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비 태온이라..."
자꾸 신경 쓰인다.
정신이 확 깨는 시원한 물로 얼굴을 한번 씻어주고는 거울을 바라보는 한윤이다.
어쩌다 그 남자랑 엮이게 된 거지?
그 남자 혹시 실체는 사이코패스... 아니겠지?
또 아무도 시키지 않은 망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혼자 묻고 대답하고를 반복하며 다시 작가실로 향하는 한윤이다.
"아, 짜증 나..."
"한윤은 도대체 어디 간 거야?"
"저 왜요?"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한윤으로 서브 작가들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평하게 서브 작가들 말에 대답한 후
본인의 의자에 앉아 다시 작업을 시작한다.
"너 진짜 뻔뻔하다?"
"태온씨 그냥 보냈어?"
슬슬 짜증이 났는지 아까 받은 명함을 서브 작가들한테 내미는 한윤이다.
그니까 이제 제발 그만 귀찮게 해달라고 바라본다.
"뭐야 이게?"
"헐, 이거 태온씨네 회사 아니야? 이걸 왜 네가 가지고 있어?"
"아까 직접 주던걸요? 세탁비 가지고 오라는 거겠죠, 뭐."
서브 작가들은 시기 질투하듯 눈이 찢어지며 한윤을 째려보기 시작했다.
따가운 시선이 강하게 느껴졌지만 애써 신경 안 쓰는 척하는 한윤이다.
그때 마침 구원의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하고
번호 확인도 안 하고 잽싸게 받으며 작가실에서 나오는 한윤.
"야! 진짜 오랜만이다."
"저...를 아시나요?"
상대방 말에 그때야 귀에 대고 있던 핸드폰을 내리고 번호를 확인하는 한윤이다.
전혀 알지 못하는 번호였다.
헛기침하며 다시 핸드폰을 자신 귀에 대고 대화를 시도하는 한윤.
"죄송합니다.. 근데 누구세요?"
"가루비 매니저 주민호입니다."
"제 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아까 태온이한테 이야기 못 들으셨나 봅니다?"
순간 식겁했다.
그러면서 핸드폰 전화번호부를 확인하면...
"아니, 무슨 이런 미ㅊ..."
"ㄴ... 네?"
"아..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그래서 용건이 뭐죠?"
"오늘 저녁에 잠깐 만나죠. 제가 작가님 계신 곳까지 가겠습니다. 그럼."
다짜고짜 전화해서는 통보식으로 만나자고 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다니...
매니저라 그런가? 연예인과 닮았다.
무작정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는 것이.
"진짜 이상한 사람들이야."
다시 작가실로 돌아간 한윤.
서브 작가들은 싹수없다며 한윤을 욕하고 있다.
그 상황을 그저 지켜보는 수진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 자리에 앉으며 다시 할 일에 집중하는 한윤.
저녁에 그 인간을 보려면 반드시 오늘 할 일을 제때 끝내야 한다.
갑자기 일이 꼬여 답답하기만 한 한윤의 모습이다.
"저기 작가님..."
"응?"
"저 오늘 일찍 퇴근해도 될까요?"
이미 모든 상황을 눈치챈 듯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노트북으로 시선이 이동하는 수진의 눈동자.
노트북을 딱 닫고 짐을 챙기는 한윤.
그 순간에도 왜 그 남자들 말을 듣고 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꼬여도 제대로 꼬였다.
태온이라는 그 남자와.
건물을 나왔을 땐 이미 앞에 검은색 딱 봐도 비싸보이는 밴이 세워져 있었다.
그저 멍하니 차를 바라만 보는 한윤.
그때 차에서 누군가 내리면 매니저라는 사람이다.
"나오셨네요?"
"아, 네..."
"일단 회사로 같이 가실까요?"
다짜고짜 회사로 가자는 저 인간.
도대체 나를 어떻게 할 셈이지?
설마... 재킷 세탁비가 아닌 물어내라는 건 아니겠지?
"저..."
"얼른 타죠? 시간 없는데."
그리고 창문이 천천히 내려가면 그 안에서
검은색 선글라스에 온갖 치렁치렁 악세사리를 한 손으로 손을 까딱까딱하는 태온이 보인다.
마치 주문에 걸린 듯 발걸음은 점점 차를 향해 나아갔다.
이미 정신을 차리고 있을 땐 차에 타 있는 상황이었고
열심히 차는 달리고 있었다.
비싸긴 진짜 비싼 차 인가보다.
의자부터 차 안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고
옆자리에선 이어폰을 끼고 창문쪽을 바라보고 있는 태온이 보인다.
지금... 그렇게 천하태평할 때이냐고요...
혼자 인상을 폈다가 찡그렸다가 하는 모습이 창문에 비친 듯
그 모습을 본 태온은 씨익 웃어 보인다.
한참을 창문에 비친 한윤을 바라보던 태온이고
차는 한참을 달리고 달려 가루비 회사 앞에 도착했다.
[ MUSIC SECRET ENTERTAINMENT ]
20층도 훨씬 넘는 거대한 건물이 있었고
크게 MUSIC SECRET ENTERTAINMENT이라고 쓰여져 있다.
두 눈을 크게 뜨며 한참을 건물을 올려다보고
이내 목이 아팠는지 어루만지는 한윤이다.
"뭐해요? 들어와요."
회사 건물 안에 들어간 후 입이 쩍 벌어지는 한윤이다.
처음 연예인 기획사에 온 거였지만 그게 가루비의 회사일지는 몰랐다.
이런 어마어마한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니...
"이제야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안거예요?"
"아, 뭐..."
"이 큰 회사에선 내 말 한마디면 내 뜻대로 다 되는데."
"네...?"
"조금 있으면 이 말뜻이 뭔지 알게 될 거예요."
또 씨익 눈웃음을 지어보이고 회의시로 보이는 방에 들어가는 태온.
뒤이어 매니저도 들어가고
불안했지만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한윤이다.
회의실에 들어왔을 때는 가루비의 멤버들과
긴 생머리에 오똑한 코, 누가봐도 예쁜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어서와요. 한윤씨라고 했죠?"
"아, 네..."
"반가워요. 뮤직 시크릿 엔터 이사 한시현이라고 해요."
"네.... 안녕하세요."
갑작스러운 뮤직 시크릿 엔터 이사의 인사로 당황한 한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왜 여기에 내가 있고 멤버들과 이사까지 와서 인사를 하고 있는지.
"일단 여기 앉아요. 우리 회사 소속된 연예인 가루비를 소개해줄게요."
"죄송하지만 제가 왜 여기 왔는지 이유도 모를뿐더러 갑자기 이런 자리 매우 불편하고 불쾌하네요.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까딱 인사를 하고 회의실을 빠져나오려는 한윤이고
그런 한윤의 손목을 무표정으로 잡는 태온이다.
"이렇게 그냥 가버리는 건 예의가 아니죠?"
예의란다... 지금 막무가내로 데리고 온 건 예의를 지킨 건가?
순간 울컥했는지 그동안 참았던 울분을 토해내는 한윤.
"예의요? 지금 이렇게 막무가내로 데리고 온 것도 예의를 지킨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적어도 이런 자리면 미리 얘기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원래 여기는 다 자기 맘대로 하고 통보하고 그런 식인가보죠? 그럼 저는 그걸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거예요? 유명 연예인과 회사라는 이유로?"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고 그렇게 말하는 건가?"
입은 웃고 있지만. 평소대로 웃는 눈웃음이 아니었다.
그런 태온의 눈을 읽었는지 말을 가로채는 시현이다.
"오늘 한윤씨를 부른 이유는 제안 하나를 하려고 부른 거예요."
"무슨 제안이요?"
"한윤 씨에게 우리 회사 소속 작가로 들어와 달라는 제안이에요"
"네...? 그게 무슨..."
그제야 다시 본래의 눈웃음을 찾고는
한윤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말하는 태온이다.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죠? 내가 우리 작품 할 때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니, 그건... 그래도 이건.. 아..."
당황한 건지 말을 더듬는 한윤이고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크게 웃어 보이는 태온이 보인다.
태온의 의외의 모습에 두 눈을 크게 뜨며 둘을 바라보는 가루비고
리더부터 차례대로 일어나 한윤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가루비 리더 하랑입니다. 본명은 김혁이에요."
"메인보컬 한울이고 본명은 구현우입니다."
"랩 담당이고 유일한 본명 쓰는 현지후."
"귀요미 막내 다온, 본명은 온다현이에요."
"마지막으로 제 소개를 할게요. 가루비의 센터담당 태온, 본명은 임주환입니다."
"우리는 영원한 가루비입니다."
5명의 본인 소개 후 그룹 인사를 하는데 오글거렸는지 표정이 굳었고
그런 순간 멤버 이름을 듣고 놀라는 한윤이다.
"김... 혁? 혁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