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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21. 누구
작성일 : 20-09-22 15:38     조회 : 127     추천 : 0     분량 : 7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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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숙부. 이 나라 세자가, 뿌리가 위태로웠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없었다. 대체 그림자는 세자의 곁으로 가 무엇을 알리기 위해, 세자의 상태를 알린 것일까? 과연 그림자는 누구일까? 적일까? 아군일까? 말을 달려 급히 내렸다. 경희궁. 성은 이곳에 오는 것을 꺼려했다. 물론, 함부로 올 수도 없는 곳이었지만, 이 앞을 지나는 것도 싫어해 빙 둘러 다니곤 했었다. 덕분에 유아의 집 앞을 지날 수 있었던 것이지만.

 

 “어, 누구십니까?”

 

 문 앞을 지키던 금군이 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나를 모르느냐?”

 “함부로 들어가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뉘십니까?”

 

 성은 그제야 그림자의 의도를 대강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니, 그 시작을 알 수 있었다. 그에게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알아차렸다. 그래서 선뜻 용기 내어 근 10여년을 꺼내지 못했던 그 단어를 스스로 꺼내기 시작했다. 잠시 뜸을 들이던 성은 숨을 깊이 몰아쉬고 말했다.

 

 “세손, 이 성이다.”

 “세...!! 저, 저하!”

 

 금군은 그제야 알아차렸는지 정수리가 보이도록 연신 고개를 숙였다. 드디어 성은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다.

 

 “문을 열어주게.”

 “하, 하오나 세손 저하. 동궁전으로 향하는 문은 주상전하께오서 윤허한 사람만이 갈 수 있나이다.”

 “어째서?”

 “소인이 알 재량은 없지요. 그저 따를 뿐입니다. 송구합니다.”

 “내가 아무나인가?”

 “하오나, 주상전하의 명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용서하소서.”

 

 세자에게 향하는 모든 문을 걸어 잠궜다? 성은 이 께름칙한 기운을 더욱 강하게 느꼈다.

 

 “알겠네.”

 

 그제야 말을 타고 봉수가 도착했다. 성은 봉수가 말에서 내리는 것을 막았다.

 

 “저하, 어찌 홀로-”

 “서둘러 다녀와야겠다.”

 “예? 어디를요?”

 

 성은 다시 자신의 말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봉수는 영문도 모르고 왔던 길을 다시 내달려야했다. 해가 갈수록 좀 잡을 수 없는 주인이었다. 집에 도착한 성은 말에서 급히 내려 대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곧장 사랑채로 향했다. 금방 나갔다가 들어온 성을 보고 집 노비들이 어리둥절했다. 봉수는 빠른 걸음의 성을 뒤따르느라 헉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저하! 대체 어찌 그러시옵니까? 어찌하여 다시 돌아오셨나이까?”

 

 성은 다행히 마르지 않은 머루에다가 붓을 찍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매우 다급해보였다. 두 줄 정도 썼나 싶었는데, 그것이 마르자마자 접어 봉수에게 건넸다.

 

 “너는 당장 이것을 세자께 전하라.”

 “예? 아니, 궐 앞까지 가셔놓고 어찌-”

 “어서! 급하다! 나는 세자께 가지 못한다.”

 “어째서요?”

 “가는 모든 문에 금군을 세워두셨더구나. 서둘러!”

 “예? 예! 다녀오겠습니다.”

 

 봉수는 성의 다급함에 저도 절로 다급해지는 지 서신을 들고 즉시 나섰다. 봉수의 말은 빠르게 내달렸고, 봉수는 승정원으로 갔다. 그리고는 몰래 자신이 아꼈던 후배 내관을 꾀어냈다.

 

 “자. 이걸 세자께 좀 전해주게.”

 “동궁전이요?”

 

 후배 내관은 동궁전이라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아니, 왜 그러나?”

 “전 못합니다.”

 “왜? 어째서?”

 “형님. 지금 정세가 어떤지 궐 밖에 계시어 잘 모르시나본데, 지금 이러실 때가 아니지요.”

 “뭐가?”

 “지금 궐이며 권력이 중궁전에 있다고요. 정승부터 무수리까지 까딱하면 꽥!”

 “그럼. 중궁전이 다 틀어쥐고 있다는 거야? 전하까지?”

 “어전회의도 중궁이 하는 날이 수두룩합니다. 대전으로 오가는 궁인들도 줄이고, 동궁전은 발길하기도 힘듭니다. 근데 이 시국에 세손의 서신이 세자께 전해졌단 소문만 돌아도, 저부터 세손저하까지 모두 죽습니다.”

 

 후배 내관은 그 이야기를 하면서도 속닥속닥, 주위의 시선을 상당히 의식하면서 모두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이제라도 줄 좀 잘 타보세요. 명색이 타고난 내관이 형님이신데. 전설의 차상선을 아버님으로 둔 형님께서, 어찌 이리되셨습니까?”

 “시끄러. 그러니까, 지금 동궁으로 가는 길목마다 죄다 막고 오가질 못한다, 이거지?”

 “예.”

 “그래서 못해주겠다 이거지?”

 “에이~ 형님!”

 “그래. 알았어.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 그랬지. 그럼. 암!”

 “아~ 참! 거, 형님 말씀 섭섭하게 하시네.”

 “아니야. 무리하지 마. 우리 아우 목숨 중한 건 내가 잘~ 알지! 그럼! 나, 간다!”

 

 후배 내관은 휙 돌아서 걸음을 옮기는 봉수를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형님! 어딜 가요? 주던 건, 주고 가셔야지.”

 

 봉수는 시익 웃었다. 그럼 그렇지. 그리고 품에서 성이 준 서신을 순식간에 넘겼다.

 

 “잘 부탁한다. 당장. 꼭! 알겠지?”

 “예~.”

 “짜식! 겁먹지 마! 나 차봉수다? 넌 내가 살려. 간다~”

 

 봉수의 임무는 완수되었다. 후배 내관은 살 떨리는 경계를 넘고 또 넘었다. 서신은 동궁전으로 향하는 작은 문을 지나, 서책 사이에 끼워졌고, 서책 사이에서 탕약 봉지로 변신해, 탕약 봉지에서 세자의 입을 닦아줄 천 사이로 이동했다. 그리고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성의 서신은 세자에게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저하. 탕약 드실 시각이옵니다.”

 

 세자, 청은 다행히 서신을 발견했다.

 

 “모두들 물러가라. 스스로 깰 때까진 깨우지 말라.”

 

 청은 서신을 펼쳐 보았다.

 

 ‘숙부님. 저, 성입니다. 긴 시간 문후를 올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허나, 문후를 드리고 싶어도 궐 대문이 높아 갈 수가 없나이다. 부디, 불효하는 조카를 용서하소서.’

 

 한편, 성은 혼자 사랑채에서 앉지도 못하고 방을 이리저리 이동하고 있었다. 상당히 불안해보였는데, 아무도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그저 가끔 저러니, 또 여인 생각이나 하나 싶었다. 그때, 봉수가 대문을 벌컥 열고 성에게로 달려가 임무 완수를 알렸다.

 

 “저하! 저하!”

 

 봉수의 목소리에 성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전했느냐?”

 “예. 제가 누굽니까? 저, 차봉숩니다, 저하.”

 

 봉수가 또 거만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시익 웃어보였다. 성은 그제야 안심이 되는 지 미소를 보였다.

 

 “잘 했다. 수고했느니라.”

 “헌데, 전할 소식이 있나이다.”

 “들라.”

 

 성과 봉수가 자리에 앉았다. 봉수의 표정은 썩 밝진 못했다.

 

 “저하. 그, 김척론자 행세는 계속 하실 것이옵니까?”

 “왜?”

 “중궁의 기세가 날로 강해져, 실은 그 서신이 세자께 제대로 전해졌는지 확인 할 길이 없나이다. 다행히 전하기는 했다고는 하나, 전한다고 한 들 세자께서 저하를 궐로 들일 방도는 없을 것이옵니다.”

 “오는 정보가 있으니, 문제가 생긴다면 차차 도움을 주겠지.”

 “그림자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운종가가 아주 목이 좋더구나.”

 “그림자는 김척론자와 거기를 두라 했다면서요?”

 “해서, 둘 다 포기할 수가 없다.”

 “저하!”

 “봉수야. 지금의 정세를 보아라. 중궁은 회임을 하지 않으려한다. 숙부께서도 후사가 없다. 그렇다는 건 어찌되던, 나는 입궐하여 종묘사직을 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오나, 저하. 위태롭게 이은 종묘사직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소인은 무엇보다도, 저하의 안위가 먼저이옵니다. 부디 그만 두소서.”

 “아무래도 오늘 둘 중 어느 한 곳은 정체를 드러낼 듯싶다.”

 “예?”

 “해서, 던져보았다. 미끼를.”

 “미끼를 던지다니요? 둘 중 어느 한 곳이 저하의 서신을 보게 될 것이란 것이옵니까?”

 “그 그림자라는 자. 꽁꽁 닫힌 동궁전의 상태까지 알 정도라면, 분명 궐에 있는 사람이거나, 그곳까지 연줄이 닿은 사람일 것이다. 김척론자 수장이라는 자는 내가 누군지 분명히 알고 있다. 감히 이 나라 세자의 이름을 아는 자가 몇이나 되겠느냐? 나의 정체를 알면서도, 모든 정보를 겁도 없이 풀어놓았다. 오히려 내가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다 알고 있다는 듯 말이지.”

 “해서, 그 서찰 하나로 무엇을 낚으려 하십니까?”

 “난 오랜 시간 이 둘에게 나의 진실을 알렸으니, 그 값을 받아내야겠지. 곧 연락이 올 것이다.”

 

 봉수는 가끔 성의 생각을 따라갈 수 없을 때가 있었다. 몇 수를 앞에 두고 있는 것도 아닌데, 참 거미줄과 같은 생각의 굴레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성의 말대로 정말 답이 왔다. 세자에게서 서신이 온 것이었다.

 

 ‘내 몸이 차도를 보이지 않는다. 일어나기도 어렵구나. 너의 나이 올해 열여덟이 되었다하는데, 나는 그 얼굴도 보지 못하였구나. 보고 싶으니, 당장 입궐하라.’

 

 성은 급히 의관을 갖추고 다시 궐로 향했다. 세자의 서신이 온 이후, 궐로 들어가는 것은 일사천리였다. 대궐 문을 지나니, 궁궐의 진짜 속살이 보였다. 추운 날 그렇게 쫓겨나듯 새벽녘부터 어머니의 가마를 타고, 그 창으로 꾸역꾸역 끝까지 바라보던 것이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했다. 단오 날 들어가 8년 동안, 그는 궐 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특히 동궁전은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했었다. 지금 동궁전으로 향하는 길은 진흙길을 걸어가듯 질퍽였다. 아비의 눈물이, 피가 흙길에 흐르듯 질척였다. 잘 자란 그가 다시 이곳을 걸어가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성은 마음이 남달랐다. 건물 벽에 숨어 성을 지켜보는 궁녀가 있었다. 성희의 처소나인이었다. 나인은 즉시 중궁전으로 돌아왔다.

 

 “중전마마.”

 “들라.”

 

 성희는 나인 둘에게 팔과 어깨 하나씩을 주무르게 하고 있었다. 나른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고는 방으로 들어온 나인에게 물었다.

 

 “왔더냐?”

 “예.”

 “어떠하더냐?”

 “예?”

 “그 아이 나이가 올해...?”

 

 성희의 말에 곁에 앉아있던 지밀상궁이 답했다.

 

 “열여덟이라 하옵니다.”

 

 지밀상궁의 대답에 성희는 피식 웃었다.

 

 “다 컸군. 그래. 이제야 그 야심을 드러낼 때가 되었지. 8년 동안 궐에서 얼마나 답답했겠누?”

 “지금이라도 금군을 보내 막으심이...”

 “됐다. 오히려 우리에겐 기회일지도 모르니.”

 

 성희는 혼자 말하고 혼자 웃었다.

 

 “마음에 안 들어. 여전히.”

 “예?!”

 “넌 뭘 하고 그리 섰어? 나가.”

 “예!”

 

 나인은 겁에 질려 후다닥 방을 빠져나갔다. 성희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동맹이니 뭐니 신경 안 쓰고, 그냥 같이 온양행궁이나 보내 버릴걸 그랬어. 세자가 죽을 때가 됐나, 안하던 짓을 가끔 하시네?”

 “별일 있겠습니까? 그저, 간만에 숙부가 조카를 부르는 일인데요.”

 “그러니까. 왜 간만에 부르냐고. 자주 보던 사이도 아닌데. 왜, 하필, 지금.”

 “도승지영감 오시라 할까요?”

 “그래. 오라버니께 퇴궐 전에 중궁전 잠시 들르라고 해.”

 

 ***

 

 동궁전. 성은 한때 자신이 머물던 전각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금은 어떻게 쓰이는 지, 인기척이 없었다. 그리고 한때 아버지, 정훈세자가 머물던 전각으로 걸어갔다. 때마침 어의가 나오고 있었다.

 

 “세손저하.”

 “세자께선?”

 “고비는 넘겼나이다.”

 “많이 좋지 않은가?”

 “마음의 병이옵니다. 고심이 깊으시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시고, 잠이 보약인데, 깊은 잠을 이루시질 못하시니, 옥체가 상할 밖에요.”

 “수고했네.”

 

 어의가 자리를 뜨고, 성은 세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저하. 세손저하 드셨나이다.”

 

 대답대신 방에서 세자의 내관이 나와 성에게 인사를 했다.

 

 “드시지요.”

 

 성이 방으로 걸어 들어가자, 방 끝에 누워있는 세자, 청의 모습이 보였다. 점점 가까워지자, 성은 걸음이 빨라졌다. 마치 아버지를 보는 기분이었다.

 

 “숙부님!”

 

 청은 성의 말에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성을 보았다. 힘없던 미소. 정훈세자의 미소와 닮아있었다. 성은 청의 곁에 앉아 손을 꼭 잡았다.

 

 “숙부. 제가 너무 늦었습니다.”

 “성이 왔느냐? 참으로 많이 컸다.”

 “숙부님.”

 “염려 말아라. 별것 아니다.”

 “어찌 자리 보전을 하고 계십니까?”

 “괜찮다. 곧 나아질게다.”

 “오늘은 제가 숙부 곁을 지키겠습니다. 푹 주무소서.”

 “고맙다.”

 

 정훈세자가 나이가 들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그는 여전히 강하고,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이었을까? 성은 세자가 이대로 떠난다면, 후회가 될 것 같았다. 어린 나이 탓에, 어머니의 허락이 없다는 이유로 아픈 아버지의 곁을 지키지 못한 것이 한이었다. 마치 자신이 곁에서 간호하지 않아 돌아가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으니까.

 

 “물이 너무 차지 않은가? 미지근하게 다시 데워오게.”

 

 이마 위에 올리는 물수건부터, 탕약을 먹고, 죽을 챙기는 일까지. 성은 낮에 들어와 해가 지고 늦은 밤까지 청의 곁에서 간호했다.

 

 ***

 

 퇴궐하던 길에 김구준은 중궁전으로 향했다.

 

 “중전마마. 도승지영감 드셨나이다.”

 “뫼셔라.”

 

 구준은 성희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찾으셨습니까, 마마?”

 “예. 오라버니.”

 “무슨 일로?”

 “들으셨지요? 세손이 동궁에 들었다는 거.”

 “예. 당연히 들었지요.”

 “전하께서는요?”

 “당연히, 모르시지요.”

 

 성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세손의 태도가 불손합니다. 오라버니께서, 잘 좀 봐주셔야겠습니다. 허튼짓 하지 않게.”

 “염려마세요. 잘 지켜 볼 테니.”

 

 구준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말고 멈칫했다.

 

 “아, 참. 어의는 찾으셨습니까?”

 “찾고는 있는데, 쉽진 않네요. 너무 실력이 출중해도 문제니...”

 “서둘러주셔야 합니다. 아무래도 주상의 상태가 다 드러날 것 같습니다.”

 “심해졌단 말입니까?”

 “예. 이젠 저도 가물가물 한 가 봅니다.”

 “노친네, 벽에 똥칠이나 안하면 다행이지.”

 “마마!”

 “서두를 테니, 염려마세요.”

 

 구준이 나가고 성희는 불안한 지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딱딱 소리가 방을 울렸다. 곁에서 지켜보는 지밀상궁이 성희의 손톱 물어뜯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편상궁.”

 “예. 하명하소서.”

 “어의를 우리가 만들면 어때?”

 “예?”

 “아니, 도성에 실력 있다는 의원 하나 못 찾을 리는 없고. 우린 그저, 대신 죽어 줄 의원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

 “아! 그렇네요. 역시, 총명하십니다. 마마. 제가 따라갈 재간이 없습니다.”

 “알아봐. 실력은 되는데, 돈은 없고, 동네도 후진, 그런 곳에 있는.”

 “예. 금방 알아보겠습니다.”

 

 ***

 

 해정시(*밤 10시)도 넘긴 시간. 성은 물수건을 들고 꾸벅꾸벅 졸다가 깨어났다. 청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고, 곁엔 아무도 없었다. 성이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갔다. 복도에는 궁인들이 함께 졸고 있었다. 성은 문틀을 배게 삼아 졸고 있던 내관을 흔들어 깨웠다.

 

 “이보게.”

 “어이고! 저, 저하. 송구합니다. 제가 아주 잠~깐-”

 “피곤 할 테지. 지금 시각이 얼마나 되었느냐?”

 “그, 그게 잠시만- 어?”

 

 복도 끝에서 내관 하나가 들어오고 있었다. 졸고 있던 내관과 번을 바꿀 내관이었다.

 

 “이제 막 해정시를 넘겼나이다.”

 “그래? 너무 오래 있었구나.”

 “출궁을 하시겠습니까?”

 “그래야지. 내일은 일찍 입궐하여 중궁에 문후도 올릴 것이니, 그리 알라.”

 “예. 세손저하.”

 

 성은 내관에게 물수건을 넘기고는 자고 있는 청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 한참을 기다리며 세자익위사들과 수다를 떨던 봉수가 후다닥 성에게로 왔다.

 

 “날 부르지 그랬느냐? 벌써 시간이 이리 되었는지도 몰랐다.”

 “곤히 주무시는 듯하여서요.”

 “간호를 하다 잠이 들면, 응당 깨워야지.”

 “소인이 어디 저하 잠을 깨운 적이 있어야 말이지요. 간만에 잠드신 모습을 보니, 좋아서 말입니다.”

 “싱거운 놈.”

 

 성은 동궁전을 빠져나왔다. 주위가 컴컴해져 있었다. 가뜩이나, 오늘은 그믐달이라 달빛에 의지하기도 어려웠다. 봉수가 앞장서서 들고 가는 등 불빛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저녁인데, 어디서 안개가 스멀스멀 나오는 지. 이상하리만큼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제대로 비춰라. 잘 보이지 않는구나.”

 “예~ 예~.”

 

 마침내 궐 문 앞까지 다 왔는데, 인기척이 없었다. 궐에 함께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토록 사람의 기운이 없을 수가 있나 싶었다.

 

 “금군이 보이지 않는구나.”

 “중궁의 호위만 삼엄하면 그뿐이랍니다. 익위사 수도 터무니없이 줄였다지 뭡니까?”

 “그래?”

 “예. 대전보다 중궁전을 호위하는 금군의 수가 더 많답니다. 에휴~.”

 

 성은 말을 아꼈다. 어디든 눈과 귀가 있는 곳이 궐이니 조심해야했다. 이 건물만 돌아가면, 궐문이었다.

 

 “하루 이틀 오는 곳도 아닌데, 어찌 서늘합니다.”

 “잔말 말고 거, 불이나 잘 비춰.”

 “예. 수라를 거르시니- 억!”

 

 봉수가 든 등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고, 봉수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마치 혼령이 봉수를 삼켜버린 듯이 사라졌다.

 

 “봉수야! 봉수!- 억!”

 

 성도 누군가의 습격으로 정신을 잃었다. 목 뒷덜미에 큰 고통이 있었는데, 그것을 느끼기도 전 정신을 잃어버렸다. 앞에 캄캄해졌고, 들리는 소리도 없었다. 그저 귓가엔 바람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간간히 누군가의 숨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사내인가? 궐 안에서 대체 뭐하는 짓인가? 감히 세손을. 누가... 혹시, 그림자인가? 김척론자인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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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약혼자가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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