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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Lab 000
작성일 : 22-02-22 19:57     조회 : 75     추천 : 0     분량 : 7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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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 말하고 나간다는 걸 깜빡했네요. 강일호 씨 지갑 돌려주고 왔습니다.”

 

 카쟝은 일호의 지갑을 명장제약으로 보내고 오는 길이었다.

 

 “이번 일로 명장제약 경비가 더 삼엄해지겠어.”

 “어쩔 수 없죠.”

 

 카쟝은 외투를 벗었다. 리브는 대화를 진행하면서도 모니터만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 바이러스 치료제는 어떡하지?”

 

 이전에 백민관의 계획서를 정독했던 두 사내는 치료제의 존재를 확신했다. 그러나 카쟝이 확인한 바로는 명장제약 약품 보관실엔 치료제가 없었다.

 

 “리브.”

 “응.”

 “오늘 안으로 학목 바이러스를 구해야겠어요.”

 

 카쟝이 툭 던진 말에 리브는 영혼 없는 말투로 답했다.

 

 “그건 쉽지. 여기서 몇 블록만 지나도 바이러스로 죽은 사람들 천지야. 그 사람들 몸속에 득실득실한 게 그 바이러스일 테니까.”

 "그래요. 바이러스는 구하기 쉽겠어요."

 

 카쟝은 쓴웃음을 지으며 외투를 다시 집어 들었다.

 

 “뭐야? 바로 나가려고?”

 “응. 이젠 1분, 1초가 아깝습니다. 어떻게든 치료제를 찾아내야 해요.”

 

 지금 그들이 대화하고 있는 동안에도 학목 바이러스는 맹금 같은 속도로 사람들을 잡아먹고 있었다. 그러나 마루시는커녕 달구시에서도 아무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백민관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모습을 더는 못 참겠어요."

 

 카쟝은 얼마 전의 민관의 모습을 기억했다. 사흘 전, 카쟝은 중년 남성으로 변장한 채 뉴스를 방청하러 갔다. 이유는 단 하나, 백민관에게 치료제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였다. 그 질문을 통해 일차적으로는 학목 바이러스에 대한 백민관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고, 이차적으로는 치료제를 공론화할 수 있었다. 그는 그 계획을 실행에 옮겼고 민관의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학목 바이러스를 얘기했을 때 그의 눈빛은 사정없이 흔들렸어.’

 

 카쟝은 대답하는 민관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리는 모습을 포착했다.

 

 '특히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고 했을 때.'

 

 “그날 치료제에 대해서 했던 발언들은 모두 거짓 뿐이었어요.”

 "그건 그렇다고 쳐도, 회사에도 없는 치료제를 어떻게 구하게? 네가 연구라도 하려고?"

 

 카쟝은 힘없이 대꾸했다.

 

 “이제 쓸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그렇다고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최후의 보루를 사용해야죠.”

 “그게 뭔데?”

 

 리브도 지친 목소리로 질문했다. 하지만 그의 물음은 허공에 울릴 뿐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카쟝?”

 

 리브는 그제야 눈을 돌려 카쟝을 찾았다. 카쟝은 거실 중앙에 어정쩡한 자세로 굳어있었다. 뭔가 골똘히 고민하는 것이었다.

 

 "카쟝, 무슨 생각해?"

 “아! 어... 걱정 마십쇼. 미리 계획한 대로만 진행하면 됩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카쟝은 오류가 생긴 기계처럼 오작동을 했다. 안 그래도 심란했던 카쟝은 동료의 재촉까지 겹쳐지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리브는 그런 카쟝을 보고 있자니 더욱 불안했다.

 

 “카쟝. 널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이제 조심해야 해. 널 노리는 눈이 한두 개가 아니야.”

 

 경찰, 백민관, 그리고 현상금을 노리는 많은 이들이 눈에 불을 키고 카쟝을 찾고 있었다.

 

 “흑사도 조심하고.”

 

 이미 흑사단에게 당한 도적단도 15개가 넘어갔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니까요. 오늘 밤은 길어지겠어요.”

 

 카쟝은 이 말만 남긴 채 다시 출구로 향했다.

 

 

 ***

 

 

 [문이 열립니다.]

 

 뚜걱. 뚜걱.

 

 백민관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를 따라 오는 발소리는 없었다. 매번 자리를 지키던 장 비서도 오늘만큼은 자리를 비웠다. 오직 그 혼자 연구실로 온 것이었다. 승강기에서 내리자마자 그의 시야로 유리문이 들어왔다. 문을 향해 얼마 걷지 않아 유리문 오른편에 설치된 노트만 한 장치를 발견했다. 민관은 오른손을 뻗어 장치의 뚜껑을 열었다. 뚜껑 안에선 지문인식기가 나타났다.

 

 "흐음."

 

 민관은 손바닥을 장치에 가져갔다.

 

 [인식되었습니다. 인증 완료. 출입 허가.]

 

 방탄유리로 만들어진 출입문이 열리고 오른편으로 탈의실 입구가 나왔다. 민관은 탈의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 몇 걸음 더 나아가니 실험실 입구가 보였다. 입구 위에는 실험실 번호가 적혀있었다.

 

 [Lab 000]

 

 이 건물을 세우면서 가장 먼저 구상했으며 가장 심혈을 기울인 연구실, 'Lab 000'이었다. 민관이 명장제약에서 가장 애착을 가지는 장소이기도 했다. 이곳의 존재를 알고 있는 자들은 백 사장을 포함해도 20명이 넘지 않았다.

 

 '실험은 잘 되어가고 있겠지?'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연구는 민관의 의뢰로 이루어지며 모든 연구비용도 백민관이 지불했다. 말 그대로 '백민관의, 백민관에 의한, 백민관을 위한' 연구실이었다.

 

 "들어가 볼까."

 

 백 민관은 놀이동산에 들어가는 꼬마아이마냥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연구실 정면으로 다가가니 그를 감지한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솨악-

 

 문을 지나니, 민관의 눈앞에 축구장만 한 연구실이 펼쳐졌다. 다른 층의 연구실과 달리 이곳은 방이 따로 나눠지지 않았다. 덕분에 시야가 탁 트여 마음까지 청량해졌다. 게다가 중앙에는 커다란 실험대가 있었다. 그 중앙 실험대는 아직 비어있었지만 임상실험을 마치면 곧 사용될 예정이었다.

 

 "보아하니 재정비는 다 마쳤네."

 

 연구실 내부에는 총 5명의 연구원들이 실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광활한 연구실에 비해 턱없이 적은 연구원이었지만 그만큼 실력 있고 믿음직한 수재들이었다. 숫자는 적을지라도 능력은 연구실을 채우고도 넘쳤다.

 

 "우 박사가 돌아오니 확실히 잘 돌아가는군."

 

 민관은 주위를 둘러보며 혼잣말을 꺼냈다. 우 박사가 오기 전까지 10년 동안, 이곳은 비밀리에 실험이 계속되고 있었다. 모든 실험은 우 박사가 실험 초기에 만들어 놓은 계획서에 따라 차근차근 처리되었다.

 

 "하필 끝내기 직전에 잡혀가지고 곤욕이었는데."

 

 우 박사가 교도소로 들어간 이후에도 연구는 멈추지 않았다. 연구가 마무리되던 시점이었기에 연구내용의 큰 틀은 잡혀있었다. 따라서 초기 계획과 더불어, 그녀가 교도소에서 전달해온 추가 계획서는 연구가 끊김 없이 마무리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효율도 그런 비효율이 없었지."

 

 연락을 주고받는데 어려움이 있다 보니 계획을 건네고 결과를 받기까지 장애물이 많았다. 백 사장은 그때의 씁쓸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우 박사의 부재로 성공률이 급감했던 것도 사실이고."

 

 그렇게 10년 간 이 연구실은 선장이 없는 배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방전된 기계처럼 삐걱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시간이 헛되이 지나가진 않았군."

 

 10년 사이, 아니, 우 박사가 잡혀가기 전까지 포함하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실험값이 도출되었다. 그 결과값을 바탕으로 우 박사는 이제 실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연구실도 정비를 마친 자동차처럼 모든 구성요소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우 박사는 자동차의 모터가 되어 연구실 전체를 거침없이 주행시켰다.

 

 끼끽끼끽

 

 백 사장이 잠시 추억에 잠긴 사이, 근처에서 날카로운 짐승소리가 그의 귀를 찔렀다. 민관은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의 우측에서 들리던 괴성의 정체는 우리 속에서 놀던 원숭이와 오랑우탄의 소리였다. 민관은 원숭이 우리로 찬찬히 접근했다.

 

 끼끽끽

 

 원숭이 우리에는 16마리의 원숭이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민관은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서로 이를 잡아주는 원숭이, 그네 타는 원숭이, 그리고 혼자 폴짝폴짝 뛰는 원숭이까지. 하나 같이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민관은 원숭이 한 마리 한 마리를 꼼꼼히 관찰했다.

 

 "역시."

 

 멀리서 봤을 땐 평범한 원숭이들이었으나 바싹 붙어서 보니 그들만의 공통점이 드러났다. 모두 정수리에서 시작해 등을 타고 둔부까지 내려가는 절개선이 존재했다. 실로 꿰매져 있는 상태로 보아 상처는 아문지 얼마 안 되어 보였다.

 

 "봉합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겠군."

 

 까악-

 

 돌연 원숭이 한 마리가 민관에게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가 갇혀있는 곳은 강화유리로 둘러싸인 우리였다. 결국 돌발행동의 주인공은 민관에게 닿기 직전 유리에 머리를 박았다.

 

 쿵.

 

 "허허."

 

 민관의 폭소와 함께, 입구 가장 가까이 있던 연구원이 민관을 발견했다.

 

 "아!"

 

 그녀는 들고 있던 주사기를 내려놓고 민관에게 달려왔다. 보안경 너머로 보이는 동그란 광대로 보아 막내 연구원이 분명했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어, 그래. 실험은 잘 마쳤고?"

 "네. 우 박사님께서 연구실로 복귀하시자마자 진행한 유인원 실험은 앞서 마무리했고, 이틀 전부터 인체실험에 들어갔습니다."

 

 막내 연구원은 백민관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세계 일류 대학인 오스 대학의 수석 졸업생이었다.

 

 '다른 연구소를 갔더라도 큰 성과를 냈을 재목이야.'

 

 수재 중의 수재인 그녀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연구에 매달린 이유는 특별하지 않았다. 백민관이 다른 연구소의 10배에 달하는 연봉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20대의 나이로 연구실에 발을 들였던 그녀는 어느새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있었다.

 

 "그건 우 박사에게 직접 들었네. 유인원 실험은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

 "네. 511쌍 중 조금이라도 거부반응을 일으킨 경우를 제외했을 경우, 461쌍의 뇌와 척수를 교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뭐?"

 

 90%를 겨우 넘는 성공률이었다. 민관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

 

 "실행이 코앞인데 성공률이 왜 이리 낮나?"

 

 하지만 막내 연구원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그 얼굴과 대면하고 있자니 그녀에게 감춰진 비장의 무기라도 있나 싶었다. 민관은 "그 동안 뭐한 거야?"라는 험담을 삼키고 다음 내용을 기다렸다. 젊은 지식인의 눈동자는 열정으로 불타고 있었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른 식으로 정리하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그건 무슨 소리지?"

 "유인원 실험에서 사용된 유인원 511쌍 중에 서로 관계가 없는 유인원이 201쌍, 부모-자식 관계에 있는 유인원이 104쌍, 형제 관계에 있는 유인원이 107쌍, 그리고 일란성 쌍둥이 유인원은 99쌍을 실험했습니다."

 

 그제야 민관도 연구원의 말을 이해한 듯 입 꼬리가 씰룩거렸다.

 

 "그래. 성공률은 각각 어떻게 되지?"

 "서로 관련 없는 유인원에서의 성공률은 78.1%였습니다."

 

 백민관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역시 거부반응이 문제인가."

 "네. 그게 가장 큰 장애물이죠."

 "이번에 개발한 1000H-β는 사용해보았나?"

 "네. 이용했습니다. 뛰어난 면역억제제이긴 하지만 무관한 개체 사이에선 한계가 있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78.1%의 높은 성공률을 보인 것 자체가 순전히 1000H-β 덕분이죠."

 "그런가... 알겠네. 계속 말해보게."

 "예. 부모-자식 관계에 있는 유인원은 104쌍 중 103쌍이 성공했고요. 형제 관계에 있는 유인원은 107쌍 중 102쌍만 성공시켰습니다."

 "음~."

 

 백민관은 이미 계산을 마치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곧이어 막내 연구원의 마지막 말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막내 연구원은 방금 전까지 민관이 바라보던 동물 우리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일란성 쌍둥이에서는 99쌍 중 99쌍 전부가 성공했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100%의 성공률이었다.

 

 "그렇지!"

 

 백민관은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운동선수마냥 소리를 질렀다. 덕분에 연구실의 이목은 민관에게 집중되었다. 저 멀리 연구실 끝에서 면역실험이 한창이던 우 박사가 고글을 벗었다.

 

 "어이. 백 사장. 갑자기 웬 환호야? 복권이라도 당첨됐어?"

 "내가 겨우 복권 당첨 정도로 소리나 지를 것 같아?"

 

 돈이라면 버리고 버려도 쌓여가는 백 사장이었다.

 

 "돈 많다고 자랑은. 아무튼 그 쪽 때문에 여기 사람들 집중력이 흐트러졌잖아. 어쩔 거야?"

 "미안하네. 기분을 제어할 수 없다 보니 환성이 튀어나왔네."

 "쳇."

 

 우 박사는 혀를 차고는 다시 고글을 올렸다. 그녀는 이 세상 어느 것보다도 실험이 우선이었다. 민관이 그녀를 계속 곁에 두고 싶은 이유이기도 했다.

 

 "저기."

 

 민관은 막내 연구원을 다시 불렀다.

 

 "그럼 인체 실험은 얼마나 진행되었나?"

 "10년 전에 수행했던 인체 실험은 별 탈 없이 마무리 지었습니다. 성공률은 유인원에서와 비슷했고요. 이번 추가 실험도 장 비서님이 수고를 해주신 덕분에 실험에 쓰일 일란성 쌍둥이는 모두 구했습니다. 그 중 10쌍은 어제 수술을 진행했고 현재 경과를 지켜보는 중입니다."

 "아직 거부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나?"

 "네. 1000H-β 덕분인지 아직까진 모든 경우에서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1000H-β가 유인원보단 인체에서 더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 백민관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백 사장님. 임 시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장 비서였다. 임 시장의 연락을 받고 민관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

 

 "장 비서, 때마침 잘 왔어!"

 

 순간 장 비서는 한 걸음 물러섰다. 만면에 미소를 띤 백 사장의 얼굴이 너무 낯선 탓이었다. 장 비서가 주춤거리자 백민관 쪽에서 한 걸음 다가갔다.

 

 "강일호 과장 말이네. 요즘 별다른 점은 없지?"

 "네. 사람을 붙여서 24시간 감시 중인데, 따로 특이점은 없다고 합니다."

 "좋아. 그럼 이제 카쟝을 붙잡는 일만 남았군."

 

 민관은 손바닥끼리 맞잡은 채 빙긋 웃었다.

 

 "저희 팀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카쟝 녀석을 잡아오겠습니다."

 "난 자네의 그런 자세가 좋단 말이지."

 "감사합니다."

 

 장 비서가 감사를 표하기 무섭게 민관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하지만, 혹시나, 만에 하나라도! 강일호 과장이 카쟝을 만나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되네."

 "알겠습니다."

 

 장 비서는 자신의 얼굴이 무릎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굽혔다.

 

 

 ***

 

 

 카쟝은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는 온통 깜깜했다.

 

 "비가 오려나?"

 

 그는 고개를 올려 하늘을 올려다봤다. 신이 하늘을 비단으로 덮은 듯했다. 어둠을 뚫은 것은 오직 달빛. 그 달빛은 바늘처럼 구름을 비집고 나와 카쟝에게로 뻗었다. 어둠 속 한 줄기 빛은 희망을 상징했다.

 

 "좋아. 내가 가장 원하던 날씨야."

 

 현재 카쟝이 서있는 곳은 마루시청 옥상이었다. 임현규 시장의 침실 바로 위이기도 했다. 침실은 소등한 지 2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시장은 지금 쯤 깊은 잠에 빠졌겠지.'

 

 임현규와의 만남이 이번 방문의 목적이었다. 카쟝은 미리 조사했던 내용을 복기했다.

 

 '시청 내부에는 감시 카메라만 52개, 시장실로 진입하기까지 11명의 경비를 따돌려야 한다.'

 

 카쟝은 천천히 난간으로 다가갔다.

 

 "그럼 시청 바깥에서 직접 들어가는 수밖에 없지."

 

 그는 호흡을 깊게 들이키고 난간을 꽉 잡았다. 그 다음 그대로 두 다리를 난간 밖으로 넘겼다. 난간 너머로는 발 디딜 곳 하나 없었다. 오로지 그의 두 팔로만 난간에 매달려야 했다.

 

 “이제 내려가 볼까?”

 

 카쟝은 자신의 악력에 의지한 채 5층 건물 옥상에서 난간을 잡고 밑층으로 내려갔다. 방망이처럼 딴딴한 팔뚝은 카쟝을 흔들림 없이 지탱해주었다. 이윽고 난간의 바닥이 손에 닿았다. 이제 그의 눈앞으로 건물 최상층의 창문들이 일렬횡대로 서있었다. 카쟝은 고개를 내려 오른편의 시장 침실을 관찰했다. 창문은 대형 냉장고 크기여서 안이 훤히 보였다.

 

 '확실히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아.'

 

 카쟝은 두툼한 팔뚝을 한 뼘 씩 이동시키며 침실의 좌측으로 전진했다. 곧 다른 창문이 나타났다. 카쟝이 선택한 출입로는 침실 왼편의 화장실이었다. 창문은 카쟝의 몸을 가로로 넣어야 할만큼 작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경보장치가 없는 입구였다.

 

 '이런, 창문이 생각보다 작구나.'

 

 화장실에 도착한 그는 왼팔을 내려 화장실 창문을 밀어보았다. 하지만 창문은 수문장처럼 꿋꿋이 버텼다.

 

 '안에서 고정되어있어. 쓸데없이 꼼꼼하네.'

 

 카쟝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테이프를 꺼냈다. 그는 테이프를 입으로 길게 찢은 뒤 창문 전면에 십(十)자와 엑스(X)자 모양이 겹치도록 붙였다.

 

 '됐어.'

 

 그는 테이프를 창문과 완전히 밀착시킨 후, 창문 중앙을 향해 단숨에 힘을 주었다.

 

 빠각.

 

 유리가루가 밟힌 듯한 미세한 소리가 났다. 동시에 창문 전체에 금이 갔다.

 

 '이대로 테두리만 살살살 떼어내면.'

 

 금이 간 유리는 창문에서 통째로 분리되었다.

 

 "...."

 

 카쟝은 멈춰서 귀를 쫑긋 세웠다. 혹시나 시장이 깼다면 상황이 곤란해졌다. 그러나 1분이 넘는 시간 동안 내부에선 아무 잡음도 들리지 않았다.

 

 "체크."

 

 카쟝은 유리창을 손쉽게 떼어냈다. 그 유리를 옥상 위로 차분히 올려놓은 카쟝은 발끝을 세웠다. 그는 천천히 몸을 가로로 눕혀 빈 창문으로 발이 들어가게 만들었다. 그렇게 앞뒤로 반동을 주다가 창문 속으로 몸을 힘껏 날렸다.

 

 슈욱-

 

 카쟝의 발가락부터 난간을 잡고 있던 손가락 끝까지 단번에 화장실로 진입했다. 발레 동작처럼 부드러운 몸놀림이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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