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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22 그거 꿈 아니야
작성일 : 16-10-24 09:38     조회 : 88     추천 : 4     분량 : 9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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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윤아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서 먼저 집에 가 있을게요. 마스터 제발 적당히 마셔요. 제발. PM 10 : 48 도대현

  “일단 이렇게 보내긴 했는데…….”

 

 

  대현은 불과 1시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윤아가 갑작스레 토를 하는 바람에 식당 아줌마를 통해 수습을 한 뒤, 급하게 집으로 돌아가 윤아를 욕실로 보내고 문을 닫았다. 멀쩡한 상태여서도 제대로 혼자서 씻지 못했는데, 취기가 잔뜩 오른 윤아가 혼자 씻을 리 없었다.

 

 

  “에이 씨!”

 

 

  대현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역시나 윤아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

 

 

  “제발!”

 

 

  대현이 팔을 세게 거두었다.

 

 

  “네가!”

 

 

  미친 듯이 윤아의 머리칼을 비벼 감겨주었다.

 

 

  “알아서!”

 

 

  칫솔에 치약을 최대한 많이 그리고 길게 짰다.

 

 

  “하라고! 흥해, 흥!”

 

 

  윤아의 코를 손으로 풀게 했다. 대현의 유도에 윤아가 조금은 애교 있게, 취기 섞인 목소리로 ‘흥’이라고 외쳤다.

 

 

  “손이 없어?!”

 

  한 번도 안 따고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숙취 해소 음료를 따서 윤아에게 주었다.

 

 

  “발이 없어?!”

 

 

  ‘뭐야 이 데쟈뷰는!’

 

 

  대현은 윤아를 힘겹게 부축해 윤아의 방으로 갔다. 윤아를 내팽기다시피 침대에 던졌다. 윤아가 몇 번 몸을 뒤척였는데 자세가 요염했다. 대현은 그 모습을 넋 놓고 보다가 정색하며 욕을 한마디 툭 던졌다. 승질을 내며 불 끄고 방 밖으로 나갔다. 그러다 얼마 못가 다시 문 열고 들어와 윤아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짜증 섞인 표정으로 문을 닫으려다 조금은 표정 풀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 사실 이미 옛 기억이 다 생각났어.”

 

 

  대현이 천천히 문 닫으며 말했고, 대현의 말이 끝났을 즈음엔 완벽히 문이 닫혔다.

 

 

  “그런데 혼란스러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냐.”

 

 

 -

 

 

  “너희 쉬는 날인데도 굳이 이렇게 마중 나와 줘서 고마워. 아무쪼록 로제와인을 잘 부탁한다.”

  “마스터께 수시로 상황 보고하겠습니다.”

  “그래. 대현이랑 윤아가 수고스럽겠지만 리더십을 발휘해서 잘 이끌어줘.”

  “네.”

  “외삼촌, 프랑스에 가서 몸조리 잘하세요. 잘 챙겨 드시고요.”

 

 

  외삼촌은 화물용 캐리어를 끌고 비행기를 탑승했고, 머지않아 비행기가 이륙했다. 비행기가 이륙한 사실을 안 파티쉐들은 각자 해산했다. 대현이 규동과 윤아와 함께 공항에서 벗어나려 할 때, 명수가 대현을 불렀다. 대현은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본 뒤, 명수와 발걸음 속도를 맞췄다.

 

 

  “마스터가 한동안 로제와인에 없으니 기분이 별로야? 통제해야 할 일이 많아졌으니까?”

  “뭐? 그런 거 아냐.”

  “하긴. 이번에는 윤아도 널 도와서 애들을 지도하겠지.”

  “너희 커플, 누가 먼저 고백했냐.”

  “내가 고백했지.”

  “어떻게 고백했어?”

 

  “예전부터 내가 준비해왔는데, 이걸 고백이라고 해야 하나, 본의 아니게 효린이가 먼저 말해서 내가 다시 한 번 말해서 사귀게 됐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윤아가 중간 입장에서 북돋아 준 것도 있고.”

  “임윤아가?”

  “뭐랄까. 좀 더 효린에 대한 확신을 준?”

 

 

  대현은 양 손을 재킷 주머니에 넣은 채, 땅을 쳐다보며 계속해서 걸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이게 고민인 건가…….”

  “응?”

 

 

  대현은 고갤 들어 규동의 옆에서 웃고 있는 윤아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 뒷모습에 어렴풋이 한 남자의 모습이 겹쳐 아른거렸다. 고개를 세차게 가로지르고 다시 땅을 보았다.

 

 

  “알려주기도 싫고 참기도 싫어.”

  “그게 무슨 말이야?”

 

 

  대현이 머리를 북북 긁어대며 한 발 앞섰다.

 

 

  “그냥 헛소리.”

 

 

  대현은 명수를 앞질러 규동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규동과 윤아의 대화에 끼어들지는 않았다. 무언가에 생각이 잠긴 듯 조용히 땅을 바라보며 걸었다. 대현이 걸을 때마다 규동의 그림자가 밟혔다. 명수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을 지었는데, 자기의 손을 잡는 효린 때문에 다시금 웃었다.

 

 

 -

 

 

  윤아의 붕대를 푸는 날이 되었다. 의사는 윤아에게 붕대를 풀었다고 해서 무리하면 절대로 안 된다며 신신당부를 했다. 윤아 역시 그렇게 하겠노라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규동과 대현은 간만에 고등학교 때 주로 무리 지어 놀았던 동창과 함께 밥 먹으러 간 상태였고, 윤아 혼자 집에 남겨진 상황이었다. 혼자서 딱히 할 게 없었는지 그 동안 팔을 다쳐 만들어보지 못한 디저트나 만들자며 부엌으로 향했다.

 

  손목과 팔을 준비 운동 삼아 움직였는데 크게 결리거나 아프진 않았다. 이 정도면 별 이상 없이 디저트 하나 정돈 만들 수 있을 듯 했다. 각 자료들과 자신의 노트를 바닥에 펼쳐놓고 여러 가지 조목조목 합쳐 보았다. 그리고는 재료를 믹싱 했다. 조금만 더 힘 있게 섞는다면 보다 완벽한 반죽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생각 외로 버거웠다. 로제와인은 워낙 대용량의 반죽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기계로 반죽하는데, 집에서는 해봤자 가정용 핸드믹서가 고작이었기 때문에 상당한 수동적인 힘이 필요했다. 결국 재빠르게 반죽을 하지 못해 반죽의 거품이 꺼져버렸다.

 

 

  “아……, 이래선 구웠을 때 빵이 볼품없이 푹 꺼지게 되는데.”

 

 

  그 때,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현과 규동이 돌아왔다. 두 사람의 얼굴에 홍조가 있는 걸 보아하니 술을 마신 듯 했다. 규동은 먼저 신발을 벗고 씻을 거라며 방에서 옷을 꺼내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대현은 신발을 벗다말고 현관문에 마중 나온 윤아를 보며 말했다. 앞치마 차림과, 거기다 군데군데 튀긴 반죽. 은은하게 바닐라향도 풍기는 듯 했다.

 

 

  “뭐야, 너. 빵 만들었냐?”

  “응. 근데 잘 안 만들어져서 다시 한 번 해보려고.”

 

 

  대현이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손등으로 윤아의 정수리를 아주 살짝 두드렸다.

 

 

  “아서라. 의사가 당분간 무리하지 말랬잖아.”

  “그래도 하루 빨리 손이 다시 적응해서 디저트 만들어야지.”

  “하지 말라면 하지 마. 다치면 안 돼.”

 

 

  대현이 양 손으로 윤아의 머리카락을 세게 헝클였다. 윤아가 놀란 표정으로 대현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세게 흔든 것보다도 대현의 말을 늘어뜨리듯 앙탈 아닌 앙탈에 더욱 놀랐다.

 

 

  “대현아 너 취했어?”

 

 

  윤아의 주사는 자기소개와 진상부리기. 규동은 충실한 귀가 본능과 잠자릴 위해 신속히 진행하는 행동. 대현은 평소의 무뚝뚝한 행동이나 말투가 정반대로 되는 것이었다. 윤아는 대현이 이렇게까지 취한 모습을 처음 보는 터라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지켜본들 믿겨지지 않아 얼떨떨했다. 대현이 갈증 난다며 부엌으로 향했다. 물을 컵에 제대로 따르지 못하고 질질 흘렸다. 윤아는 보다 못해 자신이 직접 물을 따라 대현에게 건넸다. 계속 대현에게 챙겨 받기만 했지 대현에게 사소한 것을 챙겨준 건 처음이었다. 대현은 옳게 마시지 못하고 입가에 물이 흘렀다. 뭐가 그리 또 좋은 지, 히죽 웃으며 손등으로 입가의 물을 훔쳤다.

 

 

  “임윤아 너, 부엌에 이렇게 어지럽게 해두면 안 돼. 어느 정도 정리하면서 해. 알았지? 조금씩 정리해두면서 하면 나중에 정리할 때 덜 힘들잖아. 그치?”

  “어, 으응.“

 

 

  윤아는 대현의 이미지에 적응 못했다. 그렇게도 자신에게 윽박지르던 대현이 이렇게 착하게 말한다는 건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대현은 규동이 욕실에서 나온 것 같으니 자기는 이만 가겠다며 굳이 자신의 일을 설명하고 돌아섰다. 윤아는 혹시나 대현이 2층으로 올라가다가 다치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대현의 옷자락을 잡았다. 대현이 뒤돌아 윤아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응?”

  “너 2층으로 올라가다가 막 넘어지고 그러는 거 아냐? 내가 부축해줄까?”

 

 

  대현은 윤아의 말에 넌지시 웃으며 이번엔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 몸이나 걱정해. 이제 부엌 정리하고 다음에 나랑 같이 연습해.”

 

 

  윤아는 한 손으로 대현이 쓰다듬은 부위에 올려놓았다.

 

 

  “나랑 같이 연습하자는 말보니, 대현이 정말 취했나보다.”

 

 

  얼마나 시간이 경과했는지 몰랐다. 윤아네 집에 유일하게 불이 켜진 곳은 부엌이었다. 윤아는 대현과 규동 몰래 한 번 더 반죽 연습을 했다. 그러다 볼일이 급했는지 하던 일을 중단하고 화장실로 갔다. 그러고는 손을 씻고 다시 하던 일을 마저 시도했다.

 

  윤아가 갓 성공한 반죽을 예열한 오븐에 넣었다. 오븐의 문이 덜컥, 거리는 소리와 함께 닫쳤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또 한 번 덜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븐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으며, 오븐의 소리보다 더욱 묵직했다. 덜컥. 세 번째 소리에서야 비로소 그 근원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현관인가? 들어올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윤아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졌다. 겁을 먹고 있었다.

 

 

  ‘현관문이 저절로 열릴 수도 없는데.’

 

 

  윤아의 생각이 끝마치게 무섭게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다중적인 소리를 냈는데, 바스락거리는 게 비닐의 소리 같기도 했고 흡사 사람의 옷깃이 여러 번 스쳐서 나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러다 불규칙적으로 한 번씩 퉁, 둔탁하면서도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도 들려왔다. 윤아가 뒤를 돌아보자마자 부엌의 불이 꺼졌다. 이로써 윤아가 의존하는 빛은 오븐에서 뿜어져 나오는, 훗훗하면서도 반죽 위에서 무수히 부수어지는 빛뿐이었다. 윤아의 손에 잡히는 건 오븐 옆 서랍 손잡이와 식탁의 다리로 추정되는 기둥이었고, 오븐을 등진 채 윤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또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원인을 모른 채 그저 점점 더 가까워진다는 사실만이 윤아를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었다. 눈을 크게 뜨며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곳을 공허히 바라봤다.

 

  순식간이었다. 윤아의 뇌리에서 빠르게 몇몇 장면들이 스쳐갔다. 불이 꺼진 조리실, 빠르게 다가오던 여러 명의 발, 오븐을 향해 뒤로 물러서던 윤아, 갑작스럽게 윤아의 눈앞에 나타난 손.

 

  불현듯 윤아의 몸이 기시감을 인지했다. 윤아는 앉은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은 아직 어둠에 적응하지 못해 앞이 어둡기만 했다.

 

 

  ‘제발 날 혼자두지 말아줘.’

 

 

  쾅.

 

 

  “악!”

 

 

  갑작스런 소리에 윤아가 소리 치고는 눈을 찔끔 감았다. 머지않아 부엌의 불이 켜졌다. 누군가 윤아의 손목을 잡았다. 윤아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눈을 떴다.

 

 

  “너……, 울어?”

 

 

  대현이었다. 술에 조금은 깬 얼굴로, 자기 자신도 놀랐다는 듯이 윤아를 바라봤다. 윤아의 눈살이 마구 찡그러지더니 곧장 윤아가 목 놓아 울었다. 대현이 당황한 듯 손에 든 봉지를 놓고 윤아를 힘껏 껴안아주었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잘못 했어.”

 

 

  대현이 허둥대며 윤아의 눈물을 손으로 훔쳐 주곤 다시 윤아를 안아 다독여 주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해.”

 

 

  ‘제발 날 혼자두지 말아줘.’

 

 

  가까스로 윤아가 진정했다. 윤아는 대현이 밉다는 듯 노려보며 언제 밖에 나갔는지 물었다. 대현은 잠을 청했지만 지속되는 갈증에 근처 편의점에 가서 마실 것과 숙취 해소 음료를 샀던 모양이다. 술기운 때문에 몸을 비틀대다 전기 스위치를 잘못 건드려 불이 꺼졌던 거였다. 대현이 윤아와 불 꺼진 오븐을 번갈아보다 조심스럽게 말했다.

 

 

  “빵 다 구워졌어.”

  “그건 나도 알아.”

 

 

  부엌 청소를 끝냈다. 대현이 도중에 도와줬는데 어느 순간부터 식탁 의자에 앉아 졸고 있었다.

 

 

  ‘빵은 확실히 전보다 좋아졌고…….’

 

 

  윤아가 대현을 흔들어 깨웠다. 대현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윤아를 올려다보았다. 윤아는 별 수 없다며 대현을 부축해 대현의 방으로 데려갔다. 지난 회식에 소주 두 병 마셔도 끄떡 없던 대현이 얼마나 마셨기에 이렇게 맥을 추스르지 못하는 지, 윤아는 감 잡을 수 없었다. 대현의 방 불을 켰다. 윤아가 대현을 침대에 눕힌 후 이불을 덮어주려 할 때였다. 대현이 윤아의 팔목을 잡고 자신의 쪽으로 힘껏 끌어당겼다. 대현이 남자인데다가 술까지 마시니, 윤아는 당해낼 수밖에 없었다. 본의 아니게 윤아가 침대에 누워 대현을 끌어안게 되었다. 윤아가 몹시 당황해 하며 몸을 허우적대자, 대현이 그런 윤아를 꼭 안았다. 윤아가 아무리 벗어나려 발버둥 쳐도 대현의 힘을 이길 리 없었다.

 

 

  “대, 대현아. 이불 덮고 자야지.”

 

 

  대현이 눈을 감은 채로 이불을 손으로 더듬어 찾더니, 윤아와 자신의 몸에 배까지 끌어 덮었다. 그리곤 나지막하게 외쳤다.

 

 

  “제발 날 혼자두지 마.”

 

 

  윤아가 멍한 표정으로 대현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이 혼자 마음속으로 외쳤던 말을 대현이 똑같이 말했기 때문이다.

 

 

  ‘나한테 한 말인가? 아니면…….’

 

 

  윤아는 대현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대현을 꼭 안았다.

 

 

  ‘누구한테……?’

 

 

  윤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

 

 

  다음 날 오후 1시. 대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기지개를 켰다. 방의 불이 켜져 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려 할 때에 갈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대현이 어리둥절해 하며 고개를 돌렸다. 윤아가 얌전히 자고 있었다. 대현이 놀라 고개를 뒤로 빼다가 머리를 벽에 박았다. 대현이 벌떡 일어나, 자고 있는 윤아를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이게 뭐야. 얘가 왜 내 방에 있어?’

 

 

  대현은 어제 자신이 취하고 나서의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자신이 혹시 윤아에게 술을 취하고 무슨 짓을 했는지 상상만 한다면 끔찍하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대현이 소리치며 윤아를 흔들어 깨웠다. 윤아가 잠결에 몸을 웅크렸다.

 

 

  “야, 야. 네가 왜 여기 있어? 빨리 네 방으로 안 가?”

  “좀만 더 잘래.”

 

 

  대현이 질색하며 자신의 이불을 완전히 빼앗았다. 윤아가 춥다며 앙탈을 부렸다. 대현이 멍하게 윤아의 모습을 바라보다 에이 씨, 라고 승질 내더니 윤아에게 이불을 패대기치듯 덮어주곤 일어났다.

 

 

  “쟤가 나갈 바에야 차라리 내가 나가는 게 더 속 편…….”

 

 

  대현이 중얼거리며 방문을 열자, 규동이 보였다. 대현이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 질렀다. 규동도 그런 대현의 반응에 놀라 움찔했다.

 

 

  “뭐, 뭐야? 왜 소리 지르고?”

 

 

  현재 대현의 방엔 윤아가 자고 있다. 대현과 윤아가 같이 잔 것을 규동이 알면 매우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대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문을 재빠르게 닫았다. 규동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대현은 급히 화제를 돌려 더 잘 것인지 물었다. 규동이 고개를 끄덕이자, 대현이 어색해지는 분위기를 피해 거실로 향했다. 소파에 누워 담요를 덮고,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문득 자신에게 겁에 질려 우는 윤아의 모습이 떠올렸다. 대현이 눈을 부릅 떴다.

 

 

  ‘아직 잠도 제대로 안 잤는데 벌써 꿈인 건가.’

 

 

  대현이 다시 눈을 감았다. 우는 윤아를 안아주며 미안하다고 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대현이 다시 눈을 번쩍 떴다. 절대 이건 꿈이 아니다.

 

 

  ‘다음엔 나랑 같이 만들자.’

 

 

  윤아에게 싱긋 웃던 자신의 모습이 눈앞에 스쳐지나갔다. 대현의 얼굴엔 기가 잔뜩 질려 있었다. 대현은 소파 등받이를 향해 돌려 누웠다. 몇 초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자신이 윤아를 억지로 침대에 눕혀 끌어안아 잤던 모습이 떠올랐다.

 

 

  ‘제발 날 혼자 두지 마.’

 

 

  대현이 담요를 발로 걷어차며 일어났다. 허탈하게 웃더니 정색하며 ‘미친’이라고 중얼거렸다. 그 때서부터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미친듯이 허공에 발길질을 하더니, 자신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소파에 누웠다. 대현의 귀가 빨개졌다.

 

 

  “아아악!”

 

 

 -

 

 

  규동은 윤아의 옆에 앉아 윤아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전보다 많이 호전된 상태지만, 아직은 무리가 있는 듯 했다. 규동이 윤아가 밀대 질을 할 때마다 종종 도와주었다. 대현은 규동의 옆에 앉아 물에 컵을 따라 홀짝홀짝 마셨다. 이번 컵만 해도 벌써 5잔째다. 규동이 슬쩍 대현을 보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냥 걱정된다고 대놓고 있지.”

  “아니거든.”

  “너 몇 잔을 물 마시고 있거든?”

  “신경 꺼.”

 

 

  대현이 자리에 일어서자, 윤아가 대현의 발목을 잡았다.

 

 

  “대현아 더 있다 가지.”

  “내가 왜?”

  “어제 했던 말 기억 안 나?”

 

 

  대현이 몸을 움찔하며 소리쳤다.

 

 

  “기억 안 나!”

 

 

  규동이 무슨 말인지 물었다.

 

 

  “어제 대현이가 취해선.”

  “난 그 딴 말 안 했다고! 혼자 알아서 하면 어때 굳이 남까지 끌어당겨선.”

 

 

  윤아가 상처 받은 듯 눈을 크게 뜨고 대현을 바라봤다. 대현과 윤아의 눈이 마주했다. 규동이 놀라 말을 더듬으며 대현에게 말했다.

 

 

  “그, 그렇다고 소리칠 것까진 없잖아.”

 

 

  대현은 규동과 윤아를 번갈아보다가 뒤돌았다.

 

 

  “짜증나게.”

 

 

  규동은 대현이 뭣 때문에 화를 내는지 몰랐다. 대현의 붉어진 귀를 보아선 화난 것보다 부끄러워하는 듯 했다. 규동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윤아는 축 쳐진 상태로 말없이 자신이 한 반죽을 바라보기만 했다.

 

  늦은 저녁. 식사를 끝마치고 규동이 대현의 뒤를 따랐다. 대현이 화장실로 들어가자, 규동도 슬리퍼를 신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대현이 흠칫 놀라며 물었다.

 

 

  “뭐, 뭐야?”

 

 

  규동이 칫솔에 치약을 짜고 입에 넣으며 말을 꺼냈다.

 

 

  “너 윤아랑 무슨 일 있었어?”

  “내가 언제!”

  “강하게 부정하는 걸 보니…….”

 

 

  대현이 입을 앙다물며 놀란 눈으로 거울에 비친 규동을 쳐다봤다. 규동이 양치질을 하는 도중 마다 말을 이어갔다.

 

 

  “뭐, 취하고 윤아한테 이상한 소리한 게 부끄러워서 그래?”

 

 

  대현이 다시 한 번 더 흠칫했다. 그리고는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하고서 자신의 칫솔을 잡았다. 그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힘 조절을 하지 못해 치약을 적당량의 배로 짰다. 규동은 대수롭지 않은 듯, 혹은 놀리듯 말을 덧붙였다.

 

 

  “네가 뭔 말을 했는지 캐물어 놀리고 싶지만은, 일단 네가 화나서 그런 게 아니니 윤아한테 말해. 윤아, 괜히 자기가 뭐 잘못한 게 있어서 네가 화난 줄 알아.”

  “너는 임윤아의 어디가 그렇게도 좋든?”

 

 

  이번엔 규동이 놀랐다. 대현이 규동을 빤히 쳐다보았다. 규동이 민망한 듯 고개 숙여 입 안의 거품을 뱉으며 말했다.

 

 

  “하는 행동이 귀엽잖아. 발상이나 얼굴이나. 마음씨도 착하고 좋고.”

  “해서 언제 고백할 건데?”

  “모, 몰라. 나는 이번 벚꽃 축제를 생각하고 있어.”

  “아, 거기. 너 고백 서두르는 게 좋을 거다. 딴 사람이 선두 칠라?”

 

 

  규동이 얼굴을 들어 대현을 쳐다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누구? 누가 윤아 마음에 들어 한데?”

  “너 같은 생각하는 놈이 꽤 여럿 있을 걸. 티를 내지 않아서 그렇지. 뭐 걔 정도면.”

 

 

  대현은 잠시 윤아의 얼굴을 떠올려보았다.

 

 

  ‘말하기 부끄러워서 자꾸 미뤘는데.’

 

 

  “서둘러야겠다. 알려줘서 고마워.”

 

 

  규동은 양치를 끝내고 손으로 대현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리고는 급히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규동이 물 묻은 손을 대현의 옷에 닦은 것이었다. 대현이 ‘야!’라고 소리치며 규동이 간 곳을 쏘아보곤 자신의 손에 여전히 쥐고 있었던 칫솔을 보았다.

 

 

  “어……, 떨어졌네.”

 

 

  칫솔 위에 있던 치약 덩어리가 세면대에 떨어졌다. 그것은 수압이 내리치는 깨끗한 물에 으깨지고 부수어지길 반복하다 이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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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그X 2016 / 10 / 27 99 4 7406   
31 31 친구라는 건 2016 / 10 / 27 82 4 6474   
30 30 이미 여러모로 2016 / 10 / 26 76 4 7453   
29 29 그 남자를 가까이 해선 안 돼 2016 / 10 / 26 74 4 6040   
28 28 의문의 남자 2016 / 10 / 26 91 4 6193   
27 27 너 내 파트너가 되라 2016 / 10 / 26 151 4 9043   
26 26 얼빠진 표정하지 말고 (전체 수정) 2016 / 10 / 25 197 4 10756   
25 25 드디어 내일이네 2016 / 10 / 25 97 4 7738   
24 24 요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 둘의 평화로운 날 2016 / 10 / 24 107 4 7406   
23 23 눈치도 없이 2016 / 10 / 24 87 4 7680   
22 22 그거 꿈 아니야 2016 / 10 / 24 89 4 9175   
21 21 하여간 손이 많이 가요 2016 / 10 / 24 242 6 8502   
20 20 참 잘했어요 2016 / 10 / 23 140 5 12269   
19 19 무심하면서도 따뜻한 2016 / 10 / 23 154 5 10103   
18 18 솔직하지 못해 2016 / 10 / 22 409 5 7271   
17 17 얘는 한 번씩 2016 / 10 / 22 227 5 8555   
16 16 내가 이 팀에 들어온 이유인 걸 2016 / 10 / 22 82 5 5865   
15 15 반전이 없으면 무난할 2016 / 10 / 22 84 5 8324   
14 14 어쩌면 정말 다정한 애일지도 2016 / 10 / 22 192 5 13217   
13 13 하여간 이 애나, 저 애나 2016 / 10 / 21 115 5 8082   
12 12 사라져버린 레시피 2016 / 10 / 21 149 5 5161   
11 11 난 숫자 같은 거 안 불러줘 2016 / 10 / 21 98 5 5729   
10 10 내가 그런 걸 왜 해 2016 / 9 / 13 100 5 7741   
9 09 뭐가 귀엽냐 2016 / 9 / 11 133 6 7608   
8 08 둘이 뭐 한다고 이제 왔어? 2016 / 9 / 10 185 5 5140   
7 07 착한 건지 둔한 건지 2016 / 9 / 10 258 5 9000   
6 06 네가 인정할 때까지 2016 / 9 / 8 138 5 6375   
5 05 일촉즉발! 첫 위기 2016 / 9 / 7 179 5 4773   
4 04 신경 쓰여 2016 / 9 / 7 116 5 6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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