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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13 하여간 이 애나, 저 애나
작성일 : 16-10-21 23:20     조회 : 115     추천 : 5     분량 : 8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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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뭔 소리야? 내가 자작극을 했다니? 난 절대 아니야!”

  “이제 갓 한 달 되는 신참이니까 관심을 끌기 위해 자작극을 했잖아. 어떻게든 눈에 띄고 도움을 받으려고. 누가 그걸 모를 줄 알아?”

  “무슨 가당치도 않는 말 하지 마!”

 

 

  윤아는 그저 이 상황이 황당하기만 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가당치도 않는 말? 허, 너 진짜 뻔뻔하구나. 소문이 쫙 퍼졌어. 마스터가 네 외삼촌이란 걸.”

 

 

  윤아가 눈을 크게 뜬 채 입을 꾹 다물었다.

 

 

  “맞네. 맞아. 소문이 맞았네. 실력도 없는 애가 로제와인에 어떻게 들어왔나 이상한 게 한 두 점도 아닌데, 네 외삼촌의 인맥이니 들어올 수 있는 거였어. 19점의 실점, 이건 뭐 거의 퇴사될 정도의 점수인데도 아직도 질기게 살아남았고. 게다가 어떻게 디저트의 기본인 반죽도 못 하는 게 단 시간에 실력이 올라? 네 노력인 척 사실상 다 얻어먹었잖아.”

 

  “노력인 척이라니. 그건 절대 아냐.”

  “그럼 마스터께서 널 도와줬다는 걸 부정해?”

  “그건…….”

 

  “네 노력이 뭐라도 된 것처럼 허풍 떨지 마. 다 거품인 주제에. 여기서 살아남을 방법이 없으니까 네 노트가 없어진 척 사람들한테 관심 받고 도움 받으려는 거지. 누가 너 따위 노트를 가져간다고 그래? 그 사람은 뭐 실력이 정 없나 보네. 그딴 걸 훔쳐가고.”

 

  “리하 너, 함부로 그렇게 말하지 마. 너한텐 보잘 것 없는 거일지라도 다 내 노력이고 내 고민들로 만들어진 노트야.”

  “허? 야, 너희들 중에 얘 노트 가져간 애 있어?”

 

 

  리하가 다른 파티쉐들을 향해 물었다. 파티쉐들은 저마다 눈치를 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무도 윤아의 노트에 손을 댄 적도 없다고.

 

 

  “봐, 네 노트를 가져간 사람은 아무도 없어. 정 못 미더우면 지금 락커에 가서 애들 가방 다 뒤져 보든가.”

 

 

  그 때, 여러 사람들 속에 파묻혀 있던 한 사람의 손이 움찔거렸다. 윤아는 자기를 에워싼 파티쉐들을 둘러보았다.

 

 

  “그럼 낙하산으로 여길 들어왔다는 거야?”

 

 

  누군가는 시기심을 가졌고.

 

 

  “내가 보기엔 윤아 나름 열심히 하는 것 같던데.”

 

 

  다른 누군가는 고개를 기울거나.

 

 

  “그럼 뭐야? 노트 잃어버린 게 뭐 어쨌다고?”

 

 

  또 다른 이는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 하거나

 

 

  “이 바보야. 노트 잃어버렸다고 거짓말 친 게 관심 받으려고 한 짓이라잖아.”

 

 

  그 사람에게 들었던 말을 맹신하기도 했다. 윤아는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며 부정하다가 효린과 눈이 마주쳤다. 효린은 침을 한 번 삼키고 입을 열었다.

 

 

  “리하의 말이 맞아. 나도 봤어. 윤아가 명수가 다니는 학원까지 가서 가르침을 받는 모습을. 심지어 실수인 걸로 가장해 명수와 스킨십을 하려는 것도 목격했어.”

 

 

  학원에서 있었던 일을 곰곰이 떠올려 보았다. 윤아가 넘어지려 하면서 다른 사람의 케이크를 망칠 뻔 했던 그 순간, 명수가 윤아를 잡아주다가 같이 넘어진 적이 있었다. 어정쩡하면서도 묘했던 자세가 효린에게 오해를 주었다.

 

 

  “효린아 그건 오해야. 내가 윤아 보고 오라고 했어.”

  “뭐?”

  “내가 오라고 했다고. 내가 얘보고 가르쳐 준다고 학원으로 오라고 했어. 그게 뭐가 문제야? 잘하겠다고 열심히 노력하는 애를 도와주는 건데 그게 나한테 꼬리치는 모습으로 보였어? 고작 우리 팀의 동료를 그 정도로 밖에 못 본 거야?”

  “아니, 난 그게 아니라…….”

 

  “그래, 명수의 말이 맞아. 윤아와 마스터께선 친척 사이가 맞지만, 마스터께서 뭔가 이유가 있으니 윤아를 여기로 데려온 게 아닐까? 물론 너희들이 윤아에 대해서 불만이 많은 건 알겠지만, 함부로 유언비어를 터트리는 건 윤아 뿐만 아니라 마스터한테도 욕보이는 말이야. 마스터께서 이유 없이 독단적인 행동하신 적 있어?”

 

 

  명수에 이어 규동도 윤아를 변호해주었다. 규동의 마지막 질문에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효린은 입술을 잘근 깨물며 윤아를 노려봤다.

 

 

  “임윤아, 너 왜 이렇게 여우같지?”

 

 

  윤아의 동공이 옅게 흔들렸다. 윤아와 효린 사이에 짧은 적막이 흘렀다. 효린의 말은 윤아 외에 아무도 듣지 못했다.

 

 

  “그럼 뭐 어떻게 되는 거야? 정말 임윤아 스스로 노트를 숨겼다는 거야?”

  “뭔 소리야. 명수랑 규동이 아니라고 하잖아.”

  “맞아. 게다가 남의 도움으로 실력이 오른 거면 대현이가 딱 싫어하는 행동이니까 리하와 효린의 편을 들었겠지? 그런데 가만히 있잖아.”

 

  “권리하 저번에 도대현한테 차인 적 있었잖아. 괜한 텃세 아냐?”

  “글쎄. 난 임윤아가 관심 끌려고 하는 짓 같은데. 김효린이 저 정도로 화날 정도면 정말 그 사실이 맞을 수도 있지.”

 

 

  파티쉐들 사이에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에 대해 말이 많아졌다. 윤아는 도리질을 하며 끝까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파티쉐들은 쉽게 믿어주지 않았다.

 

 

  “시끄러워.”

 

 

  한순간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대현을 쳐다봤다. 대현의 얼굴엔 짜증이 가득했다.

 

 

  “제 시간 안에 디저트를 다 만들기도 빠듯한데, 아침부터 이게 뭐하는 짓들이야. 내 친 할아버지가 마스터의 지인인데, 그럼 나도 여기 낙하산으로 들어온 거네?”

 

  “그건…….”

 

  “왜 너희들 다 똥 씹은 표정이냐? 정 못 미더우면 나랑 어디 대회 가서 붙을래? 어? 야, 문현미. 나랑 대회 나가? 손찬호, 나랑 갈래? 권리하, 아니면 김효린. 아니 꼽으시면 내가 상대해줄게. 실력으로 논할 거면 너희들이 이 곳에서 최고가 될 때나 해. 최고가 된 애들이 별 실력도 안 되는 애한테 까불어야지, 어중간한 애들이 까불면 진짜 보기 싫거든. 어중간한 애들 특징이 뭔지 알아?”

 

 

  대현이 리하를 노려보며 말했다.

 

 

  “남의 노력 무시하는 애들이야. 정말 잘난 애들은 자기들이 그만큼 노력해봐서 아니까 진심으로 노력하는 애들 보면 신경 안 써. 쟤 정말 노력 열심히 했구나, 알아봐줘. 어중간한 애들은 그 만큼 노력 안 해놓고 자기는 노력 했다며 생색내. 굉장히 밑 보이는 짓이야.”

 

 

  리하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렸다. 대현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고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순간부터 그런 소문이니 뭐니 말하면, 알아서 잘 처신해. 분명 경고 했다.”

 

 

  리하는 물론이고 다른 파티쉐들은 대현의 말을 고분고분 들었다. 윤아는 한숨을 푹 쉬며 자리로 돌아가,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르고 디저트를 만들었다. 그 후, 윤아의 노트 행방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없었지만, 분위기의 바람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폐관 시간이 되었다. 윤아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갔을 때에 청소를 한 뒤 연습을 하지 않고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 월말평가가 별로 남지 않은 이 중요한 시점에, 노트를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당혹스런 일이 생기느라 그것에 정신이 팔려 레시피를 까먹었다. 윤아는 테라스에서 바람을 쐬며 레시피를 차근차근 떠올리고는, 이전 것과 디자인이 똑같은 노트를 꺼내 그리기 시작했다. 여태껏 스케치를 한 것이 아깝기는 했지만 지금 당장의 것이 문제였다. 아무리 생각해서 다시 만들었다고 해도 부분일 뿐이지, 완벽하지 않았다.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윤아의 머리를 몽롱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오해가 풀리지…….”

 

 -

 

  월말 평가가 이틀 남은 상황에서 파티쉐들은 아직도 소문이 진실인지 윤아의 말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워 했다. 그럴 때마다 대현이 일이나 열심히 하라며 다그쳤지만, 분위기는 쉽게 원상태로 되돌아오지 못했다. 윤아는 같은 팀인 효린의 눈치를 보며 옆에서 반죽을 했다. 분명 윤아가 더 안절부절 해야 하는데, 효린이 더 집중을 못하고 산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윤아는 그런 효린이 걱정스러워 물어보려 했지만, 입을 꾹 다물고 하던 일을 계속 했다. 윤아는 괜히 자기 때문에 교우 관계가 완만했던 파티쉐들과 멀어진 대현과 명수, 그리고 규동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일부러 그들과 가까이 하지 않았고, 혼자 쉬는 시간을 보내고 밥을 먹고 빵을 구웠다.

 

 -

 

  윤아가 팬트리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몸집이 왜소해 선반에 놓인 물건들로 대부분 가려졌지만, 규동의 눈엔 윤아가 어디 있는지 정확히 보였다. 규동이 윤아의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지금 밥시간이지 않아?”

 

 

  윤아의 규동의 말에 아무 말도 대응하지 않았다. 규동은 그런 윤아가 대답해주길 계속해서 기다렸지만 끝내 말이 없자, 흠이라고 작게 읊조리더니 자신의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러다 그 손으로 천천히 윤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윤아는 규동의 손길에 멈칫하다가 눈물 한줄기를 흘렸다. 규동은 윤아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기에 윤아가 울고 있는 사실을 몰랐다.

 

 

  “윤아 너 마카롱 처음 만들 때 어땠어? 어려웠지?”

  “응. 다른 사람들은 다 잘 만드는데 나는 기본적인 것도 실수했으니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다보니 결과가 어떻게 나왔어?”

  “나름 성공적으로 나왔어.”

  “그치. 결과가 잘 나왔지? 마카롱 덕분에 테스트에 통과해서 여기에 입사하고. 어쩌면 지금 윤아가 제일 잘 하는 분야가 마카롱이지?”

  “으응…….”

 

  “비록 단기간이었지만 엄청난 끈기와 노력으로 버텨내서 해낼 수 있었어. 나도 그렇고 대현이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너와 같은 노력을 해서 지금은 뭐라도 디저트를 만들 수 있게 된 거야.”

  “그렇지만…….”

 

  “여기도 마찬가지야. 너만 여기에 겉돌고 있는 거 아냐. 너만 처음부터 애들과 삐걱거리는 게 아니란 말이지. 나는 여기 초기 멤버로서 멤버들이 쉴 새 없이 바뀌는 걸 지켜봐왔어. 자신들이 그렇게도 꿈에 그리던 곳에 입사했지만 실은 너무 힘들어서 하루 이틀 만에 관두거나 얘기도 없이 잠수 타는 사람들도 많았어. 여기에 입사한지 몇 개월이 됐는데도 여기 시스템에 적응 못하는 사람도 많아. 매번 힘에 겨운 사람도 있고, 월말평가나 여기 살벌한 분위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번 그만둬야하는지 야기하는 사람도 많아. 그런 애들을 보면 안타까운 게, 지금 눈앞에 벌어진 일보다 힘든 걸 경험해오며 잘 이겨왔으면서 또 한 번 위기가 오니까 지쳤다고 포기해버리는 거지. 정말 딱 그거 하나만 이기면 될 텐데.”

 

 

  규동은 다시금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강조했다.

 

 

  “정말 그 하나만 이기면 돼. 모든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마. 지금 너를 힘들게 하는 말들은 모이다 보면 언젠가 좀 더 강한 너로 만들 수 있게 되어있을 거야. 윤아가 이겨낸다면 언젠가 그 노력이 빛나는 시기가 올 거야. 단지 그 시기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뿐. 너는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어.”

 

 

  윤아는 천천히 고갤 들어 규동을 바라보았다. 규동은 그제야 윤아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은 놀랐으나, 곧바로 옅게 웃었다. 두 팔을 활짝 펼치며 말했다.

 

 

  “너만 괜찮다면 이리와. 안아줄게.”

 

 

  규동은 윤아를 안고서 속으로 외쳤다.

 

 

  ‘오늘도 수고했어.’

 

 -

 

  윤아는 자신의 가방에서 새로 만든 노트를 꺼냈다.

 

 

  “레시피에 뭔가 하나가 빠진 것 같은데…….”

  “너 그거 뭐야?”

 

 

  리하와 효린이 락커에 들어왔다. 리하는 팔짱을 끼며 비아냥거리는 듯 입 꼬리를 올렸다. 그러더니 윤아의 손에 있던 노트를 빼앗아, 일부러 다른 파티쉐들이 들으라는 식으로 큰 소리로 말했다.

 

 

  “거 봐, 네 노트 네가 가지고 있었네. 혼자 레시피 보려고 했어?”

  “이건 내가 어제 만든……!”

 

 

  윤아를 대하던 파티쉐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냐! 이건 내가 어제 새로 만든 노트야!”

  “핑계도 좋으셔라. 이것 봐. 네가 이번 월말평가에 참여하는 레시피가 여기에 적혀져 있잖아. 이래도 발뺌할 생각이야? 제발 네 주제를 알아. 로제와인이 그렇게 만만한 곳인 줄 알아?”

 

 

  윤아가 오해를 풀기 위해 입을 떼기도 전에 리하는 노트를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는 윤아를 노려보곤 다른 파티쉐들을 데리고 나가길 유도했다. 파티쉐들은 저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락커에서 나갔는데, 간혹 혀를 차기도 했다. 규동의 말을 듣고서 좀 더 당당하게 맞서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윤아의 귓바퀴에 환청이 머물렀다.

 

 

  ‘오늘도 우리 윤아, 재미있는 놀이 해볼까?’

  ‘미친. 얘, 표정 봐. 네가 그러니까 남친이 없는 거지.’

  ‘뭐 이년아? 내가 뭐 어때서. 야, 이거랑 이거랑 이것도 섞어서 임윤아 먹여.’

  ‘우웩. 저걸 먹게 시킨다고? 더러워!’

 

 

  윤아는 천천히 쭈그려 앉아 노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아니야…….”

 

 

  윤아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춘 리하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대현을 똑바로 응시했다.

 

 

  “저래도 임윤아가 결백하다고 믿어?”

 

 

  대현은 리하에게 관심도 없다는 듯 옆으로 지나쳐 윤아의 앞에 섰다. 허리를 굽혀 노트를 주운 뒤 리하를 쳐다보고 다시 노트의 표지를 보았다. 리하는 무시 받았단 생각에 손톱을 깨물다가 파티쉐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효린은 혼자 락커의 입구에 남아, 대현이 들고 있는 노트에 신경 쓰다가 대현과 마주쳤다. 대현의 표정은 살벌했다. 대현은 윤아의 어깨를 노트로 툭툭 쳤다.

 

 

  “멍청이.”

 

 

  윤아는 입술을 앙 다물고는 대현의 손에 있던 노트를 쥐었다. 윤아의 손에 잔뜩 힘이 실어졌다.

 

 

 -

 

 

  명수와 효린은 학원에서 연습할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끔씩 서로 눈이 마주치긴 하지만, 그럴수록 더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연습하거나 더 열심히 연습하는 척을 했다. 명수는 효린이 케이크를 다 만들었을 쯤, 무슨 케이크를 만들었는지 몰래 엿보다가, 자신의 케이크를 보았다. 주먹을 쥐고는 숨을 내쉬었다.

 

 

  “뭔가 잡히는 거라도 있어?”

 

 

  규동이 대현에게 물었다.

 

 

  “글쎄.”

  “걱정이야. 윤아 나름대로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솔직히 나도 처음엔 당황했어. 갑작스럽게 윤아가 애들한테 휘둘렸잖아.”

  “응.”

  “나 윤아한테 가볼 건데, 너도 갈래?”

  “됐어. 너나 실컷 걱정해.”

 

 

  대현은 여전히 누운 채 노트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규동은 대현의 시큰둥한 반응에 대현의 방에서 나와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윤아는 다 만든 케이크를 시식하다가 다가오는 규동에게 케이크를 건넸다.

 

 

  “나 이제 레시피 완벽하게 기억나서 만들어봤는데 한 번 먹어봐줘.”

  “음, 젤리의 식감이 좀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어.”

  “그치? 다시 해야겠다.”

  “내가 도와줄게.”

  “아니. 나 혼자 할게. 내일이 월말평가니까 마지막 연습까지 내가 할 거야.”

 

 

  규동은 식탁에 기대어 윤아가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윤아의 뒤에 섰다. 윤아는 크림을 휘핑 하느라 정신이 없어 규동이 뒤에 있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나 사실……, 너 말 듣고 나서 정말 힘이 났는데 막상 리하가 나를 몰아가니 또 다시 힘들더라. 그래도, 그래도 내가 좀 더 잘하면 되겠…….”

 

 

 규동은 침을 삼키고 천천히 윤아의 등을 향해 양팔을 벌리더니 이내 윤아를 안았다. 윤아는 저도 모르게 핸드믹서의 전원을 끄고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다. 규동과 얼굴이 가까워졌는데, 규동은 얼굴을 푹 숙이고 있어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저기…….”

  “항상 열심히 하는 윤아 네 모습이 보기 좋았어. 예나 지금이나.”

 

 

 -

 

  테라스 창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매서운 겨울의 찬바람이 대현의 머리카락을 쉴 새 없이 건드렸다. 대현은 규동이 가고 난 뒤에 얼굴을 덮었던 노트를 탁자 위에 올리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도착한 문자에 답장을 보내고 한동안 화면을 들어다 보았다. 문득 열심히 연습하던 윤아의 모습과 자신을 향해 낭창하게 웃던 윤아의 모습, 효린으로 인해 기가 죽은 윤아의 모습, 마지막으로 효린의 불안한 표정을 떠올렸다. 대현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조용히 눈을 감더니 까무룩 잠들었다.

 

  대현은 새카만 암흑 천지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숨만 쉬며 정면을 바라봤다. 암흑은 빛에 거둬지고 요리 학원의 내부가 보였다. 그 내부의 외진 곳에 오븐 팬이 바닥에 있었고, 그 위엔 다 구워진 꼬끄(마카롱의 과자 부분)이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엔 아이 두 명이 있었다. 울고 있던 남자 아이를 달래는 여자 아이……,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를 꼭 끌어안고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 때, 다시 암흑이 찾아오면서 대현 혼자 그곳에 남게 되었다. 꿈, 꿈이라 치곤 생생했다.

 

 

  휴대폰의 화면은 여전히 켜진 상태로 어두운 대현의 방을 환하게 비췄다.

 

 

  -믿기진 않는데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닌 것 같아. PM 11 : 20 / 명수

  -하여간 이 애나 저 애나. PM 11 : 21 / 대현

  -이제 어쩔 거야? PM 11 : 21 / 명수

  -그러는 넌 어쩔 건데? 괜찮겠냐? PM 11 : 23 / 대현

  -무슨 소리야? pm 11 : 23 / 명수

  -됐다. 자라. pm 11 : 40 / 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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