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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불량만화로 가자
작가 : 페이야
작품등록일 : 2020.8.9

30대 중반의 평범 이하 직장인
어떤 직장에서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먹고 살기위해 억지로 회사를 다니는 그에게
어느날 만화점이 다가왔다.

 
징글징글 하다 4
작성일 : 20-11-10 23:29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7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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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하핫, 이거 별거 아닌데 선배님들을 걱정시키기 했네요"

 

 수소문해서 도착한 병원에 들어서자 우리를 발견한 남고딩이 멀쩡하게 앉은 체로 우리에게 너스레를 떨고 있다.

 아직은 짧은 머리에 한쪽 귀에 피어싱을 하고 껄렁한 모습으로 날티를 풍기는 이놈이 오늘 우리를 소란스럽게 했던 문제의 그 송태섭 되시겠다.

 입술이 살짝 터진 것과 팔에 자잘한 찰과상을 제외하면 너무도 멀쩡해서 이 자식이 왜 굳이 병원에 입원까지 했는지 의문인 정도다.

 

  내가 봐도 괜찮아 보이긴 하네. 병원에서는 뭐래?"

 

 "아하하, 뭐라고 하긴 뭐라고 해요. 멀쩡하다고 하죠. 그러니까 괜찮다고 했는데도 창섭이 어머님이 꼭 입원해서 진료를 보라고 하도 부탁을 하셔서 아하하"

 

 "창섭이?"

 

 "같은 반 친구예요. 오늘 하교하다가 상양고 애들한테 걸렸던..."

 

 치수의 질문의 뒤에서 우리 눈치만 보고 있던 농구부 신입생이 설명을 해줬다.

 되게 시기적절한 부연 설명이었는데? 비서냐?

 

 "뭐 아들내미 구해준 학우에 대한 과잉진료 같은 건가? 이해가 안 될 것도 아니네"

 

 나 같아도 내 아들이 맞고 있는 것 같은 반 친구가 구해주다가 맞았으면 병원에 데려갈 테니까

 

 "그래서? 그 애들은 어떻게 됐는데? 잘 해결된 거 맞아?"

 

 "하하, 제가 이 정도로 상처가 났으면 그 녀석들은 어떻게 됐겠습니까? 아마 다들 뼈 한두 마디쯤은 결려서 아마 한동안은 우리 북산고에는 얼씬도 못 할 거에요"

 

 "딱히 추켜세워주려고 한 말은 아니니까 그렇게 자랑스러워는 하지 말고. 그쪽에서 경찰에 신고할 위험은?"

 

 "선배도 참. 그놈들이 뭐가 그리 떳떳하다고 신고를 하겠어요. 오히려 우리 학교 애들이 신고한다는 걸 제가 간신히 뜯어말리고 있는 중인데요"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송태섭을 보자니…. 저 으쓱이는 어깨를 오함마로 살짝 쿵 두드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내가 딱히 꼰대는 아닌데 한 학년 위의 직속 선배에게도 저렇게 뺀질거리는 걸 보니 살짝 울컥하네

 대체 이 자식의 뺸질거림의 레벨은 얼마나 높은 거야?

 

 "자기 패거리를 더 동원해서 올 확률은?"

 

 "그럴 경우도 있긴 한데 당분간은 무리 일 거에요. 상양고는 얼마 전에 우리 학교에서 한번 휘저어 놨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온 애들은 그때 입학하지 않아서 멀쩡했던 신입생들이었던 거였는데 그나마도 제가 적당히 만져 줬으니 당분간은 움직이지 못할 거에요"

 

 "우리 학교에서?"

 

 "네, 학 학년 위 선배들이 방학 때 가서 거하게 쓸고 오셨다던데요? 학 학년 위 선배들이니까 선배님들도 아시는 분일 텐데요. 정대만 선배라고"

 

 "대만이?

 

 "........."

 

 태섭의 말에 놀란 치수와는 달리 나는 꽤 덤덤했다.

 우리 학교에서 먼저 휘저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대충 이런 흐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마 내가 대만을 만나서 이야기하던 날일거다.

 그때 분명히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면서 상양고로 간다는 말을 했었는데 나와 이야기를 하고 바로 상양고로 가서 날뛰었었나 보다.

 이 자식은 몇 달도 아니고 내가 말한 당일에 가서 저 난리를 피웠다는 건데 지나가는 개가 짖어도 이렇게 무시하지는 않지 싶다.

 망할 장발 체력 조루 자식

 

 "몸은 괜찮아 보이니까 우리는 이만 갈게. 조심하고 체육관에서 보자"

 

 "하하하, 저 정말 괜찮다니까요. 우리 차기 부주장님은 별명이랑 다르게 꽤 걱정이 많으시네요"

 

 뭐야 그 이상한 호칭은? 차기 부주장? 앞으로 부 주장이 된다는 건가?

 아니, 뭐 실제로 그렇게 되기는 할 건데 굳이 그렇게 부를 필요가 있나? 그거 그냥 아무것도 아닌 거잖아

 주장도 아니고 부주장을 뭘 그리 신경 써서 대우하는 건데

 

 "널 걱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걱정하는 거다. 다음에도 이렇게 운이 좋게 마무리된다는 보장은 없잖아?

 

 "......."

 

 "작정하고 찾아온 상양고 놈들을 너 혼자 쫓아 버릴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 것 같아? 네가 이 정도만 다치고 마무리될 경우는? 피해 애들 중의 한 명도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는 또 얼마나 될 것 같고? 이 모든 게 하나라도 어긋나서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

 

 내 말에 지금까지 생글거리고 있던 태섭이를 비롯한 일행 모두의 얼굴이 굳었다.

 뭐 처음부터 격려만 하고 돌아갈 생각도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좋은 일을 한 녀석에서 훈장질하기도 뭐해서 적당히 하려고 했는데 생각을 좀 바꿔야겠다.

 나야 이 자식이 어떤 깽판을 쳐도 결국은 학교나 경찰에 신고가 들어가지 않고 내년에 보란 듯이 주전으로 뛰는 걸 알지만 그것만 믿고 그냥 방종하기에는 이 자식의 날티가 보통이 아니다.

 지금은 심지어 자기가 도덕적 우위에 있기까지 하니 아주 하늘을 날고 있는 저 건방을 한 번쯤은 잡아줘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솔직히 그냥 다른 거 다 떠나서 뺀질거리는 게 꼴뵈기 싫어서 좀 눌러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하나라도 잘못 돼서 학교에 신고가 들어가게 되면 넌 바로 정학이 떨어지겠지. 물론 그 기간 동안 부 할동은 금지될 거고. 부원을 잘 관리 못 한 책임을 물어 우리 농구부도 한동안은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귀찮아지는 건 덤이겠네"

 

 "과장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선배?"

 

 "이 모든 게 그냥 내 망상일 것 같아? 난 오히려 그나마 최선의 결과를 이야기해 준거라고 생각하는데? 최악을 말해줄까? 넌 퇴학을 당하고 농구부는 퇴부처리가 돼서 우리는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거다. 솔직히 난 개인적으로 이쪽이 확률은 더 높다고 생각하는 편이야."

 

 내 말을 끝으로 병실은 정말로 쥐 죽은 듯한 적막이 찾아왔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치수를 바라봤지만 치수가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내 말에 긍정을 표시하자 더더욱 충격을 받은 얼굴들이 되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나와 치수를 제외하고는 다들 신입생들이라 보지 못했겠지만 사실 작년만 해도 몇몇 부 활동이 폐쇄되어 사라졌었다.

 이유야 각자 다 달랐지만 그중에 부 내에 구타와 학교 외 폭력도 있던 걸 아는 치수로서는 내 말에 긍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우리가 다니는 북산고의 이사장은 나름 학교의 평판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서 학교의 위신에 조금이라도 누가 된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제재를 가하는 걸로 학생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인물이었으니까

 

 "우리는 이제 막 올해를 시작하고 있다. 너희 신입 부원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매니저도 들어왔고, 올 한 해를 위한 목표를 위해 네가 모르는 많은 곳에서 지원을 받고 있지"

 

 어디든 마찬가지만 돈 없이 돌아가는 조직은 없다.

 만화에서야 제대로 다루지 않았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면 단순 부 활동 하나를 하려고 해도 다 돈이 들어간다.

 물론 감독도 있고 주장도 있으니 당장 나나 치수가 그걸 신경 쓰지는 않지만 결국에는 나중에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니 관심을 끊을 수도 없다.

 

 "당장 몇 개월 뒤의 전국체전을 위해 안 보이는 곳에서 저마다 열심히 일하는 중이야. 그런데 오늘 넌 그런 우리의 노력이 아무런 의미도 없게 만들 수 있는 행동을 했어

 

 "....이거 지금 제가 사과해야 하는 분위기인 거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늘의 네 행동을 비난할 생각은 없어. 넌 분명히 옳은 일을 했고 그 결과도 보다시피 좋게 나타났으니까 말이야. 그것도 가장 최고로 좋은 결과로 말이지. 난 단지 내 행동이 그런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니까 무시하고 싶다면 무시해도 상관없어

 

 ".... 조금 전에 별명과 다르다고 이야기했던 거 취소해야겠네요. 딱, 별명 그대로예요 선배는"

 

 태섭의 말에 조금 전에 그가 했던 것처럼 어깨를 으쓱여줬다.

 

 "나를 뭐라고 하든 상관은 없어, 농구부에 피해만 가지 않는다면 말이야."

 

 "다른 사람들이 선배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알고 있어. 그런데 그게 왜? 딱히 틀린 말도 아니고 만일 우리 부 활동에 방해가 된다면 난 그보다 더한 행동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내 말에 기가 막힌다는 듯 태섭의 얼굴에 황당한 표정이 나타났다.

 뭐 임마?

 애초에 농구 하라고 이곳에 온 건데 강력 범죄 빼고 내가 못할 게 뭐 있겠냐?

 

 "그러니까 너도 한 번쯤은 더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충고하는 거야. 네 행동으로 인해 우리에게까지 피해가 오지 않도록 말이야. 나는 말할 것도 없고 치수도 농구를 정말 좋아하거든."

 

 내 말에 그제야 치수를 바라본 태섭의 얼굴이 황당함에서 공포로 진화해 버렸다.

 아마 치수 딴에는 본인의 각오를 보여주기 위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 같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마 화난 고릴라가 사람을 찢기 전 표정으로 느껴질 테니까

 

 "그럼 몸조리 잘하고, 우리는 정말 간다."

 

 "들, 들어가세요."

 

 "그래 수고해~"

 

 ======================

 

 삑!

 

 "경기 끝! 양 팀 정렬"

 

 "하아……. 올해도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후우.. 후우... 수고했다 준호야"

 

 "하아…. 수고는 무슨…. 결국 예선 탈락인데"

 

 슬랜 덩크의 세계로 들어온 지 5년, 북산고 2학년으로써 맞은 농구는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예선 탈락으로 끝났다.

 작년과 다른 거라고는 내가 주전 자리로 들어와 치수와 같이 경기를 뛰고 있다는 것 정도?

 북산은 작년이나 지금이나 치수 원 맨 팀이었고, 우리는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서 본선 진출에 또다시 실패하고 말았다.

 

 "아~ 역시 태섭이가 아깝네"

 

 "그러게, 여름 전국 체전 때는 분위기 좋았는데"

 

 "그 멍청한 놈, 내가 그렇게 조심하라고 했는데"

 

 올해 초 상양고 패거리와 시비가 붙어서 병원에 입원했던 송태섭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본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다음날 멀쩡히 등교해서 체육관에 그 낯짝을 들이밀다가 신임 매니저인 한나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다.

 한나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지 다른 사람들을 걱정시켰던 게 무색하게 훈련에 참여해서는 다른 신입생들과는 비교를 불가할 정도로 기량을 쭉쭉 올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감독과 기존 주전들도 송태섭을 즉시 전력감으로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아서 1학년 중 유일하게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고 그렇게 여름 전국 체전이 시작됐었다.

 

 기존 북산의 전략은 어떻게든 슛을 쏴서 리바운드를 노리든 직접적인 패스를 하든 센터인 치수에게 공을 보내서 치수가 득점하는 단순한 전략밖에 없었다.

 여기서 내가 주전으로 올라가면서 기본적인 외곽 슛과 패스 플레이가 추가되긴 했으나 언제나 결정적인 득점원은 치수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 송태섭이 올라오면서 공격 루트가 자연스레 추가되었다.

 포인트 가드 포지션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듯이 태섭은 전국 체전 첫 예선에서 환상적인 볼 배급과 리딩능력 그리고 뛰어난 돌파력과 그에 뒤지지 않는 골 결정력으로 치수를 집중적으로 마크하던 적들을 개발살 내는 기염을 토했다.

 중거리 슛이나 외곽슛이 안된다는 단점은 내가 커버하고 내가 지고 있던 리딩이나 패스의 짐을 녀석에게 넘기니 이전의 북산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의 화력을 뿜어낼 수 있었다.

 나 - 태섭, 나 - 태섭 - 치수, 태섭 - 치수 이런 식으로 다변화된 공격 루트로 인해 적들은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마지막 쿼터에서는 거의 자멸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며 경기 끝났었다.

 

 그때 잠깐 우리 조 예선을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북산이 다크호스가 될 것 같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었지만 아쉽게도 그 말은 채 일주일도 가지 못하고 사그라들고 말았다.

 이 미친놈이 1차 예선이 끝나고 다음 날 집에 가다가 정대만 패거리들과 시비가 붙는 바람에 싸우고 정말 입원을 해 버렸으니까

 만화에 나오는 이야기이고 정해진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소식을 듣자마자 녀석들을 찾아갔지만 정작 대만은 만나지도 못했다.

 날티나는 우리 유망주께서 정대만을 아주 작살을 내놓는 바람에 태섭 본인과 마찬가지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하더라

 그것만 아니면 쫒아가서 아구창이라도 한 대 날리려고 했었는데 사고 치기 전에 입원해 있던 게 다행이었지

 

 학교에는 뭐가 어떻게 신고가 들어갔는지 둘 다 가벼운 정학 처리만 된 체 우리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지만 문제는 전국체전 2차 예선에 태섭을 대신할 만한 선수가 없다는거였다.

 결국 1차 예선 때 사용했던 전술은 더는 사용하지도 못하고 기존의 전술로 임하게 된 우리는 그 이후로 한 명이 나를 밀착 마크하고 치수를 2명이 막는 동일한 전법으로 전패를 기록하고 예선에 탈락했다.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진 겨울 농구 또한 마찬가지

 기존에 들어온 이들이나 신입들을 열심히 굴려서 실력을 올려도 봤지만 어느 누구 하나 태섭과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도리어 손만 꼬이는 바람에 지금과 같이 예선을 탈락하는 수모를 겪게 되었다.

 

 "치수, 준호. 그동안 고생 많았다. 그래도 너희 덕분에 올해는 잠깐이나마 즐거울 수 있었네"

 

 "그래, 혹시 본선에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어."

 

 "미안하다, 선배인 우리가 오히려 너희의 발목을 붙잡았네"

 

 "아닙니다. 선배. 저희가 부족해서 서포터를 못했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들의 말에 겸양을 떠는 치수와는 달리 나는 그저 인사만 했다.

 이제 졸업하는 저 선배들의 실력은 솔직히 방금 그들이 말처럼 많이 부족했으니까.

 오죽하면 상대 팀이 나와 치수를 제외한 2명으로 우리 팀 3명을 마크하는 전술로 나왔을까.

 그것도 한 팀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를 상대한 모든 팀이 동일한 전술로 나왔는데 나오는 족족 그게 또 먹히는 속 터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오죽하면 네비가 저 선배들은 학습 능력이 없는 게 지적 생명체가 아닌 것 같다는 말까지 했을까

 솔직히 다들 성격이 좋아서 팀 분위기가 좋을 수 있었던 거지 그것도 아니었으면 이미 우리 팀은 초저녁에 박살 났을 거다.

 

 "크크크 으이그 역시 우리 차기 부주장께서는 부정을 안 하시는구먼?"

 

 "어? 설마 기대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도 마지막이잖냐. 그래도 혹시나 했지. 남은 인정 같은 거라도 있을까 해서"

 

 "마감 세일 같은 거냐? 아니 재고 정리에 더 가까운 건가?"

 

 피식

 

 "절 아직도 모르시나요? 전 그런 거 안 키운다니까요?"

 

 "아~아~. 여전히 가차 없다니까?"

 

 "이 귀여움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어째 처음 들어왔을 때랑 변한 게 없어. 네가 그러니까 그런 별명을 얻는 거잖냐"

 

 "전 괜찮아요, 언제 제가 그런 거 신경 쓰는 거 보셨어요? 처음이랑 변한 게 없는 사람이 저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말과 함께 치수를 바라보자 선배들도 내 의도를 알아챘는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 녀석도 한결같긴 하지. 참 어째 이렇게 비슷한 녀석들끼리 친구를 먹어서는"

 

 "크크 덕분에 재미있게 부 활동도 했잖아? 솔직히 이 콤비 아니었으면 이렇게 웃지도 못했을 거라고"

 

 "하긴 작년에 상민이 형들 같은 꼴이나 봤겠지, 아우 그렇게 생각하니까 소름이 돋네, 고맙다 이 녀석들아"

 

 상민이 형은 사람은 작년에 주장을 맡고 있던 사람이다.

 학교를 다닐 때는 주장의 권위를 위한답시고 다들 선배라고 불렀었는데 마지막 예선전 경기를 끝으로 탈락하자 전원 눈물을 쏟는 촌극을 연출하는 바람에 자연스레 선배에서 형으로 호칭이 강등당했다.

 지금 있는 선배들은 딱히 권위를 내세우는 타입들은 아니고 오히려 친근한 타입들이었는데 작년부터 선배라고 부르다 보니 후배들에게 호칭이 형과 선배가 왔다 갔다 하는 중이다.

 물론 나와 치수는 한 번도 혼용 없이 선배로 통일하고 있지만

 

 "그럼 이제 드디어 주장과 부주장인가?"

 

 "아아, 그렇지. 드디어 그늘 뒤에 있던 흑막들이 등장하는 거지"

 

 "뭐 이미 실질적으로 이 두 명이 주장과 부 주장 아니었어? 우리야 이미 예전부터 뒷방 늙은이 취급이었잖아?"

 

 "선배님, 그게 무슨"

 

 "그동안 인간 방패 역할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쓸모가 다 됐으니 그만 사라지시지요"

 

 "주, 준호야?"

 

 내 말에 당황하는 치수와는 달리 선배들은 내 말에 낄낄거리며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내가 깍듯이 대하기는 해도 이 정도 농담은 주고받을 정도의 관계는 이미 작년에 형성해 놨거든

 

 "우와, 이 자식 엄청 얄미워"

 

 "말했잖아 준호에게 뭘 기대하냐고"

 

 "역시나 가차 없어"

 

 "시끄럽고 쓸모가 다 했으면 어서어서 사라지기나 하세요. 자라나는 새싹들 길 막지 마시고"

 

 말과 함께 손을 휘휘 내 젖자 그걸 본 선배들이 또다시 폭소를 터트렸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실력은 바닥인데 인성은 참 좋은 인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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