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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67. 원대한 계획
작성일 : 22-01-27 13:36     조회 : 29     추천 : 0     분량 : 7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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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하. 개성유수 홍수영에 대한 비리가 속속 보고되고 있나이다.”

 

 대소신료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김구준은 개성의 가장 최고 관리 자리부터 공격하기 시작했다. 개성. 조선팔도를 통틀어 가장 강한 상인들이 모여 있는 곳. 돈과 이야기가 모이는 곳이라 이곳은 세금을 걷는 것도 따로 거두고 있었다. 그 말인 즉, 권력도 그곳에 모일 수 있다는 의미였다. 옛 고려의 수도답게 화려하고 탄탄한 기반이 있는 동네였다.

 

 “영의정 김구준은 개성으로 직접 가서 조사하라. 비리에 관한 어떤 것도 놓치지 말고 보고하라.”

 “예! 전하.”

 

 김구준은 그렇게 홍씨 외척 일가를 칠 칼을 쥐고 개성으로 향했다. 성이 자신의 외가를 공격하자 윤희는 즉시 대전으로 향했다.

 

 “주상!”

 

 아주 다급히, 슬픈 표정을 한 윤희가 성의 앞에 섰다.

 

 “어마마마.”

 “주상! 이게 무슨 일입니까?”

 “외숙부의 일로 오신 겁니까?”

 

 개성유수 홍수영은 윤희의 동생이었다. 외척이 도성에 있다면 성에게 발목 잡힐 일이 생길 것 같아 보낸 것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조차 일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홍수영을 중심으로 성의 비밀결사들의 정보력은 전국적으로 흩어져 모였다. 전국 각지, 심지어 제주에서 일어난 일 조차 보고되었다. 전국각지에 퍼진 홍씨 외척의 뿌리. 성은 눈을 질끈 감아야했으나, 이젠 참을 수 없었다.

 

 “알잖습니까? 외척이 중앙관직에 앉아 혹여 해가 될까 싶어, 외숙부는 스스로 개성으로 간 겁니다. 헌데, 비리라니요? 얼토당토않습니다. 이건, 누명입니다.”

 

 성은 윤희를 바라보았다.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화를 내고 싶었음에도 꾹 참았다. 그는 효심이 지극한 국왕이었다. 그래야 했다.

 

 “하여, 면밀히 조사하라 영상을 보냈습니다. 누명이라면, 다 밝혀지겠지요.”

 “영상을 보내는 것이 미덥지 않단 겁니다.”

 “나라의 재상입니다. 어째서요?”

 “알잖습니까?”

 

 그녀가 듣고 싶어 하는 그 말을 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 말을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이미 성의 마음은 정해졌다.

 

 “도승지는 아직 인 것이냐?”

 “당도하였나이다.”

 “들라.”

 

 성의 부름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영목이 들어왔다.

 

 “부르셨나이까? 혜빈마마를 뵈옵니다.”

 

 성은 영목을 윤희를 쳐다보고는 다시 영목을 바라보았다. 윤희는 무언의 말을 들은 듯 표정이 굳었다.

 

 “하루면 개성에 당도할 것이다. 개성에서 오는 파발이던 서신이던, 그 누구의 손도 거치지 말고 가져오라. 도승지가 책임을 지고 지켜야 할 것이다. 누구의 손도 따로 거쳐선 안 된다.”

 “예, 전하. 명심하겠나이다.”

 

 그리고 성은 다시 윤희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되었느냐는 무언의 말이었다. 윤희는 성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상의 집무가 바쁘신데, 난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예.”

 

 윤희는 대전을 빠져나왔다.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도 점점 억울하고 분했다. 그리고 성의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괘씸했다. 그 자리를 어떻게 올려줬느냐 따지고 싶었지만, 그 말은 대전을 째려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도승지.”

 “예, 전하.”

 “두소마을은 잘 둘러보았느냐?”

 “예, 전하.”

 “어떻더냐?”

 “풍수지리상으로도 좋다하옵니다. 하오나, 그곳에 정말 성벽을 쌓으실 것이옵니까?”

 “요새를 새울 것이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천도를 계획하시옵니까?”

 “반대할 것이냐?”

 “예?”

 “너도 한 세력의 영수이지 않느냐? 하루에도 수십 명이 오간다지. 하루에 수십이면, 내가 아는 관리만도 넘는구나. 또 누가 찾아오느냐?”

 

 영목은 바닥에 엎드렸다.

 

 “전하!”

 “더 키워.”

 “예?”

 “네 힘을 더 키워. 내가 널 겁내할 만큼.”

 “전하...”

 “예상은 했다. 어머니의 의중에 언젠간 외조부를 대신할 인물로 널 생각한다는 걸. 허나, 그분에게 넌 도구일 뿐이다. 여인은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상황 때문에. 단지, 그것일 것이다. 허니, 힘을 키워. 진짜 네 사람을 만들어. 네 뒤에 서 있는 누군가를 보고 겁을 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너라는 이유로 충성하는 자들.”

 “전하. 어찌 제가 그러길 원하십니까? 전하의 치세에 붕당은 옳지 않습니다. 선대왕들께서도 탕평을 원하시지 않습니까? 전하께오서도 매일 되뇌시는 말씀이 아니옵니까?”

 “너는 그럴 것이냐?”

 

 영목은 성을 쳐다보았다. 성의 간절한 눈빛. 영목은 그 눈빛에서 자신이 잊고 있던 것을 발견한 듯 움찔했다. 그동안 윤희의 등쌀에, 미령의 돌발행동에, 세력을 대표하는 일에 정신이 없는 동안 잃어버렸던 초심. 그는 진짜 나라를 위한 정치를 하고 싶었다는 걸.

 

 “황공하옵니다, 전하.”

 

 성의 한쪽 입 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내려갔다. 통한 것이었다.

 

 “곧 시작할 것이다. 너만 알고 있어.”

 “예, 전하.”

 

 ***

 

 대비전. 성희는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그곳에는 자신의 세력을 대표하는 관리들이 줄줄이 열을 맞춰 앉아있었다. 이토록 대놓고 궐 깊숙한 곳에서의 회합이라.

 

 “영상께서 마음을 굳게 잡수시고, 나라의 적폐를 뽑아내려하니, 이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하오나, 영상께서는 주상전하와 이미 거래를 하신 듯 보입니다.”

 “그래봤자, 아시잖습니까? 정훈세자의 아들이라 즉위식 첫마디를 꺼낸 주상이십니다. 영원한 동지는 없단 것이지요.”

 

 성희의 말에 관리들이 저마다 끄덕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여러분들을 오시라 한 것은, 요즘 주상이 자주 오가는 곳이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요. 주상이 또 기습하여 발표하기 전에 미리 알아두고 준비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두소라 했습니다. 두소라는 마을을 둘러보았다 하옵니다.”

 “풍수지리에 능한 관상감 관리까지 대동하고 살폈다 하옵니다.”

 “도승지마저도 이미 둘러보았다 합니다.”

 

 다들 저마다 들은 소식을 꺼내기 시작했다.

 

 “두소? 풍수지리까지 알아내고 마을을 둘러봤다면, 이건 분명 그 땅에 무언가를 할 계획이라는 겁니다. 그걸 먼저 알아내세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상이 기습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알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도 협상이라는 걸 할 수 있습니다.”

 

 성희의 말에 다들 대동단결하고 성의 일거수일투족을 더욱 면밀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성이 하루 동안 물을 몇 번이나 찾았는지까지 파악할 정도였다. 더불어 중궁전을 몇 번이나 오갔는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나 자주?”

 “헌데, 마마. 중궁전에 웬 사내들이 들어갔다 나간다 하옵니다.”

 “사내들이?”

 “늦은 밤에 말이옵니다.”

 “뭐라? 중전이 간음이라도 한단 것이냐?”

 “더 알아볼까요?”

 “당연하지!”

 

 중궁전을 찾는 낯선 남자들. 유아의 새로운 스승들이자, 학자들이었다. 페데르를 비롯한 박지원, 홍대용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하루는 역사를, 하루는 새로운 문물을, 하루는 천문학을 그렇게 돌아가며 무수한 이야기를 쏟아내곤 했다. 유아는 그들에게 배우는 지식을 듣고 익히는데 한창 재미를 들이던 차였다. 오늘도 중궁전엔 그 ‘낯선 남자’들이 찾아왔다.

 

 “오셨습니까?”

 “헌데...”

 “응?”

 

 난감해 하는 그들은 쭈뼛거리며 좀처럼 자리에 앉질 못했다. 그리고 갸웃하던 유아의 앞으로 ‘낯선 남자’들을 가로질러 모습을 드러낸 이는 바로, 성이었다.

 

 “전하!”

 “중전.”

 

 대비전에서 그토록 중궁전을 들여다보며 입을 대는데, 소문이 안 날 턱이 있나? 궁녀들 사이에서는 늦은 밤 중전과 만나는 사내들의 소문이 파다했다. 곧 관리들에게도 들어갈 참이었기에, 성은 눈으로 직접 확인하겠다 나섰다.

 

 “이들은 누구요?”

 “예?”

 

 성은 그들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페데르?”

 “전하.”

 

 페데르는 고개를 숙였다. 성은 자신의 양 옆으로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남자들을 둘러보았다. 자신보다 얼굴이 나은 것 같지도 않고, 풍채가 큰 것 같지도 않았다.

 

 “누구냐?”

 

 유아는 난감해했다. 그리고 뒤에 서 있는 봉수와 눈빛을 주고받았다. 어떻게 좀 해 보라는 듯. 그때, 봉수가 입을 열었다.

 

 “전하. 그것이 사실은-”

 “너도 알았느냐?”

 “예?”

 

 성은 배신감이 밀려왔다는 듯 봉수를 쳐다보았고, 유아를 쳐다보았다. 유아는 시선을 피했다.

 

 “소문에, 중궁전에 드는 사내들이 한 둘이 아닌 건 맞군.”

 “무슨 의미십니까?”

 “무슨 의미겠소?”

 

 유아는 성이 오해한다는 것에 갑자기 화가 났다. 그리고 성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김상궁. 우선 이분들 옆 건물로 모시고-”

 “어딜 가?!”

 

 성은 버럭 화를 냈다. 성의 고함소리에 곁에서 있던 사람들 모두가 놀라 움찔거렸다. 유아는 연실을 보았고, 눈치를 살핀 연실은 조심스레 일행들을 데리고 나갔다.

 

 “어딜-”

 “전하. 둘이서 얘기해요. 상선은 다들 물리게.”

 

 모두가 자리를 비워준 방 안. 유아는 성을 쳐다보았다.

 

 “소문이 어찌 났기에 이리 화가 나셨습니까?”

 “나 하나로 모자라오?”

 

 유아는 웃음이 튀어나오려던 것을 억지로 참았다.

 

 “왜요? 저는 안 되나요?”

 “아니- 그게 무슨. 내가 후궁이 있어, 그대도 남자를 이렇게 버젓이 들인단 말이오? 내가 알던 부인 맞소?”

 “심심하잖습니까.”

 “심심하면 날 부르면 되잖소?”

 “불러서 언제 오셨습니까?”

 “부르긴 했소?”

 “지금, 투기하시는 겁니까?”

 “안하게 생겼소?!”

 

 유아는 결국 피식 웃음이 터져버렸다. 반면 성은 아직도 심각했다. 유아가 왜 웃는지, 그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혼자 머릿속으로 생각하느라 복잡해졌다.

 

 “그렇게 귀엽게 투기를 하면 어쩌잔 겁니까?”

 “뭐요? 아니- 저 놈들 누구냐고!”

 “제 스승들이요. 새로운 스승들.”

 “스승?”

 “저 중엔 페데르를 그동안 돌봐준 분도 있습니다. 글 실력은 물론이고, 천문학이며, 신문물까지 잡학다식한 학자들입니다. 전하께서도 반하실 걸요?”

 “믿어야하오?”

 

 유아는 시익 웃어보였다.

 

 “다 티 납니다.”

 “뭘?”

 “딱 봐도 전하보다 잘생기지도 않았고, 풍채도 별로고, 잘나 보이는 게 하나도 없는데. 어째서 중전이 이 사내들과 풍문이 퍼지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

 “티 났소?”

 “제 앞에선 거짓말 못하시잖아요. 자, 이리 오세요. 소개시켜 드릴게요.”

 

 유아는 성의 팔을 잡아끌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혔다.

 

 “뛰어난 학자임에도 다들 이렇다 할 관직들이 없죠. 이유는 아실 테고.”

 

 유아의 부름에, 연실은 다시 그들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왔다.

 

 “소개하겠습니다. 여긴 박지원 선생. 소설실력은 물론이고, 철학이며, 농학까지 모르는 게 없습니다. 그 옆은 박제가 선생. 경제와 정치부분의 분석을 하는데, 시각이 보통이 아니십니다. 무예에도 능하다 하셨지요? 그 옆은 홍대용선생. 이 모임의 장의이십니다. 지구가 하루 한 번씩 돌며 낮과 밤이 바뀐다는 아주 혁신적인 생각을 가지셨지요. 청국 유학도 갔고, 무튼 천문학으로는 놀라운 생각을 가진 분이시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긴, 페데르 선생. 서역과 조선의 말에 능하고, 서역과 동양의 의술을 총망라한 지식을 가진 의원이십니다.”

 

 네 사람은 유아의 설명이 끝나자, 성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중전의 새로운 스승들이라고?”

 

 박지원이 답했다.

 

 “스승이라 할 것이 있겠습니까? 하찮은 소신들의 이야기를 함께 하는 동지지요.”

 “동지라. 중전을 감히?”

 

 성의 말에 박지원은 뜨악한 듯 고개를 숙였다. 유아는 성을 나무라듯 쳐다보았다. 성은 아직도 화가 약간 남아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사내가 아닌가. 아무리 저보다 못한 사내들이여도. 그리고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삐친 것 같았다. 유아는 네 사람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봅니다. 어려운 걸음 하셨는데, 또 날을 잡아, 다음엔 전하와도 함께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유아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성에게 쏠렸다. 성의 답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성이 헛기침을 하자, 유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정무가 바쁘시니, 그런 시간까지는 어렵겠지요. 날 잡아서 평소처럼 뵙죠. 다음엔 제가 궐을 나갈 차례죠?”

 

 그 말에 성이 유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불안하면 함께 가시겠습니까?”

 “알겠소.”

 

 유아의 눈짓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보세요.”

 

 연실과 봉수마저 방에서 나갔다. 성은 여전히 유아를 쳐다보았다.

 

 “저 뚫어지겠어요.”

 “왜 이러시는 거요?”

 “규장각이요.”

 “규장각?”

 “전하께서 찾으시는 인재. 규장각에 어울리는 인재들입니다.”

 “내가 봐도 될 사안이오. 그걸 그대가 직접 보았다 핑계를 대는 것이오?”

 “무엇을 보았단 말입니까?”

 

 웃음이 있던 유아의 표정이 금세 진지해졌다. 그러자 성의 동공이 흔들렸다.

 

 “보위에 오르신 지가 1년이 넘어갑니다. 규장각을 만드신 건, 정말 책이나 보관하려 정하신 겁니까? 아님, 전하의 정치가, 치세가 그곳에서 만들어지길 원하시는 겁니까?”

 “당연히 후자요.”

 “헌데, 무슨 인재를 보셨단 말입니까? 그동안 한 것이라곤 외척들이나 흔드는 것뿐이었습니다. 신첩이 아이까지 잃어가면서도 전하를 탓하지 않은 것은, 전하께서 하시는 모든 뜻이 그곳에 있음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하의 주위엔 저런 인재를 볼 눈을 가진 자가 없습니다.”

 

 성은 크게 한방 맞은 듯 머릿속이 멍해졌다.

 

 “저들이야 말로, 조선의 미래입니다. 이제 시작하소서. 규장각을, 그곳에서 커가는 인재들을 통해 전하의 나라를 만들면 됩니다. 그리하면, 뱃속의 아이도 전하의 세상에서 잘 살아갈 것입니다.”

 “뭐?”

 

 유아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정말?”

 

 유아는 미소를 띠곤 끄덕였다.

 

 “하늘이 그 아이를 다시 내려주셨나 봐요.”

 

 성은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기쁨에 유아를 와락 끌어안았다.

 

 “고맙소. 미안하오. 난 여전히 당신에게 배우고 있으니, 내 평생의 기쁨이 영원히 당신이 될 것이오.”

 “그리 말씀해주시니, 다행입니다. 화를 풀지 못하실까 얼마나 긴장했다고요.”

 “다행이오. 이번엔 꼭 지킬 것이오.”

 “저도요.”

 “저들은 내가 잘 보고 등용하겠소.”

 “예. 뜻대로 하소서.”

 

 ***

 

 같은 시각, 성희에게 도착한 서신 한 통.

 

 “마마. 서신이 왔습니다.”

 

 ‘주상이 천도를 계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소라는 곳에 성을 세우고 도시를 계획하려 합니다.’

 

 성희는 서신은 다 읽고는 드디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곁의 편상궁은 성희가 기뻐하는 모습에 기대했다. 저 머리에서 또 어떤 것이 나올까.

 

 “사돈에 서신을 써야겠어. 그 아이, 입궐할 채비를 하라고 말이야.”

 “박씨 아가씨 말씀이시옵니까?”

 “그래. 때가 왔구나.”

 

 같은 소식은 윤희도 들었다. 윤희는 그 서신을 구겨버렸다.

 

 “주상이 위태로운 짓을 골라 하는 구나. 대비책이 필요하겠어.”

 

 윤희의 앞엔 성과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왕자가 앉아 있었다.

 

 “어마마마. 무슨 대비책을 이르시옵니까?”

 

 성에겐 형제가 있었다. 성의 동생은 결혼하여 이미 자식도 여럿 낳았다. 인선군이 그였다.

 

 “아닙니다. 왕자들은 잘 크고 있습니까?”

 “예. 벌써부터 힘이 장사입니다. 아바마마를 닮았나 봅니다.”

 

 그 말은 윤희가 좋아하지 않았다.

 

 “송구하옵니다. 서책을 가까이 하라고 해도, 도통 말을 듣질 않아서.”

 “그러면 쓰나. 곧 바뀌겠지요. 궐에 한 번 데려오세요. 궐엔 내 품에 안아 볼 손주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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