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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11. 사랑
작성일 : 20-09-21 18:01     조회 : 140     추천 : 0     분량 : 4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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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궐의 가을바람은 찼다. 뒤를 지키는 큰 산이 없어서 그러한지, 유달리 차갑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 달. 허조대왕은 최근, 유달리 죽은 정훈세자를 자주 언급했다. 오늘은 대왕과 세자, 청이 함께 참여하는 경연 자리임에도 정훈세자를 언급했다.

 

 “세자는 항상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바로 하라. 정훈세자는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고, 신료들과의 경연 준비에도 항상 철저했다. 이 점을 본받으라.”

 “예. 아바마마. 명심하겠나이다.”

 

 허조대왕이 죽은 정훈세자를 거론했다는 소식에 정국이 술렁였다. 이러다가 쫓겨난 윤희와 성이 궐로 돌아오기라도 한다면, 더불어 홍씨 외척의 힘이 다시 커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경연에서의 일을 전해들은 중전, 김성희와 그녀의 오빠 김구준은 못마땅했다.

 

 “죽은 사람은 왜?”

 “마마. 전하의 성심을 분명히 알아보셔야 할 것입니다.”

 “오라버니. 보나마나죠. 벌써 노망이 든 게지.”

 “쉿! 마마.”

 “여기 우리 사람 아닌 이가 어디 있다고. 요즘, 부쩍 몸을 사리시네요.”

 “궐에선 언사를 조심하시라. 제가 누누이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우리 사람들이 깔려 있던, 전하껜 이 모든 벽이 귀고 눈이란 말입니다.”

 “쫓아낼 수 있다면 해 보라죠. 염려마세요. 아직 잠자리도 제대로 하지 않아, 그 전까진 절대 날 버릴 수 없을 테니.”

 “그것도 문젭니다.”

 “그래서? 날 그 쭈그렁 노친네에게 진짜 넘기기라도 하겠단 거예요?!”

 “마마! 어찌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말이 그렇잖아요! 내 나이가 몇인데.”

 “매사 조심하십시오. 전하께선 숨을 멈추는 그 순간까지 칼을 휘두를 분이니.”

 “오라버니나 신경 쓰세요. 이러다가 그 홍씨 년이 다시 눈에 보이면, 난 궐에서 살 수가 없다고요.”

 “염려마세요. 마마께선 전하의 성심을 곁에서 잘 위로하셔야 합니다. 아시겠지요?”

 “알았습니다.”

 

 성희는 구준의 당부가 싫었다. 그렇지 않아도 집안에서 팔려가듯 열일곱에 환갑 넘은 왕의 계비가 되었는데, 잠자리니, 베갯머리송사라니, 사내들이란. 성희는 결심했다. 절대 왕의 품에서 잠들지 않으리라. 지금까지 잘 버티기도 했다. 하지만 허조대왕의 생각은 달랐다. 젊은 계비를 들였는데, 간만보고 쏙 빠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환갑이 되어도 사내는 사내였으니까.

 

 “중전은 아직 이냐?”

 

 해가 지고, 저녁이 되어서도 성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왕의 부름에 상선이 답했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중궁전에서 금방 기별이 왔사온데, 나인 하나가 불 떼는 것을 잊어 중전마마께오서 골방에서 잠이 드시었다 하옵니다. 해서, 그 바람에 고뿔(*감기)이 걸리셨다 하옵니다.”

 “뭐라? 고뿔?”

 “예. 전하.”

 “전에도 고뿔이라 하지 않더냐?”

 “예? 예...”

 

 상선은 알았다. 중궁전에서 의도적으로 왕과의 합방을 거부한다는 것을. 이젠 대왕도 눈치 채게 되었다. 성희가 그럴수록 대왕은 자신이 늙었음을 느꼈다. 대왕은 또 홀로 잠이 들었고, 눈을 떴다. 어린 궁녀의 손길로 세안도 하고, 안마도 받았다. 어린 궁녀의 수발로 옷도 입었고, 어린 궁녀의 수발로 밥도 먹었다. 그리고 저녁 중궁의 수발을 받지 못한 허전함을 어린 궁녀로 채웠다. 아침 수라 이후였다.

 

 “스, 승은?!”

 

 어린 궁녀의 승은은 금방 성희에게 전해졌다.

 

 “대체 몇 번째야?”

 “벌써 다, 다섯 번째 이옵니다.”

 

 하지만 성희는 이내 화를 가라앉혔다.

 

 “하긴. 전하를 모시다보면, 그렇게 곁에서 욕구를 풀어드릴 수도 있지.”

 “예?”

 “승은상궁 첩지 내려.”

 “또요?”

 “또 하셨잖아. 전하께서. 나라고 하고 싶어서 하겠니?”

 “송구하옵니다.”

 “빨리 족자나 가져와. 옥새도.”

 “예. 마마.”

 

 성희는 궁녀들을 방패막이로 삼았다. 자신은 절대 그 품에 들고 싶지 않으니, 그렇게라도 해야 했다. 환갑 넘은 그가 삶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 대왕이 죽고나면 승은궁녀들은 어차피 내보내질 테니까. 대왕에게 몸을 바칠 수는 없어도, 젊은 혈기를 버릴 수는 없었다. 그녀는 뜨겁고 아름다운 낭랑 18세였다.

 

 “궐 보초서는 얼굴이 참.”

 “예?”

 

 성희는 전각을 지키고 서 있는 잘생긴 금군에게 반하곤 했다. 이번엔 새롭게 배정된 대전 금군 하나가 성희의 재물이 되었다.

 

 “저이를 불러.”

 “마마. 대전 금군을 어찌...”

 “주상전하를 지켜야 하는 중한 임무를 가진 사람이 아니냐? 격려차원이다.”

 “허면, 다 부르심이-”

 “편상궁. 저녁에 눈치를 말아먹었느냐?”

 “송구하옵니다.”

 

 참으로 요상한 부부였다. 세상이 다 아는 부부였음에도, 남녀의 욕구는 다른 곳에서 찾았다. 어긋난 인연이었다. 마치 애초에 없던 인연을 누군가 억지로 묶어둔 것 같았다.

 

 ***

 

 겨울이 찾아왔다. 밤새 바람이 불더니, 이내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비밀의 화원엔 꽃들이 가득했던 풀들 위로 흰 눈꽃들이 내려앉았다. 하얀 눈을 따라 성의 진짜 이름도 함께 덮였다. 뽀드득 소리와 함께 화원 입구에서 성이 걸어왔다. 눈 내린 오두막을 가는 길을 따라 이미 발자국이 하나 있었다. 성이 그 발자국을 덧 찍어가며 오두막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

 

 ‘끼—익’

 

 “유아야.”

 

 오두막엔 유아가 뒷짐을 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유아를 부르는 성의 입에서 입김이 하얗게 새어나왔다.

 

 “왔구나?”

 “오래 기다렸어?”

 “아니.”

 “추운데 왜 여기서 보자고 했어?”

 “여기서 주고 싶어서.”

 “뭘?”

 “짠!”

 

 유아가 성에게 손을 뻗어 내민 것은 싸구려 반지였다.

 

 “반지?”

 “응! 청씨 아재가 얼마 전에 돌아왔거든. 조르고 졸라서 샀어.”

 “반지를?”

 “응. 자! 이건 네 꺼. 이건 내꺼.”

 

 유아가 반지 하나를 성에게 내밀었다. 성은 잠시 머뭇거리다 반지를 받아들었다.

 

 “손 내밀어 봐.”

 

 성의 말에 유아가 손을 내밀었다. 성은 유아의 손을 잡고 반지를 끼웠다.

 

 “딱 맞다.”

 “그러네.”

 “너도 손 내밀어 봐.”

 

 유아도 성의 손에 반지를 끼웠다. 작은 두 손에 꼭 맞았다. 둘은 반지 하나로 뭔가 큰 일 하나를 한 것 같았다. 묵직한 무언가가 생긴 셈이었다. 성이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영원한 맹세.”

 “맹세?”

 “응. 이 반지가 영원히 우리 둘을 이어 줄 거란 맹세.”

 “그건 하늘이 정하는 거 아니야?”

 “아니. 우리가 정하는 거야.”

 

 ***

 

 겨울의 공기는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대왕에게 남은 시간을 예견하게 하는 시계 같았다. 아침부터 콜록거리는 대왕의 기침소리가 대전을 들었다 놨다 반복했다.

 

 “전하. 따뜻한 차를 드소서.”

 

 이 와중에도 대왕을 지키는 것은 상선과 궁인들뿐이었다. 영의정이 탕약을 지어 대왕에게 바치기도 했으나, 차도는 없었다. 어의는 대왕에게 차분히 말했다.

 

 “마음을 평안히 하소서. 지금의 탕약은 차도가 없어, 다른 방도를 올리겠나이다.”

 “어의는 거짓 없이 고하라. 내가 얼마나 살겠느냐?”

 “신이 그것을 알면 얼마나 좋으리까. 허나, 염려마소서. 잠시 고뿔이 지나갈 뿐이옵니다.”

 “단지 그것뿐이냐?”

 “전하. 신이 세월을 막을 수 있다면, 거뜬히 처방을 할 수 있나이다.”

 “결국, 얼마 남지 않았단 거군.”

 “송구하옵니다, 전하.”

 

 대왕은 어의의 처방에 다급해졌다. 이 와중에도 청은 세자빈과 후사를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김씨 일가에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들인 청의 두 번째 부인이었다.

 

 “어의는 중궁과 동궁으로 가서 처방을 내리라.”

 

 합방을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성희도 문제였으나, 청은 더욱 문제였다. 알고 보니 세자빈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석녀임에도 간택에 통과시킨 것이었다. 김씨 외척은 이를 숨겼다. 어쩌면 애초에 그런 여인을 점찍은 것일지도 몰랐다. 이에 대왕은 분노했다.

 

 “이는 종묘사직을 기만하고, 왕실을 기만한 처사다! 세자빈을 폐하고, 이러한 사실을 숨긴 일가를 모두 처벌하라!”

 

 청은 아내를 지키고 싶었다. 아이를 낳지는 못하지만, 현명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아바마마. 부디 세자빈을 용서하여 주소서.”

 

 그 간청에도 대왕은 결국 세자빈을 쫓아내어 머리를 깎아 비구니로 만들어버렸다. 그 난리통에도 김씨 외척은 여기저기 손을 쓰며 왕의 권위를 농단하고 있었다. 세자빈의 사건은 극히 일부일 뿐이었다. 대왕은 외로웠고, 똑똑하고 현명한 손자가 보고 싶어졌다. 세자빈 사건으로 한바탕 휩쓸고 간 이후 찾아온 봄은 유달리 짧았다. 봄이 오자 대왕의 조바심은 극에 달했다.

 

 “못난 놈! 네 형이 그리 된 것이 모두 너 때문 같더냐? 해서 이리 아비를 기만해?!”

 “아바마마...”

 “네 형수도 똑같은 사람임을 몰라?”

 “압니다. 허나, 성이는 무슨 죄입니까? 그 아이, 형님을 많이 닮았습니다. 좋은 왕이-”

 “그 아이가 죽으면! 너 때문이다. 청이 네가 내 손자를 죽인 것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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