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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31. 왕자의 결혼
작성일 : 22-01-27 13:19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6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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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금혼령을 내리고, 처녀들의 사주단자를 올리라.”

 

 대전. 아침 조회에서 대왕은 대신들에게 명했다. 성의 결혼 준비가 일사천리로 준비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성이 입궐한 지, 일주일. 유아는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책방에 오는 것도 하루걸러 하루였다. 성도 마찬가지였다. 하루가 빠듯하고 힘든 일정이었지만, 유아만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성은 아침 문후를 끝내고 수라도 물린 채 책만 읽고 있었다. 걱정이 된 봉수가 곁에서 성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저하. 오늘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셨나이까?”

 “...”

 “저하.”

 “방해되니까, 나가있어.”

 “저하.”

 

 성은 책을 덮었다. 얼굴 가득 웃음기가 가득했던 세손은 이제 없었다. 성은 차가운 눈빛으로 봉수를 쳐다보았다.

 

 “웃전의 명을 밥 먹듯 씹는구나.”

 “송구합니다.”

 “당분간, 내 앞에 나서지 마라.”

 “저하!”

 “나가.”

 

 성은 다시 책을 펼쳤다. 시선이 향하는 곳이 모두 얼어버릴 만큼, 성은 굳어있었다. 봉수는 그런 성이 안타까웠지만, 이렇다 할 방법이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봉수의 어깨는 축 쳐져 있었다.

 

 “에휴~.”

 

 봉수는 터덜터덜 성의 처소 밖을 걸어 나왔다. 그때, 수가 봉수에게 다가왔다.

 

 “아직도?”

 “깜짝이야! 기척 좀 하고 와요.”

 “주군께서 염려가 많습니다.”

 “저도 그게 염려스럽네요.”

 “이유가 뭡니까?”

 “뭐겠습니까?”

 “아~.”

 “알고 그러는 거요?”

 “그럼.”

 “뭔데?”

 “여자?”

 “단순한 여자가 아니오. 딱 한사람뿐이지. 저 상태를 바꿀 분은.”

 “뭐가 문제요? 계획 했잖소.”

 “그게 가능한가 하는 거지요.”

 “불가능하지도 않잖소.”

 

 봉수는 수를 쳐다보았다.

 

 “세자저하께서 도와주신 답니까?”

 “안 하실 이유는?”

 

 봉수는 옳다구나 싶어 펄쩍 뛰었다. 아주 기뻐했다. 수는 오히려 심각하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림자의 정체만 안다면...”

 

 윤희는 뒤늦게 입궐 준비를 마쳤다. 대왕이 보낸 연을 타고 입궐을 한 윤희는 다시 오게 된 궐이 너무 좋았다. 한껏 숨을 들이마셨다. 간만의 궐 공기였다. 그녀를 맞이한 사람은 다름 아닌 시어머니, 성희였다. 열 살이나 어린 시어머니. 원수도 이런 원수가 없을 만큼 두 사람은 마주하기만 하면 불꽃이 튀었다. 성희는 도도한 표정으로 윤희에게 다가갔다.

 

 “혜빈?”

 

 윤희는 성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중전마마.”

 “오랜만이네.”

 “두루 평안하시었나이까?”

 “그동안은 그랬지. 헌데, 오늘부턴 그렇지 못할 거 같네.”

 

 윤희는 애써 미소 지었다.

 

 “중전마마께오서 옥체 보전하셔야, 내명부의 기강이 바로서지 않겠나이까?”

 “내 옥체야, 혜빈보다 내가 더 젊으니 문제는 없지만. 혜빈이 잘 하셔야 할거요. 그래야, 기강이 바로 서지.”

 “예. 명심하겠나이다, 중전마마.”

 

 성희는 윤희를 살짝 째려보고는 휙 돌아 중궁전으로 발길을 돌렸다. 윤희는 고개를 숙인 채 성희를 흘겨보았다. 윤희는 즉시 자신의 처소로 갔다. 대왕이 따로 마련해 준 처소였다. 그리고 그곳에 이미 구준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승지.”

 “혜빈마마. 감축 드립니다.”

 “별말씀을. 덕분에. 들어가지요.”

 

 윤희와 구준은 마주 앉았다. 윤희는 미소를 지었다.

 

 “중전께선 여전하시던데.”

 “그렇지요.”

 “이제야, 도승지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것 같습니다.”

 

 구준은 살짝 인사를 건넸다.

 

 “주상전하께서 세손의 혼사를 서두르시는 이유가 뭡니까?”

 “아시지 않습니까?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세자에게도?”

 “경연을 하지 않은 지가 오래입니다. 몸을 보전하고 있는 날이 드물지요.”

 “쯧쯧... 마음의 병인게지요.”

 

 구준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자, 청은 절대 정신 또한 유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세손의 혼사야 말로, 우리 두 집안을 아우를 수 있는 집안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마마.”

 

 성의 혼사. 세손빈의 자리는 함부로,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두 세력의 정쟁 한 가운데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집안. 태풍의 핵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했다.

 

 ***

 

 “사주단자를 올린다고요?!”

 

 유아의 집 사랑채. 유아의 아버지, 김청원과 계모가 대화중이었다.

 

 “허면, 어찌하라고. 나에게 처녀단자를 올리라는데.”

 “그러다가, 정말 삼간택까지 통과하면 어쩌시려고요?”

 “좋지, 그럼. 세손빈이 내 딸이 되는 건데.”

 “죽으러 가는 셈이랍디다!”

 “누가?”

 “다들 그래요.”

 

 청원도 그런 비슷한 이야기가 대신들 사이에서 돌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계모는 청원의 팔을 잡았다.

 

 “그러니까, 그냥 있는 집안에 곱게 보내자고요. 당신, 괜히 휘말렸다가 관찰사자리마저 날아가요. 우리가 쏟아 부은 돈이 얼만데.”

 “그건 그렇지.”

 “굳이 우리가 나설 이유가 뭐냐고요.”

 “하긴.”

 

 청원은 처녀단자를 올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중요관직에 있는 사람들이 나이가 찬 딸이 있음에도 처녀단자를 올리라는 명을 따르지 않을 시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가령, 이미 혼사를 논하는 집안이 있다든지. 몸이 많이 좋지 않아 시집을 보낼 상태가 아니라든지 하는 그런 이유였다. 대부분 비슷한 이유들로 혼사를 피했다. 괜히 왕족의 혼사에 얽혔다간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일은 여태까지 허다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금 외척들의 상황을 보아서라도 얽히지 않는 것이 신상에 옳았다. 청원도 그 핑계를 대기 위해 돈 좀 있는 집안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

 

 성은 자신의 혼사가 준비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았다.”

 

 성은 여전히 서책만 보고, 경연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었다. 그러나 마냥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늦은 밤, 성은 동궁전을 찾았다. 청은 아직 잠들지 않았다.

 

 “숙부님.”

 “성아. 이 시각에 어쩐 일로?”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그래?”

 

 청은 사람들을 물리고, 단 둘만 방안에 남았다.

 

 “여기도 안 됩니다.”

 

 이곳도 보안이 불안하다는 성의 말에 청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 방으로 향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비밀 동굴로 향했다.

 

 “무슨 일이기에 보안까지 철저히. 몸은 괜찮은 것이냐?”

 “예. 궐에 들어온 후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유아를 입궐시킬 수 있을까.”

 “쉽지는 않지. 내 예상에 세손빈은 어느 집안에도 속하지 않는 집안의 여식일 듯 하구나.”

 “아니요. 막상 그렇게 하진 못할 겁니다.”

 “허나, 외척들이 서로 두 눈 시뻘겋게 서로를 주시하는 와중에 그것이 가능할까?”

 “비록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집안일 지라도, 정한 후에 자신의 편으로 만들면 그만 아닙니까?”

 “그렇겠구나.”

 “김청원은 최근 김씨 외척에게서도 손을 뗐습니다. 교류가 없는 지 꽤 되었지요. 관찰사 자리로 돌아온 것은 후임이 비리를 저질러 운이 좋게 온 것이고요. 물론, 속아서 돈을 쓰긴 했지만.”

 “돈이 권력이고, 돈이 주군인 사람이지. 그런 자가 장차 국구(*왕의 장인)가 되는 것은 위험해. 유아에게 아주 큰 짐이 될 거야.”

 “방도가 없겠습니까?”

 “너에게 할 말은 아니다만... 사람은 어찌 설득을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돈이 주군인 김청원은 그러하지. 무슨 수를 써도, 아주 잠시 변한다면 다행이겠지만. 막을 수는 있다.”

 “무엇입니까?”

 “죽여야지.”

 “예?!”

 “역사상 외척이라 하여 죽은 자들이 얼마인 줄 아느냐? 그들이 정말 역모를 저질렀고, 죽을 죄여서 죽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 억울한 죽음은 모두 힘을 가지려는 자들에 의한 죽음이고, 나라를 바로세우기 위한 죽음이었다. 너 또한 그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원한다면, 내가 대신 해 줄 수도 있다. 경대의 미움을 사는 건 싫지만.”

 “그건 안 됩니다.”

 “우선 너희 혼사가 중요하다. 듣기론 김청원이 처녀단자를 올리기 싫어 온갖 집안을 죄다 쑤시고 다닌다더구나. 매수한 매파만 다섯이라던가? 처녀단자를 올리지 않으면, 어떤 수를 써도 유아와 만나기란 불가능하다.”

 “우선은 처녀단자를 올리게 하는 것이 우선이지요. 해서, 제가 직접 김청원을 만날까 합니다.”

 “뭐라하게?”

 “원하는 것을 주어야지요. 부귀영화.”

 “그것이 과연 달콤할까?”

 “숙부께서 도와만 주신다면...”

 “내가?”

 

 ***

 

 유아는 다음 날, 연실의 깨움에 일찍 눈을 떴다.

 

 “왜~”

 “큰일 났습니다.”

 “왜.”

 “나리께서 처녀단자를 올리지 않으시겠대요. 지금 온 동네 다 쑤시고 다니면서 아가씨 혼사 치르려고 혈안이 되어 계시단 말입니다.”

 “뭐?!”

 

 유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소복 차림으로 밖으로 뛰쳐나가 사랑채로 향했다. 청원은 아직 출근 준비 중이었다.

 

 “아버지! 아버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통에 청원과 계모가 놀라 유아를 쳐다보았다. 계모는 유아를 보자마자 짜증을 냈다.

 

 “얘가 정말! 해가 갈수록 어쩜 조심성이 더 없어?”

 “아버지!”

 

 청원도 짜증나긴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이야, 아침부터?”

 “처녀단자, 왜 올리지 않으십니까?”

 “뭐?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왜 올리지 않으시냐고요. 주상전하의 명이잖습니까?”

 “올리면, 좋은 줄 아느냐?”

 “예!”

 

 계모가 유아를 내쫓으려 다가와서는 밀어냈다.

 

 “얘! 무슨 이상한 꿈을 꾼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네가 세손빈이 될 가능성은 1도 없어. 괜히 올렸다가 누구 화를 사려고. 그냥 조용히 수나 배우고 있어. 곧 좋은 집안과 가약을 맺을 것이니.”

 “안됩니다!”

 “어머, 어머. 얘가! 어디 아침부터 아버지 앞에서 언성을 높혀?”

 “저하께서 기다리신다고요.”

 

 유아의 말에 계모가 박장대소했다.

 

 “오호호호호! 얘, 너 열여덟이야. 그런 꿈은 여덟 살 때나 꾸고 말았어야지.”

 

 청원은 유아의 행동이 못마땅했다.

 

 “아직도 철이 안 들어서야. 책방에 자주 간다하여, 꿈 좀 깨나 했더니. 연정소설이나 보고 있으니, 저런! 썩 나가!”

 “아버지! 진짜 저하께서 기다리신다고요. 약조 했단 말이에요!”

 “나가지 못해? 말순아비 어디 있어? 이 아이 당장 끌어내!”

 

 청원의 부름에 말순아비가 방으로 왔다. 유아의 팔을 잡아당기는 말순아비의 힘을 유아는 이길 수가 없었다.

 

 “아버지! 아버지-이!”

 

 계모는 유아가 나간 쪽을 흘겨보았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상태가 더 심해져요. 내가 어찌 할 수가 없어. 저래서 남의 집에 누를 끼치는 건 아닐지.”

 “염려 마. 저도 자식 낳고 살면, 철이 들게야. 자네도 그랬지 않나?”

 “나야, 일찍부터 철이 들었고요.”

 “미친 것은 아니겠지?”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말순아비에게 끌려 나온 유아는 버티고 또 버텼지만, 자신의 방까지 번쩍 들려 왔다.

 

 “아가씨. 어째 이러십니까요?”

 “아비. 우리 아버지 설득해야 해. 저하께서 기다리신다고.”

 “나리께선 모르셔요. 아가씨가 허구헛날 나간 것도 모르시는 디, 세손저하 만났단 얘기는 더 모르지유.”

 “아비가 말해주면 안될까?”

 “그동안 아가씨가 담장 넘어 댕긴 걸유? 그걸 보고 가만히 내비둔 지들은요, 말 꺼내는 순간 황천길이예유. 그래도 말혀요?”

 “하... 정말 안되는데...”

 

 유아는 울먹였다. 이제 정말 영영 볼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

 

 그날 밤, 서로 다른 공간에서 한 사람을 살펴보고 있었다. 한 공간은 혜빈, 윤희의 처소였다. 윤희는 여러 집안의 처녀들을 살피고 집안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곁에서 상궁이 돕고 있었다.

 

 “김청원의 여식 김유아입니다. 친모는 일찍 죽었고, 현재는 계모가 들어와 아들 둘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합니다. 김청원이 일찍이 두 집 살림을 하던 터라, 딸보다 아들들을 더 먼저 보았다합니다. 현재 처는 보명회의 일원입니다.”

 “보명회?”

 “예.”

 “보명회라면, 이용할만한 가치가 큰데. 권력욕이 있다는 것이 걸리는 군.”

 “소문엔 보명회 중에 권력 욕심이라곤 가장 없는 사람 중 하나라 합니다. 권력의 흐름을 통해 돈을 모으는데 더 급급하다고요.”

 “그래? 듣던 중 반가운 얘기구나. 마땅한 집안이 없어. 그래도 이런 집안은 꽤 다루기는 쉽겠어.”

 “김씨 쪽과는 오랫동안 교류가 없다 합니다. 8년 전, 양주목사로 좌천된 이후로 끊겼고요.”

 “중전쪽과는 오히려 악감정이라. 난 이 집안을 우선 봐야겠구나.”

 “예. 마마. 준비하겠나이다.”

 

 또 다른 공간. 김구준의 집, 사랑채였다. 김구준은 책을 펼쳐 보고 있었다. 자신이 그동안 모아온 인물 명부였다.

 

 “마땅한 사람으로 매수해야합니다.”

 

 구준의 앞에는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성희가 앉아 있었다.

 

 “우리 집안과 연이 있어야지요.”

 “세손빈은 적어도 적은 되지 않아야 합니다.”

 “세손이 만났다는 그 여인. 경기도관찰사 여식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허나, 집안에 악감정이 있습니다.”

 “좌천 때문에요?”

 “예.”

 “그러니, 관직을 약조하고 밀어 붙이세요.”

 “관직을 약조하라고요?”

 “귀가 꽤 얇다 하던데.”

 “은밀히 알아보겠습니다. 마마께선 이 집안이 마음에 드십니까?”

 “예. 세손의 약점이니, 마음에 들다마다요.”

 “약점이라...”

 

 성희는 할 일이 끝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구준에게 말했다.

 

 “연모가 약점이 되기엔 아주 좋죠.”

 

 원망하듯 툭 던진 말이었다. 성희가 자리를 뜨고, 구준은 생각에 잠겼다.

 

 ***

 

 새벽녘. 성의 처소는 잠잠했다. 모든 이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던 시간이었다. 성의 방에는 이불만이 있었다. 성은 지금 궐의 폐건물 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인기척이 들렸다.

 

 “누구냐?”

 “그림자입니다.”

 

 성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드디어 그림자가 정체를 드러내고 대면하겠다고 연락을 한 이후, 궐 안에서 보자고 제안해왔고. 앞으로 두 사람은 이곳에서 은밀히 만날 예정이었다.

 

 “나와라.”

 “하나만 약조하여 주십시오.”

 “말하라.”

 “절대, 요구하지 마십시오. 저의 정체는 저의 족쇄가 될 수 없으니.”

 “알았다.”

 

 그리고 그림자는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성은 놀라 자빠질 뻔했다.

 

 “아니!...”

 “머릿속이 복잡해지시겠습니다.”

 “도승지!”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림자는 다름 아닌, 김구준이었다. 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성을 바라보았다. 성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는커녕 하얗게 비어갔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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