 뿐이었던 건 아니었다. 흑사가 따라준 첫 잔에는 맹독을 희석시킨 음료가 담겨있었다. 만약 해독을 하지 않는다면 1시간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독성을 가지고 있었다. 충분히 희석했다고는 하지만 마시고 난 직후부터 속이 타 들어가는 통증이 유발되는 음료였다.

 

 부하가 그 음료를 마시고 나면 뒤이어 빨간 병에 담긴 해독제를 잔에 따라주었다. 부하 입장에서는 흑사가 따라준 독을 들이키고 해독제를 마신 셈이었다. 이 의식은 서로의 맹세를 의미했다. 소속원은 흑사에게 모든 것을 내놓겠다는 표현이었고, 흑사은 자신의 부하에게서 아무 것도 빼앗아가지 않고 나눠주겠다는 의미였다.

 

 “자, 그럼 다들 자리에 앉지.”

 

 임명식을 마치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흑사는 설계자인 오 교수와 여섯 대장들을 모아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 흑사는 오른편에 앉은 청사를 바라봤다.

 

 "현재 흑사단원들의 상태는 어떤가?"

 "저번 명장제약에서 경찰과의 총격전에서 총 인원의 1/3이 사상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학목 바이러스에 감염된 단원들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남은 인원 중에 건강한 인원은 2200명 정도입니다."

 "너무 많이 잃었군. 회복기간을 주면 몇 명까지 증원할 수 있지?"

 "그래도 회복기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3000명 가까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겠어."

 

 흑사는 이번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엔 오 교수가 앉아있었다.

 

 "배는 다 만들어졌나?"

 "네, 이미 만들어졌고 시험 운행도 마쳤습니다."

 "역시 믿음직스럽군."

 "워낙 잘 만들어서 세계를 일주해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합니다."

 "다른 나라로 갈 때도 사용할 수 있겠어."

 

 마루시에서 저녁 이후에 학목강을 지나는 학목대교를 완전히 폐쇄했기에 도적단이 왕래하는 데에 지장이 있었다. 다리를 통해 마루로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오기 전부터 오 교수는 두 도시를 왕래할 선박을 구상했다. 흑사는 오 교수의 계획에 적극 지원했고 이제 그들에게는 더 이상 다리가 필요 없었다.

 

 "역시 오 교수는 실망시키지를 않아."

 

 오 교수는 눈을 지그시 감고 목례했다. 흑사는 다시 청사를 쳐다봤다.

 

 "카쟝에게선 아직 연락이 없나?"

 "예. 연락이 없습니다."

 "도대체 해독제를 언제 주겠다는 거지. 카쟝의 부하놈은 상태가 어떤가?"

 "닥터하가 엊그제 수술을 했고 아직까지 회복 중입니다."

 "알겠어.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얘기해줘. 그리고 저번 달 31일에 명장제약 지하 4층에 있었던 사람들의 명단을 샅샅이 조사해줘."

 "알겠습니다."

 

 식사시간이 끝나갈 무렵, 한 여인이 연회장으로 입장했다. 검고 긴 생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왔고 목과 허리는 호리병처럼 가늘었다. 흑적색 치마는 너풀거렸고 빨간 구두는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모든 이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상의는 망사로 되어있어 안에 입은 검은 내의가 훤히 비쳤다.

 

 하지만 그녀를 가까이서 본 사람들은 그녀가 망사 안에 입은 게 검은 옷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상반신 전체에 문신을 두르고 있었다. 문신이 너무 빽빽하게 있어 옷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그녀는 연회장을 가로질러 흑사의 옆까지 걸어갔다. 흑사는 자신의 아내를 맞이했다.

 

 “왔구나, 장미. 총아는 어디 갔지?”

 “아까 재웠어요.”

 “경비는 완벽하게 세웠지?”

 “당연하죠. 지금 총아를 만나려면 20명의 경비원을 거쳐야 해요.”

 

 흑사와 장미는 다시는 총아를 빼앗기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장미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흑사에게 귓속말했다.

 

 “저기, 카쟝 부하라고 잡아온 그 작자는 어떻게 할 계획이에요?”

 

 리브는 현재 독방에 갇혀있었다. 방 밖으로는 치료 목적 외에는 1초도 나올 수 없었다. 하루 종일 방안에 누워 그저 아침, 점심, 저녁 세끼만 주는 대로 먹어가며 연명하고 있었다.

 

 “글쎄, 카쟝 쪽에서 아직 소식이 없어서 지켜보는 중이야.”

 “제가 듣기로는 그 사람도 뛰어난 능력이 있다고 해요. 잘만 구슬리면 우리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줄 거예요. 이왕 도적단을 키운 거 그 사람도 잘 다독여서 우리 단원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때요?”

 

 흑사는 술잔을 가볍게 비웠다.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어.”

 

 

 ***

 

 카쟝과 우 박사는 솔코라인 동쪽에 위치한 ‘해선 항구’에 도착했다. 천만다행인 점은 도적단의 출현에도 두 사람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굳이 피해라면 예정 시간보다 2시간 늦게 땅을 밟아서 일정이 늦춰졌다는 점이었다. 머리를 맴도는 멀미 증세는 덤이었다.

 

 “도적단이 그렇게 악랄한 놈들은 아니었네요. 뭐 약탈해가지도 않고.”

 

 선박이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피해자를 조사하고 피해금액을 추산했다. 경찰이 조사한 결과, 직접적인 피해자들은 단 10명. 선박을 지키던 경비원들이었다. 그들의 희생으로 승객들은 아무 상해도 입지 않았다.

 

 피해금액도 없다시피 했다. 도적들이 만든 선박 피해라고 해봤자 선체에 총알자국을 내고 유리창들을 깼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고 금전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끼치진 않았다. 유일하게 도난당한 물건이라고는 선장실에 있던 그림 한 장이었다.

 

 초대형 크루즈 'SL-J'가 처음 만들어졌던 날, 유명 화가가 그 배의 모습을 한 폭의 그림으로 옮겼다. 그림의 제목도 당연히 'SL-J'였다. 그 '그림 SL-J'만 사라지고 배는 멀쩡했다. 카쟝과 우 박사도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 했지만 입은 피해가 없었기에 짧은 대화만 나누고 입국심사대로 갔다. 입국심사를 받으면서도 승객 대부분의 대화소재는 배에서 만난 도적단이었다. 카쟝은 본의 아니게 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그들의 입 사이에서 계속 회자되는 이름이 있었다.

 

 “이번에도 게적그룹의 소행이래.”

 “또 게적그룹이야?”

 

 ‘게적그룹?’

 

 언젠가 한 번은 들었던 이름이었다. 카쟝은 군중에서 벗어난 뒤에야 우 박사를 불렀다.

 

 “박사님, 게적그룹도 도적단 이름 맞죠?”

 “그럴 걸? 솔코라인에서 말썽 피우는 도적들일 거야.”

 “여기도 평안하지만은 않은 나라네요.”

 “네가 할 소리는 아닌 거 같다.”

 

 두 사람은 늦어진 시간만큼 부랴부랴 근처 기차역으로 갔다. 그들은 가장 빨리 탈 수 있는 알케일 행 티켓을 2장 끊었다. 다행히 30분 뒤에 기차가 있어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박사님, 한 가지 알려드릴까요?"

 "뭐? 놓고 온 거라도 있어?"

 "그건 아니고. 전 이번이 첫 해외여행이에요."

 

 카쟝은 신기하다는 듯이 주위를 둘러봤다. 우 박사는 별일도 아니라는 듯이 가던 길을 걸었다.

 

 꼬르륵-

 

 긴장이 서서히 풀리며 두 사람의 위는 음식을 요구했다.

 

 “배고픈데 뭐라도 좀 먹고 가죠.”

 

 두 사람은 근처 빵집에 들렀다.

 

 "안녕하세요."

 

 점원은 두 사람을 반겼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빵 진열대를 둘러봤다. 시야에 빵이 들어오기만 하는데도 두 사람의 위장은 마구 법석을 떨었다.

 

 꽈륵꽈르륵-!

 

 카쟝은 문득 뭔가 떠오른 듯 우 박사를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솔코라인 화폐를 쓸 거 아니에요? 환전을 안 해왔는데?"

 "난 지갑 자체가 없는데?"

 

 우 박사는 해양 경찰에게 짐을 압수 당했기에 당분간은 카쟝에게 빌붙어야 했다. 그녀는 카쟝을 희한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여길 오는데 환전을 아예 안 해온 거야?"

 "네. 해외여행이 처음이라 깜빡했어요."

 

 두 사람이 불안한 눈빛으로 대화만 하자 점원이 다가왔다.

 

 "걱정 마세요. 여기는 온드리안 화폐도 받아요."

 

 그들은 다행히 빵 몇 조각을 살 수 있었다. 빵집에서 나오면서 카쟝은 빵 하나를 건넸다.

 

 "드세요."

 

 우 박사가 빵을 먹는 동안 카쟝은 옆에 있던 잡화점에 들렀다. 잡화점에서 나온 카쟝의 손에는 우유가 들려있었다.

 

 "다행히 잡화점도 온드리안 화폐를 받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 근처에 환전소가 있으면 돈 교환해놔."

 "알겠어요."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아침을 때웠다.

 

 "곧 기차 시간이네요. 어서 들어가시죠."

 

 그들은 배를 채우고 기차역으로 들어갔다. 기차는 제시간에 들어왔고, 그들은 기차에 몸을 실었다. 다행히 기차에서까지 도적단과 맞닥뜨리는 불행은 없었다. 하지만 한 번 일정이 늦춰지니 알케일로 가는 과정도 연이어 늦춰졌다. 최대한 신속하게 이동한다고 이동한 건데도 알케일에 도착했을 땐 벌써 오후 4시가 훌쩍 지나있었다. 그들은 기차에서 내렸다.

 

 "와, 여기는 눈이 내리네요."

 "내가 춥다고 했잖아."

 

 알케일은 1년의 절반 이상의 기간에 눈이 내렸다.

 

 뽀드득. 뽀드득.

 

 그들은 눈을 밟으며 기차역을 나왔다. 그 순간 눈송이가 카쟝의 옷깃 안으로 들어갔다. 카쟝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더 이상 추위를 참을 수 없었다.

 

 "일단 옷부터 좀 사야겠어요."

 

 두 사람은 기차역 근처 옷가게로 들어갔다. 그들은 가장 두꺼운 외투를 골랐다. 돈이 없던 우 박사를 대신해서 모든 계산은 카쟝이 했다. 두 사람이 외투로 꽁꽁 싸매고 밖으로 나오니 기차역 앞에 택시가 한 대 서있었다. 카쟝은 서둘러 그 택시로 다가갔다.

 

 “'Ru's Lab'으로 가주세요.”

 

 택시는 능숙한 운전으로 두 사람을 큰 연구단지 앞에 내려주었다. 하늘을 보니 해는 벌써 지평선에 붙어있었다. 카쟝의 시야로 루베의 연구소가 들어왔다. 그들은 연구소 출입구까지 걸어갔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정리 좀 하죠. 출생년도로는 백민관이 오빠랬죠?”

 “그렇지. 그러니까 너는 루베 씨에게 말을 놓아야 해. 존대하면 오히려 큰 의심을 살 거야.”

 “그리고 루베 씨가 돈을 워낙 좋아하시는 분이랬고.”

 “돈 되는 연구면 뭐든지 하는 사람이지.”

 “그리고 연구소에 대해서 칭찬을 하라고요?”

 “응. 루베 씨는 자기 연구소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 대단한 사람이야. 화목한 분위기로 대화하고 싶으면 무조건 연구소부터 칭찬하면서 들어가야 돼. 그 여자, 속이 보이는 듯하면서도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더욱더 연기를 잘해야 해.”

 “저만 믿으십쇼. 남 속이는 재주로 이 바닥 버텨왔습니다.”

 

 카쟝은 엄지를 들어 자신감을 표출했다. 우 박사는 콧방귀를 뀌며 연구소 벨을 눌렀다.

 

 “누구시죠?”

 “루베 씨를 만나려고 왔는데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백민관, 우나영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연구소 남자 직원이 급하게 달려오더니 문을 열었다. 학생 티를 갓 벗은 앳된 얼굴이었다.

 

 “조금 늦으셨네요.”

 “오늘 아침에 일이 좀 생겨서요.”

 “그러셨군요. 소장님이 점심때부터 두 분을 쭉 기다리셨습니다.”

 

 두 사람은 직원을 따라 연구소로 들어갔다. 다행히 안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출입구 안쪽엔 연구소 구조도가 붙어있었다. 카쟝은 구조를 재빨리 훑었다.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왼쪽 코너로 돌아서 쭉 가면 소장실.’

 

 카쟝은 그들이 바로 소장실로 직행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들을 인도하던 직원은 오른쪽으로 발길을 틀었다. 그들은 소장실이 아니라 연구소를 빙 돌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세 사람은 소장실까지 우회하며 연구시설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카쟝은 말없이 우 박사와 눈을 마주쳤다.

 

 ‘이것도 루베의 지시겠구나.’

 

 명장제약회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연구소였다. 명장제약에선 볼 수 없는 연식이 있어 보이는 기계들도 꽤 있었다. 통로를 빼고는 모든 곳이 기계들과 연구기구들로 빼곡히 차있었다. 그 모습이 연구소보다는 창고를 연상시켰다. 기계들은 곳곳에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중간중간 사람도 한 명씩 서있었지만 그들은 연구를 한다기 보다 기계를 검사하고 있었다. 카쟝은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억지로 벌렸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9 바이러스 치료제 2022 / 3 / 5 76 0 7888   
48 속셈 2022 / 3 / 4 63 0 7987   
47 91312(2) 2022 / 3 / 4 58 0 7891   
46 91312 2022 / 3 / 3 58 0 8095   
45 교도소의 삶(2) 2022 / 3 / 3 66 0 8121   
44 교도소의 삶 2022 / 3 / 3 62 0 7760   
43 수수께끼의 답 2022 / 3 / 1 65 0 7781   
42 습격 2022 / 2 / 28 67 0 7820   
41 브리핑 2022 / 2 / 28 69 0 8031   
40 조평환의 집 2022 / 2 / 27 69 0 7888   
39 루베의 연구소 2022 / 2 / 27 72 0 8078   
38 임명식 2022 / 2 / 26 64 0 7852   
37 미네민 2022 / 2 / 26 61 0 7866   
36 해결책 2022 / 2 / 26 69 0 7916   
35 카쟝 Inside 2022 / 2 / 26 64 0 7833   
34 RB 프로젝트(3) 2022 / 2 / 26 66 0 7801   
33 RB 프로젝트(2) 2022 / 2 / 26 75 0 7852   
32 RB 프로젝트 2022 / 2 / 26 69 0 7923   
31 결전의 날(2) 2022 / 2 / 26 73 0 7779   
30 결전의 날 2022 / 2 / 26 77 0 7793   
29 예고장 2022 / 2 / 26 60 0 7823   
28 사장실과 카쟝 2022 / 2 / 25 68 0 7836   
27 2022 / 2 / 24 64 0 7806   
26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2022 / 2 / 24 75 0 7822   
25 지하의 비밀 2022 / 2 / 24 64 0 7803   
24 강정희 2022 / 2 / 24 83 0 7886   
23 권성환 2022 / 2 / 24 78 0 7858   
22 골드 맨숀(2) 2022 / 2 / 24 71 0 7861   
21 골드 맨숀 2022 / 2 / 23 71 0 7900   
20 Lab 000 2022 / 2 / 22 75 0 7965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