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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5. 얼룩 (1)
작성일 : 17-08-08 10:55     조회 : 67     추천 : 0     분량 : 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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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신은 어디에 있는데?’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그러게. 찾은 줄 알았는데.’

  그의 대답에 그녀는 진하게 웃었다. 그리고 아찔한 향기를 남기며 떠났다. 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세상의 빛은 하나였다.

  얼굴 위로 떨어지는 저 동그랗게 오려진 빛 하나였다.

  하나 남은 빛마저 달이 깎이듯 점차 지고 있었다.

  차갑게 식어가는 그의 몸 위로 이윽고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름마저 버리고 떠돌았던 삶의 말로다. 소문만 무성했던 그는 이제 그림자조차 남지 않는다. 이 어둡고 축축한 곳에서.

  그의 죽음은 그렇게 다가왔다.

  이윽고 완전한 암흑이 찾아왔을 때 그는 눈을 감았다.

  그녀가 남긴 향기를 들이마시며 그는 단잠에 빠져들었다.

  길고도, 영원한 잠이었다.

 

 

  #

 

 

  신은 어디에서 없다.

  혹여 있다면 만나자마자 그의 뺨을 후려쳤으리라. 왜 그따위로 살았냐며.

  혹은 그가 먼저 후려쳤을지도 모른다. 왜 그따위로 내버려뒀냐며.

  그러나 한때 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죄라는 것은 시대의 삶에 따라 무게가 달라집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몫이란 결코 가볍지 않죠.’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가 웃으며 덧붙였다.

  ‘우린 벌을 받고 있는가봅니다.’

  이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 역시 한낱 인간에 불과했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차일은 신에 대한 의문을 접었다. 답을 내린 것이 아니라 너무 긴 시간에 지쳤을 따름이다.

  차일은 종종 산 자들의 세계로 내려갔다.

  그림자조차 닿지 않는 이방인이 되어버린 그는 종종 그리운 길을 찾아 걸었다. 옛 흔적이라고는 풀 한포기도 없었으나, 아주 가끔 역사 속에서 귀중하게 여긴 것들이 남아있고는 했다.

  그렇게 여느 때와 같이 산 자들의 세상에 방문했을 때,

  한동안 숨죽이던 의문은 어느 소년을 보는 순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은 있는가?

  차일은 홀린 듯 소년의 뒤를 따랐다. 유일했던 어느 신이 그의 기억 깊은 곳에서 흐릿하게 일렁였다. 아주 작은 희망이었는지도 모른다. 티끌만큼의 빛일지언정, 그의 길을 비출 수 있다면.

  그러나 이윽고 다다른 곳에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향기도, 그녀도 없었다.

  소년은 소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 소녀가 웃었다. 소년이 말했다.

  “가자, 솔아.”

 

 

 #

 

 

  시대에 따라 죄의 무게가 다르다면 저건 어느 정도일까.

  무게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그는 산 자들의 세계와 동떨어졌다. 그만큼의 시간이 흐른 탓이다. 실은 관심도 두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이것이 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크나큰 불행이라는 것.

  그가 살던 시대에 이건 별 것 아닐지도 모른다. 시국이 위태로웠던 그때에 나약함은 오히려 죄였으니까.

  소녀를 양호실로 데려온 소년은 양호선생님이 없는 것을 보고 직접 약을 찾았다. 소녀는 의자에 앉아 가만히 자신의 상처에 약을 덧발라주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어딜 그렇게 가나 했더니 이 녀석 때문이었나?”

  빌어먹을 녀석이 나타난 건 그때였다.

  “완전 판박이네.”

  이난은 소년을 보고 조금 놀랐다. 닮은 사람이야 어느 세상이든 수두룩하겠지만 18살쯤 되었을까 싶은 소년은 차일이 그대로 환생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닮았다. 물론 살아온 환경이 다른 탓에 태도나 성격, 분위기는 전혀 달랐고 소년은 차일과 다르게 상냥했다.

  “후손이시냐?”

  “아닐 거다.”

  이난의 짓궂은 질문에 차일은 담담히 대답했다. 그녀는 표적의 아이를 낳고 기를 정도로 여린 사람이 아니다.

  ”그럼 기막힌 우연이란 소리네.“

  “기묘하더군.”

  소년은 소녀를 올려다보며 아프지 않으냐 물어본다. 그에 소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같은 얼굴로,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저 소년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복잡했다. 이토록 태평한 시대에 태어난 자신을 보고 있는 듯했다.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평화롭게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나날이라니.

  18살, 소년과 같은 나이에 차일은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그럼 얘는?”

  이난은 턱으로 소녀를 가리켰다.

  “아무사이도 아니다.”

  “그런 것 치고 장면이 꽤 로맨틱한데?”

  “아이들한테 괴롭힘 받고 있기에 도와준 것일 뿐.”

  아, 하고 입을 다문 이난은 소녀를 바라보곤 눈썹을 찌푸렸다. 평범한 모습이지만 한바탕 구르기라도 한 건지 옷이 너저분했다. 어떤 일을 당했는지 대충 예상이 갔다.

  “하여간 애들은 알량하다니까.”

  혀를 끌끌 차던 이난은 차일을 보고는 이죽댔다.

  “그럼 저 녀석은 누구와 다르게 착한 모양이네.”

  매정하고 차갑게 처단하는 누구와는 다르게 저 애는 적어도 타인을 구할 줄 아는 상냥함을 가지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생사의 갈림길에서 더뎌진 그의 눈에 비친 소년을 보고 차일은 다르게 생각했다. 이난의 말마따나 아이들은 알량하니까.

  하지만 잠시 뒤 소년의 눈에 담긴 소녀를 보았을 때 그 확신이 주춤했다.

  사랑을 가늠할 수 없는 그가 사실 알 리 없다.

  그 역시 달콤함에 눈에 멀어 속아버렸기에.

  그래서 다만 지켜보기로 했다.

 

 

 

  소년과 소녀는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차일은 점점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소녀는 원피스를 차려입고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가만히 소년을 기다리는 소녀의 앞에서 차일이 진지하게 물었다.

  “너는 그녀인가?”

  근데 왜 안 닮았지?

  “너는 그녀의 환생인가?”

  근데 왜 안 닮았지?

  “내가 널 만났다면 널 좋아했을까?”

  저 소년처럼.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소녀가 빙긋 웃었다. 저 멀리 소년이 음료수를 들고 오고 있었다.

  차일은 갑자기 심란해졌다. 아무래도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어우.”

  빌어먹을 녀석이 나타난 건 그때였다.

  “이게 무슨 일이래.”

  들었군. 저 망할 놈이 들었어.

  차일은 속으로 소스라치게 놀라다가, 치부를 보였단 생각에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가, 이내 성가시다는 듯 눈을 치켜떴다.

  “요즘 좀 구질구질하게 구는데.”

  “할 말이 있어서 따라온 것도 요즘 애들은 구질구질하다고 하냐?”

  이난이 놀리자 차일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는 것으로 참았다.

  “전령을 보내면 되잖나.”

  “무시할까봐 그러지.”

  “틈만 나면 잠적하는 녀석이 할 말이던가?”

  차일이 쏘아붙였지만 천하에 뻔뻔한 녀석은 히죽 웃을 따름이다.

  “쪽 팔리냐?”

  “그런 게 아니다!”

  줄곧 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던 차일은 그 물음 하나에 발끈했다. 이난은 낄낄 웃고는 짧게 물었다.

  “애인?”

  소녀에 대해 물은 게 아니라 소녀에게 던진 그의 물음에 대한 것이었다. 차일은 수치스러움을 감추며 나직이 대답했다.

  “그런 셈이지.”

  “대답이 뭐 그래? 제대로 만나기 전에 죽었나?”

  “그녀가 나를 죽였지.”

  가볍게 묻던 이난은 담담한 차일의 대답에 잠시 말이 없었다. 얼마 뒤 그는 아까보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환생이라도 했을까봐? 네 녀석 후손도 아니라며. 무슨 전생에 못 이룬 운명적 사랑도 아니고.”

  “일말의 미련이다.”

  “그 놈의 일말의 미련 참 오래도 간다.”

  소년과 소녀를 바라보던 차일이 돌연 고개를 돌려 이난을 보았다. 한동안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차일이 돌연 질문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나?”

  “아주 많았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 본 적이 있냐는 말이다.”

  “난 늘 진심이었고 그 상대가 좀 많았을 뿐이야.”

  진심이라고 말하는 이난의 얼굴엔 그 어떤 감정도 스치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뻔뻔했고, 미련한 그를 가엽게 여기며 차일은 싸늘하게 웃었다.

  “그래서 네 놈이 애송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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