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작성일 : 22-02-24 22:51     조회 : 75     추천 : 0     분량 : 782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구나.'

 

 일호의 머리속으로 내일 뉴스에 나올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뉴스제목은 '호기심이 일으킨 비극' 정도겠지.'

 

 이제는 몸을 펴고 싶어도 펼 수 없을 만큼 몸이 굳었다. 게다가 눈꺼풀까지 천근만근이었다. 그렇게 5시간이 넘어선 어느 순간이었다.

 

 푸슉-

 

 혈액 보관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문밖으로 검은 실루엣이 보였다. 일호의 구세주였다. 구세주는 두리번거리더니 보관실로 들어섰다. 일호는 남은 힘을 다해 소리쳤다.

 

 "사...살려...주...주세ㅇ...."

 

 여기까지가 일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 실루엣이 산업 스파이일 줄은 상상도 못했네."

 

 아직 일호의 말투엔 가시가 돋쳐있었다.

 

 "그건 알겠고. 내 변장은 또 왜 한 거야?"

 "확실히 말해줄게. 스파이도 아니고, 변장도 아니야. 아시겠습니까."

 "예, 그러시겠죠."

 "믿을 생각이 전혀 없네."

 

 털썩.

 

 스파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일호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긴장과 함께 다리도 풀려버린 것이었다. 스파이는 쓰러진 일호를 보며 혀를 찼다.

 

 "몸이 불덩이던데 그냥 이불 속에 가만히 있지."

 

 스파이는 일호를 어깨에 짊어지고 그의 방으로 갔다.

 

 "이거... 놔...."

 "얼어 죽을 뻔한 주제에 센 척은. 며칠 좀 쉬어."

 

 일호는 게슴츠레 눈을 떴다. 그는 오른손으로 스파이의 얼굴을 꼬집었다.

 

 "이... 가면이나... 벗어...."

 

 스파이의 볼을 쥔 채 이리 당기고 저리 당겨봤지만 가면은 벗겨지지 않았다.

 

 "잘 만들었네...."

 

 스파이는 일호를 침대에 던졌다. 일호는 침대에 등이 닿자마자 스파이를 불러 세웠다.

 

 "야, 스파이...."

 

 스파이는 거실로 가던 걸음을 멈췄다.

 

 "또 뭐가 궁금한데?"

 "약...."

 "약?"

 "심장약...."

 "아, 그거."

 

 스파이는 일호의 겉옷에 있던 항응고제를 물 컵과 함께 가져왔다. 일호는 약을 힘겹게 삼키고 냉수를 한잔 들이켰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더니 새로이 대화를 열었다.

 

 "스파이야. 하나만 묻자."

 

 스파이는 일호의 얼굴을 응시했다. 일호도 눈을 뜨고 그와 마주봤다.

 

 "감쪽같이 잘 만들었네, 아니 이게 아니라, 내가 거기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았지?"

 "내 친구도 그곳에 잡혀있었거든. 당신이 빌려준 휴대폰으로 연락해줬어."

 

 그제야 맨 끝 방의 사내가 떠올랐다.

 

 "그 통통한! 그 사람도 여기 있어? 휴대폰 빌려줬는데."

 "아니. 못 구했어. 감옥을 열려면 비밀번호를 알던가 마스터 키가 있어야 했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했어. 그리고 당신 휴대폰은 잘 모셔왔고."

 "그럼 거기 있던 혈액 팩도 발견했겠네?"

 

 스파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피 맞지?"

 

 그는 한 번 더 끄덕였다. 일호의 착각이 아니었다.

 

 "그게 왜 거기 있었어?"

 "나도 몰라. 하지만 그거랑 관련해서 당신한테 부탁할 게 있어."

 

 일호의 오른쪽 눈썹이 올라갔다.

 

 "부탁?"

 "당신 사원증 좀 빌려줘. 어차피 아파서 회사도 못 갈 텐데. 내가 대신 일 해주는 셈치고. 과장이니까 실험은 직접 안 해도 되지?"

 

 일호는 언짢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스파이 주제에 아예 대놓고 불법행위를 권유하네."

 "백민관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지 궁금하지 않아?"

 

 일순간 일호는 연구실에 쓰러져있던 아이들이 떠올랐다. 그의 입술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궁금하긴 한가보네."

 

 스파이는 거실에서 노트북을 가져왔다. 일호의 노트북은 아니었다. 스파이는 그 노트북을 일호에게 넘겨주었다. 읽어보라는 의미였다. 일호는 억지로 상체만 일으켰다.

 

 "으어, 온몸이 쑤시네."

 

 노트북은 일호의 다리 위에 올려졌다. 화면엔 처음 보는 문서가 열려있었다. 문서 상단에는 제목이 적혀있었다.

 

 "DTS 바이러스? 연구 논문인가?"

 

 스파이는 일호의 얼굴을 관찰했다. 눈빛을 보니 일호도 처음 보는 기색이었다.

 

 "이걸 왜 보여주는데?"

 

 일호는 첫 줄은 읽는 둥 마는 둥했으나 서너 줄 읽은 뒤부턴 눈빛이 바뀌었다. 그는 무서운 속도로 글을 읽어나갔다.

 

 "이거, 이름만 다르지 그냥 학목 바이러스잖아?"

 

 일호는 첫 페이지의 개요를 읽고 바로 DTS 바이러스의 정체를 간파했다. 첫 장을 넘기고부터는 눈알이 빠질 만큼 집중했다.

 

 "발생위치, 치사율, 심지어 치료제 실험까지 있어. 근데... 이게 10년 전 연구라고?"

 

 일호는 고개를 들어 스파이를 올려다봤다.

 

 "첫 장에 쓰인 이름, 이거 정말 백 사장님이야?"

 

 스파이가 백민관을 모함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용의 전문성, 지식, 기술력은 엔간한 사람은 흉내 낼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또한 이 프로젝트의 실현성이 얼마나 낮은지는 누구보다 일호가 잘 알고 있었다.

 

 '백 사장님 정도여야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이야.'

 

 "근데 사장님은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하셨는데?"

 "순 거짓말이지."

 "왜 거짓말을 하신 거지?"

 "그걸 알아보러 가야지."

 "어디를 가는데?"

 "백민관한테."

 "설마 그래서 내 사원증을 빌려 달라고 한 거야?"

 "걱정 마. 당신한테 피해가 가진 않을 거야. 단지 백민관이 꾸미는 일만 밝혀내고 싶은 거니까."

 

 '이 사람 지금 날 속이고 있는 거 아니야?'

 

 "계속 날 의심하고 있는 것 같은데."

 

 속마음을 들킨 일호는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밖은 비가 오고 있었다. 언제부터 내렸을지 궁금해 하다가, 문득 비가 오면 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일호는 다시금 시선을 돌려 스파이를 쳐다봤다.

 

 "그럴 만도 하지 않아? 당신은 나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지만, 난 당신이 나로 변장해서 회사에 침입했다는 사실밖에 몰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믿을 수가 있나."

 "일리 있네."

 

 스파이는 일호를 응시했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스파이의 눈동자는 또렷해졌다.

 

 "카쟝이라고 합니다."

 "뭐?"

 "아까 보니까 주방에 [카쟝 Inside]도 쌓여 있던데, 부연설명은 필요 없겠고. 어때, 이제 동등한 입장이지?"

 "카쟝?"

 

 그제야 지하 3층에서 만났던 사내의 말이 기억났다.

 

 '그래, 나보고 카쟝이라고 불렀어. 아주 반가운 목소리로. 역시 카쟝을 기다리고 있던 거야.'

 

 "지난 번 카페 일도 그렇고. 역시 그쪽 사람이었어."

 "그때 그거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고, 나도 너무 당황스러워서 실례를 했네."

 

 일호는 양손을 뻗어 주위를 더듬거렸다.

 

 "카쟝은 변장술에도 능하다더니, 이제야 그 말이 이해되네."

 "그놈의 변장 타령."

 

 카쟝은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엔 일호가 찾던 물건이 있었다.

 

 "여기 당신 휴대폰. 언제든 신고해도 좋아."

 "당신이 진짜 카쟝이라면, 왜 명장제약을 들락날락거리는 거지? 내 변장을 하면서까지."

 

 변장에 대한 대꾸는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대신 카쟝은 엄지로 주방을 가리켰다.

 

 "보니까 [카쟝 Inside]도 꾸준히 읽고 있더만. 그럼 왜 너희 회사를 휘젓고 다니는 지 잘 알 텐데?"

 "백 사장님이 다음 표적인 거야?"

 

 카쟝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장님도 지금 당신을 잡으려고 전국에 공표까지 했는데 대놓고 회사에 들어가도 괜찮겠어?"

 "언제나 등잔 밑은 어두워."

 

 일호는 자신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2000억 짜리 수배범이 눈앞에 있다. 마루시에서 그토록 잡고 싶었던 도둑이다. 하지만 내 생명의 은인인 점도 사실. [카쟝 Inside]에서 카쟝은 타당한 명분이 있을 때만 움직이는데. 이번에도 그런 걸까?'

 

 일호는 눈을 내려 노트북을 쳐다봤다.

 

 "이런 생각은 해봤어? 만약에 이 DTS 바이러스가 누군가의 모함이라면? 바이러스에 대해선 그럴싸하게 써 놨다고 쳐. 근데 사장님이 여기에 관련되어있다는 부분은 첫 장의 이름 빼고는 아무 것도 없잖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쟝이 일호에게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이제 카쟝과 일호의 얼굴은 한 뼘의 거리를 뒀다. 자신과 너무 닮은 얼굴에 일호는 소름이 끼쳤다. 일호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뺐고 카쟝은 노트북을 가져갔다. 그는 DTS 바이러스 문서를 닫고 다른 문서를 열었다. 화면에는 달구시의 지도가 나타났다. 카쟝은 그 지도를 일호의 얼굴로 들이밀었다.

 

 "백민관이 학목강 근처 달구 땅을 매입하고 있어. 예전에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죽거나 이사했고. 공장 부지를 세우려는 것 같은데, 아마 바이러스가 없었으면 그곳 주민들이 큰 걸림돌이 됐겠지."

 

 일호가 침묵에 빠진 사이 카쟝은 말을 덧붙였다.

 

 "너무 우연이 겹치지 않아? 학목강 부근부터 바이러스가 퍼지고, 백민관은 그 일대의 땅을 사들이고, 그 이유를 밝히려는 나한테 2000억이나 되는 현상금을 걸고."

 

 일호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렸다. 카쟝은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당신도 지하에 갇혀있는 아이들과 혈액의 정체가 궁금하잖아?"

 

 '저 사람이 카쟝이든 아니든, 내 행세를 하고 싶었다면 나를 죽이고 얼마든지 할 수 있었어. 근데 나를 왜 살렸을까?'

 

 "저기, 카쟝 씨. 당신은 모르겠지만 사장님은 나에게 있어서 제 2의 아버지 같은 존재야. 그런 분을 배신하라는 건 너무하지 않아?"

 "걱정 마."

 

 카쟝은 싱긋 웃었다.

 

 "백민관이 정말 잘못이 없다면, 그 사람을 건드릴 계획은 전혀 없으니까."

 

 일호도 그 점은 알고 있었다. 그것이 그동안의 '카쟝의 방식'이었다. 일호는 시계를 봤다.

 

 [PM 03:47]

 

 '회사는 열려있겠어.'

 

 일호는 침대에서 일어나 발을 바닥에 댔다. 그 동안 카쟝은 옷장에서 양복 한 벌을 꺼냈다. 그 양복을 이리저리 훑어보더니 일호에게 대보았다.

 

 "과장님 눈빛을 보니 직접 출근하시려는가 보네? 출근시간은 이미 한참 늦은 것 같은데."

 "안 가도 돼. 나 지금 휴가 중이거든."

 "아. 그래?"

 

 카쟝은 양복을 도로 옷장에 넣었다. 일호는 손가락을 들어 구석을 가리켰다.

 

 "그리고 내 사원증은 가방에 있을 거야. 그거부터 챙겨.“

 

 

 ***

 

 

 "아직도 기억 안 나?"

 

 장 비서의 오른 정강이가 리브의 옆구리로 시원하게 뻗었다. 통증은 리브의 살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우웁."

 

 리브는 헛구역질만 계속해댔다. 하지만 고통은 쉽사리 뱉어지지 않았다.

 

 ‘이러려고 식사를 안 줬구나.’

 

 “구역 말고 기억을 하라고!”

 

 퍼억.

 

 리브의 옆구리로 강한 자극이 들어왔다. 갈비뼈가 부러진 느낌이었다. 아픔으로 얼굴이 빨개졌지만 리브는 눈을 꾹 감은 채 소리도 지르지 않았다. 입을 너무 꽉 다문 나머지 치아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

 

 "카쟝 왔었잖아. 여기까지 침입해서 무슨 짓 하고 갔어?"

 

 담당 연구원의 증언은 이러했다. 오전에 사장님의 혈액 팩을 챙기기 위해 지하 3층을 방문했을 때, 천장의 환기구가 열려있었다. 게다가 그 통로로 누군가 침입했던 흔적까지 발견되었다. 민관은 진술을 듣자마자 카쟝의 소행이라고 확신했다.

 

 "장 비서, 어떻게 해서든 그 졸개 놈이 카쟝의 속셈을 불게 만들어."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개최된 폭력의 향연이 오후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장소는 지하 3층 리브의 방이었으며 주최자는 장 비서였다. 이미 장 비서의 넥타이는 바닥에 내팽겨져 있었다. 장 비서는 리브가 질문에 답하지 않을 때마다 복부를 가격했다.

 

 "흡!"

 "뚱뚱해서 타격감은 좋네."

 

 리브가 배를 잡고 웅크러지자 장 비서는 왼손으로 리브의 머리채를 잡았다.

 

 "잘 더듬어봐. 어젯밤에 누가 침입했었지?"

 

 리브는 눈 감고 입 다문 모습으로 일관했다. 어쩌다 한 번씩 나오는 리브의 대답은 항상 동일했다.

 

 "모릅니다."

 

 이젠 장 비서도 지칠 지경이었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뺨따귀를 올리려했다.

 

 "아니지."

 

 그는 손을 내렸다.

 

 "얼굴은 건드리면 안 되지."

 

 리브는 한 시간 뒤에 지하 4층으로 옮겨질 예정이었다. 오늘은 리브에게도 특별한 일정이 있었다. 민관도 겉으로 드러나는 부위는 상처를 만들지 말라고 두 번이나 당부했다. 그런 탓에 리브의 내장만 푸딩처럼 뭉개지고 있었다.

 

 “어디 네 기억이 먼저 나는지, 이 기억도우미의 체력이 먼저 떨어지는지 보자.”

 

 우웅-

 

 진동소리는 장 비서의 안주머니에서 들렸다. 그는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목을 가다듬었다.

 

 "장 비서입니다."

 

 장 비서는 건수를 올리지 못해 침울한 얼굴이었다.

 

 "아니요. 아직 알아내지 못 했습니다."

 

 수화기에서 폭언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비서는 사장에게 꾸중을 듣자 살기 어린 눈빛으로 리브를 내려다봤다.

 

 "지금 말씀입니까? 네. 알겠습니다."

 

 장 비서는 민관과의 통화를 끝내자마자 리브의 목덜미를 잡았다. 리브는 연구실 구석으로 끌려갔다.

 

 "이제 세수하자."

 

 다음 일정을 위한 절차였다. 장 비서는 리브의 옷을 벗기고 구석 수도꼭지에 고무관을 연결했다. 실험실을 청소할 때 사용하는 것이었으나 오늘은 리브의 샤워용이었다. 장 비서는 리브 옆구리의 멍을 과녁삼아 물을 뿌렸다. 발가벗겨진 리브는 멍든 곳에 강력한 수압이 느껴질 때마다 꿈틀거렸다.

 

 “아프지? 그러게 말 좀 하지.”

 

 비서는 새삼 다정한 말투로 수압을 높였다.

 

 "오랜만에 씻으니까 시원하지?"

 

 샤워를 마쳤을 때 리브의 앞에는 주황색 상하의가 던져졌다. 아무 무늬가 없는 체육복으로 멀리서 보면 내복과 분간되지 않았다.

 

 "다 갈아입었으면 손 이리 내."

 

 장 비서의 손엔 은색 물체가 쥐어져있었다. 수갑이었다. 비서는 리브의 양손에 확실하게 수갑을 채웠다. 수갑을 장착시킨 후 그는 악력으로 강하게 당겼다. 수갑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제야 리브는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야, 한눈팔지 말고 따라와.”

 

 리브는 장 비서를 따라 수용실에서 나왔다. 근 1주일만의 외출이었다. 리브는 죄수처럼 비틀비틀 끌려갔다. 그렇게 지하 3층을 질러 입구까지 억지로 딸려갔다. 장 비서는 승강기 앞에 섰다.

 

 [문이 열립니다.]

 

 두 사내는 승강기로 올라탔고 장 비서는 [4층]버튼을 눌렀다. 리브는 그의 뒤에서 부어있는 눈을 떠 층수를 힐끔 훔쳐봤다.

 

 ‘지상으로 가는 건가?’

 

 오랜만에 햇빛을 볼 생각에 마음이 살짝 들떴다. 하지만 아니었다. 엘리베이터는 더 밑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지하 4층이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두 남자는 승강기에서 내렸다. 그들의 앞으로는 다른 이가 먼저 도착해있었다. 장 비서는 반사적으로 척추를 똑바로 세웠다. 반면 리브는 더욱 움츠러들었다.

 

 '백민관.'

 

 "탈의실에서 대기하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장 비서는 리브를 탈의실로 연행했고 백민관은 곧바로 연구소로 들어갔다. 연구소 중앙엔 큰 강단이 설치되어있었다. 그 단상 중앙에는 실험대가 있었으며 그 주위로 연구기기들이 배치되어있었다. 백민관은 강단으로 올라섰다. 그의 얼굴엔 미소가 흘렀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백민관의 발언이 지하 4층을 울리며 집회가 시작되었다. 강단 전방에는 10명의 참석자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5명씩 2열 횡대로 앉아있었는데, 뒷줄은 우 박사와 연구원들이었다. 연구원들은 평상시라면 실험이 한창인 시각이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우 박사를 제외한 연구원들은 실험복을 벗고 말끔한 정장차림이었다. 우 박사만이 실험 가운을 그대로 걸치고 앉아있었다. 그녀는 귀를 파며 상념에 잠겨있었다.

 

 “귀찮게 이런 걸 하고 난리야.”

 

 민관은 그녀의 혼잣말을 무시한 채 앞줄에 앉은 초대손님들을 차례차례 소개했다.

 

 "바쁜 와중에도 이곳을 찾아주신 명장제약의 최고 투자자분들에게 감사인사 드립니다."

 

 주주총회의 모든 인원이 모이진 못했지만 소위 알짜배기 인원은 참석했다. 연구원들은 미리 배웠던 대로 박수를 쳤다.

 

 "가장 먼저, 권호장 국무총리께서 참석해주셨습니다."

 

 그렇게 경제부 장관, 과학부 장관, 보건부 장관, 그리고 임현규 마루시장이 각각 소개되었다. 그들의 소개와 규칙적인 박수소리가 교차로 울려 퍼졌다.

 

 "모두 바쁘신 분들이니 서둘러 진행하겠습니다. 이 모임을 갖게 된 게 10년만입니다. 이 자리엔 예전에 참석하셨던 분들도 계시고, 그 사이에 새로 들어오신 분들도 있습니다. 모두들 저희의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민관은 국무총리를 바라봤다. 가장 큰 물주이자 명장제약이 기밀 연구를 하는데 막대한 도움을 준 인물이었다.

 

 "그동안 권호장 총리께서 많은 응원을 해주셨죠."

 

 호장은 고개를 까딱거리며 긍정의 몸짓을 보였다. 민관은 그와 눈을 마주쳤다.

 

 "오늘은 여러분께 좋은 소식과... 더 좋은 소식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백민관은 자신의 투자자들에게 한 번도 실망을 안긴 적이 없는 사내였다.

 

 "먼저 좋은 소식부터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카쟝과 관련된 소식입니다."

 

 카쟝이라는 단어에 참석자들 사이로 미세한 파장이 일어났다. 특히 마루시장 임현규는 지난 사건들로 ‘그 이름’만으로도 뒷머리가 빳빳이 섰다. 반응을 확인한 민관은 출입문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장 비서에게 준비하라는 신호였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9 바이러스 치료제 2022 / 3 / 5 76 0 7888   
48 속셈 2022 / 3 / 4 63 0 7987   
47 91312(2) 2022 / 3 / 4 58 0 7891   
46 91312 2022 / 3 / 3 58 0 8095   
45 교도소의 삶(2) 2022 / 3 / 3 66 0 8121   
44 교도소의 삶 2022 / 3 / 3 62 0 7760   
43 수수께끼의 답 2022 / 3 / 1 65 0 7781   
42 습격 2022 / 2 / 28 67 0 7820   
41 브리핑 2022 / 2 / 28 69 0 8031   
40 조평환의 집 2022 / 2 / 27 69 0 7888   
39 루베의 연구소 2022 / 2 / 27 72 0 8078   
38 임명식 2022 / 2 / 26 64 0 7852   
37 미네민 2022 / 2 / 26 61 0 7866   
36 해결책 2022 / 2 / 26 69 0 7916   
35 카쟝 Inside 2022 / 2 / 26 64 0 7833   
34 RB 프로젝트(3) 2022 / 2 / 26 66 0 7801   
33 RB 프로젝트(2) 2022 / 2 / 26 75 0 7852   
32 RB 프로젝트 2022 / 2 / 26 69 0 7923   
31 결전의 날(2) 2022 / 2 / 26 73 0 7779   
30 결전의 날 2022 / 2 / 26 77 0 7793   
29 예고장 2022 / 2 / 26 60 0 7823   
28 사장실과 카쟝 2022 / 2 / 25 68 0 7836   
27 2022 / 2 / 24 64 0 7806   
26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2022 / 2 / 24 76 0 7822   
25 지하의 비밀 2022 / 2 / 24 64 0 7803   
24 강정희 2022 / 2 / 24 83 0 7886   
23 권성환 2022 / 2 / 24 78 0 7858   
22 골드 맨숀(2) 2022 / 2 / 24 71 0 7861   
21 골드 맨숀 2022 / 2 / 23 71 0 7900   
20 Lab 000 2022 / 2 / 22 75 0 7965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