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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09 뭐가 귀엽냐
작성일 : 16-09-11 23:45     조회 : 133     추천 : 6     분량 : 7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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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늦잠이다. 늦잠이야! 이러다 지각하겠네.”

  “윤아야, 오늘은 휴일이야.” (*디저트 뷔페는 매주 금, 토, 일에 운영함)

  “나 약속 있어!”

  “약속? 다른 약속 있어? 나랑 한 약속은?”

  “그건 오후잖아! 나 잠깐 어디 갔다 올 테니까 오후에 조리실에서 만나!”

 

 

  윤아는 머리를 제대로 말리지 않은 상태로, 운동화를 구겨 신은 채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급하게 택시를 타고 출발 시킨 뒤, 명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명수야 미안해. 나 지금 빨리 가고 있어. 그런데 학원이 2층? 3층?”

  -윤아니? 천천히 와도 돼. 난 재료 준비하고 있을게. 그리고 우리 학원은 4층이야.

  “아하하……, 4층이구나. 나 금방 갈게!”

 

 

  윤아는 급한 마음에 명수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시계와 창문 밖을 보는 걸 반복하며 기사에게 재촉했다. 기사는 전속력으로 폐달을 밟아 달렸고, 이내 학원에 도착했다. 윤아는 지갑 안을 들여다보았는데 만 원이 고작이었다. 이번 달에 월급을 받아야 할 텐데, 3주 동안 활동 중지를 받는 바람에 과연 월급을 옳게 받을 수 있을지 몰랐다. 윤아는 한숨을 푹 쉬며 제빵 학원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별로 없었는데, 대화 한 번 없이 개인적으로 연습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 중에 명수도 보였다. 윤아는 조심스레 달려가 명수에게 인사를 했다. 명수는 재료를 준비 다 하고 아이디어 노트를 보고 있었다.

 

 

  “저기 있잖아. 나 여기 수강생도 아닌데 이렇게 막 와도 되는 거야?”

 

  “여기 수강생은 오전에 수업 없어. 게다가 지금은 나처럼 연습할 곳이 필요한 사람에게만 한 달에 적은 돈을 주고 연습을 하는 거야. 나도 그렇고 효린도 그렇고. 여기 원장이 옛날부터 나랑 친해서 내 친구 한 명 정도 데리고 와도 별 말 없으셔.”

 

  “아아, 그렇구나. 효린이도 여기 와?”

  “응. 일단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재료들을 잘 눈여겨봐. 보통 케이크 시트를 만드는데 기본적인 재료야. 네가 이번에 만든다고 했던 케이크는 크림이 두텁게 발라진 케이크였지?”

 

 

  윤아가 명수에게 포인트를 다시 돌려주겠다고 다짐하고 며칠 뒤부터, 명수는 윤아가 며칠 내내 열심히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명수는 윤아가 앞으로 더 잘 할 것 같지만 케이크를 만드는 부분에선 부족한 면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의 포인트를 돌려준다고 열심히 하니, 명수는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날 밤, 같은 팀의 멤버인 대현에게 윤아의 전화번호를 받은 뒤에 윤아에게 전화를 했다. 휴일만이라도 자신의 학원에서 도와주겠다고. 윤아는 고맙다고 말했고 그 휴일이 오늘이었다.

 

  윤아는 케이크에 쓰이는 재료들을 아이디어 노트에 적은 뒤, 자신이 이번에 월말평가를 위해 아이디어 스케치를 한 것을 보여주었다. 명수는 꼼꼼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트를 몇 장 넘겨 다른 스케치도 보았다. 꼼꼼하게 그림을 그린 건 물론이고 각마다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 재료를 적은 것이 보였다. 군데군데 여러 번 지웠다가 다시 그린 자국도 보였다. 열심히 했다는 게 티가 났다. 명수는 이 아이디어 노트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오, 너 정말 열심히 했다. 효린이보다 더 열심히 하는 애는 처음 봤어.”

  “효린이도 이렇게 해?”

  “응, 한 때.”

  “한 때?”

  “그럼 여기에 쓰이는 케이크는 아몬드 제아누즈 좋겠다.”

  “응?”

 

 

  윤아는 자꾸만 효린의 얘기를 할 때마다 말을 돌리는 명수가 수상했다. 명수는 자신을 의심하는 눈으로 보는 윤아를 힐끔 쳐다보곤 헛기침을 했다. 명수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는 것 같았다.

 

  “일단 제아누즈라는 건 일반적인 스펀지케이크의 시트야. 흔히 사용하는 기본 반죽이지만 반죽 섞는 게 어려우니까 숙련이 필요해. 아몬드 제아누즈는 아몬드 가루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반 제아누즈보다 묵직하지만 촉촉해. 버터크림처럼 묵직한 크림을 샌드할 때 좋지.”

 

 

  윤아는 그림 밑에 화살표를 길게 늘인 뒤 그 옆에다가 명수가 한 말을 빠짐없이 필기 했다.

 

 

  “나는 버터크림으로 안 쓰는데?”

  “그렇긴 하지만 네 스케치를 보니까 딸기 크기만큼 두꺼운 크림을 샌드 할 거잖아? 그렇담 어느 정도 무게가 있을 거란 말이지. 거기다가 위에 젤리를 올리는 거면 더 무겁겠지? 그러니까 묵직한 크림을 샌드해도 끄떡없는 아몬드 제아누즈가 좋아.”

 

  “아아, 그렇구나.”

  “봐봐, 내가 반죽하는 걸 보여줄게.”

 

 

  명수는 달걀흰자와 설탕을 휘핑해서 단단한 머랭(달걀흰자를 휘핑한 것)을 만들었다. 그 다음에 부속 재료를 넣고 섞었다. 명수는 섞을 때의 손목 힘이 좋았다. 윤아는 그 모습을 부럽게 지켜보다가, 명수가 반죽할 때의 모습을 허공에서 손짓하며 따라했다. 명수는 오븐 팬 위에 유선지와 사각 무스링(무스 케이크 등을 구울 때 사용되는 틀)을 올리고, 다 섞은 반죽을 넣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야. 무조건 오븐 팬을 쳐서 반죽에 있던 공기를 빼야 해. 절대 까먹으면 안 돼. 절대. 알겠지? 절대로.”

  “그, 그렇게까지 강요할 필요는 없잖아!”

  “아니. 너라면 강요해야 할 것 같아.”

  “뭐야 그게. 너도 그렇고 대현이랑 규동이도 다 나더러 그래.”

 

 

  명수는 윤아가 여태껏 조리실에서 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엉성한 건 둘 째 치고 덤벙거리는 성격 탓에 기본 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넘겼던 적이 몇 번 있었다. 명수는 고개를 흔들고 웃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오븐 틀을 오븐에 넣고 구운지 삼십 분이 지났다. 꼬치로 빵을 찔러 묻어 나오는 게 없자, 명수는 무스링(무스 케이크 등을 구울 때 사용되는 틀)에서 완성된 아몬드 제아누즈를 꺼냈다.

 

 

  “잘랐을 때 시트가 보기에 좋지? 네 건 공기를 빼지 않아서 구멍이 많이 나 있었어. 먹어봐봐. 어때?”

  “확실히 촉촉해. 아몬드 가루를 넣어서 그런지 고소한 맛도 나.”

  “그게 아몬드 제아누즈의 특징이야. 이제 네가 만들어봐 봐.”

 

 

  윤아는 반죽을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어려웠다. 명수는 옆에서 반죽하는 것을 도와줬지만, 윤아는 자신의 혼자 힘으로 하겠다며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겨우 반죽을 다 한 뒤, 제아누즈를 구웠다. 맛은 생각보다 좋았지만 반죽할 때의 힘이 부족해서 굽지 않고 반죽하는 연습만 계속 했다.

 

 

  “우리 잠시 쉬자. 너 지금 더 하다간 손목에 무리 가.”

  “아냐, 난 더 할 수 있어. 넌 옆에서 쉬고 있어.”

  “대현이가 너 이러는 모습 지켜봐왔니?”

  “응? 가끔.”

  “그 때 대현이가 너한테 말하지 않았어? 뭘 하더라도 자신의 몸을 생각하면서 하라고.”

  “아…….”

 

 

  ‘멍청아, 몸 다 상해. 잠은 충분히 자란 말이야. 파티쉐의 기본은 체력인데, 아직 실력도 없는 게 체력마저 없으면 어떡하자는 거냐.’

 

 

  “넌 열심히 하는 건 보기에 좋지만 정말 무리한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해. 뭐든 간에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면서 하는 거야. 건강이 좋지 않으면 공부든, 일이든, 노는 것이든, 제대로 할 수가 없어.”

 

 

  명수의 말에, 윤아는 싱크대에서 손을 씻고 명수 옆에 앉았다. 명수도, 규동이도 대현과 달리 친절한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윤아는 학원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효린의 얘기만 할 때마다 말을 돌리던 명수가 떠올랐다.

 

 

  “근데 넌 효린의 얘기를 할 때 마다 왜 자꾸 말을 돌렸어?”

  “내, 내가?”

  “응. 아까 얘기해준다며. 효린이가 나처럼 열심히 노력해?”

 

 

  명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는데, 얼마 가지 못해 명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효린은 로제와인에 들어온 지 일 년 됐어. 너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떻게 로제와인에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덤벙대는 성격에 제대로 할 줄 아는 거라곤 케이크 밖에 없었어. 다른 디저트는 아무것도 못 만들었지. 그래서 애들한테 안 좋은 시선을 많이 받았어. 게다가 효린이는 소심해서 독하게 구는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지도 못했지. 그래서 효린을 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실력은 날이 갈수록 못했어. 할 줄 아는 게 많은 친구들과 격차가 심해진 거지. 울기도 많이 울고, 모진 말도 많이 듣고 그 때 같은 조로 선정 되었던 나와 대현이한테도 피해가 컸어. 로제와인에서의 팀 별 포인트 제도는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대현이한테 만날 심한 소리는 다 듣고 살았지.”

 

 

  윤아는 명수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그래도 효린이는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고 노력 많이 했어. 그 때문에 실력은 날이 갈수록 늘었고 파티쉐 모두 효린을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지. 나는 그런 모습에 이 학원을 제안 했고 같이 학원을 다니게 됐어.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가르쳐 주고 같이 만들고. 그런데 네가 들어오고 나서 노력을 예전처럼 많이 안 하는 것 같아서 그게 걱정이 돼. 뭔가에 초조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윤아……?”

 

 

  명수와 윤아는 고개를 돌렸다. 윤아 뒤에 효린이 서 있었다. 평소에 출근할 때의 옷과 달리 지금 입은 옷은 매우 화사했다. 명수의 얼굴이 심하게 빨개졌다. 윤아는 조심스레 효린에게 인사를 했다. 효린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걸로 보아, 명수가 했던 말은 듣지 못한 것 같았다. 효린은 윤아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명수와 윤아를 번갈아 보았다.

 

 

  “윤아야 네가 왜 여기 있어?”

  “명수가 포인트 쌓는 거 도와준다고 했어.”

  “그래?”

 

 

  효린은 명수와 윤아를 번갈아 보다, 유독 빨개진 명수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명수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갛지? 윤아 얼굴도 왜 저렇고?’

 

 

  명수는 효린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윤아는 효린과 명수를 번갈아 보며, 저번에 언뜻 명수가 원피스를 사줬다는 기억이 났다. 윤아는 효린의 원피스를 빤히 쳐다보며 자신은 화장실에 가겠다며 급히 자리를 떴다.

 

 

  “둘이 그런 사이였구나. 괜히 내가 끼어서는 바보야, 난.”

 

  ‘명수가 효린이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니 괜히 내가 더 부끄럽네. 부럽다, 효린이는…….’

 

 

  윤아는 한동안 화장실의 거울 앞에 서서 혼잣말을 하다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윤아는 조심스레 학원 조리실로 들어갔다. 효린과 명수는 어느새 다정하게 케이크를 만들고 있었다. 윤아는 둘의 사이를 확신한 후 더 이상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조용히 자리에서 돌아와 명수와 효린이 눈치 채지 못하게 정리를 했다. 포스트잇을 탁자 위에 붙인 뒤 그 상태로 학원에서 나왔다. 효린은 명수와 케이크를 만들다가 짐을 싸고 간 윤아를 봤지만 모르는 척 하고 명수와 얘기를 나눴다.

 

  그들이 만들던 케이크를 완성할 때였다. 명수는 뒤를 돌아보았는데, 윤아와 했던 반죽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효린과 케이크를 만드느라 정신이 팔렸던 명수는 그제야 윤아를 떠올리고 급하게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한참 지나있었다. 효린은 명수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눈치를 챘는지, 그 탁자에 가서 포스트잇을 손에 쥐었다.

 

  -나 다른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갈게. 명수야, 오늘 아침부터 일찍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윤아가.

 

  효린은 포스트잇을 구겼다. 명수가 바로 뒤에서 그게 뭐냐고 물었다. 효린은 구긴 포스트잇을 급하게 주머니에 넣으면서 도리질을 했다.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갔데.”

  “그래? 혼자서 잘 만들 수 있으려나…….”

 

 

  명수는 윤아가 나갔던 문을 멍하니 쳐다보며 혼잣말을 했다. 효린은 주머니에 여전히 손을 넣어 포스트잇을 세게 구겼다.

 

 -

 

  “윤아 먼저 와 있었네?”

  “응. 어쩌다 보니 한 시간 일찍 오게 됐어.”

  “우리 이 조리실 써도 돼?”

 

  “응. 외삼촌이 나 활동 중지 받는 동안만이라도 여기서 연습하라고 하셨어. 지난 주 휴일엔 내가 바빠서 너한테 말 못했지만 오늘이랑 다음 주까지는 여기 와서 연습할 수 있어.”

 

 

  규동은 윤아 옆에 앉았다. 노트와 볼펜을 꺼낸 뒤 노트의 빈 페이지를 펼쳤다. 막 이론 수업을 하려 규동과 윤아가 바짝 붙어 앉을 때 쯤 대현이 조리실에 들어왔다.

 

 

  “너희가 여긴 어쩐 일이야?”

  “외삼촌의 허락을 받고……. 너는?”

  “나도.”

 

 

  대현은 이미 오래 전부터 휴일 때마다 로제와인의 조리실에 와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규동은 그 때서야 매 휴일마다 어디론가 가버린 대현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대현은 규동과 윤아의 가까운 거리를 힐끔 쳐다보고는 다른 조리대에서 짐을 내렸다. 그러고는 자신의 아이디어 노트를 꺼내 그에 맞춰 재료를 구했다. 규동은 대현이 재료를 준비하는 것을 보고 볼펜을 쥐었다.

 

 

  “우린 우리할 거 하자.”

 

 

  윤아도 자신의 노트를 펴고 규동의 이론 수업을 들었다.

 

 

  “네 케이크 위에 사용되는 젤리를 만들 때 쓰이는 재료는 두 가지의 종류가 있는데, 젤라틴과 한천이야. 젤라틴은 동물의 뼈나 가죽으로 만들어져 콜라겐이 주성분이지만 한천은 우뭇가사리로 만든 거야. 젤라틴은 녹는 온도나 굳기 시작하는 온도가 한천 보다 낮아. 굳히는 시간도 젤라틴은 냉장실에서 굳히지만 한천은 상온에서 24시간 동안 굳혀야해. 넌 아마 이걸 만들려면 하루 전에 미리 만들어 놓고 시험을 치는 게 좋을 거야.”

 

  “그럼 난 한천이랑 젤라틴 중에 뭘 써야 해?”

  “젤라틴과 한천 모두 젤리를 만들 때 쓰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젤라틴이 젤리를 만들기에 적합해. 한천은 양갱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 좋아.”

  “흠…….”

 

 

  윤아는 이론 수업과 필기를 끝마친 뒤, 턱을 괴며 고민을 했다. 규동이 모르는 게 있냐고 묻자, 윤아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필기한 것을 다시 살폈다. 규동은 필기가 빠지지 않았는지 옆에서 살펴주었다. 대현은 그들 옆에서 반죽을 끝낸 다음 틀에 담다가 윤아를 보았다. 윤아는 규동과 머리를 맞대며 이론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윤아의 눈빛은 매우 신중했고 진지했다. 대현이 붓던 반죽이 틀에서 벗어났다. 대현은 급히 볼을 탁자에 놔두고 반죽을 닦다가 다시 윤아를 보았다. 윤아는 그세 재료를 준비하고 반죽을 했다. 케이크를 만드는 것 같았는데 여전히 불안해 보였다. 대현은 윤아를 걱정하듯 바라보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손으로 양 뺨을 툭툭 때렸다.

 

 

  ‘내가 지금 쟤를 뭐 때문에.’

 

 

  대현은 반죽을 오븐에 넣어 구운 뒤, 생크림을 펴 바르고 그 위에 팥을 덧발랐다. 완성된 시트를 천천히 돌려 롤케이크를 만들었다. 그 위에 생크림을 지그재그로 짠 후, 구운 파인애플을 올려 토핑 했다. 대현은 잘라서 시식하려다, 처음 만든 롤케이크라서 긴장했던 것인지, 섣불리 롤케이크를 자를 수 없었다. 숨을 크게 몰아쉬고는 우선 설거지를 했다. 거품 칠을 끝내고 헹굴 때 쯤, 규동이 옆에 와서 도와주었다.

 

 

  “벌써 가게?”

 

 

  규동이 물었다.

 

 

  “아니. 다시 만들어보려고.”

  “하긴, 네가 연습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벌써 갈 리가 없지.”

  “놔둬. 나 혼자 해도 돼.”

  “됐어. 뭘 만들었기에 식기를 이렇게나 많이 쓴 거야?”

 

  “이번 월말평가에 저걸 내놓으려고.”

  “초록색 롤케이크? 녹차야?”

  “응. 웬만 너한테 먹어보라고 말하고 싶은데 아직……. 근데 임윤아는 어디 있고 네가 날 도와?”

  “윤아? 저기.”

 

 

  규동은 손가락으로 탁자에 엎드려 자고 있는 윤아를 가리켰다. 윤아는 입을 살짝 벌리며 힘겹게 자고 있었다. 윤아의 긴 머리카락이 싱크대에 들어갈 듯 말 듯 했지만, 윤아가 자는 포즈를 바꾸자 머리카락은 빠지지 않았다. 대현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왜, 귀엽지 않아?”

  “뭐가 귀엽냐. 얼이 빠져 있네. 여기가 무슨 자는 곳인가.”

  “그냥 놔둬. 많이 피곤할 거야. 너 며칠 동안 윤아를 지켜보지 않았어?”

  “내, 내가 언제?”

  “넌 이제껏 윤아를 봐왔을 때 뭐 느낀 거 없어?”

 

 

  대현은 몸을 뒤척이며 자는 윤아를 쳐다봤다. 규동이 입을 열었다.

 

 

  “머지않아 윤아를…….”

 

 

  대현이 규동의 말의 뒤를 이었다.

 

 

  “따르는 사람이 많아 질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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