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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91312
작성일 : 22-03-03 23:47     조회 : 58     추천 : 0     분량 : 8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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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쟝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지. 그러지 않고서야 교도관들이 이렇게 조용히 있을 리가 없거든. 형씨도 조심해. 여긴 정글이야. 아무 일 없이 지내는 것도 꽤나 힘들어. 나보다는 형씨가 더 힘들겠지만."

 “아니에요. 제가 별 것도 아닌 걸로 실례를 했네요.”

 

 7년형을 받은 하언 앞에서 5년형을 받은 자신이 하소연하고 있는 모습이 살짝 신경 쓰였다.

 

 “실례일 것까지야.”

 “그래도 하언 씨가 저보다 여기 2년 더 계셔야 하는데 교도소 일로 제가 투덜거리는 게 죄송했어요.”

 “뭐? 형씨, 그게 무슨 소리야?”

 “뭐가요?”

 “내가 2년을 더 오래 있는다고?”

 “네. 하언 씨 7년살이 아니에요?”

 “그건 맞지.”

 

 카쟝은 하언이 장난치나 싶었지만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카쟝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저는... 5년형 아닌가요?”

 “허허, 내가 봤을 땐 형씨 작업장에서 충격을 많이 받은 거 같아. 요새 때가 어느 때인데 동물을 밀수했는데 5년형이야. 아무리 쇼크를 먹었다지만 1/3이나 줄여버리네.”

 

 카쟝은 그 자리에서 하언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되었다. 금정은 15년형을 받았고 형량이 11년 남은 상태였다.

 

 ‘뭐야. 금정이 왜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거지?’

 

 카쟝은 잠시 말을 잃고 생각하다가 그 이유를 깨달았다.

 

 ‘내가 너무 성급했다.’

 

 카쟝은 그 자리에 멈춰 한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

 

 

 성 비서가 사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사장님, 오늘 새벽에 사장님 이름으로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택배? 누가 보낸 거지?"

 "그게, 발송인이 적혀있지 않습니다."

 "일단 가져와 보게."

 

 성 비서는 케이크상자 크기의 택배를 가져왔다. 일호는 그 상자를 받자마자 이리저리 훑어봤다. 상자 윗 부분에는 글씨가 삐뚤빼뚤 쓰여 있었다. 수신자는 [명장제약 백민관 사장님 귀하]라고 똑똑히 쓰인 반면 발신자는 적혀있지 않았다. 큰 상자와 정체를 숨긴 발신자. 한눈에 봐도 비밀스러운 물건임이 느껴졌다.

 

 '너무 의심스러운데?'

 

 일호는 그 상자를 두 손으로 들어봤다. 무게는 크기에 비해 많이 가벼웠다.

 

 '이 무게면 폭발물 쪽은 아닌 것 같아.'

 

 게다가 내용물이 상자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상자를 꽉 채우지 못한 무언가가 들어있었다. 하지만 일호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내용물부터 발신자까지 전부 오리무중이었다.

 

 "성 비서, 가져와줘서 고맙네. 그럼 밖에서 볼 일 보고 있게."

 "네. 알겠습니다."

 

 일호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성 비서를 로비로 내보냈다. 성 비서가 밖으로 나가자 일호는 커터 칼을 꺼내 상자를 조심스럽게 뜯었다. 크기에 비해 가벼운 무게는 그 내용물을 짐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당연히 일호의 호기심은 한껏 고취되었다.

 

 툭.

 

 상자에 붙은 테이프를 다 떼어낸 일호는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뭐가 들어있는 거지?”

 

 일호가 덮개를 여는 순간, 상자 속 내용물과 눈이 마주쳤다. 빨간 눈동자.

 

 쓰륵-

 

 상자에서 검고 긴 물체가 튀어나왔다. 일호는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그 공격을 피했다.

 

 "뭐야!"

 

 일호가 시선을 돌리니 그곳에는 살아있는 뱀 한 마리가 혀를 내밀고 있었다. 온몸이 암흑빛이며 눈 주위만 핏빛이었다. 그 뱀은 일호를 노려보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일호는 재빨리 상자를 뒤집어 들었다.

 

 “뱀이 어디서 온 거야?”

 

 일호는 침착하게 뱀과 눈을 계속 마주쳤다. 뱀이 공격태세를 하는 순간 그는 온 신경을 팔에 집중했다. 뱀이 일호를 향해 몸을 던지는 찰나, 일호는 팔을 뻗어 뱀을 상자로 유도했다.

 

 턱.

 

 일호는 순간적인 대처로 뱀을 상자로 덮을 수 있었다. 일호는 재빨리 그 상자를 바닥에 딱 붙였다. 이제 뱀에겐 탈출구가 없었다. 일호는 잠시 숨을 돌렸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람."

 

 그제야 일호의 시야로 바닥에 떨어진 편지봉투가 들어왔다. 방금 전 상자를 뒤집는 순간 그 안에서 나온 편지였다. 일호는 상자 위에 작은 화분을 하나 올려놓아 고정을 시킨 뒤 그 편지봉투를 주웠다.

 

 "이것도 안에 뭔가 들어 있잖아?"

 

 한 번 호되게 당한 일호였기에 이번에는 봉투의 입구를 바깥쪽으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안에 있는 것들을 가볍게 털어냈다.

 

 팅-!

 

 봉투에서 빈 주사기가 나왔다. 사진 한 장도 같이 떨어졌다. 일호는 사진을 들었다.

 

 "리브."

 

 사진 속에는 리브가 있었다. 리브는 병상에 누워있었다. 단순히 병상에 누워있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눈을 힘겹게 뜨며 심각한 환자처럼 볼이 쏙 들어가 있었다. 사진의 밑 부분에는 한 문장이 적혀있었다.

 

 [다음 주까지 치료제를 내놓지 않으면 다음은 당신 차례.]

 

 검은 뱀, 병상에 누운 리브, 그리고 빈 주사기. 그 세 가지로 모든 것이 설명됐다. 발신자가 적혀있지 않아도 누가 보낸 것인지 확실했다. 또한 빈 주사기에 남아있는 액체의 정체도 직감할 수 있었다.

 

 "DTS바이러스."

 

 일호는 다시금 상자로 눈길을 돌렸다. 다행히 상자는 미동도 없었다.

 

 "하마터면 저승길로 갈 뻔했네."

 

 웅-

 

 갑작스런 소리에 일호는 화들짝 놀랐다. 다름 아닌 일호의 휴대폰 진동소리였다. 그는 평정심을 찾고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목소리였다.

 

 "백 사장 잘 살고 있지?"

 "우 박사님! 안 그래도 연락할 참이었습니다. 지금 어디 계신가요?"

 “솔코라인이야.”

 

 우 박사는 아직 알케일에 머무르고 있었다.

 

 "지금도 거기 계세요? 치료제 제조법은 아직입니까?"

 

 순간 우 박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일호는 짧은 침묵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직... 못 알아내신 겁니까?"

 

 우 박사는 숨을 길게 들이키더니 입을 열었다. 이후 이어진 그녀의 설명.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치료제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가 들었던 제조방법을 상세히 전달했다. 일호는 우 박사의 입에서 술술 나오는 해결책에 마음이 점차 가벼워졌다.

 

 "오리너구리에 바이러스를 주입하면 항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나온다는 거죠? 근데 오리너구리를 어디서 구한다?"

 

 감염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들을 위한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선 오리너구리도 한 무더기가 필요했다. 그때 일호의 머릿속에 뭔가 번뜩였다.

 

 "그러고 보니 우 박사님 동물 복제도 할 수 있잖습니까? 그러면 한두 마리만 있어도 금방 수 십 마리로 불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가능은 하지. 가능은 한데."

 

 오리너구리를 복제하고 그 복제동물들이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문제였다. 그 기간은 대략 2년. 우 박사는 그 정도 기간이면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질 거라고 우려했다.

 

 "그렇다는 말은, 오리너구리 성체를 직접 구해서 대량으로 치료제를 만들어야한다는 거죠? 쉽지 않겠네요."

 "치료제 개발이 다 그렇지 뭐."

 "그나저나 카쟝은 옆에 있어요?"

 

 대답을 줄줄 뽑아내던 우 박사는 다시 한 번 입을 꾹 닫았다. 일호는 그 낌새를 놓치지 않았다. 카쟝이 아닌 우 박사가 전화한 것부터가 수상했다. 솔코라인에서 있었던 일들을 일호에게 보고했던 사람은 언제나 카쟝이었다. 우 박사가 연락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카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일호는 다시 한 번 물었다.

 

 "카쟝은 어디 있죠?"

 "...새던 교도소."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예요?"

 

 우 박사는 1분 가까이 뜸을 들이다가 10분 넘게 전후사정을 설명했다. 우 박사의 이야기를 듣는 일호의 얼굴에는 당황과 놀라움이 엎치락뒤치락 반복되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카쟝이 제 발로 들어갔다는 거네요?"

 "그렇지."

 "그러면 지금은 아무 계획도 없어요?"

 "일단 지금은 카쟝을 만나러 가는 길이야. 근데 나로서는 어떻게 할 방도가 없어. 카쟝이 사용했던 방법을 똑같이 쓴다면 카쟝을 꺼낼 수는 있지만 누군가는 교도소를 들어가야 돼."

 "한시가 급한 상황인데 이런 상황이... 박사님은 이제 어떡하실 계획이에요?"

 "우선 카쟝을 만나봐야지. 만나서 대화해야지. 당신은 치료제를 만드는데 집중해. 아마 카쟝도 그러라고 말할 테니."

 

 일호도 그 점은 동감이었다.

 

 "알겠어요. 그럼 치료제 만들 재료와 기구들은 제가 최대한 빨리 준비해놓을게요."

 "다른 건 무리 없이 준비할 수 있을 텐데 아무래도 오리너구리가 난관일 거야."

 "그것도 제가 알아서 해볼게요."

 "그 흔하지도 않은 동물을 어떻게 구하려고? 밀렵이라도 할 생각이야? 동물협회가 조금이라도 눈치 채면 아주 난리가 날 거야."

 "걱정 마세요. 우 박사님이 자리를 비우시는 동안 여기도 상황이 많이 좋아졌어요. 투자자들이 많아져서 광고도 많이 할 수 있게 됐고요. 회사 이미지도 예전보다 나아지고 있어요. 조금만 힘을 쓰면 꽤 괜찮은 방안이 나올 거예요. 동물협회도 이제 우리 회사에는 관심이 없어진 듯하고요."

 "그래, 당신을 믿어보지. 그나저나 흑사단은 아직까지 조용한가보네."

 

 이번엔 우 박사가 일호에게 물었다.

 

 "흑사단에게서 아무 연락도 안 왔어?"

 

 같은 상황 다른 입장이 되자 일호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단절된 대화에서 우 박사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짐작했다.

 

 "리브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

 

 일호는 대답 대신 한숨을 길게 쉬었다. 우 박사는 재차 물었다.

 

 "그 쪽은 어떻게 돼가는 거야?"

 

 일호도 결국 지금 상황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받은 소포에서 나온 뱀, 주사기, 그리고 리브의 사진까지 얘기하고 나니 우 박사도 똑같이 한숨을 뱉었다.

 

 "결국 그렇게까지 간 건가."

 "서둘러 치료제를 만들어야 해요."

 “카쟝한테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지?”

 “리브에 대한 건 비밀로 하죠. 카쟝이 알아봤자 해결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오히려 스트레스만 줄 거예요.”

 "알겠어. 일단 그렇게 하지. 그럼 나도 최대한 여기서 빨리 마무리를 짓고 마루로 돌아갈게. 치료제를 만드는 게 급선무니까."

 

 짧은 인사와 함께 우 박사는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벤치에서 일어나 앞으로 다리를 뻗었다. 우 박사가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니 새던 교도소가 시야로 들어왔다. 그녀는 정문으로 걸어갔다. 안에서 공무원이 나왔다.

 

 “변호사 님 맞으시죠? 오늘은 혼자 오셨네요?”

 “예. 한 분은 급한 용무가 있어서요.”

 

 공무원은 우 박사를 접견실까지 안내했다. 접견실에는 금정의 모습을 하고 있는 카쟝이 앉아있었다. 우 박사는 그의 앞에 얌전히 착석했다.

 

 “카... 아니 금정 씨.”

 “변호사 님. 말하지 않아도 제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습니다.”

 

 카쟝의 얼굴은 먹구름이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강직했다.

 

 "그래. '그 사람'은 일주일 뒤에 여기 안 올 거야."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치료제는 개발할 수 있는 겁니까?”

 

 우 박사는 교도관이 멀리 떨어져있음을 확인한 뒤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응. 루베 씨와 그 사람이 제조방법을 알려줬어. 일호 씨와도 다 얘기 끝냈어. 별 일 없으면 조만간 명장제약에서 제조를 시작할 거야.”

 “흑사단 쪽에선 연락이 있었습니까?”

 

 우 박사는 태연한 척 대화를 이어갔다.

 

 “그쪽도 걱정 마. 연락이 왔는데 잘 풀릴 거 같아. 억지로 트러블을 만들려고 하진 않고 있어.”

 “리브에게서도 연락이 왔습니까?”

 “리브도 잘 살고 있고. 그쪽에서도 치료제를 목적으로 데려간 거라 우리가 치료제를 주면서 돈만 좀 더 얹어주면 바로 돌려보내줄 것 같아. 리브 쪽은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그녀는 리브가 DTS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금정 씨, 내가 도울 방법이 있을까?”

 “당장은 생각을 좀 해봐야할 것 같아요.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보다도 지금 당장은 치료제를 하루 빨리 만들어서 달구 시민들을 구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그래. 당신 생각이 그렇다면야.”

 “박사님은 일호를 도와주다가 치료제 생산이 안정화되면 그때 다시 여기로 와주세요. 저는 그때까지 제 문제에 대한 계획을 세워놓겠습니다. 제 일은 그때 해결해도 충분합니다.”

 

 

 ***

 

 

 교도소의 일상은 단순함의 연속이었다.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늘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늘 같은 시간에 잠을 잤다. 매일 일정한 루틴이 정해져있었고 그 루틴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아침도 어제와 똑같은 시작이었다. 카쟝을 반기는 것은 햇살이 아닌 천장 전등. 카쟝은 점점 교도소의 하얀 전등에 익숙해져갔다. 처음 들어왔을 땐 이런 전등 하나도 낯설었지만 이제 교도소 규율에도 점차 적응해가며 수감생활을 곧잘 따라갔다. 카쟝은 능숙하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또 하루의 시작이네."

 

 하언을 비롯한 모든 수감자들이 침대에서 내려와 있었다. 교도관은 각 수용실을 둘러보며 인원을 체크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수감자가 보이면 철창을 봉으로 내려쳐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빨리 침대에서 나와!"

 

 인원 파악이 끝나면 수용실 문을 열어주었다. 수감자들은 교도관들의 감시 하에 수용실에서 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 아침은 빵이랑 스프네."

 

 별로 당기는 메뉴는 아니었다. 빵은 벽돌처럼 딱딱했고 스프는 물을 탄 듯 밍밍했다. 하지만 일과를 하기 위해선 좋든 싫든 배를 채워야했다. 카쟝이 스프를 두어 번 뜨는 동안 하언이 그의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하언의 표정은 어제와 사뭇 달랐다.

 

 "형씨, 그게 사실이야?"

 

 방금 전까지도 맞은 편 수감자들과 웃고 떠들던 하언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인데 그리 호들갑이에요?"

 "너 그 벙어리 도와줬다며?"

 "벙어리요?"

 

 카쟝은 직감적으로 벙어리가 누구인지 눈치 챘다.

 

 "그 덩치 큰 분 말하는 거구나. 그 얘긴 어디서 들었어요?"

 "여긴 폐쇄된 장소인 만큼 소문도 빨리 돌아."

 "맞는 말이네요. 근데 전 단지 일과를 빨리 끝내고 싶어서 그랬던 거예요."

 "그 벙어리 도와주지 마."

 "네? 왜요?"

 "여기선 그 인간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 교도관들도 싫어하고 같은 수감자들도 그를 혐오하니까. 말 많기로 소문난 나도 유일하게 말 안 거는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알겠어요."

 "아니, 그렇게 넘길 게 아니라 정말 심각하다니깐?"

 

 그 뒤로 어김없이 하언의 부연설명이 이어졌다. 그 사내의 수감번호는 '91312'. 별명은 벙어리였다. 실제로 벙어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교도소 내에서 그와 대화를 해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교도관들이 명령을 해도 묵묵히 따르기만 할 뿐 대꾸하질 않았고 다른 죄수들과도 말 한 마디 섞은 적이 없었다. 그저 주어진 일만 하고 그 외의 것들에는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언제나 그런 모습으로 지내다보니 다른 수감자들이 그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건드려도 아무 반응 없는 '91312'는 모든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이따금씩 그를 건드리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91312'도 그런 목적으로 찾아온 수감자들을 대부분 투명인간 취급했다.

 

 "그리고 또 무슨 일도 있었냐면."

 

 '91312'가 교도소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무렵에 사건 하나가 벌어졌다고 했다. 다른 수감자가 자신을 무시하는 '91312'의 태도에 화가나 싸움을 걸었다. 그는 '91312'의 뒤통수를 치며 자신을 무시하지 말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계속 무시가 이어지자 그는 '91312'의 앞에 서서 그의 복부에 주먹을 힘껏 꽂았다.

 

 "그때 그 벙어리가 바로 박치기를 해서 게적그룹 멤버를 기절시켰지."

 

 문제는 그 기절했다는 죄수가 게적그룹의 그룹원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높은 계급의 그룹원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카쟝도 눈과 귀가 있었다. 그도 교도소에서 며칠 지내보니 게적그룹의 위상을 알 수 있었다. 게적그룹은 솔코라인의 최대 도적단이었다. 이 교도소만 하더라도 수 백 명의 그룹원이 수감되어있었다. 게적그룹의 그룹원들은 본인의 집단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했다. 그들이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었다.

 

 "곧 두목님이 우리들을 자유롭게 만들어줄 거야."

 

 카쟝의 입장에서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보였지만 그들의 눈동자는 확신으로 가득 찼다. 게적그룹의 두목은 따로 이름이 없는 듯했다. 게적그룹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를 본 사람도 없는 듯했다. 그래도 불리는 별명이 하나 있긴 했는데 '데일'이었다. 언론사에서 게적그룹 수장의 이름을 알아내지 못해 임의로 만든 이름이었다. 그런 연유로 세상 사람들은 그를 '데일'로 불렀다.

 

 그의 외형을 제대로 말하는 이를 본 적도 없었다. 키가 크다는 사람도 있고 키가 작다는 사람도 있었다. 온몸이 문신으로 덮여있다느니, 눈이 하나 밖에 없다느니, 소문만 무성했지 누가 확실히 이렇다 할 묘사를 해주지 않았다. 다만 게적그룹원끼리 그를 지칭하는 단어가 한 가지 있긴 했다.

 

 "밤에 뜨는 태양."

 

 카쟝은 그를 단순히 솔코라인의 흑사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게적그룹에겐, 적어도 이곳에선, 신과 같은 존재였다. 교도관들이 게적그룹원들에게 관대한 이유도 대강 알게 되었다. 하언의 말에 의하면 교도소 안팎으로 게적그룹이 교도관들에게 금품을 바치고 있었다. 그러니 교도관들의 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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