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리, 지금 장난해? 이게 벌써 몇번째야?"
속이 쓰리고 머리가 어지럽다.
할수만 있다면 어딘가에 짱박혀서 쉬고 싶다.
아니 그냥 지금 이 자리만 좀 벗어나고 소원이 없겠다 싶다.
15분째 상사 앞에서 영혼까지 털리고 있으니 멀쩡하던 몸도 다 아픈 느낌이다.
"말을 해봐! 대체 이 업무를 맡은게 몇개월인데 어떻게 사람이 나아지는게 없어?"
앞에서 불을 뿜어내는 기세로 말하는 상사앞에서 부하가 할수 있는 일은 몇 가지나 있을까?
돈이나 백 있는 사람들이라면 상사를 무시할 수 있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당당하게 상사의 말에 대응할테지만 이게 또 안타깝게도 나는 무능력한 회사원일 뿐이니…
심지어 지금 이 사달이 난것이 내 실수로 인한것이니 그냥 닥치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렇게 쭈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사의 브레스는 줄어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덕분에 사무실의 분위기는 빙하시대가 강림한 상태, 이 또한 내가 주늑들게 하는 요인이다.
실수를 한 건 난데 피해는 다 같이 보고 있으니 아주 미안해 죽을 지경이다.
"하아~... 민준씨."
"....네 부장님"
저러다 혈압으로 쓰러지는거 아닌 가 싶은 50대 부장의 분위기가 바뀌더니 목소리가 낮아졌다.
순간 뇌리에 스쳐가는 불안감으로 인해 입을 다물고 싶었지만 그게 될리가 있나?
결국 입을 열어 상사의 부름에 대답을 한다.
"우리 진지하게 생각해봅시다. 몇개월을 맡은 일이 이렇게 계속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거에요, 시스템이든 사람이든"
싸늘하다.
쉽게 말해 일이 너와 맞지 않는다는 말
애초에 모든 일이 완벽하게 정리가 되어서 인수인계가 된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핑계도 1~2개월이지 벌써 6개월이 되어가는 시점에서는 아무런 효력이 없는것이다.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아니에요. 이 이상은 아닌것 같아. 이런 일이 한두번 반복되는 것도 아니고, 모두에게 좋을게 없잖아. 더이상 문제가 생기면 회사에 피해가 생길것 같으니 민준씨는 지금 맡고 있는일에서 손을 떄고 다른 사람들 서포터를 해줘요"
"....네 알겠습니다"
더 들을것도 없다는 듯이 앉은 의자를 돌려버리는 상사의 모습에 말문이 턱 막혀 더 아무런 말도하지 않고 조용히 걸어 내 자리로 가 앉는다.
'후우 멍청한 새끼'
자리에 앉자마자 마음속 깊은곳에서 흘러나오는 안도감에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낀다.
업무에서 짤린 이 상황에 경각심을 가져도 모자랄판에 상사의 앞을 벗어났다는것에 마음이 이리도 편안해 지다니.
나라는 인간이 이리도 한심해 보이기는 또 오랜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