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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하는 너에게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21.12.21

사랑하는 모두의, 이야기

 
정체를 드러낸 두려움
작성일 : 22-01-15 00:10     조회 : 88     추천 : 0     분량 : 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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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이와 봄은 무난한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다들 아는 내용이었기에 커플임을 억지로 가리지도 숨기지도 않았지만, 대놓고 표시 내지도 않았다. 둘은 자연스러웠고, 그런 모습이 봄과 태양이도 편했다.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았기에, 주위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지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봄은 언뜻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들을 가끔 목격하곤 했었다. 해결할 수 없는 능력 밖의 눈빛이었다.

 

 날씨에 매 순간 지쳐가는 여름이었다. 모든 게 익숙해져 어쩌면 방심하고 있기도 했다. 학기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누나, 우리 조별 발표 준비해야 되는 거 알죠?”

 

 성현이의 말에 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 수업 언제까지 있어요?”

 

 “아, 오늘 내가 수업이 제일 늦게 끝나는 날인데.. 몇시에 모일거야?”

 

 “애들 다 3시쯤 마치긴 하는데, 이것 저것 준비하면.. 누나는 5시쯤 괜찮을까요?”

 

 “어, 최대한 빨리 합류할게. 고마워”

 

 봄은 피해가 되지 않게 중간 중간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며 혼자서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수업이 생각보다 일찍 마쳐 다른 애들에게 많이 피해주지 않을 것 같아 서둘러 성현이에게 연락을 했다.

 

 “성현아, 나 수업 마쳤는데, 어디로 가면 될까?”

 

 “아, 누나.. 미안한데, 지금 저희 학교 앞 주점에 있는데 여기로 올래요?”

 

 발표 준비를 한다했는데 주점이라니 봄은 살짝 망설였다. 그냥 왜인지 모르지만 편하지가 않았다. 그래도 이미 늦었기에 얼굴이라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성현이가 말한 장소로 갔다.

 

 그곳은 이제 막 오늘의 영업을 위해 문을 연 것처럼 손님은 아직 없었고, 봄의 발표조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단합을 위한 자리라면 분위기가 분명 좋아야 했지만, 뭔지 모를 어색한 공기만 가득했다.

 

 “누나 왔어요?”

 

 성현이의 인사와 몇 번 인사 나눠보지 못한 동갑인 명우, 그리고 현경이와 민선이가 봄을 향해 어색한 인사만 했다.

 

 명우도 왜 여기 모여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고, 현경이와 민선이의 차가운 침묵에 성현이만 바빠보였다.

 

 “아, 우리 대충 내용을 나눴고요, 그냥 같이 이런 시간 못 보낸 것 같아서..”

 

 봄의 의아한 표정에 성현이는 계속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봄은 이왕 온 거 별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소주와 맥주, 적당한 안주도 시켰고, 다들 술잔만 비워갔다. 분위기는 움직이기 불편 할만큼 어색했다.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잔을 들어 마시는 것도 편하지 않았다.

 

 분위기를 어떻게든 바꾸려는 성현이의 노력에 공백이 생긴 순간이었다. 봄은 자신이 맡은 내용을 물었다. 얼른 일어나고 싶었다.

 

 “언니, 여기 있기 싫죠?”

 

 민선이의 뜬금없는 말에 봄은 황당해하며 쳐다보았다. 순간 기억났다. 지난 번 태양이를 뒤에서 불렀던 둘 중 한명이었다.

 

 “왜 그런 얘기를 하는데?”

 

 뜬금없이 들어온 날카로운 말에, 봄의 말도 좋게 나가지 못했다. 말을 뱉고 나서 후회했다.

 

 “언니 표정이 별로니까요. 발표 준비해야 되는데, 왜 여긴가 싶어하니까.”

 

 봄은 숨을 들이마셨다. 잘 넘기면 되었다. 마음의 준비를 해왔기에 실전에서 드디어 사용하면 되었다.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몰랐고, 그래서 정확한 정체도 몰랐다. 이 상황이 적용이 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내가 그렇게 보였다면 미안해.”

 

 “언니 짜증나요.”

 

 혼자서 몇 잔을 연거푸 마신 현경이가, 별안간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을 봄에게 했다.

 

 공격의 강도가 너무 세었기에 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실전에서 별 필요가 없다는 걸 제대로 깨닫고 있었다. 먼저 침착 해야 했다.

 

 “현경아, 무슨 말이야?”

 

 “착한 척 하지 마요. 언니 같은 사람 재수 없어요.”

 

 눈물이 핑돌았다. 뭘 잘못 했기에 여기서 이런 말을 듣는지.

 

 뒤에서 말하는 건 어쩔 수 없었는데, 앞에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들으니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몰랐고, 억울해서 눈물만 날 것 같았다. 겨우 참아냈다.

 

 “최현경, 너 나중에 나 어떻게 볼려고 이러는거야.. 그만해.”

 

 “왜요? 언니처럼 내숭 떨고, 아팠다고, 연약한 척하고. 수경이 언니 배신하고.”

 

 봄은 억울했다. 한번도 아팠다고 뺀 적 없고 그래서 연약한 척 한 적 없었다. 그리고 수경이 일이라면 마음 먹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인 공격을 당하고 보니 진심으로 억울했다.

 

 현경이의 밑도 끝도 없는 말에 성현이는 말렸고, 민선이는 자신보다 더 강력하게 나가는 현경이의 모습에 말리는 듯 하면서 내심 그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언니, 언니가 뭐라도 된 거 같죠?”

 

 계속 되는 현경이의 공격에 봄은 순간 냉정해졌다. 연습의 결과가 드디어 나타난 건지.. 이유를 알지 못하는 공격에 봄은 상대하면 안 된다고 깨달았다. 현경이는 끝도 없이 내뱉고 있었고, 주워담을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졌다.

 

 봄은 자신이 여기에 왜 얽히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발표 준비 때문에? 그래서 늦게 온 것 때문이 아니라면 현경이가 자신에게 무슨 억하심정인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자신을 싫어하는 건 분명했고 자신이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하면 되었지만, 그냥 싫어하는 거라면 무시할 거였다. 싫어하는 것에도 분명 이유는 있겠지만, 가끔 이유 없는 미움도 있으니까.

 

 현경이는 결국 먼저 울고 말았다. 공격 당한 건 봄이었는데, 현경이는 혼자서 펑펑 울었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 상황을 보던 봄에게 민선이는 현경이를 달래면서, 봄이 이 모든 건 이해해야 된다고 말했다.

 

 “현경이가 태양이 좋아하는 거 몰랐어요?”

 

 명우는 딱히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이런 광경에 재미있다는 표정이었고, 모든 내용을 아는 성현이는 봄에게 이 상황을 미안해했다.

 

 “누나, 미안해요. 그냥 분위기 한 번 바꿔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었네요.”

 

 봄은 모든 상황이 그려졌다. 자신과 같은 조과 되어버린, 그래서 그들 나름의 거부감을 표현했을 현경이와 민선이를 위해 성현이가 노력해서 만든 자리였는데, 결국 이렇게 터지고 만 것이었다.

 

 현경이의 노골적인 표현과 민선이의 빈정거리는 말에 봄은 이제야 실제적인 두려움에 직면했음을 알았다. 분명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걸 알았지만, 먼저 들여다볼 용기가 나지 않아 애써 무시하고 있던 그곳의 공기였다.

 

 “누나, 미안해요. 먼저 일어나요. 현경이가 술에 취해서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아요. 진짜 미안해요..”

 

 성현이는 자신이 순진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의 노력으로 매번 세상이 꼭 아름답게 만들어지는 건 아니였다.

 

 현경이는 술에 힘을 빌린 거였다. 진작 말하고 싶었을 거였다. 쏟아낼 타이밍이 없었을 뿐이었고, 그래서 오늘은 어쩌면 지독히도 싫었지만, 좋은 기회였다.

 

 속이 안 좋다는 현경이를 데리고 민선이가 화장실로 향했다.

 

 “누나, 현경이 술 깨면 누나한테 사과하라고 할게요.”

 

 “성현아, 내가 너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 나는 신경쓰지마. 아마 나도 어쩌면 이런 걸 예상했을 수도 있어. 왜 그래야 되는지 모르지만.”

 

 봄의 해탈한 모습에 성현이는 너무 미안했고, 어떻게 할 수가 없어..어색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태양이가 원인이었어요.”

 

 “넌 알고 있었어?”

 

 “대충 눈치 채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어요. 제가 방법이 틀렸나봐요.”

 

 “아냐, 내가 먼저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해.”

 

 알았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누나 먼저 가요. 여기는 제가 마무리 할게요. 내용은 문자로 보낼게요.”

 

 봄은 얼른 그곳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런데 도망가듯이 느껴졌다. 뭔가 마무리를 짓고 가야 할 것 같았다. 살짝 망설이는 봄을 보며 명우가 말했다.

 

 “이런 건 너 혼자서 해결 할 수 없어.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현경이는 오늘 대화할 수 없을 것 같고. 현경이가 정신 차리고 시간이 지나야 자신이 뭔짓을 했는지 알거야. 오늘은 그냥 먼저 가.”

 

 봄은 명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억지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밖은 아직도 환했다. 더운 바람이 모든 것의 속도를 늦춘 듯 보였다.

 

 봄은 억울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어떻게든 염두해 두었다고 해도 막상 겪게 되니까, 기분은 상상 이상으로 나빴다.

 

 따질 걸 그랬나? 똑같이 해줄 걸 그랬나? 나오고 나서 든 생각에 눈물이 났다. 우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속상해서 어딘가에 막 말해서 같이 욕하고 싶었는데,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이런 상황을 알게 되면, 둘다 미안해 할 것 같아서 말할 수가 없었다.

 

 ‘성현아. 오늘 일 다른 사람이 모르게 해주면 안 될까? 태양이가 몰랐으면 해서..’

 

 ‘누나, 그럴게요. 미안해요.’

 

 봄은 더운 여름의 저녁을 걸었다. 걷는 걸음에 모든 억울함을 내다버려야 했다. 눈물이 자꾸 흘러 계속 닦아냈다.

 

 아무렇지 않을 거였다. 잊을 거였다. 할 수 있었다. 봄은 자신만 그러면 될 것 같았다. 그것 말고는 지금은 어떤 것도 떠오르지가 않았다.

 

 

 한참을 걷던 봄은 울리는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봄아, 발표 준비 잘 돼가?’

 

 봄은 울음을 삼켰다.

 

 ‘어, 아직 하고 있지.’

 

 ‘오늘은 못 보는 거야?’

 

 봄은 태양이가 보고 싶었다.

 

 ‘어.. 내일 아침에 볼 건데. 내일 봐 태양아.’

 

 ‘그럼 집에 들어가면 연락줘.’

 

 봄은 마음을 진정 시키고 있었다. 드디어 보게 된 정체가 이렇게 끝난 건가 싶었다. 방심하면 또 덤빌 것 같았지만, 이제 그냥 당하고 있진 않을 거였다.

 

 그러나 아무리 예상한다고 해도 어떻게 들어올지 모를 공격이었기에, 봄은 다시 무력해짐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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