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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6. 꼭두각시 (1)
작성일 : 17-08-12 21:20     조회 : 68     추천 : 0     분량 : 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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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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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란한 마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졌다.

  희나리는 흡족한 얼굴로 아이들과 놀아주는 이난을 바라보았다. 이난은 능숙한 놀림으로 공을 몰았다. 공 한 번 차지 못한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그를 쫓고 있었다.

  아이들의 짧은 다리를 피해 공을 몰며 이리저리 농락하던 이난은 드디어 공을 뻥 찼다. 공이 날아간 곳은 정확히 차일의 뒤통수였다.

  이난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던 차일의 표정이 무섭게 굳어졌다. 그는 바닥에 튀는 공을 발로 눌러 멈췄다가 걷어찼다.

  발재간으로 이루어졌던 축구는 어느새 피구가 되어 있었다. 두 어른의 싸움에 죄 없는 아이들이 공에 맞고 픽픽 쓰러졌다.

  새를 타고 날아오던 솔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 속력을 높였다. 새는 나란히 두 사람을 치어 날려버렸고, 그러자 넘어져있던 아이들이 슬금슬금 일어나 주인을 잃고 구르는 공을 몰며 달아났다. 진정한 자유의 외침을 내지르며.

  두 남자는 뒷짐을 진 채 솔에게 혼이 났다. 그 모습을 보며 희나리는 작게 웃었다.

  아, 평화로운 날이다. 이보다 행복한 날이 없을 만큼.

  얼마 전 희나리는 이난에게 고백했다. 고심 끝에 건넨 말이 아니라 무심결에 튀어나온 말이었다. 늘 정해진 사람만 만났던 희나리는 감정을 숨길 일이 없었다. 그래서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책에서 보면 미안하다는 둥, 고맙다는 둥 어떤 대답을 하기 마련이던데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그래?하고 대꾸했다. 그리고 희나리는 그것에 만족했다. 이난이 희나리의 마음을 알아줬다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그래서 희나리의 마음은 잔잔했다. 그 이상 강렬하지 않은 건, 그녀의 마음이 그렇다는 의미겠지. 희나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때 한쪽이 소란스러웠다. 놀라서 돌아보니 노마와 온새미로의 책임자이자 이장이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노마는 흑색 그루터기 마을의 주민으로 성질이 드센 사람이었다. 그래서 일전에 그루터기를 조장한 리더의 기만을 알고 솔의 멱살까지 올려붙였던 사람이다.

  “아, 그럼 반대하는데 어떻게 하라고!”

  “아니 그럼 바깥에 나가서 살란 말이냐?”

  “진작 밭이 될 자리였는데 자네들이 나타나 집을 짓겠다고 하면 어떡하나. 왜 하필 그 자리를 가지고 고집을 부리냔 말이야. 좀 멀면 어때. 우리에게 가장 풍족한 건 시간이 아닌가.”

  “그 자리가 마을에서 제일 가까운 길이란 걸 모르는 척 하는 셈인가? 자네들은 우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지! 우릴 아예 떨어트려놓고 자기들끼리 잘 먹고 잘 살 셈이야!”

  “그런 뜻이 아니잖나. 나도 자네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 하지만 주민들이 반대는 걸 어쩌겠나.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밭을 위해 여러 날을 고심했다네.”

  “그래서 이 넓은 땅 한쪽 못 준다고? 가식 떠는 짓도 작작하시지!”

  온새미로의 이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끈 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그루터기 마을의 리더라는 자는 아직도 쓰이지 않는 창고에 갇혀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여전히 말이 많았다. 온새미로 쪽에서 제안하면 그에게 당한 것에 비해 턱없이 약하다며 그루터기 주민들이 반대했고, 또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자니 너무나 과격했다. 특히나 그루터기 사람들은 리더에 대한 적대심이 강해서 오히려 이쪽에서 보호해야 할 지경이었다.

  리더라는 그 자는 무어든 달게 받겠다는 듯 입을 다물고 있고, 시간은 덧없이 흘렀다. 그러자 모두가 리더의 처분만을 논쟁을 벌이고만 있을 순 없었다.

  마을 하나를 통째로 잃은 그루터기 사람들은 마을을 재건하는 대신 온새미로에 흡수되기로 했다. 위태롭게 시작하느니 차라리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마을을 택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이방인에게 너그러운 온새미로는 마을을 잃은 흑색 그루터기 일원을 환영했다. 그들이 이방인을 받아들일 때, 보통 머무는 곳은 세계를 떠나버린 사람이 살던 빈 집으로 이끌었는데, 이번에는 그 수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차라리 마을을 확장해 그들을 수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그루터기 사람들이 집으로 고른 터가 하필 온새미로에서 새로운 밭을 개간하기로 한 곳이었다. 그루터기 사람들이 오기 전부터 그들은 그곳에 울타리를 치고 새 작물을 고르고 밭을 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덜컥 그루터기 사람들이 그곳에 집을 짓겠다고 하니 온새미로 안에서도 반발이 거셌다. 그들은 시간과 노력을 위해서도 그 땅을 내주고 싶지 않았다. 반면 그루터기 사람들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였다. 그 땅이 아니면 마을의 중심과 너무 멀어진다. 눈 깜짝할 새 살던 마을을 잃는 바람에 상심한 그루터기 사람들은 그 허허한 마음을 달래려고 서둘러 다른 마을에 적응하고 싶었다.

  흑색 그루터기 사람들은 이 땅이 아니면 안 된다고 아예 천막을 치고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막무가내 행동이 난감하던 중, 누군가 밤 몰래 천막을 무너뜨리고 달아나는 소동마저 있었다.

  골은 깊어지는데 이토록 두 집단의 의견이 맞지 않으니 그 의견을 받아들여야 할 이장은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사실 어느 한쪽이 양보하면 쉽게 끝날 일인데 그 조절 하나가 쉽지 않았다. 무엇이든 다 되는 세계인데, 사람의 마음이란 건 또 이랬다.

  씩씩거리는 노마 앞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심하고 있던 이장은 가까워지는 희나리를 발견하고 얼굴이 폈다. 이 화통한 노마도 희나리의 이야기라면 기세가 누그러들었으니까.

  “무슨 일이세요?”

  희니라가 그렇게 묻자 이장을 냉큼 그녀에게 달려가 하소연했다.

  “아이고, 아가씨. 내 이야기 좀 들어봐. 집 지을 땅 때문에 지금 말이 많아. 주민들은 반대하고, 저쪽은 저기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고. 대체 나더러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어.”

  “그렇군요. 힘드시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희나리는 노마를 바라보았다.

  “이야기는 들었어요. 고집을 부리고 계시다면서요.”

  “고집이라니!”

  노마가 버럭 성을 냈지만 이장이 예상했던 대로 그 목소리는 많이 작아져 있었다.

  “집을 지을 곳은 다른 곳도 많아요. 양보하시는 건 어때요?”

  “어림없어! 우리가 귀찮으니 떼어버리려는 게 분명하다고! 아가씨는 저 고약한 심보를 편 줄어 줄 셈인가!”

  노마의 일방적인 생각에 희나리는 작게 한숨 쉬었다.

  “이분들은 이미 많이 양보하고 계시는 거예요.”

  “양보는 무슨 양보! 저 땅 하나 못내는 주는 것들이!”

  “이봐! 말조심하게!”

  온화하던 이장이 눈에 불을 켜며 경고했다. 어떻게 좋게 넘어가려고 애쓰지만 마을 사람들을 그렇게 부르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그럼 한 가지만 물을 게요.”

  둘 사이로 희나리의 여린 목소리가 떨어졌다. 서로를 노려보던 두 사람의 시선이 희나리에게 향했다.

  “저 밭은 누구를 위한 밭이죠?”

  노마는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온새미로 녀석들을 위한 땅이겠지!”

  “노마 씨는 이제 온새미로의 일원이 아닌가요?”

  희나린의 따끔한 지적에 노마가 흠칫했다.

  “저 밭을 개간해서 나오는 식량은 온새미로의 모두에게 돌아가요. 물론 새로 오신 여러분들께도요. 그렇죠?”

  희나리가 이장을 바라보자 그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밭은 누구의 것도 아니고 마을의 것이란 말일세.”

  “온새미로에 인원이 대폭 늘게 되었으니 기존의 수확량으로는 모자를 거예요. 그러면 식량을 늘려야하고, 그러기 위해서 밭을 늘려야겠죠. 그렇죠?”

  희나리는 부드러운 말씨로 노마를 다그쳤다. 조카뻘 되는 소녀를 내려다보며 노마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렇지.”

  “그런데 마침 미리 준비해둔 덕에 씨앗만 뿌리면 되는 땅이 있네요, 그렇죠?”

  “그렇지!”

  “그 땅 위에 집을 지으시겠다고요?”

  “아오, 젠장!”

  노마는 결국을 발을 탕 굴렀다. 희나리는 조심스레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화내지 말아요.”

  노마는 그 손을 뿌리칠 듯 얼굴을 구기면서도 뿌리치지 않았다.

  사실 식량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게 없어도 그들이 먹고사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들이 조급해 했던 건 온새미로와 같은 공동체로서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마을을 잃고 흔들리는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였고, 그래서 기존의 온새미로와 틈 없이 거처를 짓고 싶었다.

  “그 어느 곳도 마음에 안 드시면 밭의 옆에 집을 지으시는 건 어때요? 좀 멀어도 마을의 밭이 옆에 있으니 함께 일굴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여러분들도 이곳에서 할 일이 생기고, 마을의 밭을 보살피고 있으니 마을 사람들과 멀어질 염려도 없어져요.”

  희나리는 곱게 웃으며 그의 거친 손등을 쓸었다.

  “그루터기도 이곳 못지않게 평화로운 마을이었잖아요. 여러분은 지금껏 잘해오셨어요.”

  희나리는 농락당하던 그들에게 진실을 말해준 사람이었다. 거기에 마을을 잃고 좌절한 그들을 일으켜 세우며 끊임없이 다독여주던 탑의 사자였다. 탑에 사자가 곁에 있는 건 꽤 든든한 일이었고, 그들의 편에 서준 희나리의 조언은 꼼짝 않던 그의 고집을 흔들었다.

  “그래, 대체 무슨 걱정이란 말인가. 그토록 사이좋은 마을도 우리 마을 빼곤 없었단 말일세.”

  이장이 농을 던지자 줄곧 눈을 부라리던 노마의 인상도 조금은 펴졌다.

  “그럼 한 번 이야기를 해보지. 그 밭에서 나오는 것들을 우리에게도 나눠주는 것 맞지?”

  “당연한 말씀을. 그쪽도 이제 우리가 아닌가.”

  노마는 콧방귀를 뀌며 몸을 돌렸다. 돌아가서 그루터기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기 위해서였다. 사실 이 주장을 가장 강력하게 말한 것은 그 자신이었으므로 반발은 드세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희나리와 함께 가는 게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그의 걸음이 멈췄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노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희나리는 그가 우뚝 멈추자 어리둥절했다. 곧 희나리의 시선이 노마를 따라 하늘로 향했다. 그리고 문득 마을이 적막에 휩싸인 것을 깨달았다.

  이윽고 온새미로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온새미로에 그림자를 드리운 건 커다란 비행선이었다. 그것은 탑을 향해 천천히 부유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온새미로에서 노닥거리던 탑의 사자들은 서둘러 탑으로 돌아왔다.

  탑에는 이미 비상령이 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보기 힘들었던 탑의 사자들이 소집되었다. 그들은 층층마다 선 채 탑의 천장을 가리는 비행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게, 대체.......”

  비행선은 탑이 정원을 덮을 정도로 거대했다. 가동되는 기계음과 육중한 몸은 보는 이에게 무거운 위압감을 주었다. 솔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선물이 도착했나 봅니다.”

  도통 집무실에서 나오지 않던 도현이 나타나며 말했다. 그에 난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던 이난이 비웃었다.

  “비취성의 짤랑이들. 이번에 힘 좀 줬나보네.”

  비취성의 군주들.

  그들을 떠올린 솔은 라라가 덧붙인 말도 기억해냈다.

  ‘조만간 탑으로 선물을 보내겠습니다.’

  비행선이 멈췄다.

  그림자에 잠긴 탑으로,

  이윽고 하늘에서 수많은 인형이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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