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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꿈속에서 봤습니다.
작가 : 정관월
작품등록일 : 2020.7.31

신은 인간존재 그 자체를 아꼈다. 인간의 사악함과 불완전함까지도.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더 빨리 거짓들이 쌓여 갔다. 악이 처벌받기도 전에 더 빨리 새로운 악이 생겨났다. 그래서 인간을 창조한 이래 처음으로, 신이 직접 관여했다. 약한 자를 구하고, 악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깨어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고대왕국, 휘나라 왕실의 적통 후계자 정재현. 신은 그의 혈통에 선물을 주었다. 어쩌면 그것은 축복이자 저주. 그리고 상큼발랄한 소녀 지영. 그들에게 점점 다가오는 거대한 진실.

#꿈 #미래 #달달 #알콩 #달콩 #예지몽 #운명

 
25화. 숨바꼭질.
작성일 : 20-08-18 22:26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7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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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현무단 단장, 현로와 재현은

 큰 빌딩 앞에 도착했다.

 

 트득 트득.

 텁 텁.

 

 거대한 빌딩 전면의 유리 벽 너머로

 붉은 빛들이 잔뜩 보인다.

 

 ‘뭐야 이게...!’

 

 “들어가시죠, 저하.”

 

 현로가, 들어가기를 머뭇거리고 있는

 재현의 등을 떠민다.

 

 “아, 저기...”

 “이거 좀 위험한 거 아닌가요..?”

 

 “하하하!”

 

 그가 호탕하게 웃으며 얘기한다.

 

 “지금 저하의 능력이면

 우스울 정도일 겁니다.”

 

 “들어가시죠!”

 “제가 저하의 뒤를 지키겠습니다.”

 

 특유의 그 호탕한 웃음이

 마치 자신을 약 올리는 것 같아

 재현의 표정이 뭔가 떨떠름해졌다.

 

 ‘나보다 덩치도 크면서,

 내 뒤에 숨겠다고..?’

 

 건물 안에 들어서자,

 로비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위층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엘리베이터 아니면 비상계단

 뿐이었다.

 

 엘리베이터의 작동이 멈춘 건지,

 눈이 붉게 빛나는 자들은

 모두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문 쪽에

 잔뜩 몰려있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쥔다.

 

 긴장이 된 건지,

 그는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한다.

 

 “하...”

 “내가 아니면 안 되는 거지..?”

 

 재현이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

 

 바로 뒤에 있는데도 그자들은 재현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꽈악.

 

 재현이 가장 뒤쪽에 있던 자의

 팔을 잡았다.

 

 그자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자의 몸이 빠른 속도로

 허공에 떠올라 로비 중앙에 떨어졌다.

 

 콰직.

 

 어디가 부러진 듯,

 그자는 조금 꿈틀거릴 뿐,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

 

 재현은 자신의 두 손을 보며

 믿겨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어!’

 

 그는 한 번 더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았다.

 

 콰직.

 

 그가 다른 자의 팔을 잡고 던지자,

 또다시 멀리 날아가 단단한 바닥에

 고꾸라졌다.

 

 재현의 뒤에서 현로가

 당연하다는 표정을 한 채,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거 보십시오!”

 

 그 큰 웃음소리를 듣고

 계단 쪽에 몰려있던 붉은 눈들이

 뒤를 돌아보며 재현에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아, 진짜, 이 아저씨가..!’

 ‘일을 키우고 있어!!!’

 

 “그자가 왔다!”

 “모두 이리와! 그자가 왔다고, 캬하하!”

 “왔어! 계획대로야!”

 “이제 볼 수 있어!”

 “그 여자가 말한 대로 될 거야!”

 

 ‘계획대로라고..?’

 ‘그게 무슨 소리지...?’

 ‘그 여자...?’

 

 갑자기 계단 쪽에서

 붉은 눈들이 쏟아져 나온다.

 

 빠각!

 

 퍽!

 

 촤착!

 

 휘익-

 

 콰직.

 

 재현이 달려드는 자의 다리를 차자,

 그자의 다리가 부러지며 쓰러진다.

 

 그가 내지른 주먹이 붉은 눈의

 배에 꽂히자 멀리 날아가 버린다.

 

 ‘왜 이렇게 느린 거야?!!’

 

 그의 눈에는 달려드는 자들의

 움직임이 굉장히 느린 것처럼

 보인다.

 

 ‘꼭 그때 같네..!’

 

 재현은 자신의 병실 앞에서

 지영이 넘어질 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도 꼭 슬로모션처럼...’

 

 그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순간,

 뒤쪽에서 두 명이 달려들어

 그의 양팔을 잡아보지만

 그가 잡힌 팔을 크게 휘두르자,

 잡고 있던 자들이 날아가 버렸다.

 

 콰직.

 콰직.

 

 하지만 역시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라

 다리가 성한 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그에게 달려든다.

 

 빠각!

 

 털썩.

 

 휘익- 콰직.

 

 빠각!

 

 풀썩.

 

 휘익- 콰직.

 

 어느새 전략을 바꾸어, 그는

 이리저리 빠르게 이동하며

 그를 잡으려 달려드는 자들을

 피해 잽싸게 그자들의 다리만 찬다.

 

 그리고 쓰러진 자들을

 넓은 곳에 던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이 부러뜨리고

 또 부러뜨렸을까.

 

 빠각.

 

 마지막 한명의 다리마저 부러뜨려

 전투불능으로 만들었다.

 

 그자들이 쌓여있는 광경은

 굉장히 괴기스럽다.

 

 그자들은 더 이상 뭘 어떻게

 할 수 없을 텐데도 버둥거리며

 입가에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중얼거린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할거야!”

 “그래 그러면 이제 볼 수 있는 거지?”

 “그래, 볼 수 있다구!!”

 

 검은 색 양복을 입은

 현무단 단원들이 그의 앞에

 우르르 몰려왔다.

 

 그들의 손에는 몸을 대부분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큰

 검은 색의 방패가 들려있었다.

 

 그 방패는 전투경찰들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좀 달라보였다.

 

 훨씬 큰데다가,

 그것에 쓰인 특수한 금속 때문인지,

 뭔가 빛나는 듯했으며,

 굉장히 무거워 보였다.

 

 쾅-!

 

 여러 개의 무거운 방패들이

 일제히 바닥에 부딪치며

 엄청난 충격음을 만들어냈다.

 

 그런 다음, 그들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하를 뵙습니다!”

 

 “모두들 일어나세요.”

 

 현무단원들이 그의 말에

 모두 일어섰다.

 

 그들은 모두 가만히 서서

 동경하는 눈빛으로 재현을 바라보았다.

 

 ‘아, 뭔가 상당히 뻘쭘한데...?’

 

 현로가 재현에게 다가와

 말한다.

 

 “이제 전하를 뵈러 가시지요.”

 

 “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재현과 현로 두 사람이 내렸다.

 

 엘리베이터 맞은 편 데스크에 있던

 여비서가 그를 보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저하를 뵙습니다.”

 

 뭔가 어색한 듯, 쭈뼛거리며,

 재현은 고개만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녀가 얼굴가득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전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드시지요.”

 

 똑똑.

 

 철컥.

 

 재현이 집무실에 들어왔다.

 

 집무실 중앙의 소파에

 그의 아버지가 앉아있다.

 

 “여기에 앉거라.”

 

 그가 소파에 앉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과

 무슨 일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의혹이 뒤섞인 표정을 한 채, 재현이

 정적을 깨뜨리며 묻는다.

 

 “이게 대체 전부 무슨 일이죠?”

 “왕국이니, 저하니...”

 “또 저렇게 많은...”

 

 그의 아버지가 차분하게 말했다.

 

 “과거에, 휘나라는 영토를 모두 잃었다.”

 

 “분명 겉으로 드러난 왕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조상들은 충복들과

 함께 살아남으셨고, 그들의 정신 또한

 여전히 계승되고 있다.”

 

 “우리 일족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보호하고 도우며, 그들 또한 우리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지.”

 

 “왕국은 저들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건재하다.”

 

 ‘그런 건가...?’

 

 “건물을 습격했던 자들은

 절망을 먹는 자들.”

 

 “저 자들을 완벽히 제압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진정한 왕 뿐이다.”

 

 “아버지가 왕이 잖아요?”

 

 “나는 그 길을 걷다 실패한 사람이지.”

 

 “과거, 나는 도망쳐버렸다.”

 

 “너의 엄마, 그녀를 잃게 될까 두려워

 늘 도망만 쳤지.”

 

 “하지만 도망치는 걸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지.”

 

 “결국 나는 그녀를 잃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지.”

 

 “나는 죄인이다.”

 

 그는 아버지가 괴로워하는 표정을

 처음으로 보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모든 게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그의 아버지가 씁쓸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한다.

 

 “하지만 너는 다르단다.”

 

 “너는, 피하지 못하더라도

 혹은 피할 수 있더라도

 항상 제대로 마주했지.”

 

 “이제는 니가 그 길을 걸어야 한다.”

 

 재현의 표정은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

 

 “너라는 존재로 인해

 저들은 큰 위기에 처했다.”

 

 “그러니 기를 쓰고 덤벼드는 것이다.”

 

 그 때, 재현은 갑자기 생각난 듯,

 자신의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 저 힘이 더 강해졌어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이요.”

 “갑자기 왜 이런 거죠?”

 

 그의 아버지의 얼굴에서

 고통이 서서히 쓸려나가며

 미소가 밀려왔다.

 

 “우리 혈통으로 내려오는

 이 능력들은 모두 사랑을 통해

 얻게 되지.”

 

 그의 아버지가 갑자기

 재현에게 되물었다.

 

 “사랑이란 건 일방적인 걸까?”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나는 행복하고 그걸로 끝인 걸까?”

 

 “혹은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데,

 그 누군가만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행복할까?”

 

 갑자기 그런 질문을 받은 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겠죠..?”

 

 “그래, 사랑을 하기만 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게 아니야, 사랑함으로써

 그 자신도 사랑을 받을 때,

 그 때, 비로소 행복해지는 것이지.”

 

 “신은 사랑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인간에게는

 더 많은 권능을 허락하신다.”

 

 “니가 그 아가씨를 사랑하는 것만큼

 그 아가씨도 널 사랑하기에 능력이

 더 강해진 것이다.”

 

 “하지만 인간 육체의 한계로 인해,

 아마 힘은 지금 정도가 최대겠지.”

 

 “하지만 너는 보통의 인간보다

 회복 속도가 훨씬 빠르다.”

 

 “그리고 지치기는 하지만

 남들보다는 훨씬 느리게 지치지.”

 

 “그럼에도 무적은 아니어서,

 남들처럼 상처도 입을 수 있지.”

 

 “넌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이제 퇴원하고, 내일부터는

 나에게 배웠으면 하는구나.”

 

 ‘하... 정말, 뭐가 뭔지...’

 

 그가 생각하기에도, 자신은 지금

 모르는 게 너무나 많았다.

 

 “알겠어요.”

 

 그때 불현 듯 그의 머릿속에

 지영이 떠올랐다.

 

 그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와의 황홀했던 키스.’

 ‘그녀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촉감.’

 ‘이제 침대 데이트는 어렵겠네...’

 

 “그럼 일단 오늘은

 병원으로 돌아가 볼게요.”

 

 “니 짐은 내일 사람을 시켜서..”

 

 그의 아버지가 말을 하려다가,

 지영을 떠올리고 미소를 지으며,

 이내 곧 말을 바꾼다.

 

 “그래, 그러려무나.”

 

 “현무단 단장이 병원 쪽으로

 갈 테니, 그와 함께 가려무나.”

 

 “네.”

 

 재현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이게 뭐지...?’

 

 병원 입구 앞쪽에 유리로 된 무언가가

 산산조각 나 있었다.

 

 ‘누가 이런걸...?’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는 그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띵~!

 

 재현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당직실 데스크에 앉아있던

 간호사 누나가 보이지 않았다.

 

 ‘나갈 때만 해도 있었는데..’

 ‘간호사 누나가 없어...’

 ‘순찰...?’

 

 그때, 그의 머릿속에 불현듯

 무언가가 떠올랐다.

 

 ‘왔어! 계획대로야!’

 

 절망을 먹는 자들.

 그들이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재현의 눈이 커졌다.

 

 ‘두근’

 

 ‘설마...!’

 

 그녀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또다시 그에게 손짓했다.

 

 ‘처음부터, 그자들의 목적은 나였어!’

 ‘모든 게 함정이었어!’

 

 철컥.

 

 그는 다급하게 지영이 있던 병실의

 문을 열었다.

 

 “아, 이게 벌써 몇 번째야!”

 “잠 좀 잡시다!”

 

 문소리가 시끄러웠던 건지,

 다른 환자 몇 명이 잠에서 깨버렸다.

 

 그녀의 침대에는 젖혀진

 이불만이 있을 뿐이었다.

 

 깜깜한 병실, 활짝 열려진 문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다.

 

 ‘도망친 걸까?’

 ‘아니면 잡힌 건가?’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른다.

 

 ‘어느 쪽이든 전화를 걸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자신의 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두근’

 

 그는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지 몰라

 두려웠다.

 

 우우웅-

 우우웅-

 

 가까이에서 진동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달칵.

 

 그는 진동소리가 나고 있는

 그녀의 옷장 문을 열었다.

 

 ‘하...’

 

 옷장 바닥에 그녀의 폰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약간의 기대가 순식간에

 실망으로 바뀌어버렸다.

 

 누군가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아 쫌 자자고!”

 

 하지만 그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역시 잡혀간 걸까..?’

 

 ‘분명히 간호사 누나가

 관계있을 텐데...’

 

 철컥.

 

 그는 당직실로 향했다.

 

 데스크 위에 간호사 누나의

 폰이 올려져있었다.

 

 그걸 보자,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영이의 폰이 왜 하필,

 옷장 바닥에 있었지?’

 

 ‘주머니속도 아니고...?!!!’

 

 ‘숨었다가, 폰을 흘린 건가??!!’

 

 ‘그러면 아직 잡히지 않았을 거야!’

 

 ‘그럼.. 지금 쫓기고 있는 건가..?’

 

 ‘어디로 가야하지..?’

 

 톡톡.

 

 지영은 행복한 꿈을 꾸며

 자고 있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아들과 함께,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남편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가 막 두 사람을 안으려 할 때,

 누군가가 그녀의 단잠을 깨웠다.

 

 재현의 담당간호사가 자신의 입술에

 검지를 대고 있었다.

 

 그녀는 엄청나게 차분한 눈빛으로

 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지금 위험하니까,

 일단 저 옷장에 들어가.”

 

 그녀는 위험하다고 말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사람.. 이상해...’

 

 하지만 그녀는, 그 간호사의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에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머리맡에 있던 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 안에 들어갔다.

 

 철컥.

 

 그녀가 나갔다.

 

 저벅.

 저벅.

 저벅.

 

 철컥.

 

 누군가가 들어왔다.

 

 저벅.

 저벅.

 

 남자들이 기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야 없잖아! 이러면 못 죽인다고!”

 “없어, 그 여자가 거짓말할 리는

 없는데 말이지.”

 “도망친 거야.”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온 두려움이,

 그녀의 눈썹을 한껏 치켜 올렸다.

 

 혹시나 무언가가 새어 나올까봐,

 그녀는 폰을 쥔 채,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못 죽인다고?!!!’

 ‘날 죽이러 온 거야?!!!’

 

 죽인다는 그 말이, 그녀에게

 과거의 죽을 뻔했던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살인마의 웃는 얼굴.

 

 씨익-

 

 ‘살아있었구만.’

 

 초점을 잃어버린 채,

 떨리고 있는 그녀의 눈.

 

 그녀의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했다.

 

 툭.

 

 옷장 속에 있던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폰을 떨어뜨렸다.

 

 스윽-

 

 저벅. 저벅.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발소리를 들으며, 그녀의 두 눈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그녀의 심장이 미친 듯이 고동친다.

 

 ‘옷장 바로 앞까지 왔어...!’

 ‘난 죽을 거야!!!’

 

 그녀는 두려움으로 인해

 금방이라도 비명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는 힘이 풀려버린 두 손을

 사정없이 밀어붙여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온몸을 벌벌 떨면서.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재현이 떠올랐다.

 

 ‘너랑 행복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나 살고 싶은데...’

 

 그녀의 머릿속에서 그와의

 짧았던 추억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머릿속에서

 방금 전까지 꾸고 있던

 행복한 꿈이 재생되었다.

 

 ‘나 살고 싶어!’

 ‘재현아!!!’

 

 스으윽

 

 누군가의 손이 옷장 손잡이에 닿았다.

 

 쨍그랑-

 

 휙-

 

 갑자기 병원 밖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바깥이야!”

 “빨리 잡아야 돼!”

 “그자의 절망이 보고 싶다고!”

 

 그 사람들은 순식간에

 병원 밖으로 나갔다.

 

 병실에 있던 환자들이 잠에서 깼다.

 

 “아니 뭐, 저런 미친 것들이 다 있어!”

 “대체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이제 좀 조용해졌으니,

 일단 좀 자요, 자!”

 

 철컥.

 

 잠시 뒤 간호사가 들어왔다.

 

 똑똑.

 

 그녀가 옷장을 두드렸다.

 

 옷장의 문이 열렸다.

 

 그 간호사가 입을 꽉 틀어막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던 지영의

 손을 잡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이리로 오렴.”

 

 살았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그 간호사를 보자마자,

 그녀가 느끼던 두려움이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몸속에서

 힘이 솟아났다.

 

 ‘도대체.. 뭐지..?’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마치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듯

 간호사를 따라갔다.

 

 둘은 병실을 나가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병원은 5층 건물이었지만,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던 그녀에겐

 옥상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을 터였다.

 

 그런데 그 간호사의

 손을 잡고 있어서인지,

 그녀는 숨조차 차지 않았다.

 

 옥상에서는, 세상을 꽉 채우고 있는

 정적 때문에 병원 밖에 있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여자는 틀린 적이 없어, 없다구!”

 “분명 병원에 있을 거야.”

 “병실을 다시 찾아보자!”

 

 “그래 다시 올라가자!”

 

 그자들은 다시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to be continued...

 
작가의 말
 

 "이리로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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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과로만이 살 길. 2020 / 8 / 4 254 0 5887   
9 8화. 노을빛으로 물들었다. 2020 / 8 / 4 278 0 5333   
8 7화. 신으로부터 받은 선물. 2020 / 8 / 3 270 0 7475   
7 6화. 좋은 일에는 마가 낀다. 2020 / 8 / 3 250 0 5985   
6 5화. 더하기 2020 / 8 / 2 268 0 6920   
5 4화. 호구일까, 영웅일까. 2020 / 8 / 2 275 0 5716   
4 3화. 눈은 따뜻하게 내렸다. 2020 / 8 / 2 263 0 5328   
3 2화. 선택의 결과 2020 / 8 / 2 280 0 5050   
2 1화. 선택 2020 / 7 / 31 281 0 5296   
1 프롤로그. 축복일까, 저주일까. 2020 / 7 / 31 428 0 5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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