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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문 (門)
작가 : 이태희
작품등록일 : 2017.10.31

내가 강시라고! 그런데 그녀도 강시······. 차원의 틈을 통해 알 수 없는 무림의 세계로 떨어진다. 그곳에서 대법을 통해 강시(强尸)가 되어버린 나강현의 신묘한 이야기!



사뿐사뿐 달빛이 내려앉듯
사뿐사뿐 꽃잎이 내려앉듯
그의 한마디 손짓, 눈빛
그녀의 가슴에 수 놓인다.
눈에 머리에 영혼에 각인 한다
야속하게 눈 녹듯 사라질세라.

 
수작질에는 수작이지!
작성일 : 17-11-06 12:29     조회 : 31     추천 : 0     분량 : 8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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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상문필은 이번 표행길에 앞서 만운표국의 수뇌들에게 간략한 설명을 한 후에 표사로 위장해 있던 수하들을 이끌고 영남도로 향했다.

 

  중원 서남쪽. 잡목들로 빼곡히 우거진 숲속을 길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음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무들 사이를 스치며 때로는, 나뭇가지를 밟으면서 숲속을 빠르게 이동하는 중이었다.

 

  -휙, 탁, 타탁

  누가 뒤쫓아 오기라도 하는지, 경공을 펼치는 동안에도 이따금씩 주위를 경계하며 달리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한참을 달리다 군데군데 나무 몇 그루만이 있는 넓은 벌판에 다다르자 상문필은 손짓을 하며 달리기를 멈추었다.

 

  “오늘은 여기서 쉬었다, 간다.”

  “예, 당주님!”

  사방이 튀여 있어 경계하기가 좋았고, 때마침 사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해 노숙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우문검 상문필은 하루 종일 달렸기에 잿빛 무복이 흙먼지에 더럽혀지고, 머리가 헝클어 졌어도 오히려 패기 넘치는 사내다움이 강조될 뿐이었다.

 

  “우린 요기 거리를 구해 오겠네. 자네는 불을 준비 하게.”

  “그러지, 조심해서 다녀오게.”

  건량이 떨어진지 오래이자 몇몇은 들짐승 따위를 잡으러 가고, 남은 수하 중에 한명이 능숙하게 땅을 파고서 볼을 지피는 것을 보며 상문필은 나무를 등지고 앉아 행랑에서 물을 꺼내 한 모금 들이켰다.

 

  “꿀꺽, 꿀꺽.”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음에도 행랑에 손을 넣어 행여 누가 볼까봐 조심스레 목갑을 확인하고 검은색 봉투를 꺼냈다. 이상 없는지 만져 확인한 후 다시 집어넣으며 상문필은 상념에 잠겼다.

 

  전령이나 전서구로 보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직접 가지고 가는 이유는 문서의 내용이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였지만, 천마교의 교주가 보내는 기밀문서가 가진 무게감 때문이다.

  한차례 깊은 호흡을 내쉰 상문필이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에 들어가자 수하가 뒤에서 호법을 섰다.

 

  다음날. 새벽이 어슴푸레 밝아오자 노숙을 한 흔적을 깨끗이 지운 후 상문필 일행은 서둘러 출발했다.

  한낮이 되었을 때 쯤. 작은 길이 나오고 그렇게 얼마를 더 가자 큰 마을이 나왔다. 오랜만에 객잔에 들러 숙식을 해결한 일행은 식량을 구입해 다시금 길을 재촉했다.

 

  이들이 말을 타고 가지 않는 이유는 길만을 고집해서 가기에는 너무도 먼 거리이기 때문이었다.

  노숙을 해가며 때로는 쉬지 않고 경공을 펼치면서 달리기를 여러 달. 도화강이 흐르고, 저 멀리 절벽으로 둘러싸여 거대한 하나의 바위처럼 보이는 돌산인 상비산(象鼻山)이 상문필의 시선에 들어왔다.

 

  산허리가 안개에 자욱이 둘러싸여 보는 이로 하여금 신선들이 산다는 영산을 보는듯한 신비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절경이었다.

 

  ‘드디어 도착 했군.’

  거의 이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상문필과 수하들은 상비산이 손에 닿을 듯 가까워지자 극도로 신형을 은밀히 감추며 안개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굵은 나무 넝쿨들이 줄기줄기 늘어져 있는 절벽 앞.

 

  수하들 중에서 상문필의 명령을 받은 사십대로 보이는 이제는 낡아서 빛이 바랜 검은 무복을 입은 사내가 주위를 한차례 둘러보았다.

  이윽고, 허리 높이쯤 되는 곳에 위치한 어린아이 머리만 하게 튀어나온 돌을 내력을 실어 손바닥으로 지그시 눌렀다.

 

  -콰둑

  -스스스

  그러자 눈앞에 있던 절벽 일부가 사라지며 깊이를 알 수 없는 동굴이 나타났다.

  동굴입구는 외부의 이목을 숨기기 위해 절곡환영진이 설치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모두 조심하도록 해라.”

  “예!”

  조심하라는 말을 보니 적, 아를 구분하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는 속을 알 수 없는 시커먼 동굴 속이었다. 그 속으로 상문필이 앞장서서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긴장한 수하들이 뒤를 따랐다.

 

  막상 들어간 동굴 안은 아무런 기관장치도 없고, 적당한 간격을 두고 야광주가 희미하게 빛나며 벽에 박혀 있었다. 칠흑 같은 동굴 속이지만 내공을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야광주 빛을 길잡이 삼아 걸어가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스르르륵, 사르르륵, 치르르르, 사악사악

  조금을 더 들어가자 소름끼치는 소리가 앞쪽에서 쏟아지며 귀를 긁어 댔다.

  놀랄만도 하건만, 상 문필 일행은 익숙한 소리라도 되는지 개의치 않고 더 안쪽으로 걸어갔다.

 

  동굴 벽에 붙은 야광주 빛만으로도 그 존재를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는 그 소리의 정체는 실로 끔찍했다.

  통로를 충분히 매우고도 남을 만큼, 서로 잡아먹거나 먹히거나 하면서 뒤엉켜 있는 그것들은, 수를 다 헤아릴 수없이 많은 종류의 독물과 독충들이었다.

 

  상문필과 수하들은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동굴 내부 전체가 움직이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참으로 사람 질리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독물들이 온 몸을 헤집고 다니며 갉아 먹는 끔직한 악몽 그 자체였다.

 

  제아무리 무공이 높고, 내공이 깊은 고수일지라도 생문을 통해 빠져 나가지 못하고 죽음의 절진인 사환무기진에 갇히게 되면, 내공이 고갈될 때까지 저것들을 상대하다가 끝내는 저승길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주머니에서 황색 옥병을 꺼내어 가루를 몸에 뿌리고 상기된 표정의 수하들에게 경고를 해주었다.

 

  “잘 보고, 조금의 실수도 없이 따라 오도록 해라.”

  “예! 당주님.”

  수하들도 상관의 명에 따라 각자 지지고 있던 옥병을 꺼내어 몸에 하얀 가루를 뿌렸다. 이 가루가 잠시나마 독물들의 접근을 막아줄 것이다.

 

  수하들에게 다신한번 주의를 단단히 시키고는 내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사아아

  명경명환(冥鏡明換) 심법을 펼치자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더니 이내, 생문으로 짐작되는 부분이 발광하였다. 상문필은 보법을 사용하여 앞서 그곳을 천천히 밟으며 나아갔다.

 

  수하들도 앞서 당주가 지나간 자리를 그대로 밟아가며 조심스럽게 뒤를 따라 무사히 통과했다.

 

  “휴우, 살았다.”

  “매번 느끼지만, 참 대단한 사환무기진이야.”

  몇 번이나 이곳을 통과 해본 경험자들이지만 지날 때 마다 목숨을 걸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사환무기진을 통과한 후 한참을 더 들어가자 통로는 장정 다섯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넓어졌다.

 

  한없이 이어졌을 법한 동굴의 끝이 보였고, 그곳에 도착한 장소는 더 이상 갈수 없는 막다른 길이었다.

  그때, 아무도 없을 것 같던 양쪽 벽에서 갑자기 은둔술을 펼치고 있던 복면을 한 두 인물이 소리 없이 나타났다.

 

  -스슥

  “누구인지 신분을 밝히시오.”

  신분을 밝히라는 말에 상문필은 품속에 손을 넣어 신분패를 내밀었고, 확인한 둘은 한쪽 무릎을 굽혔다.

 

  “당주님을 뵙습니다.”

  “음. 수고 한다.”

  상문필이 인사를 받자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무사가 재빨리 일어서서 벽 쪽으로 손을 가져가 줄을 당겼다.

 

  -그르르르릉

  쇠로 된 줄을 당기자 한쪽의 석벽이 소리를 내며 부드럽게 열렸다. 상문필 일행은 계속해서 안으로 십여 장 정도 이동하니 빛이 들어오는지 사방이 점점 밝아오기 시작했다.

 

  석굴 안을 통해 들어온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 만큼, 탁 트인 드넓은 대지와 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사방에 세워진 크고 작은 아름다운 전각들 사이로 갖가지 나무들이 어울려 자리하고, 멀리 뒤쪽으로는 감싸 안듯이 절벽이 빙 둘러쳐져 절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상문필은 서둘러 중앙에 위치한 오층으로 된 대전 쪽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상 당주님을 뵙습니다.”

  앞쪽에서 마주오던 장한 둘이 인사를 건네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냥 지나쳐갔다.

 

  “이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오랜만에 보는 상문필 외당 당주였다. 시선을 멀어져 가는 당주를 향한 채 옆 사람에게 근심 섞인 어조로 물었다.

 

  “글쎄, 뭐 별일이야 있으려고.”

  “그렇겠지.”

  둘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되었는지 이내 가던 발걸음을 옮겼다.

 

  상문필 당주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천마교의 비밀문서를 자신의 상관인 총관에게 전달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다만, 자신이 행한 이 일이 밀궁에 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으면 할 뿐이었다.

 

  상문 필은 궁이 더 이상 반목하며 소모적인 싸움을 벌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루 빨리 궁이 일치단결 하여 예전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 더 이상의 욕심은 없었다.

 

  대전 앞에 당도하자 커다란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여전히 웅대한 필체로 밀궁(謐宮)이라고 칼로 각인되어 있었다.

 

  “흐읍.”

  호흡을 한차례 가다듬은 후에 대전 안으로 들어섰다. 때마침 궁의 대, 소사를 관장하는 염무자(廉無資) 총관이 걸어 나오다 반색을 하며 반겼다. 호는 천무뇌(天貿腦)로 밀궁의 군사격인 총관을 맡고 있었다.

 

  “상당주. 참 오랜만이군!”

  “예, 총관님. 별고 없으셨습니까?”

  “허허, 나야 별일이야 있겠나. 근데 예정보다 빨리 온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는가?”

  눈매가 가늘어지며 상당주와 눈을 맞추는 염총관의 얼굴에는 가벼운 일이 아닐 거라는 짐작을 하며 그 궁금증을 찾으려 했다.

 

  중원에서의 활동을 위해 적지 않은 밀정들과 각 문파 세력들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비밀 분타를 심어놓았다. 그곳을 책임지고 있는 상당주는 바빴기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정기적으로 입궁할 때 말고는 회궁하는 일이 드물었다.

  그렇기에 염총관은 무슨 일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예, 그것이 여기서 말씀 드리기가 곤란한 사항입니다.”

  “알았네. 따라오게.”

  상문필이 보고를 하기에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얘기를 하자 염무자는 자신의 짐작이 맞다 생각하며 집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상당주는 가져온 물건을 앞에 꺼내 놓으며 염총관에게 그간의 일에 대해 설명을 했다.

 

  “예. 실은, 천마교에서 밀사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 물건은 궁주님께 보내는 선물로 두 가지······.”

  다 듣고 난 총관은 상당주에게 공을 높이 치하하고, 바삐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휑하니 집무실을 빠져 나갔다.

 

  “상당주. 먼 길에 수고가 많았네. 마침 내게 귀한 술이 있으니 나중에 한 잔 하세나.”

  “예, 총관님.”

  보고를 끝낸 상문필은 자신의 일은 여기 까지라 생각 했는지 염총관의 집무실을 나왔다.

 

  염총관은 밀서에 관한 궁금증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궁의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목적하는 전각으로 들어섰다.

 

  내실로 향하는 통로에는 갖가지 모양을 한 조각들과 수집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중원이 아닌 서역(西域)과 발해(渤海)의 것으로 보이는 물건도 여럿 있었다.

  내실의 끝에 도착한 염총관은 인기척을 내고 자신이 왔음을 알렸다.

 

  “크흠, 염무자입니다.”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염총관은 잠시 뒤에 다시 고했다.

 

  “험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들어오게.”

  염총관이 안으로 들어서자 삼십대 중반에 예리해 보이는 사내가, 시퍼렇게 날이 서 더 이상 닦을 필요가 없어 보임에도 보도를 정성스레 닦고 있었다.

 

  한영도수(寒榮刀手) 장무연(張務延). 밀궁의 수석장로로서 절대고수인 화경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그의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장법과 도법의 달인이었다. 한영신공은 극음의 무공으로서 스치기만 해도 순식간에 살과 피가 얼어 들어가는 무서운 장법이었다.

 

  음한계열의 심법을 바탕으로 중원에서는 보기 드물게 세외인 북해빙궁 같은 곳에서나 익힐법한 한빙장의 장법과 중병인 도를 가볍고 빠르게 구사해 도법과 장법의 장점을 갖추었기에 적수가 없을 만큼 강했다.

 

  현재 궁주의 무공이 정상이 아니기에 대신 밀궁을 이끌어가고 있다.

  장무연은 생각이 정리가 잘 안 될 때에는 도를 손질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생각을 방해해서 심기가 불편하다는 표정이 슬쩍 떠올라 있었다.

 

  염총관처럼 충성스런 수하도 없었기에 도의 날보다 더 날카로운 눈매로 총관을 직시하던 눈빛을 이내 온화하게 바꾸며 물었다.

 

  “그래, 염총관 이곳에 무슨 일인가?”

  “예. 험험······.”

  수석장로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아는 염총관은 결례를 무릅쓸 만큼 중요한 전갈을 가지고 왔기에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던 시비를 보며 헛기침을 했다.

 

  염총관은 수석장로가 시비를 물리자 잠시 기다렸다 입을 열었다.

 

  “천마교에서 비밀 분타인 만운표국을 통해 정식으로 밀사를 보내 왔습니다.”

  “호오! 천마교에서 궁주에게 밀사를 보냈단 말인가?”

  “예. 수석장로님. 그렇습니다.”

  “쯧쯧쯧, 비밀분타를 용케도 알아냈군. 혹시 모르니 거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두게.”

  “예. 분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염총관은 상당주에 들은 설명과 함께 천마교에서 건네받은 물건과 검은색 봉투로 밀봉된 밀서를 공손히 건네었다.

 

  “이건 천마교에서 보내온 물건입니다.”

  장무연은 밀서에 앞서 총관이 건넨 붉은 목갑을 열어 보았다. 옥함을 열자 그 안에서 공기를 얼릴 듯 한기를 뿜어내는 옥함이 드러났다.

 

  “······보아하니 북해의 물건이로군.”

  엄청난 한기를 지닌 옥갑이 아무렇지도 않은지 손으로 집어 열었다.

 

  -화아악

  순식간에 실내의 한기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순식간에 열기가 대신했다. 이건, 생각지도 못한 대단한 물건이었다.

  북해의 기물에 담지 않았더라면 이 열기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에 침음성을 삼켰다.

 

  “으으음.”

  영롱한 빛을 띠는 붉은색 단환이 한기 가득한 실내의 공기와 폐부를 태울 만큼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크음······, 이 뼛속가지도 후끈한 예사롭지 않은 열기는 아마도 만년화정이라 짐작되는군.”

  몸에 내력을 일으켜 보호한 뒤 단환을 가까이 가져가 살펴본 장무연은 탄식을 터뜨렸다. 이에 염총관은 땀을 뻘뻘 흘리며 수석장로의 안목에 아부성 감탄사를 내뱉었다.

 

  “역시, 한눈에 알아보시다니 대단하십니다!”

  무림에는 수많은 영약들이 존재했다. 소림사의 대환단, 무당파의 태청신단, 화산파의 화보공단을 비롯한 십대 영약이 있는데, 그중에서 첫째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만년화정이었다.

 

  위에 언급한 영약들은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무림 무가지보였다. 각 문파에서 따로 사람을 두어 엄격히 관리되었고,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보물이기에 어쩌다 세상에 나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중원 무림에 피바람이 불 정도였다.

 

  그건 영약 하나하나가 주화입마 치료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일갑자 이상의 내공증진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갑자의 내공이면 빠르게 일급고수가 절정 고수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이었다. 물론 그이상의 수준은 내공만으론 부족하고 깨달음이 필요했지만 말이다.

 

  많은 무인들이 기연을 바라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에 죽자고 수련에 매달리는 길뿐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첫째로 손꼽는 전설의 만년화정이었다.

 

  자신의 내공과 상극이라지만, 장무연 또한 무인이기에 탐욕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전이면 몰라도 지금 자신에게는 영약 보다 깨달음이 더 중요했지만, 그래도 내공이 많아서 나쁠 건 없었기 때문이다.

 

  “크음, 진정 아까운 물건이구나.”

  애써 외면하고 입맛을 다시며 옥함을 닫고 옆에 놓인 무공서를 집어 들었다.

 

  “천마교주가 화산파의 보물인 월영천무를 만년화정과 같이 보냈단 말이지.”

  무공서를 펼치며 훑어보는 수석장로에게 답했다.

 

  “예. 보시면 아시겠지만, 무공도 무공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화산의 보물입니다.”

  “흠······.”

  총관의 말이 아니더라도 대단한 무공임에는 틀림이 없어 고개를 끄덕여줬다.

  나중에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교주의 밀서를 집어 겉에 인장이 찍힌 밀봉을 확인한 후에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흑단 같은 긴 머리를 뒤로 넘기며 밀서에 적힌 내용을 읽어 가던 장무연은 생각을 하기 위함인지 눈을 감았다.

  얼마 뒤에 다시 읽기 시작했고, 다 읽고 난 다음 염총관에게 넘겨주고 다 읽기를 기다렸다.

 

  “크크크크, 참 재미있는 제안이야. 안 그런가?”

  “흐흐흐흐, 그렇습니다.”

  염총관은 천마교의 제안이 참 그럴 듯하다고 생각하며 수석장로의 말에 동조했다.

 

  “우리를 발판으로 삼아서 사파일통과 중원정복이라······, 그 대가로 중원 진출이라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 하는데, 총관의 생각은 어떤가?”

  수석장로의 물음에 코끝을 문지르며 생각에 잠겨있던 총관은 조심스럽게 의견을 꺼냈다.

 

  “천마교의 제안 자체는 나무랄 것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혈마교 를 비롯한 사파와의 전쟁 이후에 세가 줄어든 우리를 흡수하려고 하는 수작입니다. 천마교에는 심령을 제압하여 세뇌를 시킬 수 있는 무공이 있는데 아마도 그걸 염두하고 벌이는 일 같습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술법원과 천인심법이 있어 그 걱정은 덜었지만, 그렇다 해도 그들의 속셈이 우려되는 건 사실입니다.”

  염총관의 대답에 장무연이 안광이 형형한 눈을 빛냈다.

 

  “나도 그걸 모르는 바는 아냐. 거기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고 오히려 그걸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지. 누가 누구를 잡을 건지 그건 그때 가봐야 아는 것 아니겠나. 그리고 크흐흐흐, 수작질에는 수작이지!”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흐흐흐흐······.”

  수석장로의 말에 맞장구를 친 총관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우리로서는 중원진출이 필요한 시점이기에 천마교의 제안을 명분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은 궁주와 그 수가 줄었지만 궁주를 따르는 궁의 무인들이 걸림돌이 될 거라는 게 문제입니다. 아직도 회유중인데 시간이 좀 걸릴 거라 예상됩니다.”

  죄송스런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총관을 보고 장무연은 괜찮다는 손짓을 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니야, 쉽지 않은 일을 하느라 그동안 고생이 많았네. 걸림돌은 치우면 되지. 그건 궁주가 포기하면 나머지도 자연스레 넘어올 거야. 그것보다 그 일은······, 어떻게 잘 준비되어 가는가?”

  수석장로의 의미심장한 말에 앞에 올려다 놓은 옥함에 눈이 향했다. 총관의 버릇중 하나로 만족한 생각이 났을 때나 짓는 한쪽 입 꼬리가 올라가 웃음을 짓는 것을 보고 장무연은 대답을 느긋하게 기다렸다.

 

  “예. 때마침 들어온 신단인 만년화정을 이용하는 겁니다. 이 신단은 수석장로님에게도 더없이 요긴한 물건이지만, 궁주에게도 일말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신단입니다. 이것을 이용해서 궁주를······.”

 

  모종의 수작을 꾸미는 이들은 밀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수석장로와 총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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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운명은 시작되었다 2017 / 11 / 1 68 1 9554   
2 마병기(魔兵機) 2017 / 10 / 31 112 1 7077   
1 시작 (2) 2017 / 10 / 31 453 1 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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