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태온이 데리고 회사로 와!"
갑작스럽게 태온을 데려오라는 시현의 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민호.
전화는 끊기지 않았으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민호에게 버럭 화를 내는 시현이다.
"지금 내 말 듣고 있어?"
"아, 네..."
"태온이 지금 어딨어?"
"그게..."
"....... 심각한 거야? 아니지?"
"죄송합니다..."
그저 지금 이 상황에서 시현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는 민호다.
상태가 많이 심각한 듯 머리를 부여잡고는 태온의 행방을 묻지만, 대답을 할 리 없는 민호.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해결할지 고민하는 시현이지만 도저히 생각해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태온의 상태를 직접 확인해야만 한다.
일단 어떤 것이든 그게 제일 우선순위였다.
"민호야."
"죄송합니다. 이사님..."
"우리도 알아야 할 거 아니야."
"태온이가... 원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곤 전화를 먼저 끊고는 이내 전원을 꺼버린다.
태온의 상황을 알고는 태온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다짐을 한 민호다.
그리곤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다시 병실로 들어가려는 민호였지만
병실 앞 창문을 통해 보이는 태온을 보고는 다시 병실 문을 닫고는 병원을 나오는 민호다.
그리곤 태온의 새빨간 스포츠카를 몰고 어디론가 향한다.
한참을 달리다 새빨간 스포츠카는 어느 건물 앞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려 그 건물로 들어가는 민호다.
건물 안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향한다.
그리곤 10층에 있는 한 방으로 향하는 민호였다.
10층에 있는 방엔 누군가 연습중인지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들어가지는 않고 그 자리에 계속 서서 바라만 보는 민호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고 이내 안에 있던 사람 중 키는 183cm 정도 되어 보이고 모잘르 눌러쓴 누군가
민호를 발견하고는 틀었던 노래를 끄고는 달려 나온다.
"형...!"
다름 아닌 가루비의 멤버 막내 다온이였다.
한참 동안 연락도 되지 않고 안 보이던 민호를 보고는 반가웠는지 다짜고짜 안아버리는 다온이다.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애써 웃어 보이며 다온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막내 다온의 소리에 하나둘씩 연습실에서 나오는 가루비다.
평소 같으면 태온과 함께 연습하고 있을 가루비였지만 이제 4인 체제로 활동을 준비하는 가루비다.
그 모습에 갑자기 울컥했는지 눈동자에 눈망울들이 맺히기 시작했다.
"형... 태... 온이는?"
역시 태온의 행방을 묻는 가루비 멤버들이었고 그들에게조차 아무런 답을 해줄 수 없는 민호였다.
그저 태온의 말대로 그대로 멤버들에게 전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건 다 태온이를 위한 거였으니까.
"너희한테도 미안해.. 하지만 이게 태온이가 원하는 거야."
"그럼... 이제 5인 체제 가루비는 없는 거야?"
막내 다온이 말하자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시선을 회피하는 민호다.
민호의 행동에 눈물을 보이는 막내 다온이였고 그런 다온을 달래주는 리더 하랑이다.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한참 동안 그들 사이에서는 정적만 흘렀다.
태온이가 원하는 거라는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가루비다.
어쩌면 그게 지금으로서 가장 나은 방법일지도 모르니까.
"태온이는... 괜찮은 거지?"
"....... 너무 걱정하지 마. 태온이 잘 지내고 있으니까."
이 말을 마지막으로 민호는 이사실로 향한다.
그리곤 아직 이 상황이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태온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연습실로 돌아가 연습에 집중하는 가루비 멤버들이었다.
이사실 앞에서 한참 동안 들어가지 못하는 민호의 모습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노크를 하고 이사실로 들어가는 민호다.
민호의 등장으로 화들짝 놀라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는 시현이고
이미 어떤 말을 하려고 왔는지 눈치를 챈 시현은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가 뜨고는 소파로 향한다.
시현이 소파에 앉고 뒤이어 맞은편 소파에 앉는 민호다.
이미 어떤 말을 할지 알았지만 쉽게 입을 떼지 못하는 민호를 기다려주는 시현이다.
그렇게 10여 분쯤 지나고 시현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는 민호 대신 먼저 입을 떼고 말했다.
"그게 그렇게 말하기 어려운 일이야?"
"죄송합니다..."
"네가 죄송할 건 아니지. 물론 태온이가 죄송할 일도 아니고."
"태온이... 사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말문이 막혀버린 시현이다.
심각한 병이라는 건 눈치채고 있었지만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태온이가 원하는 거예요. 나머지 4명의 가루비를 위해서라도..."
"그래, 치료 잘 받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태온이한테 전해주렴."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사님."
"근데 그럼 그 한윤씨 일은..."
"곧 공모전 마감이에요. 분명 한윤씨는 공모전에 당선될 거에요. 그럼 뒷일은 이사님께 맡기겠습니다. 이 또한 태온이가 원하는 거일 테니깐요."
마지막 말을 남기고는 시현에게 인사를 하고 이사실에서 나오는 민호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부여잡고 이사실을 나와 복도를 걷고 있지만 이내 주저앉아 버리는 민호.
지금까지 제대로 잠도 못 자고 계속 미친 듯이 일만 했지만 결국 마지막은.. 병원 신세라는 이 상황이 참담했고
한순간에 모든 걸 다 잃고 외롭게 병을 이겨내야 할 태온이 안쓰러운 민호다.
태온의 병과 가루비의 탈퇴 기사는 전 세계로 퍼졌고 기사를 접한 태온의 팬들은 충격을 머금지 못했다.
[이달의 이슈] 가루비 태온의 탈퇴 소식과 암 투병 소식!
한동안 인터넷을 들어가도 TV를 켜도 태온의 가루비 탈퇴 소식과 암 투병 소식의 뉴스만 나왔다.
결국, 그렇게 됐냐며 오히려 그래도 마음 편하게 활동 접고 치료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태온이었다.
태온의 가루비 탈퇴 소식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했고 가루비는 4인 체제로 성공적인 컴백을 하였다.
태온의 빈자리가 많이 느껴졌지만, 가루비 4명은 태온의 몫까지 열심히 활동했다.
가루비의 컴백으로 바빠진 민호였고 태온은 한동안 병원에서 혼자 지내야만 했다.
TV를 켜고 음악방송을 찾아보면 4명의 가루비는 멋진 의상을 입고
꽉 짜인 군무를 추며 그렇게 팬들 앞에서 무대를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아주 잠깐이지만 눈동자가 흔들리며 슬픈 눈빛으로 변했지만
금세 또 눈동자에는 눈망울이 맺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흐뭇하게 바라만 본다.
"다들... 멋있네."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태온이었지만 어딘가 슬퍼 보이는 모습이었고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존재했다.
4명의 가루비를 위해서 자신이 탈퇴하는 거로 마음을 먹었지만 결국은 후회하며 무대가 그리운 태온이다.
팬들을 만나고 싶었고 멋진 무대 의상을 입고 팬들 앞에서 춤을 추며 노래도 부르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드라마를 만들어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 모든 꿈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려 버렸다.
더는 꿀 수 없는 꿈이기에 더 마음이 아픈 태온이었다.
그리고 TV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병실을 가득 채운다.
'이번 주 트로피의 주인공은...'
'가루비 축하드립니다!'
가루비의 멤버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곤 소감 한마디에 4명이 모두 짠 듯 그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한다.
'이 영광을 저희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 멤버 태온이에게 바칩니다.'
2위와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한 가루비.
그들 입에서 태온의 이름이 나왔고 그의 눈에서도 눈망울들이 맺히고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지금 당장 그들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가서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점점 날이 갈수록 몸은 더 말라가고 있는 태온의 모습이다.
그래서 이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주지 못한다.
그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고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TV와 기사, 그리고 SNS로 꾸준히 그들의 활동 소식을 접했고 멀리서 응원하며
태온은 혼자 외로운 싸움을 했고 치료를 받으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시간은 한 달이 훌쩍 지나갔고 여전히 태온의 이야기로 세상은 떠들썩하다.
계속해서 걸려오는 기자들의 전화로 핸드폰을 없앤 태온이다.
그리고 그의 행방을 알고 있는 한 사람 중 한 달 만에 그를 찾아온 한윤이다.
병실 창문 너머 보이는 태온의 모습은 한 달 만에 바싹 마른 모습이었다.
그의 모습이 걱정되었지만 큰 심호흡을 하고는 병실 문을 여는 한윤이다.
그리곤 괜히 애써 미소를 짓고는 장난을 치며 들어간다.
갑자기 찾아온 한윤으로 당황한 태온이었지만 자신의 모습은 생각하지 않고
한 달 만에 보는 한윤이 반가울 뿐이었다.
"작가님...?"
"태온씨는 병원복 입어도 멋있네요."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는 한윤이 웃겼는지 오랜만에 크게 웃어 보이는 태온이다.
사실 한 달 동안 외롭게 보냈을 태온을 위해 매니저의 부탁으로 병원에 온 한윤이었다.
태온이 지금까지 가식이 아닌 진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한윤 때문이었고
태온의 진심을 듣고 알게 된 민호의 부탁이었다.
"이렇게 웃는 게... 얼마만 인지 모르겠네요."
"어쩌면 태온씨 웃는 게 그리웠는지도 모르겠어요."
그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만 짓는 두 사람이다.
그리곤 무슨 할 말이 있는지 한참을 머뭇거리는 한윤.
눈치가 빠른 태온은 무슨 할 말이 있냐며 먼저 묻는다.
그 말에 용기 있게 말하는 한윤이다.
"저한테 무슨 할 말 있어요?"
"깜짝 놀라면 안 돼요?"
자신의 말에 깜짝 놀라지 말라며 주의를 시키는 한윤이다.
그 모습에 크게 웃어 보이며 알겠다고 안 놀랜다고 얼른 말하라고 하는 태온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 한윤이고 이건 절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이건 안 놀랠 수가 없는 이야기잖아요?"
"태온씨 덕분이에요. 감사해요."
"네?"
갑자기 자신 덕분이라고 말하는 한윤이었고
그 말에 의아한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태온이다.
태온씨 덕분이라는 그 말에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고맙다고 하는 한윤을 이상하게 쳐다볼 뿐이다.
"태온씨가 그런 제안 해주셔서 제가 더 용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런 제안이요..?"
"작가 제안 해주셨잖아요."
"아, 그건..."
"오히려 태온씨가 그렇게 해주셔서 제가 더 용기가 생겼고 제 힘으로 공모전 당선돼서 작가가 될 수 있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진심으로 고마워해 하는 한윤의 모습을 보곤 감동하는 태온이다.
보지 못한 10년 동안 한윤은 더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변해 있었다.
그 모습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태온은 말한다.
"다 한윤씨가 잘해서 그래요."
"어머, 태온씨 왜 울어요?"
차마 흘리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태온이었고 그런 모습에 당황하며 되묻는 한윤이었다.
태온은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속에서 특유 예쁜 눈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 너무... 너무 행복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