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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강정희
작성일 : 22-02-24 20:53     조회 : 83     추천 : 0     분량 : 7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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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창호를 하늘로 보내고 나서도 1년 동안 정신 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지냈다. 집을 정리한다고 정리했지만 차마 그의 흔적들을 다 지우지는 못했다. 아니 지우지 않았다. 이미 정희의 인생에서 창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그 후 그녀는 10여 년 동안 단 하루도 창호를 잊은 적이 없었다. 꿈에서라도 창호를 만나면 아침에 일어나서 하늘에 인사를 했다. 하지만 꿈으로만 만나기에는 그의 존재를 채울 수가 없었다. 정희는 불현듯 찾아오는 외로움이 가장 무서웠다. 창호가 너무 그리운 밤에는 그의 옷을 끌어안고 운 적도 있었다. 하룻밤 울고 나면 일주일은 괜찮아졌다. 정희는 그렇게 살아왔다.

 

 삑- 삑-

 

 미세한 기계음과 함께 정희는 현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병상 위였다. 이젠 손가락을 움직이는 일도 버거웠다. 눈꺼풀도 고무줄 걸린 것처럼 무거워졌다. 어제부터는 눈을 뜨고 있는 시간보다 감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녀는 눈을 깊게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러자 그녀의 눈앞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 순간 정희의 눈이 커졌다.

 

 "여보...?"

 

 창호가 그녀의 병상 옆에 앉아있었다. 정희는 다시 한 번 눈을 감았다가 떴다. 하지만 창호는 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

 

 정희는 자신의 의식이 떨어져서 헛것이 보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들었다. 그러자 창호가 그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두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허상이 아니었다. 온기는 정희의 팔을 타고 어깨를 거쳐 목을 지나 정희의 얼굴에 열꽃을 피게 만들었다. 이윽고 그녀의 눈망울에 눈물이 고였다.

 

 정희는 창호의 손을 힘껏 쥐었다. 지금 그 손을 놓치면 그가 사라질 것만 같았다. 말없이 꽉 쥔 정희의 손에 창호도 싱긋 웃었다. 그는 허리를 숙여 정희의 눈앞으로 얼굴을 가져갔다.

 

 “여보.”

 

 정희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10년 동안 한시도 잊지 않았던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창호는 정희의 얼굴을 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 동안 고생 많았어."

 

 창호가 말을 끝내자 정희의 관자놀이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창호의 한 마디에 정희는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정희는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새 그녀는 몽실몽실한 구름 위에 누워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창호도 함께 누워있었다. 창호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정희와 처음 만났던 그때 그 모습이었다. 고개를 내려다보니 자신도 교복을 입고 있었다. 두 사람은 17살이 되어있었다. 정희는 신이 나서 창호를 불렀다.

 

 “창호야!”

 

 병상 위 정희의 눈꺼풀이 천천히 닫혔다. 행복한 바람이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덥지도 시원하지도 않았지만 그 무엇보다 포근한 바람이었다. 정희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입가에 미소를 띤 채.

 

 

 ***

 

 

 긴 연구기간 동안 3층 연구원들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피로는 오늘에서야 싹 가셨다.

 

 "오늘로서 우리 팀의 1000H-β가 정식 승인을 받았습니다."

 

 드디어 7년의 연구가 결실을 맺는 날이었다. 20명 가까운 연구원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짝

 

 "와!"

 "축하드립니다. 강 과장님."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런 날 가만히 있을 순 없죠!"

 

 일호는 소속 연구팀과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어서들 드세요."

 

 7년만의 쫑파티였다. 파티음식은 휴게실 테이블에 올려놓은 피자와 맥주, 쥬스가 전부였다. 인공심장을 장착한 일호를 감안하여 소규모 잔치를 연 것이었다. 하지만 행복감은 호텔식당 못지않았다.

 

 "과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시네요."

 "고마워요. 여러분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속전속결, 완전무결로 진행해주신 덕분이죠."

 

 일호는 맥주 대신 쥬스를 들었다.

 

 "과장님 휴가 기간엔 뭘 하실 예정이세요?"

 

 1000H-β팀은 연구 종료와 동시에 한 달의 유급휴가를 받았다. 연구 활동을 하면서 제대로 쉰 기억이 없던 일호에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포상이었다.

 

 "글쎄요. 연구에 몰두하느라 그 이후의 일에는 전혀 신경 쓰질 않아서요. 일단 알람 꺼놓고 실컷 자보려고요."

 "오호~! 저도 내일 집안에 있는 시계 다 꺼놓고 하루 종일 게임이나 하게요."

 "이야! 저도 그래야겠어요. 게임기 주문해야겠다."

 

 가벼운 대화도 근 1년만이었다. 그동안의 대화에선 근심 가득한 얼굴이 필수 준비물이었다. 누가 측정을 잘못했다느니, 실험동물에서 이상반응이 생겼다느니 등등. 반면 오늘의 대화 속에선 연구하면서 쌓인 애환들이 웃음꽃으로 승화되었다.

 

 "그럼 다들 휴가 잘 보내시고요. 한 달 뒤에 봅시다!"

 

 아담한 잔치를 끝낸 연구원들은 각자 경쾌한 걸음걸이로 퇴근했다. 일호는 남은 음식 쓰레기를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홀가분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홀로 남은 일호는 3층 연구소를 빙 둘러봤다.

 

 "처음 보는 빈 연구소네."

 

 일호는 문득 1000H-β 개발에 착수했던 당시가 떠올랐다. 처음만 하더라도 1000H-β의 총책임자는 일호가 아니었다.

 

 '첫 구상은 사장님이 하셨지.'

 

 백민관은 만능 면역억제제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연구원을 모았다. 최초로 선택된 연구원은 강일호였다. 일호의 입장에선 입사하고서 얼마 안 되어 참여한 연구였다.

 

 "왜 그러셨을까?"

 

 연구가 시작된 지 3년이 지났을 무렵, 민관은 일호를 개인적으로 불렀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의 연구를 강일호에게 넘긴다는 이유였다.

 

 "원체 완벽주의라 자기 뜻대로 안 풀리면 답답해 하시는 분이...."

 

 지금 생각해보니 이상하긴 했다. 백민관은 지금껏 남에게 자신의 연구를 넘긴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는 자신 외의 사람에게 작업을 맡김에 있어 정말로 깐깐했다. 그에게 작업을 물려받았던 이들이 하나같이 토로했던 말이 있었다.

 

 "작업 자체보다 백 사장의 참견이 더 힘들어."

 

 하지만 일호에게 작업의 권한을 넘긴 경우에는 참견이 전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일호에 대한 민관의 신뢰가 굉장한 셈이었다.

 

 "그렇게 남을 못 믿는 분이 1000H-β에 대한 전권을 나에게 넘기셨단 말이지. 그것도 입사한 지 3년 밖에 안 된 연구원에게, 아무 조건도 없이."

 

 민관에 대한 상념에 빠진 동안, 일호는 버릇처럼 연구실 컴퓨터 앞에 서있었다. 오른손은 어느 샌가 마우스를 쥐고 있었다. 습관으로 만들어진 무의식적인 동작이었다. 연구결과들을 입력하고 종합하기를 7년 동안 했으니 몸에 익을 대로 익은 행동이었다.

 

 "남의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의심부터 하시는 분인데."

 

 화면에는 1000H-β에 관한 실험결과가 무수히 나열되어있었다.

 

 초반엔 실험결과도 백민관에게 매일 보고했지만 6년 차부터는 이상이 생긴 경우에만 보고했다. 그렇다고 백민관이 아예 1000H-β에 관심을 뗀 것은 아니었다. 백민관은 연구에서 물러난 후에도 1000H-β팀에게 재정적으로 넉넉히 뒷받침해줬다. 연구원이 필요하면 추가 연구원을 선발해주고 연구기기가 없으면 큰 값을 치르더라도 설치해주었다. 예상보다 3년 이른 시기에 완성할 수 있던 까닭도 민관의 역할이 컸다.

 

 "혹시?"

 

 일호는 팔짱을 꼈다.

 

 "나를 후계자로 점찍은 거 아니야?"

 

 일호가 입사하기 전부터 현재까지 민관은 그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일호도 눈에 띄는 성과로 보답을 했지만 그럼에도 넘치는 애정이었다.

 

 "그래. 가족도 따로 없으시니까."

 

 일호는 다시 탈의실로 나왔다. 탈의실 구석에 걸린 TV에서는 뉴스가 한창이었다. 화면 우측 상단에는 오늘의 메인 뉴스가 걸려있었다. 그 소식은 일호의 관심을 잠시나마 민관에게서 분산시켰다.

 

 [권성환 화백 실종]

 

 "실종?"

 

 세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화백이 돌연 사라진 것이었다. 긴 무명시절을 끝내고 저명해진 작가였기에 사람들의 이목을 많이 받았다. 그렇다고 마냥 사랑만 받던 예술가는 아니었다.

 

 "유명해진 뒤부턴 아랫사람을 막 대한다는 태도논란이 입방아에 오르내릴 정도였으니."

 

 하지만 유명세와 인기, 영향력 등을 종합한다면 현존하는 전 세계 예술가 중 세 손가락, 박하게 평가하더라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인물이었다.

 

 "그런 사람이 난데없이 사라졌다고?"

 

 그의 실종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던 반면 이것 또한 '이벤트로 가장한 행위예술'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아나운서는 담담히 실종소식을 마무리한 뒤 다음 소식으로 넘어갔다.

 

 "전국 각지에서 카쟝을 포착했다는 목격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중 대부분은 허위신고로 밝혀졌으며...."

 

 카쟝의 2000억 환짜리 현상수배 전단지가 언론사를 통해 쏟아지면서 사람들은 그의 행방에 관심을 가졌다.

 

 "그래. 2000억이면 도전해 볼만도 하지. 나도 휴가기간 동안 카쟝이나 잡아볼까?"

 

 곧바로 일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지.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일호는 자조 섞인 미소를 띠며 탈의실을 나왔다.

 

 "한 달이라...."

 

 그는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진짜 뭐하지?"

 

 일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3층입니다.]

 

 일호는 승강기에 타자마자 [지하 1층] 버튼을 눌렀다.

 

 "여행을 가야 하나, 그냥 집에서 푹 쉬어야 하나, 아니면 휴가 반납하고 회사에 뼈를 묻어버려?"

 

 여전히 '강일호 후계자설'을 놓지 않은 일호였다.

 

 "다음 소식입니다."

 

 연구소에서 봤던 뉴스가 승강기 TV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 달 들어 도적단의 범죄율이 급감했습니다. 마루 경찰청은 지난달에 비해 55% 가까이 범죄가 줄어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감소에는 월초에 시행한 임현규 시장의 '분리형 다리 사업'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현재 마루시와 달구시를 이어주는 다리를 개조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었다. 아직 진행 단계였지만 공사하는 동안에도 교통의 통제가 이루어졌기에 달구 시민들의 출입도 뚜렷하게 줄었다. 화면에는 임현규 마루 시장이 웃음을 숨기지 못한 채 인터뷰하고 있었다.

 

 "저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시민들의 평안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시장의 사명이죠."

 

 하지만 일호는 알고 있었다. 범죄 감소를 일으킨 가장 큰 공로자는 따로 있었다.

 

 "흑사단이 달구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덕택이겠지."

 

 [지하 1층입니다.]

 

 곧이어 문이 열렸다.

 

 으아아앙-

 

 일호의 눈이 번쩍 뜨였다.

 

 "울음소리다!"

 

 이번이 세 번째였다. 일호는 문이 닫힐 때까지 미동도 않고 청각에 집중했다.

 

 [문이 닫힙니다.]

 

 문이 닫히고서도 비명이 미세하게 울렸다.

 

 으아아앙-

 

 "이번엔 그냥 못 넘어가겠어."

 

 울음소리가 마침내 호기심의 방아쇠를 당겼다. 일호는 승강기에서 내렸다. 그는 우선 가방과 겉옷을 자동차에 넣은 뒤 다시 승강기로 돌아왔다.

 

 "별 일 아닐 거야. 별 일 아닐 거야. 그러니까,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그는 심호흡을 마친 뒤, 승강기 천장으로 올라갔다. 일전에 올라가 본 경험이 있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아직도 들려."

 

 일호는 청각을 곤두세웠다.

 

 으아아앙-

 

 "아래층이야."

 

 울음소리가 승강기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일호는 주위를 살폈다. 오른쪽 벽에 오르내릴 수 있는 사다리가 보였다. 엘리베이터가 멈춰버렸을 때 탈출하거나 수리의 편의를 위해 만든 사다리였다. 그는 사다리로 다가갔다. 하지만 아래로 내려갈 수는 없었다.

 

 "벽과 승강기의 틈이 너무 좁아."

 

 초등학생이라야 무리 없이 들어갈 만한 간극이었다.

 

 "난 중간에 끼어버리겠어."

 

 일호는 피자를 포식한 걸 후회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여기 환기구가 있네?"

 

 공기의 순환을 위해 지하층마다 환기 통로가 뚫려있었다. 마찬가지로 지하 1층도 환기 통로가 승강기 공간으로 이어졌다.

 

 "들어가면 천장으로 이어지겠는데?"

 

 일호는 엎드려서 지하 1층 환기구로 몸을 넣었다.

 

 "꽤 좁네. 조금만 먹을 걸."

 

 물론 지하 1층으로 들어갈 생각은 아니었다.

 

 "자, 승강기야. 어서 움직여라."

 

 위이잉-

 

 일호의 음성이 인식됐는지, 엘리베이터가 위층으로 솟구쳐 올랐다. 승강기 소리가 귀에서 멀어지자 일호는 승강기 공간으로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 그는 상하좌우를 확인하고서 휴대폰으로 조명을 켰다. 조명을 아래쪽으로 비추니 그 공간의 바닥이 드러났다.

 

 "뭐야? 진짜 지하 2층이 끝이 아니잖아?"

 

 일호는 여태껏 명장제약이 지하 2층까지밖에 없는 걸로 여겼다. 그러나 조명 빛은 예상보다 깊은 곳에서 반사되었다.

 

 "이 밑으로 2개 층은 더 있겠는 걸?"

 

 으아아앙-

 

 조명보다 선명한 울음이 일호의 고막을 때렸다.

 

 "바로 밑층은 아닌 것 같고, 분명 지하 3층이야."

 

 행여나 승강기가 다시 내려올까 일호는 재빨리 환기구에서 나와 사다리로 몸을 옮겼다.

 

 "콜록. 콜록."

 

 상하의는 이미 먼지투성이였다. 동작 하나하나마다 먼지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켁. 켁."

 

 기침을 그치자 위층 멀리에서부터 소리가 들려왔다. 승강기가 내려오는 소리였다.

 

 위이잉-

 

 멀리서 들리던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소리는 멈추지 않고 점차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어디까지 내려오는 거야?"

 

 일호는 조명을 주머니에 넣고 한시바삐 아래층으로 팔다리를 움직였다.

 

 "제발 중간에 멈춰라. 여기까지 오진 마라."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이었다. 하강하는 승강기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서 내려가는데도 승강기는 급속히 가까워졌다.

 

 "뭐야, 줄이라도 끊긴 거야?"

 

 이 속도라면 지금부터 제동을 걸어도 일호의 정수리에 부딪힐 것 같았다.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

 

 서두른 것이 문제였다.

 

 미끌-

 

 일호는 발을 헛디디고 사다리에서 추락했다.

 

 "아악!"

 

 털썩.

 

 "응?"

 

 그의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발이 땅에 닿았다. 일호가 추락한 거리는 1m 남짓한 높이였다.

 

 "심장 떨어지는 줄, 아니, 재수술하는 줄 알았네."

 

 끼익-

 

 승강기도 멈췄다. 일호의 머리에서 3m 쯤 되는 거리였다.

 

 [문이 열립니다.]

 

 으아아앙-

 

 승강기의 문이 열리고 더욱 강렬해진 비명소리.

 

 '저기다!'

 

 엘리베이터는 울음소리가 나는 층에서 멈춘 게 틀림없었다. 일호는 다시 휴대폰을 꺼내 주위를 비췄다.

 

 '이건?'

 

 암흑 속 일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 층이 더 있잖아?'

 

 비명소리가 나는 층 바로 밑에 한 층이 더 있었다. 명장제약의 비밀 층들과 처음 대면하는 순간이었다.

 

 '그럼 저기는 지하 4층인가?'

 

 지하 3층과 달리 지하 4층에선 아무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회사 안내도에도 안 나오는 곳을 왜 만들었을까? 단순히 출입제한구역인가?'

 

 일호는 기분이 오묘했다. 미지의 문명을 발견한 고고학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제껏 이런 곳은 듣도 보도 못했는데. 사장님은 무슨 생각으로 지으신 거지?'

 

 일호는 멈칫했다.

 

 '내가 정말 후계자였다면 사장님이 알려주시지 않았을까?'

 

 '강일호 후계자설'이 차츰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일호는 지하보다 시무룩한 얼굴로 숨겨진 공간을 훑었다. 그 사이 울음소리는 귀신 같이 사라졌다.

 

 '저번과 똑같아. 이번에도 장 비서인가?'

 

 일호는 조심스레 사다리로 다가갔다.

 

 위이잉-

 

 할 일을 마친 누군가는 다시 지상으로 올라갔다. 이제 일호가 진입할 차례였다. 그는 사다리를 밟고 올라갔다.

 

 '울음소리가 났던 층부터 조사해보자.'

 

 사다리를 타고 충분히 올라왔을 무렵, 일호는 조명을 꺼내들었다.

 

 '다행히 환기구가 있어.'

 

 아까보다 큰 환기 통로였다. 척 봐도 공기가 잘 통할 크기였다. 더 깊숙한 지하여서 더 넓게 뚫은 듯했다. 일호는 포복자세로 환기 통로를 들어갔다.

 

 '호기심이 뭐라고 이게 무슨 생고생이냐.'

 

 통로를 10m 정도 기어가니 지하 3층 천장과 연결된 환기구가 등장했다. 환기구는 철창으로 막혀있어 나사를 풀어야 열 수 있었다. 일호는 숨을 죽이고 지하 3층 내부를 훔쳐봤다. 하지만 시야가 제한되어있어 환기구 주위로만 관찰할 수 있었다.

 

 '특별한 건 안 보이는군.'

 

 그저 은은한 조명과 달콤한 바닐라향이 내부를 덮고 있었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끼릭. 끼릭.

 

 일호의 손가락은 이미 철창의 나사를 풀고 있었다. 그의 호기심에 후퇴란 없었다. 4개의 나사 중 좌측 2개를 풀고 나니 환기구가 스스로 열렸다.

 

 '진짜 뭐가 있는 지만 확인하고 다시 닫자.'

 

 일호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채 고개를 스윽 내밀었다. 인공심장을 달았기에 머리로 피가 몰리는 기분을 극도로 싫어했지만 내부를 확인하지 않고는 못 배겼다. 그는 곳간에 들어온 생쥐마냥 머리만 내민 채 주위를 쭉 훑었다. 일호가 나온 곳은 지하 3층의 복도인 것 같았다.

 

 '여기도 연구소인가?'

 

 크기도 높이도 3층 연구소와 비슷했다. 구조도 상당히 비슷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연구실에서 쓰는 무수한 기계들이 여기서는 보이지 않았다.

 

 "저게 뭐지?"

 

 각각의 연구실 유리창너머로 덩어리 같은 물체들이 보였다. 물체와의 거리와 어슴푸레한 조명 탓에 식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호는 유리창 너머의 물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목을 쭉 내밀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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