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
그날, 당신을 그곳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
하연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해답을 알 길이 없었다.
이미 그녀의 인생은 차성준으로 완벽하게 물들어 버렸으니까.
그래서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게 되어버렸으니까.
“나랑 긴밀한 부부 사이를 연기하는 건 어때요?”
“제가 왜 그래야 하죠?”
“그쪽이랑 제일 합이 잘 맞을 것 같아서. 난 그날 밤, 정말 좋았는데 하연 씨는 어땠어요?”
순간 하연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붉게 물들었다.
그렇게 서로의 목적을 위해 그와 단란한 부부를 연기했다.
거짓으로 점철된 결혼 생활은 겉으로 보기엔 매우 완벽했다.
하지만 그 완벽함은 예기치 못한 균열로 산산조각 나 버렸다.
해서 하연은 거짓된 연기의 무대에서 절박하게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제야 찾았네, 윤하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성준의 서늘한 목소리에 하연의 심장이 파르르 떨렸다.
그와 동시에 성준을 바라보던 하연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굳게 다짐했던 그녀의 결심이 일순 흔들리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