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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꿈속에서 봤습니다.
작가 : 정관월
작품등록일 : 2020.7.31

신은 인간존재 그 자체를 아꼈다. 인간의 사악함과 불완전함까지도.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더 빨리 거짓들이 쌓여 갔다. 악이 처벌받기도 전에 더 빨리 새로운 악이 생겨났다. 그래서 인간을 창조한 이래 처음으로, 신이 직접 관여했다. 약한 자를 구하고, 악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깨어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고대왕국, 휘나라 왕실의 적통 후계자 정재현. 신은 그의 혈통에 선물을 주었다. 어쩌면 그것은 축복이자 저주. 그리고 상큼발랄한 소녀 지영. 그들에게 점점 다가오는 거대한 진실.

#꿈 #미래 #달달 #알콩 #달콩 #예지몽 #운명

 
16화. 흔적
작성일 : 20-08-10 18:22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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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뜩 빨개진 얼굴을 한 채,

 병실로 돌아온 지영은

 목발을 옆에 두고 침대에 누웠다.

 

 ‘부끄러워...’

 

 그녀는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어썼다.

 

 그러다 갑자기 재현이 한

 말들이 떠올랐다.

 

 ‘꿈속에서 미래를 본다니..’

 ‘그동안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겠지...’

 

 그녀가 그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동안 재현이 겪어왔을 외로움과

 고독감에 대한 안타까움만이

 그녀의 마음속으로 밀려들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러다 그녀의 눈에

 기쁨의 빛이 차오른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한테 말해줬어...’

 

 ‘나를 믿어줬어..!’

 

 그녀는 덮고 있던 이불을

 확 열어젖힌 후, 창가로 갔다.

 

 그가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어, 저 사람은,

 그 때 그 형사님이잖아..?’

 

 ‘음...’

 

 그녀는 자신의 침대로 돌아와서

 다시 누웠다.

 

 그녀의 머릿속에

 또 다시 그 여자가 떠올랐다.

 

 ‘저년이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군!’

 

 그 여자의 그 표정을 떠올리자

 몸이 으스스 떨렸다.

 

 ‘눈에서 녹색 빛이 났다고 했지...?’

 

 ‘맞아 그 때 분명,

 저 형사님을 조종했어!’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재현이에게 집착하는 거지?’

 

 ‘뭔가가 더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그녀는 새로 장만한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기존에 쓰던 폰은,

 병원에 실려 왔을 때,

 방전이 된 건지, 꺼져있었다.

 그후론 아무리 충전을 해도

 더 이상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재현이 폰은

 그 여자가 가져갔겠지...?’

 

 “휴-”

 

 그녀는 그새 또

 그가 보고 싶어진 건지,

 다시 창가로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재현이 그의 아버지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얼마 전에도

 재현의 병실에서

 그의 아버지를 보았다.

 

 ‘어, 저분은 아버님이다.’

 

 ‘미래의 시아버님...?’

 

 그녀의 볼이 또 빨개졌다.

 

 ‘그런데, 표정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데...?’

 

 ‘무슨 일이지..?’

 

 재현은 아직도 벤치에

 혼자 앉아있다.

 

 시원한 겨울바람이

 그의 얼굴을 스쳐지나간다.

 

 ‘시원하다...’

 

 차가운 바람이 그의 씁쓸한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아... 잠시만 이대로..

 생각을 멈추자.’

 

 그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을 자던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어서, 붉은 노을 아래에서

 그녀와 나누었던 입맞춤의 순간도

 떠올랐다.

 

 단지, 그녀를 떠올린 것만으로도

 그의 마음이 치유되는 듯했다.

 

 ‘목발소리...?’

 

 어느샌가, 지영이 그에게 다가와

 옆 자리에 앉았다.

 

 “아, 날씨 좋다!”

 

 지영이 일부러

 그의 기분을 풀어주려

 너스레를 떨었다.

 

 “이제 반성은 충분히 했겠지?”

 

 그녀가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다.

 

 “쪼오-금?”

 

 그도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아니, 아직 반성이

 한참 덜 됐잖아?”

 

 그녀의 얼굴이 그에게

 점점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그녀가

 갑자기 그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약간의 통증과 함께,

 그녀의 몸에서

 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무언가 한없이 말랑말랑하고

 포근한 느낌까지 더해졌다.

 

 그는 헤드락에 걸린 채로

 몸에 힘을 빼고,

 가만히 그 상황을 즐겼다.

 

 ‘아프다기 보단 따뜻하고 좋은데..?’

 

 그에게서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자,

 그녀가 놀라서 헤드락을 풀었다.

 

 “괜찮아...?”

 

 그녀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생각보다 터프한 공주님인데...?”

 

 ‘내가 공주...!’

 

 그녀의 얼굴 전체에 미소가

 100% 충전되었다.

 

 “공주... 헤헷...”

 

 그녀가 수줍게 웃었다.

 

 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건지

 깨닫고는 쑥스러워졌는지

 갑자기 말을 더듬으며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 그.. 그러니까..”

 

 “내, 내가 왕자님이니까..”

 

 “넌, 공주님이지...”

 

 그는 어차피 속마음을 말해버린 김에,

 계속 밀어붙인다.

 

 “사실, 그날 그 노을 아래에서...”

 “뽀, 뽀뽀 했던 날..”

 

 그의 얼굴이 화산폭발 직전이다.

 

 “그날 병실에 올라가서 그...”

 “문자를 보내려고 했었거든...”

 

 그의 지나칠 정도로 수줍어하는 태도에

 그녀는 웃음이 터졌다.

 

 “푸훗!”

 

 그녀의 눈빛에는

 장난기가 반, 기쁨이 반

 섞여있었다.

 

 “뭐라고 보내려고 했는데..?”

 

 “그...”

 

 “그러니까...”

 

 “그게, 그...”

 

 “계속 그렇게 뜸만 들일 거면,

 나 이제 그만 병실로 돌아간다...?”

 

 그녀가 웃는 표정으로

 목발을 짚고 일어섰다.

 

 마침내 화산이 폭발했다.

 

 “오, 오늘부터 1일!!!”

 

 그는 급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주위에 산책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들에게 쏠려버렸다.

 

 그녀가 다시 그의 옆자리에 앉아,

 그에게 팔짱을 끼며 머리를 기대었다.

 

 ‘따뜻하다.’

 

 ‘몇 번을 맡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향기.’

 

 그도 자신의 머리를

 천천히 그녀의 머리에 기대었다.

 

 둘의 얼굴에는 따뜻한 행복감이

 잔잔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그렇게 지영과 재현 두 사람은,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한참동안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

 

 재현의 병실 창문으로부터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시선.

 

 스윽.

 

 재현의 침대 위에

 책이 한 권 놓여졌다.

 

 저벅.

 저벅.

 

 재현을 뒤로한 채,

 경직된 표정으로 병원을 나서는

 재현의 아버지.

 

 사실 그의 마음은

 조금 착잡했다.

 

 ‘서서히 때가 되어가는 군.’

 

 그가 병원 앞 길가로 가자,

 검은 차 한 대가 다가와 섰다.

 

 트득.

 

 조수석에서 누가 내려서

 말없이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트득.

 

 재현의 아버지가 뒷좌석에 올랐다.

 

 텁.

 

 텁.

 

 부르-응

 

 차가 출발했다.

 

 차는 도심 속 거대한 빌딩 앞에서

 멈추어 섰다.

 

 투득.

 

 텁.

 

 재현의 아버지가 차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가자,

 입구를 지키는 보안요원들이

 90도로 허리를 숙여,

 깍듯이 인사를 한다.

 

 그가 탄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그가 내리자,

 맞은편의 데스크에 앉아있던

 여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허리를 숙여

 그에게 인사를 한다.

 

 “조사는 얼마나 진행되었지?”

 

 그가 그렇게 말하자,

 그 여직원이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로 대답한다.

 

 “현재 전국에서 20여곳

 찾아냈습니다.”

 

 그가 단호하게 말한다.

 

 “단 한 곳도 빼먹지 말고

 모두 찾아내도록 하게.”

 

 “네, 전하.”

 

 “그리고 재현이 앞으로

 폰을 하나 바로 개통시켜 주게.”

 

 “그리고 재현이가 퇴원을 하면

 곧 후계자 수업을 시작해야할 테니,

 그것도 준비해두게.”

 

 “네, 그리하겠습니다.”

 

 그가 안쪽의 집무실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는 넓은 집무실의 가운데에 있는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후-”

 

 그가 병원에서 재현을 본 이후로,

 죽은 아내에 대한 기억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우리 아이를 잘 키워주세요.’

 

 그녀가 그에게 했던 말.

 

 ‘이젠 많이 컸다오...’

 

 그는 지영을 떠올렸다.

 

 ‘재현이에겐 이미 지켜주고 싶은

 사람도 생겼다오.’

 

 아내가 살아있을 때,

 그는 지금 그가 앉아있는 소파에서

 그녀를 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소파에는 그와 그녀의

 추억이 가득 담겨있었다.

 

 사실 이 소파뿐만 아니라

 집무실 곳곳에

 그녀의 흔적이 가득했다.

 

 여러 종류의 서적이

 가득 꽂혀있는 책장들.

 

 그가 일을 하는 동안,

 심심했던 그녀는 자주 책장 앞에서

 책을 찾아보곤 했었다.

 

 한쪽엔 1인용 침대도 있다.

 

 일하는 그를 기다리느라

 꾸벅꾸벅 졸던 그녀를 위해

 집무실에 침대를 마련해두었다.

 

 ‘이젠 많이 낡았군.’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그는 차마 그것을 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한쪽엔 커다란 금고가

 두 개나 있었다.

 

 하나는 최신식 금고.

 

 다른 하나는

 꽤 오래되어 보이는 금고다.

 

 하지만 둘 다 비밀번호는 똑같다.

 

 아내의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한동안 그의 아내는

 자신이 직접 금고를 털어주겠노라고

 그에게 협박을 해댔다.

 

 ‘어찌나 귀여웠던지...’

 

 그녀는 정말로 포기하지 않고

 한 달 동안 금고에 붙어살았다.

 

 ‘딸깍!’

 

 금고가 열리는 순간 들려오던

 그 맑은 소리가 집무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이성을 잃고는

 일하고 있던 그에게 달려들어

 그를 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그도 처음엔 당황했지만

 물러서지 않고 응수했다.

 

 눈치 빠른 그의 비서는

 재빨리 퇴근했다.

 

 두 사람은 그날,

 좁은 1인용 침대에서

 밤새도록 서로를 탐닉했다.

 

 ‘아마 그때였지...?’

 

 그녀는 분명히 그날,

 재현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아내와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름과 동시에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한동안 괜찮았는데...’

 

 “하-아”

 

 그는 한숨과 함께 마음을 다잡고

 소파에서 일어나, 자신의 책상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새 결제서류가 잔뜩 쌓여있었다.

 

 자신의 아들이 또다시

 죽을 위기에 빠진 것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펜을 집어 들었다.

 

 스윽.

 

 샤라락

 샤라락

 샤라락

 

 그가 쌓여있는 서류들에

 결제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서류에서

 그의 손이 멈추었다.

 

 ‘이건...!’

 

 ‘드디어 흔적을 찾아낸 건가...!’

 

 저벅.

 저벅.

 

 스으-윽

 

 박경식 경위는 다시 폐가로 왔다.

 

 ‘어차피 다 불에 타버렸는데,

 흔적이 남아있을까...?’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욕망이

 그를 다시 이곳으로 이끌었다.

 

 그때 그 폐가는

 이제는 불에 완전히 타서 무너졌다.

 

 그 불로 인해 집주위의 눈은 녹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온통 하얗게 눈으로 덮여있다.

 

 휘이-잉

 

 겨울 산의 차가운 바람에

 그는 폐부가 얼어붙는 것 같이 느꼈다.

 

 ‘빨리 둘러보고 가야겠어.’

 

 저벅

 저벅

 

 ‘확실히 집이 작지는 않군.’

 

 파지-익

 

 불에 타서 약해진 자재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겨울 산의 적막함을 흔든다.

 

 파쉭

 

 그는 불타버린 잔해들 위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머릿속에,

 다른 방들과 비교했을 때,

 이상할 정도로 깨끗하게 느껴졌던

 그 방이 떠올랐다.

 

 ‘위치상으론, 여기가 그 방인가...?’

 

 지금은 바닥까지 다 타버렸다.

 

 푸쉭

 

 탁

 

 새까맣게 타버린 바닥이

 부서지면서, 그의 발이

 무언가 딱딱한 것에 닿았다.

 

 ‘이게 뭐지?’

 

 ‘바닥이 나무였던 건가..?’

 

 ‘그럼 이 딱딱한 건 뭐지...?’

 

 파식

 

 탁

 

 퐈식

 

 탁

 탁

 

 ‘돌인가...?’

 

 그는 그 잔해 속을 계속 걸었다.

 

 아까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거실이 있던 쪽의 타버린 바닥에도

 분명히 아래쪽에

 딱딱한 뭔가가 있다.

 

 그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들 싹 모아가지고

 여기로 좀 와봐라.”

 “삽이랑 해머 같은 연장도

 넉넉히 챙겨오고.”

 

 그와 그의 부하들은

 불타고 남아있는 잔해들을

 완전히 제거했다.

 

 분명 집이 있던 자리의 땅에

 시커먼 무언가가 묻혀 있다.

 

 널찍한 바위.

 

 꽤나 거대한 바위였다.

 

 딱 그 집이 차지하던 공간만큼

 널찍한 바위였다.

 

 ‘도대체 이게 뭐지...?’

 

 ‘바위 위에 지어놓은 집이라...’

 

 ‘그리고 그곳 근처에서 발견된

 여러 구의 시체들...’

 

 ‘그리고 이 장소에서 두 번이나

 본 그 학생들까지...’

 

 “윽...!”

 

 그는 갑자기 머리에 통증을 느꼈다.

 

 그리고 마치 환각처럼,

 엄청나게 예쁜 여자가 한 명 보였다.

 

 ‘누구지...?’

 

 그 여자가 자신에게 다가와서

 귀에 대고 말한다.

 

 ‘너 말이야, 꽤 쓸 만하다구?’

 

 ‘이건 환상인가...?’

 ‘아니면 기억인 건가...?’

 

 철컥.

 

 멸치대가리를 따면서

 딸을 기다리던

 김민아 씨의 엄마.

 

 콩나물 대가리까지 다 따고,

 지금은 마늘을 까고 있다.

 

 벌써 밤 12시가 다 되어간다.

 

 그녀는 평소처럼 자신의 딸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야이 기지배야,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렇게 입고,

 이렇게 늦게까지 돌아다녀?!”

 

 “날씨는 또 얼마나 추운데,

 그러다 감기 걸리려고 환장했어?!”

 

 그녀의 딸은 그녀를 보고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

 

 그녀에겐 익숙한 광경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딸은

 그녀에게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게 되었다.

 

 아마, 그녀의 남편이

 죽은 후부터였을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사업가였다.

 

 하지만 믿었던 동업자가

 배신하는 바람에

 살고 있던 집도 팔고,

 그녀의 딸이 소중히 여기던

 첼로도 팔았다.

 

 전 재산을 잃었다.

 

 비록 빚은 없었지만,

 그녀의 딸은 더 이상

 자신이 좋아하던 첼로 연주를

 계속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녀의 남편은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안 되어 술만 마시다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일했다.

 

 한 때,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대접받고 살아오던 그녀였을 텐데,

 편의점, 식당, 가정부까지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임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녀의 거칠어진 손에는

 그런 간절한 마음의 흔적이

 상처의 형태로 잔뜩 남아있다.

 

 그녀의 딸도 고등학생 때부터

 첼로를 포기하고

 계속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간절히 하고 싶었던 일을,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포기했던

 그 순간, 그녀의 딸은 어쩌면

 그녀뿐만 아니라 잔인한 세상

 모두에게 마음의 문을

 닫게 된 건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그 문이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며

 더 악착같이 잔소리를 했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가 이상했다.

 

 “그가.. 돌아온 거야...”

 “역시 그가 맞았어...”

 “이번엔 꼭 내가...”

 “가지는 거야..”

 “하지만.. 어떻게...?”

 “그년만 처리하면 되잖아?”

 “그래, 쥐도 새도 모르게..”

 

 그녀의 딸은 혼잣말로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년을 처리해...?’

 

 뭔가 무서운 내용.

 

 그녀의 엄마는,

 딸의 그런 모습에

 그저 눈을 크게 뜬 채,

 얼어붙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

 

 쾅.

 

 그녀의 딸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무서운 무언가가 지나간 자리에

 그녀는 여전히 얼어붙은 채,

 아무 말도, 어떠한 행동도

 할 수가 없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덜까진 마늘을 손에 쥔 채,

 그녀는 한참동안 그렇게

 앉아있을 수밖엔 없었다.

 

 to be continued...

 
작가의 말
 

 화산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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