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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꿈속에서 봤습니다.
작가 : 정관월
작품등록일 : 2020.7.31

신은 인간존재 그 자체를 아꼈다. 인간의 사악함과 불완전함까지도.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더 빨리 거짓들이 쌓여 갔다. 악이 처벌받기도 전에 더 빨리 새로운 악이 생겨났다. 그래서 인간을 창조한 이래 처음으로, 신이 직접 관여했다. 약한 자를 구하고, 악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깨어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고대왕국, 휘나라 왕실의 적통 후계자 정재현. 신은 그의 혈통에 선물을 주었다. 어쩌면 그것은 축복이자 저주. 그리고 상큼발랄한 소녀 지영. 그들에게 점점 다가오는 거대한 진실.

#꿈 #미래 #달달 #알콩 #달콩 #예지몽 #운명

 
21화. 그의 다짐.
작성일 : 20-08-13 18:55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6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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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깜깜한 밤하늘, 그 아래의 길거리에선,

 화려한 조명들로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는 상가들이 잔뜩 늘어서 있다.

 

 그 길 위에서, 박경식 경위는

 지금 그녀와 나란히 걷고 있다.

 

 그는 이때껏 단 한 번도 이런 미인과

 나란히 걸어본 적이 없었다.

 

 자꾸 두근대는 자신의 심장 때문에

 지금 그의 마음은 굉장히 심란하다.

 

 ‘정신 차려, 난 지금

 일을 하는 중인 거라고.’

 

 ‘이 여자는 경계해야 할 여자야.’

 

 그는 살아오면서 제대로 된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엄청나게 사나운 눈매에 큰 입.

 

 거기다 그리 높지 않은 코.

 

 특히 그 무서운 눈매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었다.

 

 소개팅은 번번이 실패.

 

 사실 그 자신은 잘 알지 못했지만,

 그가 연애를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은

 그의 무서운 눈매가 아니라,

 그의 마음속 깊이 잠재되어 있는

 지독한 두려움이었다.

 

 그도 자신의 아버지처럼,

 아내를 때리는 끔찍한 남자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바로 그 두려움.

 

 그는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이성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미인에 대한 면역이

 전혀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한편으로는

 그녀를 경계해야한다고

 계속 스스로를 다그치면서도,

 아까부터 자꾸 그녀의 맨발이

 눈에 밟힌다.

 

 ‘발이 많이 시리고 아플 텐데...’

 

 마침 그들이 걷고 있는 길 앞쪽의

 노점에서 수십 켤레의 구두가

 환한 조명 아래 대열을 맞추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이 여자는 분명,

 내가 자신에게 복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내가 먼저 구두를 사서는 안 된다.’

 

 두 사람이 그 노점 앞쪽에

 다다랐을 때, 그녀가 멈추어 섰다.

 

 그리곤 굽이 낮은 구두

 한 켤레를 선택했다.

 

 이내 곧 머릿속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계산해.’

 

 그는 지갑에서 만원 한 장을

 꺼내어 지불했다.

 

 ‘휴...’

 

 두 사람은, 그곳에서

 조금 더 걸어서, 마침내

 그가 살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가 살고 있는 곳은

 그들이 지금 서있는 동의 2층.

 

 그는 자신의 집 앞에서

 열쇠꾸러미를 꺼내었다.

 

 열쇠는 총 다섯 개.

 

 일반 집과는 달리 열쇠구멍이

 3개나 더 추가되어있었다.

 

 그는 형사로서 오랜 시간을

 살아오며 많은 흉악범들과

 척을 져 왔다.

 

 그의 곁에는 늘 보복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순간은

 아마도 그가 긴장을 풀고

 완전히 무방비해질 때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어쩌면 그의 집은

 가장 위험한 곳일지도 몰랐다.

 

 철컥.

 

 두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딸깍.

 착.

 탁.

 띠릭.

 드륵.

 

 그는 너무나 익숙하게, 빠른 속도로

 5곳 모두 걸어 잠갔다.

 

 탁.

 

 깜깜했던 거실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잘 정돈되어 있는 집.

 

 그녀가 또 머릿속으로

 그에게 말한다.

 

 ‘넌 참 쓸 만하다니까.’

 

 ‘난 좀 씻을 테니까,

 넌 먹을 걸 준비하렴.’

 

 스윽.

 

 텁.

 

 그녀가 패딩을 벗어 소파에 던졌다.

 

 속옷 자국이 보일정도로

 쫙 달라붙는 원피스로 인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그녀의 너무나 아름다운 몸매.

 

 ‘정신차려라.’

 ‘내가 고작 이런 거에...’

 ‘시체부터 시작해

 오만 끔찍하고 더러운 것들까지,

 웬만한 건, 거의 다 봐온 내가...’

 ‘대체 왜...?’

 

 그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미친 듯이 두근대는 심장을

 최대한 설득해보지만,

 씨도 먹히지 않는다.

 

 그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싱크대 앞으로 가서 섰다.

 

 스르륵.

 

 그녀가 욕실 앞에서 원피스를

 벗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들은 그의 몸속

 모든 신경들이 미친 듯이

 환호를 지르며 그를 자극한다.

 

 꿀꺽.

 

 그는 지금 너무나 돌아보고 싶다.

 

 철컥.

 

 “휴-”

 

 그녀가 욕실로 들어가자,

 그는 잽싸게 방으로 들어가

 예전에 사두었던,

 아직 한 번도 입지 않은

 체육복 상하의를 꺼내어

 욕실 앞에 두었다.

 

 그는 다시 주방으로 가서

 작은 상에 밥과 반찬들을

 세팅한 다음 상보를 덮어

 거실에 두었다.

 

 그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철컥.

 

 그녀가 욕실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때였다.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아까 차려두었던 밥상이 떠올랐다.

 

 ‘밥, 김치, 소고기 장조림, 무말랭이.’

 

 ‘아차, 수저를 안 놓았다!’

 

 ‘아직 옷을 입고 있을 거야.’

 

 그는 그녀가 옷을 다 입을 때까지

 잠깐 동안 기다렸다.

 

 ‘이제 다 입었겠지?’

 

 문밖에서는 이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철컥.

 

 그는 최대한 빨리

 수저를 놓을 생각으로

 다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

 

 텁.

 

 ‘대체 왜, 여기에...’

 

 문을 나서자마자,

 전혀 상상치도 못한 광경에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그는, 그 문 바로 앞에서

 나체로 서있던 그녀와 부딪쳐 넘어졌다.

 

 쿵.

 

 그는 넘어지면서 왼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감싼 채,

 반사적으로 몸을 회전시켜

 자신이 아래쪽에 깔렸다.

 

 분명 그리했을 뿐인데.

 

 그는 지금 무언가가 이상하다.

 

 그의 오른 손에서

 엄청나게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감촉이 전해져온다.

 

 그리고 그의 입술에는

 그것보다 더 부드럽고 촉촉한

 것이 닿아있다.

 

 그에게 가장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그 자신보다 더 많이 놀란 듯한

 그녀의 활짝 커진 눈.

 

 그녀 자신이 거기에 그런 상태로

 서있었으면서 경악하는 듯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꺄아~악!!!

 

 아파트 전체를 뒤흔드는

 엄청난 비명소리.

 

 짝!

 

 퍽!

 

 콱.

 

 손바닥으로 무언가를

 찰지게 때리는 소리.

 

 주먹으로 무언가를 찍는 소리.

 

 거기다 주먹이 딱딱한 뼈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정신이 들었을 때,

 김민아 씨는 마치 잠에서 깬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눈이 엄청나게 무섭게

 생긴 남자와 그녀의 입술이

 맞닿아 있었다.

 

 거기다 자신의 몸에는

 작은 실오라기 하나

 걸쳐져 있지 않았다.

 

 그리고 가슴 한 쪽에서

 전해져오는 뭔가 거칠거칠한 느낌.

 

 그녀는 재빨리 상체를 일으키며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비명을 내질렀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자,

 그 남자는 눈을 꾹 감았다.

 

 그녀는 잽싸게 그녀의

 모든 힘을 다해 쓰러져 있는

 남자에게 불싸다구를 날렸다.

 

 짝!

 

 그리고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내리쳤다.

 

 퍽!

 

 얼굴이 아팠던지 그 남자는

 가드를 올렸다.

 

 콱.

 

 그녀는 계속 필사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저기, 윽.. 저 죄송한데...

 제 말 좀, 윽.. 들어주세요..”

 

 “저는.. 겨, 경찰입니다...”

 

 “경찰이, 경찰이 이러면 더 안 되지이!!!”

 

 “이 더러운 자식!”

 

 얼마나 때렸을까.

 

 그녀는 주먹이 아파서

 더 이상 때릴 수가 없었다.

 

 힘도 이제 다 빠졌다.

 

 그녀의 주먹이 멈추었다.

 

 그 때, 그 남자가 말했다.

 

 “저기, 일단 욕실 앞에

 체육복부터 입어주세요..”

 

 그 남자는 아직도 눈을 감고 있었다.

 

 ‘설마... 그래서 눈을 감은 거?!’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로 문 앞에

 체육복 상하의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계속 그를 경계하며

 재빨리 체육복을 착용했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있다.

 

 스윽.

 

 그의 손이 주머니에 들어갔다.

 

 그녀가 깜짝 놀라 큰 소리로 외쳤다.

 

 “움직이지 마!”

 “이 변태자식아!!!”

 

 스윽.

 

 그가 주머니에서

 자신의 폰을 꺼내었다.

 

 스으으-으윽

 

 그가 자신의 폰을

 그녀에게로 힘껏 밀었다.

 

 “저기 혹시 가족이나

 도움을 요청할 분이 있으시면

 연락하세요.”

 

 ‘뭐지?! 범죄자였던 거 아니었어?!!’

 

 그녀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하다.

 

 ‘혹시 몰라, 나를 방심하게

 하려는 수작인지도.’

 

 그는 속으로 자신을 책망했다.

 

 ‘내가 경솔했어.’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지?’

 

 ‘이제 난 그냥 성범죄자로

 살아가게 될 지도 몰라.’

 

 “너 이 변태 새끼 내가 전화걸 때,

 허튼 수작할 셈이지?”

 

 “하...”

 

 찰그랑.

 

 그는 천천히 자신의

 바지 뒷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내었다.

 

 드르륵 틱.

 드륵 틱.

 

 그는 눈을 감은 채,

 스스로에게 수갑을 채웠다.

 

 ‘뭐야?!’

 

 그녀는 잽싸게 자신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전화를 받자마자

 자신의 딸부터 찾는다.

 

 “민아니?!!”

 

 분명 그녀의 엄마가

 모르는 번호였을 것이다.

 

 그건 엄마의 감이었을까, 아니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까.

 

 그 따뜻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녀는 참고 있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엉엉, 엄마-아”

 

 “흑흑.. 민아야... 어디 있어?!”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엄마의 흐느끼는 목소리.

 

 “민아야, 거기 어디야? 흑흑”

 “우리 민아, 엄마가 많이 미안해...”

 

 “엉엉, 엄마-아”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누워있던

 그에게도 그녀의 엄마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그가 울고 있는 그녀에게

 주소를 말해주었다.

 

 그녀는 너무나 두려운 마음에

 엄마와의 전화를 끊지 못한 채,

 계속 흐느끼며, 자신의 엄마를

 기다렸다.

 

 잠시 뒤, 그녀의 엄마와

 양복을 입은 남자 그리고

 여자 네 명이 그곳으로 왔다.

 

 그녀가 자신의 엄마의 품에 안겼다.

 

 “엄마!”

 

 “민아야, 흑흑...”

 

 “엉엉-”

 

 “엄마, 나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흑흑..”

 

 그녀의 엄마가 그녀의 등을

 살포시 토닥여준다.

 

 “괜찮아... 이제는 괜찮아...”

 

 지금 지영은 재현의 병실에서

 그의 다리 위에 머리를 누이고

 그 제목 없는 책을 읽고 있다.

 

 그녀는 책을 읽으며

 궁금한 것들을 그에게 하나씩

 물어보고 있다.

 

 그녀가 커진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휘나라 왕실의 후손...?”

 “그럼 재현이 너 왕족이야?”

 

 그가 조금 부끄러워하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으, 응.”

 

 그녀가 계속 그를 올려다보며

 또 묻는다.

 

 “직계 왕족?”

 

 그는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 왕족이라 말하는 게

 왠지 이상하고 어색하다.

 

 “그, 그래.”

 

 그녀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또 묻는다.

 

 “그럼 만약, 이 나라가

 아직 남아있었으면,

 재현이 넌 정말로 왕자님이겠네...?”

 

 그가 뭔가 어색한 듯,

 말끝을 흐리며 대답한다.

 

 “아마.. 그렇지 않을까...”

 

 그녀의 표정이 엄청나게

 장난스러워졌다.

 

 “그럼 뭐 혹시 왕가의 보물이나,

 숨겨둔 재산 같은 건 없어?”

 

 그의 표정도 어느새 장난스러워졌다.

 

 쪽.

 

 그가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이건 나보다, 물욕을 앞세운 벌이야.”

 

 그녀가 귀여운 웃음으로 응수한다.

 

 “히힛.”

 

 쪽.

 

 그가 다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이건 너무 귀엽게 웃은 벌.”

 

 그녀가 두 볼을 발그레하게

 붉히며 수줍어하며 말한다.

 

 “나.. 오늘 벌 좀 많이 받는 듯...?”

 

 그러다 어느새 또,

 마치 나비를 보고 신기해하는

 아기사슴처럼 눈을 뜬 채,

 그에게 묻는다.

 

 “아참, 여기서 선아라는 사람이

 왕세자님의 첫사랑인 거지...?”

 

 “응, 그래.”

 

 그녀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이 사람은 죽음을 앞두고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웃어주다니...”

 

 그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묻는다.

 

 “너라면 어떨 것 같아...?”

 

 그녀는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난, 너무 슬플 것 같아.”

 

 “사랑하는 사람을 외롭게 두고...

 혼자.. 떠나야 하는데.”

 

 단지, 그런 상황을 가정한 것만으로도

 그녀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재현이 한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꼬옥 쥐고, 다른 한손은 그녀의

 볼에 갖다 대며 말한다.

 

 “나는 절대로 그럴 일 없을 거야.”

 

 “난 절대로, 나보다 먼저 널

 보내주지 않을 거고, 너보다 먼저

 떠나가지도 않을 거야.”

 

 쪽.

 

 그가 또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잘 아셨죠? 예쁜 공주님?”

 

 그녀가 수줍게 웃으며

 그의 손을 꽉 잡는다.

 

 “헤헷”

 

 그녀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네, 멋진 왕자님.”

 

 그가 그녀에게 확신을 주자,

 안도감에 취한 그녀의 눈이

 마치 마법처럼 스르륵 감긴다.

 

 스윽.

 

 그는 아주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그녀의 머리를 받쳐 든 채,

 자신의 다리를 빼내며 그 빈자리에

 푹신한 베개를 놓았다.

 

 틱.

 

 그는 자신의 팔에서

 링거바늘을 빼내었다.

 

 도르륵.

 

 그는 병상 커튼을 조용히 연 다음

 잠든 그녀를 들고 조심스럽게

 복도로 나왔다.

 

 어느새 소등시간이 가까워져

 병원전체가 조용해졌다.

 

 저 멀리 그의 담당간호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꾸벅.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는 그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병실로 걸어갔다.

 

 그는 곤히 잠든 그녀를

 그녀의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스으윽.

 

 쪽.

 

 그가 이불을 덮어준 후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잘 자. 나 다녀올게.’

 

 사실 그는 지난 밤,

 두 개의 꿈을 꾸었다.

 

 그는 꿈속에서 보았다.

 

 그 꿈속에서,

 

 그녀가 그의 병실로 오다가,

 급하게 병실 밖으로 나가는 사람과

 부딪혀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치는 꿈이었다.

 

 그는 아무도 깨지 않은

 고요한 새벽에 홀로 잠에서 깼다.

 

 창밖은 아직 깜깜했다.

 

 분명 꿈에서 본 그 순간은

 아침일 거라는 감이 왔지만,

 

 ‘혹시 아니면 어떡해?’

 

 그녀가 관계된 일이었다.

 

 그에게 있어 그녀라는 존재는

 너무나 소중했기에,

 단지 직감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새벽부터 병실 입구에서

 서성거렸다.

 

 몇 시간이나 서성인 걸까?

 

 꿈에서 본 그 남자가 급하게

 재현의 옆을 스쳐지나가는 순간,

 그도 바싹 뒤따라 나갔다.

 

 병실을 나선 그의 눈에 휘청거리며

 뒤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그녀가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그는 그의 초인적인 신체능력을

 활용하여 마치 축지법처럼,

 그녀와의 거리를 줄여,

 가까스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녀를 그의 품으로

 잡아당겼다.

 

 몇 시간 동안 얼마나

 마음을 졸이고 있었던지

 그녀를 품에 안았을 때,

 그는 너무나 안도해서,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에

 뽀뽀를 해버렸다.

 

 그리고 나중에 그는 후회했다.

 

 ‘지영이가 오기 전에

 그냥 내가 지영이 병실에

 먼저 가면 됐잖아!!!’

 

 ‘그 난리를 치다니.. 이런, 멍청한...’

 

 인간인 이상,

 항상 최선의 선택만 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

 

 그리고 두 번째 꿈속에서

 그는 분명히 보았다.

 

 그 꿈속에서는,

 

 오늘 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이

 그를 찾아온다.

 

 꿈속에서 그는 아버지가

 보내서 왔다고 했다.

 

 두 사람이 탄 차가 큰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기 위해 멈추면

 라이트도 켜지 않은

 커다란 덤프트럭이 뒤에서 덮친다.

 

 그 덤프트럭은 두 사람이 탄 차를

 앞으로 쭈욱 밀고 나아간다.

 

 그대로 교차로 건너까지

 밀려 나가면, 또 하나의 덤프트럭이

 라이트를 환하게 밝힌 채,

 그들의 반대편에서 역주행을 하며

 그들이 탄 차를 덮친다.

 

 두 사람이 타고 있던 차는

 두 덤프트럭 사이에서

 마치 깡통캔이었던 것 마냥

 완전히 납작하게 찌그러진다.

 

 그리고 그 찌그러진 고철덩어리에서

 피인지, 기름인지 모를

 검붉은 액체가 천천히 흘러나온다.

 

 그 천천히 흘러나오는 액체를 보며

 웃고 있던 덤프트럭의 운전자들은

 모두 두 눈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작가의 말
 

 짝. 퍽. 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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