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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7人7色 아이돌과의 가상연애
작가 : 엘리신
작품등록일 : 2020.7.31

이름도 없던 소속사의 연습생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7명의 청년들.
365일 지속되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서서히 지쳐갈 무렵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소속사가 케이블 방송사와 연계하여 리얼 가상연애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20대 중,후반이 되도록 연애한번 제대로 못했었다. 친한 걸그룹도 없었다. 그저 아이돌이
되기 위해 피땀만 흘리며 살았던 7명의 멤버들은 곧장 멘붕이 오고야 마는데...


*이 소설은 실제 연예인 보이그룹을 모델로 하여 80%이상 재 구성된 가상 아이돌 로맨스 소설입니다.*

 
살며시 스며드는 느낌
작성일 : 20-08-05 20:38     조회 : 81     추천 : 3     분량 : 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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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지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1:1 대화는 조금 민망했다.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제 방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등 뒤에서 윤재가 조용히 불렀다.

 

 “저기, 지원아?”

 

 서로 말을 완전 트기로 주방에서 결의를 맺은 상태였었다, 지원이 뒤돌아 윤재를 바라보았다.

 

 평소 무관심의 대명사인 그가 여자인 지원을 은밀히 부르는 것은 멤버들 사이에서 큰 이슈였다.

 

 “내 방에 미니작업실이 있는데 구경 올래?”

 

 평소 음악적으로 친분이 있던 사이라 사실 제일 낯설지 않은 것이 장점이었다. 지원은 그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각종 음향기계들과 미디기계들, 컴퓨터와 피아노가 한대 모여 있었다.

 

 “우와, 작업실 멋지네요.”

 “진짜 작업실은 소속사에 있고 여긴 그냥 내 방 한쪽에 마련된 미니 작업실이지.”

 “그래도 여기서 수많은 곡들이 탄생했을 텐데요.”

 “뭐 그런 셈이지. 전에는 개인 작업실이 없었으니까.”

 

 그는 푹신한 의자를 내어주고 다른 나무 의자를 빼와 앉았다. 그러고는 악보를 하나 내밀었다. 아직 멜로디를 입히지 않은 원초적인 음원이었다.

 

 “이번에 하나 쓴 건데…그냥 도입부분이야. 들어볼래? 사실 극비인데.”

 “네. 듣고 싶어요.”

 

 지원의 말에 그가 피아노를 만지작거렸다.

 

 잠시 후, 잔잔하지만 밝은 연주가 시작되었다. 도입부분이라더니 사실은 꽤 많이 진전이 되어 있는 멜로디였다.

 

 역시 작사 작곡에 능한 프로듀서다웠다. 윤재가 멜로디 연주를 마치고 수줍은 듯 웃었다. 지원은 손뼉을 쳐주었다.

 

 “멋져요. 뭔가 밝고 로맨틱한 느낌이랄까. 원래 보이그룹에서는 흔하지 않는 멜로디인데요. 혹시 의뢰 받으신?”

 

 그러자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직 아니야. 습작인 멜로디인데 네가 좋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중간부분부터 아직 만들지 못했고 특히 가사는 쓰기가 어렵더라고. 음을 보면 사랑얘기가 적당한데 뭐 해봤어야 알지.”

 

 이때 그녀가 밝게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그러는 저는 뭐 연애 능력자라 달달한 가사 쓰나요? 다 상상력이 99%에요.”

 

 참 이상했다. 분명 오늘 처음 자세히 만났고 대화를 나눴고 같이 밥을 먹었다. 음악적으로 친분이 있다 해도 거의 여러 사람들 사이에 껴서 얼굴을 본 것이 고작 몇 번이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지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들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지금은 야심한 시각이었다.

 

 규칙에 정해진 취침시간까지는 약 한 시간이 남았다. 방안에 여자와 단 둘이 있다는 것이 윤재에게도 어색하였다.

 

 “흠흠, 이것은 이번에 새로 구입한 미디인데.”

 

 그가 기계를 보여주었다. 누를 때마다 박자를 맞춰서 음이 발생되었다. 보통 노래에 입혀지는 사이버 음을 말했다.

 

 “너도 눌러볼래?”

 

 낯설지는 않았지만 사실 직접 프로듀싱을 해 본적은 없었다. 그녀가 버튼 한 개를 눌렀다. 딩딩 하는 음이 나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버튼을 눌렀다. 댕댕! 이번에는 다른 음이 나왔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그것을 윤재가 제가 작곡한 멜로디에 입혔다.

 

 피아노 음에 미디까지 들어가니 꼭 드럼을 입힌 것처럼 경쾌하였다. 윤재는 가만히 지원의 손가락을 눈여겨보았다.

 

 손톱이 길지 않고 정갈하였다. 또한 살결이 희고 고왔다. 괜히 가슴이 두근거려 미칠 것만 같았다. 이따금 보이는 지원의 입술이 붉고 예뻤다.

 

 윤재는 저도 몰래 침을 꼴깍 삼키고 말았다. 그는 미디에 빠져 있는 지원을 두고 고개를 숙인 채 한숨을 쉬었다.

 

 ‘오늘 밤 잠은 다 잤네.’

 

 그가 막 다시 고개를 들자 지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어색한 듯 그의 눈을 피해 피아노를 지그시 눌렀다.

 

 윤재는 저도 몰래 피아노 위에 있던 그녀의 손가락에 제 손을 얹고 말았다. 먼저 놀란 것은 지원이었다. 하지만 손가락을 치워내진 않았다.

 

 윤재는 그녀의 손가락과 합체가 되어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렇게 간단한 연주를 끝내고도 윤재는 손을 떼지 못했다. 아니, 그대로 얼어붙었다.

 

 고등학교 이후 다시 연애는 못할 줄 알았다. 이대로 나이만 먹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무슨 황당한 조화일까.

 

 가상연애 프로그램 핑계로 이렇게 제 심장이 널을 뛰고 있었다.

 

 “저기…….”

 

 이때 지원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이때 정신을 차린 윤재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 이만 갈게요.”

 “더 있지 왜?”

 “오늘 첫날 촬영하느라고 좀 피곤해서요.”

 “아, 그렇겠네. 미안해. 오래 붙잡았지.”

 “괜찮아요. 앞으로 또 볼 일 많잖아요. 오빠도 이만 쉬세요.”

 

 그녀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윤재가 직접 방문을 열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방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다른 6명의 멤버들이 얼굴을 모아들고 엿듣고 있었다. 당황한 윤재가 그들을 사정없이 노려보았다.

 

 “아, 너희들 진짜…”

 “하하하. 재미있게 노셨습니까?”

 “놀지 않았거든. 우리 음악얘기 나눴어.”

 “누가 물어봤나? 형, 수상하네.”

 

 리더가 눈을 갸름하게 뜨고는 그를 보았다. 그러자 윤재가 고개를 휙 돌렸다. 윤재는 일단 그녀가 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비켜주었다.

 

 그러자 지원은 방문 밖으로 나가서 멤버들 사이에 서 있었다. 이때 눈을 새초롬하게 흘기면서 태영이 윤재에게 집요하게 물었다. 윤재의 표정이 사뭇 피곤해 보였다.

 

 “정말 아무것도 안 했지? 진짜지? 내가 형 믿어도 되는 거지?”

 “진짜 날 뭐로 보고. 저리 안가.”

 

 그가 소리치자 다들 물러나기 시작했다. 웬만하면 화를 안내는 편이었지만 오늘따라 목청이 높았다.

 

 이럴 때는 슬슬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그러나 윤재는 문을 닫다 말고 듣고 말았다. 멤버들이 자신을 오해하는 이야기를.

 

 “하긴 그렇지. 우리 윤재 형, 저 노인네가 여자라고 해서 막 흥미를 보일 사람이 아니지.”

 “맞아. 저 형이 그럴 일이 없어. 성인군자 뺨치는 사람인데.”

 “여자보다 잠이 더 중요한 사람이야.”

 

 무슨 그런 억측들을 하는지 리더가 먼저 말을 꺼냈다.

 

 윤재는 보통의 성격답게 방문을 확 닫아 버리고 큰 한숨을 쉬어대었다. 아마 7명 중에서는 최초로 지원의 손가락을 잡은 이가 본인이었다.

 

 ‘그런데 참 웃기지? 손목도 아니고 손가락인데 왜 이리 떨려?’

 

 연애 처음도 아니면서 정말 웃겼다. 윤재는 괜히 소파에 누우면서 스윽 미소를 지었다.

 

 한편, 피곤한 그녀였지만 석재의 부름으로 발코니로 향했다. 워낙 숙소가 넓고 앞뒤로 소박한 정원이 있어서 산책하기 나쁘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늦었고 추웠다는 것이 문제였다.

 

 “춥지? 이거 덮어.”

 

 언제 준비를 해온 것인지 그가 담요 하나를 지원의 어깨에 직접 둘러주었다. 본의 아니게 터치를 했지만 이미 연장자인 그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지원도 편하게 대했다.

 

 “오빠, 고마워요.”

 “저기 한강 보여?”

 “네, 한강이랑 가까워서 그런지 분위기 정말 좋아요.”

 

 눈앞에 보이는 한강이 꽤나 아름다웠다. 전망 하나는 정말 좋은 그들의 숙소라 살짝 부러웠다. 석재는 무슨 할 말이 있었을까. 얼굴만 보면 미남인데 말을 하면 아재였다.

 

 “지원아. 신이 아이를 낳으면 뭘까? 맞혀봐.”

 

 순간 당황스러운 그녀였지만 이내 대답하였다.

 

 “잘 모르겠는데요?”

 “갓난아이지. 하하하.”

 “풋, 그렇군요.”

 

 지원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살포시 웃었다. 28년을 여자와 철벽을 쌓았다. 오로지 6명의 동생들만 알고 산 그의 마음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왔다.

 

 “미안, 어색함을 깨기 위해서 아재개그 계속 한 건데. 사실은 방송에서처럼 내가 그리 활발하진 않아. 나도 얌전할 때는 되게 얌전하거든.”

 

 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석재의 말에 동의했다.

 

 “네, 아무래도 큰 형님이다 보니 일부러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것 같았어요.”

 

 그녀의 정확한 지적에 석재가 해맑게 미소 지었다.

 

 “맞아. 난 우리 애들 정말 내 가족처럼 생각해.”

 “업어 키웠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네요.”

 “그렇지. 매일 붙어 있어도 너무 귀엽고 기특한 동생들이야. 그리고 난 그 애들을 사랑해.”

 

 그는 나이에 맞게 자상하고 생각도 깊은 남자였다. 평소의 그의 모습이 진실은 아니었다. 석재라고 해서 일이 피곤하지 않을까. 그래도 항상 맨 마지막까지 동생들을 챙긴다고 들었다.

 

 “아, 춥지? 시간 늦었는데 이만 들어갈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누구와 데이트 하고 싶어?”

 

 갑작스런 그의 질문에 지원은 다소 고민하였다. 사실 사심으로 치면 한 사람이 물망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동등한 데이트였기 때문에 순서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이왕이면 오빠 뽑아라. 썰렁한 데이트는 만들지 않을 걸. 재미없고 어색하기로 유명한 요주의 인물이 있긴 해. 우리 막내? 친해지기 전에는 아마 대화가 어려울 거야.”

 

 왜 그러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둘러서 물었다.

 

 “그래도 오빠는 막내를 좋아하시잖아요?”

 “그렇지. 만약에 막내가 너를 선택하고 좋다고 하면 아마 난…“

 

 그의 마음을 충분히 알 것만 같았다. 사실 나이로 치면 3살 터울이라 석재가 훨씬 나았다. 하지만 나이가 맞는다고 다 연애하는 건 아니었다.

 

 “제 취향도 있으니까요. 일단 생각해보고 잘 뽑아보도록 할게요.”

 

 그리 말하고는 먼저 거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누가 장난을 쳐놨는지 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당황한 지원이 뒤를 돌아보자 석재가 욱해서 소리쳤다.

 

 거실 안에서는 킥킥 웃는 소리만 들렸다. 하여튼 틈만 나면 장난을 치는 이들은 진정한 보이그룹이었다.

 

 “아, 이것들이 정말. 누구 얼어 죽게 만들려고 그러나. 어서 문 안 열어.”

 

 둥둥 창문을 두드리고 부르자 코너에서 몰래 얼굴을 내미는 현석이 보였다.

 

 “아우, 저 자식은 우리 멤버들 중에서 제일 활달해.”

 

 석재의 화에 현석이 다가와 문을 열어주었다.

 

 “하하하, 미안해. 둘이 모습 분위기 있고 좋기에 야간데이트 하라고 일부러 잠갔지.”

 “그런다고 못 들어 오냐? 난 괜찮은데 지원이가 감기 걸리면 어떡해.”

 “역시 우리 맏형.”

 

 지원은 별 말 없이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제 방으로 들어왔다. 일곱 남자 아이돌과의 첫날 과제가 끝이 났다.

 

 다행히 별 문제도 없었고 다들 다정하고 착한 사람들이었다. 어쩌면 순수하다고 해야 할까.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예의도 바른 그들이었다.

 

 “휴. 다들 괜찮아. 그게 고민이네. 일단 씻고 나올까.”

 

 그녀는 서둘러 방안에 딸린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왔다. 책상에 올려놓은 화장품을 바르고 잠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누웠다.

 

 제 집, 제 방이 아니라 낯선 남자의 방이라 그런지 쉬이 잠이 오지는 않았다.

 

 ***

 

 정민은 태영과 현석의 침대 사이 아래쪽에 이불을 깔았다. 이내 불을 끄고 이내 누웠다. 이때 태영이 중얼거리듯이 말을 꺼냈다.

 

 사실 아침에 있는 음악방송 사전녹화 때문에 일찍 자야했다. 그러다 그들도 지원처럼 긴장이 된 상태라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있잖아. 지원이 참 괜찮은 여자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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