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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64. 적에게 적을 보내다
작성일 : 22-01-27 13:35     조회 : 32     추천 : 0     분량 : 7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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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은 세상의 빛을 고루 비추는 존재가 되어야 함이다. 나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세상을, 나의 백성을 고루 비추고 싶다. 나의 왕비가 달빛이 되어 나를 비추면, 나는 그 빛으로 세상을 비추리니... 하여, 나는 나의 왕비를 지켜낼 것이다. 어두운 세상이 빛을 잃으면 어찌 되겠는가?’

 

 성은 구준에게 보내는 서신에 이렇게 적었다. 늦은 밤, 김구준은 이 서신을 받고 한숨을 내쉬었다. 몇 달 만에 집으로 돌아온 구준은 오히려 유배지가 훨씬 마음이 편했다.

 대전. 성은 우겸과 만나고 있었다.

 

 “그래도 되겠소?”

 “뜻대로 하소서.”

 “좋습니다.”

 “헌데, 전하. 신이 성심을 감히 의심하는 바는 아닙니다만, 정말 중궁전을 지키기 위함이십니까?”

 “무슨 말이오?”

 “매일 곁에 두시는 건, 다른 이이니 헷갈려서요.”

 “성상궁은 중전의 사람이요.”

 “그 자리에 오르시고도, 어찌 그러십니까? 누구의 눈치를 보십니까?”

 “눈치가 아닙니다. 세상 가장 높이 앉으니, 여기만큼 뵈는 것이 없는 자리도 없더군요. 내 아내가 위험하다는 걸 모를 만큼.”

 “아셨군요?”

 “알고 있었단 말로 들리는데?”

 “공교롭게도?”

 “나만 몰랐군.”

 “아직 모르는 사람 많습니다. 오래 숨길 수는 없을 겁니다. 시간은 좀 벌었으니, 그 전에 빨리 해치우시지요.”

 “그래야겠지...”

 

 성은 우겸에게 김청원의 책을 넘겼다.

 

 “여기 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

 “이게 사실이라면, 흠...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입니다. 선왕들은 모두 돌아가셨는데, 폐위 할 수도 없고.”

 “스스로 물러나겠지.”

 “어허~. 그럴 거면 일찌감치 수정전(*대비전)은 빈집이지요.”

 

 성은 두통에 이마를 찡그렸다.

 

 “어환(*왕의 병)이 있으십니까?”

 “괜찮소. 신경증인 듯하오.”

 “전하. 어의도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성은 답하지 않았다. 어의. 그들도 권력에 오가는 철새들이나 다름없었다. 정훈세자의 죽음에도 그들이 결코 무결하다 할 수 없었으니까.

 

 “믿을만한 어의를 찾아보겠습니다.”

 “찾았소.”

 “예?”

 “중전이 찾았소.”

 “그렇습니까?”

 “알리지 않았으면 하오. 영원히.”

 “예, 전하.”

 

 성의 머리를 관통하는 고통은 점점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속으로 감내하면 된다고 여겼으나,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그의 몸은 버텨내지 못하고 있었다.

 

 ***

 

 다음날 아침. 어전회의. 영의정의 자리로 돌아오겠다는 확답을 받은 후, 발표하는 자리였다.

 

 “도승지는 인사를 발표하라.”

 

 홍영목이 족자를 펼쳤다.

 

 “영의정 채우겸을 좌의정으로 두고, 영의정 자리에 김구준을 임명한다,”

 

 갑작스런 인사발표에 모두 술렁였다. 김구준이 김씨 외척의 영수자리에서 밀린 이후, 그 자리는 성희가 차지했다. 때문에 구준이 영의정이 된다는 것은 이들에겐 상당히 혼란스러운 것이었다. 그들의 배척했던 왕따가 가장 높은 위치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무기는 있었다. 궐 가장 깊숙한 곳, 왕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곳에 대비, 성희가 있기에 거리낄 것도 없었다.

 

 “비록 불미스러운 일로 유배를 갔지만, 진실로 반성의 뜻이 있고, 그런 인재를 차마 오래 버려둘 수가 없어 급히 결정한 사안이오. 따라주길 바라오.”

 “예, 전하.”

 

 그때, 이조참의 이근안이 앞으로 나왔다.

 

 “전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한 말씀 올리겠나이다.”

 “말하시오, 이조참의.”

 

 매번 말에 가시가 있는 자. 김씨 외척의 앞잡이이자 칼잡이가 그였다. 혹자는 그의 아비가 저승사자일지도 모르겠다 할 만큼, 피를 보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었다.

 

 “전하의 춘추가 벌써 스물 둘이옵니다. 중전마마와 혼례를 하신지도 4년이 지나가는데, 아직 왕실은 후계가 튼튼하지 않나이다. 종묘사직이 흔들리는 상황에 중전마마께오서도 염려가 되시는지 후궁을 허하였나이다. 이왕의 후궁을 들이시려거든, 제대로 간택령을 내리시어 후궁을 통해 종묘사직을 지키심이 옳은 줄로 아뢰옵니다.”

 

 성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불만이라는 의미였다. 그 말에 채우겸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과인의 나이가 스물 둘밖에 되지 않았소. 그대는 매사 부정적인 것을 먼저 보는 것이 문제요. 내 나이가 아직 창창하고, 중전과는 지금 이 순간도 만나고 싶어 안달일 만큼 가깝소. 헌데, 후궁이라? 과인은 당분간 그럴 생각이 없으니, 그리 알라. 종묘와 사직을 지키려는 그대의 갸륵한 마음은 받아두겠다.”

 “하오나 전하-”

 “더는! 이 사안을 언급하지 말라. 필요하다면 과인이 중전과 상의하겠다. 내명부의 일은 중전이 결정권자다.”

 

 어전회의를 통해 튀어나온 후궁간택. 이것은 홍씨 외척도 같은 의견으로 보였다. 그런데 후궁 간택이라는 말에 영목의 표정이 내내 불편해보였다. 대전으로 돌아가는 길. 성은 영목의 표정을 살피고는 말을 툭 던졌다.

 

 “도승지는 무슨 일 있나?”

 “예?”

 “안색이 좋지 않아서.”

 “아니옵니다.”

 “몸이 좋지 않으면, 일찍 퇴궐해.”

 “아닙니다.”

 

 ***

 

 대비전. 수정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곳에는 성희가 있었다. 성희는 편상궁을 통해 흥미로운 소식을 들었다.

 

 “어의가 중궁전에 들어가질 못한다?”

 “예.”

 “어째서?”

 “그러게요. 어의가 중전을 살피지 못한 지가 벌써 두 달이 넘어간다 하옵니다.”

 “그러긴 주상도 마찬가지 아니냐?”

 “주상전하께오서 명하신 걸까요?”

 “그렇다 하더냐?”

 “그렇게는 말하지 않았나이다.”

 “확실하게 알아봐.”

 “또 있사옵니다, 마마.”

 “말해.”

 “중전이 회임을 했다는...”

 “뭐?”

 “요즘 중궁전에서 찾는 음식들이 요상합니다.”

 “뭐, 이상한 것이라도 먹느냐?”

 “된장류는 절대 드시지도 않고, 짜고 매운 것도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합니다.”

 “어디 아픈 것일지도 모르잖느냐?”

 “하여, 죽을병이라고 걸렸나 알아봤는데,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해서 결론이, 회임?”

 “예! 제 궐 생활 30년의 촉이 확실합니다.”

 “그래? 우리 편상궁이 30년 세월씩이나 걸었는데, 한 번 확인해볼까?”

 “예?”

 “아이를 가졌을 때, 먹지 말아야 할 것이 몇 가지 있지?”

 “그렇지요.”

 “율무차를 준비해. 중궁전과 차 한 잔 해야겠다.”

 

 율무. 임산부는 반드시 피해야 하는 음식이었다. 만약 먹는다면, 아이를 잃을 수도 있는 음식이었다. 성희는 율무를 가지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중궁전에 도착했다. 성희의 등장에 유아는 당황했다.

 

 “대비마마께서 왜?”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성희가 율무차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대비마마.”

 “뭐하고 계셨습니까?”

 “혜빈마마께서 주신 숙제가 있어서...”

 

 성희는 혜빈이라는 말에 입을 삐쭉였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더 빡빡해지네. 잠시 두고, 나랑 차나 한 잔 합시다.”

 “예?”

 “싫습니까?”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성희는 자리에 앉았다.

 

 “사가에서 보내준 율무가루인데, 아주 고소하니 맛이 좋습니다.”

 “예? 율무요?”

 

 율무라는 말에 유아도, 연실도 표정이 굳었다. 성희와 편상궁이 이들의 표정을 살폈다. 두 사람은 애써 표정을 숨겨보려 노력했다.

 

 “왜 그리 놀랍니까?”

 “벌써, 율무가 있구나 싶어서요.”

 “그러게.”

 

 유아는 입술이 바짝 말랐다.

 

 “듣자하니 중전이 수라도 얼마 들지 않고 무른다고 들었습니다. 입맛이 없을 땐, 그냥 이렇게 후루룩 마시는 게 좋아요. 몸이 튼튼해야 후사생산도 하지요.”

 

 유아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성희는 유아의 표정으로 추측하기 시작했다.

 

 “편상궁?”

 “예, 마마.”

 

 편상궁은 아주 정성스레 가루를 물에 타고 꿀을 타서 율무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가루가 아주 많이 들어가 물에 섞이는 동안 유아와 연실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연실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이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했다. 그때, 성상궁이 복도를 걸어 문 앞에 도착했다.

 

 “누가 들어가 계시는가?”

 “대비마마께서 계십니다.”

 “그래?”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가 문 밖으로 흘러나왔다.

 

 “혹, 회임이라도 하신 건 아니지요?”

 “예?”

 “뭘 그리 놀라시나.”

 “뜻밖의 말씀이신지라...”

 “율무가 회임한 사람에겐 좋지 않다질 않습니까? 내가 손주를 보고 싶어 혹시나 물어봤습니다.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부부 금슬이 너무 좋으면, 그 사이에 아이가 들어설 틈이 없다합니다. 주상과 금슬이 너무 좋아 탈이지 않습니까?”

 “황공하옵니다.”

 

 편상궁은 아주 정성스레 율무차를 완성시켰다.

 

 “다 되었나이다, 마마.”

 “고생했다. 자, 듭시다.”

 

 방 안에서의 대화를 엿들은 성상궁은 다급해졌다.

 

 “율무? 안 되는데... 어쩌지?”

 

 성상궁은 머리를 굴렸다.

 

 “김상궁은 뭐하고 있는 거야?”

 

 연실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이 유아의 몸종이라는 것을 백번 살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방 밖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마마! 중전마마!”

 

 성상궁은 문 앞에 서 있는 나인에게 서둘러 문을 열라고 눈치를 줬다.

 

 “열어, 열어!”

 

 그리고 문이 열리자마자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갔다.

 

 “마마! 중전마마!”

 

 연실은 타이밍을 놓쳤다. 어찌되었던 다행이라 여겼다. 다행히 유아의 입가에 찻잔이 기울어지기 전이었다.

 

 “성상궁.”

 “중전마마. 헉! 대비마마를 뵈옵니다.”

 “무슨 일이냐?”

 

 성희는 짜증스런 얼굴로 성상궁을 보았다. 성상궁은 연실의 표정을 살폈다. 연실은 안도의 한숨을 조용히 내뱉고 있었다. 유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대비의 표정을 보아하니, 이제 수습해야 할 차례임을 깨달았다.

 

 “무슨 일이냐니까?”

 

 성상궁은 표정을 숨기려 고개를 숙였다.

 

 “주, 주상전하께오서 서둘러 뫼셔오라 하셨나이다.”

 “전하께서?”

 “주상이 왜?”

 “급히 전할 말이 있다 하시었나이다.”

 “아랫것들 시키면 되지 않느냐?”

 

 성희의 짜증스런 말에 성상궁은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중전마마께만 전해야 하는 말이라 하셨나이다. 하여, 소인이 이렇게 직접 왔나이다.”

 “이 시각에 주상의 수발을 들었더냐?”

 “중궁전으로 오던 길에 상선영감을 만났나이다.”

 

 그리고 연실이 거들었다.

 

 “어서 가보셔야하지 않습니까?”

 

 유아는 성희를 쳐다보았다. 성희의 계획은 실패였다.

 

 “가 보세요. 주상이 애타게 부르시니.”

 “송구하옵니다, 마마.”

 “차는 언제든 마실 수 있으니.”

 “허면, 신첩 먼저 일어나보겠나이다.”

 

 유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방을 떠났다. 세 사람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연실이 고개를 내저었다.

 

 “마마님은 뭐하고 있었습니까? 엉뚱한 말이라도 하지.”

 

 성상궁이 연실을 나무랐다.

 

 “나도 저지르려고 했어. 근데, 마마님이 나타나셨잖아.”

 “두 사람 모두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유아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걸 얼마나 숨길 수 있을까?”

 

 세 사람이 걸음을 멈추려 해도, 대비전의 궁녀들이 이들이 가는 것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마. 어쩔 수 없습니다. 전하께 가시지요.”

 “어디 계시는데?”

 “서고요.”

 “가자.”

 

 세 사람은 그렇게 성이 있는 서고로 향했다. 성은 백씨가 새로 찍어낸 서책들을 들여다보느라 기분이 좋아보였다.

 

 “다 해서 얼마나 되느냐?”

 “여든 권정도 되옵니다.”

 “상태는?”

 “아주 좋습니다.”

 “백선생의 기술이 나날이 느는구나.”

 

 그리고 세 여인이 서고에 도착했다.

 

 “저기, 전하?”

 

 봉수는 아리송한 표정이었다.

 

 “무엇이냐?”

 “중전마마께서 오셨습니다.”

 “뭐?”

 

 유아가 쭈뼛거리며 성의 앞에 나타났다.

 

 “부인!”

 

 유아는 겸연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하.”

 

 자초지종을 들은 성은 화가 난 듯 보였다.

 

 “전하?”

 “입조심을 하라 일렀거늘, 대체 누가!”

 “전하...”

 “상선, 김상궁! 이 일을 또 누가 아느냐? 입조심하라 이르지 않았느냐?!”

 

 유아는 성의 팔을 잡았다.

 

 “전하. 괜찮습니다.”

 

 연실과 성상궁이 바닥에 엎드렸다.

 

 “전하. 부디 노기를 가라앉히소서.”

 “그렇게 조심하라 이르지 않았느냐?!”

 “전하. 뱃속에 아기씨가 놀랍니다.”

 “뭐?”

 

 유아는 어색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미 놀랄 대로 놀란 다음이지만. 성은 그제야 유아의 배를 보고 화를 가라앉혔다.

 

 “미안하오, 부인.”

 “괜찮습니다.”

 “내가 화가 너무 나서.”

 “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숨기려 해도 숨겨질 수가 없지요. 그렇지 않아도 수라상이며 속옷까지 모든 것을 뒤지고 있던 것을 발견했습니다.”

 “대비전에서요?”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어마마마께오서도.”

 “염려 마시오. 김구준을 영상에 두고, 도승지까지 있으니, 곧 저들끼리 치고 박느라 또 정신이 없을 것이니.”

 “그러길 바라야지요.”

 

 하지만 유아는 안심할 수 없었다. 그건 남자들의 싸움이었다. 여자들의 전쟁은 더 은밀하고 때론 더 박 터지는 것임을 여인의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

 

 한편, 유아의 회임소식은 윤희도 의심하고 있었다. 성희도 윤희도 유아의 임신을 확신하기 시작한 가운데, 두 세력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윤희는 영목이 퇴궐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목의 동생 미령은 방 안에서 피부 관리며, 살찌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기씨. 이런다고 없던 살이 찌겠어요?”

 “중전마마께서 단골이라던 약방 알아와.”

 “약 드시게요?”

 “응. 지금부터 건강해져야 해. 회임하는 법도 알아봐.”

 “아기씨. 더하면 덜하느니만 못하다고 했어요.”

 “알아보라구~”

 

 영목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마냥 어기적어기적 걸어 사랑채로 들어갔다. 그곳엔 한 시간 이상 그를 기다리고 있던 윤희가 있었다.

 

 “혜빈마마. 출궁을 하셨을 줄은... 처소로 부르시지요.”

 “보는 눈이 있으니까요. 앉으세요.”

 

 영목은 윤희와 마주보고 앉았다. 앉는 순간도 바늘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주상께 후궁을 들이시라 주청할 생각입니다. 듣기론 대비도 그러겠다 하던데?”

 “예. 허나, 전하께오서 언급도 말라 하셨습니다.”

 “그렇게 될 겁니다.”

 “예?”

 “언제나 대비는 자신의 기회를 위해 남에게도 기회를 열어주는 습관이 있지.”

 “무슨 말씀이시온 지...”

 “곧 알게 될 겁니다. 미령이를 후궁으로 들일 생각입니다.”

 “예? 하오나, 저 아이 몸도 좋지 않고-”

 “상관없습니다.”

 

 영목은 동생을 윤희의 도구로 전락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

 

 “미령이가 전하께 집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 그 아이를 궐로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윤희는 피식 웃었다.

 

 “그건 그대가 영수자리에 앉기 전에나 가능한 말이지. 지금은 아니야. 만약, 대비가 후궁을 들인다면? 그 후궁에게서 후사라도 태어난다면?”

 “제 누이는 후사를 생산할 수 없잖습니까?”

 “왕의 침소에는 들 수 있지.”

 

 영목은 경악했다.

 

 “내가 한 말을 새겨듣지 않는군. 왕은 그 누구의 아들도, 그 누구의 남자도 아니야. 왕의 품을 차지하는 여인이 왕의 여인이 되는 것이고. 왕의 힘에 도움이 되는 어미가 진짜 왕의 어미가 되는 거지. 지금의 나는 아니거든.”

 “누구보다도 효심이 지극하신 분입니다.”

 “그렇지. 난 누구보다도 내 아들을 잘 알아요. 그래서 내 목숨은 내가 지키려는 거야. 내 목숨이 지켜져야, 우리 집안도 지킬 수 있는 거고. 이목을 중시 여기는 게 주상이라, 효를 무시할 순 없단 거지. 내 가장 큰 무기이기도 하고.”

 “그럼, 그렇게 지키시면 됩니다. 굳이 아픈 아이를 후궁으로 들이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정 후궁이 필요하시면, 적당한 아이를 찾아보겠습니다.”

 

 영목은 이 자리를 당장 떠나고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절함.”

 

 윤희는 영목을 멈춰 세웠다.

 

 “대체 될 그 어떤 아이도, 영수의 누이만큼 간절하지 않아요. 세상의 힘은 그 간절함에서 나왔답니다. 주상의 보위도, 혼사도, 내 자리도.”

 

 한편, 유아는 성이 몰래 구해 온 귤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렇게 먹고 싶었소?”

 “먹는 것도 눈치 보느라. 특히 귤은 귀하지 않습니까? 제가 함부로 먹겠다 할 수도 없고요.”

 

 유아가 아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성의 표정은 아주 흐뭇해보였다. 그 모습이 예뻐 죽을 만큼.

 

 “미안하오. 최대한 빨리 끝내리다.”

 “괜찮습니다. 안정기만 잘 버티면 괜찮을 거예요.”

 “벌써 배가 불러오는 건 아니겠지?”

 “이제 석 달째라 합니다. 매일 진맥도 하고요. 페데르가 여장을 하고 들어오는 것이 좀 미안하긴 하지만. 전하께서도 페데르에게 맡기고 계시지요?”

 “그러고 있소.”

 “잘 하셨습니다.”

 “페데르가 다른 말은 없지요?”

 “네. 무슨 말이요?”

 “아닙니다. 많이 먹어요.”

 

 이 행복한 순간을 오랜 시간 즐기지 못하는 부부의 일상이었다. 어쩌면 왕과 왕비라는 자리는 이들 부부에겐 너무 가혹한 족쇄일지도 몰랐다.

 

 ***

 

 늦은 밤. 대비전. 성희는 상당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눈치를 살피는 편상궁. 그들의 앞엔 빨간 의관을 입은 구준이 서 있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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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약혼자가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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