촤아.
포슬포슬 가루처럼 비가 내리는 야외 공연장.
비가 떨어지는 곳으로 발걸음은 향했고
앞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팬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무대 위 고여 있는 빗방울들이 발과 만나 작은 분수를 만들고
팬들은 더 열광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무대가 끝나고 가루비 리더인 하랑은 한번 눈을 지그시 감았다 다시 떴다.
그리고 외친다.
"우리는 영원한 가루비다."
그러자 팬들은 비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오열을 한다.
"첫 만남 때처럼 앞으로도 빛나는 가루들이 되기를."
이번엔 수건으로 땀을 닦고 물까지 마시고 온 가루비의 막내 다온이 말했다.
"가루비라는 그룹으로 우리 가루들을 만난 게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지만 눈만 억지로 웃고 있는 한울이 말하면
팬들은 눈물을 흘리는 도중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영원한 가루비! 우리들의 가루비! 사랑해!"
마침 진짜 마지막을 알리는 앵콜송이 나오고 조명에 비친 5명의 모습은 마치 노을의 모습이었다.
"영원히... 기억해주세요. 우리 모두 빛났던 그때를..."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힘겹게 말을 이어가는 태온.
몇 분 지나지 않아 결국 노래를 부르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6년간... 정말 좋은 꿈을 꾸었습니다.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하루하루가 설레었고 때론 겁도 났습니다.
받은 사랑에 마음이 벅차올랐고 봄이 오듯 날마다 그렇게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을 기다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함께 외쳐 봅시다."
모든 감정을 꾹꾹 마음속으로 억누르며 그렇게 마지막으로 외쳤다.
"우리는 누구다?"
"우리는 영원한 가루비다!"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공연의 마지막을 알리는 꽃가루가 위에서 날려오고 5명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가루비로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었다.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건 가루비뿐만 아니라 팬들도 마찬가지.
리더부터 순서대로 무대에서 내려간 후 잠시 공연장은 어둡게 변했고
한순간 모든 조명의 빛들이 한곳으로 모여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 나갔다.
장면들 하나하나에서 겉으론 티 나지 않는 무언의 감정들이 그 흔적과 틈 사이에 공존하고 있었다.
'영원히 이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인간의 감정은 누군가를 만날 때와 헤어질 때 가장 순수하며 가장 빛난다는 말이 있다.
이 모든 순간의 감정들이 헛된 감정이 아닌 진심으로 남아있기를 바라면서….
대기실로 내려온 가루비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모든 게 거짓말이었으면 좋겠고 다시 무대에 올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그렇게 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만 같았다.
"6년간 다들 진짜 고생했고..."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가루비의 리더 하랑이었고
절대 영원히 듣고 싶지 않았던 마지막 말은 그나마 차분했던 멤버 지후의 말로
그렇게 그들은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었다.
"불안한 길 속에서 잠시 헤매긴 했어도 우리 5명 모두 6년 뒤엔 이렇게 성장했네. 앞으로의 6년, 60년후에도 늘... 성장하는 가루비가 되길..."
"안녕, 가루비..."
서로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그렇게 가루비는 해체됐다.
가루비 해체 기사를 접한 전 세계 팬들은 공황 상태였고
가루비는 그렇게 사람들 속에서 점점 잊혀 갔다.