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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6. 꼭두각시 (6)
작성일 : 17-09-04 21:28     조회 : 80     추천 : 0     분량 : 4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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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제아는 저주받은 인형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꽃밭을 헤쳐 달아났다. 원한에 사로잡힌 인형은 악착같이 그를 향해 기어왔다. 제아가 반쯤 울며 카모마일 밭을 빠져나온 순간, 누군가와 부딪쳤다.

  “너, 그 비행선에서...?”

  곧 잡히고 말 것이라는 공포와 누군가를 만났다는 안도감이 한꺼번에 몰아치자 제아는 상대가 자신을 알아봤다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무작정 붙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머리 위에서 여린 한숨이 들리더니, 인형을 불렀다.

  그 구원자는 다름 아닌 인형의 주인이었다.

  인형의 주인, 희나리는 엘리자베스를 세워놓고 혼을 냈다. 하지만 반성은커녕 인형은 살벌한 눈으로 제아를 째려보고 있었다.

  “엘리자베스, 눈!”

  “흥.”

  희나리가 지적했지만 인형은 살며시 눈을 거두며 코웃음 칠 뿐이었다. 희나리는 인형의 심술에 질린다는 듯 난감한 얼굴로 제아를 돌아봤다.

  “정말 미안해. 버릇이 좀 없어서.......”

  “아, 네.”

  제아는 인형의 눈치를 살피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엘리자베스는 제아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제아가 넘어지면서 쓰러진 카모마일을 일으키며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딱딱한 인형의 손이 얼마나 부드럽겠나만 조심스레 줄기를 세우고 잎을 펴는 손길은 섬세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괜히 머쓱해진 제아는 살그머니 허리를 숙였다.

  “원래대로 할까?”

  그러자 독사 같은 인형의 눈길이 쏘아졌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한다고 소리 없이 구박하는 같아 제아는 어깨를 움츠렸다.

  “엘리자베스는 식물을 좋아하거든.”

  희나리가 어색하게 웃으며 심술 난 인형의 마음을 대변했다.

  “아마, 꽃밭이 망가져서 마음이 상했나봐.”

  “참.......”

  다시 꽃을 세우기 시작하는 인형의 아담한 모습을 지켜보며 제아는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감정이 풍부한 인형이네요.”

  그 역시 많은 인형을 만들어봤기에 알 수 있었다. 말 몇 마디하게 하는 것도 여러 명령이 주입되어야 가능한 일인데, 그런데 저렇게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감정을 표현하는 인형이라니. 아무리 섬세하게 만들어졌다한들 오랫동안 살펴보며 보완해야할 터였다.

  “누나가 만든 거예요?”

  어느새 제작자의 입장이 되어 인형을 살펴보던 제아가 물었다. 그의 물음에 희나리는 잠깐 고민했다.

  “그렇다기보다는, 생겨... 났다고나 해야 할까?”

  희나리가 죽던 그 순간 엘리자베스는 움직이고 말하기 시작했지만, 사실 희나리는 살아있던 시절 오래전부터 그 인형이 살아있다고 믿어왔다. 그 믿음이 인형에게 생명을 준 건 아닐까?

  사념의 한계는 개인의 한계다. 그러니 개인에 따라서 그 힘이 어떻게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사념은 죽은 자의 힘이므로 생명을 주관할 수는 없다는 것.

  아까 제아가 꽃을 원상태로 복구해줄까, 묻는 말에 인형이 노려본 것도 그 탓이다.

  뭉개진 꽃을 바로 세우는 것은 꺾인 꽃을 되살리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쓰러지기 전의 모습으로 빳빳하게 세워 그럴듯한 모양으로 조작하겠다는 뜻이었다.

  희나리에 비해 인형은 사념의 힘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어디서 주워들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인형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고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고 감정 조절이 자연스러운 인형은, 이미 인형이 아니라 흡사 사람 같았다.

  오히려 그편이 그 모든 것을 이해하기 쉬웠다.

  인형 안에 혼이 담겼다고 생각하니, 제아가 손을 댔던 혼이 담긴 꼭두각시들이 떠올랐다. 그것들도 몇 번의 명령으로 본인의 사념을 끌어다 탑의 사자를 공격했다. 그 동작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작업보다 간단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성이 봉쇄당한 채 잡아당기는 실에 속절없이 움직이는 인형이었을 뿐, 역시 엘리자베스와는 달랐다.

  꼭두각시들을 생각하자 마음이 무거워진 제아는 상념을 털어냈다. 극복하겠노라 했으니 이런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있는 건 좋지 않다. 그렇게 스스로를 제어한 소년은 인형이 무서웠던 것도 잊고 식물을 쓰다듬는 인형을 가느다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건 대체, 뭘까?

  희나리에게 허락 맡고 분해해볼까?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허락이 문제가 아니라 인형에게 도리어 살해당할지도 몰라.

  그날 방으로 돌아간 제아는 방에서 홀로 인형을 만들어봤다. 딱 사람 크기의 인형이었다. 인형에 들어갈 부품에 여러 명령들을 삽입해 반응을 살폈다. 여러 명령을 심었지만 역시나 예상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제아는 노트에 별것 아닌 반응까지 세세히 적었다.

  이게 어쩌면 찾지 못할 영혼들을 위한, 다수를 도울 길의 열쇠가 될지 모르니까.

  그렇게 밤이 깊어갔다.

 

 

 

  무엇을 시작하던 우선 자기 한 몸은 건사시킬 줄 알아야한다는 건 이번 일로 뼈저리게 느꼈다. 그 전에 변명을 좀 하자면 인형은 전투용이나 파손을 우려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몸체는 분명 나약했다. 그러나 그 수천의 인형은 사념을 사용했고, 부서져 영혼으로 되돌아간 그것들은 비행선으로 빨려 들어가 다시 인형으로 만들어지며 무한히 탑을 공격했다. 그 강도가 약했다지만 그 정도의 물량으로 밀고나갔는데도 불구하고 이난은 허접했다고 했다.

  그 말로 여러 결론이 도출되었지만 그 모든 것을 한데 모은 결과는 역시, 탑의 사자는 강하다.

  그래서 제아는 이난을 찾아가 엎드렸다.

  “사부!”

  이 장면을 목격한 솔은 어린 소년이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다.

  처음 힘을 깨우친 그 순간부터 무언가를 만들어오던 제아는 반대로 다른 것엔 서툴렀다. 보다 못한 솔이 그냥 총이나 들라고 했지만, 소년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육체를 단련하고 싶었다. 이 세계에서 무언가를 하며 살기엔, 도래보다 왜소한 그는 너무나 약하고 어린 존재였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 앞서, 기초가 필요했다. 이난은 제아를 탑의 꼭대기로 데려갔다.

  “흔히 바깥에서 착각하는 게 있는데 전령은 탑의 사자만 부릴 수 있는 게 아니야. 중요한 건 탑에 살고 있냐 아니냐가 아니라 교감이지.”

  “교감이요?”

  되묻던 제아는 이난의 어깨 위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교감하면 저렇게도 되는 거예요?”

  이난의 어깨 위에는 어느새 작은 새 한 마리가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이 녀석은 좀 특이하지.”

  이게 꽤나 익숙한 듯 이난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마저 설명을 이어나갔다.

  “전령은 사람의 마음을 아주 민감하게 느끼는 동물이야. 그만큼 똑똑해서 자기와 교감을 나누려는 자인지 무작정 부려먹으려는 녀석인지 정도는 알아보거든.”

  이난이 팔을 뻗자 손가락 위로 다른 하얀 새가 올라앉았다. 그가 별말하지 않아도 전령은 그의 마음을 아는 듯 찾아왔다.

  이난은 손가락에 앉은 새를 소년의 손으로 옮겨주었다. 참새만큼 작고 하얀 새, 그것을 빤히 바라보던 제아는 성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몇 가지 떠올렸다.

  “하지만 탑이 아니면 전령을 부리기 어렵다던데요.”

  “어렵다는 거지 불가능한 건 아니지. 전령은 탑에서 살고 있고 이를테면 탑은 새들의 둥지야. 같은 둥지에 살고 있는 탑의 사자들을 동족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원으로 느끼고 있는 모양이니까. 탑에서 좀 살다 나간 사람도 어느 정도는 여유롭게 부를 수 있을 걸. 바깥사람들이 전령을 부리려고 하면 모르는 사인데 왜 친한 척이지, 하는 생각이나 할 거다. 하지만 그런 건 다 표면적인 설명이고 진짜 중요한 건 교감이야. 교감만 잘 되면 탑 한 번 와 본 적 없는 사람도 곧 잘 따르지.”

  그러더니 이난은 어깨 위에 새를 가리켰다.

  “이 녀석처럼.”

  “흐음.”

  제아는 손가락을 눈앞으로 가져와 근엄한 눈으로 새의 붉은 눈을 바라보았다. 전령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제아를 마주봤다.

  “야, 그렇게 노려보면........”

  “아얏!”

  이난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심통이 난 새가 부리로 제아의 이마를 쪼았다. 제아는 황급히 새가 앉은 팔을 멀리했지만 새는 날아가지 않고 제아을 째려봤다.

  “쟤들도 기분 나빠한다고.”

  제아는 부리자국이 남은 이마를 문지르며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교감이란 건 어떻게 하는데요. 정신교환 같은 거 아니었어요?”

  이난은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 비슷하긴 한데.”

  그는 제아의 손에서 자기 손으로 다시 새를 옮기며 탑의 바깥 가장자리를 향해 걸어가더니 제아의 이마를 쪼았던 새를 날려 보냈다.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하지.”

  “신뢰요?”

  이 작은 새를 어떻게? 제아는 이난의 말을 어떻게든 이해해보려다가 포기했다. 어쨌거나 그는 지금 배우는 단계이고 궁금하면 물어보는 게 상책이다.

  “어떻게요?”

  그렇게 물으며 제아가 뒤쫓아 왔다. 그런데 그의 옆에 선 동시에 갑자기 세상이 기울었다.

  ‘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바라본 이난은, 이미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이렇게.”

  “으아아악!”

  등 떠밀린 소년은 탑 아래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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