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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불량만화로 가자
작가 : 페이야
작품등록일 : 2020.8.9

30대 중반의 평범 이하 직장인
어떤 직장에서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먹고 살기위해 억지로 회사를 다니는 그에게
어느날 만화점이 다가왔다.

 
북산 VS 상양 3
작성일 : 20-12-01 23:45     조회 : 362     추천 : 0     분량 : 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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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를 보고 있는 치수와 눈을 맞춘 뒤에 양팔을 벌린 체 어깨나 한번 으쓱여줬다.

 뭐? 어쩌라고?

 

 내 행동을 보고 있던 릴라 녀석의 굳이 표정이 피식하며 풀어지더니 곧 자기 위치로 돌아갔다.

 자식이 생긴 거 잡지 않게 멘붕이 오면 꼭 날 찾는단 말이야

 내가 무슨 동물원 사육사도 아니고 매번 귀찮아 죽겠네

 

 "상양의 공격이야, 디팬스, 드팬스"

 

 "자기 마크를 잡아야 해!"

 

 "성현준에게 공이 간다, 주장 막아야 해요!"

 

 파앙

 

 "나왔다. 파리채 블로킹!"

 

 "찬스볼이야, 잡아!"

 

 "준호 선배는 응원 안 하세요?"

 

 진행되는 경기를 보고 있는데 어느새 다가왔는지 한나가 말을 걸었다.

 목이 찢어지라 응원하는 다른 벤치와는 달리 나는 그냥 가만히 있으니까 이상했나? 그래도 저 꼴을 보니 도저히 응원할 맛이 나야 말이지

 

 "속이 뒤집혀서 딱히 응원할 맛이 안 나네?"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선배?"

 

 "저길 봐봐. 치수를 제외하고는 애들이 전부 굳어 있잖아"

 

 솔직히 말하면 치수도 조금 전까지는 완전히 굳어서 눈 뜨고 못 봐줄 정도였는데 나랑 눈을 마주치고 나서는 그나마 좀 평소와 비슷해졌지만 이건 선배의 위상을 위해서 넘어가자

 

 "악! 페이더 웨이야!"

 

 "저런 슛을 쏜다고?"

 

 "저 봐, 기껏 치수가 블로킹으로 막았으면 공격권을 뺏어오던가 하다못해 수비라도 더 철저히 해야 하는 데 공이 너무 쉽게 돌고 있어."

 

 페이더 웨이 자체가 블로킹을 대비한 슛이니까 방금 치수가 못 막은 건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한번 막힌 공이 다시 상양의 센터에게 넘어가는 게 너무 수월했다.

 우리가 지역 방어면 그나마 어찌어찌 이해해보겠지만 맨 투 맨 전략을 쓰고 있는데 이렇게 쉽게 공이 돌게 둬선 안 됐다.

 

 "확실히···. 다들 평소의 움직임과 많이 다르네요. 뭔가 굼뜨다고 할까?"

 

 '전부 긴장한 거야. 백호나 오랜만에 복귀한 대만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 둘을 커버해줘야 할 다른 애들도 이러면 곤란한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치수에게 향하던 태웅의 패스가 차단당했다.

 

 "커트!"

 

 "악! 태웅이가 저런 실수를 하다니!"

 

 "어머, 태웅이까지"

 

 "아니, 저건 실수라기보다는 아직 상대 팀에 대해 파악이 다 끝나지 않아서 저런 거야. 이제까지 상양 만큼 장신의 팀을 상대한 적이 없으니까. 태웅이 재는 평소랑 별다를 게 없어"

 

 정확히 말하면 버닝 모드가 아니라 평소의 하향 평준화 모드라서 문제지

 

 삑

 

 "파울, 북산 10번!"

 

 "앗? 이럴 수가!!"

 

 이럴 수가는 무슨 이럴 수가

 누가 봐도 정확하게 상대방 팔을 때리면 파울이야 이 자식아

 파울을 막기 위해서 그렇게 특훈을 빡시게 굴렸는데 긴장하니까 다 까먹는구먼

 

 "하아······. 정말 훈련시킬 맛 안 나네"

 

 "아하하하······. 오늘따라 준호 선배 기분이 많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혹시 D 모드이신가요?"

 

 "내가 그 별명···. 아니다. 후우···. 맞아 D 모드"

 

 슬금슬금

 

 "아하하하, 그. 그럼 저는 가서 응원을 더 열심히 하도록 할게요"

 

 내가 D 모드라고 하자마자 한나가 티 나게 나와 거리를 벌리는 게 느껴졌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며 손을 휘저었다.

 말이 좋아 D 모드지 그냥 Devil. 즉 악마 모드를 듣기 좋으라고 D 모드라고 부르는 거다.

 평소에는 후배들이 저렇게 부르는 것조차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했는데 내 입으로 D 모드라고 할 정도로 기분이 안 좋은 걸 알았으니 알아서 자리를 피하는 거지 뭐

 

 "빨리 정신들을 차리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복귀해서 너희들이 감당해야 할 훈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테니까"

 

 흠칫!

 

 내 혼잣말을 들은 옆의 후배가 몸을 떨더니 의지를 내게서 더 이동했다.

 저쪽 아까부터 점점 밀착해서 이제 자리도 없을 텐데 저러다가 교회 의자처럼 그냥 쭉 이어지는 거 아냐?

 

 * * *

 

 상양 성현준 골밑슛 성공 2점 득점

 상양 심준섭 3점 슛 성공 3점 득점

 북산 송태섭의 패스 커트

 

 "······. 아주 놀고들 있네?"

 

 "서, 선배?"

 

 "웬만하면 감독님도 계시고 해서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말이야. 이건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잖아?"

 

 전광판을 보니 이제 경기 시작한 지 6분이 지났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무득점인 반면 상대인 상양은 벌써 8점을 득점한 상태

 초반에 치수가 정신을 차렸는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맴버들이 굳어 버리니 게임 자체가 원 사이드로 흘러가고 있었다.

 

 "자기들도 평소랑 다른 걸 아니까 너무 치수에게 공이 몰리고 있어. 이러면 상대가 수비하는 게 더 쉬워질 뿐이야."

 

 잠시 안 감독을 바라보니 그저 경기를 관망할 뿐 특별히 나설 생각은 없어 보였다.

 조금 전에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그냥 부처 미소만 지을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은 걸 보고 예상하긴 했지만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니까

 

 "태웅아"

 

 이대로는 더 이상 안될 것 같아 백코트를 위해 돌아가는 태웅이를 불러 세웠다.

 그다지 크게 외치지도 않았는데 웬일로 알아듣고 나를 바라보는 태웅이를 보니 이 자식도 말은 하지 않아도 뭔가 불만이 많았나 본데?

 불러 세운 건 좋았는데 작전 타임이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 정작 내가 한 행동은 그냥 눈을 보고 고개나 한번 끄덕인 게 다였다.

 별다른 설명은 없었어도 게임 센스가 좋은 녀석이라면 내가 뭘 원하는지 알아듣겠지

 태웅이는 내 예상대로 의도로 알았는지 지도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다시 몸을 움직였다.

 

 "뭐에요 방금?"

 

 "뭐가?"

 

 "방금 태웅이랑 뭔가 신호를 주고받았잖아요"

 

 "신호는 무슨. 그냥 힘내라는 응원이나 한 거지. 내가 감독님도 아니고 그런 월권을 어떻게 해?"

 

 "흐음"

 

 내 말에 의심스럽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한나를 무시한 채 경기로 시선을 돌렸다.

 아닌 게 아니라 감독이 옆에 있는데 선수가 일방적으로 경기를 뛰는 선수에게 사인을 보내는 게 말도 안 되는 월권이라 여기서는 그냥 잡아떼야 된다.

 

 "다시 성현준에게 공이 갔어."

 

 "막아야 해, 주장 막아주세요"

 

 벤치에서 하는 말을 들었는지 치수가 평소와는 다르게 자리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블로킹을 나섰다.

 아마 상대의 페이더 웨이를 의식한 블로킹 방법인 것 같기는 한데.

 

 "멍청아, 누가 봐도 페이크 타이밍이잖아!"

 

 나도 모르게 터져나간 외침을 듣기라도 한 건지 막 슛 자세를 잡고 있던 성현준은 슛을 하지 않고 옆으로 움직여 다시 슛 자세로 들어갔다.

 연속해서 몇 번이나 슛을 성공시킨 자의 여유인지 그 몸놀림이 퍽이나 자연스럽고 빨랐지만

 

 토옥

 

 "앗, 태웅이가 언제?"

 

 "스틸에 성공했어?"

 

 "기, 기회야. 빨리 공격으로 들어가!"

 

 "1대 3이야, 빨리 백업해줘야 해! 태웅이 혼자는 무리야"

 

 "글쎄? 무리이려나?"

 

 "네? 선배 무슨 소리 했어요?"

 

 "전혀, 아무 말도 안 했어"

 

 "무슨 소리를

 

 "쓸데없는" >들었는데..."

 

 "쓸데없는 말 말고 경기나 집중해"

 

 "네, 넷"

 

 태웅이가 공을 잡자마자 백코트로 자리 잡은 상양의 3명을 상대로 태웅이는 이미 한 명을 제치고 공격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야, 서태웅! 혼자서 멋있게 보일 생각은 하지 마! 패스하라고 패스!"

 

 응. 질투에 눈이 먼 추한 빨강 꼬맹이는 조용히 하고

 

 "서태웅, 기다려!"

 

 그런 말 할 시간에 열나게 달려라. 태섭아.

 너희는 뭐 하고 있는데 드리블을 하면서 들어가고 있는 태웅이를 못 따라잡냐

 

 "태웅이가 멈추질 않아"

 

 "설마 저 녀석. 1대 2로 승부 할 셈인 거야?"

 

 "무모해!"

 

 "거참 시끄럽네. 걱정할 시간에 응원해. 우리를 대표해서 나간 녀석을 못 믿겠으면 직접 나가서 뛸 실력을 키우던 지"

 

 "..........."

 

 "..........."

 

 "성적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끌어내는 거야

 

 "........."

 

 "그렇다고" >거야"

 

 "........."

 

 "그렇다고 입 다물고 있으란 말은 아니었는데? 응원하라고 한 말 못 들었어? 아무 소리도 안 할 거면 비명 소리라도 나게 해줄까? 뒤에 연습할 공간은 충분한 거 같은데"

 

 "부, 북산 화이팅!"

 

 "태웅아! 뚫어버려!!"

 

 "주장 힘내요! 태섭아 빨리 뛰어! 대만 선배 어떻게든 해 줘봐요!"

 

 비명인지 응원인지 모를 소리가 울려 퍼질 때 태웅이는 보란 듯이 1대 2의 승부에 들어갔다.

 단숨에 골대로 뛰어든 태웅이가 레이업을 위해 몸을 날리자 그걸 막기 위해 상양의 두 명도 동시에 블로킹을 들어갔다.

 골대로 날아오는 태웅을 허공에서 맞이한 두 명이 막 허공에서 공을 치려는 순간 공을 두 손을 잡고 공격을 피해낸 태웅이 곧바로 레이업을 시도해 골을 넣었다.

 .......허공에서

 

 '그러니까 허공에서 블로킹을 피하고 다시 허공에서 레이업을 시도했다는 말도 안 되는 이 장면을 고등학생이 했다는 말이지······? 이거 만화지만 좀 심한 거 아니냐?'

 

 [뭐 어때요 만화인데. 그러면 달 안쪽에서 살던 귀가 큰 인간들이 로봇을 타고 전쟁을 일으키는 건 현실성이 있던가요? 5살 된 애가 마법으로 트럭만 한 당근을 막 만드는 건요?]

 

 '.... 너 오랜만에 날카롭다?'

 

 "우와아~ 도대체 지금 어떻게 한 거야?"

 

 "공중에서 여러 번 움직인 것 같은데?"

 

 "북산에 굉장한 놈이 있어! 11번!"

 

 "꺄아아아악! 서태웅! 너무좋아!"

 

 "서.태.웅, 서.태.웅"

 

 "저것들은 또 뭐야?"

 

 태웅이의 슈퍼 플레이로 다소 잠잠했던 관객석에 폭풍이 밀어닥쳤다.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경기에 양 팀 응원석 모두 북산의 패배를 예감하고 있었는지 지금의 슛으로 모두 흥분해 버린 모양이다.

 

 "허허허, 경기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 같네요"

 

 그 소란을 유심히 보고 있던 안 감독도 이제까지 지키고 있던 침묵을 깨고 한마디를 할 정도였다.

 바뀌어야죠, 안 바뀌면 그동안 내가 깔아놓은 밑밥이 의미가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너, 너, 너! 개인플레이로 혼자 잘난 척 하다니! 못된 녀석!"

 

 "들어갔으니 다행이지만, 방금은 우릴 기다려서 3대 2로 가는 게 안전했잖아?"

 

 백코트로 복귀하는 녀석들의 소리가 들리기에 봤더니 웬일로 태웅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평소에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 녀석이라 왜 저러나 생각을 해 보니 녀석이 뭘 원하는지 알 것 같아 조금 전처럼 고개를 한번 끄덕여줬다.

 내 행동을 확인한 녀석도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는 게 남들이 보면 아주 죽마고우가 따로 없겠네. 평소에 좀 이래 봐라 이 자식아

 백코트 하던 몸을 멈추고 계속해서 땍땍거리고 있는 일행들을 보던 태웅이 툭 말을 뱉었다.

 

 "모두 움직임이 굳었어. 패스가 되질 않잖아."

 

 그 말을 끝으로 무시하듯이 복귀하는 녀석을 보니 확실히 멘탈이 강하긴 하다 싶다.

 백호를 제외하면 다 자기보다 선배인데 정말 할 말은 다 하네?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준 덕분에 내 속이야 좀 후련하다지만 이제 1학년 후배에게 정신 차리란 말을 듣게 된 맴버들의 얼굴이 아주 볼만하게 일그러졌다.

 

 "뭐라고···? 저런 건방진 녀석!"

 

 "시끄럽고 빨리 복귀해! 상양이 오고 있잖아!"

 

 내 말에 정신을 차린 녀석들이 돌아가 자리를 잡았는데 눈이 아주 상대를 씹어 먹을 기세로 바뀌어 있었다.

 확실히 태웅이 녀석의 도발이 효과가 있었나 본데?

 

 "으랏차!"

 

 "나왔다, 주장의 파리채 블로킹!"

 

 "정신 빼지 말고 공 잡아! 아직 공격권 안 넘어왔어."

 

 한발 늦은 내 말은 들은 백호가 막 튕긴 공을 잡고 슛을 쏘려 했던 선수에게 달려갔다

 초반에 3점 슛을 성공시킨 슛터였다.

 

 "으리얏!"

 

 "좋아서 강백호!"

 

 "나이스 블로킹!"

 

 "확실히 피지컬은 괴물이라니까"

 

 조심하라고 외치기는 했지만 분명히 한 탬포 늦은 경고를 듣고도 이미 슛 자세에 들어간 상대를 블로킹 한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백호 이 자식은 저런 괴물 같은 짓을 종종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고는 한다. 주인공이라 그런가?

 

 "봤느냐 서태웅? 이 몸의 미친 블로킹 실력을?"

 

 "시끄러워!"

 

 저 높은 피지컬 능력만큼 지능도 좀 따라주면 좋을 텐데

 혹시 저 자식의 피지컬과 뇌지컬은 반비례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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