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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21 하여간 손이 많이 가요
작성일 : 16-10-24 00:40     조회 : 241     추천 : 6     분량 : 8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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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멍청아. 빨리 나오라고!”

  “나 아직 세수한단 말이야.”

  “왜 이렇게 느려 터졌어! 빨리 나와!”

  “그러게 누가 늦잠 자래?”

 

 

  대현이 문을 세게 두드리며 문 열라고 소리쳤다. 윤아는 대현을 약 올리기라도 한다는 듯이 조금만 기다려보라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대현이 울컥해서 몇 차례 더 문을 세게 두드리며 소리쳤다.

 

 

  “너는 조금만이 무슨 30분을 넘어서냐!”

 

 

  대현이 결국 참지 못하고 문을 열었다. 대현은 천천히 열리는 문을 열어 재치고 욕실 안으로 들어오다 윤아와 눈이 마주쳤다. 윤아의 얼굴은 새하얗고 잡티 하나 없었으며, 머리카락은 전체적으로 물기를 머금었다. 대현은 윤아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세수를 한다더니 화장을 했냐?”

  “아니거든. 쌩얼이거든!”

  “흠, 빨리 비켜. 나 씻어야 해.”

  “나 아직 양치해야 되거든?”

  “아, 나중에 해. 아니면 싱크대에서 하든가.”

  “싫어. 늦잠 잔 네가 싱크대에서 머리 감아. 먼저 온 사람이 임자야.”

 

 

  대현은 맘대로 하라는 식으로 웃통을 벗었고, 윤아는 그것을 보고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

 

 

  “참나, 왜 그렇게 난리야.”

 

 

  윤아의 얼굴이 심각하게 빨개졌다. 대현의 얼굴도 점차 붉어졌다. 윤아가 자신을 간호했을 적, 당시의 심장박동과 규동만 아니었으면 윤아에게 했을 짓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대현은 윤아의 눈을 회피하며 머리를 감았다.

 

  윤아는 기억을 멀리 쫒아내려는 듯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조심스레 치약과 칫솔을 꺼냈다. 양 손 다 다쳤기 때문에 사소한 일을 하려해도 오랜 시간이 소모됐다. 겨우 치약을 칫솔에 짜고, 뚜껑을 닫고, 손이 떨려 바닥에 떨어뜨리고 다시 주웠다. 칫솔을 입에 넣고 떨리는 손으로 양치를 시작했다. 손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칫솔질을 안 하느니 만큼 못했다. 어느새 대현이 머리를 다 감고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털고 있었다. 혀를 차며 말했다.

 

 

  “왜 세수 하는데 시간이 그 만큼 걸렸는지 알겠다. 이리와 봐.”

 

 

  대현은 수건을 어깨에 걸친 후 이리 오라며 손짓을 했다. 윤아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욕조 받침대에 나란히 앉아, 자기의 몸을 사선으로 틀었다. 윤아가 칫솔에 손을 떼자, 그걸 받고 칫솔질을 했다. 칫솔이 자꾸만 잇몸에 찔려 윤아가 발버둥을 쳤다.

 

 

  “어휴, 하여간 손이 많이 가요. 아, 해. 아.”

 

 

  윤아가 입을 벌렸지만 자꾸만 고개를 숙여서 제대로 칫솔질을 할 수 없었다. 대현은 윤아의 턱을 살짝 잡고 제대로 볼 수 있게 튼 다음, 마저 양치를 해주고 물을 받아 헹구게 도와주었다.

 

  “네가 무슨 애냐. 너 때문에 아침부터 진 다 빠졌다.”

  “헤헤, 고마워.”

  “어유, 저리 가!”

 

 

 -

 

 

  “너 때문에 밥도 못 먹어서 배고프다.”

  “날 핑계거리로 삼지 마. 늦잠 잔 건 너잖아.”

  “둘이 요새 많이 투닥거리네? 꽤 친해졌나봐?”

  “효린아 안녕. 말도 마. 툭하면 내 탓하고 나만 무시하고 완전 너무해.”

 

 

  싱크대에서 손을 씻던 대현이 윤아를 노려보았다. 대현의 얼굴에 심술이 묻어났다.

 

 

  “양 손을 제대로 못 쓰면 출근이라도 하지 말던가. 뭐 하러 굳이 나와서는…….”

 

 

  윤아는 입을 꾹 다물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생각해도 말을 심하게 했다고 생각한 대현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명수와 효린은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 했다. 윤아가 입을 툭 튀어내며 갑작스레 발로 대현의 정강이를 차자, 대현이 몸을 수그렸다.

 

 

  “부총주방장 업무 보러 왔다, 왜!”

 

 

  윤아는 대현의 몫까지 뷔페 안을 돌아다니며 디저트의 상태, 청결도, 팬트리에 보관되는 식품들을 체크하고 다음 주 영업에 필요한 물품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외에 부총주방장으로서의 잡다한 업무를 보았고, 시간이 남으면 다른 파티쉐들을 지휘했다. 대현은 윤아의 몫까지 같은 조의 인원으로서 담당을 도맡아 했다. 대현은 처음으로 윤아 혼자 하는 일이었기에 불안했는지 업무하는 내내 윤아를 쳐다보곤 했다. 부족함 없이 일을 해냈으나 완벽한 정도는 아닌 듯 했다.

 

  윤아와 파티쉐들은 농담을 나누면서 청소를 했다. 처음 윤아를 인정하고 나서 같이 했던 청소는, 파티쉐들이 오랫동안 윤아에게 맡겨놨던 터라 파티쉐들에겐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하루 이틀 지나니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고, 누구 하나 투덜거리는 사람 없이 즐겁게 청소를 하며 로제와인의 하루를 끝마쳤다. 규동은 윤아가 매일 성장하고 조금은 어색하지만 사람들을 이끌어 가는 모습에 매번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대현은 말없이 나날이 표정이 밝아지는 규동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요즘 디저트 뷔페에 대한 호평이 자자하더구나. 맛도 디자인도 훨씬 더 좋아진 것 같다하더라. 보아하니 별 문제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확실히 서로 도와주면서 하니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아. 모두들 수고했어.”

 

 

  외삼촌의 아낌없는 칭찬에 모두가 기뻐했다. 외삼촌이 윤아가 정리한 서류를 보며 고갤 끄덕였고,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을 덧붙였다.

 

 

  “좋아. 모두들 시간 있지? 어차피 내일 월요일이라 노는데, 오늘 저녁은 내가 밥 쏜다!”

 

 

  로제와인의 세 뷔페 모두 불이 꺼졌다. 외삼촌은 뷔페를 운영하는 셰프 모두 큰 식당으로 데려갔다. 식당이 삽시간에 로제와인의 셰프들로 북적거렸다. 이미 외삼촌이 식당 자체를 빌린 것처럼 테이블 모두 세팅되어 있었다.

 

  각자 신발을 벗고 여러 개로 합쳐진 식탁 중 한 자리 잡았다. 모두가 입을 모아 짜 맞춘 게 아닌데도 기존에 함께 일했던 팀 멤버끼리 한 테이블씩 앉았다. 윤아는 효린, 명수, 대현과 같이 한 테이블에 앉았다. 개중에도 명수와 효린이 딱 붙어있어서 하릴 없이 대현 옆에 앉았다. 효린과 명수는 서로 물티슈로 손을 닦아주며 물을 따르고, 수저를 챙겨주었다. 아직까지 둘이 사귀는 것을 모르는 대현과 윤아의 눈엔 괜히 부끄럽게 보였다. 대현이 윤아의 눈치를 보며 윤아의 수저를 챙겨주었다. 윤아도 뭔가를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에, 물을 따라주다 컵이 미끄러워 실수로 엎질렀다. 대현은 그저 한숨만 쉬었다.

 

 

  “하여간 움직였다 하면…….”

  “내가 닦을게.”

 

 

  윤아와 대현이 물티슈를 집으려다, 대현의 손 위에 윤아의 손이 포개졌다. 윤아는 화들짝 놀란 나머지, 손을 황급히 빼며 자신의 물티슈를 집었다.

 

 

  “수, 순간 닦아야겠단 생각만 해서.”

 

 

  대현은 유독 당황해하는 윤아와 달리 무덤덤하게 물티슈로 엎지른 물을 닦고 새로 물을 따라 윤아에게 건넸다. 윤아는 대현의 옆모습을 힐끔 쳐다봤는데, 때마침 주문했던 고기가 나왔다. 명수는 효린에게 먹여줄 거라며 명수가 고기를 구웠고, 대현은 별 수 없다는 듯이 윤아 대신에 고기를 구웠다. 생고기가 달궈진 철판에 구워져 지글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윽고 하얀 김이 일렁거렸다. 생고기의 색깔이 점점 더 짙어지면서 붉은 육즙이 위로 올라왔다. 고기 냄새가 사람들의 마음을 독촉했다. 대현은 웃으며 떠드는 명수와 효린과 달리 조용히 고기를 뒤집었는데 순간적인 열기가 대단했다. 이윽고 고기가 다 구워졌고, 명수는 효린에게 건네어 서로 먹여주었다. 보다 못한 대현이 짜증을 냈다.

 

 

  “너희 사귀냐. 여기 있는 내가 괜히 민망해서 못 봐주겠다.”

 

 

  명수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응. 우리 사겨.”

  “뭐?”

 

 

  대현이 놀라 집게로 집은 고기들을 불판에 떨어뜨렸다. 윤아는 쌈을 싸서 먹으려다가 다시 뱉어버렸다. 대현은 그 와중에 더럽다고 윤아를 윽박질렀다.

 

 

  “미안. 나도 너무 놀라서…….”

 

 

  윤아가 소심하게 고갤 돌려 쌈을 다시 입에 넣었다.

 

 

  “숨기려고 한 것까진 아닌데 어쩌다보니 말을 제 때에 못 해줬어.”

 

 

  명수가 뒷덜미를 긁적이며 말하자, 윤아가 몸을 들이밀며 명수와 효린에게 쉴 틈 없이 질문을 건넸다. 질문이 너무 많아서 명수와 효린은 대답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윤아는 제자리에 돌아와 앉으며 물끄러미 그 둘을 쳐다봤다. 마치 오래된 커플처럼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명수는 윤아와 대현을 번갈아보았다. 대현과 윤아는 사귀는 사이가 아닌 건 물론이요, 성격 차이도 크고 툭 하면 티격나지만 어딘가 모르게 풋풋하게 보였다. 명수는 대현과 마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갑작스레 효린의 손을 덥석 잡고 들어올렸다. 윤아는 멋지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을 때, 대현은 ‘쳇’ 하며 투덜거렸다.

 

  각 테이블에 술이 놓여졌다. 외삼촌은 이미 취해진 상태로 사람들에게 술을 권유했다. 술 애호가인 외삼촌은 다른 조리사에게 술을 따라주기도 했고, 넙죽 받아먹으며 윤아를 자랑하기도 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윤아는 민망한 나머지 얼굴을 붉히며 눈을 아무렇게 굴리다가, 러브 샷이라며 술을 주고받아 먹는 효린과 명수를 발견했다. 가뜩이나 붉어진 얼굴이 더 붉어졌다. 그 때, 대현이 윤아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마스터는 지난 번 회식에서도 너만 자랑했어.”

  “내가 없었을 때?”

  “울다가 웃다가 정신이상자라고 볼 만큼 난리도 아니었지.”

  “나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데?”

  “몰라. 하도 말을 많이 하셔서 기억 안 나. 넌 술 안 마셔?”

  “나 소주 마셔본 적이 없어.”

 

 

  윤아는 최근에 마신 칵테일이 있었지만, 애초에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 본 적이 없었기에 술잔을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 대현은 적지 않게 놀란 표정을 짓다가, ‘아, 고등학교, 대학교 둘 다.’라고 속으로 외쳤다. 윤아의 술잔과 갓 비워낸 자신의 술잔을 바꿨다. 괜히 핀잔을 주며 윤아의 술잔을 대신 비웠다.

 

 

  “네가 무슨 애냐.”

 

 

  그 때, 3명의 여자가 대현을 부르며 다가왔다. 로제와인의 또 다른 뷔페에서 일하던 조리사였다. 대현에게 합석해도 되냐고 물었는데, 대현은 시큰둥한 말투로 마음대로 하라고 말했다. 윤아네 테이블이 한순간에 북적거렸다. 기어코 여자 세 명이 대현과 윤아 사이를 비집고 앉아, 윤아가 테이블 구석으로 밀리게 됐다. 윤아 옆에 바로 벽이 있었던 터라 더욱 비좁게 느껴졌다. 그녀들이 술을 따라 마시며 대현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대현은 그녀들의 대화에 관심이 없었으며, 저들끼리 떠드는 대화에 굳이 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들이 질문하면 최대한 간단하게 대답했으며, 그 외의 대화엔 끼지 않고 묵묵했다.

 

 

  “우리 뷔페에서도 넌 유명해. 실력도 좋고 잘생겨서 말이야. 보아하니 이제 스물네 살인 것 같은데 나보다 한 살 연하네? 무덤덤하면서도 은근 챙겨주는 연하가 있으면 얼마나 설레고 좋을까.”

  “난 매일 출근 할 때마다 시간이 겹쳐서 봤는걸. 너랑 같이 다니던 규동이도 은근 귀엽던데.”

  “그럼 넌 규동이한테 가.”

  “싫어. 대현이가 더 좋단 말이야!”

 

 

  대현을 사이에 두고 여자들이 옥신각신했다. 윤아는 입을 삐죽 튀어내며 왼손으로 다 구워져 철판에 모아둔 고기를 집었다. 오른손잡이인 윤아가 고기를 잡기엔 서툴러서 고기가 식탁에 떨어졌다. 윤아는 그것을 다시 집어 입에 넣었다. 윤아가 고기를 한 번 씹을 때마다 대현에게 치근덕거리는 그녀들의 말이 들려왔다. 결국 참지 못한 윤아는 대현과 바꿔치기한 술잔에 술을 따라 마셨다. 난생 처음으로 마신 술이 쓰다 못해 맛없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 쓴 맛을 왜 좋아하며 왜 계속해서 마시는 것인지를. 그런데 그 생각이 얼마 못가 술잔에 술을 계속 따라 부으며 마셨다. 세 잔, 네 잔……, 열 잔이 되어서야 윤아의 볼이 발그스름해졌다. 조금씩 몸에 열이 올랐다. 처음에 썼던 술 맛도 나지 않았다. 약간 달짝지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윤아의 눈이 풀리고 입술이 조금씩 벌어졌으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앞뒤로 기우는 것을 반복했다. 술을 다시 따르려다, 술병이 비었단 생각에 술병을 세게 테이블에 내리찍었다. 일제히 윤아네 테이블의 사람들이 윤아를 주목했다.

 

 

  “나 끼어죽겠네……. 더워!”

  “뭐야, 임윤아 그새 술 마셨어?”

 

 

  대현이 일어날 준비를 하기 위해 한쪽 무릎을 세우고, 다른 한 쪽 무릎을 꿇었다.

 

 

  “더워. 더워! 이 옷 벗을 거야.”

 

 

  윤아는 어질한 상태에서 소매의 단추를 풀다말고 카라 바로 밑의 단추를 풀었다. 그녀들이 이상한 눈으로 윤아를 쳐다봤고, 윤아의 도발적인 행동에 놀란 대현이 윤아의 손을 잡아 행동을 저지했다. 윤아가 찡얼거리며 허공에 발길질을 했는데 점점 행동이 거세지자 그녀들이 수군거리며 회피했다.

 

 

  “나랑도 말해. 나랑도 말 하자고! 왜 저런 애들이랑만 얘기하냐고! 네 눈엔 내가 이딴 물티슈냐! 존재감도 없이 사람 여기서 끼어죽으면 뉴스에 뭐라고 나오겠어!”

  “미치겠네……, 얘가 뭐라는 거야.”

 

 

  대현이 창피한 나머지 윤아의 입을 막을 찰나였다. 외삼촌이 옷을 주섬주섬 챙기고 일어나더니, 2차를 가자며 손을 위로 번쩍 올리며 흐느적거렸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자리에 한 둘씩 일어나더니 외삼촌의 뒤를 따랐다. 명수가 대현에게 윤아를 챙기고 어서 오라며 효린을 챙긴 뒤 자릴 떴다. 대현이 명수의 말에 정색했다. 윤아의 팔뚝을 잡고 일으켜 신발장으로 향했다. 윤아는 취한 탓에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린 채, 화장실 전용 슬리퍼를 신고 일어섰다. 대현이 끓는 속을 간신히 참으며 윤아의 뒷덜미를 잡았다. 버둥거리는 윤아를 자리에 앉혀서 신발을 벗긴 뒤, 윤아의 신발을 직접 신겨주었다. 대현의 상황이 골치 아프게 되었다.

 

  대현은 윤아를 이끌고 옆 건물에 위치한 노래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인원이 많은지라 몇몇의 팀으로 나눠 방을 선택했다. 윤아와 대현이 들어간 곳엔 규동과 몇몇의 파티쉐들, 그리고 다른 뷔페의 셰프들과 어울러져 노래를 부르고 있는 외삼촌이 있었다. 사람이 붐비는데다가, 시끄러운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대현은 윤아를 소파에 내팽겨 치고 밖으로 나갔다. 리하가 복도에서 힐을 신은 상태로 휘청거리며 걷다가 멈췄다. 남자 두 명이 리하를 향해 기분 나쁘게 웃으며 길을 막았다. 마음에 드니 번호를 달라고 했다. 리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싫다고 말했다. 리하가 취기 때문에 가만히 서 있는데도 휘청거렸다. 남자 한 명이 능청스럽게 리하의 팔뚝을 잡았다.

 

 

  “에구, 많이 취하셨네요.”

 

 

  리하는 취한 상태이지만 아직 이성이 남아 있었다. 남자의 손길을 힘겹게 내쳤다. 리하의 높은 힐 때문에 발목이 접혔다. 넘어지려는 리하를 남자 한 명이 잡으려다 대현이 리하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대현이 남자들을 쏘아보자, 한 명은 아쉽다는 표정을, 또 다른 한 명은 짜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그들은 자리를 피했다. 대현이 골머리를 앓는단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리하는 잔뜩 취한 상태로 고개를 떨어뜨리며 연신 물을 외쳐댔다. 대현은 리하를 노려보다 카운터에서 물을 사고는, 리하가 어느 방에서 놀았는지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리하와 어울려 놀던 여자 두 명이 보였다. 대현이 그들을 불러 세웠다.

 

 

  “얘 방에 데려다줘.”

 

 

  두 명 중 한 명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리하를 받아냈다. 대현이 가려다가 ‘아, 물’이라며 외마디를 치며 다른 한 명에게 물을 건넸다. 여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양손으로 물을 건네받았다. 대현은 물을 바라보다 리하를 턱으로 가리켰다. 그제야 여자가 대현의 행동을 이해한 듯 했다. 대현은 한숨을 쉬며 노래방 밖으로 나갔다.

 

 

 윤아는 얼떨결에 눈을 껌뻑이기만 했다.

 

 

  “내 귀염둥이 조카! 우리 윤아 노래 실력 오랜만에 들어봐야지!”

 

 

  외삼촌은 한 손에 마이크를 쥐고 다른 한 손엔 탬버린을 힘차게 흔들었다. 모두가 윤아를 쳐다보았다. 윤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몇 번 휘청거리더니 밖으로 나갔다. 갑작스런 윤아의 행동에 당황한 외삼촌을 본 규동은 자신도 밖에 나갔다 오겠다며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그러자 다른 조리사들이 규동의 손을 잡으며 그냥은 못 보내준다며 규동을 춤추며 노는 무리에 가두었다. 규동의 절규가 방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컸다.

 

 

  “아, 제발 저 좀 나가게 해달라고요!”

 

 

  바람이 간간히 불어왔다. 대현은 노래방 근처의 주차장에 서서 바람을 쐬었다. 자갈로 이루어진 바닥을 걷는 내내 자갈과 자갈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기존 주량에 비해 덜 마신 상태라 크게 취하진 않았지만, 간만에 마셔서 그런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기지개를 쭉 펴며 외삼촌에게 먼저 가겠다는 문자를 보내려다, 누군가 혼자서 조잘대는 목소리에 주변을 훑어보았다.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윤아가 자갈 위에 달라붙은 껌 딱지 앞에 쭈그려 앉아 중얼거렸다. 대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좀 더 윤아에게 다가갔다.

 

 

  “안……녕.”

 

 

  윤아 혼자 신나서 중얼거렸다. 대현은 좀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윤아를 마주보며 쭈그리고 앉았다.

 

 

  “안녕 껌딱지야……. 내 이름은 윤아야. 너는 몇 살이야. 난 스물넷이야. 너는 분홍색이까 스트로베리 맛이겠구나.”

 

 

  윤아가 조근한 어투로 헤실헤실 웃으며 말하다말고 갑자기 정색하더니 소리쳤다.

 

 

  “나는 죽을 맛이야!”

 

 

  대현은 기가 찬 표정을 지으며 윤아를 일으켜 세웠다. 윤아의 몸이 심하게 휘청거리는 바람에, 대현이 윤아를 놓쳤다. 윤아가 눈을 껌뻑이며 외삼촌의 차 앞에 섰다. 껌 딱지에게 한 것처럼 똑같이 자신의 소개를 했다. 대현이 피식 웃어버렸다.

 

 

  “얘도 참…….”

 

 

  대현은 윤아의 특이한 주사에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도 윤아를 쳐다봤다. 눈을 깜빡이며, 발그레한 볼에, 웅얼거리는 입이 조금은 귀엽게 보였다. 대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고개를 비스듬히 숙여 윤아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 때, 윤아가 입을 닫다가 졸린 눈을 하더니, 대현의 옷에 토를 했다. 대현이 방금까지 했던 윤아에 대한 생각이 모두 흩어짐과 동시에 대현이 기겁했다.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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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난 숫자 같은 거 안 불러줘 2016 / 10 / 21 98 5 5729   
10 10 내가 그런 걸 왜 해 2016 / 9 / 13 100 5 7741   
9 09 뭐가 귀엽냐 2016 / 9 / 11 133 6 7608   
8 08 둘이 뭐 한다고 이제 왔어? 2016 / 9 / 10 185 5 5140   
7 07 착한 건지 둔한 건지 2016 / 9 / 10 258 5 9000   
6 06 네가 인정할 때까지 2016 / 9 / 8 138 5 6375   
5 05 일촉즉발! 첫 위기 2016 / 9 / 7 179 5 4773   
4 04 신경 쓰여 2016 / 9 / 7 116 5 6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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