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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여동생을 주워 왔더니 마교 교주라고 합니다만?
작가 :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9.11.10

여동생이 가지고 싶었던 나. 어느날 갑자기 그 꿈이 이루어졌다.

 
여동생과 학교를 가자(6)
작성일 : 19-11-10 15:14     조회 : 37     추천 : 0     분량 : 8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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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동생의 적응력은 놀라울 정도로 훌륭했다. 찰떡처럼 붙어서 이런저런 것들을 떠들어주는 아이들이 있는 것도 그에 한몫했다. 첫날만큼은 아니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도 연비의 주위에는 위성처럼 맴돌고 있는 녀석들이 있었다.

 

  마치 결계 같다. 여동생과 즐거운 학교생활을 즐기고 싶어도 다가갈 수가 없다. 나쁜 물이 들지나 않았으면 좋겠네. 난 쓸데없는 걱정이나 하는 오빠로 전락했구나.

 

 “후후, 어째 심심한가 봐? 나랑 수다나 떨까?”

 

  갈색 단발머리가 커튼처럼 시야에 드리워졌다.

 

 “까, 깜짝이야! 가깝잖아.”

 “뭐 어때? 키스하는 것도 아닌데.”

 “멍청아! 그런 부끄러운 소리를 막 이런 데서 하지 마.”

 

  다른 사람에게 들리면 어쩌려고 그러냐. 것보다 유리 얘는 어째 전보다 좀 더 들이대는 것 같다. 그것도 풋풋하게 관심만 주는 것과 다른 형태로.

 

  뭔가…… 최근 점점 적극적인 여성이 되어가는 느낌…….

 

  유리를 대하는 건 연비 이상으로 힘들다. 근래에 들어서는 더 그랬다. 결국 놀러 갔을 때도 전혀 그런 이야기를 하지 못했고, 그 이후에도 변화가 없다.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긋고 싶은데 이 녀석은 그런 남의 속도 모르고 매번 이렇게 날 당황케 한다.

 

  요망한 녀석들뿐이다. 내 고등학교 생활은 시작부터 글러먹은 거라고!

 

 “야, 한성호. 뭐 하냐? 매점이나 가자.”

 

  오오, 구세주의 등장이시다.

  교실 문에 기대어 서 있는 소년에게 찬사를 보내며 일어났다.

 

 “그럼 난 태수하고 일이 좀 있어서.”

 “흐음, 그러면 나중에 이야기하자.”

 

  눈웃음을 치며 물러나는 유리의 말이 목을 꽉 조인다. 몇 년은 폭삭 늙어버린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태수에게 다가갔다.

 

  남자다운 각진 골격이 두드러지는 이 덩치 큰 녀석은 내 베프인 신태수다. 이 녀석에게도 여동생이 있다. 내가 매일 귀여운 여동생이라는 신비의 존재를 꿈꿀 때 현실 남매의 썰을 풀며 훼방 놓는 놈. 하지만 가장 인생 상담을 많이 한 상대이기도 하다.

 

  초췌한 육신을 끌고 가 보니 그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아이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듣느라 바쁜 나의 여동생, 연비에게.

 

 “오, 저게 네가 말하던 여동생이냐? 좀 더 빨리 와서 볼 걸 그랬네. 우리 집 돼지하고는 차원이 다르군.”

 “아니, 나도 최근에는 돼지 같은 게 아닐까 하고 고민하는 중이야.”

 “뭐? 크흐흐, 역시 그렇지? 이뻐해 줘봐야 열받게만 한다니까. 그래도 넌 먼 친척이니까 좀 낫겠다. 최소한 행동은 조심스럽게 할 거 아니냐.”

 

  행동이라…….

  조심스럽고 나발이고 집에 가면 방에 틀어박혀서 얼굴 보기도 힘들다.

 

  당최 집에서 뭘 하고 있는지 알아야지. 넓은 집으로 이사 가니 어째 가족 관계가 더 소원해진 것 같다. 이따금 찾아가 방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을 때도 있고.

 

  학교에서라도 잘 지내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다.

 

  연비는 첫날 이후 내게 눈짓하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

  혹시 마음 상한 게 있었나 싶어 물어보고 싶었지만 다가가기가 힘들었다.

  집이나 학교나 똑같다.

 

 “그런데 넌 왜 그렇게 바빠?”

 

  복도를 거닐며 묻자 기다렸다는 듯 힘찬 태수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 나 본격적으로 운동 시작했다? 고등학생도 되었으니까 제대로 준비해 보려고.”

 “운동? 태권도랑 합기도 했었잖아. 설마 그거냐?”

 “아니아니, 축구.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 아카데미 같은 데 다닌다고 했었잖아. 중학교 때는 취미로만 했으니 좀 늦은 감이 있긴 한데 그래도 도전해 보려고. 일단 체대를 목표로 하고 있어.”

 

  의외다. 나에 버금갈 정도로 생각 없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가뜩이나 나보다 큰 그가 두 배는 더 거대해 보인다. 구체적으로 밝힌 포부가 감탄스러웠다.

 

  아니지, 마냥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내 꿈은 여동생을 갖는 거잖아! 그 논리로 치면 나도 꿈을 이룬ㅡ

 

 ‘그거 하고는 다르지. 쩝, 현실도피 하지 말고 나도 슬슬 고민해 봐야겠네.’

 

  축구라. 확실히 이 녀석하고 어울린다. 취향은 나와 비슷하지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체육계로 보이는 놈이니까. 이야기를 듣고 나니 짧게 자른 머리마저 운동선수의 그것처럼 보인다.

 

  비록 반은 달라졌지만 같은 학교에 진학해 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좋았다. 흘러가는 시간의 선 위에서 함께 달린다고 느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이미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있었다.

 

  그렇게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힌 채 초코우유 하나를 집어 들었는데.

  옆에 딸기우유 하나가 추가되었다.

 

 “엥? 뭐냐 이거.”

 “너희 집 갑자기 사정이 좋아졌다며. 우유 하나만 사줘~. 이번 달 용돈 전부 다 써버렸어.”

 

  이 자식! 자기가 오자고 한 주제에.

 

  나도 용돈 인상은 아직이라고. 한숨을 내쉬며 지갑을 다시 열었다. 아버지가 이번 출장에서 돌아오면 반드시 이 부분을 강하게 어필해야겠다.

 

 “고맙다 한성호. 잘 마실게.”

 “그래라.”

 “너도 슬슬 이 형님처럼 목표를 정해서 움직여라. 너나 나나 공부파는 아니잖아. 목표 하나쯤은 만들어야 해.”

 “남이 사준 우유를 쪽쪽 빨아먹으면서 뼈 때리지 마라. 그리고 나도 뭔가 남들과 다른 꿈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

 

  킥킥거리고 웃는 태수가 아니꼬워 뱉은 말인데, 뒤늦게 아차 싶었다. 거들먹거리는 이 자식 때문에 나도 모르게 없는 말을 하고 말았네. 큰일이다. 이 페이스대로면 분명히 물어볼 텐데.

 

 “엥? 그게 뭔데?”

 

  역시!

  으으, 어쩌지?

  뭐라고 대답하지?

 

  그때 불현듯이 한 단어가 머릿속을 스쳤다. 반쯤 넋이 나간 채 나도 모르게 그것을 읊조린다.

 

 “……무림고수?”

 “…….”

 

  여동생 생각을 하도 많이 한 탓인지, 아무래도 내 사고 회로가 고장 난 것 같다.

 

 

 

 

 

  다음 수업은 체육이었다. 점심식사 직전이 체육이라니, 밥맛은 좋겠네. 그래서인지 다들 열의가 넘쳐 보인다. 어차피 나야 별로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크게 다를 건 없겠지만.

 

  우리 학교 급식은 꽤 맛있는 편이었다. 벌써 2주일째 급식 사랑에 푹 빠져 있는 여동생의 말을 빌리자면 분파 하나를 내어줘도 아깝지 않을 맛이라고 한다. 대체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맛있다는 것에는 동감했다.

 

  그래서 밥 먹을 시간이나 기다리며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있는데…….

 

 “이제 슬슬 반 친구들끼리 얼굴도 익혔지? 오늘은 단합이나 할 겸 남녀 합동 피구나 할까? 하하, 참고로 빠지면 벌점이다.”

 

  체육 선생님이 끔찍한 제안을 내놓았다.

 

  피구라니! 초등학생이냐? 어떻게든 쉬고 싶었던 나의 본성이 꿈틀거리며 반발한다.

 

 “반장~ 애들 반반 나눠서 정렬시켜봐. 너희 반 스물 네 명이지?”

 

  틀렸다. 저 선생님은 지금 나까지 자신의 계획에 포함시켰다. 24명이니 내가 빠지게 되면 팀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크아아 성실한 교사 같으니! 자율 체육은 학생의 자유에 맡겨야 하는 게 아니었냐!

 

 “뭘 그렇게 혼자 부들부들 떨고 있어?”

 

  어느새 다가왔는지 연비가 속삭이듯 묻는다. 왈칵 솟아올랐던 속을 애써 누르며 탄식했다.

 

 “피구를 한다고 하잖아. 그냥 수업을 하거나 알아서 자유롭게 놀게 두는 편이 좋은데.”

 “그게 뭔데?”

 “저기, 한성호. 폰 내놔. 다 같이 참여해서 피구해야 한다고 폰 걷으래.”

 

  환장하겠다. 이젠 사생활마저 없애려 하는 것인가!

 

  다가온 반장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입술을 깨물었다. 학급에 노는 애들이 없어 보여 좋았는데 그게 나비효과가 되어 이런 상황이 발생할 줄은 몰랐다. 매번 끼리끼리 모여 게임이나 하고 휴대폰이나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체육 선생이 판을 짠 것이다.

 

  단합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며.

  그렇게 분노를 불태우고 있는 날 여동생이 툭 떠밀었다.

 

 “하아, 어쩔 수 없네. 다 같이 참여한다고 했지? 내가 캐리할게.”

 “……그런 말은 또 언제 배웠냐.”

 “게임.”

 

  이 녀석들, 내 귀한 여동생에게 뭘 가르치고 있는 거야!

 

  머리를 긁적이며 연비를 훑어보았다. 말은 고마운데 과연 이 녀석이 요즘 초등학생도 잘 안 한다는 피구에 대해 얼마나 알지가 걱정이다.

 

 “너 룰은 알아?”

 “한쪽이 던지면 한쪽이 피하거나 잡는다. 다시 역공한다. 그게 끝 아닌가?”

 

  틀린 건 아닌데 뭔가 모호하네.

 

  그래도 조금 기쁘다. 여동생의 오빠를 생각해 주는 마음 씀씀이가 갸륵하다.

 

 “대신 그거, 오늘 확답해줘야 해.”

 “그거?”

 “무공 배울 거냐고 얼마 전에 물어봤었잖아. 왜 대답해주지 않는 거야.”

 

  크윽, 집요한 녀석. 갸륵하다는 말은 취소다.

 

  연비는 그 말을 꺼낸 이후로 내게 집요하게 무림인의 길을 걸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오늘 태수에게 헛소리를 하기도 했고.

 

  고민이 되는 건 당연하다.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내가 그런 걸 배워도 될지 의문이었고, 표면상으로는 내 몸 하나 정도는 직접 간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여동생의 의견이 주를 이루었지만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도 있다. 거기다가 최근 거리를 두고 있는 여동생이 내가 그런 걸 터득해 버리면 멀리 떠나버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다시 말해 난 그것이 여동생과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걸 확신할 수 없다.

 

  오래 떠들 시간이 없었다. 선을 다 그린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하는 수없이 연비와 함께 터덜터덜 모여 있는 아이들에게 갔다.

 

  크윽, 벌점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된 이상 누구보다도 빨리 공에 맞아서 아웃되야지. 으으, 귀찮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시합에 임했다.

 

  초반은 루즈하게 흘러갔다. 다들 귀찮은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오가는 공은 약하기 그지없었고 부정 아웃을 저지르고 싶어도 내게 공이 오질 않는다.

 

  망할, 공격도 인기인에게 하는 거냐.

 

  유리는 적. 연비는 아군. 양 팀의 공격은 모조리 그 두 사람에게 집중되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야!”

 

  불이 붙은 건 우리 팀의 여학생 하나가 좀 까부는 녀석의 공에 쓰러졌을 때였다.

 

 “야! 그렇게 세게 던지면 어떡하냐?”

 “아 뭐 어때. 피구라는 게 다 그렇지.”

 “괜찮아?”

 

  삼삼오오 모여서 위로해주는 여학생들과 달리 그 앞을 가로막고 위풍당당하게 나서는 한 소녀가 있었으니.

 

 “다 했지?”

 

  내 여동생, 한연비 되시겠다.

 

 “야, 연비야. 너 설마 진심으로 던질 작정은 아니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충분하니까ㅡ”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여동생을 말리려 했지만,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다. 여동생의 손아귀에 잡혀 있는 배구공에서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 저게 뭐야? 야! 유리를 지켜!”

 “이쪽이 남자가 더 많아. 뭉치면 어떻게든 막을 수 있어!”

 

  가급적 저걸 보고 기권했으면 했는데, 오히려 의욕들이 만땅으로 차올랐는지 스크럼을 짠다. 가장 앞에 선 키 큰 친구의 표정은 비범하기 짝이 없었다. 백만 대군을 상대로 돌격하는 장군처럼 위엄이 넘친다. 그걸 대하는 연비의 패기도 하늘을 찔렀다.

 

 “본좌가 캐리한다.”

 

  화르륵.

 

  내 눈을 의심했다.

  다른 아이들도 경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체육 선생님은 아예 혓바닥을 내밀고 돌이 되어 버렸다.

 

  불타고 있다. 느낌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실제로 불타고 있는 것이다. 영화 특수효과라도 되는 듯 연비의 손에 들려 있는 배구공은 뜨겁게 타오르며 기괴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자, 잠깐만!”

 

  잡을 준비를 하던 남학생은 이미 패닉에 빠져 버렸다. 장군의 위엄은 고사하고 죽음을 직면한 병사의 낯빛만도 못하다.

 

  새파랗게 질린 그의 사정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 연비는 힘차게 뛰어오르며 전력으로 공을 던졌다.

 

 “받아 보거라! 이것이 본좌의 불꽃슛이다!!!”

 

  쿠오오오오~!

 

  이미 공의 흔적은 온데간데없는 화염구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날아갔다. 마교 교주가 전력으로 투구한 걸 제정신으로 받아낼 수 있는 ‘고등학생’이 우리 반에 존재할 리 없었다.

 

  콰아앙!

 

 “우아아악!”

 “꺄아악~!”

 

  거센 폭발과 함께 터져 올라가는 흙기둥.

  시야를 가리고 있던 자욱한 흙먼지가 잠잠해지자 상대 진영의 상황이 똑똑히 보인다.

 

 “훗, 훗, 후. 흐응~ 겨우 그 정도냐.”

 

  자랑스럽게 콧대를 세우며 지껄이던 여동생은 주저앉아 있는 체육 선생님을 향해 외쳤다.

 

 “뭐 하나! 점수를 세야지.”

 

  셀 게 뭐가 있냐.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남학생들의 시체가 가득한데. 나름 힘 조절은 했는지 크게 다치거나 죽은 학생은 없었지만 운동장에 쓰러져 꿈틀거리는 폼들이 시체와 다름없다.

 

  유리와 뒤쪽의 여학생들은 멀쩡했다. 물론 그건 겉으로 보기에만 그렇고, 속으로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거다.

 

  백지장이 되어버린 그들은 서로의 면면들을 돌아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건 더 이상 피구 시합이 아니다.

 

 “세상에.”

 “저게 인간이야?”

 “어떤 무술을 배우면 저런 걸 할 수 있는 거야? 쟤 정체가 뭐래?”

 

  윽. 이쪽도 시끄러워졌네.

 

  저 바보 같은 녀석. 어쩐지 순순히 정체를 밝히더라. 마교 교주라는 게 딱히 비밀스러운 일은 아닌가 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학교는 어떻게 다니려고 저러는지. 튀고 싶다는 걸 말릴 수는 없지만 보나 마나 이 일은 단순한 이슈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틀림없이 징계 위원회 같은 곳에 회부되어ㅡ

 

 “크, 크윽! 우랴아아아앗!”

 

  갑자기 쓰러져 있던 남학생 중 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가장 앞에서 연비의 공격을 고스란히 받아낸 키 큰 애다.

 

 “이렇게 되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남자의 자존심이 있지, 한 방에 무너질 줄 아냐!!”

 

  저 자식은 또 왜 저렇게 터프해. 이렇게 되면 선생님의 판단에 맡겨야겠다. 이미 내 힘으로는 말릴 수 없으니 기왕이면 큰 징계 없이ㅡ

 

 “오, 오오오! 멋지다! 너희들 드디어 제대로 청춘을 즐기게 되었구나!! 한연비! 안됐지만 아웃은 없다. 봐라. 네가 던진 공은 사람을 맞추지 못하고 떨어졌어.”

 “…….”

 

  저 선생님은 또 왜 저래. 엄청나게 불타오르고 있네.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 건가? 아니면 상식이라는 게 파괴된 세상인가? 저런 걸 직접 목격하고도 저런 반응을 보일 수 있다니. 이건 말도 안 된다.

 

 ‘이 인간들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잖아.’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려는데 어마어마한 살기가 쏟아졌다.

  상대 팀 녀석들이다.

 

 “저 자식이다! 저 녀석이 자기 여동생을 이용해서 우릴 죽이려 했어!”

 “한성호를 죽여라!”

 “아니야 이 자식들아~!!”

 

  이야기가 왜 이렇게 되냐고! 어떻게 하면 이런 막장 전개가 되는데? 이래서야 적당히 맞아서 아웃될 수가 없잖아. 저 공 쥐고 있는 놈 표정 좀 봐라. 드래곤도 때려잡겠다!!

 

  이빨을 딱딱 부딪히며 뒤로 물러나는데, 연비가 그런 내 팔을 잡고 눈웃음을 쳤다.

 

 “훗, 괜찮아. 이제 좀 재미있어진 거잖아? 내가 널 지킬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너 때문에 걱정하는 거거든요?

  하나도 재미없거든요?

 

  토를 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글이글 타오르는 연비와 사람 죽일 듯 노려보는 아이들을 보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 미쳤어. 여긴 내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이렇게 되면 자진으로 나가서 죽을래.

 

 “나, 나는 그냥 나갈랜다ㅡ 흐이익!”

 

  검게 그을린 배구공이 엄청난 속도로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야구공인 줄 알았다. 메이저리그 투수가 던질 법한 그런 직구가 확실히 내 안면을 노리고 지나간 거다.

 

 “끄어어어~ 어딜 가 이 자식아~~ 어어~~~.”

 “미, 미쳤어! 너희들 미쳤어! 유리야! 그 녀석들 진정 좀 시켜봐!”

 “……그런 거야 성호야?”

 “뭐?”

 

  저 녀석은 또 왜 저래. 뭔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웅얼거리는가 싶더니 묘한 표정으로 내게 뭔가를 말하고 있다. 그늘진 얼굴에서 선명하게 안광을 발하고 있는 눈동자에는 기괴한 소용돌이가 치고 있었다.

 

 “연비에게 날 죽이라고 사주했어?”

 “그게 뭔 소리야! 내가 그럴 리 없잖아! 헉!”

 

  또다시 공이 빠르게 지나갔다. 이번에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어느새 나와 연비를 제외한 아이들이 하나 둘 아웃되었다. 연비의 경악스러운 맹공에 굳어 있던 그들은 상대팀의 적의를 감당하지 못하고 쉽사리 목숨을 내준 것이다.

 

  어느새 결계처럼 속공으로 이어지는 패스 안에 나와 여동생만 갇힌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게 바로 선배들에게 배운 고려고 전통, 농구부 표 오복성 패스다!!”

 

  농구부 들어간 녀석이었냐. 큰 키에 터프한 성격이니 잘 어울리기는 하네. 문제는 이게 농구가 아니라 피구 시합이라는 거지. 그것도 남녀 혼합으로 진행하고 있는 반 단합 피구 시합이란 말이다!

 

  오망성처럼 늘어선 상대팀의 포지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속공!

  그 간격이 조금씩 좁혀지며 나와 여동생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사, 살려줘 연비야. 저 자식들 좀 말려봐. 네가 부추긴 거잖아!”

 “괜찮아. 이제야 재미있어진 거잖아? 꽤 쓸만한 무공을 보여주니, 나도 적당한 답례를 해야겠지.”

 “하지 마! 무공 아니야! 그러지 마!”

 

  말리거나 말거나 당당하게 적의 맹공 앞으로 나선 연비는 하늘로 뛰어오르며 손을 뻗었다.

 

 “지금이다! 우선 수호부터!! 앗, 공이?”

 

  갑자기 자석에 빨려 들어가듯 허공으로 상승하는 배구공. 아이들이 당황해하는 사이, 그것은 연비의 손아귀로 들어가 버렸다.

 

 “후후후, 본좌는 화경의 고수다. 허공섭물(虛空攝物)쯤은 능히 펼칠 수 있다는 걸 왜 모르는가!”

 

  또 나왔다. 진지하거나 흥분하면 튀어나오는 이상한 무협지 컨셉.

 

  그리고 난 알고 있다. 연비가 저 모드가 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죽어라! 이것이 본교 최강의 투구법인 악마슛이다~!!!”

 

  그딴 게 마교에 있겠냐.

  무림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순간이었다.

 

 

 

 

 

  점심시간에 줄지어서 배식을 기다리는데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들었어? 2반에 무슨 초능력자가 있대.”

 “남자애들 반 정도 전부 양호실에 드러누웠대 더라.”

 “운동장에 끔찍한 악마의 형상이 솟아올랐었대.”

 

  글렀다.

  여동생과의 행복한 남매 라이프는 고사하고 학교생활도 글렀어!

 

  오빠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고뇌하든 말든 여동생은 콧노래를 흥얼대며 배식을 기다린다. 멋대로 일을 저지른 주제에 머릿속에 밥 먹을 생각밖에 없다니, 정말 대단한 녀석이 아닐 수가 없다.

 

 “성호야, 네 여동생 굉장하더라.”

 “우어어어어!”

 

  깜짝 놀랐네. 유리잖아. 언제 왔는지 눈치채지도 못했다. 떨어질 뻔한 간을 다독이고 있는데 연비가 거만한 시선으로 뒤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흐음, 패배자 안녕?”

 “후후후후. 다음에는 지지 않을 거야.”

 “글쎄? 똑같을 것 같은데.”

 

  왜 승부욕을 드러내는지 모르겠다. 이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무엇에 의한 것인지 뭘 노리고 하는 건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냥 내 시간이 과거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한숨만 연거푸 쉬고 있는데, 연비의 얼굴이 바싹 다가왔다. 질렸다는 듯 쳐다보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여동생은 속삭이듯 말한다.

 

 “확실히 캐리했지? 그럼 이제 오늘부터 당장 수행이야.”

 

  어쩌면 내 인생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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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동생의 정체(2) 2019 / 11 / 10 45 0 5660   
2 여동생의 정체(1) 2019 / 11 / 10 67 0 6311   
1 여동생을 주워 왔다 2019 / 11 / 10 363 0 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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