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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하는 너에게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21.12.21

사랑하는 모두의, 이야기

 
연습과 실전 사이
작성일 : 22-01-22 00:10     조회 : 135     추천 : 0     분량 : 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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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한 것에 대한 후회보다,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지나온 그 과정을 후회한다는 사실에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해봤다는 사실에 후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지 않은 길은 떠올릴 때마다, 매 순간 자책이 따라와 한숨의 무게를 매번 더했다.

 

 수경이는 다 울은듯 했다. 수경이 앞에 쌓인, 눈물이 닦인 티슈는 수경이의 마음을 대신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지만.

 

 “언니, 봄. 오늘 내 말 들어줘서 고마워.”

 

 은영이와 봄은 아닌 척 다시 웃어내는 수경이가 안쓰러웠다. 그래도 해줄 수 있는 건 위로의 말 밖에 없었다.

 

 밖으로 나온 봄, 수경, 은영이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운다고, 위로한다고 제대로 먹지 못했었다.

 

 편의점의 밝은 불빛에서 서로를 보게 된 셋은, 불그스레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걸 확인하곤 다같이 웃었다.

 

 눈이 부은 수경이는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민망해 했고, 오늘의 고마움을 다시 한번 전했다.

 

 “오늘은 내가 미안해. 내가 곧 밥 살게. 나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은영이는 오렌지 주스, 수경이는 초코우유, 봄은 바나나 우유를 간단하게 하나씩 들고 버스 정류소를 향해 걸었다.

 

 살짝 남아 있는 술기운에 기분이 좋아졌다. 뜨거웠던 여름날의 밤바람은 또다른 술처럼 그렇게 사람을 기분좋게 풀어주고 있었다.

 

 은영이는 수경이의 슬픈, 그럼에도 흥미로웠던 사연에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수경이는 혼자서 괴로웠었다. 어딘가에 한번 내뱉고 싶었기에, 고해성사처럼 아무것도 바뀐건 없지만, 속은 후련했다.

 

 봄은 이 밤 언니들과 함께여서 그냥 좋았다.

 

 그리고 어느새 아무렇지도 않게 이곳에는 웃음소리가 흘렀다. 내일 아침에 마주하게 될 수경이의 눈을 걱정하며, 사진으로 남겨 보여주겠다며 농담을 하며..

 

 “봄아”

 

 봄, 수경, 은영이는 뚜렷이 들린 소리에 잠시 멈췄고, 동시에 뒤돌아 봤고, 갑자기 등장한 태양이와 윤재의 모습에 순간 굳어버렸다.

 

 “누나들하고 봄이 같이 있었어요?”

 

 들켜선 안 될건 아니었다. 그러나 굳이 말하진 않았다.

 

 봄, 수경, 은영이는 무언가 잘못을 한 것처럼 어색해졌다.

 

 수경이의 눈은 누가 봐도 좀전까지 울었던 눈이었고, 윤재는 술이 취한 상태임에도 노골적으로 수경이만 보고 있었다. 아마 술에 취한 상태였기에 바라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눈치 빠른 은영이는 먼저 간다고 얼렁뚱땅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은영의 눈짓을 읽은 봄은 태양이의 팔을 잡고 보이지도 않는 버스가 오고 있다는 아무 말이나 남기고 자리를 떴다.

 

 영문도 모른채 태양이는 봄에게 끌려갔고, 윤재에게 멀어져가며 인사를 전했다.

 

 수경이의 대나무 숲 방문은 한번이면 족했다. 술의 힘을 빌려 용기를 내어봐도 될 것 같았다. 아니, 고백은 못해도 예전처럼 지내기 위한 노력이라도 마지막으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수경이와 윤재는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도 못한 채 남겨져 은영이, 봄과 태양이의 뒷모습만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떨결에 따라 걷던 태양이는 무슨 일이냐고 봄과 은영이에게 물었다.

 

 그때서야 걸음을 멈춘 은영이와 봄은 남은 수경이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순간적이었다. 즉흥적이었다.

 

 “수경이 괜찮겠지?”

 

 은영이의 말에 봄은 태양이를 바라봤다.

 

 “무슨 일인데요?”

 

 “수경이가 윤재 때문에 울었거든.”

 

 태양이는 웃었다. 무슨 일이 이들에게 있었는지 몰라도 아마 수경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윤재도 울었으니까.

 

 “두 사람에게 맡겨봐요.”

 

 태양이는 은영이와 봄이 짐작도 할 수 없는 웃음을 띄며 말했다.

 

 은영이도 이제 모르겠다고, 둘이서 알아서 하기 바란다고 말하며 웃었다. 버스가 오자 봄과 태양이에게 인사하고 버스에 올랐다.

 

 남은 봄과 태양이는 각자 다시 좀전의 상황을 떠올리고 있었다. 수경이와 윤재 그들에게 맡겨진 지금의 시간은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태양이는 봄이 들고 있던 바나나 우유를 빼내 마셨다.

 

 “오늘 못 보는 줄 알았다, 봄아.”

 

 정신없이 뒤따라오느라 갈증이 난 태양이는 우유 한 모금에 그제야 봄을 다시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봄도 태양이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 수경이의 고백에 태양이가 떠올랐고, 보고 싶었다는 걸 기억했다. 다시 봐서 너무 좋았다.

 

 봄을 바라보는 반짝이는 태양이의 눈도 말하고 있었다. ‘보고 싶었다. 봄아.’

 

 봄은 태양이와 버스에 올라 오늘 있었던 일을 대략적으로 전했다. 부분적으로 태양이가 아는 이야기가 있었고, 윤재의 여자친구 소문에 대한 수경이 반응은 태양이를 웃게 만들었다.

 

 “사촌누나였어.”

 

 태양이 말에 봄은 펑펑 울던 수경이가 떠올라 웃음이 났다.

 

 다시 선택은 수경이와 윤재의 몫이었다. 모든 순간 서로를 향했던, 그럼에도 솔직하지 못해서 혹은 또 다시 상처 받을 용기가 없어서 더 이상 드러내지 못했던, 그들의 마음의 연습은 이제 끝났을지도 몰랐다. 이미 사랑이 그들보다 먼저 자리하고 있었을지도..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을지도..

 

 

 

 

 여름은 지나가고 있었다.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던 더위는 어느새 온도를 낮췄고, 최선을 다해 큰 소리로 울던 매미의 울음 소리도 점점 약해지더니, 귀뚜라미와 시간을 나누어 쓰고 있었다.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봄은 태양이와 문자를 주고 받고 있었다. 조만간 영화 동아리에서 특별 상영하는 영화를 보러가자는 봄의 의견에 태양이의 긍정의 답변이 오가고 있는 중이었다.

 

 “가을님, 바쁜신데 어떻게 이렇게 전화를 다 주셨어요?”

 

 가을이는 남자친구인 민준이가 한달 후 군입대를 할 예정이었기에, 최선을 다해 남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봄에게 당당하게 양해를 구한 상태였다.

 

 늘 최선을 다해 사랑을 하는 가을이었다. 마음의 부등호 같은 건 가을이에게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봄은 가을이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그 선택을 지지했다. 그래서 장난기 가득 담아, 봄은 짓궂게 전화를 받고 있었다.

 

 “봄.. 지금 만날 수 있어?”

 

 가을이의 상징인 발랄함은 목소리에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고, 곧 울듯 한 느낌이 가득했다.

 

 “어, 지금 나가. 어디야?”

 

 가을이는 집 앞 공원에 이미 와 있다고 했다. 봄은 태양이에게 나중에 다시 연락 하자고 문자를 남기며 가을이에게 갔다.

 

 축쳐진 어깨의 가을이가 깜깜한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가을이 옆에서는 귀뚜라미들이 소리를 내고 있었고, 봄이 다가가자 잠깐씩 잠잠해졌다.

 

 “가을, 여기서 뭐해?”

 

 혹시나 울고 있을까봐 가을이의 얼굴을 살폈다. 울고 있지는 않았다. 대신 많은 것을 포기한 그런 느낌이었다.

 

 “봄아, 나 완전 바보같아.”

 

 봄은 묻지 못하고 가을이를 바라보았다.

 

 “민준이가 뭐라 했는 줄 알아? 곧 군대가니까, 지금부터 연습하자더라. 떨어져 있는 연습을..”

 

 너무 어이가 없어서 아무 반응을 못하고 있는 봄에게 가을이가 말했다.

 

 “그 말에 내 반응도 너와 같았다. 내가 민준이를 너무 좋아했나? 난 아쉬워서 같이 있고 싶었는데, 나보고 너무 구속한다잖아. 그 말에 확 쏘아줄까 했는데, 이상하게 말도 안 나오더라고.”

 

 가을이는 자신의 마음의 강도와 너무 다른 민준이가 가끔 서운했었다. 아닌척,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다가 싸움으로 커지기도 했었다. 친구들을 좋아하고, 모임을 좋아하는, 그래서 가을이의 감정을 자주 간섭으로 취급해 온 민준이었다.

 

 “우리 가을이 속상했겠다. 민준이 바보네. 우리 가을이 마음도 몰라보고.”

 

 봄은 가을이의 속상함에 마음이 안 좋았다. 그냥 울었다면 더 안심할 것 같은 가을이의 상황이었다. 얼마나 상처였으면 울지도 못할까 싶어, 가을이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제 눈물도 안 나온다. 맨날 이런 일 있음 눈물부터 났는데..”

 

 가을이는 자신의 상황에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쩌다가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부분 군대가기 전에 불안해서 여자친구한테 더 잘한다 하고, 안 기다려 줄까봐 전전긍긍한다던데, 민준이는 그런 생각 없나봐. 나한테 하는 짓보면..”

 

 ‘헤어지는 걸 별로 걱정 안하나봐..’ 가을이는 끝까지 말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충 짐작했던 마음이 점점 확신으로 변하고 있음을 가을이는 느끼고 있었다.

 

 봄은 가을이의 이야기를 들어 줄 수 밖에 없었다.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기에, 가을이가 지금은 쌓아두지 않고 많은 걸 뱉어내길 바랐다.

 

 “확 헤어지자고 할까?”

 

 가을이는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자신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가을이는 자신이 얼마나 민준이를 좋아하는지 알았다. 민준이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너무 컸기에 민준이의 마음의 크기는 그렇게 따져볼 필요가 없었던 가을이었다. 그래서 또 내일이 되면 아무렇지 않게 민준이와 함께 있을 걸 알았다.

 

 귀뚜라미의 소리는 가을이의 서늘한 마음에 올려져 그 순간을 더욱 허무하게 느껴지게 했다. 가을이 대신 열심히 울어주고 있었다.

 

 가을이는 문자 메시지 소리에 서둘러 휴대폰을 확인했다. 기대를 갖지 말아야 했지만..

 

 “나쁜놈..”

 

 가을이는 결국 울었다.

 

 “가을아 왜?”

 

 민준이가 보낸 문자를 보여줬다.

 

 ‘가을아, 우리 여기서 끝내자. 우리 너무 안맞는 것 같다. 고마웠다. 잘지내라.’

 

 결국 이별이었다. 최악의 이별이었다. 가을이의 마음에 대한 배려도 없었고, 그들의 이별에 대한 예의도 없었다.

 

 봄은 우는 가을이를 안아줬다. 가을이에게 어떤 것도 위로가 될 수 없었기에, 안아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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