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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2. 도시와 군주 (1)
작성일 : 17-06-26 12:56     조회 : 66     추천 : 0     분량 : 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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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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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투른 봄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당연하게 찾아온 시간에 불과했고, 추위가 만연한 겨울 날 이불속에 숨느라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왔지만.

  그러나 돌이켜보면 봄.

  따뜻하면서도 서늘한 사람,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마음.

  약간은 두려웠지만 조금은 자랐다는 생각에 살짝 우쭐해지던 그때.

  그 날은 첫 등교 날이었다.

  낯설 차림, 낯선 얼굴들, 아직은 낯선 주변.

  조금의 걱정과 호기심. 그리고 반짝이는 눈으로 감추지 못했던 기대.

  그러니 돌이켜보면 봄,

  어설픈 봄의 기운을 만끽하며 나는 미소 짓고 있었다.

 

 

 

 

  아.

  잠에서 깬 솔은 눈가를 문질렀다. 손끝에 물기가 묻어나왔다.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어째 눈물도 부쩍 많아진 거 같다.

  첫 꿈을 꾼 이후 솔은 조금씩 기억을 되찾고 있다.

  근래 기억해 낸 건 나이와 생일, 그리고 몸무게 같은 거.

  대단히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빠지면 섭섭한 자잘한 기억들이 걷거나 이야기 하는 도중 문득문득 돌아온다.

  희나리와 이야기하고 있을 때 갑자기 몸무게가 생각나는 바람에 깜짝 놀라 펄쩍 뛴 적도 있었다.

  ‘내가 xx라고?’

  솔의 뜬금없고 말에 당황하던 희나리는 곧 그게 무슨 말인지 깨닫고 웃음을 터뜨렸다. 솔은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졌고 희나리는 기억나서 축하한다고 했다.

  탑으로 온 희나리는 금방 건강해졌다.

  처음엔 경계가 심했지만 얼마 안가 엘리자베스와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만끽했다. 그 좁은 병실이 세상의 전부였던 아가씨는 사실은 활발하고 평범한 여자애였다. 즐거워 보여서 다행이었다.

  솔과 희나리, 두 사람의 사이도 부쩍 가까워졌다. 나이도 같아서 말이 잘 통했다. 그래서인지 희나리는 종종 솔에게 그 또래 여자애들이 할 법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예를 들면 바로 이런 거.

  “넌 이난이랑 차일 중에 어느 쪽?”

  “뭐?”

  “이난은 성격이 좋아서 인기가 많고, 차일은 내 여자에게만 따뜻한 남자 같은 느낌이랄까? 너는? 어느 쪽이 좋아?”

  솔은 이 대답에 잠깐 할 말을 잃었다. 희나리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솔이 가진 두 사람의 이미지는 전혀 달랐다.

  성격이 좋아? 그냥 능구렁이던데?

  내 여자에게만 따뜻해? 그건 모르겠지만 말도 잘 안하던데?

  그러니까 둘 중 어느 쪽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느 쪽도 아니다.

  애초에 두 사람은 솔에게 기억의 실마리를 준 사람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남자라곤 병원의 의사 선생님 밖에 모르던 희나리는 뒤늦게 남자에 눈을 떴나보다.

  “넌 어느 한쪽이 좋은 거야?”

  솔이 그 질문을 그대로 되돌려 묻자 희나리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니까.......”

  솔과 희나리는 탑 밖 널따란 초원 위 어느 언덕에 앉아있었다. 산책이나 할 겸 나왔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와 버렸다. 희나리는 부끄러운지 연신 손가락으로 풀을 뚝뚝 뜯었다. 솔은 고개를 들어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풀의 향을 머금은 바람이 목덜미를 간질이다 떠났다.

  “둘 다 좋아.”

  날은 좋았고, 솔은 탄식했다.

 

 

  #

 

 

  그 이야기를 들은 게 엊그제.

  ‘빠른 거 같단 말이지.’

  희나리와 두 남자를 알게 된지 이제 일주일. 그 사이 한 소녀는 사랑에 빠졌다. 무려 두 남자에게.

  ‘심지어 아무리 생각해도 빨라!’

  솔은 다른 일로 바빠서 드문드문 본 게 전부 일뿐, 셋 사이에 어떤 접점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두 사람이 좋다고 털어놨던 희나리도 별다른 이야기를 해 주진 않았다. 다만 그 둘을 바라보는 희나리의 눈이 유독 반짝였다.

  그래서 솔은 좀 걱정이 되었다.

  “정말 위험할지도 몰라.”

  솔과 희나리, 그리고 이난과 차일은 거리를 걷고 있었다.

  오늘 아침 솔은 각오와 함께 이난과 차일을 찾았다. 도와줘야 할 일이 있다며 두 사람을 끌고 가는 도중 희나리가 그 모습을 목격했다. 좋아하는 두 남자를 놓칠 수 없었던 희나리는 그 자리에서 동행했다.

  사실 희나리는 계획에 없었다. 희나리에게 섭섭한 소리일진 모르겠지만 이건 놀러가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대체 어디 가는 건데?”

  솔의 말에 되물은 건 이난이었다. 솔은 무언가를 찾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 가야할지는 저도 몰라요. 그냥 뭐 하나 없애러 가요.”

  “없애?”

  솔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아마 인신매매단인 것 같아요.”

  그 살벌한 단어에 희나리가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 세계에 그런 게 있다니, 많이 놀랐을 거다. 솔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사람을 납치하는 집단이 있어요. 소수로 팀을 이뤄서 활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단의 부탑을 받고, 도현에게 어느 정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솔은 단과 만났던 장소의 건물을 조사했다. 사람을 납치하려면 가둬야 할 곳이 있어야 할 텐데 건물의 문은 모두 잠겨 있었다. 혹여나 문을 부수고 들어가 봤지만 그곳은 사람이 쓰지 않는 폐건물이었다. 도현과 이야기하고 알게 된 건 어린 아이를 이용해 사람을 납치하다는 것 뿐이었다.

  “오늘 뿌리를 뽑을 거예요.”

  물론 솔 혼자서는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괜찮은 조력자 둘을 알게 됐다.

  “두 분이 좀 싸울 줄 아신다면서요? 도와주세요.”

  그건 도현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이 일에 대해서 보고했더니 그 둘을 데려가라는 것도 도현의 제안이었다.

  “그런 건 좀 미리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따라오래서 따라오긴 했다만 이난은 잔뜩 귀찮다는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속전속결로 끝내요. 아지트는 금방 찾을 수 있어요.”

  “근데 그게 다야?”

  “네?”

  “부탁하는데 맨 입이냐고.”

  “도현에게 달아두시죠.”

  “쯧.”

  솔이 능란하게 넘어가자 이난이 못마땅하게 혀를 찼다. 그러거나 말거나 솔은 희나리가 염려스러웠다.

  “희나리, 정말 괜찮겠어? 다칠지도 몰라.”

  어쨌거나 장소가 장소니만큼 좋은 광경은 보기 힘들 거다. 솔은 한 번도 싸워보지 않은 희나리가 걱정되었다.

  그런데 괜한 기우였다.

  “누가 누굴 걱정하시는 겁니까.”

  희나리의 걸음을 종종 따라다니는 엘리자베스가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본인의 몸뚱이나 간수 잘 하십시오.”

  아, 희나리에게는 그녀에게 죽고 못 사는 싹수없는 인형이 하나 있었다. 주인의 힘을 천부적으로 끌어다 쓰는 그 인형의 힘은 일전에 겪어 본적이 있다.

  “엘리자베스, 그렇게 말 하면 못 써!”

  희나리는 인형을 나무랐지만 건방지고 오만한 인형은 끄떡도 안했다. 확실히 그 힘이라면 걱정이 없지만 솔은 콧방귀를 꼈다.

  “너 그때 내가 봐준 거야, 이 3등신아. 희나리, 위험하다 싶으면 내 등 뒤로 숨어.”

  솔은 듬직하게 등 뒤를 가리켰다. 그러자 능글맞은 이난이 끼어들었다.

  “오빠 등이 더 넓어. 알지?”

  솔을 보고 눈만 깜빡이던 희나리의 양 뺨이 일순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네! 오빠!”

  희나리 너마저.

  사랑에 빠진 소녀에게 친구는 어느새 뒷전이다.

  솔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고는 줄곧 말이 없는 차일을 흘금거렸다. 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얼굴로 제 갈 길만 걷고 계실 있을 따름이다.

  솔이 내심 뭔가 말해주길 바라는 얼굴로 바라보자 앞만 보던 차일의 시선이 겨우 그녀에게 닿았다.

  “뭘 보나.”

  그냥 포기했다. 아무래도 여기에 솔의 편은 없는 모양이다.

  낙담하며 이번 작전이나 설명해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다.

  “여어! 오랜만인데!”

  풍채 좋은 남자가 이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얼굴 보기 어렵구만. 요새 탑이 바쁜가 보지?”

  “뭐, 그렇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것은 이난이었다.

  “차일도 안녕하신가?”

  차일은 대답 없이 고개만 한 번 끄덕였다.

  “여전히 말이 없구만!”

  “어른신은 눈으로 말씀하시는 법이거든.”

  “과연!”

  남자는 껄껄 웃었고 차일은 이난의 조롱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셋이 안면이 있는 사이인 듯 했다.

  그렇게 한바탕 인사를 나눈 남자는 대뜸 턱으로 등 뒤에 있는 가게를 가리켰다. 그리고는 청천병력 같은 소릴 했다.

  “어때? 간만에 한잔하겠나?”

  “좋지.”

  “응?”

  이난은 즉각 대답했고 가만히 듣고 있던 솔은 이난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어디 가요? 도와주기로 했잖아요?”

  “나 사실 더럽게 못 싸워. 차일이 세. 걔 데려가.”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답변하더니 그는 잽싸게 가게로 사라졌다.

  “허?”

  솔은 황당한 얼굴로 그가 들어간 문을 째려보다가 차일을 홱 돌아보았다. 이난의 몫까지 따질 요량으로. 그러나 차일은 이미 남자에게 시선을 빼앗긴 뒤였다.

  남자가 손가락을 까닥까닥 흔들었다.

  “자네도 오시게.”

  “사양 않고.”

  차일은 냉큼 대답하며 가게로 향했다.

  “저기, 아니, 차일!”

  “우와, 술 마셔요? 재미있겠다!”

  말릴 틈도 없이 희나리가 손뼉을 마주치며 따라 들어갔다.

  “야 이것들아!”

  차례차례 가게로 사라지는 그들의 뒤통수를 향해 솔이 빽 소리쳤다.

  일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그저 호탕하게 웃었다.

  “거 빡빡한 아가씨로세. 아가씨도 쉬었다 가시지 그러나?”

  “됐어요. 그것보다 방금 들어간 셋이나 내보내주세요!”

  “그들이 질서를 어겼나?”

  “예?”

  “그러지 않은 이상 탑조차 죽은 자들의 발을 묶지도 쫓아내지도 못하는데 내가 무슨 수로?”

  남자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건 탑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대게 그런 자들은 탑의 사자다. 솔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아저씨도 탑의 사자에요?”

  “한때는.”

  “한때?”

  “계속 해야 할 이유라도 있던가?”

  그의 물음에 솔은 눈만 깜빡였다.

  탑은 죽은 자들을 묶거나, 쫓아내지 않는 너그러운 곳. 그것을 아는 남자의 물음은 역시 탑의 사자다웠다. 그리고 탑의 사자인 솔이 해야 할 대답도 정해져 있다.

  “없죠.”

  탑을 떠난 그는 탑의 사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것은 탑이 아닌 그 자신이 선택할 일이다.

  남자는 솔의 대답에 만족하는 듯 활짝 웃었다.

  “이건 선배의 조언이다. 일도 휴식을 취해 가면서 해야 속도가 붙는 법이지.”

  그러면서 엄지로 등 뒤를 가리켰다.

  “들렸다 가겠나?”

  솔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일이 다 끝난다면 모를까 지금은 그렇게 한가해할 때가 아니었다. 솔은 가게 이름을 흘금 보며 말했다.

  “아뇨. 또 올 게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중에 봄세. 일이 있는 모양인데 잘 하시고.”

  솔은 꾸벅 인사했다. 그러다가 그녀를 버린 셋이 마음에 걸렸는지 잠깐 가게를 째려보다가 떠났다.

  남자는 솔이 거리의 틈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당돌한 그 아가씨는 아주 바빠 보였다. 거기다 동료 셋을 두고 가게 되었는데도 기죽기는커녕 오히려 씩씩하다.

  “뭐, 아가씨가 도착하기 전에 끝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남자, 휴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선술집 그루잠 안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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