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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45. 제발 내버려 둬
작성일 : 22-01-27 13:25     조회 : 26     추천 : 0     분량 : 7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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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과 유아는 서로 얽히고설킨 채 서고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심한 벌을 주겠다는 말 그대로 성은 아주 심한 벌을 내리고 있었다. 유아는 그 고통에 몸부림쳤으나, 되레 그 벌을 더욱 달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세자 부부의 야한 처벌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는 동안, 운종가에서도 이별이 찾아왔다.

 

 “가면 언제 오십니꺼?”

 

 운종가 거리에 상인들이 한 사람을 바라보고 빙 둘러 서 있었다. 책방 백씨도, 신씨도, 언제 오냐고 묻는 호석이도, 근처 상인들이 모두 마중을 나온 것이었다. 이별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청씨였다.

 

 “언제 오긴. 귀하고 좋은 물건 발견하면 옳다구나! 하고 운종가로 오겠지.”

 “지는 행님하고 만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서운하네예.”

 “자넨, 아직 젊으니까 여전히 여기에 있겠지. 그나저나, 다 늙어가는 백씨는 버티고나 있겠어?”

 

 백씨는 벌써부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소매에 그저 시익 눈물을 닦아낸 백씨가 붉은 눈시울을 하고는 청씨의 팔뚝을 툭 쳤다.

 

 “내가 늙어도 자네보다 더 늙었으려고? 몸조심하고. 겨울이라 길도 얼었는데, 괜히 다리 부러지지 말고. 늙어서 붙지도 않아.”

 “염려 붙들어 매. 내가 방물장수만 벌써 30년이야. 머리털 나기 시작할 때부터 조선팔도, 나보다 길 잘 아는 사람 있음 나와 보라 그래.”

 “조심해. 웬만한 거 없으면, 팔던 거 가지고 그냥 와. 잔소리 안 할 테니까.”

 “알았어. 신씨 자네는 김상궁 챙기다가 더불어서, 백씨도 좀 들여다보고. 엉?”

 “그럼. 나 아니면 누가 챙겨. 잘 다녀 와.”

 “아니, 뭐 새삼스레 다들 나오고 그래?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길이 좀 먼 것뿐이야.”

 “자네가 언제 그리 멀리 간 적이 있어?”

 “방물장수가 좋은 물건 있는 곳으로 가는 거야, 당연한 거지 뭘. 어여들 장사 준비들 해! 곧 바빠! 어여! 가! 나 갈 테니까. 근데, 만영 누이는 왜 안와?”

 “저기! 저기 오심니더!”

 

 호석이 가리키는 곳에 만영이 가마를 타고 오고 있었다.

 

 “뭐야. 무슨 구경거리라도 있어?”

 “나 간다고, 다들 이렇게 청승들이야.”

 “어이고~. 우리 청씨 그동안 착하게 살았나보네?”

 “내가 좀.”

 “걱정들 마. 위험한 곳도 아니고, 경험할 만한 곳이니까. 우리 상단 사람들이 이미 있어서, 염려할 것도 없어.”

 “그럼!”

 

 호석이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지도, 여기 가게 매상만 더 올리고, 자리만 잘~ 잡으마, 행수님께서 보내주신다 캤심더.”

 “그래. 호석이도 적응 잘 하고.”

 “예. 행수님도 몸 건강히 잘 댕기오이소~”

 “오냐. 다들 잘 있어. 좀 걸리겠지만.”

 

 많은 이들의 배웅 속에, 만영과 청씨는 또 다시 먼 길을 떠났다. 그리고 성도 길을 떠났다.

 

 “저하.”

 “마음이 편치 않소.”

 “서신 하셔야 합니다.”

 “그럼. 매일 하리다.”

 “몸 조심히.”

 

 성이 떠난 후, 유아에게 백씨의 서신이 도착했다. 청씨와 만영이 청국으로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

 

 “전하! 전하!”

 

 청은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중전의 자리도 공석인 상황에서 모든 것을 수습해야하는 사람은 세자빈인 유아였다. 유아는 즉시 청의 곁에서 간호를 시작했다.

 

 “전하의 용태가 대체 어떠한 것인가?”

 

 어의가 바닥에 엎드려 말했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잠저(*세자)시절부터 이어져 온 등창이 뼈까지 전이가 된 상황이옵니다. 겉으론 멀쩡해보여도, 조금만 방심하면 드러나옵니다. 지금 전하의 용태는 아주 위험하옵니다. 부디 휴식을 취하셔야 한다 고하여도, 도통 듣질 않으시어...”

 “하여,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보이는 고름은 짜내고, 탕약으로 시료를 해야 하옵니다. 허나, 혹여 탕약마저 듣지 않으신다면...”

 “그럼?”

 “더 이상은 소인도 방법이 없나이다.”

 “뭐라? 어의. 그게 무슨! 그대가 조선에서 의술로 가장 뛰어나다하여 전하의 곁에 있는 것이 아닌가! 노력을 해보게. 무슨 방도라도 만들어 오란 말일세.”

 “최선을 다 하겠나이다.”

 

 유아가 간호에 신경 쓰는 동안, 권력의 중심은 대비전으로 향했다. 성희는 청의 상태가 위중한 틈을 타, 김씨 외척들을 주요 자리에 앉히기 시작했다. 더불어 유아의 아버지 청원의 자리도 그만큼 올라갔다. 도승지였던 김구준은 좌승지로, 김청원은 이조참판이 되었다. 성희와 구준의 사람들이 관직으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동안, 윤희의 홍씨 일가는 어떻게든 밀리지 않기 위해 전쟁을 걸었다. 우승지인 홍보함이 가장 앞장서서 이들을 막아섰다.

 

 “주상전하의 용태가 위중하다고는 하나, 아직 대리청정을 하겠다 논의한 적도 없는데, 어찌하여 관직의 임명을 대비전에서 할 수 있단 말인가!”

 

 구준은 당당했다.

 

 “무슨 말씀을 들으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모두 주상전하의 옥새가 찍힌 어명으로 정해진 것입니다. 아무렴 대비마마라하여도 어찌 감히, 주상전하의 옥새를 마음대로 건드릴 수 있겠습니까?”

 “유배를 받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자가 한성좌윤으로 관직을 받은 것이 정당하다 보는가?”

 “우상대감. 그건 주상전하의 뜻입니다.”

 

 그 긴장을 중재할 사람이 자리에 누워있는 판에, 대전회의는 파국으로 향할 뿐이었다.

 

 ***

 

 성은 국경에서 참혹한 현실과 마주해야했다. 하루에도 두 세 번씩은 쳐들어오는 여진족에 백성들은 매일같이 피하고 죽어가길 반복해야 했다. 이들을 지켜야 하는 군대는 이미 의욕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의 할아버지, 성군이라 일컬어지던 대왕이 만들었던 태평성대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성은 매일같이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청에게 서신으로 알렸다.

 

 ‘전하. 이곳은 하루에도 두 세 번은 목숨이 오가는 지옥이옵니다. 차마 상상하지도 못했던 광경을 마주하고 나니, 제가 꿈꾸던 세상을 과연 만들 수 있을지가 겁이 날 지경이옵니다. 평안도의 관찰사는 김씨 외척으로 조세의 권한이 막강하여 그 누구도 반기를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 이를 이름이옵니다.’

 

 ‘전하. 부디 지금이라도 평안도 관찰사를 파직하시고, 이자와 연계된 무리에게 벌을 내리소서. 저에게 권한을 주신다면, 암행어사의 권한으로 이들을 파직하고 당분간만이라도 이곳의 상황을 정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성은 영목에게도 편지를 보냈다.

 

 ‘나의 벗 영목에게. 상황이 어찌 되고 있는 지 궁금해. 아무래도 대비의 무리가 또 농간을 부리고 있는 것 같은데. 반격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할게. 우선 이것으로 방비하길 바란다.’

 

 성은 국경뿐만 아니라, 평양, 강원 등지에서 일어나는 김씨 외척들의 비리를 속속들이 조사해 영목에게 넘겼다. 영목은 그것을 이용해 김씨 외척들을 견제하는 데 썼다. 다행히 그 덕분에 청의 빈자리가 엉망이 되진 않았다.

 

 ***

 

 유아는 오늘 아침도 청의 곁에서 수발을 들었다. 그리고 청이 드디어 깨어났다. 무려 일주일 만이었다.

 

 “전하!”

 “빈궁인가...”

 “예, 전하. 정신이 드시옵니까?”

 “얼마 만에 깨어난 것이냐?”

 “일주일이옵니다.”

 “뭐라?”

 “우선 옥체에만 신경 쓰소서.”

 

 유아와 청이 대화하는 순간에도 이들을 지켜보는 눈과 귀가 있었다. 유아는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시선들이 성의 일생에 매일을 쫓아다녔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힘들어도 참았다. 스스로의 행동이 나중엔 누군가에겐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전하.”

 “알겠노라. 세자는 아직 소식이 없느냐?”

 “국경에서 보내신 서신이옵니다. 열어보진 않았사옵고, 당분간 상선에게 보관하라 일렀나이다.”

 “가져오라.”

 “전하. 옥체를 먼저 살피신 연후에 읽으셔도 늦지 않사옵니다.”

 “아니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가져오라.”

 

 청은 고집을 부려 결국엔 성이 보낸 서신 일주일 치를 모두 다 읽었다. 서신을 읽는 그의 표정은 하나씩 펼쳐볼 때마다 점점 더 굳어갔다.

 

 “이것 보아라. 내가 늦게 읽은 것이 분명하다. 이 긴박한 사안을 나는 누워있다는 핑계로 듣지를 못하였구나.”

 “송구하옵니다, 전하.”

 “아니다. 빈궁의 잘못이 아니다. 소임을 다하는 너의 잘못이 어디 있겠느냐?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못난 군주의 죄이니라.”

 “전하...”

 “상선은 도승지를 부르라. 내 삼정승이라도 지금 당장 만나 논의를 해야겠다.”

 “예, 전하.”

 

 상선이 나가고, 유아는 잠시 주위의 눈치를 살피다 조심스레 말했다.

 

 “전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대비전에서 전하의-”

 “알고 있다. 말하지 말아라.”

 “알고, 계셨습니까?”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허나, 바로 잡을 것이다. 염려마라.”

 “예, 전하.”

 “그래도 당분간 너의 고생은 덜할 것이다. 그들의 시선이 당분간은 서로에게 향할 것이니.”

 “예...”

 “잠시라도 쉬는 것이 좋겠구나. 빈궁의 얼굴이 핼쑥하여 세자가 돌아오면, 나를 아주 잡아먹으려 들 것이다. 혼나기 싫으니, 처소로 돌아가라.”

 “그럼, 잠시 눈만 붙이고 돌아오겠습니다.”

 “아니다. 필요하면 내가 부를 것이니, 쉬는 것이 좋겠다.”

 

 유아는 청의 말대로 동궁전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새로운 터전. 동궁전. 지내던 전각보다 훨씬 큰 곳이었다. 그래서 더욱 넓게 느껴졌다. 함께 이 공간을 채워야 할 사람이 곁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동궁전은 다른 전각들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들어오는 입구도 달라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른 전각에서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이런 전각의 위치는 그동안 청이 김척론자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가장 좋은 요건이기도 했다.

 

 “하... 아이고...”

 

 유아는 참으로 오랜만에 자신의 방에서 등을 붙이고 누웠다. 연실도 함께 방에서 벌러덩 누웠다.

 

 “아이고, 이게 얼마만이래요?”

 “그러게. 너도 고생 많았어.”

 “또 가실 거면서.”

 “그래도 잠시 쉴 수 있잖아.”

 “그런데, 저하께선 어째 마마의 서신에는 답을 주질 않으세요?”

 “전하께 전할 이야기만 해도 바쁘시니까.”

 “그래도. 답장 하나 쓸 시간도 없나?”

 “서운하긴 하네.”

 “당연하죠!”

 

 그때였다.

 

 “빈궁마마. 부부인마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뭐?”

 “어찌 할까요?”

 “친정에서?”

 “예, 마마.”

 

 유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아했다. 계모가 제 발로 자신을 직접 찾아왔다는 것. 유아는 께름칙했지만 거부하는 것도 이상하다 여겨 우선 안으로 들였다.

 

 “어쩐 일이십니까?”

 

 계모가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은요. 마마께서 세자빈 되신 것도 감축 드리고, 또 우리 영감 아니, 아버님께서 이조참판으로 다시 복귀하셨으니 그 김에-”

 “상중입니다. 웃음기는 좀 삼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 예.”

 “용건만 간단히 하세요. 일과가 바빠서.”

 “제가 마마께서 지내시던 방을 싹 치우고, 가구도 새로 들여놓고 단장을 해 놓았습니다. 세자께서 국경에 가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구중궁궐 홀로 계실 마마 생각에 어찌나 염려가 되던지. 이참에, 전하께 허락을 구하고 친정에 잠시 와 계세요. 마음을 편히 하셔야 태기도 생기고 그러실 것 아닙니까?”

 “가진 재물은 다 정리 하셨고요?”

 “재물을 어찌 정리를 합니까? 그냥 창고 정리나 싹 하고-”

 “아직도 그 매관매직을 하며 창고나 채우고 계시단 말입니까?!”

 

 유아의 호통에 계모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아니, 아버님 치세에 도움은 못 줄망정, 뭐만 하면 하지 마라, 받지도 마라. 아니, 벼슬아치가 무슨 보살입니까? 우리도 먹고는 살아야죠! 명색이 세자빈의 친정인데 갖추고 있을 건 있어야 남들 보기에도 좋죠!”

 “이만 나가보세요. 그리고 앞으론 오겠다 연통하시고 오세요. 내가 허락하기 전엔 입궐할 생각은 마시고요.”

 “마마!”

 “나가시라 했습니다!”

 

 계모는 삐쭉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휙 밖으로 나갔다.

 

 “아니, 혜빈이고 대비고 친정에 도움을 못 줘서 안달인데, 대체 뭘 배우고 있는 게야? 멍청하긴. 언제쯤 철이 들꼬? 어휴!”

 

 그렇게 계모가 한 차례 유아의 속을 뒤집은 이후, 그날 오후엔 청원에 찾아왔다.

 

 “아버님.”

 “어째,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그러게, 간호도 적당히 하셨어야지요. 요령것.”

 “어쩐 일이십니까?”

 “요즘, 대비전에 노기를 사셨습니까?”

 “네?”

 “아니, 대비마마께서 마마와 대화를 하기가 영 껄끄럽다 하셨답니다.”

 “그래요?”

 “무슨 잘못을 하셨기에. 바짝 엎드리지 또 고개 빳빳이 들고 버르장머리 없이.”

 “대비께서 저와는 성향이 맞지 않으십니다. 해서 그러실 것이니, 염려마세요.”

 “하루에도 틈나는 대로 찾아뵙고, 말동무도 해 드리고 하세요. 적적하실 것이니.”

 “하고 싶으신 말씀이 그것입니까?”

 “그럼요. 가장 중요한 말인데요.”

 “그럼, 제가 하고픈 말은 딱 한 마디이니 잘 듣고 새기세요.”

 “말씀하세요.”

 “제발 내버려 두세요. 절 내버려 두시란 말입니다. 제가 저하와 혼례를 치른 것이 아버님의 덕이라 생각하십니까? 아니요. 아버님. 아버님이야 말로 세상을 너무 순진하게 보십니다. 제발, 지금이라도 부정한 돈 챙기고 창고나 채우는 그런 불순한 짓, 마세요.”

 “그게 다 나만 위하자고 하는 일입니까?!”

 “그럼요? 언제부터 날 위해 한 일이었습니까? 아버지, 내게 큰소리칠 그 어떠한 이유도 없는 분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부족한 것 없이 먹여주고 입혀주고 키워줬더니, 뭐라?!”

 “날 먹여주고, 입혀주고, 키워준 것은! 내 집안 식구들입니다. 아버지가 계모가 노비라 부르는 그 사람들. 어머니 잃고 계모가 내게 준 것은 집안 개들이 먹는 밥이었어요. 내게 입으라고 준 것은 넝마였고! 내게 시선 하나 주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당당하여, 대관절 무엇이 당당하여 날 위한다 하는 겁니까? 지금이라도 진짜 날 위한다면, 자제라는 것을 좀 하세요.”

 

 청원은 기가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자신이 몰랐던 사실들을 들었던 것도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은 이미 유아가 하는 말은 받아들일 수 없는 그만의 장벽으로 가득 찼기에 어이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청원도 떠나갔다.

 

 한 달이 흘렀다. 유아는 성에게 오늘도 서신을 썼다.

 

 ‘이제 봄이 오려나 봅니다. 여전히 바람은 찬데, 궐 담장과 후원에 작은 싹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국경은 어떤가요? 여전히 바쁘신가요? 이곳도 많이 바쁩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나 궁금해하던 시절의 버릇이 남아, 저는 이곳에서도 그 소식 듣기에 바쁩니다. 당신의 손길이 그립습니다. 당신의 품에서 당신의 온도가, 당신의 콧김이, 당신의 큰 손이 내 몸을 스치던 그때의 아찔함이 그립습니다. 봄이 올수록 더욱 더. 서방님, 당신은 언제 돌아오시나요?’

 

 같은 시각, 성은 영목에게서 며칠 째 답이 오지 않자 불안해졌다. 봉수는 바깥에서 돌아왔다.

 

 “아직이냐?”

 “서신은 분명히 보냈다고는 하는데, 아직 답신이 없다 합니다.”

 “무슨 일인가... 대체...”

 

 아침, 대전. 영목은 동부승지가 되어 있었다. 그의 눈빛은 사뭇 달라져있었다. 순하던 눈빛은 날카롭게 변했고, 언제나 겸손하게 아래로 향하던 그의 시선은 사람들로 향했다. 그의 눈빛에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다. 이젠 그의 눈빛과 걸음에 힘이 생겼다. 힘과 힘의 견제. 청은 그 사이에서 완벽한 저울질을 해야 했다.

 

 청은 상소문에 시선을 두고 영목을 불렀다.

 

 “동부승지.”

 “예, 전하.”

 “영의정이 그대를 참으로 아끼던데?”

 “어릴 적부터 많이 아껴주셨습니다.”

 “어찌하여, 세자의 서신에 답을 주지 않는 것인가?”

 

 청은 영목을 쳐다보았다.

 

 “잡아먹힌 것이로군.”

 

 영목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이렇게 단줄 알았다면, 일찍이 마셔버릴 것을 그랬습니다.”

 “세자의 실망이 클 것이다.”

 “본디 힘이, 그렇지요.”

 

 영목은 그렇게 성의 서신에 끝까지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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