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25 드디어 내일이네
작성일 : 16-10-25 09:12     조회 : 97     추천 : 4     분량 : 773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야, 안 들려. 산간 지역이라 들리지도 않는다. 더 크게 말해봐. 어, 별일은 없는 거네? 그럼 지금 오냐?”

 

 

  윤아는 대현의 핸드폰을 빼앗아 규동에게 안부를 물었다.

 

 

  “언제 돌아와? 저녁 안으로 돌아와 줘. 대현이 얘 요리 못해. 규동아 네가 필요해.”

 

 

  대현이 다시 핸드폰을 빼앗았다.

 

 

  “야, 너 필요 없어. 나 임윤아보다 요리 잘하니까 걱정 말고 천천히 와. 끊을게.”

 

 

  윤아가 대현을 노려보았다.

 

 

  “뭐. 이 샌드위치 안 먹는다고? 내가 다 먹을 거다.”

  “아니! 내가 언제 뭐라고 했냐!”

 

 

  윤아는 놀란 눈으로 대현의 옆에 더 바짝 붙어, 대현의 손에 쥐어진 샌드위치 조각을 얼른 뺏어 먹었다. 그 순간 타르트를 쥐고 있던 대현의 손 위에 윤아의 손이 포개졌다. 대현은 윤아의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윤아는 샌드위치를 모두 뺏어 먹었으므로 대현에게서 손을 땠다. 윤아는 대현이 자신을 멍하게 바라보자, 혼자 게걸스럽게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윤아는 너무 자신만 먹은 것 같아 미안한 감정이 들었는지, 대현에게 제안을 했다.

 

 

  “대현아, 우리 공원으로 나가자. 저번에 내가 TOP에 들어가면 맛있는 거 사준다고 했잖아. 오늘 샌드위치 만들어줬으니까 내가 쏠게!”

  “뭘 사줄 건데?”

  “음, 저녁?”

 

 

  “지금 오후 4시에 샌드위치를 먹어놓고 또 저녁 먹으로 나가겠다고?”

  “그렇지만, 넌 언제 점심 먹었는데?”

  “아침 겸 점심으로 한 12시 즘에.”

  “그럼 가자!”

 

 

  그들은 골목에서 벗어나 큰 도로가의 식당을 둘러보았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대부분의 식당이 문 닫혀 있었다.

 

 

  “어라 왜 다 문이 닫혀 있지?”

 

 

  윤아가 그나마 문이 열려 있던 중국집으로 향하려 할 때였다. 대현이 윤아의 팔뚝을 붙잡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저기 비위생적이야.”

  “진짜?”

  “저기 소문 안 좋아. 실제로 여러 사건이 터지기도 했고.”

  “그럼 여기 말고 또 어디가 있지…….”

 

 

  대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딱히 먹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아. 공원에 가면 허기 때울 수 있는 정도의 음식들 파니까 그리로 가자.”

  “시내로 나가서 밥 안 먹고?”

  “귀찮아.”

  “정말 그걸로 돼?”

 

 

  대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원으로 향했다. 날씨가 많이 풀린지라 사람들이 붐비었다. 유치원생들이 줄을 지어 현장학습에 가기도 했고, 아기들을 품에 안고 수다 떠는 아줌마들, 손잡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연인들, 여러 가지 음식을 판매하는 판매원들이 곳곳에 있었다. 윤아는 판매하는 음식을 둘러보다 아이스크림 위에 커다란 솜사탕을 올린 것을 발견했다. 윤아가 먹고 싶다는 듯 계속 흘깃댔다. 대현은 그것을 눈치 채며 그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 저걸로 사줘.”

 

 

  윤아는 판매원에게 돈을 지불하며 솜사탕 아이스크림 2개를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까지, 윤아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음, 효린이랑 명수에겐 뭘 해줘야지?”

  “아무거나 해줘.”

  “셋이 만나서 내가 뭘 사줄까?”

  “그건 눈치 없어. 커플 사이에 혼자 끼고 싶냐?”

 

  “그, 그렇지? 그럼 돈으로 줄까?”

  “너무 성의 없어.”

  “그럼 사주기로 했는데 어떡해?”

 

  “기프티콘 줘. 기프티콘은 지금 당장 준다고 해도 저들 알아서 시간 되면 언제든 먹을 수 있잖아. 돈으로 주는 것도 아니고 쿠폰이니까 부담도 덜 할 거고.”

  “아, 그거 좋은 방법이네. 그럼 걔네 둘이 자주 가는 카페의 기프티콘 사줘야겠다.”

 

 

  주문했던 솜사탕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윤아는 처음 보는 아이스크림에 말똥한 눈으로 아이스크림을 살펴보았다. 윤아는 먹는 방법을 몰랐다. 판매원이 옆에서 먹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윤아는 서툴게 솜사탕을 아이스크림에 섞었다. 좀처럼 쉽지 않았다.

 

 

  “거, 옆에 남자친구가 섞는 거 도와줘. 저러다 아이스크림 아깝게 다 버리겠다.”

  “나, 남자친구요?”

  “왜, 아니야?”

 

 

  윤아가 당황한 기색을 내며 대현을 바라봤다. 대현은 아무 말 없이 아직 섞지 않은 자신의 아이스크림을 섞어 윤아에게 건네고, 윤아의 아이스크림을 마저 섞어 먹었다. 대현은 무덤덤하게 판매원에게 인사를 하고는, 윤아를 이끌고 공원의 주변을 돌았다. 윤아는 남자친구라는 단어에 가슴 언저리가 간질간질했다. 약간의 긴장도 있었다.

 

 

  ‘나만 너무 의식한 건가.’

 

 

  자신이 부끄러웠다. 윤아는 멋쩍은 듯 아이스크림 용기를 어루만졌다. 대현은 윤아를 쳐다보다 말고 벤치에 앉자고 했다. 대현이 먼저 벤치에 앉자, 윤아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떠먹으며 자리에 앉았다. 아이스크림은 일반 시중에 파는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저 단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었다. 그저 겉보기에만 예뻐서 먹는 비싼 아이스크림에 불과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을 때까지 그 둘은 크게 별말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색할 정도였다. 윤아는 무슨 말이라도 꺼내야할 것 같아 가만히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너 저번에 옛 기억이 떠올랐다고 하지 않았어?”

  “어?”

  “저번에 내가 테라스에서 잤을 때, 네가 혼란스러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들었었어?”

  “그냥 어렴풋이 들렸어. 분명 남자 목소리긴 했는데 규동이는 아닐 것 같았어.”

 

 

  대현은 다 먹은 아이스크림 용기를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애꿎은 용기만 손으로 건들었다.

 

 

  “뭐가 혼란스러운지, 그 전에 어떤 기억이 났는지 나한테 말해줄 수 있어?”

  “싫어.”

  “왜? 난 알 필요가 있어. 반드시 알아야해.”

  “이유가 뭐야? 알아야 하는 이유가?”

 

  “난 어릴 적 그 사람을 동경해왔어. 많이 좋아도 했고. 걔 덕에 용기도 얻고 진로도 파티시엘로 정했는걸. 나한텐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

  “너 바보냐? 남자 애 하나 때문에 자신의 진로를 정하면 어떡해?”

  “그렇게 해서라도 같이 있고 싶은 걸. 대현아, 기억난 걸 얘기해줘.”

 

 

  대현은 윤아의 진지한 표정에 하릴 없이 말을 이었다.

 

 

  “내가 기억나는 건 여덟 살 때, 할아버지의 제과제빵 학원에 놀러갔을 때야.”

 

 

  대현의 할아버지는 빵 집과 제과제빵 학원을 동시에 운영했다. 대현은 매번 빵집에 놀러갔는데, 한 날은 학원으로 놀러가게 되었다. 사람들이 배우는 요리를 지켜보다가, 호기심에 마카롱을 만들었다. 할아버지가 워낙 바쁜 터라 혼자서 만들다보니, 매번 실패의 연속에 그쳤다. 어린 나이에 속상했던 대현은 실패를 할 때마다 울었는데, 그 때 한 여자아이가 대현의 앞에 나타났다. 너는 어째서 매일 울고 있는 거야? 처음으로 여자 아이가 대현에게 했던 말이었다. 여자 아이는 자신보다 키가 크고 힘도 셌다. 대현이 힘들 때 마다 옆에서 조언을 해주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듬직했다.

 

 

  “그럼 그 여자 아이가 나란 거야?”

  “어.”

  “자세히 기억이 안 나지만, 그 말은 했던 것 같기도……. 남자 아이보고 왜 매일 우냐고. 그리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됐는데?”

 

 

  대현은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는 양 팔꿈치를 허벅지에 대고 지지하여, 허리를 숙이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말 안 해.”

  “왜? 얼른 말해줘! 이제 생각날 것 같단 말이야!”

  “그러니까 더 이상 안 말해.”

  “너무해…….”

 

 

  윤아는 울상을 지었다. 윤아가 기억하는 옛 일과 대현이 말한 옛 일은 얼추 비슷했지만 확신이 없었다. 윤아가 기억나는 장면을, 대현은 아직 말 하지 않았다. 윤아에겐 확신이 필요했다. 윤아가 기억하는 어릴 적 남자 아이가 대현이라는 것을. 그래야만 했고, 자신의 현재 마음이 맞아야만 했다.

 

 

  “너.”

  “응?”

  “도……, 지욱 알아?”

  "누군데?"

  “아니다. 됐다.”

  “누군데?”

  “몰라도 돼.”

  “뭐야, 넌 항상 제멋대로야. 이랬다가, 저랬다가. 고양이 같아.”

 

 

  대현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윤아가 말을 이었다. 목소리의 억양이 점차 거세졌다.

 

 

  “사람에게 무슨 사정이 있을 수도 있는데 다짜고짜 화만 내고 내쫒고. 사람 이름을 좋게 불러준 적도 없어. 야, 너, 임윤아. 매번 신경질 내고 시비 걸고. 나한테 잘 해준다 싶으면 어느새 벌어져있고. 적어도, 말 한 마디라도 좋으니까 상냥하게 말해주면 안 돼? 옛 기억을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내겐 확신이 필요해!”

 

 

  대현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천천히 허리를 폈다.

 

 

  “윤아…….”

 

 

  윤아는 놀란 눈으로 대현을 쳐다보았다. 대현은 고개를 들지 않은 상태로 윤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윤아, 부탁이야. 더 기억하려고 애쓰지 마.”

 

 

  윤아는 멍하게 대현의 아이스크림 컵을 보았다.

 

 

  “임윤아 네 기억에는 좋은 추억이 남았을지라도 적어도 나는, 나는 그렇지 않아.

 

 

  컵에 남아 있던 아이스크림 덩어리가 서서히 녹고 있었다. 윤아는 대현의 손을 살며시 잡고 속삭였다.

 

 

  “치사해. 대현이 넌…….”

 

 

  윤아와 대현은 공원에서 빠져나와 분식집에서 김밥 두 줄과 떡볶이를 먹었다. 집으로 향하는 동안엔 윤아와 대현은 별다른 말없이 걸었다. 대현은 윤아를 몇 번 쳐다보다가 시선을 더 아래로 두어, 윤아의 손을 보았다. 윤아의 손을 향해 자신의 손을 뻗다가 거두었다.

 

 

  “너희 어디 갔다 왔어?”

 

 

  규동이 마침 캐리어 옆에서 열쇠를 찾던 중이었다.

 

 

  “어?”

 

 

  대현이 규동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라자, 규동이 덧붙여 말했다.

 

 

  “방금 도착했지. 전화 왜 안 받았어?”

  “핸드폰 안 가지고 나가서 몰랐어. 그 후로 뭔 일 없었고?”

 

  “응. 많이 호전하셔서 생각보다 일찍 집으로 왔어. 것보다 너 핸드폰 제발 들고 다녀. 보통 사람들은 핸드폰 만지기에 바쁜데, 어떤 급한 일이 있을지 모르고.”

  “일하는 날도 아니고 딱히 연락할 사람도 없는데 뭐.”

 

 

  어깨를 으쓱이는 대현을 향해, 규동이 으휴라며 한숨을 쉬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들은 규동이 만든 저녁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로제와인에서 있었던 일, 규동이 할머니 댁에 가는 동안 있었던 일, 공원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 얘기를 하였다. 그러고 나서 밀린 집안일을 했는데, 윤아가 워낙 피로를 느꼈던 터라 먼저 방에 들어가 잠들었다. 대현과 규동은 아이디어 노트에 그림을 그렸다. 대현은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마카롱 그림만 수차례 그렸다. 무언가 고민이 있거나 생각이 깊어질 때 하는 일종의 버릇 같은 거였다. 문득 윤아와 샌드위치를 먹었을 적에 우연히 손이 잡혔던 것이 떠올랐다.

 

 

  ‘거, 옆에 남자친구가 섞는 거 도와줘. 저러다 아이스크림 아깝게 다 버리겠다.’

 

 

  대현은 노트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미쳤지. 그딴 말이 갑자기 왜 떠올라.’

 

 

  규동은 대현이 사납게 볼펜으로 긋는 것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대현의 표정을 슬쩍 보고는 아이디어 노트를 덮고 일어났다.

 

 

  “대현이 너, 리하랑 사귈 생각이야?”

 

 

  대현의 얼굴을 가리던 노트가 내려지며 인상을 잔뜩 찌푸린 얼굴을 드러냈다.

 

 

  “뭐? 미쳤어?”

  “아니……, 너 벚꽃 축제 리하랑 가기로 약속 했잖아.”

  “사귈 생각 전혀 없어. 이상한 소리하지 마.”

  “그럼 왜 데이트 해?”

  “걔가 하도 졸라서.”

  “아, 리하가 예전에 너한테 고백했다가 차였지? 그것 때문에 미안해서 그런 거야?”

  “딱히 미안한 것까진 아닌데 마지막인 셈 치고 확실하게 말하려고.”

 

 

  대현은 순간적으로 단발머리의 여자 뒷모습을 떠올렸다. 리하의 이목구비를 닮은…….

 

 

  “뭐야……, 걘 너 진짜 좋아서 데이트하는 건데 넌 귀찮다는 식으로 하면 걔 마음이 뭐가 돼.”

  “네 알 바 아니잖아. 너야말로 고백할 거면 빨리 해.”

 

 

  대현도 노트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저번에 버스에서 분명 나보고 도와달라고 했지? 아마 권리하는 너희가 가는 날짜와 같게 잡을 거야. 노린 거지. 그러니 내가 네 고백하는 거 도와줄게. 하지만 그 때 돼서도 고백하지 못 한다면 참는 것도 한계다. 그 땐.”

 

 

  대현은 테라스에서 벗어나 복도로 향했다. 규동은 의미심장한 대현의 표정에 뒤따라 대현의 어깨를 잡았다. 대현은 자신의 방 손잡이를 잡다말고 뒤로 돌아 규동을 쳐다봤다.

 

 

  “참는다니……, 뭘?”

  “질질 끌지 말라고. 멍청아.”

 

 

  규동의 눈이 점점 커졌다.

 

 

  “너 설마…….”

 

  “기회는 그 날 하루. 그 전에 고백을 하든 말든 네 알아서 해. 솔직히 나도 그 날에 어떻게 널 도와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다음 날까지 도와준다.”

 

 

  대현은 손잡이에 힘을 주면서 바로 옆방인, 윤아의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문을 열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자신이 규동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규동이 왜 자신의 말을 듣고 놀랐는지 몰랐다.

 

 

  “기분 나빠.”

 

 

 -

 

 

  그 후로 며칠 동안, 대현은 윤아와 필요한 대화 말고는 하지 않았다. 윤아가 다가와서 말을 꺼내도, 리하와 벚꽃 축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약속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잡았다. 대현의 예상대로 날짜는 윤아네와 같은 날짜였다. 리하는 윤아가 보는 앞이면 대현의 옆에 달라붙어 벚꽃 축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대현은 잠자코 들어주는 척 하다가도, 윤아가 실망한 표정으로 다른 곳으로 가는 뒷모습을 종종 보곤 했다.

 

  규동은 윤아와 다른 팀인데도 일부러 윤아에게 찾아가 벚꽃 축제 때 무슨 행사가 있는지 말해주었다. 말하다 보면 약속이 구체적으로 잡혔고, 무엇을 먹을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 가끔씩 윤아가 규동과 얘기하다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대현을 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규동은 윤아의 뒷모습을 소리 없이 지켜보고, 자신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윤아를 불렀다. 윤아가 규동을 볼 때면, 규동은 그제야 안도를 했다.

 

 

  “드디어 내일이네.”

 

 

  대현은 파티쉐 전용 출입구 난간에 기대어 말했다. 뜨거운 커피를 한 입 마시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씨는 우려했던 것보다 화창할 것 같았다. 규동은 커피 잔을 가만히 들기만 했다. 대현이 넌지시 웃으며 말했다.

 

 

  “사내 녀석이 뭐 그리 긴장 하냐? 권리하랑 있다가 너랑 마주치게 된다면 밀어줄 테니 잘 해봐라.”

  “너도 재밌게 놀아. 이왕 놀러가는 건데. 아쉽다. 셋이서 못 가서.”

  “너 그 말 진심이냐?”

 

  “날 뭐로 보고. 그래도 셋이서 놀고 싶은 마음은 가지고 있다, 뭐. 근데 너 윤아한테 언제 출발하는지 가르쳐줬어?”

  “아직.”

  “아까 보니까 일부러 말 안 하는 것 같던데, 왜 말 안 해?”

  “글쎄다.”

 

 

  라고 말하며 규동의 배에 가볍게 주먹으로 톡, 하고 쳤다. 규동과 같은 팀인 파티시에가 규동을 불렀다. 규동네 팀이 만드는 디저트가 손이 많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디너 타임 전에 미리 부른 것이었다. 규동은 대현에게 웃으며 먼저 간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대현은 앞을 본 채 고개만 끄덕였다. 혼자 난간에 기대어 바깥 풍경을 지켜보았다. 어느 정도 날씨가 풀려 사람들의 옷 두께가 한 결 얇았다. 대현은 커피를 다 마시고 출입구에서 나와, 복도에 있는 쓰레기통에 종이컵을 버렸다. 마침 종이컵을 버리려고 복도로 나온 윤아와 눈이 마주쳤다. 윤아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대현에게 다가갔다. 대현이 쓰레기통의 페달을 밟아 뚜껑을 열어주었다. 윤아는 대현을 다시 한 번 슬쩍 보다가 쓰레기를 버렸다.

 

 

  “뭐 그렇게 울상이냐?”

  “아무것도 아냐.”

 

 

  윤아가 뒤돌아 가려다가 말고 대현에게 물었다.

 

 

  “너 언제 출발해?”

  “몰라.”

  “아직 안 정했어?”

  “알아서 뭐하게?”

 

 

  무덤덤하게 맞받아치는 대현에, 윤아는 멍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그, 그러게. 내가 알아서 뭘 하련지…….”

 

 

  대현은 쩔쩔 매며 시선 처리 못 하는 윤아를 내려다보았다. 손으로 주먹을 쥐며 아주 가볍게 윤아의 이마에 한 번 두드렸다. 윤아는 고개를 들어 대현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대현은 윤아의 눈을 응시하며 옅게 웃었다.

 

 

  “데이트, 잘하고 와라.”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18일까지 n일에 1편 연재합니다. (건강… 2016 / 12 / 6 1370 0 -
공지 앞으로의 계획 (2) 2016 / 11 / 20 1431 2 -
공지 공모전 마지막 날 그리고 웹툰화 (2) 2016 / 10 / 31 1454 4 -
33 33 제가 내기에 진다는 겁니까? 2016 / 10 / 27 101 4 6819   
32 32 그X 2016 / 10 / 27 99 4 7406   
31 31 친구라는 건 2016 / 10 / 27 82 4 6474   
30 30 이미 여러모로 2016 / 10 / 26 76 4 7453   
29 29 그 남자를 가까이 해선 안 돼 2016 / 10 / 26 74 4 6040   
28 28 의문의 남자 2016 / 10 / 26 91 4 6193   
27 27 너 내 파트너가 되라 2016 / 10 / 26 151 4 9043   
26 26 얼빠진 표정하지 말고 (전체 수정) 2016 / 10 / 25 197 4 10756   
25 25 드디어 내일이네 2016 / 10 / 25 98 4 7738   
24 24 요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 둘의 평화로운 날 2016 / 10 / 24 107 4 7406   
23 23 눈치도 없이 2016 / 10 / 24 87 4 7680   
22 22 그거 꿈 아니야 2016 / 10 / 24 89 4 9175   
21 21 하여간 손이 많이 가요 2016 / 10 / 24 242 6 8502   
20 20 참 잘했어요 2016 / 10 / 23 141 5 12269   
19 19 무심하면서도 따뜻한 2016 / 10 / 23 154 5 10103   
18 18 솔직하지 못해 2016 / 10 / 22 409 5 7271   
17 17 얘는 한 번씩 2016 / 10 / 22 227 5 8555   
16 16 내가 이 팀에 들어온 이유인 걸 2016 / 10 / 22 83 5 5865   
15 15 반전이 없으면 무난할 2016 / 10 / 22 84 5 8324   
14 14 어쩌면 정말 다정한 애일지도 2016 / 10 / 22 192 5 13217   
13 13 하여간 이 애나, 저 애나 2016 / 10 / 21 115 5 8082   
12 12 사라져버린 레시피 2016 / 10 / 21 149 5 5161   
11 11 난 숫자 같은 거 안 불러줘 2016 / 10 / 21 98 5 5729   
10 10 내가 그런 걸 왜 해 2016 / 9 / 13 100 5 7741   
9 09 뭐가 귀엽냐 2016 / 9 / 11 133 6 7608   
8 08 둘이 뭐 한다고 이제 왔어? 2016 / 9 / 10 185 5 5140   
7 07 착한 건지 둔한 건지 2016 / 9 / 10 259 5 9000   
6 06 네가 인정할 때까지 2016 / 9 / 8 138 5 6375   
5 05 일촉즉발! 첫 위기 2016 / 9 / 7 179 5 4773   
4 04 신경 쓰여 2016 / 9 / 7 117 5 6555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