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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불량만화로 가자
작가 : 페이야
작품등록일 : 2020.8.9

30대 중반의 평범 이하 직장인
어떤 직장에서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먹고 살기위해 억지로 회사를 다니는 그에게
어느날 만화점이 다가왔다.

 
왼손은 거들 뿐! 5
작성일 : 20-10-28 11:49     조회 : 337     추천 : 0     분량 : 6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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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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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만을 제외하고는 다 고만고만하다가 갑자기 고릴라가 나타나자 주장과 선배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한다.

 여기서도 치수의 피지컬은 확실히 눈에 띄는구먼

 

 "농구를 해본 적은 있나?"

 

 치수의 몸을 한번 훑어본 주장이 다른 애들에게는 하지도 않던 던졌다.

 역시 폼으로 주장을 단 게 아닌지 꽤 눈이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중학교 3년 동안 농구부에 활동했습니다"

 

 "3년간이라…. 가장 높이 올라가 본 곳이 어디지?"

 

 저거 제일 성적이 좋았을 때를 말하는 거지? 그냥 도 대회 성적을 물어보면 되지 뭘 저렇게 어렵게 물어보는 거야?

 저것도 일본 운동부만의 문화 같은 거야?

 저렇게 물어보면 강백호 같은 애들은 학교 옥상이라거나 뒷동산 정상이라고 말할 거 같은데?

 

 "작년 전국 대회 예선에서 2승 1무 1패로 예선 탈락했을 때입니다"

 

 치수의 말에 주변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같은 신입은 조금 전에 중학교 제패를 하고 와서 고등부 제패를 노린다고 당당하게 얘기하는데 여기는 가장 좋은 결과가 예선 탈락이라니까 아주 여기저기서 비웃고 난리도 아니다.

 

 [... 되게 기분 나쁘네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오히려 네비가 기분이 상해버렸네?

 

 '쟤네 때문에 그래? 신경 쓰지 마.'

 

 [계승자님은 대단하시네요,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응. 난 괜찮은데? 우리가 지난 1년간 어떤 꼴을 겪으며 살아왔는지도 모를 저런 같잖은 놈들 때문에 내가 기분이 나빠야 해?'

 

 지금 저기에서 보란 듯이 열심히 비웃는 녀석들에게는 안 됐지만 치수나 나는 저런 비웃음 따위에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는다.

 

 저들이 우리의 상황을 알면 얼마나 알까?

 농구 경험조차 없는 초보들로 이루어진 선수진? 학교에서 지원이 끊긴 상태로 자비량으로 이어가는 부 활동? 감독이나 코치도 없어서 모든 걸 선수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준비해야 하는 절박함? 친구나 가족들에게조차 외면당하고 무시당하는 외로움?

 이곳에 있는 어느 누구도 우리가 이런 악조건을 뚫고 저런 결과를 만들었다는 걸 모르겠지.

 

 '여기에 우리랑 같은 조건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승복하고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물개박수를 쳐줄 용의도 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럴만한 괴물은 안 보이네?'

 

 중등부 MVP인 정대만도 엄밀히 말해 같이 뛰어준 팀원들이 어느 정도 받쳐 주니까 그런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거지 만일에 혼자서 우리 팀에 왔었으면 혼자 1 : 4 마크당하고 바로 잠수함 패치 들어가는 거다

 

 내가 비록 아쉬운 패배라거나 졌.잘.싸 같은 말은 거들떠도 안보는 현실주의자이긴 해도 우리가 이루어 놓았던 일들에 대한 프라이드조차 없는 게 아니란 말이지.

 막말로 지난 1년간 나랑 치수가 해 놓은 일들은 아무것도 없던 공터에 건물을 세운 거라고 해도 될 정도니까

 

 전문적으로 배운 게 없고 재료와 시간이 부족해 1층짜리 단층 건물을 지었다고 해서 그게 우리 잘못이야? 관리 못 한 멍청한 윗대가리들 잘못이지. 우리는 지들이 손 놓고 있을 동안 어찌 됐든 결과를 만들어 낸 거니까 칭찬을 받아도 부족한 거라고

 다른 건물들이 우리의 결과물보다 단단하고 화려하다고 해서 우리가 했던 결과물이 쓸모없어지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우리가 예선 탈락을 했어도 학주가 우리를 불러서 그렇게 칭찬을 한 거고

 

 아, 올해부터 농구부에 다시 제대로 된 지원도 해준다고 했던가? 끊겼던 지원도 다시 들어가고 감독도 새로 부임한다고 하던데 좋겠네! 후배 놈들은.

 우리처럼 맨땅에 헤딩하고 그러지는 않아서. 솔직히 나랑 치수는 안 해도 될 개고생을 너무 많이 했지

 

 "모두 조용! 누가 떠드나?"

 

 어라 이놈 봐라?

 아까부터 무게만 잡고 있길래 그냥 폼만 잡는 놈인 줄 알았는데 꼴에 주장이라고 그래도 나름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그래 봐야 유인종 최강의 고릴라 앞에서 재롱 피우는 격이다만 덕분에 주변의 분위기는 다시금 조용해졌다.

 

 "각자의 최선이 모두 같은 결과를 내지 않듯 각자의 결과가 모두 같은 의미라고 나는 생각지 않는다"

 

 오 주장~ 뭔가 멋있는 말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네

 너 이 자식 너도 어쩔 수 없는 가오잡이인거냐?

 

 "그래서 채치수, 넌 우리 학교 농구부에 들어와서 무슨 목표를 이루고 싶은거냐?"

 

 지금 주장이 하는 질문이 치수에게만 하는 질문은 아니다.

 처음 정대만을 시작으로 면담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일이 물어본 질문이었으니까

 이를테면 이 농구부의 공식 질문 같은 건데 묘하게 치수에게 묻는 억양이 다르게 느껴지는 건 내 기분 탓인 거니?

 

 꽈악

 

 뭐지? 헛소리가 들리는 건가?

 왠지 지금 질문에 치수가 배에서 빨래 쥐어짜이는 소리가 들린듯한 환청이 들렸는데 이거 정말 환청이겠지?

 

 "전국 제패입니다!"

 

 아 아니었구나

 이 자식이 조금 전에 주장이 소란스럽게 한 애들을 큰 소리로 잠재운 것에 감명이라도 받은 건지 아주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서 소리를 지른 것 같았다.

 이 배려 없는 자식이 그럴 거면 미리 사인이라도 보내던가 옆에 있었다는 죄 하나로 고막이 날아갈 뻔 헀잖아.

 다행히 이상한 환청이 들린 거 같아서 몰래 손가락으로 귀를 파느라 자연스럽게 귀를 막을 수 있어서 살았지 아니었으면 진짜 고막이 나간 채로 한동안 살아야 했을 거다.

 

 저 봐라. 저거.

 치수 앞에 있던 주장 놈은 얼굴이 하얗게 탈색도 되고 눈도 풀린 게 소리 한 번에 정신이 나간 모양이다.

 

 "전국…. 제패?"

 

 "하…. 요새 신입생들은 다들 자신감 과잉인가? 아니면 주제를 모르는 건가?"

 

 "아직 고등부에 발도 들이지 못한 애송이의 허세지 뭐"

 

 "진짜 이놈이나 저놈이나 말이면 다 되는 줄 아나"

 

 "어디 그럴 실력이나 되는지 한번 봐야겠는데?"

 

 잠시 시간이 지나자 체육관에 내려앉았던 침묵은 사라지고 다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지만 이번만큼은 주장 녀석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처음이야 그냥 뭣도 모르는 신인의 패기로 흘려들었다고 해도 두 번째까지 그럴 수는 없겠지

 고작 우리 같은 신입 따위가 제패를 논할 정도로 얕보이면 그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인 저 선배들까지도 얕보일 수 있을 테니까

 정대만은 몰라도 치수가 그런 마음으로 뱉은 말은 아니겠지만 원래 말은 뱉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의 판단이 중요한 영역 아니었던가

 무엇보다 주장 저 녀석이 아직 치수의 괴성에 나간 정신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기도 하고

 

 "어이, 그놈 옆에 있는 너. 그래 끝에 있는 너 말야. 넌 이름이 뭐야?"

 

 이새끼 실수하네? 왜 가만히 있는 나를 부르고 난리야. 그것도 턱으로

 그냥 다른 3학년들이랑 같이 뒤에서 팔짱이나 끼고 구경이나 하지 왜 갑자기 나서는 건데?

 주장 놈의 상태가 이상해서 나선 거야? 아니면 우리 릴라가 마음에 안 들어서?

 뭐가 됐든 상관은 없는데 넌 왜 건방지게 턱으로 날 부르냐? 손 없어? 예의는 골대에 넣고 온 거야? 인성에 문제 있어?

 

 '인성 썩은 거 봐라, 저러니 사람대접은 군대를 다녀오던가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에게만 해줘야 한다는 말이 있는 거야'

 

 [제 데이터베이스에는 없는 말인데 어디서 나온 말이죠 계승자님?]

 

 '지금 내가 한 말인데?'

 

 [그 말에 쓸데없는 헛소리나 해대는 사람도 사람대접해줄 필요가 없다는 말은 없던가요?]

 

 귓가에 들리는 네비의 말은 살포시 무시하고 앞으로 나섰다.

 인성이야 어떻든 이 문화에서 선배 말은 곧 법이니까

 마음에 안 든다고 들이받고 나갈 거 아니면 친히 지목까지 해서 물어본 말에는 대답을 해줘야겠지.

 그게 빌어먹을 턱으로 한 거라도 해도 일단 대답은 하는데 너 나한테 첫인상 더럽게 찍혔다. 조심해라

 

 "북촌중에서 올라온 권준호라고 합니다. 농구 경력은 치수와 같은 3년입니다"

 

 "아, 옆에 있는 놈이랑 같이 왔어? 그러면 너도 제일 높이 올라간 게 예선 탈락인 거네?"

 

 응 너 첫인상 최악으로 승진

 아 어떡하지? 예전의 나 같았으면 적당히 무시하고 넘어갔겠지만 요 몇 년 동안 열혈 모드로 살아왔더니 깽판이 확 당기네

 진짜 작년에 내 후배들이 나를 부른 별명을 알면 이 자식이 이렇게 까불지는 못할 텐데

 

 야 임마 너 북촌의 안경 악마라고 들어봤어? 엉?

 내가 임마 체육관으로 들어오면 신입생들이 자동으로 토하고 그랬어 임마! 왠지 알아?

 

 내가 애들 상태 체크해 가면서 정말 딱 죽기 직전까지만 굴렸거든.

 자기 포지션 이해 못 하면 굴리고, 전술 못 외우면 굴리고, 기구 관리 못 하면 굴리고, 연습할 때 집중 안 하면 굴렸더니 나중에는 내 얼굴만 봐도 자동으로 토하고 난리도 아니더라

 

 넌 임마 그때 날 봤으면 지금 그렇게 뻗대고 있지도 못해. 당장 화장실로 달려가서 변기 붙들고 온종일 토하고 있었어. 알아 임마?

 

 "그만, 쓸데없는 말은 거기까지 하지."

 

 막 저 건방진 자식을 들이받고 감독을 찾아가서 싹싹 빌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상태 이상에 걸려있던 우리의 주장이 드디어 깨어났다.

 깨어나자마자 턱주가리를 진정시키는 모습이 오오. 겁나 카리스마 있어

 

 "미안하다, 지금 들은 말은 못 들은 거로 해줬으면 좋겠군."

 

 네에, 네에. 누구 말인데 따라드려야죠.

 그래도 이 주장은 고루 하긴 해도 그리 싫은 타입은 아니라서 내가 참는다

 어이 턱주가리. 당신 오늘 운 좋은 줄 알아. 잘못했으면 탁 부여잡고 양호실에 누워있을 뻔했어. 운이 좀 더 안 좋았으면 병원을 갔었을 수도 있고

 

 "그래 준호. 넌 목표가 뭐지?"

 

 내 속도 모르고 궁시렁 거리며 다시 뒤로 빠지는 턱주가리를 보며 진짜 가서 날아 차기로 턱을 한번 돌려버릴까를 고민하고 있을 때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 인간미 있는 주장이 적절히 내 고민을 끊고 질문을 던졌다.

 너 임마 오늘 거듭 위험을 해쳐가는구나. 너 오늘 운세 좋은 거 같으니까 집에 가면서 꼭 로또 하나 사서 들어가라, 최소 4등 이상은 나올 운세다.

 

 잠시 턱주가리를 지켜본 후 주장을 보고 대답했다.

 

 "전국 제패입니다.

 

 "................"

 

 ".........................."

 

 .........................

 

 웅성웅성

 

 "뭐야? 이제는 하다 하다 저딴 놈까지 저런 말을 지껄이는 거야?"

 

 "갈 데까지 간 모양이네. 전국 제패가 뉘짐 개 이름이야 아주"

 

 "그냥 저것들 싸그리 모아서 퇴부시키면 안 되는 건가?"

 

 "아주 건방이 하늘을 찔러대는구먼 이번 신입생들은"

 

 [계승자님…. 왜 그러셨어요?]

 

 '왜, 뭐, 어쩌라고? 미친놈이 둘이 있나 셋이 있나 뭐 달라? 이참에 세 얼간이 한번 찍어보지 뭐'

 

 대답을 마치고 다시금 턱주가리를 바라봤다.

 놈은 내 대답에 어이가 없는지 제 친구들과 함께 길길이 날뛰는 중이었다.

 

 그래 언제까지 날뛰나 보자. 난 분명히 말했다? 너 첫인상 더럽게 찍혔으니까 조심하라고

 

 =============================

 

 "으아악!"

 

 쿠당탕!

 

 삐삑!

 

 "적팀 5번 파울!"

 

 심판을 맡고 있는 코치가 다가와 말하자 어쩔 수 없이 오른손을 올려 내가 파울을 했다는 걸 인정했다.

 이걸 안 하면 내가 판정에 승복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돼서 잘못하면 괘씸죄가 적용될 수도 있고 사실 내가 파울을 한 건 맞으니까

 심판에게 주의를 받고 아직도 넘어져 있는 선배, 턱주가리에 손을 뻗었다.

 

 "이런, 죄송해요. 선배. 이렇게 쉽게 넘어지실 줄은 몰라서. 이 정도는 버티실 줄 알았는데 제가 힘 조절에 실패했네요"

 

 지금 내 모습을 텍스트 없이 표정과 억양만 본다면 더없이 깍듯한 후배의 모습일 거다.

 속이야 어떻든 내가 들어와 있는 이 캐릭터 권준호는 더없이 깔끔한 모범생의 모습에다가 얼굴에는 고생 하나 한 흔적이 없는 있는 집 자식의 포스를 풍기고 있으니까

 

 하지만 내 말을 들은 턱주가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얼굴이 아주 붉으락푸르락 신호등이 따로 필요가 없다.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 때 정전이 되면 사거리에 세워 놓으면 긴히 사용할 수 있겠는데?

 

 그러게 왜 가만히 있는 똥 풍선을 건드려. 건드려서 터져봤자 안에 있는 똥 냄새만 퍼질 텐데 천지 분간 못하고 건드리니 이런 사달이 나는 거잖아

 그 뒤로도 나는 내가 공을 받거나 턱주가리가 공을 받을 때마다 적극적인 몸싸움을 벌여나갔지만 초반의 파울 선언 이후에는 아무런 반칙 사인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아까 말한 힘 조절에 실패했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거든

 

 의외로 턱주가리가 3학년 주전이라고 해서 명색이 주전인데 이것도 못 버틸까 싶어 조금 강하게 압박을 들어가 본 거뿐인데 이 모질이가 그걸 못 버티고 넘어진 거다.

 예상치 못한 허약함에 경고를 먹어서 그렇지 원래 이 정도 컨트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나도 된다.

 

 누누이 말하지만 복촌 중학교에서 애들을 후배들을 일일이 가르치고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게 바로 나고 그때 교보재로 사용한 게 우리 릴라다.

 이따위 놈에게 파울을 피하면서 압박하는 것 정도야 우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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