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온은 그렇게 한참을 병실 밖 벤치에서 한윤의 어깨에 기대어 눈물을 흘렸다.
"저기... 다온씨."
조심스럽게 다온을 불러보았다.
어깨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던 다온은 한윤의 부름에 얼굴을 살짝 들어 보인다.
그리곤 촉촉해진 눈가를 하고선 한윤을 바라보는 다온이다.
"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
예상한 대로 그 이유에 대해 아무런 답을 하지 못하는 다온이였다.
그저 촉촉해진 눈가를 하면서 한윤을 바라보는 것밖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이유를 모른 채 그렇게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다.
그리고 10여 분이 지나고 병실에서 나오는 태온의 주치의다.
"저... 태온씨는..."
주치의는 다온을 한번 바라보더니 누구냐는 눈빛으로 한윤을 응시한다.
그 눈빛을 읽고 알아들었는지 한윤은 잠시 망설이더니 친구라고 말한다.
"..... 친구예요."
"아..."
"그래서... 상태는 좀 어때요..?"
"그게..."
고개를 저으며 결국 시선을 회피하는 주치의다.
주치의 행동에 불안하기만 하고 계속 그를 응시할 수 있는 것밖에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한참을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회피하던 주치의는 힘들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슬픈 눈빛을 지으면서 말했다.
"...... 저번보다 더 진행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주치의의 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다온과 한윤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 가장 중요한 매니저 민호라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태온이 이 지경까지 되었는데 도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거지?
"다온씨... 매니저님은..."
"........"
매니저라는 말에 한 번도 보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다온이다.
갑자기 화를 내는 다온으로 인해 지금 이 상황이 적응이 되지 않는 한윤이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지?
내가 모르는... 무언가 있는 건가?
"지금부터 매니저 형 이야기는 꺼내지 마세요."
"ㄴ... 네?"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마시라고요!"
다온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저렇게 표정이 일그러지며 화를 내는지...
다온이 화를 낸 후 한동안 우리들의 상황에서는 어색한 침묵만 흘렀다.
그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고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떠한 말도 꺼내지 못했다.
한참을 지켜보다 결국 그런 어색한 침묵을 깨주는 건 태온의 주치의다.
"으흠..."
지금 둘이 싸울 때가 아니라는 걸 헛기침을 하며 알려주는 주치의다.
그 헛기침을 듣고 민망했는지 다온과 한윤의 눈동자는 갈 길을 잃었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
"태온군이 원하더라도 앞으로 이렇게 멋대로 병원 뛰쳐나가는 일 없게 해주세요."
"네, 죄송합니다..."
"진짜 여기서 더 심해지면 위험해요."
주치의는 마지막 말을 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는 내려갔다.
병실 밖에는 한윤과 다온만 남았다.
아까 일이 신경 쓰였는지 얼굴을 붉히다가도 조심스럽게 입을 떼는 다온이였다.
"저..."
"네...?"
"아까는... 화내서 죄송했어요."
"아.. 아니에요. 그런데 민호씨랑 도대체 무슨ㅇ..."
민호와의 있었던 일을 물으려고 할 때 다온의 주머니에서 요란한 전화벨 소리가 울려댔다.
다온은 깜짝 놀라 핸드폰을 확인하는 순간 표정은 굳어졌다.
그렇게 벨 소리는 계속해서 울려대고 한참을 있다 받는 다온이다.
"네, 가루비 다온입니다."
"야, 이새끼야! 당장 회사로 들어와."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이야기를 했는지 나한테도 들릴 정도였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짜고짜 다온을 회사로 부른다.
그 소리에 아무런 말도 하지는 않지만, 눈빛에서 모든 걸 다 말하고 있었다.
한숨을 푹 쉬고는 전화를 끊고 병원에서 나가는 다온이다.
***
MUSIC SECRET ENTERTAINMENT 앞.
회사 앞에서 다온을 기다리고 있던 가루비 멤버들이다.
본인의 차에서 내리는 다온.
"형들이 왜..."
"다온아..."
차마 있었던 일을 말하지 못하고 그저 다온을 안아 주는 리더 하랑이다.
그런 리더의 행동에 무슨 일이냐고 묻는 다온이였다.
"형... 왜 그래?"
"다온아.... 흐흡.."
다온의 물음에 결국 눈물을 흘리는 하랑이다.
하랑의 눈물로 이도 저도 하지도 못하고 그런 그를 안아 주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다온이다.
한울과 지후 또한 어떠한 상황인지 알지만 쉽게 막내 다온에게 말을 하지 못한다.
형들이 왜 이러는 거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러는 거지?
한참을 그렇게 있다 호재의 부름으로 회사 안 대표실로 들어갔다.
대표실에 들어갔을 때는 어딘가 화가 나 보이는 호재가 소파에 앉아있었고 그 옆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시현도 보인다.
"다들 여기 앉아."
화가 나 있는 호재를 대신해 눈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시현이다.
"다온이는 지금까지 어디 있었어?"
"........"
시현의 물음에 차마 태온의 병실에 있었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다온이다.
화가 나 있는 호재 대신 모든 이야기를 시현이 대신하고 있었다.
호재와의 일로 인해 조금씩 그의 눈치가 보인다.
"내 말 듣고 있니, 다온아?"
"..... 네..."
"어디 있었냐고 묻잖아."
"그게....."
"또 태온이 그 자식 옆에 있었냐?"
화가 난 얼굴로 한마디도 하지 않은 호재가 다온에게 물었다.
"네..."
"그렇게 태온이 녀석이 걱정되는 거냐?"
"같은... 멤버니까 걱정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하하하하하하하
화난 얼굴은 저리 가고 갑자기 크게 웃어 보이는 호재다.
그 모습에 왜 웃는지 영문을 모를 다온이였다.
"같은 멤버라..."
"......."
"아직도 같은 멤버 운운하면서 지내는 거냐? 태온이는 이미 가루비를 버리고 나간 전 멤버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말씀하지 마세요."
"뭐..?"
"태온이 형은 가루비를 버린 게 아니에요. 오히려 저희를 위해서 선택한 일이었다고요!!"
"이 자식이 어디서...!"
"대표님은 지금 태온이형 상태가 어떤지 궁금하긴 하세요?"
"자기 혼자 살겠다고 나간 녀석 상태 따위 알고 싶지도 않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래, 그럼 내가 지금 잘 못 알고 있다는 거냐?"
호재의 말에 결국 눈물을 쏟아내는 다온이였다.
그동안 가루비를 여기까지 오게 해준 태온을 대하는 호재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전 멤버여도 이건 아니다.
"태온이형...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고요!!!"
다온의 말에 놀라며 충격을 머금지 못하는 가루비 멤버들이다.
그 말에 호재의 눈동자는 단 한시도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
시현은 살짝 놀란 듯싶다.
"오늘 아침에 결국 쓰러진 채로 구급차에 실려 왔어요."
"........"
"그리고 주치의분이 하시는 말은 상태가 더 나빠졌대요... 이래도 걱정이 안 되냐고요!!"
태온의 상태를 앞에서 지켜본 다온의 울부짖음이었다.
그런 다온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호재에게 더 화가 났다.
그저 지금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던 시현이 다온의 말을 끊고 말한다.
"테온이의 상태는 안타깝지만.. 이미 나간 멤버잖아."
"........"
"내가 제안 하나 하려고 하는데."
"무슨... 제안이요?"
"너의 미래를 위해 계속 여기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태온이를 위해 지금까지 얻은 것들 다 내려놓을 것인지."
"....... 이사님?"
이미 이야기를 들었는지 다온을 제외한 가루비 멤버들은 놀라는 기세도 없었다.
그저 지금 상황이 분했는지 각자 시선을 회피하면서 눈동자는 흔들릴 뿐이었다.
그런 멤버들의 표정을 보며 다온은 기가 막힌다는 눈빛으로 헛웃음을 짓는다.
"하하하..."
"다온이 너의 선택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네?"
"형들은..."
모두 다온과 눈을 마주치지 않게 시선을 회피한다.
그들의 행동으로 어떤 결정을 했는지 알게 된 다온은 화가 치밀어 오른다.
"형들이 어떻게..."
"미안하다. 다온아..."
"도대체 어떻게 형들까지...."
"우리도... 어쩔 수가 없었어...."
리더 하랑의 말에 충격을 머금지 못하고 그렇게 뒷걸음질을 치는 다온이다.
다온의 눈동자에서는 눈망울들이 맺히면서 볼을 타고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형들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태온을 자신을 빼고 모두 배신을 했다는 생각에 허탈한 마음으로 대표실을 나오는 다온이다.
그런 다온을 잡으려고 하는 한울이지만 이내 호재로 인해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무작정 대표실을 뛰쳐나온 다온은 자신의 차를 몰고 그렇게 달렸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한윤이 일하고 있는 SBN 방송국 앞이었다.
지금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한윤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내 이야기를 무엇보다 진지하게 들어 줄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게 무작정 방송국에 들어가 한윤을 미친 듯이 찾았다.
모든 방송국 직원들은 다온을 보곤 소리를 지르며 사진을 찍기 바쁘다.
사진을 찍는 방송국 직원들 사이에서 허겁지겁 내려오는 한윤의 모습이 보인다.
한윤을 발견하고는 냅다 달려 한윤을 안아버리는 다온이다.
그런 다온의 행동에 당황했는지 그대로 몸이 굳어버린 한윤.
"저... 저기 다... 다온씨?"
"누나...."
매일 작가님이라고 부르던 다온이 누나라고 하는 한마디에 얼굴이 붉어지는 한윤이다.
갑자기 누나라니....? 이게 무슨....
"흐흡..."
"다... 다온씨. 왜 그래요?"
"누나.... 어떡해요?"
"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
"흐흡..."
한윤의 물음에도 계속 눈물만 흘리는 다온의 모습이었다.
그런 다온으로 인해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한윤이다.
"다온씨 진정하고 얘기 좀 해봐요. 얘기를 해야 제가 무슨 도움이라도 주죠..!"
"흐흡... 저 진짜 어떡해야 되는 거죠? 태온이 형을 위해서라도 제 모든 걸 포기해야 하는 게 맞는 거겠죠?"
"그게 무슨 소리예요? 포기를 한다뇨?"
"흐흡... 이.. 이사님이... 태온이 형이랑 지금 모든 지위 둘 중 하나를 포기하래요..."
"그게 무슨..."
무슨 저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있냐며 오히려 혀를 차며 더 화를 내는 한윤이다.
그런 한윤의 모습에 흘리던 눈물은 멈췄고 그저 그런 그녀를 바라볼 뿐인 다온이다.
제 일처럼 화내주는 한윤의 모습에서 빛이 보였다.
자신을 뚫어지라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다온을 바라보는 한윤이다.
그렇게 둘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눈이 마주치고 부끄러웠는지 먼저 눈을 피하는 다온이였다.
그런 다온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온을 계속해서 응시하는 한윤.
"다온씨 어디 아파요? 얼굴이..."
빨개지는 볼을 보고 열이 나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다온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는 한윤.
부끄러웠는지 한윤의 손이 닿기 전에 뒷걸음질하는 다온이다.
"아... 더워서 그런가? 하하하."
괜히 어색한 억지웃음을 짓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말하는 다온이다.
"괜... 찮아요?"
"ㄴ.. 네.. 너무 괜찮아요!"
"진짜 괜찮아요?"
진짜 괜찮은지 확인을 하기 위해 다온에게 다가가는 한윤이다.
점점 다가오는 한윤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킬까 봐 계속해서 뒷걸음질한다.
그리곤 자신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대려는 한윤의 손을 박력 있게 잡고는 말하는 다온이다.
"누나. 저 정말 괜찮아요. 그러니까 걱정 해주지 않으셔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