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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한식에 반하다
작가 : 씨큐씨큐
작품등록일 : 2022.1.4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요식업계 일인자를 꼽으라면 단연 백한식으로 통한다.
백한식은 신이내린 미각과 특출난 미모 덕에 스타덤에 올랐을진데.
그만 코로나 후유증으로 미각상실이 오고야 말았다!
절대미각을 잃고 언론을 피해 시골로 숨어들어 은둔생활을 시작한 백한식,
동네 중국집 딸내미 정다은에게 그만 정체를 들키고 만다?
여기 본격 먹방 로맨스가 시작될지니.
배고픈 자여, 당장 클릭을 멈추라.

 
지구별특공대
작성일 : 22-02-10 11:11     조회 : 53     추천 : 0     분량 : 6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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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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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휴게소에 정차해 주전부리를 구입하거나 화장실에 갈 짬이 생겼다. 다은이 호도과자에 정신팔린 틈에 최향기를 채가는 신동철.

 

 “친구만 하라고 했을텐데?”

 

 하얀 얼굴에 드리워진 무표정에 향기는 섬뜩함 마저 느꼈고.

 

 “모, 모르면 가만히 있어! 다은이한테 피해 안 가게 일부러 내가 먼저 터뜨린거야.”

 “무슨 소리야?”

 “넌 기자가 별거 아닌 것 같지? 잘 들어. 사람들은 진실이 하나도 안 궁금해. 기자들이 어떤 정보를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흘리냐에 따라서 그 반응이 달라지는 것 뿐이야.”

 “그래서?”

 “다시 말하지만 나 이 바닥에서 프로야. 다은이 안 다치게 언론플레이 할 사람, 나 밖에 없다고.”

 “….”

 “뭐 어차피 다은이가 방송 타면 얼굴 공개는 당연한 거잖아. 신상은 애저녁에 털린 마당인데! 이렇게 된거 차라리 다은이한테 화살 안 돌아가게 조절하면서, 애봉반점 광고되면 오히려 좋은 일이니까. 일부러 내가 먼저 터뜨린 거라고.”

 “정 그렇다면야….”

 “너야말로 처신 똑바로 하지 그래?”

 “?”

 “자꾸 두 사람 사이에 껴들지 말라고. 임신은 아니라 하더라도 분명 촉이 오니까. 두 사람 곧 결혼할거야. 그러니까 괜히 다은이한테 힘빼지 말라고.”

 

 최향기의 선언에 신동철이 피식 웃었다.

 

 “결혼?”

 “이거 왜 이래. 둘이 서로 마주보는 눈빛에 딱 감이 왔잖아. 나 꽃상어 프로기자야.”

 

 ***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차 안의 공기는 싸늘해졌다.

 무겁고도 진득한 이 분위기를 무언가로 바꾸고 싶다고 생각한 정다은.

 아직까지도 망가진 반지를 붙들고 코를 훌찌럭대는 향기를 보다가, 운전석을 향해 외쳤다.

 

 “오빠, 우리 저 앞에서 다 같이 내리자!”

 “차 세우라고?”

 “와그라는디?”

 

 정다은이 베시시 웃었다.

 그리고 연유모를 고집을 부려 모두가 차에서 내리려는 찰나,

 

 “아! 숙수님은 차에 계세요. 밖은 위험하니까요.”

 “꼬봉, 나만 빼고 어딜 가는거야?”

 “금방 돌아올게요! 아, 맞다!”

 

 다은이 갑자기 제 머리칼을 뽁 뽑아들고,

 

 “손가락 주세요.”

 “어?”

 

 한식의 검지손가락에 머리카락을 감아 보더니 차 밖으로 홱 나가버리는 정다은.

 

 “금방 올게요!”

 

 백한식만 차안에 덩그라니 남았고, 모두들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대체 뭐야.”

 

 평범하지 못한 남자가 평범함을 부러워하면 지는거다.

 저도 모르게 부루퉁해진 마음을 쿨하게 다독이며, 차창에 입김을 부는 백한식.

 

 ‘이것은 외로움인가, 고독인가.’

 

 한식이 혼자 남겨진 차 안에서 시적인 생각에 심취하기 시작했을 즈음, 충전중인 휴대폰이 진동을 해왔는데.

 

 “여보세요?”

 - 초록색 좋아요?

 

 정다은 이었다.

 

 “뭐? 꼬봉, 대체 뭐하러 간거야?”

 - 아이 참, 빨리요. 초록색 좋죠?

 “…그래.”

 - 숙수님은 초록색 한대요!

 - 그라몬 내가 이거 하믄 됐나? 아따 유치하다 참말로.

 

 전화는 거기서 딱 끊어졌다.

 대체 뭘까?

 

 ‘초록색? 신호등인가? 식물? 야채? 혹시 아이스크림 같은건가. 민트초코?’

 

 백한식이 별별 생각을 다 떠올리고 있는데 문자가 도착했다.

 

 [Web발신]

 백*식 님

 BANKCARD 승인

 넘모입흔골드

 일시불 1,080,000원

 

 “뭐?”

 

 퍼뜩 놀란 백한식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차 지붕에 머리를 쾅 박고 다시 제자리에 안착했다.

 아무래도 업체명이 이상하지 않은가.

 

 ‘덜렁이 꼬봉 녀석, 분명 카드를 잃어 버렸을거야.’

 

 백한식의 머릿속에서 카드를 주운 누군가가 불법 도박장 같은 곳에서 카드를 사용한 것 같다는 생각까지 미칠 무렵, 해맑은 얼굴로 정다은이 차에 올라탔으니.

 

 “꼬봉! 카드 잃어버렸어?”

 “아뇨. 방금 제가 쓴 거 맞아요. 그래도 제가 금액 깎았어요! 잘했죠?”

 

 이렇게 뻔뻔할 수가!

 십팔만원도 아니고 백팔만원을 써놓고 저렇게 예쁘게 웃을 일인가.

 

 ‘복장이 터져 죽든, 심장이 터져 죽든. 난 꼬봉 때문에 죽을 운명인가보군.’

 

 백한식이 기가 찬 얼굴로 무어라 잔소리를 하려는데.

 

 “숙수님은 땅이에요.”

 

 ‘땅? 무슨 소리지?’

 

 다은이 펼쳐 보인 손바닥에 반지가 놓여 있었다. 눈곱만큼 작은 초록 보석이 박힌 심플한 금반지가.

 이 단순하고도 평범한 반지가 무엇일진데, 백팔만원이나 한단 말인가.

 

 다은이 [땅]을 외치는 소리를 듣자 차에 올라탄 신동철이 반지 낀 손을 내보이면서,

 

 “불!”

 

 하고 외치니.

 최향기가 신난 얼굴로 자신의 반지를 불쑥 내밀며,

 

 “바람!”

 

 하고 소리쳤다.

 그리고 정다은이 반지가 끼워진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가리키며,

 

 “물!”

 

 했으나 다음 말을 해야할 자가 묵묵부답이로구나.

 정상덕은 팔짱을 낀 채 도무지 참여할 뜻이 없어 보였으나 다은이 옆구리를 간지럼태우자,

 

 “아따! 고마혀! 아라따, 아랐다. 마음! 됐제?”

 

 아아,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은 작가의 몫인가.

 

 “히히. 알겠죠, 숙수님?”

 

 다은이 맑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백한식은 심각한 표정으로 전혀 상황을 이해 못한 듯 싶었는데.

 

 “에엥? 숙수님 [지구별특공대]도 몰라요?”

 “몰라.”

 

 다은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뭔가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다섯 명이서 지구를 지키는 거에요.”

 

 ‘그렇다면 지금 꼬봉 손에 있는 그 반지가 내거란 뜻인가?’

 

 한식은 무심코 미소를 지을 뻔 했지만 [지구별 특공대]를 저만 모르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으니, 속으로 만화영화 제목을 되뇌며 나중에 찾아보리라 다짐했는데.

 그 표정이 자못 심각해 보였다.

 

 이거 어째 백한식의 표정이 풀어지질 않는 눈치라 여긴 다은은 한숨을 뽁 쉬더니,

 

 “여기요.”

 

 하며 힘없이 반지를 내밀었고.

 또 자기 멋대로 숙수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인가 걱정을 했더랬다.

 그러나 백한식은 말없이, 다은의 앞으로 슬쩍 손가락을 내밀어본다.

 

 ‘끼우란건가?’

 

 다은이 슬쩍 한식의 눈치를 보며 반지를 그 기다란 손가락에 가져다댔다.

 밖이 추웠던지, 정다은의 차가운 손가락이 한식의 긴 손가락에 닿을듯 말듯 묘한 감각을 일으키는데.

 아까 머리카락으로 꼼지락댄 게 이 반지 때문이었다니,

 

 ‘꼬봉, 이 귀여운 녀석!’

 

 어허, 백한식의 입꼬리가 자꾸만 승천하려 하는구나.

 다은이 백한식의 손가락을 잡고 한창 꼬물꼬물 하더니, 반지가 손가락 깊숙이 온전히 끼워졌다.

 반지가 꼬옥 맞았다.

 다은의 손끝이 닿던 간질간질한 기분이 한식의 마음을 또 다시 복숭아 향기로 채우는데.

 

 최향기랑 둘이서만 우정반지랍시고 끼고 다니는 것보단 이렇게 백한식까지 끼워주니 이 얼마나 든든한 마음인지! 한식은 그제야 흡족한 얼굴빛을 띠었다.

 

 “아까 금은방 사장님이 돈 깎아줬담서 카드 한개로 결제해달라 잖아유. 백한식씨 계좌 알려주시믄 지가 바로 쏴드릴게유.”

 

 망가진 반지 때문에 자기가 언제 울었냐는 듯 행복한 표정의 최향기. 하지만 행복한 것은 백한식도 마찬가지다.

 

 “하하. 제가 드리는 선물 정도로 여겨 주십시오. 얼마 안 하는데요.”

 

 반지 다섯개에 그 돈이면 거저라며 껄껄 웃는 백한식.

 

 반지를 낀 자들이 저마다 제각각의 기분으로 반지를 매만졌다.

 각자의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치면서.

 

 ‘땅!’

 ‘불!’

 ‘바람!’

 ‘물!’

 ‘…마음.’

 

 초록, 빨강, 하양, 파랑, 노랑.

 그 자그마한 큐빅들이 순간 반짝인 것은 착각이려나.

 

 ***

 

 오랜 드라이브에 지친 다섯 사람이 한마음으로 배달음식을 외치며 거실로 모여 들었는데.

 동철이 소파에 기대며 중얼거렸다.

 

 “아, 오늘이 마지막 휴식이네.”

 “낼부터 바로 장사허나 봐유?”

 “응. 자영업자는 마음껏 쉬지도 못 하니까. 다은아, 너도 각오하는게 좋을거야. 애봉반점은 무휴잖아.”

 

 해쓱한 얼굴이지만 미소를 잃지 않고 말하는 동철.

 

 “응! 각오는 단단히 되어 있지.”

 “아니, 그란데 당장 방송은 어떻게 헐라고? 요리경연 준비 허고 있었던겨?”

 “걱정 마십시오. 제가 있는데 가뿐하게 우승하지 않겠습니까?”

 

 휴대폰을 만지작대던 동철이 [중식대첩] 기사를 클릭하더니 소리쳤다.

 

 “오, 벌써 참가팀 리스트 떴네. 어라? 여기 거기잖아!”

 “아는데여?”

 “있어. 아저씨가 엄청 싫어하는 가게.”

 

 기사를 확인한 다은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아. 진짜 거기네.”

 “모가 나오는디 그라노?”

 

 상덕이 동철의 휴대폰을 들여다보더니 갑작스레 불같이 화를 냈다.

 

 “금마덜이 텔레비 나오는기가?!”

 

 상덕이 열을 내는 원인은 경북팀이었는데.

 바로 정상덕이 애봉반점을 차리게 한 빌런, ‘애봉리는 배달 안 합니더’ 그 곳이 아니던가.

 

 읍 소재지에 자리잡은지 오래된 그 중국집은 화교출신의 셰프가 대를 이어 장사를 하는 곳으로 많은 단골을 유지하고 있었으니.

 굳이 산을 넘어야 하는 애봉리까지 배달하지 않아도 장사가 퍽 잘 됐기에 [애봉리는 배달 안됨]을 떡하니 써붙였던, 상덕에겐 몹시 얄미운 중국집이었다.

 

 “자고로 중국집이라하믄, 가난하던 부자던! 거,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음식인디! 고까이거 배달 쫌 해주면 어데 덧나냐 이 말이다!”

 

 상덕에게 있어 고객을 차별하는 그런 중국집은 망해야 하는 적폐에 불과했고.

 혼자 씩씩대던 상덕이 한식과 다은을 향해 호통을 쳤다.

 

 “마! 점마덜 방송 나가믄 또 장사 잘 될끼 아이가! 느그덜 저 자식들은 꼭 이기고 온나!”

 

 정상덕이 혼자 승부욕을 불태웠으나.

 다른 이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저마다 다른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최향기가 거실에 놓인 인형을 발견하는데.

 

 “어라? 못 보던 인형이네?”

 “숙수님이 또 뽑아왔어.”

 “이야. 형님 투지가 대단하십니다.”

 

 백한식은 괜히 헛기침을 하며 모르쇠 했으나 신동철은 또 그 면전에 히죽히죽 약올리기 바빴다.

 

 “보롱보롱 뽑아오신 걸 보니까 아직 그 인형이 뭔지 모르시는가 봅니다아?”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향기가 지나가는 듯한 말로 한식에게 신호를 줬는데.

 

 “다은이가 지끔 어딨슈? 강남에 있잖유.”

 “어어? 지금 형님한테 힌트 주려는거지?”

 

 다은이 깜짝 놀라며,

 

 “안돼! 숙수님 이제 인형뽑기 하면 안 된단 말야. 어으, 뽑기 아저씨한테 기계 치워달라고픈 심정이라니까.”

 

 ***

 

 깨달음을 얻은 자 도전할지어다.

 모두가 잠든 새벽,

 검은 선글라스에 검은 모자와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수상한 자가 인형뽑기 기계에 나타났다.

 

 “그래. 너였군. 처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렸다.

 이제 적을 알았으니,

 뽑는 것은 식은 죽 먹기…. 라기엔 너무도 어려운 미션이고나.

 그렇게 백한식은 해가 뜨는 줄도 모르고 뽑기를 했더라나 뭐라나.

 

 ***

 

 지구별특공대 반지의 효력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일찌감치 가게 문을 여는 동철이 리어카 할아버지를 도와드리고,

 수습기자의 엉터리 기사에도 최향기는 화를 참았으며,

 마을 주민들에게 백한식 싸인을 선물하며 [중식대첩]에 딸이 출연한다고 동네방네 광고하는 정상덕이 있었으니.

 아? 딸자랑은 반지의 효력과 거리가 멀지만….

 뭐, 어쨌든 여행을 끝마치고 반지를 손에 쥔 자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선의를 다하며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물론 정다은도.

 

 “그렇지. 다은씨 아주 제법인데?”

 “정말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잖아. 다은씨 재능이 있네. 아주 잘해.”

 “감사합니다.”

 

 이 장면은 무엇이냐면, 갑작스런 [중식대첩] 참가로 지레 겁을 먹은 정다은을 위해 백한식이 준비한 특별 클래스였다.

 무려 이현복 셰프에게 전수받는 멘보샤 수업!

 오호라. 정다은이 행복감에 젖어 이현복 셰프를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저 빛나는 눈동자가 세상을 더 아름답게 비추는 것 같잖은가?

 대충 반지의 효능이라 해두자.

 

 어쨌거나 다은이 주옥같은 한마디 한마디를 가슴 속에 끌어 담으며 천국에 온 것 같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 중요한 순간에 백한식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설마 아직도 뽑기를 할리는… 없고.

 밤에는 기계 앞에 홀연히 나타나 미친듯이 인형을 뽑아대는 백한식이었지만 오늘 낮엔 예상치 못한 복병이 등장할 터이니.

 

 ***

 

 한남동의 호화스러운 호텔 라운지에 상당히 뛰어난 용모의 중년 남성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의 직원들은 그 중년남성을 보며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도 했지만 명확치 않은 이미지에 ‘누구지?’ 라는 질문을 속으로 곱씹는 표정이었는데.

 그때였다.

 호텔 입구에서부터 커지는 웅성거림. 스타가 나타난 것이 분명하다.

 호텔 로비 안으로 기품스러운 눈매가 중년남성과 꼭 닮은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연락도 없이 오시다니, 평소답지 않으십니다, 아버지.”

 

 백한식이었다.

 그리고 이 중년 남성은!

 그렇다.

 백한식의 아버지 되시겠다.

 

 “어, 왔구나. 네가 미국을 오가는데도 나한테 통 연락이 없으니 어쩌겠냐. 내가 널 보러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수밖에.”

 

 단순히 표면적인 대화로 읽으면 곤란하다.

 중요한 위치에 선 자들은 그들만의 언어소통 방법이 있으니. 한식의 아버지가 내뱉은 말의 뜻인 즉, ‘나한테 보고도 없이 고글 본사랑 계약을 했다면서?’ 라는 것이었다.

 백한식은 덤덤하게 답했는데.

 

 “죄송합니다. 비밀이 새어나가면 안 되는 계약 건이었습니다.”

 “그래? 코로나 걸렸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다. 몸은 좀 어떠냐?”

 

 이 말 또한 번역기를 돌려보자면, ‘비밀은 무슨 비밀! 네가 코로나 걸리는 바람에 고글사에 갔다온게 다 들통났지 않았더냐’ 란 뜻으로 읽으면 무방하겠다.

 

 백한식은 자꾸만 날이 선 대화에 피곤한 듯 숨을 들이마시며,

 

 “걱정시켜 드려서 송구스럽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때마침 직원이 따뜻한 커피를 서빙했다. 그 잠깐의 시간동안 한식은 넥타이를 매만지며 머리를 식혔는데.

 부자의 상봉으로 보기엔 딱딱하고도 무거운 자리였다.

 

 아버지는 커피를 서빙한 직원에게 젠틀한 미소와 함께 ‘고마워요’ 라고 나직이 말했으나, 한식은 직원에게 눈인사를 건넬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으니.

 백한식은 검지손가락에 놓인 반지를 매만지며 이 힘든 시간이 빨리 지나길 바랐다.

 직원이 자리를 뜨자마자 아버지는 기다렸단 듯이 본론을 던졌는데.

 

 “신문에서 봤다.”

 “?”

 “며느리 될 여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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