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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RB 프로젝트(3)
작성일 : 22-02-26 14:19     조회 : 66     추천 : 0     분량 : 7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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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읍!"

 

 카쟝도 이제 한계를 느끼고 눈을 질끈 감았다.

 

 지직.

 

 “....”

 

 카쟝을 위협하던 움직임이 일순간 사라졌다.

 

 "뭐지?"

 

 카쟝은 눈을 떴다. 그의 앞에 장 비서가 눈이 뒤집힌 채 뻗어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우 박사가 서있었다. 그녀의 오른손은 전기 충격기를 쥐고 있었다. 카쟝은 장 비서를 발로 차서 옆으로 넘겼다.

 

 "고, 고마워요."

 

 하지만 감사의 표시가 다 끝나기도 전에 우 박사는 전기 충격기를 카쟝의 얼굴 앞에 들이댔다. 카쟝의 눈과 전기 충격기 사이는 불과 10cm.

 

 “도와준 거 아니야. 너에게 설득할 기회를 준 거지.”

 

 살짝만 흔들려도 전기가 카쟝의 코에 닿을 거리였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했다. 카쟝은 자연스럽게 양 팔을 위로 들었다.

 

 “허튼 동작 보이면 바로 손 뻗을 거니까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

 “알겠습니다.”

 “당신 말을 듣자하니, 지금 흑사를 등에 업고 우리를 협박하는 걸로 느껴지는데.”

 “아닙니다. 흑사를 등에 업다니요. 흑사는 지금 제 등을 찌르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입니다. 제가 자신의 아들을 납치했다고 여기고 있거든요.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면 상황은 달라지긴 하겠죠. 전 여기 연구원 분들과 제가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린 것뿐입니다. 저도 살고 여러분도 살 수 있는 아주 바람직한 방법.”

 

 카쟝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우 박사는 카쟝의 눈을 직시했다.

 

 "네 말대로 난 나와 연구원들이 계속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최우선이야. 지금은 당신도 그 환경을 마련해줄 수 있다고 자신하지. 하지만 당신이 그걸 어떻게 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 지는 들어야겠어. 나중에 백민관이 일어나면 골치 아파질 테니까."

 “당신이 가장 골치 아파질 걸?”

 

 대답은 우 박사의 뒤에서 들렸다. 카쟝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단숨에 알아차렸다. 다시 싸워야할 시간이었다.

 

 “우 박사! 감히 배신을 해?”

 

 그 곳엔 장 비서가 서있었다. 심지어 아까 떨어뜨렸던 총까지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철컥.

 

 이번엔 카쟝이 아닌 우 박사를 겨누고 있었다.

 

 “전기가 너무 약했나?”

 

 우 박사가 장 비서에게 정신 팔린 사이 카쟝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 비서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배신감을 이루 말할 수가 없네. 감히 도둑을 도와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우 박사는 그저 총구만 바라봤다.

 

 “지금 날 죽이면 백민관을 살리지 못해.”

 “웃기고 있네. 당신보다 뛰어난 의사가 얼마나 많은데. 당신은 연구나 할 줄 알지. 그깟 연구실력 믿어줬더니 뒤통수를 쳐? 이번 연구도 문제 생겼으면 당신은 바로 모가지였어.”

 

 우 박사는 체념한 듯 눈을 감았다. 그녀를 겨냥하는 장 비서의 눈은 살기로 가득했다.

 

 “그럼 배신자를 처형해볼까?

 “안 돼!”

 

 카쟝은 재빨리 우 박사 앞으로 뛰어들었다.

 

 탕-!

 

 카쟝은 바닥에 묵직한 충격을 주며 엎어졌다.

 

 쿵.

 

 "어?"

 

 카쟝은 눈을 떴다. 그는 아무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카쟝은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더듬었다.

 

 “못 막았나?”

 

 그는 뒤돌아서 우 박사를 쳐다봤다. 하지만 우 박사도 멀쩡했다. 다만 그녀의 멍한 눈이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그 자리엔 장 비서가 서있었다. 오른손이 없어진 채로.

 

 “아니....”

 

 총알이 장 비서의 손목을 관통한 것이었다. 장 비서가 자신의 손을 쐈을 리는 없었다. 장 비서는 떨리는 얼굴로 왼편을 바라봤다. 그 곳엔 두 사람이 서있었다.

 

 “이 사람 맞지?”

 “응! 저 사람이 나 잡아갔었어.”

 

 카쟝도 대화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지하 4층 오른편에 두 남자가 도착해있었다. 한 남자는 초등학교를 갓 입학했을 법한 어린 아이였고, 나머지 한 사람은 장 비서만한 덩치를 가진 장정이었다. 장정의 손에 잡힌 총에는 아직도 화약 연기가 피어올랐다. 장 비서는 자신의 너덜거리는 팔을 쳐다봤다.

 

 “이, 이게....”

 

 장 비서는 이를 꽉 깨물었다. 그의 온몸이 부르르 진동했다.

 

 “...이게 뭐야!”

 

 장 비서는 포효하며 자신에게 총을 쏜 사내를 향해 돌진했다. 침입자를 발견한 들소처럼 성난 질주였다. 비서와 마주한 사내는 차분하게 아이와 거리를 두고 수비 자세를 취했다. 장 비서는 타격가능거리에 들어오자마자 왼손을 크게 휘둘렀다.

 

 “이 새끼가 뒤질려고!”

 

 사내는 그의 주먹을 쉽게 피하고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1초 뒤, 장 비서의 몸은 허공에 붕 떴다.

 

 “어... 어?”

 

 사내의 업어치기가 정확하게 들어갔다.

 

 쿵!

 

 사내는 엄청난 괴력으로 장 비서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순간적인 충격이 장 비서의 폐를 관통했다. 장 비서는 숨이 턱 막혔다.

 

 “허억!”

 

 장 비서는 바닥에 누운 상태로 숨을 골랐다. 심호흡을 하고 있는 그에게 사내가 다가갔다.

 

 “어이, 외팔이 아저씨. 당신이 내 아들 납치했었다며?”

 

 그 사내는 지하 3층에 갇혀있던 아이의 아버지였다. 세상에 알려진 그의 이름은 ‘흑사’였다. 흑사는 자신의 아이를 감옥에 가둔 자들을 찾기 위해 명장제약을 샅샅이 수색했다. 이미 지상 층들은 경비원이고 경찰이고 모두 초토화된 상태였다. 지하 4층의 존재도 오 교수 덕분에 겨우 발견한 것이었다.

 

 “그래서 뭐.”

 “관자놀이에 안 쏜 걸 감사하게 여겨. 아직 물어볼게 있어서 살려준 거니까.”

 “....”

 “우리 애들 납치하라는 거, 누가 시켰어?”

 “모른다.”

 

 탕-!

 

 흑사는 주저 없이 장 비서의 오른 정강이를 쐈다.

 

 “으아악!”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쟝과 연구원들은 경악했다. 모두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지만 도망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선 그 사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흑사의 관심은 오로지 장 비서에게 쏠렸다.

 

 “외다리 아저씨, 누가 시켰냐고.”

 “....”

 

 장 비서의 오른팔과 오른다리는 누더기가 되어있었다. 이제 혼자 일어나는 일도 쉽지 않을 터였다. 게다가 출혈이 심해서 지금 당장 지혈하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이 생겼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애꾸 아저씨가 되기 싫으면 당장 얘기하시기 바랍니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장 비서의 숨통을 조였다. 흑사의 말투에선 감정이 티끌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장 비서는 생애 처음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거짓말하는 낌새가 보이면 바로 오른쪽 눈알에 총알 꽂겠습니다.”

 

 눈앞의 사내는 쌍꺼풀 없는 큰 눈으로 씽긋 웃었다. 장 비서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였다. 그는 혼절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자, 예비 애꾸 아저씨. 내 아들 납치하라고 시킨 거. 누구야?”

 

 장 비서는 조금 전처럼 자신 있게 입을 열지 못했다. 자신의 한 마디에 목숨이 달려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왜 아까처럼 시원하게 말을 못해? 누가 했냐고!”

 

 흑사는 장 비서의 오른 정강이를 발로 지그시 밟았다. 장 비서의 다리는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이 올라왔다.

 

 “으으읍!”

 

 출혈도 더욱 심해졌다. 장 비서의 정신은 점차 혼미해졌다. 하지만 흑사에게선 단 한 가닥의 인간미도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대답 안 하면 작별 인사할 테니까 잘 생각해.”

 

 장 비서는 알몸으로 북극에 누워있는 사람처럼 입술을 덜덜 떨었다. 그의 눈앞엔 북극곰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당신한테 내 아들을 납치하라고 명령한 사람이 누구야?”

 “내가 혼자 한 짓이다.”

 

 장 비서가 뱉은 말은 “어서 날 죽여.”와 동의어였다. 흑사는 그 뜻을 이해했다는 의미에서 총을 장전했다.

 

 철컥.

 

 장 비서는 눈이 풀려 이미 이 세상 사람의 눈동자가 아니었다. 그는 죽음을 직감하자 초점 없는 눈을 돌려 한 곳을 바라봤다. 그의 마지막 시야는 백민관이 누워있는 실험대였다.

 

 “호오.”

 

 흑사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장전된 총을 백민관의 실험대를 향해 겨눴다.

 

 “저쪽이었군. 근데 상태를 보니 이미 죽은 것처럼 보이는데?”

 

 탕-!

 

 “안 돼!!”

 

 장 비서는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더니 흑사의 팔을 잡았다.

 

 “어디서 피를 묻혀?”

 

 탕-!

 

 총성이 한 번 더 들렸다. 장 비서는 그대로 바닥에 뻗었다.

 

 “시시하네.”

 

 두 남자를 처리한 사내는 손짓으로 아들을 불렀다.

 

 “또 너 못살게 굴었던 사람 있어?”

 

 꼬마아이는 사람들을 천천히 훑어봤다. 카쟝과 연구원들은 꼬마의 시선에 몸이 굳었다.

 

 “어...... 없어!”

 “총아야. 저 사람은 너 잡아갈 때 없었어?”

 

 흑사는 총구를 카쟝에게 돌렸다. 방아쇠만 당기면 총알이 카쟝의 이마로 직행했다. 아이는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응! 저 아저씨는 나 방에서 꺼내줬어.”

 “꺼내줬다고?”

 

 사내는 재빨리 총구를 내렸다.

 

 “아, 큰 실례를 범했군. 총아야, 그럼 이쪽은 너한테 잘해줬어, 못해줬어?”

 

 흑사는 우 박사를 가리켰다. 우 박사의 관자놀이로 식은땀이 흘렀다.

 

 “어...... 기억이 안 나.”

 “그럼 내 마음대로 처리해도 되겠군.”

 “이 사람들은 아무 죄 없습니다.”

 

 카쟝이 한 발짝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는 우 박사와 연구원들의 앞을 막아섰다. 카쟝은 흑사의 눈을 응시했다. 흑사도 카쟝을 골똘히 쳐다보았다. 이내 흑사의 좌우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아! 어딜 갔나 했더니 여기까지 내려와 있었군. 내 직감이 맞다면,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사람이 당신인 것 같은데.”

 

 흑사는 먹잇감을 탐색하는 호랑이처럼 카쟝을 위아래로 훑었다.

 

 “후....”

 

 카쟝은 괜히 나섰나 싶었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흑사와 일대일로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오한이 났다.

 

 “내가 백민관과 약속을 했거든. 그 자가 카쟝을 잡아오면 나에게 3000억 환을 준다고 했어. 그리고 이렇게 3000억이 내 앞에 서있네?”

 

 흑사는 씽긋 웃었다. 쌍꺼풀 없는 눈은 웃을 때 실처럼 얇아졌다. 그가 웃음을 그치자 뱀처럼 커다란 눈동자가 드러났다. 눈알이 빠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큰 눈이었다.

 

 “아빠, 저 사람 살려주면 안 돼?”

 

 흑사의 아들은 흑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아들아, 저 사람이 널 구해준 게 확실해?”

 “응. 저 아저씨가 친구들까지 다 엘리베이터에 태워줬어.”

 

 카쟝은 흑사 아들의 은인이었다. 흑사는 아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래도 굴러들어온 복을 놓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이번만 넘어가주면 1000억을 드리겠습니다.”

 

 카쟝은 먼저 흑사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긴장 속에서 또박또박 말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집중력이 소모되었다.

 

 "호오. 놓아주는 데만 1000억이라...."

 

 언제든 카쟝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되는 흑사로서는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근데 말이야. 지금 내 앞에 1000억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당신의 말을 믿기 힘든 걸?"

 "백민관의 초상화."

 

 명장제약회사 1층에 있던 3m 높이의 초상화였다.

 

 "그 초상화를 넘기겠습니다."

 

 돈 대신 그림으로 거래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기분이 나쁠 법도 했지만 사내는 의외로 구미가 당기는 눈치였다.

 

 "권성환 화백의 작품이잖아? 1층에 없다 했더니 네가 이미 가져갔었군. 값이 꽤 나가는 건 어떻게 알고."

 

 하지만 곧바로 정색했다.

 

 "그 그림은 어디에 있지?"

 “엘리베이터 천장에 숨겨놨습니다. 가져오도록 허락해주면 즉시 가져오겠습니다.”

 

 철컥.

 

 사내는 거래와는 다르게 총알을 장전했다.

 

 “이제 그림의 소재도 파악했겠다. 그림과 3000억을 동시에 가질 수 있겠군.”

 

 흑사는 돈 때문이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사내였다. 장 비서의 꼴을 보고도 정상적인 거래가 되리라고 믿은 카쟝이 잘못이었다. 카쟝은 죽기 전 각인이라도 남길 것처럼 흑사를 또렷이 쳐다봤다.

 

 “아빠, 저 사람은 살려주자.”

 

 또 흑사의 아들이었다. 그의 아들은 흑사에게 거듭 부탁했다.

 

 “아들아.”

 “응?”

 “동정심은 너를 나약하게 만들 뿐이야.”

 

 흑사의 손가락으로 힘이 들어갔다. 카쟝은 총구가 향하는 방향을 주시하며 온 힘을 다해 몸을 던졌다.

 

 탕-!

 

 총성과 동시에 카쟝의 옆구리로 강렬한 고통이 몰려왔다. 흑사의 아들도 울음을 터뜨렸다.

 

 “으아앙-!”

 “편하게 죽으면 될 텐데 왜 굳이 고통스럽게 죽으려 그래? 나도 총알 하나 낭비하게 됐잖아.”

 

 흑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총알을 장전했다. 그가 총을 들기 무섭게 카쟝은 큰 소리로 외쳤다.

 

 “학목 바이러스!”

 “뭐?”

 “학목 바이러스 치료제. 그게 없으면 달구 사람들은 다 죽어. 내가 어디 있는 지 알아.”

 "있긴 있고?"

 "당연하지. 당신의 부하 중에도 그 치료제가 꼭 필요한 사람이 많을 거야. 앞으로 더 많이 절실해질 거고."

 “어디 있는데?”

 “알려주면 날 죽일 거잖아.”

 “똑똑하네? 그럼 이건 어때?”

 

 흑사는 구석에 쓰러져있던 리브에게 걸어갔다. 카쟝은 리브의 앞에 선 흑사를 보고 당황했다.

 

 “뭐하는 짓이야!”

 

 흑사는 리브를 관찰했다.

 

 “아주 맛이 갔네.”

 

 그는 리브를 들어 어깨에 올렸다.

 

 “바이러스 치료제를 내 앞으로 가져오면 네 부하를 돌려주지.”

 

 흑사는 아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아! 그림은 잘 가져가겠어.”

 

 잠시 후 승강기 소리가 들리고 그곳엔 고요만이 자리를 메웠다. 카쟝은 가까운 벽으로 다가갔다.

 

 “휴우....”

 

 카쟝은 벽에 기댄 채 깊은 숨을 들이켰다. 전신 운동을 한 것처럼 팔다리가 후들거렸다.

 

 

 ***

 

 

 1월 1일 아침 07:00

 

 명장제약회사 앞 사거리는 하룻밤 사이에 한산해졌다.

 

 7시간 전만 하더라도 경찰과 도적 간의 싸움으로 인해 구급차와 경찰차가 교대로 사람을 실어 날랐다. 총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졌고, 명장제약 건물이 안 무너진 게 용할 정도로 많은 폭발이 일어났다.

 

 끝을 모르던 소동은 흑사단이 명장제약을 떠난 뒤에야 일단락되었다. 경찰을 포함한 마루시의 사상자는 500여 명으로 추산되었고, 도적단의 사상자까지 합치면 그 수의 세 곱절을 웃돌았다.

 

 무슨 콩고물이라도 없나 싶어 기웃거리던 다른 도적단들도 아침 해가 뜨기 전에 달구로 물러갔다. 밤새 도적단과 사투를 벌였던 경찰들도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는 돌아갔다. 구경거리가 사라졌으니 남아있을 시민도 없었다. 시민들의 흔적이라고는 이리저리 나뒹구는 강상일보 신문지뿐이었다.

 

 “이렇게 많은 강상일보가 땅바닥에 버려져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하네.”

 

 효인이 취재현장에 나온 건 2년 만이었다. 그가 명장제약으로 들어가는 길은 쓰레기와 강상일보로 도배되어있었다. 어젯밤 구경꾼들의 흔적이었다. 효인의 주위로는 쓰레기를 청소하는 환경 미화원 열댓 명, 회사 정문을 지키고 있는 경찰 여섯 명,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던 시민 한두 명, 그리고 명장제약의 현재 상황을 담고자 온 기자가 서너 팀 정도 있었다.

 

 명장제약으로 들어가니 명장제약의 주차장은 시장바닥처럼 부산했다. 어제 있었던 일을 취재하기 위해 방송국과 신문사를 비롯한 언론사 차량들이 줄지어 입장했기 때문이었다.

 

 주차장 옆문으로 통하는 강당에서는 벌써 어제 사건과 관련된 브리핑이 시작되고 있었다. 효인이 주차 공간을 탐색하는 동안 주차장을 통해 강당의 마이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백민관은 개인적인 스케줄로 나오지 못하고 명장제약의 대변인인 원승호가 단상에 등장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군."

 

 효인은 차에서 내려 강당으로 들어갔다. 강상일보의 취재진도 미리 와서 강당에 진을 치고 있었다. 원승호 이사는 미리 준비해온 문서를 손에 들고 공식적인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30분 동안 쉬지 않고 줄줄이 입장을 전달했다. 전체 내용은 꽤 길었지만 핵심 내용만 보자면 세 마디로 줄일 수 있었다.

 

 "어제 도적단들로 인한 명장제약의 피해액은 5000억 환으로 추정됩니다."

 "다행히 그들은 명장제약의 주요 정보들을 훔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명장제약은 도적단을 소탕하기 위해서라면 물심양면으로 돕겠습니다."

 

 발표는 30분에 걸쳐 진행되었고 곧 질의응답 시간으로 이어졌다. 원승호는 기자들이 던지는 여러 질문에 침착하게 답변했다. 도적단에 대한 질문은 경찰이 집계한 자료를 통해 간결하게 답했고, 백민관에 대한 질문은 그의 일정이 끝나면 직접 성명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카쟝에 대한 질문만큼은 확답이 나오지 않았다.

 

 "어젯밤에 카쟝이 회사로 침입했습니까?"

 "몇몇 도적단이 침입했던 건 사실입니다. 그 중에 카쟝이 있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어제 총격전에 사망한 도적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 신원 미상의 시체가 38구였고요. 경찰은 그 중에 카쟝이 있을 거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카쟝이 값비싼 물건을 훔쳐가겠다고 선언했었는데 무엇이 없어졌습니까?"

 "아직 파악된 것은 없습니다. 많은 회사 물품이 파손되었지만 도난을 당한 귀중품은 단 하나, 백민관 사장님의 초상화뿐이었습니다. 그 외엔 아직 파악된 것이 없습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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